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7화 (137/137)

수호령(守護靈) (308) 종(終) 

종(終) 

한 여인이 있다. 아니, 여인이라기 보다는 흰머리가 상당히 많은 것이 중년 

을 지나 노년에 접어드는 노인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그런데 얼굴이 참 

곱다. 실제 그녀의 나이가 지금 칠순을 바라볼 정도니 말도 안 될 정도로 

젊어 보이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남자 꽤나 울렸을 듯한 여인이다. 

사십 정도로 보이는 얼굴로 그녀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는 손자들이 무엇인가로 다퉜다. 마침내 답이 내려지지 않는 

지 두 명의 손자들이 여인에게 달려왔다. 

"할머니, 지금 천하제일의 무인은 마교의 교주인 혈비웅(孑飛熊)이죠? 분명 

아버지가 그랬는데 아니라잖아요!" 

"무슨 소리야! 지금 검 한 자루로 무림에서 비무행을 펼치는 무진이 제일 

강하단 말이야! 그렇죠 할머니?" 

여인은 귀엽다는 듯이 두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혈비웅은 전 마교 교 

주인 혈무린의 아들로 지금 마교의 교주가 된 자다. 그리고 무진은 남궁세 

가에서 파문 된 무인인 남궁진이다. 

여인이 두 손자들을 양옆에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둘은 모두 강한 무인이란다. 아마 싸우면 자웅(雌雄)을 가리기 힘들겠 

지." 

"핏, 그러니까 싸우지 말라 이거죠?"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천하제일은 그 둘이 아니란다." 

"에? 할머니 그럼 누구예요? 그 둘이 아니면?" 

여인은 창 밖을 내다봤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꽤나 오랜 시간 전으로 거 

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던 여인은 옆에서 

졸라대는 손주들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 여운휘." 

"여운휘요? 그게 누구예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에 두 손주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버지가 무 

인인 탓에 꽤나 많은 고수들에 대해 들었지만 그 안에 여운휘라는 이름은 

없다. 

"있단다. 단신으로 마교를 휘어잡은 사내가." 

"말도 안 돼! 마교를 혼자서요?"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주의 볼에 뽀뽀를 했다. 그 둘은 할머니는 안 

중에도 없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여운휘라는 사내에 

대해서 말이다. 

여인은 상념에 잠겼다. 

한 남자가 생각이 난다. 꽤나 질긴 인연이었는데…… 무림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무사할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아는 한에서 

그에게 해코지를 끼칠 만한 자는 없다. 

하늘이 유난히도 푸르다. 가을의 하늘이라서 그럴까? 

'어쩌면 난…… 그를 사랑했을지도 모르지.' 

왠지 모르게 가슴속이 허한 느낌에 여인은 고개를 내렸다. 그녀는 믿는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여운휘는 살아 있을 게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금 만나게 될 거라고. 

'암, 우린 질긴 인연이니까.' 

그때가 되면 말할 거다. 

"오랜만이네."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말에 두 손주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여인 

은 그저 웃으면서 두 아이를 바라봤다. 

그녀는 다시금 하늘을 올려다봤다. 

과연 그가 알아줄까? 사무린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완(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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