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4/137)

수호령(守護靈) (305) 만류귀종(萬流歸宗) 

무림맹 쪽에서는 마교 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여운휘의 등장 탓이다. 무림맹의 무인 중 일부가 그의 모습을 알아봤다.

"진군휘야! 진군휘!"

"뭐?"

진군휘는 죽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진군휘다. 일반 무인들은 

죽은 줄 알았던 진군휘의 등장에 놀랐고, 수뇌부들은 다른 의미에서 당황

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교의 무인이면서 무림맹의 젊은 영웅이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 무림맹에서는 많은 고수들의 목숨을 던졌다. 그렇게 해

서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 자가 살아있다

면 무림맹의 위신이 땅으로 거꾸러진다.

"제길!"

종리회연은 보고를 듣고서 급히 앞으로 나섰다가 여운휘의 모습을 확인하

고 욕설을 내뱉었다. 여운휘가 멀쩡하게 살아서 무림맹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상한 물체를 손에 든 채로 무림맹의 앞을 가로막았다. 

몇 천에 달하는 무인이 움직일 수가 없다.

여운휘라는 단 한 사내 때문에.

여운휘는 멈춰 선 채로 앞에 있는 무림맹의 무인들을 주시했다. 그들은 움

직이지 못한 채로 자신을 바라봤다. 꽤나 많은 무인이 앞에 있거늘 왠지 

두렵지 않다. 

여운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라."

작은 목소리였지만 내공이 가득 실렸기에 그 소리는 사방으로 울렸다. 수

많은 무인들이 놀라서 말도 하지 못했다. 꽤나 거리가 먼데도 마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종리회연은 급히 뒤를 봤다. 어떻게든 이 난관을 타계

하기 위해서다. 그는 급히 손짓했고 몇 명의 무인들이 종리회연과 함께 앞

으로 걷기 시작했다.

종리회연은 점점 다가가다가 여운휘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

다. 처음 보는 자의 목이다. 머리카락을 쥔 채로 여운휘가 종리회연을 노려

봤다.

가까이 다가간 종리회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살아있었군."

"돌아가라고 했을 텐데."

"무리야. 이미 이곳까지 왔는걸."

여운휘는 뒤를 힐끔 바라봤다. 마교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대규모의 병력

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에 순간 움찔했던 종리회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몇 명의 무인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금방 여운휘의 옆에 다가왔다. 여운휘는 다른 사람에게 말도 하지 

않고 우문학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네."

말을 마친 우문학은 품안에 있는 종이를 꺼내 여운휘에게 밀었다. 여운휘

는 종이를 받으면서 옆에 있는 혈무린을 힐끔 바라봤다. 그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여운휘를 쳐다보고 있던 탓이다.

여운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목을 들어올렸다.

"이게 뭔지 아는가."

목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렇지만 이 목의 주인이 누군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운휘가 모두가 들릴 수 있게 내공을 주

입해서 말했다.

"천하제일이라는 일마의 목이다."

"뭐, 뭐야!"

웅성웅성!

그 목소리를 들은 자들이 사방으로 여운휘의 말을 전하면서 무림맹의 내부

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마라면 오십 년 이상을 천하제일이라는 이

름 아래 군림했던 자다. 그런 그의 목을 여운휘가 들고 있는 것이다.

"헛소리!"

종리회연은 급히 소리쳤지만 여운휘가 바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여운휘. 마교 소교주를 지키는 무사다. 그리고 난 무림맹에서는 

진군휘라고 알려졌던 무인이다."

여태까지 긴가민가했던 일이 터지면서 무림맹은 더할 나위 없이 소란스러

워졌다. 진군휘가 살아있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그가 마교의 무인이라고 

말하니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더욱 그러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여태까지 그들이 알던 진군휘라는 젊은 영웅은 마교의 무

인이라는 소리니까. 

그리고 그것은 곧 무림맹 수뇌층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무림맹의 한가운데에서 마교의 무인이 영웅행세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마교는 일마의 손에서 휘둘러졌다. 그는 마교와 무림맹 힘이 줄이기 위해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그런 일마는 내 손에 죽었다."

여운휘가 천천히 무림맹의 무인들을 훑어봤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말을 

이었다.

"더 이상 마교에게는 싸울 이유가 없다."

"닥쳐라 이놈!"

종리회연의 옆에 있던 노인이 급히 쌍장을 휘두르면서 여운휘를 향해 달려

들었지만 상대가 될 턱이 없다. 가볍게 비켜서며 휘두른 여운휘의 일장에 

노인이 뒤로 밀려났다.

"섣불리 움직이면 죽는다."

여운휘의 낮은 목소리에 노인은 움찔해버렸다. 단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그 속에서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실력 차를 느낀 것이다. 종리회연은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말이 맞는다 해도 우리는 물러날 수 없네. 우리 또한 소중한 피를 흘리고 

이곳으로……"

"그래. 바로 그렇게 피를 흘리게 한 자들이 일마의 수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여운휘의 그 한 마디는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무림맹의 안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운휘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개죽음이다. 여

태까지 목숨을 걸고 싸운 모든 것들이 우습게 되어 버린다.

"동요시키려는 것이오! 절대 흔들리지 마시오!"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종리회연이 크게 소리쳤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

작한 군중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여운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했던 

것이다.

여운휘가 종이를 들어올렸다.

"이 안에 그들의 이름이 있다. 일마의 수족으로 무림맹의 피를 흘리게 한 

놈들의."

"세 치 혀로 우리를 매도하지……"

"자신 있다면 가만히 있어라. 뭔가가 없다면 왜 내가 하려는 말을 막는 거

지?"

여운휘는 종리회연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때 옆에 있던 나이 지긋해 보이

는 노인이 말했다. 

"말해보게. 그리고 증명해보게."

무림맹의 원로 중 하나로 나이가 백수를 넘긴 무인이다. 이제는 거의 무림

에서 이름이 잊혀졌지만 한때 그의 무명을 모르는 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닌 자. 

화산일검(華山一劍) 풍천악(風天岳)! 

그가 입을 열자 모두가 침묵했다. 배분으로 치자면 이곳에서 그보다 높은 

사람은 없다. 

여운휘가 손에 들린 종이를 펼쳤다.

그곳에는 꽤나 많은 무인들이 적혀 있었다.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보던 여운휘가 마침내 한 사람을 불렀다.

"곽무환! 멸문 한 지존검파의 곽혁의 아들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의 아들

은 문파가 끝나는 그 날 죽었다. 원한다면 증인이 있지. 하인으로 있던."

곽무환이라는 이름이 불려지자 모두의 눈이 한 사람에게로 쏠렸다. 이름이 

불려진 곽무환이 바로 그다. 그는 당황한 듯이 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오! 무슨 소리요! 저 자는 지금……"

급히 손사래쳤지만 증인도 있다고 한다. 섣불리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사

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게 변했다. 

이것이 바로 군중심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의 마음에 의문을 주게 되면 그

대로 이야기하는 대로 끌려가기 쉽다. 더군다나 지금 정파의 무인들은 수

뇌부에 대한 강한 의심을 품게 되었다. 평소라면 귓등으로 넘길 만한 이야

기도 지금은 혹시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한다.

"사 년 전 개방의 무음개 살(殺), 일년 전에는 화산의 유훈 살(殺). 곽무환

의 손에 들린 것과 둘의 가슴에 박힌 조의 상흔을 비교해보면 바로 답이 

나올 걸. 결코 일반적으로 구할 만한 것이 아니라 따로 제작한 것일 테니

까."

화산의 무인들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한 수준이었지만 개방은 아니다. 거지

들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당장이라도 와서 죽여버리려는 듯한 눈빛이

다. 개방의 무인 하나가 곽무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내놔보시오."

"……"

"내놔보래도!"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자지만 그 상흔은 기억한다. 꽤나 잔인했던 손속에 

개방의 걸인들은 이를 갈았다. 더군다나 무음개라면 꽤나 자비로운 성품으

로 개방에서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시체로 발견되었

다.

곽무환은 눈에 띌 정도로 부들거렸다. 그러더니 급기야,

"비켯!"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곽무환은 공중으로 솟구쳤다. 조를 보여

주게 되면 단박에 그 일에 대해 들키고 만다. 어차피 그럴 거라면 차라

리……

퍼억!

그때 개방 방도 중 하나가 그대로 곽무환의 위로 솟구치더니 머리를 으깨

버렸다.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버린 시신을 보면서 그 걸인은 침을 퉤 하

고 뱉었다.

"개방도를 건드린 대가다."

말을 마친 걸인이 고개를 돌려 여운휘를 바라봤다. 개방의 장로 중 하나로 

그는 개방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자다. 그가 계속 해 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운휘가 말한 곽무환은 바로 도주하려고 했고 그대로 

개방의 걸인에게 목숨을 빼앗겼다. 죄가 없었다면 곽무환이 도망치려고 했

을 리가 없다. 무림맹의 간부급에 있는 자가 마교의 일마의 수족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꼴이다.

여운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애초부터 

처음으로 곽무환을 부른 것은 이 같은 일을 위해서다. 조사한 바로는 곽무

환은 이기심이 많다. 어떻게든 기회를 엿보는 자로 입을 다물고 자결을 할 

자가 결코 아니다. 

여운휘의 눈이 다시금 종이 위를 움직이자 모두가 그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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