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6화 (16/166)

제 2장. -가시의 길- (11)

한참 찌르기의 수련에 집중하고 있던 펠린은 순간 비명을 지르며  앞으

로 쓰러졌고 한 명(키사르)을  제외한 17번 조원들은 모두들  깜짝 놀라

경악하며 펠린에게로 달려갔다.

다행이 펠린의 담당 신관이 응급조치로 지혈을 하는 신성마법을 사용했

고 곧 세렌의 담당 신관인 사나름이 리커버리 라이트를 사용하여 펠린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 자식! 일부러 그랬지!"

카젯은 닥쳐오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펠린에게 휴페리온을 던진 수련 생

에게 달려가려 했으나 루벨의 몸을 날린 저지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만둬, 카젯. 흥분하면 너만 손해다."

별수 없이 카젯은 분노를 참으며 씩씩댔는데 자칫했다간 죽었을지도 모

르는 펠린의 복수를 이미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그날 마지막 승마수련이 끝나자 세렌은 방 침대에 누워있는 펠린에게로

돌아가 그의 이마의 물수건을 갈아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관들의

신성마법은 완벽했지만 워낙 상처가 깊어서 펠린은 계속되는 고통과  고

열에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다.

"미안해 세렌... 네게.... 폐를 끼치는 구나."

정성스레 자신을 간호해주는 세렌이 무척 고마웠는지 펠린은  눈물가지

흘리며 세렌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세렌은 고개를 저으며 부

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 어려울 때 도와야지. 그런데 이 녀석들은 좨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친구가 이렇게 아파하는데 얼굴도 안 비치다니.............."

세렌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17번 조의 방안에는 여전히 고개

를 숙이고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키사르와  부상으로

누워있는 펠린과 자신밖에 없었다. 루벨과 카젯, 그리고 다운크람까지 방

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이상한데..... 아! 설마.......'

잠시 생각을 하던 세렌은 얼마 후 그들이 방으로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밖에서 시끄

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렌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을 열

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

"잠깐 나가다 올게. 걱정 말고 쉬고있어."

부리나케 뛰어나온 세렌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5층으로 달려가기  시

작했다. 5층의 복도는수련 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역시 세렌의 예상

대로 싸움이 벌어져 있었다.

그것은 일방적인 싸움이었는데 약 20여명의 수련 생들이 단 세 명을 수

련 생을 둘러쌓아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구타하고 있었다. 열심히 맞

고 있는 세 명은 바로 카젯과 루벨, 그리고 다운크람이었는데 그들은 이

미 열 명 정도를 때려뗌?후라 더 이상의 반격을 하지 못하고 집단 구

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만해! 뭐 하는 거냐!"

세렌이 그들에게 달려들며 소리치자 집단  구타를 하고 있던 20여명은

세렌의 기백에 움찔하며 동작을 멈추었고 한 것 맞고있던 세 명은  환한

표정으로 세렌을 바라보았다.

"세렌! ....... 이 녀석들이 아까"

"네가 세렌이지? 뭐 하는 거냐고? 우린 단지 건방진 가짜들에게 정신이

번쩍 나도록 훈계를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카젯이 뭐라고 소리치려 했으나 먼저 뒤에 있던 금발의 말쑥한  표정의

소년이 앞으로 나서며 세렌에게 빈정거렸다.

"내 이름은 파울프 리퀴드. 이 녀석들이 우리를 매도해서  말이다. 펠린

이라는 녀석에게 휴페리온을 일부러 던졌다나? 감히 근거 없는 헛소리를

늘여 놓다니, 가짜 주제에 말이다."

바로 그가 정통 귀족(?) 집단의 대장 격인 파울프로 개인적으로 세렌에

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었다. 그는 지난 일  주일동안 단 두 번의

벌점을 받았을 뿐인데 세렌은 벌점이 하나도 없어서 최고의  귀족이라는

자신의 프라이드가 손상되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실력이 있고 뛰어난

인간이었지만 잘못된 사고방식에 빠져있는 전형적인 귀족의 대표적 사람

이었다.

"난 더 이상 너희 가짜들이 설치는 꼴을 못 봐주겠다. 마침 화 가난 김

에 녀석들 전부 끝장을 내려던 참이었는데, 뭐 너무  무자비 한 것 같으

니까 한 번의 기회를 주지."

"기회?"

"그래. 네 가 우리 1조의  여섯 명을 전부 이긴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주지."

"만약 못 이기면?"

"그때는 네가 이 패러딘 나이트의 수련을 그만 두어야 한다."

파울프의 진짜 속마음을 그제야 깨달은  세렌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신이 그 대련을 거부하면  자신은 어떻게 이곳을 빠져

나간다 하더라도 이미 수없이 얻어터진 카젯들은 정말로 끝장날지  모르

는 일이었다. 그리고 세렌의 마음속에도 분노의 뜨거운 기운들이 솟구치

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세렌의 머리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냉정하게 연이

어 벌어질 전투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파울프도 강할 것이 틀림없었지만

나머지 다섯 명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

러나 오히려 그런 상황을 노린 전략이 세렌의 머릿속에 재빠르게 떠오르

기 시작했다.

세렌은 그들이 건넨 연습용 휴페리온을 세워 들며 먼저 자신의 앞에 선

우락부락하게 생긴 소년을 바라보았다. 덩치가  루벨에 맞먹었는데 필시

힘이 대단할 것이 틀림없었다.

"크아아아악!"

'귀족이라고 건방떠는 너희들의 자존심을 오늘 완전히 꺾어주마.'

세렌은 시작이라는 신호도 없이 듣기 싫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덩

치의 소년의 휴페리온을 단 일격으로 옆으로 튕겨 내며 사정없이 중심을

잃은 소년의 뒷머리를 검으로 내리쳤다. 연습  검이라 날이 세워지지 않

았기에 생명의 위험은 적었지만 그 일격에 그는 기절을 하고 말았다.

"다음!"

세렌은 당당하게 외쳤고 연이어 소년들이 기합을 지르며 세렌에게 달려

들었다.

'한심하군........'

그들은 처음의 소년과 마찬가지로 일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주위의 함성이 고조되었고 결국 네 번째의 소년도 세렌의 공격에 허리를

맞고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한심한 자식들....... 마일젠, 너는 저런 추태를 보이지 않겠지?"

"당연한 말을......... 걱정 마라."

파울프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에게 말했고  마일

젠이라고 불려진 소년은 코웃음을 치며 휴페리온을 세워들고 세렌에게로

다가갔다.

"제법이군, 하지만 나에게 통하지는 않을걸."

마일젠은 자신의 검은 눈동자를 날카롭게 번득이며 천천히 세렌에게 다

가갔고 세렌은 그런 마일젠의 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심호흡을 내쉬었다.

'만만치 않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간 마일젠은 한 순간 강렬한 기세로 휴페리온을  세

렌에게 가로로 그었고 세렌은 재빨리 자신의 휴페리온을 사용하여 그 공

격을 흘렸다. 그러나 마일젠은 순순히 검을  흘리지 않았고 옆으로 빠지

려 하는 자신의 휴페리온을 기세를 이용하여 한바퀴 돌며 가로로 베어갔

고 그런 식의 회전공격에 방심을 한 세렌은 별 수 없이 전력을 다해 몸

을 뒤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일젠의 휴페리온은 세렌의 움직

임보다 약간 빨랐고 세렌의 가슴팍에 가벼운 상처를 잎일 수 있었다.

"후후...... 겨우 그 정도인가?"

마일젠은 세렌을 비웃으며 연이은 공격을 퍼부었고 세렌은 마일젠의 특

이한 공격에 정확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로 밀리기  시작했

다. 날을 세우지 않은  연습검임에도 불구하고 마일젠의  공격이 스치면

세렌의 피부는 마치 진검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났다.

몸에 잔 상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며 세렌의 연습 복은 서서히 붉은 피

로 물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형세가 불리해지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몸을...... 아낄 상대가 아니다. 그냥은 이길 수 없다.'

점점 불리해 지는 자신의 형세를 파악한 세렌은 결국 승부를 하기로 결

심했다. 마일젠의 휴페리온이 자신의 옆구리를 노리고 베어올 때 세렌은

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한 발짝 내 딛으며 자신의  휴페리온을

깊숙하게 휘둘렀다. 전신의 근육의 모든 힘들 다 한  세렌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공격이었다.

서로의 휴페리온이 서로의 몸에 격중했고 허리를맞은 세렌도, 머리를

맞은 마일젠도 서로 반동에 뒤로 튕겨 나며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주

위의 연습생들의 웅성거림이 하나 둘 늘어갔고 움직임이 멈춰버린  마일

젠과는 달리, 세렌은 피가 쏟아지는 옆구리를  휴페리온을 쥐지 않은 왼

손으로 부여잡고 비틀대며 힘겹게 일어났다.

"다음!"

세렌이 소리치자 주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

는 연습생들 중에서도 세렌과 같이 양자로 받아들여진 소년들이 다수 있

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두려워하며  조용히 뒤에서 구경만 하

고 있었지만 세렌의 지금 대련을 바라보며 즐거움과 쾌감을 만끽하고 있

었다.

파울프는 이미 전신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세렌을 경악의 눈으로  바라

보며 자신의 휴페리온을 세워 들고 세렌에게로  다가갔다. 저 정도의 피

를 흘리면서도 처음과 조금도 변함없는 기백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 모습에 파울프는 자신의 전신을 스쳐 가는 오싹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 녀석은 무언가 다르다......'

그러나 파울프가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세렌은 자신의마지막 힘을 다

해 파울프에게 쇄도해 오고  있었다. 부상자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속도였다.

'대체......'

그러나 아무리 빨라도 파울프는 세렌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휴페리온으로 세렌의 공격을 막으려는 순간, 자신

의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굳어 버렸다.

그리고 세렌의 휴페리온은 정통으로 파울프의 앞머리를 직격했고  순간

파울프는 눈앞이 부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뒤로 쓰러져 버렸다. 아

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제길........... 왜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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