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0/137)

소림(少林). 

불가(佛家) 계열의 문파로 하남성(河南省) 숭산(嵩山) 소실봉(少室峰)의 계곡에 위 

치하고 있다. 현 무림을 이끄는 구파 일방 중에서도 기둥 격인 문파로 수많은 고수 

들을 배출하는 곳이다. 

그곳에 지금 초대 된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남천을 위시한 젊은 무인들이다. 

"예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처음이네요." 

하을지는 일전에 소림에 와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감회 젖은 눈으로 소림의 주변 

을 살폈다. 

여운휘는 이곳에 와본 적이 없다. 소림사는커녕 소림의 중조차 만나본 기억이 없다. 

푸르른 숭산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마치 천지를 녹색 빛이 덥고 있는 듯 할 정도다. 

"어서 가지." 

누남천은 잠시 멈추고 주변을 살피는 하을지를 보고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죄 

송하다는 마음을 표하고는 다시금 누남천의 뒤를 따라 걸었다. 

소림사를 보는 순간 과연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소림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안에서 들려오 

는 우렁찬 기합소리들. 

누남천이 문 앞에 다가가자 젊어 보이는 중들이 길을 막아섰다. 그 중에서 유독 나 

이가 많아 보이는 노승이 앞으로 나섰다. 

"시주, 죄송하지만 신분을 밝혀 줄 수 있겠습니까?" 

누남천은 두 손을 마주치고 고개를 숙였다. 노승 또한 누남천에게 합장(合掌)했다. 

고개를 든 후에 누남천이 말했다. 

"광한검 누남천이라 하외다." 

"오! 시주가……" 

"방장님과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습니다." 

"알고있습니다. 그럼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옆으로 비켜서며 노승이 손짓했다. 그러자 봉을 들고 문 앞을 막고 있던 젊은 무승 

들 또한 옆으로 비켜섰다. 

노승은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노 

승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변했다. 

모두 안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노승은 멍하니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간 일행 

들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라도……" 

옆에 있던 젊은 무승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걸었다. 노승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 

을 부른 무승을 바라봤다. 

"아아, 아무 일도 아닐세. 아무 일도 아니야. 그저……" 

노승은 평소라면 이곳을 지키고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척마 수호대의 일 탓에 입 

구 쪽 감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승은 현 장문인의 사제로 배분으로 치자면 소림 내에서 그보다 높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긴 시간을 그저 멍하니 보낸 게 아니다. 참회(懺悔)와 명상(瞑想). 

몇 십년을 그리 보냈다. 그 탓에 사람을 보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눈을 

보면 사람을 안다. 

야망이 많은 지, 겁쟁이인지, 숨겨둔 것이 많은 자인지…… 

노승이 조심하라고 한 자는 열에 아홉은 위험한 자다. 그 정도로 노승의 사람을 보 

는 눈은 탁월하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승은 맨 뒤에서 따라 들어가던 사내의 눈을 봤다. 

어둡다. 까맣지만 탁하지는 않다. 고른 심성의 소유자 같기는 한데 아무것도 알 수 

가 없다. 거의 육십 년 가량을 소림에 몸담고 사람만을 판별해 왔던 그가 알아내지 

못했다. 

'아미타불, 대체 저 시주는……' 

젊은 중 하나가 일행을 안내했다. 

소림사에서는 찾아오는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 있다. 

지객당(知客堂)이다. 

소림이라는 이름이 무림에서 가지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태산북두(泰山北斗) 소림. 

결코 앉아서 얻은 이름이 아니다. 그만큼 우러러 받을 만한 행동을 했고, 수많은 업 

적들을 남겼다. 지금도 소림의 속가제자라면 웬만한 무인들은 한 수 접어주는 형편 

이 아니던가. 

그만큼 소림이라는 이름이 정파 무림에서 가지는 이름은 작지 않다. 

그에 걸맞게 소림의 건물들은 하나 같이 그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다. 그 어떠한 천재 

지변이 땅을 뒤덮더라도 소림만은 멀쩡할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여운휘는 주변의 정경을 살폈다. 

주변이 온통 중으로 가득했다. 머리를 전부 밀은 탓인지 얼굴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 

을 것만 같다. 

배분을 중시한다는 말처럼 그들은 걷다가도 합장을 하며 인사를 건네고 했다. 

하을지가 조심스레 물었다. 

"방장님을 뵈러 가는 건가요?” 

"아니. 우선은 지객당으로 가는 듯 하군.” 

방장은 만나려고 한다고 해서 바로 만날 수 있지 않다. 미리 약속이 잡혀 있기는 했 

지만 그래도 간단한 절차 정도는 걸쳐야 한다. 더군다나 이 일이 무림의 안위가 걸 

린 일인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 자리다. 

장소, 시간,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 그쪽에서 연락을 취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다. 

지객당에는 미리 와 있는 사람이 몇 있다고 하지만 연류 될 필요는 없었기에 조용히 

준비 된 방으로 들어갔다. 

지객당에서도 가장 외곽에 위치 된 곳으로 그들은 안내됐다. 

방은 사람 수만큼 준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젊은 중이 합장을 하며 말했다. 

“이곳에 계신다면 조만간 연락을 드릴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중은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말을 이었다. 

“외출은 삼가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게.” 

“그럼.” 

누남천의 답변을 들은 젊은 중은 합장을 풀고 몸을 돌렸다. 

누남천은 일행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겠지? 이 방으로 들어간 이후로는 외출을 삼가게. 식사 같은 것도 이쪽에서 신 

경을 써줄 게야. 우리는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다 해도 그들 또한 그 정도를 

모를 인물들은 아니다. 

누남천이 먼저 방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자들도 모두 제각기 움직였다. 

여운휘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침상 위로 짐을 던졌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것 

저것으로 생각이 많다. 

무림에서 이름을 알리고, 점점 유명해지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비록 여운휘 

가 아닌 진군휘라는 이름이 무림에 널리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름만 다를 

뿐 본인이 아니던가. 

문제는 뭔가 모르게 끌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탓이다. 

해야 하는 일이지만 과연 옳은 길인지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마교에 한발자국 다가가기는 했지만 과연…… 

뭔가 어긋난다는 것만이 여운휘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유설린 또한 그의 고민의 한가지였다. 

옆에서 지켜만 줘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어간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옆에 있는 시간보다 오히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을지도 모른 

다. 

방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녁 식사가 날아왔고, 그 후부터는 아무도 찾지 않 

았다. 여운휘는 모든 생각을 접고 검을 꺼내들어 닦기 시작했다. 

평범한 청강검이라고는 하지만 당장에 그 무엇이라도 벨 수 있을 것 마냥 날카롭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운휘는 계속해서 검만 닦았다. 

덜커덩. 

창문이 흔들렸다.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도 여운휘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밖에서 여운휘를 감시하던 자는 감탄의 탄성을 내질렀다. 

'허어…… 저토록 오랜 시간 변화가 없다니.' 

검을 닦으면서 전혀 미동이 없다. 잡생각도 없으며 변화도 없다. 

고승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모습을 저 젊은 사내가 보이고 있다. 

여운휘를 지키고 있는 것은 소림에서 준비한 노승이었다. 

이 일은 아주 중한 일이다. 만약 이 정보가 외부로, 특히 마교로 빠져 나간다면 모 

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 탓에 소림은 안전에 안전을 기하는 것이다. 이곳에 온 다른 모두도 소림에서 파견 

한 자들에게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운휘의 태도에서는 한 치의 수상함도 보이지 않았다. 그를 감시하고 있던 노승은 

가볍게 새소리를 냈다. 

그리고 노승은 몸을 감췄다. 

노승이 사라지자 여운휘는 창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알았다. 하지만 어떠한 의미의 감시자인지 여운휘는 얼핏 알아차렸던 것이 

다. 그래서 모른 척 했다. 알면서도 전혀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위협만 되지 않는 

다면 굳이 상대할 마음도 들지 않는 지금이었기 때문이다. 

노승이 사라지고 나서 얼마 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여운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의 손은 슬며시 검집을 향해 움 

직였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젊은 중. 아까전 이곳으로 일행을 안내했던 바로 그 중이었다. 

여운휘는 슬쩍 손을 내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저를 따라 오십시오." 

가타부타 말도 없이 말을 마친 중은 몸을 돌렸다. 

다른 방에는 시선도 돌리지 않고 중은 어딘가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그 뒤를 여운휘 

가 쫓았다. 

젊은 중의 발걸음은 기이했다. 

어느때는 빠르다가 갑작스럽게 느려진다. 

그리고 종종 건물 옆으로 꺾이곤 했는데 그때마다 보초를 서는 듯한 무승들이 모습 

을 드러냈다. 

'모든 걸 짜났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많은 소림의 중 

들을 단 한 명도 만나지 않고 여운휘는 어느 건물에 다가섰다. 

그런데 이 건물을 호위라도 하려는 듯이 앞 뒤에 건물이 서 있었다. 

'팔대호원……' 

여운휘는 익히 들었던 것을 생각해냈다. 소림사의 장문인이 기거하는 방장실(方丈室) 

을 지킨다는 승려들. 

그렇다면 이곳이 어디인지 아는 건 당연하다. 

'소림사 방장의 거처군.' 

주변에서 숨은 채로 이곳을 살피는 자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팔대호원이리라…… 

방장의 거처 앞을 지키고 있던 무승들은 젊은 중과 함께 다가오자 치켜 세웠던 무기 

를 서서히 내려트렸다. 

방장실 안으로 들자 그곳에서는 이미 몇몇의 사람들이 여운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남천, 백산, 하을지는 이미 이곳에 와 있었다. 

유독 운빈만이 이곳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왔군." 

"운빈은?" 

"기다리게. 그가 마지막인 모양이야." 

누남천의 말에 여운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한 명씩 이곳으로 데리고 온 모양이다. 

운빈이 얼마 후에 도착했고, 방 안은 잠시간 정적이 감돌았다. 

운빈은 슬슬 졸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제일 처음 이곳에 온 누남천으로서는 벌 

써 한 시진 가량을 기다린 셈이다. 

모두가 지쳐갈때 문이 열리며 아까 그 젊은 중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오십니다." 

그 말에 앉아 있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림의 방장의 모습이 천천히 눈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휘장(揮帳)이 젖혀지면서 한 노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에 입은 옷은 그다지 화려 

하지 않았다. 소림의 방장이라는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검소한 옷차림이다. 

아니, 애초에 부처를 모시는 그들에게 근검이라는 덕목은 기본사항일지도 모른다. 

수염은 꽤 길었다. 그렇지만 단정하다.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인자하 

다는 느낌이 풍긴다. 

노승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소한 체구, 가냘파 보이는 팔뚝, 전혀 무공이 

라고는 모를 것 같은 인자한 얼굴. 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상대가 무공을 얼마나 

익혔을까 의심하지 않았다. 

소림의 방장. 그 하나의 이름만으로도 상대가 얼마만한 수준의 고수인지는 알 수 있 

다. 

불명(佛名)은 범현(範泫). 

무엇보다 그가 잘하는 것은 권법이다. 봉술도, 지법도, 장법도 뛰어나지만 범현을 

이야기 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권법이라는 거다. 

소림오권(少林五拳). 범현이 가장 자신 있게 내보이는 권법이다. 

달마대사가 용(龍), 호(虎), 표(豹), 사(蛇), 학(鶴)의 다섯 가지 동물의 동작을 본 

떠서 만든 권법이 바로 소림오권이다. 

소림오권에는 무수히 많은 전설이 있지만 정작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들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범현이라 합니다." 

범현이 합장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채로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왜 

소하지만 결코 왜소하지 않은 자, 그가 바로 소림의 방장인 범현이었다. 

"실로 오랜만입니다." 

누남천이 웃으면서 말하자 범현 또한 웃음으로 답했다. 

"누 시주는 언제 봐도 힘이 넘치는 듯 합니다." 

"그러시는 방장님은 더욱 젊어진 듯 하군요." 

"허허, 실로 기분 좋은 말이로군요. 늙어 가는 처지에 젊어 진 듯 한다는 말은 기분 

이 좋을 수밖에. 그나저나……" 

범현은 누남천을 제외한 다른 모두를 살펴봤다. 누남천은 범현의 행동이 무엇을 의 

미하는지 알고 재빠르게 그들을 소개했다. 

"이 자가 천객을 맡기로 한 백산이고, 그 옆으로 지객인 하을지, 진군휘, 운빈이지 

요." 

"허허, 백 시주가 천객을 맡게 되었다는 건 일전에 들었습니다. 백 시주만 믿을터이 

니 수고해주십시오." 

"제게 과분한 직책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백산조차도 소림의 방장에게는 온말을 사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다시금 고 

개를 숙이며 범현에게 자신의 의사를 내비쳤다. 

범현은 든든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백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지객을 맡으신 세 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손에 지금 정파 무림 

의 많은 후기지수들의 목숨이 달렸습니다." 

범현은 한 사람씩 쳐다보다가 하을지를 보는 순간 일순 멈칫했다. 그리고는 다시 예 

의 그 인자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려던 범현은 옆에 있는 젊은 중에게 손짓해 가까이 오게 한 

후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귓속말로 무슨 말을 했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범현이 하을지를 보며 말했다. 

"하문협(霞問俠) 시주께서는 잘 있는지 궁금하구려." 

"물론입니다." 

하을지가 답했다. 하문협은 하을지의 부친으로 소림의 속가제자였다. 그 탓에 하을 

지 또한 소림에 와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그때는 어렸는데 지금은 어엿한 처자시구려." 

"잊지 않으셨나 보군요. 절 잊은 줄 알았는데……" 

"비록 가벼운 만남이었다고는 하나 부처님이 지어준 인연이거늘 잊을 턱이 있겠습니 

까." 

"저희 아버님께서도 종종 방장님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도 뵌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별다른 일이 있었다면 연락이 왔을 터, 아무런 소식도 없는 것을 

보니 건강하신 듯 합니다." 

"허허! 소저의 부친을 다시금 뵈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아쉽다는 듯이 범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을지와 몇 마디를 더 나눈 범현이 갑작스럽게 말했다. 

"그럼 절 따라오시지요." 

"어디를……" 

"따라오시면 알 겁니다." 

누남천의 질문을 따라오면 될 거라는 말로 일축한 범현은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 

했다. 범현은 얼마 걷지 않아 다리를 멈췄다. 

"이곳입니다." 

"이곳은 연무장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제가 무공을 연마하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그 연무장이라는 곳에는 다섯 명의 중이 서 있었다. 한 명은 방금 전 나갔 

던 젊은 중이었고, 그 외에는 처음 보는 네 명의 중이었다. 

"허, 이건……!" 

"소림사룡(少林四龍)입니다." 

"역시로군요." 

멀리서 봤을 때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기도를 풍기는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들과 만나려고 소림의 방장인 범현이 오는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소림사룡일 거 

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소림사룡은 소림사에서 자랑스럽게 내놓은 네 명의 젊은 무인이다. 그들마다 소림 

의 각각의 무공을 자랑한다. 

범현이 연무장을 향해 성큼 발을 내딛자 소림사룡들은 급히 예를 취했다. 

"소림사룡이 방장님을 뵙습니다!" 

네 명의 목소리는 마치 하나인 냥 터져 나왔다. 범현은 손을 들었고 그들은 숙였던 

고개를 일으켜 세웠다. 

풍기는 기품뿐만이 아니라, 얼굴들도 준수하다. 머리를 삭발하지 않았다면 무림에 

서 알아주는 미공자들로 알려졌을 만한 외모다. 

"여러분들을 이곳으로 모신 것은 죄송하지만 실력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비록 무림 

에서 이름이 쟁쟁한 분들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실력을 보지 않고서는 아무래도 믿음 

이 가지 않기 마련이 아닙니까. 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믿어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허허, 제가 못난 탓에 걱정이 많아 여러분들의 마음에 앙금이 생기게 하는 

게 아닌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아닙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저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믿음을 얻고 싶다면 실력을 보여라. 

소림의 방장은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리는 있다. 믿지 못하는 자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는 없다. 믿음을 준다 

면…… 모든 것을 줄 수는 없어도 더욱 많은 것을 주는 건 가능하다.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누남천은 인정했고 그것은 곧 범현의 말대로 행한다는 것이 되는 거다. 

"이 늙은 중의 말을 그토록 받아들여주니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누남천과 범현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여운휘는 연무장 위에 있는 소림사룡이라는 자 

를 살폈다. 넷 모두 봉을 들고 있었지만 저들은 제각기 다른 장기로 유명하다. 

'누구지?' 

봉술로 가장 빼어나다는 자가 누구일까. 

여운휘는 네 명을 찬찬히 살폈다. 모두 봉을 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전 

부 같은 것은 아니다. 조금씩의 차이, 그것으로 여운휘는 누가 봉술로 유명한 무승 

인지 알려고 했다. 

'저자로군.' 

여운휘는 어렵지 않게 봉술로 유명한 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밖에도 장법으로 유명한 자, 권법으로 유명한 자, 각법으로 유명한 자가 누구인지 

도 모두 알았다. 

잡혀 있는 몸의 균형이 다르다. 누구는 상체에 근육이 몰려있고, 다른 자는 하체에 

쏠려있다. 팔뚝, 발, 가슴, 온 몸에 퍼져 있는 근육을 보면 어떠한 수련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확연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겉으로 봐도 분별할 수는 있을 정도다. 

'실력은 넷 모두 남궁진보다 위다.' 

놀랍게도 소림에 있는 소림사룡은 모두 남궁진보다 강했다. 물론 나이가 열 살 가 

량 많다고는 하나 그렇다 해도 결코 쉬이 볼 수 없는 자들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저 중에서 가장 강한 자는…… 

'봉을 쓰는 저 놈. 저 놈이 제일 강해.' 

여운휘는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직감했다. 

누남천이 다가왔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을 터, 너희들은 소림사룡과 손을 겨루어 봐야 할 것 같구나. 

나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보는데 백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아무 문제없소. 해야 한다면 서두르는 게 좋겠지." 

여운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방장이 제안한 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지객으로 있겠다고 말한 이 

상 백산이 결정한 이상 따라야 한다. 그것이 생과 사를 바꿀 정도로 중요한 일도 아 

니고, 또한 하지 않아야 이유도 없다. 

귀찮지만 해야 한다. 

"무슨 다른 의견이라도 있나?" 

백산은 용케 여운휘의 한숨을 들은 모양이다. 그가 묻자 여운휘가 고개를 저었다. 

"별로." 

"그럼 시작하지. 한 사람씩 정해서 싸우도록 하지. 자네는 누굴 맡겠나?" 

백산이 여운휘에게 물었다. 여운휘는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을 들어 중 하나를 가리 

켰다. 

"저기 왼쪽에서 두 번째 놈. 봉술을 쓰는 저 놈을 상대로 하지." 

그 말을 들은 소림 방장은 꿈틀했다. 그들이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 알아차리지 못하 

게 하려고 이토록 완벽하게 일치하게 있게끔 했다. 그런데 여운휘가 짚으면서 말한 

대로 그 중은 봉술을 쓰는 자였다. 

'어떻게……' 

사내가 누구인지 순간 범현은 떠올리지 못했다. 잠시 동안 생각하던 그는 마침내 이 

름을 떠올렸다. 

'아, 저 자가 요즘 무림에 두각을 드러낸 진군휘라는 자……' 

이름조차 순간적으로 잊을 정도로 크게 보지 않았는데 오판이었던 모양이다. 무공 

은 몰라도 눈썰미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그때 마침 옆으로 다가온 누남천이 범현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했다. 

"저 녀석을 주의 깊게 보십시오. 실제로 저 네 명 중에서 가장 강한 건 저 진군휩니 

다." 

"하지만 분명 무공으로 천객을 겨루었고 승자는 백산이라고……" 

"귀찮다고 물러섰다고 하더이다." 

"허, 허허! 귀찮다고 물러섰다? 참으로 재미있는 시주시구려." 

범현은 보다 더 여운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천객이라는 자리를 그렇게 쉽게 물러선 것은 욕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저런 사내가 돈에 대한 욕망, 권력, 야망 그 모든 것에 관심이 없다면 도대체 무엇 

을 보고 걸어가는 것일까. 세속을 떠난 중도 아니라면 그 수많은 욕망 중 하난가를 

보며 걷는 것이 대부분이다. 

"욕심이 없는 시주인 모양입니다." 

"욕심이 있었다면 한 여인을 지키면서 지내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관심이 가는 시주입니다."

소림의 권법의 가장 큰 특징은 기격(技擊)을 중시한다는 것, 그리고 충분한 실전적 

연습이다. 

단조로워 보이나 정교하면서도 변화무쌍한 것도 소림권법의 특징 중 하나다. 

나아감과 물러섬, 즉 진퇴에도 법이 있으며 일기가성(一氣呵成)이라 하여 하나하나 

의 움직임은 우렁찬 고함소리를 동반한다. 

'빨리 끝내야겠어.' 

운빈은 연무장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거리를 벌렸다. 

공간이 상당히 협소하다. 운빈으로서는 결코 좋지 못한 장소다. 운빈은 투석술을 사 

용한다. 무엇인가를 던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 거리가 바로 투석술의 생명이 

다. 

그런데 그러한 거리가 제한되어 버렸다. 연무장 내에서만 겨루어야 하니 그렇게 되 

어 버린 것이다. 

살상무기는 던질 수 없다. 비무도 비무이거니와, 상대들은 중이다. 살생을 금하는 

소림의 내에서 위험한 무기를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상대가 정해지자마자 그 소림사룡의 일인은 무엇인가를 가지고 와서 운빈에게 건넸 

다. 나무로 만들어진 비수 모양의 무기다. 

애초에 모든 일이 준비가 되었다는 소리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무게와 모양이 

일치하는 것들을 이 같이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놀랐지만 운빈은 내색하지 않고 그것들을 품안에 넣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상대 

를 앞에 두고 서 있는 것이다. 

봉을 들고는 있지만 봉술을 주로 사용하는 자는 분명 아닐 것이다. 

여운휘가 가리켰던 자가 봉술을 제대로 익힌 자라면 이자는 그 외에 다른 셋 중 하 

나다. 

무엇일까? 권법, 각법, 장법 이 세 개 중 무엇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앞에 있던 소림사룡 중 운빈과 겨루게 된 일인이 말했다. 

"제 이름은 무경(武暻), 무경이라 합니다." 

"운빈이라 하오." 

말을 하면서도 운빈은 거리에 온 신경을 쏟아 부었다. 상대가 어떠한 공격으로 들어 

올지 모르는 지금 간격이라도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만들어 놔야 한다. 

"가겠습니다." 

그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경쾌하다고 느낀 순간 무경이라는 중의 몸이 앞으로 날아 

들었다. 운빈은 옆을 향해 움직였다. 

봉이 휘어지면서 운빈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운빈의 손도 움직였다. 

타앙! 

쉽사리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답게 무경은 쉽사리 나무로 만든 비수를 쳐냈다. 봉 

끝이 하늘로 솟구치는 순간 따라서 비수 또한 허공을 향해 빙글빙글 맴돌면서 떨어 

졌다. 

'이 자도 봉을 쓰나?' 

운빈은 쉬지 않고 다리를 놀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 소림사룡은 무 

림에서도 각기 다른 분야 쪽이 빼어난 것으로 유명하지 않던가. 

여운휘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 운빈의 생각대로 이자는 봉술이 아닌 다른 무공이 빼 

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봉을 사용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유로웠기에 운빈은 그리 생 

각했던 것이다. 

'아직이야, 상대가 어떠한 무공을 쓰는지도 모르는 지금 섣불리 다가갈 수는 없지.' 

문득 여운휘가 어떻게 봉술을 쓰는 자를 알아차렸는지 궁금증이 치밀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운빈이 상대하고 있는 자가 어떠한 무공을 익혔는지도 알 수도 있 

다는 말이 아닌가. 

무경이 기회를 엿보다가 갑작스럽게 달려들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운빈은 이외의 반응에 헛바람을 들이켰다. 

"헛!" 

무경이 봉을 집어 던지면서 달려 든 것이다. 운빈은 급히 고개를 비틀었고 봉은 어 

깻죽지를 스치며 뒤로 날아갔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짜릿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다가오는 발. 

순식간에 무경의 움직임을 파악한 운빈은 결정을 내렸다. 

'각법이다!' 

아래에서부터 차 올려진 다리를 피하기 위해 운빈은 고개를 뒤로 잡아당겼다. 발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솟구쳐 쭉 펴졌다. 

'좋아. 각법이라면 이대로 달라붙어서……' 

"하압!" 

다가붙는 운빈을 무경이 어깨로 밀쳐냈다. 그 것이 상당히 위력적이었던 탓에 운빈 

은 뒤로 밀려났고 끊어지는 듯한 음성과 함께 내뻗어진 주먹이 운빈의 가슴을 가격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빠른 공격에 운빈은 채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연무장의 끝 

까지 뒷걸음질 쳐 갔다. 

"우욱……!" 

뒤로 물러선 채 가슴을 움켜쥐었던 그가 마침내 피를 토했다. 울컥 하며 터져 나온 

피를 운빈은 소매로 쓱 닦았다. 

"권법이었소?" 

운빈의 질문에 무경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소승이 바로 소림사룡(少林四龍) 권(拳)의 무경입니다." 

여운휘는 숨을 몰아쉬는 운빈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무경이라는 중을 살폈 

다. 과연 소림의 권법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일격이다. 

소림의 권법은 머리, 어깨, 팔굽, 권, 장, 손가락, 엉덩이, 허벅지, 무릎, 발의 열 

가지를 상호 결합하여 사용한다. 

손이 앞서고 눈이 따르며, 몸이 따르고, 보법이 따른다. 

여운휘는 소림의 권법에 대해 들었던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순간적으로 어깨로 밀 

어내는 재치, 그리고 바로 눈은 운빈의 전신을 훑었고 망설이지 않고 움직였다. 그 

리고 이어지는 강력한 타격. 

군더더기 하나 없는 움직임이다. 

운빈의 표정이 상당히 날카롭다. 마치 상처를 받은 맹수를 본다면 딱 저럴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소매 속에 넣은 손을 꼼지락거렸다. 손가락에 아까 건네 받은 비수의 감촉이 

느껴진다. 까끌까끌하다. 나무로 만들긴 했지만 손에서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런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모양이다. 

소림의 방장은 결투를 종결시키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범현은 운빈의 눈동자가 아직 죽지 않음을 느낀 것이다. 

소림은 살생을 엄히 금한다. 그것도 이런 실력을 보기 위한 비무에서 큰 상처를 만 

들어 버리는 것 또한 우스운 일이다. 그 묵직한 일격을 받은 운빈의 상태를 보고 범 

현은 멈추게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아직이야. 지금 끝내서는 아니 될 게야.' 

끝내도 상관없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운빈은 소림 방장 범현의 얼굴을 보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 

는 싸움을 멈추기 위해 앞으로 다가섰다. 그것을 운빈은 본 것이고. 그렇지만 어떠 

한 이유에서인지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마지막이야. 아마 이번 공격을 끝내면 이 대결을 멈추겠지.' 

직감이다. 운빈은 소림 방장의 행동에서 그러한 생각을 읽었다. 

소매 속에 감춘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나무로 만들어진 비수가 꼽혔다. 우습게도 너 

무나 쉽게 당했다. 비록 상대가 소림사룡이라고 해도 그들은 소림에서 최고의 기재 

로 꼽히는 네 명이다. 그리고 이 쪽은 무림에서 알아주는 네 명의 고수고. 

소림사룡이라 해서 위축되지도 않았다. 그들도 이름이 높지만 자신 또한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겨루어 봤을 때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소림에 이 같은 자들이 넷이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는 했지만 그게 다다. 

지금 싸움을 끝내도 변하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석연치 않다. 이토록 끝나고서 웃 

으면서 고개를 들 수 없을 것만 같다. 

'땡 중 자식……' 

속으로 앞에 있는 무경을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운빈은 손가락 마디마디에 있는 비 

수를 느꼈다. 소매에서 빠져 나오는 손은 허공을 격타했고, 바로 소매가 흔들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소매에 있던 비수들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것도 한 방향이 아닌 무경이 움직일 만한 방위를 점하고. 

동시에 운빈의 몸도 앞으로 쏘아졌다. 단 하나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무경은 날아드는 나무로 된 비수들을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넓게 퍼 

져 있다면 중간에 있는 틈일 이용하면 된다. 또한 너무 좁다면 그 간격 밖으로 벗어 

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았다. 

너무나 적당한 거리, 어느 쪽으로 움직이면 피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막상 보면 그 

렇지도 않다. 

그는 호흡을 들이키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권풍이 일었다. 폭풍처럼 뻗어지는 바람에 날아드는 비수들이 위치를 바꾸면서 하늘 

로 용솟음쳤다. 권풍을 날린 후 무경은 쉴 수가 없었다. 

바로 품까지 다가온 운빈 때문이다. 그의 발이 수십 개로 갈라졌다. 천객을 정하기 

위해 싸웠을 때 백산을 향해 펼쳤던 운빈의 귀추각(鬼追脚)이다. 

"흐압!" 

기합을 내지르며 무경의 팔꿈치가 운빈의 발을 막았다. 그리고 어깨와 팔굽도 이용 

해 다른 환영들도 막아냈다. 순간 비틀어지는 운빈의 몸. 

다른 발이 정확하게 비어있는 옆구리를 가격했다. 

무경은 비틀거렸고, 운빈이 갑작스럽게 뒤로 물러섰다. 

'왜 뒤로……'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엇인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림을 느꼈다. 

파파팍! 

무경의 옆으로 떨어져 내린 비수들이 연무장 바닥에 박혔다. 

애초에 이렇게 비껴 가도록 만든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 

찬찬히 그것들을 바라보던 무경은 고개를 돌려 운빈을 향해 합장했다. 

"대단하십니다." 

"허억, 허억." 

무경의 말에 운빈은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공격을 한 것이 운빈이지만 오히려 더 

욱 지친 것 또한 그다. 그리 심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토록 거친 

숨을 뱉어내는 것은 그토록 무경의 일권이 강력했다는 소리다. 

"그만. 정말로 멋진 대결이었소이다." 

운빈의 예상대로 방장이 나서서 이 싸움의 끝을 알렸다. 운빈으로서는 실로 다행이 

었다. 지금 그는 제대로 움직일 기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럼 다음은?" 

연무장 아래에서 이쪽을 바라보던 소림사룡의 나머지 셋 중 하나가 나서며 말했다. 

"소승의 차례입니다." 

여운휘가 봉술을 사용한다고 말했던 상대다. 그가 일어나 여운휘를 찬찬히 훑어봤 

다. 여운휘는 그에 화답하기 위해 등을 기대고 있던 벽에서 천천히 몸을 띠었다. 

그때 연무장을 향해 가려는 여운휘의 어깨를 누군가가 잡았다. 고개를 돌린 여운휘 

는 어깨를 잡은 것이 백산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지?" 

"미안하지만 저 사내는 나에게 넘겨주시오." 

"아까전엔 나보고 상대를 고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사과하는 거요. 일직부터 소림의 봉술을 견식 해 보고 싶었소. 그러니 내 

가 나가겠소." 

여운휘는 백산과 연무장 위에 올라서 있는 중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아무런 말도 없 

이 몸을 돌렸다. 그는 다시 벽에 기대더니 조용히 연무장 위를 응시했다. 

"내 청을 받아들이는 걸로 알겠소." 

말을 마친 백산이 연무장 위로 올랐다. 

백산 또한 미리 준비되어 있는 목검을 건네 받았다. 혹 크게 다칠지도 모를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한 소림의 안배다. 

백산이 목검을 쥐고 고개를 숙이자 상대방 또한 가벼이 고개를 숙였다. 

"소승의 법명은 무진(武振)이라 합니다. 그리고 저 시주께서 말하셨듯이 봉을 사용 

하지요. 이미 밝혀진 것 숨기지 않겠습니다." 

무진이라고 자신을 밝힌 중은 천천히 봉을 움직였다. 가볍게 움직이는 것뿐인데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뭔가 모를 위압감이 느껴진다. 

네 명 모두 같은 배분의 인물들이다. 그 탓인지 옷에서부터 그 모든 것이 전혀 다 

른 게 없다. 그런데 유독 이 사내는 특출 나게 보인다. 

백산은 검을 든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좌수검을 쓰는 것을 본 무진의 눈동자에 가볍게 이채가 일었다. 

"왼손을 사용하시는군요." 

"내 별호가 좌리검이오." 

"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좌리검 백산. 위명이 쟁쟁하신 분과 겨루게 된 점 영광 

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양손으로 봉을 잡은 무진이 앞으로 다가왔다. 성큼 다가선 그의 손에 들린 봉이 쭉 

뻗어졌다. 백산은 목검으로 다가오는 봉을 쳐냈다. 

따악! 

나무와 나무가 부닥치면서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백산은 검을 쳐내기가 무섭게 옆으로 파고들었다. 비어 있는 옆구리를 노리고 백산 

의 목검이 다가갔지만 상대 또한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너무 쉽게 파고들었어.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다른 어떠한 수를……' 

봉을 회수해서 옆구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상대는 소림사룡. 

그것도 개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자가 아니던가. 안으로 파고들면서 백산은 긴장 

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내질러진 목검을 무진은 봉으로 막아냈다. 

'역시!' 

어떻게든 막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에 백산은 이어지는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 

다. 

일반적으로 검으로 상대의 검을 막기 위해서는 검날을 사용했다. 그랬기에 백산 또 

한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봉과 검은 다르다. 봉은 검처럼 검날만이 무기가 아닌 것 

이다. 봉은 앞을 잡을 수도, 뒤를 잡을 수도 있다. 

검은 길이가 있지만 봉은 순간적이나마 간격에 대한 자유를 얻는다. 

양손으로 봉을 고쳐 잡은 무진을 보면서 백산은 식은땀을 흘렸다. 파고 들 틈이 보 

이지 않는다. 

완벽한 자세다. 공격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상대의 모습은 빈틈이 없어 보였다. 

이런 느낌 최근 들어 느껴 본 적이 있다. 

'진군휘……' 

그와 싸울 때도 그리했다. 자신이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짧 

은 시간 동안 자신보다 빼어난 무위를 가진 자를 둘씩이나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바라던 바.' 

소림의 봉을 보고자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상대가 바로 앞에 있다. 

약했다면 좋았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그 약함에 아쉬움을 느꼈을 

거다. 

그리 생각하니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여운휘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는 백산이 자신 

도 모르게 웃었다. 

상대가 갑작스럽게 웃었지만 무진은 당황스러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또한 마주 

서서 웃었다. 

무진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봉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수십 번의 찌르기가 오갔고, 백산의 목검이 그것들을 모두 쳐냈다. 

나무끼리의 충돌음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그렇지만 둘 모두 쉬지 않았다. 호흡 

을 하기 위해 멈출 만도 하련만 둘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멈춤을 몰랐다. 

백산은 아래로 몸을 굽히더니 위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얼굴을 노리고 다가든 공격 

을 무진은 봉을 들어 막아냈다. 

"흐압!" 

백산은 지지 않겠다는 듯 봉을 밀어냈다. 

둘의 얼굴이 닿을 것 마냥 바짝 붙었다. 백산은 상대를 응시했다. 최대한 호흡소리 

를 숨기려고 하고 있지만 상대 또한 호흡이 흐트러진 건 분명하다. 

무진을 밀어붙이던 백산은 힘이 느슨해진 것을 느꼈다. 

'기회다!' 

힘차게 힘을 쏟으려던 백산은 어깨에 충격을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 사이에 무 

진의 팔꿈치가 그의 어깨를 찍어 버린 것이다. 

무진의 힘이 약해졌던 것 그 때문이었다. 손 하나가 백산도 모르는 사이에 봉에서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뻐억! 

이번에는 복부다. 복부에 틀어박힌 발 때문에 백산은 뒤로 물러섰다. 

다리가 꺾여 버릴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백산은 이를 악 물었다. 비록 비무라 해도 

이 정도에 물러설 마음은 없다. 

고개를 백산의 얼굴에서 방금 전 공격 탓에 입은 고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목검을 고쳐 잡았다. 

힘겹게 잡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게다. 

백산의 장기는 채찍 마냥 기기묘묘하게 휘어지는 검. 그러한 것은 단순히 검법 탓 

이 아니다. 물론 검법 자체가 그렇지만 또한 필요한 것이 특수 제작 된 검이다. 그 

런데 지금 백산이 들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목검이다. 

당연히 제 실력을 낼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지금 손에 들려 있는 것이 백산의 본연의 검이라면…… 

'너무 물러.' 

백산은 고개를 저었다. 최고의 상태로 소림의 봉과 겨루어 보고 싶은 건 사실이지 

만 지금 상황이 그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던가. 

미련 따위는 나중에 가져도 족하다. 

백산은 검을 고쳐든 그대로 몸을 날렸다. 봉은 검보다 더욱 거리의 제한이 적다. 그 

렇지만 그렇다 해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봉은 더욱 많은 간격을 가지지만 자신만의 간격이 없다. 검을 사용하는 자에게는 정 

해진 간격이 있지만 그것을 변화시키는 봉으로서는 완벽한 거리라는 게 없는 셈이 

다. 

바짝 다가붙은 백산은 검으로 머리 중앙을 내려쳤다. 그리고 그 검이 막히는 순간 

급히 방향을 틀어 하반신을 공격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목검은 막혔고, 백산은 뒤 

로 물러서면서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타악! 

봉으로 가볍게 밀어 낸 무진은 물러서는 백산을 향해 봉을 뻗었다. 

봉이 다가서는 찰나 뒤로 물러서던 그가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어 도리어 안으로 

파고들었다. 

"엇?" 

급히 봉을 회수한 무진이었지만 예상보다 봉을 더 많이 회수해버렸다. 목검이 어깨 

를 강하게 때렸다. 봉으로 막긴 했으나 이미 닿은 후, 만약 진검이었다면 한 쪽 팔 

은 쓰지 못했을 정도다. 

백산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힘으로 내리눌렀다. 그때, 

빠악! 

머리에 이는 강한 충격 탓에 백산은 뒤로 물러서다가 급기야는 엉덩방아를 찌었다. 

동시에 소림 방장 범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 

범현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무진은 주저앉아 있는 백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깨진 이마를 감싸고 있던 백산은 무진의 내밀어진 손을 향해 자신도 손을 내밀었 

다. 피로 범벅이 된 탓에 무진의 손 또한 피투성이가 됐지만 그는 전혀 여의치 않 

는 듯 했다. 

"허허, 진검이었으면 재밌었을 듯 합니다." 

범현은 옆에 있는 누남천을 보며 말했다. 범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림의 권 

법에 대해서 누남천은 다시금 경외감을 느꼈다. 

방금 전 상황에 무진은 주저 없이 박치기를 해 버린 것이다. 소림의 권법에서 사용 

하는 열 가지 부위 중 머리 또한 있다. 순간적으로 그리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봉 

술을 집중적으로 익히고는 있지만 기본적인 소림의 무공들을 잊지 않았다는 말이다. 

백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해 보였다. 

"한 수 잘 배웠소." 

"아닙니다. 시주의 검이 진검이었다면 아까 전 제 어깨가 베어졌을 것입니다." 

백산은 미련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연무장 아래로 내려갔다. 

백산과 무진이 내려가자 다른 소림사룡의 하나가 연무장 위로 올라갔다. 앉아서 보 

고 있던 하을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범현이 입을 열었다. 

"하 소저는 이 자리에서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예?" 

"하 소저의 아비인 하문협 시주께서는 저희 소림의 속가제자입니다. 하문협 시주의 

딸이신 하 소저의 무공을 의심한다는 것은 곧 그 사문인 저희 소림의 이름을 우습 

게 하는 것. 하문협 시주께서 제대로 무공도 익히지 못한 딸을 무림에 내보낼 턱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정 원하신다면 손을 겨루어 봐도 좋으나, 지금 우리가 모인 것 

이 비무가 목적이 아닌 것을 아실 테니 굳이 겨루어 볼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소 

저가 원하시는 대로 하도록 하지요." 

어떻게 할거냐는 소림 방장 범현의 말에 하을지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를 목적으로 모인 게 아니니 굳이 손을 겨룰 필요는 없겠지요. 그럼 전 이 대 

결에서 물러나겠어요." 

하을지는 쌍검을 다시 등뒤로 가져다 넣은 후에 자리에 앉았다. 모두의 눈이 단 한 

명 남은 여운휘에게 쏠렸다. 

백산과 무진과의 대결을 여운휘는 주의 깊게 봤다. 나름대로 소림 봉술에 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운휘는 벽에서 등을 때더니 연무장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범현은 연무장에 올라서려는 여운휘에게 말했다. 

"얼핏 실력들을 알았으니 굳이 겨룰 마음이 없으시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난 겨루도록 하겠소.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여운휘의 말에 범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고 싶은 게 있다는 말 탓이 

다. 무엇이 보고 싶다는 것일까? 

건네 준 목검을 받아 들고 올라 온 여운휘는 상대를 바라봤다. 

그는 한 눈에 상대가 어떠한 무공을 집중적으로 익혔는지 알아차렸다. 

강인해 보이는 손, 그리고 하반신. 

장법이다. 

'잘 됐어. 각법을 사용하는 자보다는 장법을 사용하는 자가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기 

에는 더 좋겠지.' 

정파 최고의 문파인 소림이라는 이름도, 소림사룡이라는 별호도 여운휘를 위축되게 

끔 하지는 못했다. 

"와봐." 

여운휘가 검 끝을 까닥였다. 

앞에 서 있던 소림사룡의 하나인 무허(武虛)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 

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은근히 화가 끓어오르는 속과는 달리 겉은 여전히 인 

자한 미소만 띠고 있다. 

광오하다 못해 건방지기까지 한 사내. 

‘혼쭐을 내 주지.’ 

이미 실력은 어렴풋이나마 짐작한 상태다. 비록 화가 난다고 하지만 무허는 평정심까 

지 잃은 건 아니었다. 그는 냉정하게 상대를 분석했다. 

이들의 무리의 대장은 좌리검 백산이다. 그리고 그의 무위는 이미 본 상태다. 

무허는 여운휘를 백산보다 아래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무리의 두목이 백산이다 보 

니 그리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소승이 먼저 가겠습니다.” 

봉을 휘두르면서 무허가 여운휘를 향해 다가왔다. 여운휘 또한 목검을 들고 공격을 

받아냈다. 수십 차례 공방이 오갔지만 특별히 누가 우위를 점했다고 말하기는 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습다. 

소림사룡들도 집중하며 이 결투를 보고 있었지만 오히려 더욱 이 대결을 진지하게 보 

고 있는 건 다른 자들이었다. 

백산을 위시한 운빈과 하을지다. 

오히려 같은 편인 그들이 이 대전을 관심 있게 살폈다. 그것도 소림사룡이 아닌 여운 

휘의 무위를 말이다. 

백산은 자신을 패하게 만들었던 여운휘의 실력을 다시금 보고 싶었던 것이고, 나머 

지 둘은 말로만 들었던 그의 실력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둘의 싸움은 무난하기만 했다. 

무허는 봉을 휘두르면서도 뭔가가 얹힌 듯한 기분이었다. 

‘…… 왜 공격해 들어오지 않는 거지?’ 

여운휘가 전혀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로 빈틈을 흘렸다. 공격해 들어오기만 

을 기다리며. 그렇지만 그러한 모든 기회를 여운휘는 차버렸다. 

‘좋아, 그렇다면!’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봉을 휘둘렀지만 속내는 달랐다. 움직이던 봉과 동시에 다리 

가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여운휘의 눈이 번뜩인 것은 찰나였다. 

퍼엉! 

가죽으로 된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허의 몸이 여운휘와 가깝게 닿아 있었 

다. 

시종일관 자리에 앉은 채로 연무장을 바라보던 소림 방장 범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그 일격에 혹여 여운휘가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따위가 아니다. 

범현 정도 되는 자가 지금 연무장 안에서 벌어질 사태를 모를 리가 없다. 

‘방금 그것은 복호장(伏虎掌)……’ 

순식간에 다가든 무허의 손은 분명히 여운휘의 가슴까지 다가갔었다. 장법은 분명히 

터져 나왔는데 문제는 맞고 쓰러져야 할 여운휘가 멀쩡하다는 거다. 

다른 사람은 어쩔지 몰라도 범현은 보았다. 여운휘 또한 손을 뻗어서 장에 맞상대를 

한 것을. 

다른 사람이었다면…… 놀랄 이유도 없다. 지금 여운휘와 상대한 것은 장법을 집중적 

으로 익힌 소림사룡의 장(掌) 무허다. 그런 그가 다른 것도 아닌 장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것을 무력화 시켰다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 이건……” 

뻑! 

놀라는 무허는 가슴에 이는 통증에 뒤로 물러섰다. 여운휘가 뒤로 물러서면서 목검으 

로 가슴을 찔러 버린 것이다. 다시 주변을 돌면서 무허의 빈틈을 찾으며 여운휘가 말 

했다. 

“진검이었다면…… 죽었다.” 

“……” 

무허는 조용히 봉을 잡았다. 원래대로라면 졌다고 시인하고 물러섰을 지도 모르는 상 

황이었다. 여운휘의 말대로 목검이 아니고 진검이었다면 넋을 잃고 있을 때 당한 일 

격에 목숨을 잃었을 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장법이 이토록 허무하게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 

다. 

뭐가 뭔지도 모르게 당했다. 그랬기에 더욱 물러설 수 없다. 

“소승의 장기가 장법이라는 것을 아신 모양입니다. 이제부터 제 장기인 장법에 전념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무허는 연무장 밖에 있는 다른 소림사룡에게 봉을 넘기고 다시 위로 올라 

섰다. 

양 손을 들어올린 그는 아까 와는 완벽히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여운휘는 목검을 들었다. 

“이얍!” 

기합소리와 함께 무허가 장력을 날렸다. 강한 전각과 함께 장력이 뻗어 나왔다. 여운 

휘의 목검도 움직였다. 

“허어!” 

장력을 갈라 버린 여운휘의 검은 그대로 무허를 향해 다가갔다. 

목검인 탓에 망설임도 없이 무허는 손을 휘둘렀다. 

쾅! 

목검과 손이 부닥쳤지만 그 소리만은 그렇지 않다. 동시에 무허의 손에 이는 충격 또 

한 보통이 아니었다. 마치 쇠망치와 부닥친 듯한 고통이 몸을 엄습했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장법을 위해 손을 단련했다. 심지어 검과 부닥친다 해도 상처 

도 나지 않을 정도인 그이거늘, 겨우 목검에 이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수십 번 검과 손바닥이 마주치던 와중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큭!” 

목검이 무허의 어깨를 내려쳐 버린 것이다. 

‘빠르다.’ 

눈으로 확인도 채 하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였다. 손에 계속해서 충격이 싸이다 보니 

주춤했고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여운휘의 목검이 어깨를 때렸다. 

여운휘가 천천히 목검을 내려트렸다. 

어쩔 거냐는 듯한 모습. 

여운휘의 눈은 그리 말했다. 

다시 할 것인가, 아니면 물러 설 것인가. 

무허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손이 근처까지 닿기는커 

녕,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해서 하고 싶지만…… 

무허는 고개를 숙였다. 

“졌습니다.” 

여태까지 했던 다른 시합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 아무리 무림에서 유명한 자들이라 

고 해도 소림사룡이라는 명예는 지켰다. 최소한 무허를 제한 다른 둘은 이 같은 시합 

을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쾌검에 운빈은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갑작스럽게 다가와 그 같은 쾌검을 휘 

두른다면 아무리 경공에 능한 운빈이라 해도 완전히 피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허, 허허! 진군휘라는 이름이 왜 그리 유명한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연무장 위로 올라선 범현이 말했다. 무허는 고개를 숙였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니다. 결코 못난 경기가 아니었어. 이길 때가 있다면 질 때가 있는 법. 이길 때 

와 질 때마다 얻는 것 또한 다른 것이지. 이번 대결을 너에게 큰 득이 될 게야.” 

“그 말씀 깊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범현이 시선을 돌렸다. 여운휘는 목검을 그대로 든 상태였다. 보고자 했던 것도 보 

지 못하고 싸움이 끝나 버렸다. 그는 내심 불만스러운 상태였다. 

“방금 그 쾌검은……” 

“무상검제 진군악의 쾌검이오.” 

“아, 진군휘는 진군악님의 후손이지요.” 

범현과 같이 연무장 위로 올라선 누남천이 부연 적으로 말했다. 그 말에 소림 방장 

범현은 놀랍다는 듯 여운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조만간 무림에 알려지겠지요.” 

누남천의 말에 여운휘는 조용히 목검을 늘어트렸다. 

조만간 무림에 무상검제 진군악의 후손이라고 알려진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아 

는 것이다. 흑색 기마대와 싸우고도 무사히 돌아온 여운휘를 정파 무림에서는 분명 

이용하려고 들 것이다. 누남천 또한 그리 말했고. 

자신이 무엇인가에 이용당한다는 것이 여운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볍게 끝난 싸움 여운휘는 연무장 아래로 내려섰다. 

그때였다. 

“방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무진이 입을 열었다. 백산과의 싸움 후 호흡을 가다듬고 있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무엇이냐.” 

“제가 저 사내와 한 번 겨루어 봐도 되겠습니까?” 

“진 시주와 말이더냐.” 

“예.” 

“지금 이 자리가 싸우기 위해 마련 된 자리가 아닌 것은 알 터인데.” 

“무허가 패했다고 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방장님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패했을 때 얻는 것 또한 있다고.” 

무진이 자신이 한 말까지 이야기하며 말하자 범현은 일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는 대답 대신 여운휘를 바라봤다.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소.” 

귀찮다며 피해도 그만인 싸움이었지만 여운휘는 순순히 승낙했다. 

보려고 했던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게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또한 소림사룡 중 최고라는 무진과 겨루어 보고 싶은 마음도 일었다. 여운휘 

는 무진이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만이던, 자신감이던 상관없다. 여운휘는 객관적으로 무진에 대해 판단했다. 강하지 

만 결코 자신의 상대는 아니다. 

알면서도 여운휘가 싸우려는 것은 소림의 힘을 보고 싶은 이유도 없지는 않으리라. 

“허락을 하셨다.” 

"감사합니다.” 

무진은 여운휘를 향해 고개를 꾸벅하고는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여운휘는 늘어트렸 

던 목검을 일으켜 세웠다. 

싸우기 바로 직전의 긴장감, 여운휘는 이 긴장감이 좋았다. 

손끝을 타고 짜르르 흐르는 감각. 약간은 거칠어진 숨소리. 붉어진 상대의 얼굴…… 

부웅, 부웅! 

무진은 봉을 두어 차례 휘두른 후 상체를 낮추었다. 

마주선 여운휘는 목검을 들어 무진을 향해 겨누었다. 

‘이번엔 시시하지 않겠어.’

천천히 요동을 치던 봉이 이빨을 들어낸 뱀처럼 날아들었다. 

타악, 탁! 

여운휘의 목검이 날카롭게 빈곳을 헤집고 들어오는 무진의 봉을 쳐냈다. 무진은 공 

격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여운휘는 미동도 하 

지 않았다. 목검을 든 채로 그는 낮게 몸을 숙이고 있었다. 

무진은 봉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봉이 바다 물결인 냥 출렁거렸다. 

날아드는 봉을 여운휘는 고개를 비틂으로 인해 피해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비트는 

여운휘를 향해 무진은 발을 움직였다. 손살같이 솟구친 발이 여운휘의 얼굴을 노리 

고 날아들었다. 

여운휘는 팔을 들어올려 무진의 공격을 막아냈다. 순간 무진의 팔꿈치가 여운휘의 

반대쪽 안면을 향해 다가갔다. 

여운휘는 다른 손을 급히 들어 무진의 일격을 막아냈다. 

무진은 기분이 좋았다. 막기는 했다고 하나 팔꿈치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 뭔가 

가 개운한 느낌을 풍기게끔 했다. 

그는 팔꿈치에 느껴진 감촉 탓에 씨익 웃었다. 

여운휘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려고 하던 무진의 신형이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멈 

추어 버렸다. 

팔을 들어 올린 그대로 여운휘는 무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흠!' 

웅크린 듯한 모습에서 오히려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 선수를 빼앗았다고 생각했는 

데 지금 저 모습을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마치 방금 전의 그 공격이 꿈이었던 

것처럼 몽환적이다. 

조용히 응시하는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게 주춤했던 무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우세를 점하고 있는 건 나이거늘……' 

당장이라도 봉을 휘두르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잘 단련된 무인의 감각 

이 그를 오히려 옥죄고 있다. 아무것도 몰랐다면 지금쯤 봉을 들고 달려들었을 터 

다. 

상처를 받은 맹수. 눈을 번뜩이는 범. 

'우스운 소리!' 

속으로 내친 일갈(一喝)과 함께 무진은 봉을 다시금 세웠다. 쭉 세워진 봉을 보며 

여운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림사룡의 무공은 권법을 기반으로 한다.' 

예상했던 바다. 운빈과 겨루었던 권법을 사용하는 무경은 당연하거니와 다른 모두 

도 기반은 권법일 것이다. 굳이 권법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소림사룡은 필요 

한 신체 부위를 시기 적절한 순간에 사용한다. 

무진 또한 그러했다. 봉을 주로 사용하지만 부수적인 신체를 이용하는 것 또한 잊 

지 않았다. 

효과는 좋다. 잘 사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신경이 두 개로 분산되어 죽도 밥도 되 

지 않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소림사룡이라는 이름을 아무에게나 주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군.' 

여운휘 또한 상대가 검을 들고 있다면 그것에 가장 신경을 쓰게 되기 마련이다. 도 

를 들었다면 도에, 창이라면 창에 주의를 더 기울이는 건 당연지사다. 

여운휘는 봉을 세우는 무진을 바라보며 목검을 들어 올렸다. 

오행검법은 사용할 수 없다. 정파무림의 기둥인 소림사에서 마교제일이자 천하제일 

의 고수였던 검귀 천일혼의 검법을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은 있다. 진군악의 쾌검, 그것으로도 무진을 제압할 자신이 여운휘에게 

는 충분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여운휘의 검을 무진은 봉으로 막아냈다. 눈으로 채 확인도 하기 전 

에 방향을 바꾸는 여운휘의 검에 무진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헉헉!" 

호흡이 가빠지다 못해 이제 정신도 차리기 힘들 정도다. 무려 오십 여 합을 겨뤘 

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무진은 여운휘의 공격을 막기에도 급급했다. 

빙글빙글 돌던 무진의 봉이 여운휘의 뺨을 스쳤다. 

핏! 

상처가 생기며 얇게 피가 세어 나왔다. 그리고 그때 무진의 복부에 여운휘의 발이 

틀어박혔다. 

배를 가격 당하는 순간 무진의 몸은 앞으로 구부려졌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굴은 

정확하게 여운휘의 발등에 가격 당했다. 

연무장을 몇 바퀴 구르면서 튕기듯 일어난 무진을 바라보며 여운휘는 손등으로 뺨 

을 훔쳤다. 살짝 베어 나오는 피, 여운휘는 힐끔 손등에 묻은 피를 바라보고는 곧 

시선을 돌렸다. 

앞에 서 있는 무진은 봉으로 몸을 지탱하면서 여운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까지." 

자리에 앉아 있던 범현이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거늘 이곳에 있는 모두의 귀에 강인하게 들려왔다. 여운휘는 범현을 

힐끔 보고는 연무장에서 내려왔다. 

대결이 끝나자 범현의 옆으로 젊은 중 하나가 다가왔다. 소림의 방장인 범현은 고개 

를 끄덕였고 그 중은 소림사룡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같이 어딘 가로 사라졌다. 

"허허, 그럼 모두들 돌아가시지요." 

범현은 몸을 돌려 누남천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누남천 

과 이래저래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뒤를 다른 모두가 따랐다. 맨 뒤에서 일행을 따라가던 운빈이 짜증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칫." 

그의 눈이 여운휘의 등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빈이 짜증이 솟는 것은 전부 여운휘 때문이다. 강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 

만 그래봤자 얼마나 차이가 나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 본 결과 그 골이 

결코 얕지 않음을 알았다. 

소림사룡이라면 운빈이 제대로 상대한다고 해도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자들 

이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깨졌다. 그것도 소림사룡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무진 마저도 여 

운휘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본연의 실력을 다했다는 보장도 없다. 무진의 입장이었다면 모를까 여운휘가 실력 

을 전부 들어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의 차이라면 모를까 이 같은 월등한 상황이라면 어떠한 일이든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가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운빈은 그러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조용히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아까 왔던 길을 거슬러 방장의 거처인 방장실(方丈室)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곳에는 젊은 중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전 소림사룡과 모습을 감추더 

니 어느 샌가 이곳으로 돌아와 있던 모양이다. 

그는 모두가 자리에 앉자 준비한 차를 내밀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차는 막 데워졌다는 것을 증명했다. 

누남천은 그 중을 유심히 살폈다. 방장의 바로 옆에서 모시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무 

엇인가가 있다는 것인데 특별히 들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물론 낯설기로 치자면 무림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소림의 모두가 낯설다. 물 

론 개중에 이름을 날리는 몇몇 소림의 고수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젊은 중은 실로 입이 무거워 보였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음만 보였 

다. 

"…… 가벼이 어느 정도의 무공을 익히셨는지 시험해 보았습니다. 소림사룡에게 유 

리했던 시합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무위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진 시주께서 

는 가히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무위를 지니셨더군요." 

"……" 

여운휘는 말 없이 차만 홀짝였다. 

범현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무림맹에서 척마수호대를 만든 이유에서부터 구성 

까지. 하지만 이미 누남천에게 간략하게 들었던 터라 그것들이 여운휘의 관심을 끌 

수가 없었다. 

"아, 그리고 무림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첫 임무에 대해서 알려주더군요." 

"임무가 무엇입니까?" 

"마교에게 중간 지점에서 정보를 알리고, 물품도 이동시키는 자들을 궤멸시키라는 

명입니다." 

"그곳이 어디죠?" 

누남천의 질문에 범현은 뒤에 있는 중에게 가져오라는 말을 건넸다. 이미 언급 된 

말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 젊은 중은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와서 누남천 

에게 건네 주었다. 

누남천은 찬찬히 종이 안에 있는 내용을 살폈다. 

그의 눈동자에 이채가 일었다. 꽤나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탓이다. 

"그러니까 산채를 가지고 있는 녹림도들을 쳐부수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평범한 녹림도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마교에서 만들어 놓 

은 세력 중 하나지요. 이들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잠시지만 마교의 정보망과 물품 

조달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이곳과 비슷한 몇 곳을 이동하면 

서 공격해야겠지요. 반 이상만 없앨 수 있다면 마교는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누남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리 속에서 오만가지 계획들이 짜졌다. 그가 조심 

스럽게 말했다.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이지요. 마교 또한 그리 쉽게 이곳들을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 

고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간에 이곳을 공격하는 것 

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은밀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마교의 중간 지점을 끊어 버린다는 작전, 예정대로 성공만 한다면 범현의 말대로 적 

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그 같은 전략적 요충지라면 쉽지 않을 

것도 분명하다. 

누남천이 물었다. 

"그럼 처음엔 어디……" 

"사천에 있는 몽산(蒙山)에서부터 시작입니다. 그리고 청해에 있는 자달목(紫澾木)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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