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8/8)

다비드와 제드가 돌아왔을 때, 지구의 시간으로 59년이 흘러 있었다.

다비드의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하자 항공 우주 센터의 모든 직원은 바짝 긴장했다.

“너무 금방 도착한 것 같아요.”

“3년 만이다!”

제드는 3년 만에 딱딱한 지면을 밟자 땅 멀미를 하는 것 같았다.

다비드는 제드와 둘만이 있는 우주가 좋았다. 우주에 더 오래 있기 위해 우주선 비행을 자동으로 바꾸어 놓고 제드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우주 풍경도 지겹군. 지구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

그 말에 다비드는 하는 수 없이 수동 운전을 병행하여 예상보다 일찍 지구에 도착했다. 제드가 지겨워하지 않았다면 우주에서 십 년을 채우고 유유자적 지구로 돌아왔을 것이다.

제드는 멀리서 둘을 구경하는 1지구의 사람들과 파란 하늘, 우뚝 솟은 건물을 둘러보며 말했다.

“변함이 없군.”

답답한 우주선에서 드디어 해방이라며 좋아하는 제드의 곁에서 다비드는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우주선에서 내린 둘에게 이상할 정도로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외계인 구경하듯 멀찍이 서서 수군거리며 사진 찍기 바빴다.

“다비드 님.”

그중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곰 같은 근육을 가진 중년의 남성이 다가와 다비드를 불렀다. 근육이 옷을 다 잡아먹는 남자의 얼굴이 익숙했다.

“에든?”

새치가 돋아나고 굵은 주름이 몇 생긴 남성은 에든이었다. 에든은 59년 전 다비드가 지구를 버리고 제드를 찾으러 간 후로도 계속해서 그의 비서로 남아 있었다.

그는 지구의 레이더에 다비드의 우주선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항공 우주 센터로 오는 길이었다.

“네. 59년 만입니다.”

다비드가 제드의 행성으로 향한 지 1년, 둘이 돌아오는 시간 3년, 총 4년의 시간이 지난 다비드와 제드와는 다르게 지구는 59년이 지났다.

1지구민의 평균 수명은 200년이고 에든의 나이는 이제 백 세가 다 되었다. 중년이 된 그는 그대로로 보이는 다비드와 제드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죽기 전에 다비드가 돌아올 줄 몰랐다. 에든의 마음속에 있던 다비드를 향한 원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졌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다비드의 얼굴이 희미해질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폭삭 늙어 버렸네요.”

저 예민하고 까칠하고 재수 없는 성격은 그대로다. 에든은 갑자기 인공 안구로 갈아 낀 오른쪽 눈이 시큰하게 아파 왔다.

“어쩌다 이렇게 늙어 버린 거냐!”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제드가 에든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쌍둥이 역설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들을 터였다.

제드 또한 그대로다. 에든은 제드도 잠시 원망했었다. 그러나 오십여 년 만에 제드를 보니 반가움만 들었다. 그는 여전히 훌륭한 근육을 씰룩거리며 순박한 표정으로 진심을 말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이제 완전히 돌아오신 겁니까?”

“맞아요. 제드를 찾아왔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하다. 제드를 향한 집념 하나로 몇 광년이나 떨어진 미지의 행성에 홀로 가서 그를 찾아왔다. 에든은 그에게서 집착을 넘어선 광기를 보았다.

“드릴 말씀은 많지만… 일단 잘 돌아오셨습니다.”

“그래요.”

다비드는 4년 만에 에든을 보았지만, 반가움은 고사하고 관심 한 톨 없었다. 입으로는 에든과 말을 나누며 눈으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제드에게 박혀 있었다. 그러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주위의 사람들을 찌푸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저택으로 돌아가실 겁니까?”

다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저택은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복구해 두었다. 혹시나 돌아올지도 모르는 그를 위해 에든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 버그랑 감자는 잘 있나? 그들도 폭삭 늙어 버린 거냐?”

“그대로랍니다.”

버그와 감자, 둘 다 다비드의 메시지를 받고 바로 복원했다. 사람 없는 저택에서 전원만 켜진 채 우두커니 맡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제드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다비드가 붙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우주에 나온 후로, 떨어지기 싫어하는 병적인 집착이 조금 나아졌나 했다. 그러나 사람이 존재하는 곳으로 오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3년 내내 붙어 있어도 그는 만족을 모르는 것 같았다. 제드는 그와 함께한 3년의 우주 생활이 머릿속에 스쳤다.

“내부가 생각보다 좋다.”

제대로 둘러본 우주선 내부는 제드의 나무집보다 좋았다. 한편에 쌓여 있는 우주 식량을 본 제드가 즐거움에 근육을 들썩거리고 전투복 사이에 놓인 몸에 꼭 맞는 흰옷을 발견하고는 기쁨에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침대가 하나밖에 없군.”

킹사이즈 침대가 하나 놓여 있는 것을 보고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 또 좋아했다.

다비드는 방해꾼 없이 둘만 남게 되어 기뻤고,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했다.

“돌아가려면 오래 걸리겠군.”

제드는 행성이 반짝이는 어두운 우주선 밖을 내다보았다. 기이하고 무서웠다. 그러면서 신비롭기도 했다.

“이제 아무도 방해하지 못해요.”

죽어서도 도망가지도 못하는 밀폐된 장소에 둘만 있는 것이 퍽 마음에 들었다.

홀로 자해하고 울며 바라보던 칙칙한 우주의 풍경이 제드와 함께 보니 아름다웠다.

“아름답군.”

“맞아요.”

다비드는 제드가 똥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면 그렇다고 맞장구칠 지경이었다.

“돌아가면 글을 배워야겠다.”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 줄게요.”

제드가 반색했다. 돌아갈 날이 한참 남았으니 다비드에게 글을 배워 놓으면 훗날 도움이 되리라.

탁 트인 창으로 우주가 가득 보이는 조종석에는 각종 홀로그램 장치가 가동되고 있었고, 뷰 모니터에는 어려운 수식이 깜빡거렸다. 조종석 앞에는 지시계, 계기판, 플랫, 스틱이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제드는 글을 배우면 이 철갑으로 만든 요새도 언젠가는 운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기대했다.

조종석을 기웃대던 제드가 홀로그램 장치를 가리켰다.

“이 작은 점은 뭐냐.”

“지구예요.”

다비드가 목적지에 표시된 작은 점을 터치하자 지구가 크게 확대되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행성이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살던 행성은 어떻게 생겼냐.”

다비드가 제드의 행성을 크게 확대했다.

“동글한 게 예쁘군.”

그가 예쁘다고 말하니 예쁜 것 같다. 다비드는 이성이 돌아온 머리로 제드의 행성이 핵전쟁 전 지구와 비슷한 것을 깨달았다.

그를 찾으러 미친 상태로 항행할 때는 그저 못생긴 행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녹색과 푸른색으로 빛나는 행성은 봐줄 만했다.

“그러고 보니, 행성 이주는 어떻게 된 거냐?”

다비드는 제드를 꼭 껴안았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 버리고 왔다고 하면 그가 화를 낼 것 같았다.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리라.

“왜 말이 없냐.”

“음, 찾았어요. 이주할 행성.”

좀 멀기는 하지만 제드의 행성은 지구인이 이주하기 딱 좋은 환경 같았다.

행성 이주 프로젝트에 선별된 100여 개의 행성 중 과거의 지구처럼 생명이 살 만한 곳은 거의 없었다. 기대하는 행성도 있었지만 사전 조사에서 많은 위험 요소가 있었다.

이미 지적 생명체가 사는 제드의 행성이 최고의 선택 같았다. 이주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으면 서로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과거 원주민 학살과 비슷한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그 문제는 후손들이 풀어 갈 문제였다. 다비드는 제드 외의 것을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잘 되었군.”

제드가 지구의 인류 말고 자신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다비드는 욕심에 제드를 껴안은 팔에 힘을 실었다.

그 후, 다비드는 지구에 대해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제드가 감자에 대해 묻고서야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지구로 출발한 후, 일 년이나 지나서야 지구에 메시지를 보냈다.

- 이주 가능 행성 발견.

지구에서 그 메시지를 받은 건 다비드와 제드가 지구에 도착하기 3개월 전이었다.

제드는 다비드와 함께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1년까지는 좋았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제드는 눈을 떠서 맛있는 밥을 먹고, 운동하고, 인터넷이 되지 않는 우주에서 그와 살을 맞대고 서로를 나누는 행위에 만족감을 느꼈다.

“왜 계속 넣고 있으면 안 되는데요?”

다비드는 거대한 아랫도리만큼이나 욕구도 왕성했다. 그가 지구에서는 많이 참았던 것이었음을 우주선에 둘만 남고서야 깨달았다.

떨어져 있던 1년 동안의 시간이 아까워 죽겠다는 듯이 들러붙었다. 제드 또한 건강한 편이었지만 다비드의 철철 넘치는 성욕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제드는 다비드의 억지가 점점 무서워졌다.

“알면서 억지 부리지 마라!”

‘모르겠는데?’ 하는 표정으로 다리를 꼬는 다비드는 밉살스럽다. 자꾸만 저 얼굴로 웃으며 억지를 부리면 맞는 말 같아지기 때문에 더 위험했다.

“왜 만지는 거냐.”

“감촉이 좋아요.”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다비드는 기분이 이상할 정도로 제드의 가슴을 만지작댔다.

다비드가 만지든 말든 가만두던 것이 점점 젖꼭지가 찌르르해지고 티셔츠 위로 툭 튀어나오자 제드가 그의 손을 가슴에서 치웠다.

“네가 만질 때마다 가슴이 찌릿찌릿하니 그만 만져라.”

그 말을 들은 다비드는 채신도 없이 제드에게 달라붙어 헐떡였고 그날도 제드는 재생 기계 신세를 면치 못했다.

어디서 흥분한지는 모르겠지만 다비드는 갑자기 제드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밥을 먹다가도, 운동하다가도, 심지어 음악을 듣다가도. 몇 번 받아 주던 제드도 매일 차가운 재생수에 들어가게 되자 다비드를 말렸다.

“우린 횟수를 좀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다비드도 제드가 재생수에 있는 게 싫었던지 말귀를 알아먹었다. 그도 기계 앞에서 제드를 만지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는 것이 싫었다.

“앞으로는 제발 깨워라.”

자해하는 버릇은 아무 때나 튀어나왔다. 나아진 것 같다가도 뜬금없는 곳에서 터졌다.

그와 침대에서 자다가 묘한 기분에 눈을 뜨면 다비드는 이상하게 웃는 표정으로 제드를 보며 살점이 떨어질 때까지 피부를 긁거나 날카로운 물건으로 몸을 괴롭혔다.

왜 그러냐고,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해도 다비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그런 행위를 반복했다. 평소와 같이 멀쩡하게 투닥거리다가도, 좋아서 비비다가도 갑자기 그러니 종잡을 수가 없었다.

“꿈인 것 같아서 확인했어요.”

만져 보거나 깨우면 될 것을, 제드는 치유해 주며 속상하고, 안타까워했다.

다비드는 제드가 자신을 걱정하고 치유해 주는 것을 즐겼다.

제드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자해로써 끊임없이 호소했다. 그가 없으면 살 이유가 없으니 맞는 말이기도 했다.

‘날 더 애처로워해 주길.’

찬란한 능력을 쓰며 집중하는 제드는 다비드의 진득하게 웃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알파벳을 열심히 외우던 제드의 허벅지 위로 다비드의 손이 올라왔다.

“대문자랑 소문자가 다르게 생겼어요.”

“그렇군. 네 손 밑에 있는 건 허벅지가 아니라 내 남근이다.”

알고 일부러 그 위에 손을 올린 다비드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슬슬 쓰다듬는 손길이 오늘도 공부하기는 그른 것 같았다.

선생님이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학생 뒤나 뚫을 생각만 하고 있다.

“중력 기계 끌까요?”

얼마 전 새로운 경험을 해 보자며 다비드는 중력 기계라는 것을 껐다. 제드는 몸이 떠오르는 기묘한 감각과 함께 신기한 경험을 했다.

중력이 사라진다는 것은 몸을 감싸는 무형의 힘이 사라져 한순간 공기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 재밌는 경험에 팔 힘으로 벽을 짚고 우주선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다비드는 살살 웃으며 그런 제드를 보다가 제안했다.

‘무중력 섹스할래요?’

고민의 순간은 짧았다. 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우주선 여기저기를 떠다니며 치르는 섹스에 절절히 후회했다.

수치스러운 것도 수치스러운 것이지만 허공에 떠다니는 정액을 보며 이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민망했던 지난 정사가 떠오르자 제드는 다리를 떨어 그의 손을 떨쳐 냈다.

“그건 계속 켜 두도록 해라.”

“그래요.”

선심 쓰듯 말하며 다비드의 손이 다시 제드의 남근 위로 올라왔다. 그는 포기를 몰랐다.

“이거 읽어 봐요.”

“Fuck me?”

“기꺼이.”

태블릿에 무엇인가를 쓰고 제드가 그것을 읽자 다비드가 몸을 겹쳐 왔다. 집요한 그가 밉지 않아 제드는 그를 받아들였다.

둘은 조종석에서 우주를 보며 난잡하게 뒹굴었던 적도 있었다. 정말 우주선 안에서 안 해 본 곳이 없다.

밤낮없는 어두운 우주에서 제드는 다비드에게 우주선이 지겹다고 말했다.

다비드는 그 말을 듣고 제드 옆에서 하릴없이 보내던 일과의 일부를 우주선 조종으로 대체했다.

그렇기에 지구에 3년 만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다비드와 우주선에서 지내는 3년은 재밌기도 했지만, 너무 어두운 정액 범벅 일상이었다.

제드는 회상하던 것을 그만두고 뜨겁게 타오르는 인공 태양을 바라보았다. 눈이 아플 만큼 내리쬐는 햇볕과 뺨에 닿는 바람, 소음, 냄새, 인기척을 가만히 느꼈다.

* * *

“변함이 없군.”

1지구나 다비드의 저택이나 모두 변함이 없었다. 에든이 59년이 흘렀다고 했지만, 너무 그대로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4년 만에 돌아왔는데 왜 지구는 59년이 흐른 거냐.’는 제드의 질문에 에든은 플라잉카에서 내내 설명했다. 제드는 알아듣지 못했고 다비드는 지루하다며 에든의 말을 잘랐다.

59년은 무척 긴 시간이었지만,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400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건축물이나 교통로 등의 발달을 멈춘 지 한참이나 지난 상태였기에 눈에 띄는 발전은 없었다.

멘가와 함께 사라졌던 제드는 그 후 다비드가 이 저택을 거의 부순 것을 알지 못했기에 관리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택 안에서 버그와 감자가 나왔다. 제드는 그들이 반가워 활짝 웃었다.

“너만 늙었군. 그래도 근육은 그대로다.”

에든은 변함없는 저택에서 다비드, 제드, 버그, 감자를 둘러보았다.

정말 자신만 나이 먹은 모양새에 추억과 씁쓸함에 잠겨 들었다. 그 추억은 모두 상사의 뒤치다꺼리였지만, 조금 그리웠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어도 근육은 영원한 법입니다.”

중년의 나이에도 딱 붙는 정장을 입은 그는 취향도 한결같았다. 두꺼운 목과 빡빡 깎은 머리까지. 그의 오른쪽 눈 옆으로 생긴 작은 흉 외에는 똑같았다.

“제드 님.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부디 말해 주십시오.”

“알겠다.”

에든은 다비드보다 제드에게 충성할 것을 다짐했다. 나이를 먹으니 눈치만 늘었다. 결혼하고 쌓인 노련미로 둘 중 누가 더 권력을 쥐고 사는지 딱 보니 알겠다.

다비드는 제드 빼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심보 가득한 얼굴로 계속 툴툴거렸다.

저 멀리 보이는 철 담 밖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안드로이드가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정리하는 것들이 보였다.

“저들은 누구지?”

1지구의 분위기는 다비드가 사라지고 한참이나 흉흉했다. 다비드의 이미지는 추락하다 못해 내핵을 뚫고 비호감이 되었다.

“아마… 구경하러 모인 사람들 같습니다. 돌려보낼 테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행성 이주 프로젝트를 내팽개치고 우주로 나간 다비드는 언론에서도 보호해 주지 않았다. 모두가 다비드를 ‘자기 혼자 살기 위해 도망친 개새끼’라며 헐뜯었다.

그의 사진을 이상하게 합성해서 찢어 버리거나 태워 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까.”

모두의 기억 속에서 ‘천하의 개새끼’로 낙인찍힌 다비드가 이주 가능한 행성을 발견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된 이후, 그의 이미지는 내핵을 뚫고 나와 다시 영웅이 되었다.

모두에게 다비드는 인류를 버린 것이 아닌 이주할 행성을 찾기 위해 59년이나 우주로 나간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다비드는 응접실로 들어가는 제드의 뒤를 졸졸 따랐다.

에든은 그 모습이 꼬리를 흔들며 뒤를 쫓는 감자와 비슷한 모양새라고 생각했다.

“1지구회 의원들께서 화상 회의를 요청하셨습니다.”

다비드가 회의에 참여할 것이라고는 조금의 기대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의원들의 뜻에 따라 전달했다.

“발견하신 행성에 대한 환경, 생명체, 문물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십니다.”

행성에 남겨 둔 로봇에게서 많은 정보를 전송받았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어 전송받는 시간이 길었기에 다비드가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으면 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귀찮다면 제발 화상 회의로 행성에 대한 정보를 대강이라도 말해 달라며 1지구회의 의원들은 매달렸다.

“좌표 알잖아요. 알아서 해요.”

둘의 대화를 듣던 제드가 자신의 행성은 자기가 제일 잘 알 터이니 믿고 맡겨 달라 말했다.

다비드는 제드가 의원들에게 호감을 받는 게 싫어 재빨리 말했다.

“내가 처리할게요. 제드는 신경 쓰지 말아요.”

역시나 제드에게 충성해야겠다. 에든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다비드는 의원들과 화상으로도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제드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켰다. 맞은편에 에든이 마주 앉았다.

“행성 이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행성 이름은 뭐로 할까요?”

에든이 다비드에게 묻자마자 다비드가 제드에게 물었다.

“이렇게 막 정해도 되는 거냐.”

“원래 발견한 사람이 짓는 거예요.”

제드는 소파 위에 올라온 감자를 보고 말했다.

“그럼 감자 행성이 좋겠다.”

다비드와 에든은 그의 말을 못 들은 체했다.

“제라드 행성이라고 할게요.”

“좋습니다.”

에든도 다비드의 말에 수긍했다. 의원이나 대중에게 새로 이주하게 될 행성의 이름이 ‘감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하니 ‘제라드 행성’이 좋겠다.

“내 이름을 땄군.”

오랜만에 제드의 어깨가 치솟았다. 그의 기분이 좋은 만큼 드넓은 가슴이 펴졌다.

“환경은 핵전쟁 이전의 지구와 비슷하고, 생명체도 인간이랑 흡사해요. 다른 점이라고는 제드처럼 능력자들이 많다는 것이고요.”

“많지 않다.”

다비드가 난리를 피우자 능력자 부대가 파견되었을 뿐 왕국에는 능력자가 많지 않았다.

다마치스 왕국뿐 아니라 행성 전체를 통틀어 능력자의 비율은 낮았기에 제드가 평민임에도 관리자 직급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제드 님처럼 치유자가 많은 겁니까?”

“그건 아니다. 대체적으로 공격, 방어, 치유 계열로 나누지만, 그 밖에 행정을 담당하는 능력자들도 있지. 정신 계열 능력자가 대부분 행정을 담당한다.”

“그렇군요.”

에든은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만약 지구인과 제라드 행성의 사람들이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어느 쪽이 우세할지 저울질하고 있었다.

막연히 지구인에게 우호적일 것이라는 희망은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에든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전쟁은 안 된다.”

제드도 우려하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지구인을 침입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곳과 달리 왕이 존재하고 절대적인 신분 차이도 존재하지.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닿아야 한다.”

“네, 1지구회에 당부드리겠습니다.”

에든은 확고하게 지구인이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제드의 태도에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이주하는 입장일지라도 의원들이 거만하게 제라드 행성의 거주민이 미개하다며 무시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러나 제드, 그리고 제드의 뒤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다비드의 말이라면 의원들은 맥을 못 추고 따를 것이다.

지구의 인류가 이주를 준비하고 제라드 행성에 도착하면 대략 몇백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날 것이기에 그 행성의 사람들도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제드 님의 행성에는 몬스터가 많다고 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몬스터가 골치라면 지구인이 그들을 처단하는 대신 작은 나라를 세우겠다고 협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몬스터는 많은 문제지. 개체 수가 많아서 없애도 계속 나온다.”

“지구인이 뇌파 기계를 삽입해도 그쪽 행성 사람들은 말을 못 알아들으니 언어를 배워 가야 할 거예요.”

다비드는 제 말뜻을 이상하게 통역하던 제드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군. 내가 사용하는 말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쓰이는 언어다.”

“잘 되었습니다! 그럼 제드 님이 언어 책을 하나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제드는 알파벳도 몰라요.”

언어를 배울 때마다 옆에서 방해한 인물이 할 말은 아니었다.

제드가 다비드를 흘기자 다비드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지 쿡쿡 웃어댔다.

“에든, 이제 퇴근해요.”

언어에 대한 문제는 차차 논의하기로 했다. 다비드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일 시키냐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퇴근 잘 시켜 주는 상사가 좋은 상사지만 59년 만에 본 사람에게 냉정하게 퇴근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너무했다.

“푹 쉬십시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일주일 후에 와요.”

“….”

“아니, 한 달은 쉬어야죠. 3년을 내리 운전한 사람한테 내일부터 일하라고요?”

3년 내내 운전하지는 않은 다비드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에든을 갈궜다.

“내일 와라. 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군.”

에든이 활짝 웃었다. 역시 실세는 제드다. 제드의 말에 다비드는 미미하게 웃는 얼굴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제드가 원하면 그렇게 해요.”

에든이 돌아간 후 다비드와 제드는 저택에서 간단한 건강검진과 미용을 받기로 했다.

우주선 안에 있던 로봇들에게 이발 기능은 없었기에 둘 다 머리가 어설펐다.

다비드는 제드가 자신의 헤어 스타일을 크게 망친 후 절대 그에게 이발을 맡기지 않았고 대충 가위로 잘랐다.

“너는 뭘 하고 보낸 거냐.”

제드의 머리카락을 잘라 주던 버그가 잠시 버벅댔다. 버그는 제드가 사라지고 다비드에게 하루 만에 해체되었다.

복구하지 못할 만큼 손상된 몸체는 폐기가 되었고 3달 전 에든이 새로운 기계에 데이터를 복구시켰다.

에든은 버그의 데이터를 조금도 지우지 않고 모두 복원시켰기에 다비드가 자신을 웃으며 분해하던 것 그대로 버그는 기억했다.

“저는 다비드 님께서….”

버그가 눈치도 없이 말할까 봐 다비드가 제드의 뒤에서 귀신처럼 웃었다.

아무리 눈치 없는 버그라지만 제 주인의 살의에 가득 찬 표정을 읽지 못하지는 않았다.

“저택에 계시지 않는 동안 쭉 대기 상태였습니다.”

다비드는 제드와 우주선에서 함께한 3년 동안 제드의 앞에서 그가 싫어할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해 봤자 불쌍한 척과 섹스를 조르는 일이 다였다.

“그렇군.”

짧은 시간 안에 제드의 머리칼이 깔끔하게 다듬어졌다. 이마를 가린 것은 그대로지만 지저분하지 않았다.

“고맙다.”

버그는 다비드의 머리칼도 깔끔하게 다듬었다. 두껍고 억센 제드의 머리카락과 다르게 다비드의 것은 부드럽고 촘촘했다.

제드는 다비드의 머리가 정리되는 것을 구경하며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잘 자르는지 감탄했다.

엉성한 헤어 스타일에도 반짝반짝 빛나던 다비드의 외모가 머리까지 깔끔해지자 더욱 빛이 났다.

“잘생겼군.”

제드의 가감 없는 말에 다비드가 눈을 휘며 웃었다. 꿀이라도 뚝뚝 떨어질 분위기에 버그는 조용히 가위를 내려놓았다.

“스캔하셔야 합니다.”

다비드가 후후 웃으며 제드의 손을 잡는데 버그가 눈치 없이 인체 스캔 기계에 들어가야 한다며 다비드에게 말했다.

버그는 눈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기 힘든 안드로이드였다. 다비드는 다시금 저 로봇을 부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나는 나가 있어야 하는 거냐?”

“아니요. 여기 있어요.”

다비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훌훌 벗었다. 다비드는 남 앞에서 옷을 잘 벗지 않았지만, 제드는 예외였다.

제드가 곁에 없으면 차라리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것을 택할 정도였다.

그가 옷을 한 꺼풀씩 벗을 때마다 제드는 감탄이 나왔다. 지겹도록 본 몸이지만 굉장하다. 큰 근육이 아닌 살벌하고 견고하게 짜인 몸은 운동하지 않음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비드가 하의를 벗자 제드는 눈을 돌렸다. 이제는 너무 익숙한 것이다. 모양, 감촉, 맛, 속속들이 아는 저것은 제드가 쳐다보면 장소를 불문하고 발딱 섰기에 눈을 피한 것뿐이었다.

“왜 눈을 돌려요?”

“너무 쳐다보는 것도 이상하다.”

시중을 들기 위해 대기하던 버그가 다비드가 벗은 옷을 주워 들다 그의 아랫도리와 딱 마주쳤다.

버그의 입이 충격으로 벌어졌다. 버그는 다비드의 시중을 든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으므로 그의 남근도 초면이었다.

안드로이드의 머리에 주입되는 인간의 인체에 대한 각종 데이터에서도 저런 것은 없었다. 받아들이는 데 약간의 로딩 시간이 필요했다.

그 홀린 듯한 시선에 팔짱을 끼고 있던 제드가 버그의 눈을 가렸다.

“훌륭한 모양과 대칭이지만 크기가….”

버그가 말을 잇기 전에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려 입을 막았다. 눈을 가리던 손이 없어지자 버그의 시선이 다비드의 것에 콱 꽂혔다.

“대왕 소시지….”

제드의 왕 소시지가 가장 큰 소시지인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더 큰 것이 있었다. 버그는 곧 그것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살짝 뒤로 물러났다.

크기가 거대해서 걸을 때마다 묵직하게 흔들렸다. 따로 생명을 가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였다.

“만지지 말아요.”

다비드는 버그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치웠다. 제드는 버그의 손에 들린 옷을 빼앗아 다비드의 허리에 둘러 주었다.

“너도 내보이지 마라.”

어디서든 훌훌 벗는 제드가 그렇게 말하자 다비드가 웃었다. 버그는 무생물이라 신경 쓰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제드가 자신의 벗은 몸을 신경 쓰자 기분이 좋아졌다.

“왜 그렇게 한결같이 귀여운 거예요?”

달달하게 웃는 다비드를 보자 버그는 있지도 않은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허리에 두른 옷이 뚫릴 듯 불룩해졌다.

‘저기서 더 커질 수 있구나.’

버그는 인간의 신체는 신비롭다고 생각하며 새롭게 안 사실에 대해 저장했다.

* * *

다음 날 에든은 제드의 아이디 카드를 만들어 왔다. 지구인이 된 것 같다며 제드는 기뻐했다. 몸 안에 내장하는 아이디 카드는 다비드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생체 이식 아이디 카드는 그 사람의 신분을 증명해 주지만 1지구회에서 위치 추적 등 불법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이 많기 때문이었다.

“봉사요?”

“그래. 이주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하겠다.”

다비드는 이 상황이 탐탁지 않았다. 행성 이주를 할 사람은 분명 특권층일 것이다.

지구의 수명은 400년도 남지 않았고, 특권층만 제라드 행성으로 이주할 터였다.

남은 인류는 지구에 남아 살아갈 것이다. 지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후손은 되도록 보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질 것이다.

특권층이 사라진 지구는 로버 소굴이 될 수도, 어쩌면 더 평화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지구가 멸망하지 않으니 행성 이주에 자신들도 데려가라며 1지구를 공격하는 로버들은 없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제드는 특권층이 없어진다면, 할렘가나 마찬가지인 10지구부터 13지구의 사람들을 1지구로 이사하게 하고, 차차 그들이 풍족하게 머물 수 있도록 돌봐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다비드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에 제드가 신경 쓰는 것이 너무 싫었다.

싫다고 반대해도 제드는 ‘남을 도와야 한다.’는 지론은 변함이 없었고, 결국 다비드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봉사도 하고 글도 배우고 언어 책도 만들고, 제드는 아주 바쁘네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아주 진하게 웃으며 빈정댔다. 다비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이었다. 종일 들러붙어 있어도 만족할까 말까인데 무슨 봉사를 한다는 것일까.

물론 다비드는 제드가 가는 어디든 따라갈 것이다. 그러나 우주에 단둘이 있을 때가 아니라 타인과 함께하는 것이 싫었다.

그를 독점할 수 없는 것도 싫었고, 그의 관심을 다른 이와 나누는 것은 치가 떨렸다.

어떻게 해야 제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머리를 굴려 보아도 그가 행복하다는 일을 말려서 미움받고 싶지도 않았다.

다비드의 스트레스 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에든은 눈치껏 둘이 해결하라는 듯 응접실에서 나가 버렸다.

“섭섭해하지 말아라.”

“내가 지구인을 얼마나 죽여야 나만 봐줄 거예요?”

“안 죽여도 너만 보인다!”

제드는 다비드를 끌어안았다. 그의 육체에 갇히니 예민하던 신경이 한결 누그러들었다.

“몸으로 그래도 소용없어요.”

소용없다고 말하는 것에 비해 불안과 스트레스로 떨리던 몸이 조금 나아졌다.

제드가 두툼하고 너른 가슴이 얼굴을 폭 감싸자 다비드는 저도 모르게 그의 허리를 꼬옥 안았다.

“이런 식으로 달래지 말아요.”

좋아 죽겠으니까. 다비드는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앉은 자세로 포옹을 받던 다비드가 제드의 엉덩이를 받치고 번쩍 들었다. 이제 들리는 것이 익숙해진 제드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이러면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

“뭔데 그러냐.”

“결혼해요.”

제드의 말문이 턱 막혔다. 지구에서는 동성끼리 결혼이 된다. 우주선에서도 다비드는 제드에게 결혼하자고 여러 번 말했다.

그때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

“나랑 결혼해 줘요.”

결혼해 주세요. 다비드가 속삭였다. 가슴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제드를 간절하게 올려다보았다. 이런 얼굴로 말하면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지.”

제드의 말에 다비드가 세상을 다 가진 듯 예쁘게 웃었다.

* * *

언론에서 제라드 행성의 발견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푸른 구슬이라 불리던 지구의 옛 모습과 비슷한 모양에 모두가 반색했다.

행성의 기후와 지구와의 거리, 거주민이 인간과 거의 흡사한 존재라는 것까지 알리자 지구인의 대가 끊기지 않게 되었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외계생명체가 인간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에 실망하는 오컬트와 공상과학 마니아들도 등장했다.

그리고 제라드 행성의 이름을 따온 ‘아이삭스 제라드’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는 외계인이었고, 신비한 치유 능력을 가졌으며, 다비드의 배우자였다.

- 어린 시절, 제가 보육원에 있을 때 치유해 주셨습니다. 멋진 분이셨어요.

- 내가 줌바 댄스를 추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는데 그가 치유해 줬었지!

과거 제드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찾아낸 언론이 그들의 인터뷰를 뿌렸고, 제드의 인기는 높아졌다.

영화에서만 보던 신비한 치유 능력을 가진 미지의 존재. 멀리서 제드를 촬영한 사진이 유포되자 다비드의 눈이 돌았다.

사진을 인터넷에서 급히 내렸지만, 제드의 얼굴이 팔린 건 한순간의 일이었다.

다비드는 이를 갈며 제드는 자신과 결혼한 사이라고 처음으로 언론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중들은 난리가 났다.

- 다비드 폴머, 아이삭스 제라드 부부 선언

- 다비드 폴머 충격! 외계인과 결혼!

- 미남 부부의 탄생

59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 다비드의 성격을 간과한 매체들은 다비드의 저택 앞에 와서 사진을 찍어 댔다.

다비드가 기계 슈트를 입고 그들을 죽이기 전에 에든은 폴리스를 불러 그들을 잡아갔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무력을 통해 잡아가고 합의도 없는 통에 곧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저택 앞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치료 기계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제드가 타 지구에 갈 때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갔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호감을 표하는 이들 때문에 다비드의 자해하는 버릇이 늘었다.

“우리 결혼식 올리는 걸 생중계로 내보내요. 그리고 제드 근처에 얼씬거리면 다 죽여 버린다고 공식 발표해요.”

“치유하러 갔다가 다 죽이고 올 일이냐.”

다비드는 그가 봉사하러 갈 때마다 질색했다. 그의 불안증이 도지자 제드는 어쩔 수 없이 나가는 횟수를 줄여야 했다.

다비드는 제드가 수락한 날 혼인신고는 진즉에 했고, 결혼식은 성대하게 올릴 예정이었다. 그것을 정말 생중계할 생각이었다.

제드는 내 배우자니 눈독 들이지 말고 썩 꺼지라는 경고였다. 그러나 제드는 결혼식 올리는 것을 거절했다.

“어차피 결혼한 사이라고 발표했으니 따로 식은 올리고 싶지는 않다.”

제드는 남자끼리 식을 올리는 게 조금 껄끄럽고, 불편했다. 이곳에는 가족은 물론 지인도 없으니 식장에 올 사람도 없다. 다비드도 마찬가지였다.

부를 사람도 없는데 굳이 식을 올리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말했다. 제드의 동생 또한 전쟁 때문에 간소하게 치렀다. 자신도 그저 조용조용하게 보내고 싶었다.

다비드는 제드를 내 것이라고 만천하에 보여 주고 싶은 마음 반, 저 멋진 남자를 보여 주지 않고 꽁꽁 감춰 두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자신이 크게 결혼식을 하고 싶대도 제드가 원치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알겠어요.”

다비드는 언론에 자신과 제드가 결혼한 사이라는 것을 꼭꼭 강조하라며 엄포를 놓았다.

한동안 둘의 결혼 소식은 지구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제 그만 줘도 된다.”

흰옷을 백 벌 선물한다던 다비드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제드의 드레스룸은 물론이고 기계 슈트를 두었던 지하실을 비우고 제드의 하얀 옷으로만 가득 채워 주었다.

“싫어요?”

“그럴 리가!”

제드는 흰옷에 파묻혀 근육을 씰룩대며 좋아했다. 다비드는 제드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예물이라면서 선물 공세를 이었다.

플라잉카는 물론 반지, 시계, 목걸이, 팔찌, 귀를 뚫지 않아 난생처음으로 귀찌까지 선물 받았다.

“난 액세서리 안 한다.”

“알겠어요.”

제드의 말에 다비드는 시무룩해지는 대신, 다음 날 집을 선물했다. 무려 옷장으로 사용하라며 저택의 바로 옆집을 사 버렸다.

“결혼식도 안 올렸잖아요. 받아도 돼요.”

제드가 죽어 가던 다비드를 구해 준 후 받아야 마땅했던 대가다. 다비드는 원한다면 다른 행성을 정복해서 제라드 행성2를 만들어 준다고까지 말했다.

“그만, 되었다.”

다비드가 구매한 보석과 부동산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그가 배우자를 대단히 아낀다며 떠들었다.

지구 사람 중 다비드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고, 다비드가 떠난 후 태어나 다비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멋있다고 말했다.

행성 이주민들이 우주로 나간 후 13개의 지구는 통합될 예정이다. 지구 통합을 반대하던 특권층의 대부분이 빠지면 최대한 평등하게 지구의 편의를 나누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모든 것은 제드의 의견이었고, 다비드는 그를 지지했다.

“신혼여행 가야죠.”

바쁜 나날을 보내는 제드에게 다비드는 여행을 가자며 졸랐다.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 뻔한데 둘만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에든은 3년의 우주 생활이 신혼여행 아니었냐며 씁쓸하게 웃었다. 타 지구에서 아픈 이들을 돌보는 제드의 근처를 맴도는 다비드는 점점 포악해졌다. 예민한 상사의 신경 줄이 누그러지도록 에든은 관광지 예약 목록을 몰래 띄웠다.

“나는 여행을 해 본 적 없다.”

제드는 살면서 여행이란 것을 해 본 적 없었다. 휴가 때는 집에서 쉬기만 했지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한 적도 없었다.

1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관광지가 봐줄 만하다며 다비드가 제드를 꼬셨다.

제드는 다비드의 제안을 수락했고, 처음 가는 여행에 설레했다.

“출발하지.”

여행 당일, 흰 티에 하얀 슬랙스, 새하얀 벨트에 모자, 샌들까지 착용한 제드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비드는 어디에 처박혀 있었는지 모를 하얀색 모자까지는 참을 수 없는지 조심스럽게 뒤에서 벗겨 냈다.

“왜 벗기냐.”

다비드가 가볍게 제드의 입술을 빨았다.

“입 맞추기 어려우니까요.”

플라잉카에 오르며 다비드는 지구에 돌아온 지 몇 달 만에 제드를 독점하는 기분에 푹 빠졌다.

제드는 바빴고, 다비드는 서운하고 불안했다. 매일 제드와 뒹굴고만 싶은데 제드는 능력을 많이 써서 피곤했는지 집에 돌아오면 잠에 빠지기 일쑤였다.

다비드는 제드가 다른 이를 위해 치유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싫어 값비싼 재생 기계와 수술 기계를 몇백 대 구매해서 타 지구에 무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그런 노력에도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많았고, 제드는 바쁠 수밖에 없었다.

다비드는 모처럼 얻은 둘만의 달콤한 휴가가 퍽 좋았다.

“아름답군.”

플라잉카 밖으로 보이는 전경에 제드가 감탄했다. 핵전쟁 이후 바다는 소멸했다. 1지구의 어느 부자가 실제로 존재했던 섬과 바다를 따라 만든 인공섬이 바로 이곳 ‘뉴마나가하’였다.

나무가 우거진 숲과 새하얀 백사장, 파도치는 바다와 새파란 하늘은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뉴마나가하는 1지구 안에 존재하기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제드가 플라잉카에서 내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로 이사 올까요?”

제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에 다비드는 뉴마나가하 섬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지 말고 자주 오자. 너무 좋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제드의 허리를 끌어안자 대기하고 있던 안드로이드가 둘을 맞이했다.

“여긴 우리밖에 없어요.”

뉴마나가하는 로봇과 안드로이드가 관리했고, 손님만 인간이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권층에게 적합한 관광지였다.

제드도 오랜만에 다비드와 둘이 보내는 것 같아 좋았다. 다비드의 웃음이 음흉했다.

안드로이드의 안내에 따라 백사장을 걸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흙이 샌들 속으로 들어왔다. 햇볕은 강한데 바람은 시원해서 덥다는 느낌은 없었다.

“여기서 묵는 거냐?”

“마음에 들어요?”

곧 새하얀 몸에 파란 지붕을 가진 휴양주택이 보이자 제드는 다비드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입을 떡 벌렸다.

잔잔한 인공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휴양주택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새파란 하늘과 바다와 같은 색상인 지붕과 새하얀 백사장과 같은 색의 주택은 더러움 하나 없을 것같이 청량해 보였다.

내부도 하얀 석재로 구성되어 있었고, 곳곳에 식물과 노란색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창문을 모두 열어 놓아 밖의 파란 바다의 풍경이 그림을 걸어 놓은 듯했다.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도 하얀 소파가 마련되어 있었다.

“너무 좋다.”

제드가 좋다고 연발하자 다비드의 광대가 소복하게 솟아올랐다. 데려오기를 잘했다.

“근데 글 선생을 따로 둬야겠다.”

“…뜬금없는 것 알죠? 내가 가르쳐 주는 게 싫어요?”

“진도가 안 나가지 않냐.”

손만 스쳤다 하면 배가 맞는 바람에 제드의 글솜씨는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 언어 책을 만들 수 있을지 어림 잡히지 않았다.

“여기서 일 얘기 하지 말아요.”

제드의 허리에 팔을 두르는 다비드는 조금 삐친 표정이었다.

“알겠다. 갑자기 생각나서 말한 거다.”

다비드가 두른 팔에 손을 잡고, 제드는 고개를 돌려 그의 눈과 뺨,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침대가 푹신한지 확인해 봐요.”

“오자마자 말이냐.”

“시간은 많으니까 관광지 구경은 내일 해도 돼요.”

그의 말은 일리 있었다. 제드가 낮게 웃으며 그와 함께 침대가 얼마나 푹신한지 확인하러 침실로 향했다.

짐을 들어 주고 휴양주택까지 안내한 안드로이드는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군.”

침실도 새하얗긴 마찬가지였다. 구김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하얀 이불 커버를 손으로 쓸자 사각거렸다.

제드는 다비드의 손을 풀고 침대에 무릎걸음으로 올라갔다. 창틀에 팔을 기대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건 나중에 봐요.”

침대에 올라와 제드의 뒤에 몸을 겹친 다비드가 그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눈 부신 한낮의 햇살을 받은 다비드는 살아 움직이는 조각상 같았다.

“그래. 풍경은 중요한 게 아니지.”

아름다운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가 제드를 원하고 있었다. 제드는 입을 열고 다비드의 혀를 받아들이고 빨았다.

“여기 재생 기계 있어요.”

“훌륭한 관광지로군.”

과격하게 즐겨도 걱정 없었다. 다비드는 웃으며 주머니에서 윤활제 역할을 하는 알약을 한 움큼 꺼냈다.

“…많이도 챙겼군.”

다비드는 요망하게 웃었다. 제드가 자신의 가방에 옷 대신 알약만 가득 채운 것을 안다면 질색할 것 같았다.

다비드는 익숙하게 제드의 옷을 벗겨 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벗길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드러난 제드의 육덕지고 큰 몸에 군침이 돌았다. 무릎으로 서 있던 제드를 침대 위에 눕히고 다비드가 그의 몸 위로 올라왔다.

“어때요? 침대는 푹신해요?”

“더 해 봐야 알 것 같다.”

제드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다비드의 숨이 거칠어졌다. 옷을 훌훌 벗자 다비드의 묵직하게 발기한 성기가 드러났다.

벌써부터 들어가고 싶어 안달 나 심줄이 돋아난 통통한 것은 급해 보였다.

제드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은 다비드가 입에 알약을 넣고 상체를 숙였다.

발기한 성기를 부드럽게 쥐어흔들고는 그 아래 위치한 보드라운 고환에 입을 맞추고, 앙다물린 구멍을 더듬었다.

“하읏.”

제드는 다비드의 혀가 주름을 핥자 신음을 흘렸다. 그의 혀가 키스하듯 주름을 핥고 혀를 뾰족하게 세워 안을 찔렀다.

다비드의 입에서 서서히 녹아 가는 알약이 질척이며 제드의 구멍 입구를 적셨다.

다비드는 정성스럽게 핥으면서도 참을성 없이 알약 두어 개를 제드의 구멍에 찔러 넣었다.

“이 정도로 넣었으면 찢어지진 않겠죠.”

“찢어져도 된다.”

방금 들은 말이 맞나 싶어 다비드가 제드의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제드는 발긋하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재생 기계 있지 않냐. 너 박고 싶은 대로 박아라.”

제드의 허락이 떨어지자 가학심과 함께 자제력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성욕이 들끓었다.

구멍을 더 늘리기 위해 제드가 손가락을 이용해 안을 벌리고 헤집자 다비드의 목울대가 끊임없이 꿀렁였다.

그는 제드의 손을 치우고 복숭아같이 동글한 귀두를 구멍 입구 슬슬 문지르고는 천천히 삽입했다.

“흐으….”

“힘 풀어요.”

제드는 양손으로 엉덩이 구멍을 벌려 다비드의 심줄 돋은 성기가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왔다.

거침없이 꾹꾹 누르며 삽입할 때마다 다비드의 등과 엉덩이 근육이 바짝 수축했다. 제드는 삽입이 수월하도록 다비드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바짝 당겼다.

“하으. 안에 닿았어요….”

제드의 울퉁불퉁하고 착 감기는 속은 일품이었다. 미끌거리고 끈적한 윤활제 때문에 음경과 구멍 사이에 기포가 생겼다.

어느 정도 깊게 삽입이 되자 다비드가 성기를 쑥 뽑았다가 안으로 퍽, 처넣었다. 제드가 느끼는 곳을 너무도 잘 아는 다비드는 무서운 표정으로 끈질기게 자극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찌르면 쌀 것 같다.”

“제드 구멍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박을 거예요.”

다비드는 제드가 느끼다 못해 고통스러워할 때까지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항상 제드의 몸을 생각해서 조절하던 다비드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자신의 욕심대로 그를 헤집기로 했다.

다비드의 커다랗고 긴 성기가 깊게 삽입되자 탱탱한 고환이 제드의 옹골찬 엉덩이에 닿았다.

다비드는 제드의 배가 제 성기가 찌르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홀린 듯 보며 허리를 쉬지 않았다.

며칠 동안 풀지 못한 제드는 다비드가 느끼는 곳을 양심 없이 찌르자 금방 사정했다.

“속이 움찔거려요.”

턱과 입술까지 튄 정액을 핥으며 다비드는 제드의 한쪽 다리를 품에 안고 그의 몸을 약간 돌려 박기 시작했다.

제 다리 한 짝을 안고 어슷하게 성기를 박자 제드가 자지러졌다.

“하읏. 천천히! 다비드!”

“제드 얼굴이 야해요.”

다비드가 제드의 성기를 잡고 빠르게 쳤다. 사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기가 불끈하며 요도 끝에 모여 있던 정액을 질질 흘렸다.

“제드. 제드.”

아래는 뚫리고 성기는 잡히고, 울 듯이 느끼는 제드를 내려다보는 다비드의 입이 찢어져라 올라갔다.

흔들거리는 가슴이 훌륭하다. 입 안에 맴도는 제드의 정액이 향긋했다.

제드가 사정감을 참으려 힘을 주자 다비드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성기가 잡아먹히는 것 같았다.

제드의 장 깊숙한 곳에 울컥 사정하며 다비드는 오싹한 쾌락에 떨었다. 눈을 찡그리며 입술을 물고 정액 한 방울까지 그의 안에 짜냈다.

사정하는 다비드의 얼굴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제드의 눈에 박혀 들었다. 다비드는 항상 안에 사정할 때마다 저런 잡아먹을 것 같은 얼굴을 했다.

“하아. 그렇게 조이니까 또 섰어요.”

다비드는 성기가 잘 죽지 않으면서 매일 제드 때문에 섰다고 말했다. 제드는 배가 더부룩할 때까지 사정한 다비드를 끌어안고 그의 입을 혀로 쓸었다.

제드는 다비드가 요즈음 많이 참은 것을 알았다. 섹스 횟수도 줄었을뿐더러, 녹초가 된 제드를 배려했다.

섹스뿐 아니라 다비드는 제드의 요구에 맞춰 봉사에도 따라오고 각종 단체에 후원하고 아낌없이 지원했다. 물론 다비드가 분리불안을 못 견뎌서 따라다닌 것이었지만, 자신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 것인 것을 모르지 않았다.

제드는 그가 정말 고마웠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혀가 깊게 섞일 때마다 다비드의 높은 코가 제드의 뺨을 눌렀다. 다비드가 허리를 움직이며 다시 추삽질을 시작하려고 하자 제드는 그의 가슴을 밀었다.

“후우, 앉아라.”

자신을 눕히고 위로 올라오는 제드를 보고 다비드는 기대감에 손끝이 떨렸다.

큰 가슴에 정액 몇 방울을 묻힌 제드가 다비드의 음경을 슥슥 문지르고는 다리를 벌려 그 위에 앉았다.

“흐음.”

“제드… 들어가요.”

엉덩이 사이로 성기가 꾸역꾸역 들어가는 것이 다비드의 눈에 선명히 박혀 들었다.

뒤로 팔을 기대고 다비드의 눈앞에서 다리를 활짝 벌린 제드가 허리를 움직였다. 그 모습에 다비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사정감을 참아야 했다.

그의 몸짓을 감상하기만 해도 쌀 것 같은데, 제드의 촉촉하고 울퉁불퉁한 속은 사정없이 성기를 죄였다.

성기를 꽉 문 구멍이 미끌거리는 윤활제 덕에 쑤컹거리며 드나들자 다비드가 제드의 허리를 잡고 아래로 콱 눌렀다.

“읏!”

제드는 배에 기둥이 꽂힌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배가 성기 모양으로 불룩 솟은 채 바들바들 떨었다.

“너어… 너.”

제드는 고통과 쾌감에 눈물이 맺힌 얼굴로 다비드를 보았다. 다비드는 사정하며 제드의 통통하게 솟은 젖꼭지를 깨물었다.

“원하는 대로 박으라면서요.”

맞다. 제드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 이번 휴가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비드에게 맞춰 주기로 한 자신을 탓했다.

제드가 다비드의 성기를 빼내려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 했지만, 다비드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놔라.”

“어디 가게요?”

“두 번씩 싸지 않았냐. 좀 쉬었다가….”

제드의 말은 다비드의 입맞춤으로 하여금 사라졌다. 다비드는 제드의 구멍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박을 작정이었다.

제드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지도 몰랐다. 거의 울 듯이 다비드에게 매달려 흔들리다 까무룩 기억이 끊겼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몸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아래가 축축하고 간지러웠다.

쫍, 쫍.

뻐근한 목을 들고 아래를 보자 다비드가 제드의 성기를 맛있게 물고 우물거리며 빨아 대고 있었다.

“이제 정신 차렸어요?”

제드의 성기를 빼자 다비드의 입술이 번들거렸다. 얼마나 빨아 댔는지 음경이 붉어져 있었다. 정액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짜내진 성기는 발기되어 있었지만, 잔뜩 예민해져 아플 정도였다.

“손 떼라.”

걸걸하고 갈라진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계속 박으면 정신 못 차릴 것 같아서 잠깐 뺐어요.”

제드가 정신을 차리자 다비드가 다시 처음처럼 발기한 것을 꾸역꾸역 넣었다.

“큭.”

“이제 나올 것도 없죠?”

전립선을 찌르자 제드가 바들바들 떨었다. 이제 정말 한 방울도 나올 게 없었다.

침대는 푹신하지만 지나치게 축축했다. 누군가 소변이라도 싼 것처럼 푹 절어 있었다.

“여기 아래도 이제 안 다물려요. 내가 싼 정액만 질질 흘리고 있어요.”

제드는 후들거리는 손을 들고 다비드의 가슴을 밀었다. 다비드의 목에서 소름 끼치는 그릉 소리가 났다.

“거부하지 말아요.”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허리가 거칠게 들썩거리자 제드는 혼미한 정신에 아차 싶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흣. 더 깊게 박아 줘라.”

제드의 말에 다비드가 흐물흐물 풀렸다. 전립선을 끈질기게 뭉그러뜨리자 제드가 얼굴을 구기고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쾌감을 넘어서 이제 고통을 느낄 지경이었다. 제드는 정액을 내보내지 않으면서도 허리를 뒤틀며 오르가슴을 느꼈다.

“아, 아프다, 이제.”

“제드. 사랑해요. 나한텐 제드밖에 없어요.”

다비드는 제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로 누르고 허리를 들썩거렸다. 제드의 입에서 죽는소리가 흘렀다.

“흐윽.”

“아아, 제드.”

머리를 휘몰아치는 사정감에 다비드의 미간이 미미하게 구겨졌다. 제드의 안에 한바탕 사정하니 웃음이 비실비실 나왔다.

허리를 돌리자 아래에서 쿨쩍대며 정액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과는 다르게 땀과 정액으로 범벅된 제드의 얼굴에 입 맞추며 이름을 불러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더 박고 싶은데, 박아도 되죠?”

아까 마음대로 박으라고 말했으니 계속 박아도 될 것 같았다. 다비드는 악마같이 웃었다.

쨍쨍하던 밖은 어느새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시끄럽지 않은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귀에 내려앉았다.

창문을 열어 놓았지만 춥지 않았고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는 무드 등에 제드의 피곤에 전 얼굴이 비쳤다.

성기를 빼니 제드의 구멍에서 정액이 후드득 떨어졌다. 엉덩이에 힘을 줘 구멍을 다물지도 못하고 정액을 줄줄 흘리는 게 퍽 섹시하다.

다비드는 제드의 얼굴 옆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그의 입을 조심스럽게 벌리고 귀두를 콕 박았다. 제드의 입이 찢어질 듯 늘어났다.

“빨아 줘요.”

지쳐서 기절하듯 잠든 제드는 미동이 없었다. 다비드는 아쉬운 마음에 제드의 손이 성기 기둥을 쥐게 하고 입에는 귀두를 머금게 하고 허리를 움직였다.

귀두 끝에 살짝 닿는 제드의 혀가 말랑거렸다. 목구멍 깊게 박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며 다비드는 제드의 입과 손으로 자위했다.

이 꼴리는 경험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눈도 깜박이지 않고 의식 없는 제드의 입에 드나드는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제드의 얼굴, 입, 가슴에 진득하게 정액을 싸고 다비드는 성기로 제드의 가슴을 문질렀다. 가슴골에 비비고 젖꼭지를 문대도 제드는 깨어나지 못했다.

“제드, 일어나서 아까처럼 위에서 내 좆 먹어 줘요.”

제드는 박고 싶은 대로 박으라며 호언장담했지만, 다비드의 미친 정력에 당해 내지 못했다.

다비드는 섹스가 아닌 시체에 박는 기분이었지만 제드의 몸에 두어 번 더 사정한 뒤, 제드를 재생 기계에 넣고 오매불망 그가 깨어나기를 기계 앞에서 기다렸다.

“너는 정말….”

“나는 만족 못 했어요.”

다비드는 휴가 내내 저 말을 반복했다. 우주선에서 둘만 있을 때보다 이 휴양지에서 더 자주 관계한 것 같은데 다비드는 제드가 바지를 입을 때마다 저런 말을 지껄이며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눈 뜨자마자 했지.”

“제드 눈 뜨기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해변에서도 했다.”

“그건 서로 빨아 준 거잖아요.”

“스파에서도 했군.”

오늘만 세 군데의 장소에서 했다. 모두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비드는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재생 기계에 들여보내고 싶지 않아 살살 한 탓에 제드의 구멍은 하루 종일 녹진하게 풀려 있었고, 정액으로 안은 촉촉했다.

다비드는 바지만 벗기면 수월하게 성기를 빨아들이는 제드의 구멍에 집착했다. 여기 온 내내 지금처럼 바짓가랑이를 잡고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제드가 없으면 불안해서 그래요.”

제드가 정색하니 가슴 사이에 얼굴을 비비며 불쌍한 척을 했다. 제드는 그의 자해 증세가 도질까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잖아요.”

“그래서, 오늘 내리 하지 않았냐.”

“지금 안 하고 있잖아요.”

그냥 계속 넣고 있고 싶다는 말이다. 제드가 미미하게 한숨을 쉬자 다비드의 얼굴이 굳었다. 혹시 그가 자신에게 질릴까 불안함이 들었다.

“알겠어요,”

그래도 아쉬운지 제드의 풍만한 가슴을 만지작댔다. 가슴이건 젖꼭지건 한참 예민하고 쓰렸다. 만지고 빙빙 돌리고 깨물어서 저릿저릿하다.

그래도 아랫도리를 혹사하는 것보다 나아 제드는 그가 만지는 대로 가만두었다.

“가기 싫어요. 여기 계속 살까요?”

제드는 적당히를 알았다. 여기 둘만 있다가는 복상사할 것 같아 다비드의 투정을 무시했다.

“생각해 봤다.”

“무엇을요?”

“행성 이주 말이다.”

“일 얘긴 하지 말자니까요.”

다비드는 일도 싫고 오늘이 휴가 마지막인 것도 아쉬워 금세 뾰족하게 굴었다.

“나랑 지구에 남는 건 어떻게 생각하냐.”

“지구에요?”

“그래. 나는 여기 남고 싶다.”

에든은 둘에게 물었다. 행성 이주를 할 것인지, 지구에 남을 것인지. 제드는 당연히 남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남을 것을 택했지만 다비드의 의견은 묻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당연히 제드의 곁에 남을 테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나는 지구에 남는 이들을 돕고 싶다.”

다비드와 제드의 수명보다 지구의 수명이 더 기니 남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또 저 인류애 넘치는 말에 다비드는 표정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제드는 아픈 사람이 그렇게 좋아요?”

“아니. 네가 더 좋다. 너는 내 배우자니까 함께 남았으면 좋겠다. 네가 이주하고 싶으면 널 따르겠다. 우리는 부부니까.”

그 말에 뾰족했던 다비드의 표정이 풀렸다.

“제드가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에요.”

제드는 정말 자신을 흐물흐물하게 녹이는 재주가 있다. 다비드는 기쁘게 웃었다.

<골드 닷(Gold Dot) 完>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