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137)

만금산장이 가까워짐에 따라 일행들의 움직임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누가 이곳에 온 건곤대를 궤멸시켰는지 모르는 이상 행동에 각별히 주위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누가 건곤대의 목을 대지에 바쳤는지는 모른다. 그리 

고 그것을 알기 위해 지금 이 일곱 명의 무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 산을 타고 올라가면 만금산장이 있다. 

누남천은 시간이 이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있는 객잔을 잡았다. 

확실한 준비도 하기 전에 이 산을 오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누남천은 모두를 한 방에 몰아 넣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산을 타고 올라가면 만금산장이다. 우리의 목적지지." 

아무도 누남천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방에 있는 모두의 귀 

는 그를 향해 열려 있었다. 

"오늘 밤, 우리는 저 산을 넘는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답을 줄 수는 없다. 남아도 된다. 남는다 해서 욕 

하지는 않을 게야." 

누남천은 말을 마치고 모두를 한 번씩 쳐다봤다. 

모용취는 자신 있는 표정이었다. 남궁진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했고, 설 

혜주는 웃고 있었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누남천을 바라보는 당산희, 

그리고 주저는 하고 있지만 생각을 바꿀 마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갈 

군. 

마지막으로 남궁진의 옆에 앉아 누남천을 향해 시선도 돌리지 않는 사내 여 

운휘. 

"모두 뜻을 바꿀 마음은 없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짐을 여기 놓고 최대한 

몸을 가볍게 만들어라. 준비가 끝나는 대로 저 산을 오르도록 한다." 

누남천은 자신을 포함해 일곱 명을 두 개의 조로 나누었다. 

"사람 수가 조금 많으니 조별로 움직이도록 하지. 나와 제갈군, 모용취가 

한 조다. 그리고 나머지 넷이 다른 조다." 

남궁진은 당산희를 힐끔 쳐다봤다. 그 날 이후 그 둘 사이에서는 한 마디 말 

도 오가지 않았다. 여운휘야 원래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만 남궁진 

으로서는 불편한 일이었다. 

제갈군과 당산희는 내심 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갈군은 모용취와 같은 조가 된 사실이 탐탁지 않았고, 당산희는 여운휘 

와 남궁진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누남천으로서는 생각을 하고 나서 조를 

짠 것이었다. 

누남천이 생각하기로 자신과 그래도 가장 가까운 실력을 지닌 자로 여운휘 

를 판단한 것이다. 

누남천이 창을 통해 밖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저 좌(左)에 있는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지. 너희 조는 우(右)에 

있는 산등성이를 타고 움직여라. 위로 가다가 만금산장으로부터 이백여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면 가운데로 와라. 그곳에서 다시 만나서 움직인다. 

그럼 우리 먼저 움직이도록 하지." 

그는 뒤를 바라보며 제갈군과 모용취를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움직이라는 

신호에 제갈군과 모용취는 자리에서 일어나 누남천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는 여운휘를 비롯한 사인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우리도 가야죠." 

설혜주가 짐짓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영특한 여인이다. 며칠 전 여 

운휘와 남궁진을 뒤따라 나갔던 당산희가 일그러진 얼굴로 돌아온 것을 그 

녀는 봤다. 저 두 명의 사내와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 

도 알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 다음날부터 저 두 사내와 당산희의 대 

화는 아예 차단되어 버렸다. 

"하하! 설 소저는 언제나 힘이 넘치시는 모양입니다. 휘, 어서 일어나게. 우 

리도 움직여야지." 

설혜주의 행동에 남궁진은 애써 웃음으로 대꾸했다. 여운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막 누남천이 나갔으니 슬슬 자신들도 나갈 준비를 해야 한 

다. 

설혜주는 살짝 당산희의 눈치를 살폈다. 침상에 걸터앉아 밖을 바라보던 그 

녀가 짐을 챙겨들고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당산희는 말도 하지 않고 문 

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그녀가 나가버리자 그 뒤를 서둘러 설혜주가 쫓기 시작했다. 남궁 

진 또한 여운휘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일이야 어쨌든 움직여야 할 때다. 

우측 산등성이는 꽤나 험준했다. 사람들의 이목을 숨기고 이동하기는 좋으 

나, 경사가 너무나 가팔랐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들은 행동 하 

나하나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눈이 내렸었는지 산에는 발목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설혜주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세 시진 정도 달리자 

서서히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다르 

지 않았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죠." 

설혜주의 거친 숨소리를 들은 남궁진이 그녀를 배려하며 말했다.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설혜주의 몸이 땅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여운휘는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대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아직 만금산장까 

지 반정도 밖에 오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벌써부터 여운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뭐지? 뭔가 기분이 찜찜해.' 

쉽게 넘길 감정이 아니다. 이토록 알 수 없이 불쾌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여운휘는 위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쭉 가다보면 만금산장이 

나올 것이다. 

뭐가 여운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분명 무 

엇인가가 있다. 

여운휘는 다시 움직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료들을 보며 왠지 모를 

감정을 접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만나게 될 거다. 

지금의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그때 풀어보면 되는 일이다. 

여운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조금 더 발걸음을 빠르게 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해가 질 테고 

그렇게 되면 움직임은 더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해가 아직 앞을 비춰주는 지 

금 최대한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급하게 달려가던 중 여운휘가 갑자기 멈 

췄다. 

"잠깐." 

그 소리는 작았지만 앞서 달리던 무인 셋 모두 다리를 멈추고 뒤를 돌아봤 

다. 여운휘가 조용히 하나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진은 갑작스럽 

게 의아한 행동을 취하는 여운휘를 향해 다가왔다. 

"왜 그래?" 

여운휘는 남궁진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나무를 가리켰다. 

그의 눈이 여운휘의 손가락을 따라 나무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남궁진 

은 거기서 한 가지 흔적을 발견해 냈다. 

"이건!" 

남궁진의 외침을 들은 두 명의 여인들도 무슨 일인가 해서 급히 나무를 향 

해 다가왔다. 남궁진은 뒤이어 도착한 두 여인에게 나무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것을 보십시오. 나무 기둥에 무엇인가가 박혔던 흔적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뭐가 박혔던 걸까요?" 

"흔적을 보아하니 검은 아닌데…… 도인가?" 

당산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운휘의 입이 열렸다. 

"창." 

"창이라고?" 

남궁진이 반문했고,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느낀 당산희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요! 이런 산에 거치적거리는 게 얼마나 많은데 

창을 사용해요. 그건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범하지 않을 실수예요." 

창은 그 간격이 긴 대신 주변에 장애물이 많은 장소에서는 제 위력을 발휘 

하지 못한다. 사방이 막힌 방에서 창을 사용한다면 제 위력의 반도 채 내기 

힘들다. 그건 산도 마찬가지다. 

사방이 나무가 있다. 창을 휘두르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소리다. 일 

반적으로 이 같은 곳에서 싸운다면 도나 검, 그것도 아니라면 암기들을 사 

용해야 옳다. 

"창이다." 

"정말 고집불통이군요. 이곳에서 창을 쓴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 

지……" 

"도로 이토록 깊은 흔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도였다면 이 옆으로 퍼 

진 폭이 더 넓었어야 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반적으로 이런 산에서 창을 쓴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봐, 너." 

여운휘가 자신을 향해 너라고 하자 순간 당산희는 화가 치솟았다. 존대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것이다. 그녀 

는 화가 솟구쳤지만 가까스로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매섭게 여운휘를 바 

라보며 당산희가 입을 열었다. 

"뭐죠?" 

"상식이라고 해서 모두 옳은 건 아니지. 만약 그것이 모든 상황에 적용된다 

면 그건 상식이 아니라 진리라 불렸을 거다." 

당산희는 여운휘의 말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거기다가 옆에서 나무의 흔적 

을 바라보던 남궁진 또한 한말 거들었다. 

"제가 보기에도 이건 창으로 낸 흔적 같습니다 소저." 

"흥! 그래요, 창이 낸 흔적이라고 쳐요. 하지만 그걸 알아서 무엇을 하죠? 

창이 낸 흔적이던 도가 낸 흔적이던 지금 그게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하냐 

는 말이에요." 

그때 남궁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건곤대에서 창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건 곧 적이 창을 쓰는 자라는 

증거죠. 작은 실마리라도 우선 구했습니다. 상대 중에 누군가는 창을 쓰는 

자일 겁니다." 

"대단한 것도 알아내셨군요." 

비꼬는 듯이 말을 내뱉은 당산희는 몸을 돌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남궁진 

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산희는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 그 탓에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자 저토록 

자신 멋대로 나가버리는 것이다. 한숨을 쉬면서도 남궁진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해가 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눈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앞 

도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양의 눈이 그들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 

"어떻게 하죠! 나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눈과 함께 터져 나오는 바람 소리에 바로 앞에서도 설혜주는 고함을 질렀 

다. 남궁진은 앞을 바라봤다.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선 나아가죠! 광한검 어르신과 우선 합류 한 후에 움직임을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옷을 두텁게 입고 와 당장 얼어죽거나 할 위험은 없었지만 그렇다 

고 해서 안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눈이 당장이라도 사람을 덮어 버릴 만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쏟아지는 눈을 맞으면서 앞으로 걸어가고 있던 도중 남궁진의 어깨 

를 여운휘가 툭툭 쳤다. 남궁진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여운휘를 쳐다봤다. 

왜 그러냐는 듯한 그의 눈빛에 여운휘는 엄지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왜……" 

고개를 돌린 남궁진은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의 형체를 발견해 냈다. 

"광한검 어르신!" 

"왔는가!" 

목소리는 떨렸지만 아직 그 기백만은 결코 죽지 않았다. 바로 앞에 일행이 

있는 걸 안 그들은 조금 더 속도를 높였다. 

일행에 맨 앞에 선 남궁진과 누남천이 만났다. 먼저 입을 연 건 남궁진이었 

다. 

"어르신! 눈이 심합니다! 우선 잠시라도 눈을 피할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습 

니다!" 

"내가 보기에 이제 금방 멈출 것 같네! 저 바위 뒤로 가서 우선 조금만 버텨 

보세!" 

일행들은 우선적으로 누남천이 가리켰던 거대한 바위 뒤로 움직였다. 눈을 

모두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최소한 칼처럼 날카롭게 피부를 감쌌던 바 

람은 피할 수 있었다. 

"눈이 멈추면 움직이도록 하지." 

바위에 바짝 몸을 기대고 최대한 눈을 피한 지 한 시진 정도고 지나자 눈발 

도 천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눈발이 약해지자 남궁진은 근처에서 젖지 않 

은 나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제갈군과 설혜주가 심하게 떨고 있는 탓이 

다. 

둘은 이 중에서 무공이 가장 부족한 편이다. 그 탓인지 추위와 오래 직면하 

고 있다 보니 몸에 있는 기력이 빠져나가 버렸다. 

남궁진은 나무들을 모아 불을 붙였다. 일행들은 모두 불가로 모여들었다. 

설혜주는 당장이라도 깨져버릴 것만큼 차가워져버린 자신의 양손을 비볐 

다. 그녀는 앙증맞은 작은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연신 입으로 불어댔다. 

"올라오다가 한 가지 흔적을 찾았소." 

"응?" 

불가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던 와중 갑자기 여운휘가 입을 열었다. 그리 

고 흔적이라는 말에 누남천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나무에 창이 박혔던 흔적이 있었소." 

"창? 이런 산에서 창을 사용했단 말인가?" 

"이해는 가지 않지만 분명 창이었소." 

"중요한 정보이긴 한데 창을 쓰는 자가 무림에 한 둘이 아니니……" 

어떻게 보면 대단히 중요하게 치부 될 정보다. 상대가 쓰는 무기가 무엇인 

지 알아낸 것이니까. 하지만 무림에서 창을 쓰는 자의 수가 얼마나 될까. 

셀 수도 없다. 어느 정도 이름 난 자라고 해도 수백은 될 테고, 삼류무사까 

지 친다면 밤을 꼴딱 새고 세도 모자라다. 

"창, 창이라?" 

뭔가 생각이 날 듯도 하면서 나지 않는다. 누남천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창 

과 관련 된 그 무엇인가가 떠오를 것도 같은데 왠지 모르게 기억이 나지 않 

는다. 

그때, 

"꺄, 꺄악!" 

설혜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옆에 있던 당산희가 

급히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설혜주는 입이 막힌 채로 손가락으로 자신 

의 아래쪽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눈 사이에서 빠져 나온 한 개 

의 손이 있었다. 

누남천은 그곳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을 파!" 

누남천의 외침을 듣는 순간 남궁진은 재빠르게 눈을 밀어냈다. 그렇게 눈 

이 밀리면서 아래쪽에서 드러낸 것은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한 사내였 

다. 

"허!" 

누남천은 급하게 그를 끌어 올렸지만 살아 있을 리가 없다. 이토록 추운 겨 

울에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설령 자신이라고 했어도 저런 상태였다면 네 

시진을 버티기 힘들었을 거다. 

산에 오를 때부터 눈은 와 있던 상태였다. 

더군다나 머리통 뒤에서부터 이어진 구멍은 이마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미 죽은 지 꽤나 오래된 사내였다. 눈에 파묻혀 있던 탓에 상태는 양호했 

지만 아마 건곤대가 궤멸되는 그 날 같이 죽은 자일 거다. 

"죽었습니까?" 

모용취가 누남천의 옆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설혜주는 아직도 놀란 마음 

을 채 달래지 못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남천 

은 잠시 시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도 모르는 무사다. 

하지만 이 하얀 옷과 문양을 보니 건곤대라는 건 분명하다. 설혜주에게서 

떨어진 당산희가 누남천을 향해 물었다. 

"사인이 뭐죠?" 

"두개골이 박살이 나 버렸어. 무엇인가가 뒷머리를 뚫고 앞으로 나온 모양 

이야." 

누남천은 시체를 찬찬히 바라봤다. 특별히 다른 자상(刺傷)이나 상처는 보 

이지 않는다. 이 사내는 단 일수, 이 머리를 꿰뚫은 일격으로 죽은 거다. 

"괴, 굉장하군요." 

보통의 힘으로는 이토록 만들 수 없다. 두개골을 박살내는 건 쉬워도 이토 

록 완전히 뚫어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운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그 

사내의 이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상처를 바라보던 여운휘는 한 가 

지 사실을 확실하게 알아버렸다. 

"창, 두개골을 뚫고 지나간 무기는 창이요." 

"그래, 네 말대로 창이다." 

"또 창이라구요? 그럼 이 사내를 죽인 자와 저 아래에 있는 나무에 흠집을 

낸 자가 동일 인물이라도 된다는 소리인가요?" 

당산희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 같은 우연은 겪기 힘들다. 건곤대 

의 모든 인물이 죽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창에 당했다. 그리고 나무에 

흠집 또한 창의 흔적이다. 

똑같은 자의 흔적을 연속적으로 찾는다는 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나 확률이 적은 일이다. 

조용히 앉아서 시신을 바라보던 누남천의 입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굳이 창을 쓰는 자가 하나일리는 없지." 

"그게 무슨 말이죠?" 

"건곤대 모두를 죽였다. 그것도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지. 그 정도라 

면 꽤나 많은 수의 인원이 움직였을 거다. 그런데 창을 쓰는 자의 흔적만 두 

개를 찾았다? 물론 그 자가 어설펐기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냥 그렇 

게 생각하기엔 뭔가가 탐탁지 않지 않은가?" 

"그 말은……" 

당산희는 어느 정도 누남천의 말을 알아차렸다. 시체를 내려다보는 누남천 

의 눈에는 어떠한 확신이 맺혀 있었다. 

"창을 쓰는 자들이다. 다는 아닐지 모르지만 꽤 많은 자들이. 그렇게 생각 

하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제갈군. 이 근방부터 해서 우선 진법이나 기 

관이 있었나 살펴보게." 

"알겠습니다, 어르신. 눈이 많이 와서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두 시진 

정도면 이 근방은 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갈군은 고개를 꾸벅하고는 주변을 살피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뒤를 남궁진이 쫓았다. 그 혼자서는 위험하기도 하고 힘들거라고 생각 

한 탓이다. 

설혜주는 누남천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너무 놀라 버리는 바람에 비명을 질러버렸어요." 

"괜찮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하지만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해. 또 다시 

그런 실수를 한다면 그때는 웃으며 넘기기 힘들 게야." 

"명심할게요! 광한검 어르신." 

설혜주는 살짝 웃으면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여운휘는 돌에 등을 기댄 채 

묵묵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 소협." 

여운휘는 자신을 부르는 설혜주를 내려다 봤다. 그녀는 병을 하나 내밀었 

다. 아래 마을에서 이곳으로 올라오기 전에 사 둔 술이다. 

"드세요.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여운휘는 군말 없이 병을 받아 들고 술을 들이켰다. 확실히 독한 술인 만큼 

안에서 불이 인다. 목구멍을 타고 다시 한 번 뜨거운 기운이 역류했다 사라 

졌다. 

차가웠던 몸이 순간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설혜주는 모용취와, 당산희, 누남천에게도 차례로 병을 주더니 급기야는 자 

신도 술을 들이켰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으, 써." 

그녀에게 지금 마신 백주(白酒)는 너무나 독했다. 간신히 목구멍으로 넘긴 

그녀는 몸을 비비면서 불가로 다가왔다. 

불이 죽으려고 해 나무를 두어 번 더 넣자 사라졌던 제갈군과 남궁진이 모 

습을 드러냈다. 

누남천은 제갈군에게 말하라는 듯이 그의 눈을 마주했다. 제갈군은 숨을 헐 

떡이면서 입을 열었다. 

"근처에 진법이나 기관을 설치했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가?" 

"예, 눈이 와서 정확하게 조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흔적이 아예 없 

는 걸 보니 진법이나 기관이 사용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남천은 손을 올려 관자놀이를 짚었다. 

창을 사용하는 자들이 있다. 거기다가 건곤대의 인물 중 단 하나도 빠져 나 

가게 못할 정도의 치밀함도 지니고 있다. 기관이나 진법으로 뒤를 막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누남천의 머리가 점점 복잡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누남천은 만금산장이 있는 곳을 향 

해 고개를 돌렸다. 가능하면 이 근처에서 모든 일이 끝나기를 바랬다. 하지 

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어져 버렸다. 

"아무래도 올라가야 할 것 같군." 

"만금산장으로 말입니까?" 

제갈군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이 이상 가는 게 위험하다는 건 이 무리에 있 

는 모든 사람이 아는 일이다. 지금 이 정도 다가온 것으로도 충분히 죽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알아내지 못했다. 무엇이, 어떤 방법으로 건곤대를 궤멸시켰는지 알 

았다면 물러나도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그저 창을 쓰는 

무사들이 많다는 것과, 진법과 기관을 이용한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을 제한 

다면 알아낸 건 아무것도 없다. 

"안까지 들어가는 건 무리지. 밖이라도 한 번 돌아보자는 거네. 아마 이곳 

보다는 많은 단서가 있겠지." 

아무도 누남천의 말에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러자 설혜주가 두 병의 

술을 꺼내서 제갈군과 남궁진에게 건넸다. 

"많이 추우실 텐데 마셔요." 

"마침 몸이 얼어붙었는데 고맙습니다 설 소저." 

남궁진은 그녀에게서 병을 건네 받아 백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남궁진에 이 

어 제갈군 또한 술을 마셨다. 독한 술이라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이렇게 

식어버린 몸을 데우기에 술 만한 것도 없다. 

누남천은 남궁진과 제갈군이 몸을 녹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몇 시진이 지나면 해가 뜰 게야. 그 전에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 

지금은 어두컴컴해서 크게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남천의 말대로 한시가 급하다. 꾸물거릴 시 

간 따위는 없다. 

그들은 만금산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진 눈 덕분에 움직일 때마다 다리가 눈 속으로 푹푹 잠겨 들어 

갔다. 이토록 눈이 올 것을 알았다면 설상화라도 준비했을 터인데 그것도 

아니다. 당연히 눈 위에서 움직임이 불편 할 수밖에 없다. 

당산희는 짜증이 나는 얼굴이었다.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릎까지 눈 속에 잠기니 움직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멈춰." 

누남천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을 쫓으니 약 오십 여 장 저편에 거대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이 바로 만금산장이다. 

"눈이 온 탓에 힘들겠지만 서둘러 주변을 살피게. 그리고 조그마한 흔적이 

라도 찾는다면 당장 말하게. 그럼 어서들 흩어져." 

누남천의 말에 일행은 모두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눈 덕분에 땅에 

서 흔적을 찾는 건 쉽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해야 한다. 눈이 왔다고 해서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주변을 살폈다. 자그마한 흔적 

이라도 찾아내야 한다. 한 시진 가량 일행들은 모두 떨어져서 주변을 살폈 

다. 맨 처음 돌아온 누남천에게 한 명씩 돌아왔다. 

"찾았는가?" 

누남천은 물었고, 그때마다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제길! 곧 해가 뜰 터인데 아무런 수확도 없단 말인가!" 

"아직 진군휘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누남천은 남궁진의 말에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그에게 걸고 있기도 했다. 

만금산장의 주변이라면 더욱 많은 시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까 그곳 

에서도 시체가 있었는데 격전지였을 만금산장의 주변이라면 더욱 더 많은 

흔적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곳엔 아무런 흔적도 없 

다. 

완벽하게 싸움의 흔적을 지운 거다.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아니면 아까 그 근처가 격전의 장소였을지도 모르지.' 

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다. 누남천은 성급하게 이곳이 격전지라고 판단 

한 자신을 탓했다. 

그때 여운휘가 돌아오고 있었다. 

"왔는가! 그래 뭐 찾은 거라도 있느냐?" 

여운휘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발로 눈을 쓸었다. 

"뭐 하는 건가 진 소협." 

옆에서 모용취가 의아해하며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신 주변의 

눈을 발로 쓸던 여운휘를 향해 일행들 모두 알 수 없는 시선을 던졌다. 

마치 실성이라도 한 것처럼 여운휘는 발로 눈을 쓸고 있었다. 

"뭐 하는 거죠? 지금 이곳에 우리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건가 

요?" 

당산희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자신의 행동에만 열중인 여운휘에게 짜증을 

냈다. 그 순간 여운휘가 막 움직임을 멈췄다. 여운휘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 

추자 당산희는 순간 움찔해버렸다. 

"뭐, 뭐죠?" 

"이걸 보시오." 

여운휘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고 누남천은 그곳으로 다가왔다. 여운 

휘가 눈을 치운 곳에는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뭘 보라는 거냐." 

"잘 보시오. 저기에 있는 저 것을." 

"저 것이라니? 보이는 건 땅 밖에…… 음!" 

말이 채 잇지 못하고 누남천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누남천이 

반응을 보이자 그제야 다른 자들도 근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남천은 무릎을 꿇고 흙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 흙을 손가락 

으로 문대고는 코로 가져다 댔다. 

뭔가 이상한 냄새가 코를 통해 스며들어왔다. 보통의 흙은 결코 아니다. 

"이건…… 말의 배설물이군." 

"그렇소. 말의 배설물이지. 보니 이 근방에 말의 배설물이 대단히 많더군." 

만금산장이 말을 길러서 파는 곳도 아닌데 그토록 많은 말의 배설물이 있다 

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누남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머리 속 

에 있는 단어들을 하나로 합치기 시작했다. 

'창, 그리고 말. 그리고 마교.' 

그 순간 누남천의 입이 얼어붙어 버렸다. 창과 말, 마교 세 가지를 묶는 순 

간 그의 머리 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서, 설마!' 

아닐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왔을 리가 없다. 

…… 아니. 그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완벽한 궤멸은 불가능했을 거다. 

누남천의 몸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무림맹 내에서도 최고의 직위를 

지니고 있는 무인 중 하나이며 쾌검으로 유명한 강호의 절정고수인 누남천 

이 떨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놀라버렸다. 

생전 그가 무엇 때문에 떨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알아차리신 거라도 있나요?" 

당산희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누남천은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꾸 

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말의 배설물을 만졌던 자신의 손을 향해 시선을 던지 

고 있었다. 곧 누남천은 고개를 들었다. 

"그들이야." 

"그들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모용취는 답답했는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 모용취를 빤히 바라보 

던 누남천의 입이 열렸다. 

"마교의 비밀단체인 흑색 기마대. 건곤대를 전멸시킨 건…… 바로 그들이 

야." 

"뭐, 뭐라구요?" 

모용취의 안색이 확연하게 변해버렸다. 항상 자신 있어 하는 그의 표정이 

일순 완벽한 얼음 인형처럼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건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때 나무들 사이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히이잉~ 

말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누남천의 눈이 커졌다. 

"도망쳐……" 

누남천은 말의 울음소리가 빠져 나온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마교에는 수많은 단체가 있다.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대까지 합 

친다면 그 수는 수백에 이른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무력 부대는 두 가지가 

있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금천멸문대. 

그들은 알려져 있는 마교의 최고의 힘이다. 개개인의 무공이 상상을 불허하 

는 자들로 그 수장의 실력은 마교 내에서도 손꼽히는 자다. 

그리고 금천멸문대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집단이 하나 있다. 

마교에서는 그들을 흑색 기마대(黑色騎馬隊)라 칭했다. 

칠흑 같은 갑주(甲胄)를 입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 창을 든 그들은 나찰을 

연상케 했다. 그들이 타고 있는 흑마가 내달릴 때면 땅에서는 지옥의 울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고 한다.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 자들인지, 그들의 수장이 누구인지조차. 흑색 기마대 

의 정체를 아는 건 마교 내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을 움 

직이는 것이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은 지금 흑색 기마대는 완벽한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알려지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흑색 기마대 

를 금천멸문대보다 더욱 높게 쳤다. 그 수가 금천멸문대에 비해 많을 뿐더 

러 말을 타고 움직이는 그들의 기마술(機馬術)은 놀라기 충분했다. 

그들은 구파 일방의 하나보다도 웃도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건 몇 십 년 전 있었던 정사대전에서 밝혀졌다. 

누남천으로서는 놀라는 게 당연하다. 물론 지금과 그때는 다르다 해도 그 

이름을 잇는 자들이다. 약해졌다고 해도 구파 일방의 하나보다도 강하다고 

알려졌던 그들이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일곱으로 어떻게 대적해 볼 상대 

는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누남천은 말의 울음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뒷걸음질치기 시 

작했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흑색 기마대라는 위 

명을 들어본 기억이 있는 탓이다. 

여운휘 또한 뒤로 물러나고는 있었지만 생각은 달랐다. 

'둘.' 

금천멸문대와 싸워본 여운휘는 상대의 힘을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었다. 

둘 정도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지금 이곳에서 

싸우게 된다면 소란이 일어근처에 있는 다른 자들이 올지도 모른다는 거 

다. 

금천멸문대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까지 타고 있 

다. 상대하기 껄끄러운 자들임은 분명하다. 

이길 수는 있지만 피해야 한다. 혼자라면 빠져나갈 자신도 있다. 하지만 혼 

자가 아니다. 그랬기에 여운휘 또한 다른 자들처럼 천천히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말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푸르르.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나무 사이로 흑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흑마를 보는 순간 누남천은 예감이 적중했음을 느꼈다. 윤기가 흐르는 흑마 

는 흑색 기마대의 상징 중 하나였다. 

말 두 마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누남천이 뒤로 눈짓했다. 달리라는 신호 

를 받는 순간 일곱의 무인은 모두 뒤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소리를 죽 

이며 발을 내딛는 순간 당산희는 실수를 해 버리고 말았다. 

탁. 

나뭇가지를 밟아버렸다. 소리가 나는 순간 당산희는 눈을 찔끔 감았고, 모 

두의 눈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모두가 조용히 서서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 

다. 제발 듣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러한 그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 

는 듯이 이들을 발견한 흑색 기마대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히이잉! 

말이 발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면서 울음을 토해냈다. 그것이 주변에 있는 

자들에게 알리는 신호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일곱은 소리가 나던 말던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방에서 말울음과 함 

께 말굽이 땅을 울리는 소리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모용취는 달리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정파의 안위가 달린 일에 자신이 뽑혔 

다는 생각에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이처럼 흑색 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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