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137)

장강수로십팔채 총채주의 마음을 안 이상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 

다. 이곳에서 보낸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그다. 서둘 

러 무림맹 쪽에 이 사실을 알리고 또 마교와의 있을지도 모르는 일전에 대 

비를 해야 한다. 

"가져온 짐들 모두 챙겨. 서둘러 가야 할 테니까." 

여운휘는 검을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초에 이곳에 올 때 가져온 짐 

은 없다. 그건 청삼 또한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개처럼 끌려왔거늘 가지고 

온 것이 무엇이 있을까? 

누남천은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밖에 있 

던 수적들이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누남천은 망설이지 않고 걷기 시 

작했다. 

배가 있는 곳에 도착한 그는 사공(沙工)에게 말을 걸었다. 

"저 밖으로 나가야 하네. 급하니 서둘러 주게." 

사공은 잠시 그들을 바라봤지만 그 뒤에 따라온 수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제야 배 위로 올라섰다. 

사공이 배 위에 올라서자 셋 또한 그 뒤를 이었다. 배가 천천히 강을 가르 

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가운 강 위를 배는 조용히 가르고 있었다. 

삐걱 삐걱. 

사공의 손은 쉴새 없이 움직였다. 강이 얼은 탓인지 아래에서는 차가운 한 

기가 밀려 올라왔다. 

뱃전에 몸을 기대고 스쳐 가는 강을 바라보던 여운휘는 순간 손이 움찔했 

다. 순식간에 스쳐지나갔지만 여운휘는 분명 느꼈다. 

'살기다.' 

태연하게 앉아 있었지만 몸의 모든 신경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 올렸다. 무 

엇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뭔가가 있다. 누남천은 아직 느끼지 못했는지 여전 

히 강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만히 전방을 응시하던 여운휘가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악! 

여운휘의 손이 누군가의 팔목을 잡아챘다. 

물 속에서 막 솟구쳐 오른 손이 뒷덜미를 잡으려 했지만 여운휘가 더 빨랐 

다. 

팔목을 채기가 무섭게 여운휘는 물 안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지만 

여운휘의 주먹이 채 물에 닿기도 전에 배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크윽!" 

여운휘는 상대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쳐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일격으 

로 인해 잠에 빠져 있던 청삼도 벌떡 일어나 버렸다. 

"뭐, 뭐야?" 

파앙! 

공중으로 솟구쳤던 배가 물 위에 떨어졌다. 여운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지 잠잠해졌다. 그렇지만 여운휘의 눈 

은 매섭게 변한 상태 그대로였다. 누남천 또한 이 갑작스러운 일에 자리에 

서 일어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 

"온다!" 

그 순간 물살이 공중으로 터져 오르면서 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 

에게 다가오는 손을 향해 여운휘 또한 자신의 좌수(左手)를 움직였다. 

두 손바닥이 만나는 순간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물이 터져 올랐다. 물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솟구쳤고, 그 안에서 한 노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 

냈다. 

"네 놈…… 뭐 하는 놈이냐?" 

노인의 정체를 확인한 누남천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무슨 짓이오! 수황!"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강호십일객의 하나인 수황이었다. 자신들이 떠나고 

난 후 이곳까지 따라온 모양이다. 

"물었다. 넌 뭐 하는 놈이냐? 네 놈의 좌수에 내가 밀렸어. 말이 된다고 생 

각해?" 

"말이 안될 것은 뭐요?" 

"허…… 궁금해서 묻는 겐가?" 

강호십일객인 자신이 이제 갓 무림에 출두한 사내에게 밀렸다. 자신이 당 

한 일이 아니었다면 결코 믿지 못했을 거다. 거기다가 자신인 것을 알았음 

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뒤로 물러설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잘 됐군. 솔직히 당신과 싸워보고 싶었으니까." 

"겁없는 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수황의 우수가 여운휘의 백해혈(白海穴)을 노리고 날 

아들었다. 

무한한 꿈을 가진 이들의 모임… 사신(四神) 

그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의 끝을 보기 위한 

그 위대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이 이야기는 그들 중 남주작 요도의 이야기 이다. 

dreams come true 사신(四神) 

http://www.sasinplus.net 

오늘 좀 늦었습니다. 

지금도 집이 아닙니다. 아마 오늘은 집에 

들어갈 수 없을 듯 하군요. 피시방에서 

서둘러 썼습니다. 그 탓에 상당히 내용이 

늘어만 지는 기분입니다; 

이 점은 정말 독자 분들에게 사과 드립니다;; 

항시 바쁘다 보니 정말 글이 엉망인 날이 너무 

많군요. 

하지만 수정을 해서 책을 낼 때는 정말 남의 갑절 이상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양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사탕을 빨면서 요도가 

***그리고 백해혈을 견정혈으로 바꿉니다. 백해혈을 순간 

헛갈렸습니다. 백해혈은 넓적 다리 쪽입니다^^;; 죄송**** 

수황의 우수가 견정혈을 노리고 다가오자 여운휘는 손을 낚아채기 위해 움 

직였다. 어깨를 향하던 우수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물 위임에도 불구하고 수황의 몸은 땅에서와 마찬가지로 거침이 없었다. 

물이 튀어 오르며 순간 여운휘의 균형을 무너트렸고, 틈을 놓치지 않은 수 

황의 손바닥이 여운휘의 가슴을 향해 움직였다. 

'체엣!' 

여운휘는 뱃전을 발로 밀면서 뒤로 뛰어올랐다. 손의 거리를 벗어났다고 생 

각하는 순간 수황의 뒤에서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가 터져 나왔다. 

퍼엉! 

양손을 가슴 부분을 교차시키며 충격을 완화시켰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공중에서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여운휘는 배의 끝에 간신히 착지했다. 특별 

한 무기나 장력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옷을 바라봤다. 살을 에는 듯한 차 

가움이 물씬 풍겼다. 그리고 옷은 잔뜩 젖어서 하얀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물이다. 방금 자신을 공격한 것은 분명 물이었다. 

"왜 이러는 거요!" 

누남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려고 하자 수황은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죽는다." 

"수황!" 

"죽이진 않을 거다. 하지만 들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이 혁련우를 움직였는가. 저 사내의 무엇 때문에 그가 마음을 열었을 

까. 사파는 사파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수황은 마교와 손을 잡았으면 했다. 

자신의 제자인 혁련우의 선택도 옳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자 

신의 생각보다 그의 생각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진 지금 총채주의 뜻에 반발할 생각도 없다. 결정은 그 

가 내리는 거니까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는 거다. 

수황은 듣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저 사내의 입으로 직 

접. 

그렇지만 일이 어떻게 되다 보니 지금처럼 손을 겨누게 됐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따라오기는 했지만 이처럼 겨룰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 

의 은밀한 움직임을 젊은 놈이 알아차렸다는 것을 느끼자 갑자기 자존심이 

상했다. 

일전에 자신과 만났을 때 검을 치켜들었던 일도 생각났다. 순간 가슴 한편 

에서 울컥 하는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무인 대 무인으로서 겨뤄 보고 싶은 

마음이 인 거다. 

수황은 강호십일객이라는 위명에 어울리게 호승지벽(好勝之癖)이 강한 자 

다. 어느 정도 한다고 하는 무인들과 싸워서 이기는 것을 즐기는 자라는 말 

이다. 그런 그이거늘 최근 들어 누구와 손을 맞대 본 적이 없다. 

그 누가 강호십일객이라는 위명 앞에 자신의 이름을 내던지겠는가? 

그래서 손을 맞댔다. 꽤나 실력이 있는 자라는 것은 일전에도 알았지만 손 

을 맞대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알아차리고는 있다고 하나 자신이 밀렸다. 젊은 사내의 좌수에 자신이 밀 

려 버렸다. 

그 순간 대충하고 끝내자던 마음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확실하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 

수황은 눈을 감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배 밖에 쪽에 있던 물방울들 

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방울은 수황을 보호하려는 듯이 그를 가운데 두고 공간을 메우기 시작했 

다. 

여운휘는 지금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이런 상대와 

는 싸워 본 적이 없다. 저 물방울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들어올지도 모르 

겠다.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치명상을 입을 게다. 

그렇게 망설이는 동안 물방울은 작은 침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그리고 침처 

럼 변한 물방울들은 여운휘를 향해 쇄도했다. 

보통의 물방울이 날아드는 거라면 얼마든지 맞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저 

무공을 사용한 자가 수황인 이상 저건 결코 그냥 물방울이 될 수 없다. 

물방울은 정면으로 다가왔지만 어떻게 피할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뭍이었 

다면 옆으로 움직여 피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여기는 물 위다. 그만큼 행 

동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거다.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여운휘는 검을 뽑아냈다. 물방울이 여운 

휘에게까지 날아드는 시간은 눈 깜짝 할 찰나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그 짧 

은 순간에 여운휘는 검을 뽑았다. 

쒜엑! 

검은 물방울을 갈랐다. 그리고 더불어 앞을 향하며 수황의 옷깃을 벴다. 멀 

리 몸을 날려 얼음 위에 몸을 세운 수황은 새삼 놀랍다는 듯이 여운휘를 바 

라봤다. 

여운휘의 옷은 이미 걸레처럼 너덜너덜하게 변해 있었다. 단 한 번의 휘두 

름으로 모든 물방울을 잘라 낸다는 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여운휘는 

단 일격으로 최대한 많은 물방울을 베면서 수황의 옷깃마저 자른 거다. 

물론 문제가 생긴 건 옷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침처럼 몸을 관통한 물방울 

들과 부닥친 부분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온 몸 

이 피로 젖어 버렸다. 

여운휘는 신기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상태를 살폈다. 너무나 색다른 공격이 

었기에 순간 대응 법을 찾지 못했다. 

'왜 풍운조가 수황과 물가에서 싸우지 말라고 했는 지 알 것 같군." 

풍운조로서는 당연한 말을 했던 거다. 수황은 이 강물을 마치 날카로운 무 

기처럼 사용했다. 어떻게 본다면 이 강에 있는 모든 물이 무기인 셈이다. 방 

심한다면 사방에 있는 물방울들이 날카로운 검이 되어 온 몸을 꿰뚫을 거 

다. 

여운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수황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이 일격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 

을 거다. 그렇지만 수황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여운휘 

에게 도움이 되었다. 

'한 번 당했다. 하지만 두 번 당하지는 않는다.' 

수황이 적이었다면 이번 싸움은 여운휘의 패배다.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여 

운휘는 수황을 알았다. 

"허, 대단해. 정말 대단한 놈이야. 내 제자인 혁련우와 겨룬다 해도 손색이 

없겠어." 

수황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대의 무위에 감탄을 보였다. 혁련우는 수황이 

말년에 발견한 대단한 무골이었다. 그 무골에 감탄해 무공을 가르쳤다. 그 

런데 지금 이 앞에 있는 사내는 자신이 무골로 인정한 혁련우 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떨어지는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그의 양손에 음유한 기운이 피어 올랐다. 

"너도 물 위로 오는 게 어떠냐." 

수황의 말에 여운휘는 배 위에 만약을 위해 구비해 놓은 나무 판자들을 물 

위로 던졌다. 그리고 그 곳을 향해 자신의 신형을 날렸다. 

툭. 

거대한 파문이 일었어야 정상이다. 아니 그 전에 사람이 나무 판자 위에 선 

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땅이라면 모를까 그곳이 물 위라면…… 

'언제봐도 대단한 경신법이야. 조금만 더 수련한다면 무력답수(無力踏水) 

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겠어.' 

키워보고 싶은 무인이다. 저런 근골을 보면 왠지 모르게 몸이 근질 거린다. 

허나, 결코 자신의 수하로 만들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목구멍까지 과연 진군 

악이라는 소리가 올라왔다. 그의 쾌검을 이은 것 답게 대단한 실력자다. 

여운휘는 판자에 서서 조용히 검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수황은 내공이 집 

중 된 양손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기기 버거운 상대다.' 

여운휘는 알고 있다. 상대가 이기기 버거운 상대라는 것을. 상대는 강호십 

일객 중 하나인 수황이다. 더군다나 지금 격전지는 그에게 가장 유리한 장 

소다. 더불어 여운휘는 오행검법을 쓸 수도 없다. 사용할 수 있는 건 무상검 

제의 검. 제약이 너무 많다. 허나 그것에 투덜거릴 시간이 없다. 

'벤다.' 

여운휘는 앞에 있는 나무 조각을 밟으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공중에서 여운 

휘의 검에 하얀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모인다 싶은 순간 여운 

휘의 몸이 갑작스럽게 돌기 시작했다. 회선(回旋)하는 여운휘를 향해 수황 

은 자신의 양 손을 뻗었다. 

좌수와 우수에 맺혀 있던 음유한 기운이 여운휘를 향해 이빨을 들이 밀었 

다. 

그 음유한 장력과 여운휘의 검이 부닥쳤다. 

'베었다!' 

벴다, 분명히 손을 타고 흐르는 이 전율은 성공했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런 

데 뭔가 이상했다. 여운휘는 그 직감을 무시하지 않고 공중에서 몸의 방향 

을 비틀며 뒤를 살폈다. 자신이 베어버린 두 개의 기운을 대신해 번뜩이는 

무엇인가가 바짝 등 뒤로 다가왔다. 

'륜이다!' 

동그란 모양에 빙글 빙글 돌면서 그 날카로운 이를 들이밀고 있는 건 분명 

륜이다. 

'막지 못한다면……' 

등이 엉망이 될 거다. 버티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몸을 엄습할 거다.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수황은 여운휘에게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좋지. 막아주마.' 

여운휘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륜의 사이로 검을 비집어 넣었다. 그와 더 

불어 여운휘는 아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상대가 던 

진 륜을 이용해서 공격을 하려고 한 거다. 

그런데 손에 이는 충격이 보통을 넘어섰다. 검을 휘둘렀거늘 륜은 아래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연신 위로 올라서려고만 한다. 

여운휘는 이를 악 물었다. 

검을 잡지 않은 왼손을 지켜든 여운휘는 수도로 륜의 윗부분을 강하게 내려 

쳤다. 수도로 내려침과 동시에 여운휘는 검을 위로 잡아 당겼다. 륜과 검날 

이 마찰을 하며 순간 불꽃을 만들었다. 

치이익! 

마침내 륜은 그 방향을 잃어버리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나무 판자가 아닌 배 위로 몸을 착지하는 순간 몸에 난 상처에서 피가 터졌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휘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물 위에 떠 있는 판자 

를 밟으며 움직였다. 

"헛!" 

수황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서둘러 손을 휘둘렀다. 다시 한 번 공중으로 떠 

오른 물방울들이  침의 형태로 변해 여운휘를 향해 날아들었다. 판자를 밟 

으며 움직이던 여운휘의 몸이 갑자기 멈췄다. 

그의 검이 물방울로 만들어진 침이 아닌 아래에 있는 강물을 향해 움직였 

다. 

퍼엉! 

내공을 실은 일격답게 물은 하늘까지라도 닿으려는 듯이 높이 솟구쳤다. 

솟구쳤던 강물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 수황은 조용히 여운휘를 바라 

보고 있었다. 

이런 방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수많은 적과 물 위에서 싸워 

봤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수황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물을, 물로 막았다. 

"대단…… 하군." 

그런 수황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여운휘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 

다. 순식간에 수황의 근처까지 다가선 여운휘는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이 움 

직여 마침내 코앞까지 다다랐다. 

'쾌(快)!' 

검이 뽑히는 순간 뒤로 물러선 탓에 머리카락이 조금 잘리는 정도로 끝났지 

만 그 속도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검뿐만이 아니다. 움직임 하나 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수황은 물러서면서 연신 양손을 휘둘렀다. 연속적으로 쏟아지는 장력은 얼 

음을 부쉈다. 

찌지직. 

여운휘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가 깨지는 얼음을 발견했다. 말 그대로 

살얼음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당장이라도 물에 빠지고 말 게다. 

당장이라도 온 몸을 얼어붙게 할 것 같은 찬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여운 

휘의 도포자락을 휘날렸다. 

여운휘는 팔로 얼굴을 문질렀다. 피가 눈을 가릴 정도로 흘러내린다. 처음 

에 받았던 공격 탓에 온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다. 그만 하자고 한다면 여기 

서 끝날 싸움이다. 굳이 이처럼 상처를 입고도 싸울 필요는 없다. 

싸워서 이긴다고 좋은 것도 없고, 진다고 해서 문제 될 일도 없다. 

그렇지만 여운휘는 검을 내릴 생각이 없다. 설령 지금 검을 들어 처참하게 

깨진다 해도. 

여운휘의 검에서 무상검제의 쾌검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수황의 

주변에 수많은 물방울들이 모였다. 

길게 끌 마음은 없다. 여운휘와 수황 모두 속전속결을 생각했다. 

여운휘의 검이 수황이 만든 물의 벽에 의해 막혀버렸다. 분명 여운휘의 검 

은 쾌검이었다. 하지만 둘의 거리가 너무나 멀었던 탓에 수황에게 막을 기 

회를 주었고, 또한 그는 현 강호의 최고고수중 하나인 강호십일객이었다. 

그 앞에 막히는 순간 여운휘의 단전을 향해 물이 주먹처럼 뻗어져 나왔다. 

여운휘의 몸이 회전했다. 

슈우욱! 

검에서 일순 붉은 빛이 도는 가 싶더니 그 순간 그 두터웠던 물의 장벽이 잘 

렸다. 

'잘랐다!' 

틈 사이로 수황의 모습이 눈앞에 드러났다. 그 틈을 이용해 재차 검을 뻗던 

여운휘는 자신의 얼굴로 다가오는 날카로운 것을 보았다. 하지만 여운휘는 

검을 뻗었다. 

여운휘의 검, 그리고 수황의 날카롭게 변한 물방울은 서로를 노리고 날아들 

었다. 

멈칫. 

여운휘의 검이 멈췄다. 그리고 수황이 만든 날카로운 물방울 또한 정지했 

다. 수황이 만들어낸 날카로운 무기는 여운휘의 코앞에 멈춰 있었다. 그리 

고 여운휘의 검은 수황의 단전에 조금 미치지 못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콰지직! 

그 둘이 멈추는 순간 사방에 얼어 있던 강물들이 굉음을 토해내며 갈라지 

기 시작했다. 마침내 여운휘가 딛고 있던 바로 아래의 얼음도 천천히 갈라 

졌다. 한 쪽 발이 물 속에 잠기고 있거늘 여운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 

고 수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 속에 잠겨 드는 여운휘와 조용히 얼음 위에 

서서 그런 그를 응시하는 수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졌다.' 

이 상태로 그냥 들어갔다면 패한 것은 분명 자신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여운휘였을 때의 이야기다. 

'오행검법이었다면……' 

오행검법이었다면 지금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은 수황이 아닌 자신이었을 지 

도 모른다. 졌다, 하지만 지지도 않았다. 모순 같은 말이지만 그건 사실이 

다.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는 여운휘를 수황은 손을 뻗어 어깨를 잡았다. 

"나오게." 

"……"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여운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판자를 밟으며 

배로 돌아갔다. 그의 뒤를 따라 수황도 움직였다. 

"왜 공격했던 거요." 

"내 제자가 내렸던 결정이 어떠한 것인지 보고 싶었거든. 어쩌다 보니 일 

이 이렇게 되었구만. 처음엔 이리 손을 겨눌 생각이 없었거든." 

"당신 제자가 내린 결정에 대해 왜 나에게 묻소? 그건 당신 제자에게 가야 

하는 일이 아니오." 

"그래,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게 하는데는 네 힘이 있었으니 

까. 내 제자가 아닌 네 입에서 듣고 싶었다. 무엇이 그에게 그런 결단을 내 

리게 했는지." 

배에 타고 있던 세명 모두 여운휘를 바라봤다. 

"난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소. 그저 난 한 여인을 위해 싸운다고 했을 뿐이 

지." 

"그게 다인가?" 

여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황은 배에 탄 채로 조용히 장강수로십팔채가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 

다. 저 대답을 듣고 혁련우는 대답을 내린 거다. 도대체 저 말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알 수 없다. 그건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묻고 싶은 게 있었지." 

수황이 입을 열었다. 잠시동안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여니 여운휘는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봤다. 

"솔직히 한 여인을 위해 그토록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지. 그래서 

그 여인에 대해 궁금했다. 그 여인을 사랑하는가?" 

"……" 

"왜 대답이 없는 가?" 

여운휘는 수황이 재촉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랑? 그런 감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자신의 과거를 보는 듯 

했기에, 그녀를 지켜준다 했다. 너무나 순수한 한 여인을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약속을 했다. 반드시 지켜 준다고 약속했으니 그 

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랑하냐니? 

아니다, 사랑하지 않는다. 지켜준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지 사랑해서가 아 

니다. 

그런데 딱 잡아서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는다. 

'왜지?' 

모른다. 그건 자신조차 모르겠다. 

"대답을 하지 않겠다는 건가?" 

수황은 연신 그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재촉했다. 여운휘는 뭐라고 대답해 

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뜸을 들이던 여운휘가 마침내 입을 열었 

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그녀라고 답하겠 

소." 

"그런가?" 

여운휘는 수황의 질문에 답한 것이 아니다. 그저 유설린을 떠올리는 순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다. 

수황은 몸을 돌려 다시 물 위로 몸을 날렸다. 땅 위에서처럼 천천히 걷던 그 

가 고개를 돌렸다. 

"특별히 인사는 하지 않겠다. 분명 너와는 다시 만나게 될 것 같군. 누남천 

자네도 잘 가게." 

"잘 가시오 수황." 

누남천은 간단하게 고개를 꾸벅했고 수황은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가 사라 

지자 청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저 앉았다. 오금이 저린다. 그 격돌은 

옆에서 보고 있던 것만으로도 사람의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정작 주변에 있던 청삼이 그러한데 당사자인 여운휘는 상처투성이의 몸으 

로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누남천 또한 특별한 말 없이 천천히 여운휘의 건너편에 앉았다. 둘 

이 그토록 행동하자 오금이 저려 주저 앉았던 청삼은 자리에서 일어나 투덜 

거리면서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배는 천천히 장강수로십팔채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여운휘는 차갑게 가라 앉은 눈으로 강을 바라봤다. 

수황이 던진 한 마디가 아직도 가슴 속에 파문을 만든다. 

…… 그 여인을 사랑하는가? 

'보고 싶을 뿐이다. 너무나 많이.' 

이상하다. 

뭔가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무엇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하지는 못할 게다. 하지 

만 무엇인가가 가슴에 얹힌 기분이다. 무슨 일을 하고 어떠한 모습을 살펴 

도 개운치가 않다. 

왜? 

무공도 빠른 속도로 진전하고 있다. 지금이라면 예전의 여운휘와 붙어도 크 

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력도 늘었다. 구취향의 혈루검법은 부족한 재능 

을 메어 주기에 충분한 무공이다. 분명 모든 일을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 

고 있다.     

마교 교주인 엄백린 또한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유설린을 아직도 찾지 

못하게 되자 그는 거의 종일 술만 퍼 마시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마교 

를 살피지 않는다. 술과 여자에 빠져 엄백린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유설린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었다. 유설린을 찾지 못한 지 일년이 넘 

자 엄백린은 자신을 제대로 가다듬지 못했다. 

사무린에게 지금은 기회였다. 자신이 강해지는 것도 엄백린은 알지 못할 거 

다. 

처음엔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다. 기회가 온 거라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고. 그래서 무공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강해져 갔다. 그런데 오랜만에 여유 

를 가지고 마교를 지켜보니 이상한 것 투성이다. 

교주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 흔들림이 있어야 한다. 교주는 마교의 우두머리 

다. 그런 그가 술에 취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더불어 마교도 어느 정 

도 영향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 

예전과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수상했다. 심지어 마교에 있는 고위 

핵심부 몇 명을 제한다면 교주가 지금 이처럼 술과 여자만 탐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다. 

그만큼 예전과 변함이 없다는 소리다. 

변했어야 정상이거늘 변한 게 없다. 얼마 전 마교와 무림맹은 작지만 일전 

을 벌인 적이 있다. 그때도 교주는 아무 한 것이 없다. 하지만 분명 마교에 

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무림맹은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물러났다. 

그 당시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일도 이상하다. 그렇 

게 마교에 있는 중요한 세력들을 움직인 것은 교주가 아니었다. 

사무린은 마교 내에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비밀스럽게 해결해야 할 일 

에 투입(投入)되어야 한 탓이기도 했고, 그녀 또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내 

비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마교 교주에게로 올라오는 거의 모든 정보를 접하고 있 

다. 그 탓에 사무린은 마교의 내부의 일과 외부의 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 

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교의 주인은 엄백린이다. 하지만 지금 마교는 그가 없이도 움직이고 있 

다. 

'뭔가가 있어. 헌데…… 그게 뭐지?' 

결코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다. 마교가 엄백린 없이도 이토록 돌아간다 

는 건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무린 또한 알고 있 

다. 

현재 마교에서 엄백린에게 반(反)하는 세력은 없다. 엄백린은 교주로 등극 

해서 완벽하게 그들의 수족을 잘라버렸다. 일정 이상의 힘을 가지지 못하도 

록. 그 탓에 불만이 있다 해도 엄백린에게 그 누구도 불만을 표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무린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녀의 새빨간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알아내야 해. 반드시 알아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사무린은 이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알아야 했다. 더 이상 그녀는 뒤에서 휘 

둘리는 인형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난 강해졌어. 더 이상 휘둘리지 만은 않을 거야. 상대가 누구든 내 앞길을 

막는다면……' 

사무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이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가 아 

니다. 이 알 수 없는 일의 배후를 알아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무린은 

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죽여버리겠어." 

그녀가 나간 방에는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사무린은 긴 길을 발자국 소리도 없이 걷고 있었다. 그 탓인지 막 문을 열 

고 나오던 하녀는 갑자기 나타난 사무린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버렸다. 손 

을 들어 올려 입을 가리는 바람에 종이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아!" 

자신이 종이를 떨어트린 걸 안 하녀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고개를 숙여 종 

이를 챙기기 시작했다. 사무린은 아무런 말도 없이 막 그 옆을 지나치려 했 

다. 

옆을 지나쳐가던 사무린은 종이 한 장을 밟았고, 당연스럽게 그곳으로 시선 

이 갔다. 그리고 그 종이를 본 그녀의 발은 멈추어 버렸다. 

사무린은 천천히 그 종이를 들어 올려 하녀에게 건네 주었다. 고개를 꾸벅 

하면서 종이를 건네 받은 하녀는 급히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그때 사무 

린이 입을 열었다. 

"이봐요. 잠시만요." 

"예?" 

하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사무린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 종이 어디로 가는 거죠?" 

"당연히 교주님에게……" 

사무린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아무도 없 

다는 것을 안 후에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린은 몸을 돌려 

걷다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이미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진 그 여인을 향해 사무린은 작게 중얼거렸다. 

"교주가 있는 곳은…… 그 쪽이 아니야. 멍청한 계집." 

그 하녀는 실수를 범했다. 그녀는 현재 교주의 거처 반대로 향하고 있다. 그 

리고 교주에게 갔다 온 거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종이에는 교주의 인장이 

찍혀있지 않았다. 

'물었어.' 

사무린은 이빨을 들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밖으로 나간 그녀는 나무 위에 숨어 주변을 살폈다. 이 근방에 출입할 수 있 

는 무인도 적을뿐더러 밤도 깊었다. 근처엔 아무도 없다. 사무린은 조용히 

아래를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달이 천천히 하늘에서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꽤나 긴 시간이 흘렀거늘 사 

무린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혹여나 다른 길로 갔을지도 모르지만 그 

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나무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던 사무린의 눈에 조심스럽게 문 밖으로 나오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달빛에 드러난 얼굴, 아까 그 하녀다. 사무린은 

다시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종이를 상의 안에 넣고 걷기 시작했다. 

사무린은 옆에 나무로 소리나지 않게 이동하며 조용히 그녀를 뒤따랐다. 무 

슨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슉! 

사무린의 몸이 갑작스럽게 빨리 움직이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잠시 고개 

를 갸웃한 하녀는 다시 천천히 걸었다. 사무린은 잠시 숨을 가지런히 하고 

다시 하녀의 뒤를 쫓았다. 

길을 가던 와중 그녀는 소피가 급했는지 근처에 있는 측간으로 향했다. 기 

다렸다는 듯이 사무린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우아한 학처럼 하늘은 난 사무린은 측간의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 하녀가 측간에서 나오기를. 

하녀가 나올 때까지 사무린은 호흡도 하지 않았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라 

면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힌 자라면 호흡만으로 상대가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게다. 

물론 일개 하녀일 뿐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열쇠에 관련 된 자이 

기도 했다. 그런 하녀라면 무공을 익혔을 지도 모른다. 겉보기만 하녀지 알 

고 보면 꽤나 대단한 고수일 지도 모른다. 

지붕 위에 낮게 몸을 깔고 있던 사무린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하녀를 발 

견했다. 막 주변을 살핀 하녀가 다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 

를 사무린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착지했다. 

착지하기가 무섭게 사무린의 오른 손이 하녀의 입을 막았다. 

"읍!" 

막 뭔가 토해내려던 하녀는 자신의 목을 쑤셔 들어온 비수에 의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마혈을 제압 당한 사람처럼 축 늘어졌다. 비수가 틀어 

박힌 목에서 피가 샘솟듯 터져 나왔다. 

사무린은 품안에 있던 비단을 꺼내 그 상처를 감쌌다. 결코 살리려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피 냄새가 풍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너무 많은 피가 흐르 

게 되면 흔적이 남게 될 거다. 그런 자그마한 흔적도 내서는 안 된다. 

여인이 죽은 걸 확인한 사무린은 그녀의 품안에 있던 종이를 꺼내 들었다. 

아까 부닥쳤을 때 언뜻 봤던 종이의 수와 차이가 많이 난다. 그 소리는 곧 

한 차례 걸러졌다는 소리다. 

종이를 살펴보던 사무린의 머리에 번개처럼 한 가지의 사실이 스쳐지나갔 

다. 

'아까는 인장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종이에 인장이 찍혀 있다. 아까는 교주의 인장이 없었다는 

사실만을 생각했기에 다른 중요한 것 하나를 잊고 있었다. 교주에게 올라오 

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인장을 받아야 한다. 

사무린의 머리에 그 사실이 떠오르는 순간 싸한 전율이 등골을 스쳐지나갔 

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카락도 하늘을 향해 쭈뼛하는 느낌이다. 더 

불어 등뒤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섭다, 너무나 무섭다. 

고개를 돌려야 하는데 돌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 태어나서 이만한 공포는 

느껴 본 적이 없다. 

목 바로 앞에 망나니가 칼을 가져다 대고 있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게다. 

"대단해." 

익숙한 목소리다. 평소에는 그다지 대단치 않게 봤던 사내의 목소리다. 평 

소에 그를 보며 얼마나 비웃었던가. 교주의 개처럼 옆에 서서 충실하게 그 

자의 말만 받들던 자. 

그렇지만 지금은 세상 그 누구보다 두렵다. 

"알아차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내가 널 과소 평가한 건가?" 

사무린은 굽혔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두렵다. 하지만 지금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면 분명 죽는다. 이렇게 뒤를 잡 

힐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자신을 누군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느끼 

지도 못했다. 

분명 사무린은 강해졌다. 얼마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하 

지만 그렇게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신의 뒤를 잡고 있는 사내에 비 

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거다. 

사무린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었다. 

그녀는 양손을 강하게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다. 

사무린의 눈에 익숙하면서도, 생소해 보이는 사내가 들어왔다. 예상은 적중 

해 버렸다. 

"역시 당신…… 이었군요." 

"대단하다고 칭찬해줘야 하나, 아니면 멍청하다고 비웃어 줘야 하나." 

사내는 자신의 정체가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했다. 

사무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 정도는 이곳에서 너무나 쉽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저럴 수 없다. 사무린은 양손을 더욱 강하게 쥐 

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피가 손을 따라 흘러내리며 땅을 적셨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사무린은 자신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 

실도 알지 못했다. 그 정도로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던 거다. 

"…… 진린." 

진린은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사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손만 뻗는다면 당장이라도 목을 벨 수 있을 것 

만 같다. 자신이 익힌 혈루검법이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거다. 사무린 

은 최대한 냉정하게 진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벨 수 있다는 생각은 자신의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애초에 벨 수 있던 상대였다면 이토록 쉽사리 뒤를 잡히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냥 당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어떻게 살아왔던가. 

살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주변에 있는 모두를 죽여왔다. 그것에 대해 후회 

하는 건 아니다. 약했으니 죽는 건 당연하다. 허나, 그토록 힘겹게 살아온 

자신이 이곳에서 죽는다는 건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살 거다. 무슨 일을 해도 좋으니 목숨만큼은 붙어 있어야 한다. 훗 

날을 도모한다 해도 목숨이 붙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목숨을 잃게 된 

다면…… 그것으로 모든 건 끝이다. 

"가만히 있었다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게 되었군." 

진린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 몸에서 풍기는 중압감은 보통을 넘어선다. 

대적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사무린은 황급히 측간 지붕으로 몸 

을 날렸다. 측간 지붕이 발에 닿는 순간 사무린의 몸이 다시 한 번 도약했 

다. 

'도망쳐야 돼! 잡히면…… 죽을 거야!' 

나무를 박차면서 사무린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사무린은 몸은 움직였지 

만 어디를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디가 그의 손에서 안전할 것인 

가.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 마교의 교주인 엄백린에게 간다 해도 지금은 안 

심이 될 수 없다. 저 자가 따라온다면 교주의 거처도 안전하지 않다. 무엇 

때문인지 교주 밑에 있기는 하지만 결코 충성심 때문은 아니다. 

죽일 거다, 교주라 할 지라도 죽이고자 하면 능히 그럴 수 있는 자다. 

그곳도 안전하지 않다면 마교 내에서 도대체 진린의 손길이 스미지 않은 곳 

은 어디란 말인가. 없다, 아무 곳도 없다. 머리를 짜내도 아무것도 떠오르 

지 않는다. 그 순간 사무린은 다리를 멈췄다. 

공중으로 몇 번 도약하기도 전에 자신의 앞을 막아서서 있다. 

사무린은 다시 주먹은 거세게 움켜쥐었다. 

"다 도망 간 거냐?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죽어줘야겠다." 

자신이 알고 있던 진린이라는 사내와는 너무나 다르다. 사무린은 침을 꿀 

꺽 삼켰다. 

다시 도망칠 생각 따위는 머리 속에 들지도 않는다. 방금 전 전력을 다했거 

늘 순식간에 앞이 막혀 버렸다. 더군다나 움직이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설 

령 빠져나갈 수 있다 해도 갈 곳이 없다. 

살기 위해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 잠시만요. 전 죽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살려달라고?" 

"예. 전 죽고 싶지 않아요." 

"큭큭, 웃기지도 않은 계집이로군." 

진린은 사무린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뭘 믿고 살려 줄 

거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살려 줄 거라고 생각하나?" 

"예, 당신은 절 아니까요." 

사무린의 말에 진린은 출수 하려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 대신 의아한 표 

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은 절 알아요." 

"물론. 너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지." 

"그럼 아실 텐데요? 저에 대해 말이죠. 제가 어떠한 여자인지, 당신에게 있 

어서 도움이 될 사람이라는 것도." 

"……" 

진린은 말 없이 사무린을 바라봤다. 

사무린에 대해 알고 있다. 마교 내에서 사무린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섯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다섯 안에 진린도 들어가 있다. 그는 사무린을 그 

리 대단케 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일전에 그녀가 교주의 명을 받들어 마 

교 내에 있는 반대 세력들을 소리도 없이 박살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후부터 진린은 사무린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파고들었다. 

마교 내에서 진린만큼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도 드물 게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한다. 사람을 베는 것을 꺼려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몸도 주는 여인 

이다. 

사무린은 진린에게도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외모를 떠나 저런 실력자는 아 

깝기 마련이다. 

그녀는 양날의 검이다. 상대방을 벨 수도 있지만, 정작 주인인 자신을 벨 지 

도 모르는 무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자신을 다치게 할 지도 모르는 검…… 

"그래, 숨기지 않고 말하지. 넌 분명 아까운 패야. 그냥 죽여 버리기에는 너 

무나 아까운 자지." 

"그럼 절 쓰세요. 그리고 절 살려주면 되잖아요?" 

"그러기엔 넌 너무 위험 부담이 커. 그런 위험을 안으면서까지 굳이 살려 

야 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겠는데?" 

채앵! 

사무린의 검집에서 검이 빠져 나왔다. 

아무런 말도 없이 사무린은 진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진린은 갑자기 코 

앞까지 다가온 검을 고개를 틀어 피해냈다. 막 뒤로 물러서는 진린은 바로 

앞까지 다가와 검을 밀어 넣는 사무린을 향해 자신의 발을 내질렀다. 

비록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인 건 아니지만 너무나 쉽게 피해내 버렸다. 진린 

의 눈에 순간 기광(奇光)이 번뜩였다. 

자신이 판단했던 사무린의 실력은 방금 그 일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피해냈다. 자신이 생각해 왔던 것 보다 사무린은 강한 거다. 

사무린의 검에서 검기가 일렁거렸다. 

콰콰쾅! 

그녀가 검을 내지르자 검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검기들이 폭발했다. 그 

위력이 얼마나 거셌는지 주변은 폭풍이 이는 것처럼 바람이 불기 시작했 

다. 진린은 펄럭이는 자신의 옷을 본 후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폭풍의 가운데 한 여인이 서 있다. 그 눈빛은 마치 당장이라도 자신을 

벨 듯이 날카롭다. 

차차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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