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36화 (36/166)

제 3장. -전란의 길- (4)

자치도시 연합의 마지막 보루. 즉 도시 파울드는 그 크기가 거의 클라

스라인의 수도인 세인트룸의  20%에 달했다. 독립된  도시의 규모라고

하기엔 무척 방대한 크기였는데 덕분에 클라스라인과 세디아황국, 드라

킬스로 이어지는 상업의  중심지로 손꼽아지던 곳이었다.  인구만 해도

20만에 달하는 이 대도시는 웬만한  성채를 능가하는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 쌓여져 있었다. 군사 면에서도 이  도시에 주둔하는 자유기사만 5

천이나 되는 자치도시 연합의 중추로써 물론 지금은 그 규모 면에서 더

욱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이 도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수많은 고급 여관들이었다.

이곳은 교통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특성 이외에도 도시로  들어오는데

걸리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서 언제나  수많은 방문객들이 끊지 않는

곳이었다. 덕분에 그런 '손님' 들을 노려  최대한의 서비스와 넓은 객실

로 무장한 일명 고급여관들이 발전하게 된 것이었다.

"자유기사 8천. 혼의 용병 6천. 그리고 잡종 용병군단이 2천....."

"이제 우리가 개입을 한다해도 늦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파울드의 중심 가에 위치한 고급여관  '세피로이스'. 이곳은 규모 면에

서 방대하기로 소문난 파울드의 고급여관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

랑하는 최고급의 여관으로 뒹굴어도 걸릴 것이 없는 넓은 객실과  하루

세끼 전부 제공되는 맛깔스러운 고급 음식들.  완벽한 서비스와 친절로

내용 면에서도 역시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그런 여관이었다.

"어쨌든 파울드의 정부측에서 우리 나이트 길드에 도움을  요청했습니

다. 우리가 북부 연합의 전 병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각서와 함께 말입

니다. 뭐, 전병력이라 해봤자  2만이 안 되는  미약한 것이긴  합니다

만..."

나이트 길드의 총 본거지가 자치도시 연합에 있다는 사실은 극히 일부

분의 사람들만이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나이트 길드의 본거

지가 바로 도시 파울드의 최고의 고급여관 '세피로이스'라는 사실을  아

는 이는 더욱 적었다.

현재 세피로이스의 4층에 있는 비 객실로 되어진 이 넓고 방음 처리된

방에서는 나이트 길드의 수뇌들이 다섯 명이나 모여있었다.

우선 대륙 나이트 길드의 가장 높은 직위인 총평의장인 나이트 슈레인

이 방 한가운데 있는 거다란 원형의 테이블 중 가장 윗자리에 앉아 있

었다. 그는 현재 37세의  검은머리와 깔끔한 얼굴을 한  기사로 원래는

대륙에서 가장 고귀한 기사라고 불리는 세디아 황국의 임페리얼 나이트

(황제 친위 기사단) 에 있었던 기사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

재 그 뛰어난 실력과 인품으로 아직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다

수의 동의를 얻어 8년 전 이 700년 역사의 나이트길드의 총평의장에 오

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앉아있는 나이트 키발드는 나이트길드의 대외담당관

으로 현재나이 34세의 회색의 긴 머리카락과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

다. 그는 9년 전까지 페이오드 왕국의 리플레이크 기사단의 NO13을 맡

고있던 촉망받던 기재였다. 그러나 페이오드의 대 총관. 사시드의  모함

으로 여러 유망 인들이 국외로  추방될 때 그 사이에 끼어버린  과거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나이트 피리우크와 나이트 제란스로 둘 다 제  90

회 패러딘 나이트 출신으로 나이는 35세로 동갑이었다. 그들은 90회 패

러딘 나이트 중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했던 나이트 로니온이 귀족들

의 모함으로 성에서 추방될 때 함께 따라나온 인물들로 지금은  나이트

길드에서 피리우크는 실종된 로니온의 뒤를 이어 자치도시 연합 담당관

을. 그리고 제란스는 정보 처리 담당관을 맡고 있었다.

"나이트 키발드,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드라킬스의 군대는 파울드를 기준으로 점령당한 서남쪽의  마켄

성에서 6천. 서북쪽의 토우르 성에서 6천  5백의 보병이 이곳으로 진격

해 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약 10일 후면  이곳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

다. 그리고 드라킬스의 주력 군대도 서쪽에서 진격해 오고 있는데 이들

역시 두 개로 나뉘어 공격해 오며 각각 1만으로 총 2만의 보병으로 이

루어져 있습니다. 적의 이번 공격에 참가하는 쿠스 기사단은 없으며 전

원이 보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켄성과 토우르성에서 오는 군대에

사령관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며 지원으로 오는 적의 주력군의  사령

관은 드래곤 나이트 NO74인 펠류즈입니다. 물론 드래곤을 소유하지 않

은 하프 드래곤 나이트입니다."

키발드는 슈레인의 질문에 적의 규모와 상황을 놀랍도록 자세하게  말

했다. 그것은 대륙 각지에 퍼져있는 나이트 길드 소속의 정보원들이 비

밀리에 보내온 정보의 위력이었다.

"나이트 제란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그러니까...... 즉 적은 보병 3만 2500이군요. 아무리 기사단이 없다

고 하지만 그래도 보병 중 가장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드라킬스의  장갑

보병. 연합 측의 병력은 기사단 포함 1만 6천. 한마디로 적은 아군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농성 전에선 오히려 보병이 기병보

다 유용한 편이지요."

이어서 그 정보에 대한 해석을 요구하는 슈레인의 질문에 제란스는 잠

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승산은 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잘 싸운다

해도 2만 8천... 아니 적어도  2만 5천은 되야 승산이 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이 희생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어쨌든 파울드의 시장은 어제 부로 우리 나이트 길드에게  군대를 지

휘해 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지금가지는 그다지 협력하지  않았지만,

자치도시 연합은 나이트 길드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멸망만은 피해야만 합니다."

피리우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며 슈레인을  바라보았다. 사실 모두

들 이 정도로 드라킬스의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예측하지 못했

다. 그리고 역시 이 정도로 자치도시 연합이 맥없이 무너져 갈 줄도 예

측하지 못했다. 전쟁 이전엔 그래도 규모가  6만이 넘는 군대를 보유하

던 자치도시 연합이었는데, 그 운용을 너무나 어설프게 한 나머지 지금

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적의 공격도 강했지만, 아군의 무능력함도 한

몫 했다는 것이었다.

"음. 나이트 피리쿠스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제 와서 이 나라를  나 몰

라라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이 곳에 있는 나이트 길드의 소속

인원들은 전부 해야 50여명.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

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세를 뒤엎을 수 없습니다. 뭔가 확실한 전략이 필

요합니다. 그러니까......."

슈레인이 계속 말을 이어나가려는 참에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급하게 죄송합니다만. 총평의장님. 실종되었던 은색의 길드 링을 소유

하고 있는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은색의 길드링! 그렇다면 3년 전 실종된 로니온의!"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나이트 리네임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방에 있던 네 명 전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그리고 그 밖에도 제가 알고 있는 중요한 분도 모셔왔습니다."

"어서 들어 오라 하시게."

"네."

그러자 문 밖에 서있던 킬츠와 루디,  크라다겜과 마인슈가 방으로 들

어왔다. 리네임은 먼저 마인슈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이 분은 전 페이오드의 총 참모장이었던 마인슈님이십니다. 이야기는

들어서 아실 테지만, 전에 드라킬스가 드래곤  나이트를 앞세워 페이오

드로 진격해 들어오려 할 때 뛰어난  전FIR으로 가볍게 막아내신 분이

지요.

"마인슈 세인자드입니다. 그런데...... 이곳엔 아시는 한 분 더 있군요."

마인슈는 나이트 키발드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키발드도 금

세 그를 알아보고는 얼굴이 환하게 변하였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마인슈님. 저는 나이트 길드의 총평의장을 맡고있

는 슈레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분들은?"

슈레인이 마인슈에게 인사를 하며 나머지 킬츠일행을 바라보자 리네임

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도 이분들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습니다."

"휴.... 당연하지. 오늘 처음 만났는데."

킬츠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루디가 몇 발짝 앞으로 나오며

자신들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루디 마법사이기 때문에 성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호오, 마법사?"

"매직길드의 정식 마법사입니다. 정식 8년 코스를 전부 밟지는 않았지

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킬츠 마켄시타. 이 녀석이 로니온 님의  반

지를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이쪽은........"

루디가 크라다겜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머뭇거리자 나이트 길드의  사

람들은 의아해 하며 크라다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중 슈레인은 벌써

크라다겜의 정체를 눈치 챈 듯 얼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난 내가 말하겠다."

크라다겜은 깊게 눌러쓴 모자를 벗으며 직접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회색의 피부와 약간 뾰족한 귀를 본 나머지 나이트 길드 사람들

의 표정이 삽시간에 놀람과 경악으로 변하였다.

"내 성은 크라다겜. 이름은 없다. 마계의 기사단이  데스나이트의 마스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크라다겜의 간단명료한 소개에 모두들 더욱 큰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데, 데스나이트 마스터!"

"그렇다면 그 마족 중에서도 최강의 전투집단이라고 불리는...."

나이트 피리우크와 제란스는 동시에 소리치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크라다겜을 바라보았고 슈레인은 얼굴에 생긴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거 엄청난  분이셨군요. 살기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아무리 우리라도, 당신이 상대라면 곤란할 테니까요."

"난, 이유 없이 인간과 전투하지 않는다."

"보통 마족과는 상당히 다른 듯한 생각을 하시는 듯하군요. 어쨌든 만

나서 반갑습니다 나이트 크라다겜, 그리고 마법사 루디 군과 킬츠 군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슈레인은 크라다겜의 말을 듣고는 놀랍다는 듯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

네었다. 나머지 나이트 길드 사람들도 조금은  안심하는 눈치였으나 완

전히 긴장을 풀고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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