소설리스트

거울의 길-40화 (40/166)

자 3장. -전란의 길- (8)

"........ 그랬군요. 그렇다면 물론 우리로써는 최대한의 도움을 드리겠습

니다. 하지만, 설마 아버지에게 복수를  다 마친 후에 다시  드라킬스로

돌아가지는 않겠지요?"

고급여관 세피로이스의 나이트길드 본부에 킬츠를 만나줄 간부는 오직

총평의장인 나이트 슈레인뿐이었다. 대외담당관  나이트 키발드는 일단

가까운 클라스라인의 나이트길드 들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현재 중요

문서를 작성 중이었고 자치도시 연합 담당관 피리우크는 성을 떠난  자

유기사단에 사령관으로 출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보처리 담당관 제란

스는 혼의 용병 단에 작전 지령 겸  지원책으로 떠나있었다. 그리고 오

늘 처음 만난 재정, 보급 담당관인 나이트  스필트는 파울드 성에 남아

있는 식량과 여분의 무기들, 말을 먹일 건초  등을 계산하는데 온 정신

을 쏟고 있었다.

총평의장 실에서 서류를 훑어보고 있던 슈레인은 킬츠가 데려온  뉴린

젤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는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며 그녀를 바라보았

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아버지에게 원한을 갚으려는  그녀의 말이 슈레

인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별다른 설명이나 계획 없이, 뉴린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치의 떨림

도, 흔들림도 없는 확고한 태도였다.

"그럼..... 다행이군요. 뉴린젤  양. 하지만 당신의  실력은 이미 기사가

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에 용병으로 일하기엔 부적합합니다. 음.....  일

단은 백인장의 지휘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인력이 필요한 성벽

방어담당에 배속 할 테니, 그곳에서 활약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린젤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그녀에  대한 사전조사가 전부 끝

난 것인지, 슈레인은 무척 간단하게 그녀에게 사관의 계급을  부여했다.

킬츠는 자신이 추천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을 느꼈는데 슈

레인도 어쩌면 소울아이를 가졌다는 느낌을 받은 킬츠였기 때문에 일단

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뉴린젤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지요?"

킬츠와 세피로이스를 나오면서 시종일관 말 한마디 없는 뉴린젤을  바

라보며 말했다. 사실은 일단 무언가 말을 걸어 보려고 해본 것이었는데

뉴린젤은 너무나도 빳빳한 태도와 예의 그 싸늘한 음성으로 대답을  했

다.

"이름은 파리퀸. 드래곤 나이트 NO7. 드라킬스의 제 1보병 단인  철벽

의 기갑단의 사령관. 현재 나이 45세. 드라킬스의 3대 장군 중 한  명이

라고 불리고 있다."

나무도 사무적이고 딱딱한 그녀의 대답에, 킬츠는  더 이상의 말을 붙

이지 못했다.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을 뿐. 처음  만났

을 때보다도 점점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그녀의  묵묵한 태도가

킬츠는 왠지 마음에 점점 들어가고 있었다.

"거참.......그 이름도 유명한 나이트 파리퀸의 따님께서 이쪽으로 넘어

오시다니.........."

슈레인은 감탄을 하며 중얼거렸고  마침  문서를 다 작성한 키발드는

그 문서를 슈레인에게 제출하면서 몇 마디 덧붙였다.

"정보에 의하면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나이트 파리퀸에 의해  드래곤

나이트가 되기 위해 철저한 수련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쯧쯧...... 안타까운 아가씨야. 평범한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수많은 남

자들의 심금을 울릴 정도의 빼어난 미인인데 말이야."

".......... 클라스라인 담당관인 나이트 로쉔에게 보낼 중요  문서이니 사

인을 해주십시오."

"......... 그러지......"

대외담당관인 키발드는 슈레인의 부관 비스무레한 일도 맡아하고 있었

는데 덕분에 8년 가까이 가깝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슈레인은 그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물론 키발드는 그렇지 않았지만.

문서에 사인을 마치고 키발드가 총평의장 실을 나가자 슈레인은  쓴웃

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결혼...... 하지 않길 잘했어......"

드라킬스의 군 계통에는 총 참모장을 제외하고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

으며 최고의 명장이라 불리 우는 세 명의 사령관이 있었다.

20년 이상 계속되던 북부 자치도시  연합과의 전쟁 중  최근 5년간의

전쟁에 그들 세 명의 사령관이 이끄는 부대들은 놀라운 실력과  전략을

발휘하여 자치도시 연합을 막바지에 몰아놓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우선 올해로 45세를 맞이하는 드래곤 나이트  파리퀸 뉴린젤. 현재 드

라킬스 제 1보병 단인 철갑의 기사단의 사령관으로 무척 정교하고 정통

적인 전략과 부대운용으로 정원 1만 8천인 그들의 두 배가 넘는 자치도

시연합의 용병부대들을 전멸시킨 막강한  부대였다. 드라킬스의 보병은

방패를 가지지 않는 대신 기본장비로 철 갑옷과  창, 검을 장비하고 있

기 때문에 무척 여러 가지의 상황에서 다양한 위력을 발휘하는 대륙 최

강의 보병이었다.

그리고 올해 서른 한 살의 단단한  체구와 날렵한 걸음걸이, 서글서글

한 얼굴을 가진 젊은 드래곤나이트인 디트마리스 제타리온은  드라킬스

의 일반 기사단인 쿠스 나이트로 이루어진 드라킬스 제 1기사단인 붉은

질풍의 기사단을 이끄는 사령관으로 예상 못할 엄청난 속도와 맹공으로

적의 군대를 단시간에 초토화시키기로 유명했다.  정원은 쿠스나이트 1

만 4천이었는데 실제로 비슷한 수의 자유기사단을 상대로 매서운  공세

와 빈틈없는 운용으로 겨우 두 시간만에 적을 괴멸상태로 몰아넣은  전

과가 있었다.

마지막인 드래곤 나이트 미카드론 세이린스는 1만의 쿠스나이트와 6천

가량의 보병으로 이루어진 혼합 기사단인 드라킬스 제 2기사단의  사령

관이었다. 사실 이 기사단은 '평원의 지배자'  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었

으나 미카드론이 사령관이 된 후로 그 명칭을 폐지시켰다. 그는 그만큼

가식이나 허세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와는 반대로 그의 전략은

화려하고 도발적이며 매우  섬세했다. 푸른 눈동자와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27세의 젊은 사령관으로 드라킬스는 물론 근처 나라들의 소녀들에

서부터 시작하여 중년의 귀부인들까지 이 미청년에게 매료되어 있을 정

도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성에게 관심이 없었고 사생활이 극히 평

범하여 또한 색다른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들 세 명은 특성은 다르지만  일단 뛰어난 전략가라는 것과  동시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킬스의 전투비

룡을 타고 전 진지를 한번 휩쓸면 그야말로 파죽지세였고 용에서  내려

그 누구와 맞대결을 하더라도 승리를 자신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

지고 있었다.

이들 중 퀵셀트는 원래 마노  지방 소속의 유명한 귀족가문인  파우카

가문의 출신이었으나 나머지 두 명은 평민출신이었다.  그들은 그 통과

하기 어렵다는 드래곤나이트의 선발 수행에서 각각 수석과 차석으로 선

발되어 세간을 주목시킨 역사가 있었다.

원래 드래곤 나이트는 귀족이나 평민이나 일단 드라킬스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귀족가문에서  합격되었다. 이유는

귀족들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재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만큼 이들 두 사람은 애초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

어났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지금쯤 우리 군대가 파울드를 공략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저택에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던 미카드론은 자신의  부관

인 올해로 24세를 맞이하는 젊은 쿠스나이트 자벨이 찾아오자 무척  반

가워하며 자신이 마시던 차를 직접 타서 내주었다.

"펠류즈 같은 사람에게 왜 군대의 사령관을 맡겼나, 하는 것이겠지?"

미카드론은 아름다운 조각과도 같은 흰 얼굴에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

의 부관을 바라보았다. 자벨은 생각이 깊고  명석한 부관이었기 때문에

미카드론은 그의 생각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그겁니다. 펠류즈 님은 드래곤  나이트로써의 강력한 힘을 가지

고 있는 것임엔 틀림없지만 대군을 지휘하기엔 그 역량이 모자라지  않

습니까?"

"글세..... 그건 그렇지만, 전권을  위임받은 총 참모장님의  결정이시니

별수 있나."

미카드론은 국왕의 가까운 친척이자 총 참모장을 역임하고있는 세렌탈

을 머리에 떠올렸다.

역사적으로 여느 무능력한 왕의 친척들과는 달리 그는 지극히 전술적인

측면으로만 한정하여, 무척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시기에

어느 지방으로 병력을 투입해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다는  것과

같은 판단에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자치도시연합의 군대들은 너무 무력했어. 특히 수

뇌부 쪽이 말이야. 정치적인 역량은 무척 뛰어난 나라지만 전쟁에 대한

전술이나, 전략엔 너무 미흡해, 아마도 총 참모장도 그것을 알고있기 때

문에 펠류즈 님만으로도 이번 전투에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겠지."

"물론 자치도시 연합은 너무  군사적으로 열세이긴 하니까요......  듣고

보니 아무리 펠류즈 님이라도 설마 두 배의 병력을 가지고 적을 격파하

지 못하지는 않겠지요."

"맞아......"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 병력을 운용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다르겠

지 라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는 미카드론이었다.

적군과 아군의 전략적 수준이 비슷하다면 물론 병사가 많은 쪽이 승리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나라면 원래 입을  피해의 절반도 안 받고

적을 격퇴할 수 있으련만.....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

다. 그러나 미카드론은 그런 자신의 자만을 경계하고 결코 겉으로 드러

내지 않았다.

총 참모장은 현재 드라킬스 3대 군대를 모두 쉬게 하고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자치도시연합을 완전 점령한 후에 페이오드 왕국이나  클라스라

인 법국에 전면 공격을 가할 생각으로 하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미카드

론이 총 참모장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런 전술

적인 세세한 배려와 결정엔 확실히 칭찬을 해줄 만 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생각에 빠져서 이미 식어버린 차를 단숨에 마셔버리고 미카드론은  다

시 차를 타기 시작했다. 세상엔 매우 위대하고, 고고한 사령관으로 알려

져 있었지만, 사실은 자신의 부관에게 직접 좋아하는 차를 타줄 정도로

그는 마음이 착했고 소박했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와 전투를 하거나, 군

대를 이끌고 전쟁에 돌입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놀라울 정도의 집

중력과 풍부한 전략, 효과적인 아군의 피해 계산  등 무척 냉정해 지는

2중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평상시엔 잔잔하고 향기로운 여러 종류

의 차를 무척 좋아하는 아름다운 얼굴의 미청년에 불과했다.

그가 유일하게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권력에 찌들어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권력유지와 사치에만 여념 하는 귀족들이었다.

다행이 드라킬스는 그것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는데, 클라스라인이나

페이오드왕국은 그것이 도를 넘어서 있었다. 미카드론은 자신이 증오하

는 대상에게는 무척 냉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 열린 전쟁에

는 자신의 모든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겠노라 다짐을 하는 그였다. 전

쟁이라는 유혈과 폭력의 향연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목적을 위한 수

단으로써 그만한 위력을 가진 것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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