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137)

수호령(守護靈) (282) 재기(再起) 

일이 있어서 다시 지방입니다^^;

다행히 써둔 분량이 있어서 이렇게 쉽게 글을 올리네요

비축분은 역시 있으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참 덥네요. 비라도 와야 할 것 같긴 한데..^^

사탕을 빨면서 요도가

                                              재기(再起)

남궁세가에서 나오자마자 여운휘와 남궁진은 말 두 필을 구해 안휘성을 벗어났

다. 안휘성에서 남궁세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다. 

그 탓에 그 둘은 허겁지겁 안휘성을 벗어난 것이다. 남궁세가를 벗어나서 처음으

로 객잔에 든 날 여운휘는 남궁진의 상세를 살폈다.

가부좌를 튼 남궁진의 뒤에 앉은 여운휘는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약하게 내공을 쏘아보냈을 뿐인데 남궁진은 괴로워했다. 여운휘는 등에 손을 댄 

채로 진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 가던 진기가 일정 지역에 이르자 막혀버렸

다. 

한참을 진기를 움직이던 여운휘가 눈을 떴다. 남궁진은 땀을 흘리는 여운휘를 보

며 안쓰럽게 말했다.

“그만두게. 이 점혈법은 워낙 독특해서 자네 혼자서는 힘들 걸세.”

“아니야. 너의 말대로라면 하루가 가면 갈수록 내공을 잃어. 이곳에서부터 혈교

까지 가려면 넉넉잡아 이십 일 이상은 걸릴텐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여운휘는 자신 때문에 이런 처지에 놓인 남궁진이 내공을 잃게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여운휘가 남궁진에게 물었다.

“혹시 점혈을 한 자가 의학에 능통한 잔가?”

“자네가 그걸 어찌 알았나? 남궁활이라는 어르신인데 의학에도 조예(造詣)가 깊

으신 분이시지.”

“역시였군. 그래서 풀 수 없었던 거군.”

“뭔가 알아냈는가?”

여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확답은 주지 못하고 대충 말했다.

“오일 안에 해결해 주지.”

그 말을 마친 후 여운휘의 원래 없던 말수가 더욱 줄어버렸다. 그 탓에 여운휘와 

같이 이동을 하는 남궁진은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옆에 있는 것은 목석 같은 사

내 하나 뿐이니 아니 그렇겠는가.

그렇지만 남궁진은 아무런 불만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혈교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약속한 오일 째가 되는 날 객잔에 들린 여운휘가 남궁진을 불렀다.

“앉아 봐.”

“왜 그러나?”

막 행장을 풀던 남궁진은 여운휘가 먼저 말을 걸어오자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

다. 여운휘는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네가 금제(禁制) 당한 점혈법을 오일 안에 해결해 준다고 했잖아.”

“아!”

남궁진은 그제야 기억이 나 버렸다. 여운휘가 오일만 기다려 달라고 말은 했지만 

그 후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아 잠시 그 말을 잊고 있었다. 남궁진이 침상에 걸터

앉자 여운휘가 등에 손을 얹었다.

그가 다시 진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 대로군.’

세상의 모든 것은 오행으로 표현 할 수 있다. 자연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람의 몸 

또한 오행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궁진의 혈도가 금(金)의 기운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금을 일러서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했다. 즉 생명을 죽이는 힘이 있다고 본 것

이다. 

사람의 인체로 치자면 금은 골조(骨組)다.

금의 기운은 화(火)에 약하다. 물론 그것이 오행의 기초라고는 하지만 여운휘가 

오일 동안 고민한 것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야 했어서다. 그리고 마

침내 지금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여운휘가 남궁진에게 주의하라는 듯 말했다.

“잠깐 고통스러울 거다. 기절하거나 하는 멍청한 짓 하지 마.”

남궁진이 채 대답도 하기 전에 쏘아진 무상회천진결의 화의 기운이 금으로 막힌 

혈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남궁진이 잔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크윽.”

“참아라.”

말을 마친 여운휘가 세차게 진기를 휘돌렸다. 금의 기운이 천천히 밀려나면서 그 

자리를 화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수(水)의 진기를 돌렸다. 불의 기운인 

화(火)를 죽이기 위해서다. 

이것도 중요하다. 수의 진기가 남는다면 토(土)의 기운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 

오행의 관계가 계속되면 될수록 남궁진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수의 진기에서 끝내야 한다.

금이 기운이 밀려난 자리에 대신하게 된 화의 진기와 수의 진기가 부닥쳤다.

마치 폭발하듯이 남궁진의 몸 안에서는 큰 충격이 일었다.

“우욱!”

그의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화의 진기가 수의 진기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다. 여운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계

속 진기를 돌렸다. 남궁진은 여운휘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로 그대로 진기의 움

직임을 도왔다.

마침내 여운휘가 손을 때자 남궁진이 털썩 쓰러졌다.

그는 침상에 엎어진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여운휘 또한 자신의 몸에 가득한 식은땀을 닦아 냈다. 상당히 세밀한 작업이었던 

탓에 여운휘조차도 긴장했던 것이다.

엎어진 채로 남궁진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봤다. 분명 아까 까지 와는 다르다. 

녹초가 되어버렸지만 이상하리만큼 개운하다. 

내공이 몸 안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점혈법이 풀려 버린 것이다.

“하, 하하!”

남궁진이 신나게 웃었다. 아니 기쁠까. 평생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던 내공을 느꼈는데. 그렇지만 지금의 내공은 미약했다. 물론 운공을 

한다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죽었던 목숨. 다시 시작하는 셈치면 되는 것.’

남궁진은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작정했다. 잃어버린 내공을 생각해봤자 마음만 

심란할 뿐이다. 아마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것이라도 어디인

가. 몇 년만 노력하면 잃어버린 내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맙네. 자네 덕분에 막혔던 기혈이 다시 뚫렸군.”

엎어진 채로 남궁진이 힘겹게 말했다. 이미 여운휘는 침상에서 일어나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운휘는 힐끔 남궁진을 바라봤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빨리 몸이나 추슬러. 내일부터는 쉬지 않고 움직일 테니.”

남궁진은 고개를 든 채로 중얼거렸다.

“이곳이 혈교……”

정파 남궁세가의 가주 후보이기도 했던 남궁진은 자신이 사파의 하나인 혈교에 

오게 될 줄은 얼마 전까지 상상도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커다란 현판에 붉게 적혀진 혈교라는 두 글자가 사람의 몸을 압도했다.

여운휘는 옆에 서 있는 남궁진을 툭 쳤다.

“들어가자.”

“그러세.”

남궁진은 여운휘의 옆에 바짝 붙어 따라 움직였다.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혈교 

안으로 들어간 여운휘는 우선 자신의 방에 가서 짐을 내려놓았다. 여운휘는 엉거

주춤 서 있는 남궁진에게 말했다.

“짐은 내려놔.”

“아, 그래.”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궁진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상외로 조용하고 깔끔하군.”

“사람 사는 데가 다 그렇지.”

“아니 나는 사파라고 하면 뭔가 음습한 분위기가 넘칠 줄 알았단 말일세. 그런데 

다른 게 하나도 없군.”

여운휘는 남궁진을 힐끔 바라본 후 하던 일을 계속했다. 보초를 통해 왔으니 곧 

철비상이 올 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철비상이 

찾아왔다.

“빨리 왔군 그래!”

갑작스럽게 나타난 철비상의 등장에 남궁진은 깜짝 놀랐다. 보통 사람보다 커다

란 덩치를 지니고 있고 그 걸음걸음마다 강한 힘이 실려 있다.

대단한 고수다.

여운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던 철비상이 이내 옆에 있는 남궁진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 소협이 남궁 소협이신가?”

“이제는 남궁이라는 성을 버렸습니다.”

여운휘가 아닌 남궁진이 대답했다. 그는 남궁세가를 나오면서 남궁이라는 성을 

부르지 말아달라고 여운휘에게 부탁했다. 더 이상 그는 남궁세가의 인물이 아니

라는 뜻에서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어서인 듯 하오. 난 철비상이라고 하외

다.”

“아, 철사자……”

남궁진은 앞에 있는 호탕해 보이는 사내가 철사자라는 사실에 놀라 버렸다. 그가 

들은 철사자 철비상은 극악무도한 마인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눈으로 본 철비

상은 쾌남아 같은 사내였다.

남궁진은 우선 포권을 취했다.

“저는 그저 무진(無振)이나 진이라고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그리하리다. 마음에 쌓인 울분이 있다면 털어 버리시오. 그게 나을 거요.”

말을 하면서 철비상이 씨익 웃었다. 그 모습에 남궁진은 조금이나마 마음에 품고 

있던 철비상에 대한 안 좋은 마음을 풀어버렸다.

철비상이 고개를 돌려 여운휘를 바라봤다. 대충 짐 정리를 끝낸 탓에 여운휘는 

막 침상에 걸터 앉았다. 철비상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없는 동안 중요한 일이 몇 있었네.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철비상의 모습을 보면서 여운휘는 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으니까. 

여운휘가 잘라 말했다.

“술이라도 한 잔 하자는 건가?”

“흐흐! 자네는 눈치가 빨라서 좋단 말일세. 새로운 손님도 한 분 오셨는데 술 한 

잔은 해야 하지 않겠나. 어떻소? 무진 소협.”

“저야 좋지요.”

남궁진 또한 웃으면서 답하자 여운휘는 알아서 하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잠시만 기다리게! 내가 시녀에게 말하고 오지.”

철비상은 밖에 있는 시녀에게 말한다며 걸어나갔고 남궁진은 그제야 여운휘를 

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시원시원한 사내군.”

“그래.”

“무림에서는 악하게 소문이 났는데 직접 만나보니 그건 아닌 모양일세. 아무래도 

사파인 탓에 정파 쪽에서 다소 왜곡시킨 듯 하군.”

남궁진은 철비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 시원시원한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이다. 

저런 사람은 누군가를 속이지 않는다. 

나갔던 철비상이 곧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리에 앉았다.

“곧 올 테니 우선 앉지. 그간 있었던 것은 술상이 온 후에 하겠네. 혹여 말이 샐

지도 모르니 말이야.”

비록 이곳에 올 것이 시녀라 하지만 괜한 말을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비밀은 작은 곳에서부터 세어나가곤 한다. 그러한 일을 없애기 위해 철

비상은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다. 

철비상은 그것을 대신해서 남궁세가에 갔던 일에 대해 물었다.

여운휘는 대충 남궁진을 구해오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대무원을 

가볍게 쓰러트린 대목에서는 남궁진이 놀랐다. 쓰러져 있는 사대무원을 보기는 

했지만 여운휘의 말을 들어보니 너무나 간단하게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자네 무공이 많이 늘은 모양이군. 사대무원이라면 그리 쉽지는 않았을 텐데

……”

남궁진은 예전 여운휘와 자신이 싸웠을 때를 기억했다.

물론 남궁진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동년배의 싸움이기에 그랬

다. 사대무원이 힘을 합친다면 가주보다도 강하다.

그런 그들을 부상 하나 없이 꺾었다는 것은 남궁세가나, 그 밖의 세가의 가주나 

문주들도 그리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얼마 전에 이 사내의 손에 검문의 문주인 엽강청과 뇌수혈황이 죽었소. 사대무

원 정도야 우습지.”

“뇌수혈황까지?”

남궁진은 놀란 눈으로 여운휘를 바라봤다. 

다시 만났을 때 뭔가 변했다고는 느꼈지만 강해져도 너무 강해진 것 같다. 이제

는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너무 멀어져 버렸군.’

여운휘는 남궁진이 마음을 터놓은 친우이기도 하지만 무인으로서는 호적수다. 호

적수로 생각했다. 비록 뒤쳐져 있지만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운휘는 이미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가볍게 무림의 정세와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던 중 시녀가 술상을 들고 나타났다. 

두 명의 시녀는 상을 차려두고 다시금 방을 나갔다. 시녀들이 나가자 철비상이 

하고자 했던 말을 뱉어냈다.

“얼마 전 마교에서 연락이 왔었네. 교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 그래서 마교

에서 온 자와 교주님과 만났는데 이야기가 잘 된 모양이야.”

“그 말은……”

“그래. 마교에서 우릴 불렀어. 우리 혈교는 이제 아무런 방해 없이 마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네!”

방해는커녕 오히려 환영을 받으면서 들어가게 될 게다. 

마교 안으로 혈교의 무인들이 들어가게 된다. 그 후에는 혈무린이 준비해 둔 계

책으로 내분을 일으킬 것이다. 일마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천하무림을 상대로 싸

울 수는 없다. 

남은 건 하나다.

여운휘가 일마를 꺾는 것. 그를 결코 놔줘서는 안 된다. 그라면 언제든 다른 계

책으로 무림을 뒤흔들 수 있는 자다. 지금이 그를 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리고 그건 여운휘가 해야만 한다.

“수고했군……”

“내가 무슨 수고인가. 다 형님께서 노력한 걸세. 지금 형님은 그 일마와 긴밀히 연락을 취

하고 계시네. 계획은 성공적이야.”

좀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는 여운휘마저도 얼굴이 약간 달아올랐다. 그 이유는 술 뿐만은 아

니리라.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눈앞에 닥쳤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이 기쁨을 유설린과 

함께 나눌 수 없다는 거다. 그녀가 있었다면 분명히 기뻐했을 게다.

여운휘는 갑자기 술맛이 씁쓸해졌다. 

아직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다. 

그렇지만 곧 때는 온다. 그때가 되면 유설린을 향해 바로 달려갈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운휘는 그저 철비상의 말을 들으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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