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137)

                        객(客) 

여운휘는 요즘 색다른 일에 재미를 붙였다. 암기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 

었던 그는 풍운조가 들어온 이후로 그에게 암기술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 

다. 

암기의 수는 다양하다. 암기를 크게 나누자면 자상류, 얽음류, 최혼류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종종 사람들은 암기를 쓰는 자들을 비겁하다 말한다. 그렇지만 암기 또 

한 검과 다를 바 없는 무기의 한 종류일 뿐이다. 

여운휘는 실전에서 암기를 사용해 봤다. 살령대의 살수들과 싸울 때 순 

간적인 움직임으로 여섯을 죽였다.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피해를 줬 

다. 여운휘는 그 점 탓에 더욱 더 암기에 흥미를 느꼈다. 

여운휘가 평소와는 달리 유설린과 멀찍이 서서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 

다. 

유설린과 그녀의 옆에 선 풍운조는 조용히 여운휘를 응시했다. 여운휘 

의 주변에 놓여진 술잔들의 수는 수십에 이르렀다. 크기도 약간씩 달랐 

으며 놓여져 있는 방위도 불규칙적이다. 

"비(飛)!" 

여운휘를 바라보던 풍운조가 외쳤다. 

풍운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 여운휘는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소 

매를 움직였다. 

'둘!' 

여운휘는 주변을 둘러보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두 개, 두 개를 놓쳐 버 

렸다. 

풍운조가 손수 만든 날이 얇은 비수다. 비수는 그다지 큰 병기는 아니 

다. 하지만 아무리 비수라 해도 몸에 여러 개를 지녀야 할 때는 그 크기 

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풍운조는 그 날의 얇기를 최소화 시켰다. 

부피를 줄였기에 소리가 작다. 그리고 부피를 줄였기에 소지할 수 있는 

양도 늘어났다. 

풍운조 또한 여운휘와 마찬가지로 깨진 술잔의 개수를 세고 있었다. 대 

단한 자질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 해도 술잔의 반 

도 깨지 못했을 게다. 

여운휘는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풍운조가 보기에는 충분히 놀 

랄 수준이었다. 

'저 정도라면 일 수에 이십 명도 죽일 수 있다.' 

충분하다,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여운휘의 손에 백 자루의 비수가 들린 

다면 구십 이상은 죽을 거다.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의 공야장편(公冶長篇)에 실 

린 말로 흔히 천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저 녀석에게 칭하기에는 문일지십이라는 말조차도 부족하다.' 

여운휘는 만족할 줄을 모른다. 성취를 보인다면 사람들은 그것에 만족한 

다. 그렇지만 여운휘는 그렇지 않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 

고 자신에게 박차를 가한다. 자신에게 채찍질을 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 

다. 

천부적인 재능과 더불어 하고자 하는 열의도 지니고 있다. 

'대단한 놈이 될 수밖에 없어.'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여운휘의 손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그 

모습에 정신을 차린 풍운조는 남아 있는 술잔의 수를 세면서 자신도 모 

르게 중얼거렸다. 

"하나……" 

열 다섯 명의 남녀들이 악양에 들어섰다. 대부분이 중년이나 노년이다. 

그 안에 이질적으로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있었다. 이십이 갓 되었을 듯 

한 한 쌍의 남녀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검을 차고 있지는 않았지만 튀어나온 태양혈(太陽穴)을 보아 하니 무공 

을 익힌 게 분명하다. 주변을 신나게 두리번거리던 여인이 옆에 서 있 

던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사숙조(師叔祖) 어르신, 악양이에요." 

"그래 그렇구나. 너는 악양이 처음이지?" 

"예, 하남에 있는 유명한 곳은 많이 가 봤지만 호남은 처음이네요." 

여인은 남궁세가 가주의 딸인 남궁리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서 투 

덜거리면서 걷고 있는 젊은 남자는 남궁세가 가주의 아들인 남궁혁련이 

다. 

가주의 직계(直系)인 그 둘이 이곳에 왔다. 악양유가를 도우러 온 십 오 

인 중 그 둘이 그들이다. 

그렇지만 남궁혁련의 표정은 결코 곱지 않았다. 

그는 귀찮았다. 겨우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세가를 도우러 자신이 이 

곳까지 왔다는 사실이 귀찮기만 하다. 그렇지만 가지 않을 수도 없다. 

'그 놈 때문이야. 그 놈이 이곳에 오면 대단한 고수를 볼 수 있다고만 

안 했으면……' 

악양유가라는 곳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남궁진 때문이다. 그가 남궁세가 

로 돌아와 가주에게 악양유가에 대단한 인물이 있다고 말했다. 그 탓에 

남궁혁련의 아버지인 남궁철은 그를 이곳으로 보냈다. 

무림의 경험이 다소 부족한 남궁혁련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 행 

동이다. 

그렇지만 막상 당사자는 귀찮기만 했던 거다.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할 

까. 대단한 자라면 오히려 남궁세가에 넘치고 넘쳤다. 이름조차 들어 

본 적 없는 낭인이 강해 봤자 거기서 거기다. 

남궁혁련은 남궁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남궁세가는 직계인 자신 

이 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정작 남궁세가에서 다음 가주로 이름이 오르 

락내리락 하는 것이 남궁진이다. 물론 오르락내리락 한다 하여 그리 되 

는 건 아니지만 남궁혁련은 기분이 나빴다. 

남궁진은 자신보다 재능이 있다. 나이 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위로가 

될 수 없다. 

남궁혁련은 자존심이 강한 자다. 그런 그는 항시 남궁진이 하는 행동과 

말에 불만을 품었다. 그 때문에 오게 된 이번 일정이 결코 좋을 리가 없 

다. 

'대단한 놈이 있다고? 웃기지 말라고 해. 고작 낭인이야. 낭인은 아무 

리 대단해도 나처럼 제대로 무공을 익힌 자를 이길 수는 없어.' 

그는 비록 남궁진에 비해 떨어졌지만 자존심만큼 무공도 빼어난 자였다. 

십 오인의 옷은 평범하다. 남궁세가를 알리는 표식이 전혀 없는 평범한 

무복을 입고 있다. 운문세가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완전히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는 밤을 틈타 움직여야겠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 

다. 

남궁세가와 악양유가가 연계(連繫)했다는 사실을 아는 건 남궁세가 내부 

에서도 거의 없다. 소문이 새어나가지 않았다면 자신들을 남궁세가의 무 

인이라고 생각 할 일은 결코 없을 거다. 

'악양유가라……' 

이 무리를 이끌고 있고 방금 전까지 남궁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남궁벽 

은 속으로 악양유가의 이름을 되뇌었다. 왠지 모르게 요즘 그 이름을 많 

이 듣는 것 같다. 

호남에는 대단한 세가가 없다. 그나마 이름 있는 세가인 운문세가도 그 

리 대단하게 보지 않았다. 이제부터 호남의 패자가 바뀔 모양이다. 

남궁벽은 단순히 그들을 돕기 위해서만 오는 게 아니다. 

호남과 하남은 붙어 있다. 그 탓에 서로 영향을 주고 당연히 경계도 하 

게 된다. 악양유가를 돕는 것도 일이지만 그 내부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도 일이다. 누가 가주고,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 한 

다. 

"사숙조 어르신, 도착한 것 같아요."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자신들이 다가오자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이미 자신들이 언제쯤 도착할 

지 알고 있었다는 거다. 남궁벽은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정보력을 지니고 있다.' 

이토록 정확하게 자신들의 도착 시간을 알았다는 건 곧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들은 눈을 지니고 있다. 

'예상보다…… 강적이겠군.' 

남궁벽은 복잡한 머리와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악양유가 

의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한 남자가 다가 

와 고개를 숙였다. 

"이쪽으로." 

"이봐, 가주는 어디 있는 거냐. 우리가 왔는데 건방지게 아랫사람이나 

불러서……" 

"이 놈! 말조심하지 못할까!" 

남궁혁련의 건방진 말에 남궁벽이 고함을 질렀다. 남궁혁련은 찔끔해서 

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가 몇 안 되게 두 

려워 하는 사람 중 하나가 남궁벽이었던 것이다. 

남궁벽은 혀를 찼다. 저런 앞뒤 구분도 못하는 건방진 놈이 다음대 가주 

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남궁벽은 남궁세가를 퇴 

보시키면 퇴보시키지 결코 진보시킬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남궁벽은 남궁진이 가주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그게 그의 마음대 

로 되는 게 아니다. 

비록 저토록 철없고, 남을 배려 할 줄 모르는 자지만 남궁세가 가주인 

남궁철은 그의 아들인 남궁혁련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대(大)를 위하여 그 집착을 버려야 하거늘……' 

그렇지만 자식을 위하는 아비의 마음을 보고 뭐라 할 수도 없는 거다. 

남궁벽은 한숨을 내쉬고 악양유가에서 자신들을 안내하기 위해 나온 남 

자를 향해 말을 이었다. 

"어서 안내하게." 

남궁세가에서 나온 남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발을 옮 

기기 시작했다. 

남궁벽은 남궁혁련을 무섭게 노려보고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재수 없는 노인네!' 

남궁벽의 뒤로 따라 붙으며 남궁혁련은 그의 뒷모습을 흘겨봤다. 

안내를 하던 자가 갑자기 멈춰 서서 옆으로 몸을 틀고 손으로 한 방향 

을 가리켰다. 

"이쪽에 가주님이 계십니다." 

"저 곳 말인가?" 

"예." 

남궁벽은 안내를 했던 자가 가리킨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다지 크지 않은 건물. 남궁벽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남궁벽은 바로 건너편 쪽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고 입을 열 

었다. 

"악양유가의 가주시오?" 

"뵙게 돼서 반갑네요. 천뢰삼검(天雷三劍) 남궁벽 어르신." 

"허어, 알아주시니 고맙구려." 

고맙다고 말은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 자신을 만나 본 적이 없는 여 

인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이곳으로 오는 동안 정체를 밝혀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다. 

'결코 만만치 않겠어.' 

남궁벽은 유설린을 보며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옆에서 같은 장면을 보고 있는 남궁혁련은 그렇지 않았다. 

'뭐야, 가주라는 게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계집이잖아? 얼굴 빼곤 볼 것 

도 없겠어.' 

남궁혁련은 고개를 돌려 가주의 옆에 있는 자들을 살폈다. 노인 하나에 

젊은 남자 둘이다. 

남궁진이 악양유가에서 싸웠던 남자는 가주를 지키는 젊은 무사라 했 

다. 그리고 지금 이 방에 미리 와 있던 사인 중에 젊은 남자는 둘 뿐이 

다. 

한 명은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날카롭기는 하지만 무인이라기 보다는 화 

화공자(花花公子)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호남형의 얼굴에 

몸 또한 좋아 보이는 자다. 

'누구지? 저 자인가 아니면……' 

남궁혁련은 몸이 좋은 남자가 남궁진이 말했던 그자라 판단했다. 

"이토록 빠르게 와 주신 점 감사 드려요. 조만간 운문세가와 마찰이 있 

을 듯 한데 남궁세가의 분들이 오시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요." 

"약조를 했으니 당연한 일이오. 일이 끝난 후에 돕겠다고 온다면 우습 

지 않겠소?"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급히 불러 죄송해요. 하지만 내부에 적이 있을 

지도 몰라서요." 

옳은 판단이다. 열 다섯이나 되는 인원이 세가에 방문한 것을 운문세가 

가 심어둔 간자가 보게 된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흘러 들어가게 될 거 

다. 

"미리 준비한 거처가 있어요. 그건 이 남자가 안내할 거예요." 

유설린이 가리킨 남자는 남궁혁련이 그라고 판단한 능려운이다. 

"가주의 속이 참으로 깊구려. 그럼 우리는 저 남자의 뒤를 따라 움직이 

도록 하겠소. 그리고 세 명 이상은 뭉쳐서 다니지도 않도록 하지."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희야 고맙지요." 

능려운은 남궁벽에게 다가가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나가셔야 할 문은 저쪽입니다." 

들어온 곳은 여기지만 나가야 할 곳은 가주의 뒤편에 있는 문을 통해서 

다. 그것도 한 번에가 아니라 몇 번에 걸쳐 움직여야 한다. 열 다섯 명 

은 셋씩 해서 다섯 개의 조를 짰다. 

가주의 옆까지 다가온 남궁혁련은 그녀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멀리서 봤 

을 때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게 되 

니 마음이 흔들린다. 

악양유가의 가주는 미녀다. 남궁벽은 남궁세가의 후지기수로 수많은 여 

인들을 만났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널리고 널린 게 무림이다. 그런 미녀 

들의 미모를 칭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침어낙안(侵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 

그 어떤 말도 이 여인에겐 부족 할 듯 하다. 

'저 정도 미모라면 내 반려로 충분한 자격이 있지.' 

남궁혁련은 유설린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그는 계속해 

서 유설린을 바라보다가 자신을 향하는 눈빛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가주의 옆에 서 있던 젊은 남자의 눈과 남궁혁련의 눈빛이 만났다. 

'뭐야?' 

자신을 향하는 눈빛이 왠지 모르게 화를 솟구치게 한다. 깔보는 듯한 

그 자의 눈빛에 남궁혁련은 더욱 상대를 매섭게 노려봤다. 상대가 고개 

를 돌렸다. 

그렇지만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신의 눈빛에 두려움을 느 

껴 돌린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을 느낀 탓이다. 무시하는 듯이 태연한 표 

정은 속이 좁은 남궁혁련을 화나게 만들어 버렸다. 

'건방진 놈!' 

당장이라도 머리통을 부숴 버리고 싶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 

다. 남궁벽, 그 노인이 지금 옆에 있는 탓이다. 무례한 행동을 했다가 

는 또 한소리들을 게 분명하다. 

'체엣!' 

이래저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다. 

"가요, 오라버니." 

옆에 있던 남궁리가 기둥처럼 서서 젊은 남자를 노려보는 남궁혁련의 소 

매를 잡아 당겼다. 남궁혁련은 고개를 돌리고 앞에 있는 남자를 따라 걷 

기 시작했다. 

남궁혁련은 자신을 바라보던 사내에 대한 관심을 끊기로 했다. 본 적도 

없는 얼굴이다. 자기 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 

슷한 연배의 인물이다. 그런데 전혀 본 적이 없다. 그건 곧 대단한 자 

가 아니라는 거다. 

물론 남궁진이 말했던 대단한 자라는 저자도 남궁혁련으로서는 본 적이 

없는 자다. 

남궁혁련이 조금씩 앞서서 자신들을 안내해 주는 능려운에게로 다가갔 

다. 

"이봐." 

"무슨 일이십니까?" 

"몸이 꽤 좋은 것 같은데 무공은 언제부터 익혔나?" 

"어렸을 때 기본 적인 것 조금 배운 게 답니다. 그리고 최근 반 년 정 

도 전부터 제대로 무공을 배우고 있지요." 

나이가 많은 능려운은 존대를 했지만 남궁혁련은 반말을 했다. 그의 오 

만한 성격 탓이다. 

남궁혁련은 놀랐다. 고작 반 년 정도 무공을 배운 자가 남궁진을 놀래 

켰다는 말이 아닌가.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리도 모르고 남궁혁 

련은 그런 자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한 남궁진을 비웃었다. 

무공을 배운 지 반 년 정도 밖에 안 되었다는 소리는 그 전까지는 싸움 

판만 굴러먹던 파락호라는 소리다. 파락호에게 대단하다? 우습지도 않 

다. 파락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무공을 익힌 무인의 상대는 될 수 

없다. 

만약 이 자리에 남궁벽이 있었다면 거기서 그쳤겠지만 지금 남궁혁련과 

남궁리를 따라 온 것은 다른 자였다. 남궁벽이 없다면 남궁혁련은 제멋 

대로 행동한다. 

"크크, 반년이라고? 고작 그런 자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한 남궁진 형님 

도 우습군." 

"……?" 

"남궁진 형님이 나와 내 동생을 이리 오게 하면서 악양유가에는 가주를 

지키는 대단한 남자가 있다고 했지. 그런데 그런 남자가 고작 반 년 정 

도 무공을 익힌 자일 줄이야 몰랐어. 이거 실망이야." 

그제야 능려운은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처음 자신을 향 

해 하는 말을 들은 능려운은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 

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듣다 보니 대충 상황이 짐작이 갔다. 

"남궁진 형님은 사람 보는 눈이 없단 말이야? 얼마 전 까지는 파락호였 

던 자를 대단하다고 하……"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가주님을 지키는 건 아까 그 남자입니다." 

신나게 말을 하던 남궁혁련의 얼굴이 순간 당황함으로 굳어 버렸다. 발 

걸음을 멈춘 남궁혁련의 표정을 보면서 능려운은 말을 이었다. 

"제가 가주님을 지키는 호위무사라면 지금 길 안내를 하겠습니까? 가주 

님을 지키고 있고 아까 그 남자가 길 안내를 했겠지요." 

놀리는 듯한 능려운의 말에 남궁혁련은 얼굴까지 붉어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능려운이 몸을 돌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기나 하십시오." 

남궁혁련은 능려운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파락호에게 모욕을 당한 기분이다. 자존심이 강한 남궁혁련으로서는 당 

장이라도 칼부림을 내고도 남을 정도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참았 

다. 

'지금은 참지. 하지만 곧 후회할거다. 감히 날 건드리고 웃을 수 있나 

어디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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