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137)

게 오히려 내종종에겐 좋은 일이었다.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적을수록 

좋다. 결코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을 풍운조는 알고 있다. 아마 그것이 

밝혀진다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극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 비밀을 아는 자가 나타나니 내종종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무슨 일인가." 

"예전에 선수금은 받았지만 남은 대금을 받지 못한 것 때문에 왔소." 

휘장을 걷고 내종종이 나왔다. 예전보다 많이 늙은 그였다 

"그게 네 진짜 얼굴인가." 

"그럴 리가 있겠소." 

"그래 백 개의 얼굴을 가진 네가 본 모습으로 내게 왔을 리가 없지. 그 

래 돈을 받으러 왔다고? 얼마나 주면 되는가?" 

"돈 대신 다른 걸 받았으면 하는데." 

내종종은 이마를 찌푸렸다. 이럴 까봐 대화하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내 

종종은 풍운조가 무엇을 부탁하던 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 

히려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다. 지금 당장 저 자를 죽일 수 있다면 그 

렇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뭔가." 

"당신에게는 어렵지는 않은 일 일거요. 호남 소금의 판권을 예전 내 은 

인에게 주었으면 하오." 

"소금을 말인가?" 

"결코 가격을 비싸게 하거나 하지 않을 거요. 다만 지금 운문세가가 비 

밀리에 관에 손을 써서 건드리는 소금을 내 은인들에게 양도해 주었으 

면 하오." 

내종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소금은 판매금지 물 

품이다. 그건 국가에서 건드리는 물품이니까. 그렇지만 암암리에 그건 

무림의 세가들이 맡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관에 손을 쓰는 탓이다. 

세가에서 소금을 건드린다는 것, 그건 이미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 

이다. 그런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가 

소금을 팔던 어차피 내종종에게 그건 상관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내종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 소금의 판권을 자네가 말한 사람에게 주지." 

내종종은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 황제의 측근인 그에게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맙소. 내가 말한 은인이란 악양유가의 가주요." 

"악양유가라…… 운문세가와 대립하는 것을 보아 호남쪽인가 보지?" 

"그렇소." 

"그래, 내 호남 쪽에 손을 써보도록 하지. 아,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말게." 

"알고 있으니 걱정 마시오. 내 부탁만 들어준다면 다시는 찾아올 일이 

없을 거요." 

이런 일은 서로가 매일수록 좋지 않다. 그만큼 꼬리가 잡히기 쉬운 탓이 

다. 풍운조 또한 후에 이 자를 찾아올 마음은 없다. 이자와의 인연은 이 

것으로 완벽하게 정리 된 것이다. 

"그럼 가 보도록 해라. 다른 누구에게도 걸리지 말고." 

"잊었소? 난 백면귀황이오. 백 개의 얼굴을 가진 귀신들의 황제란 말이 

오." 

"황제라는 명칭은 아무나 붙이는 게 아니다. 당장 사라져라." 

"아, 이 지붕 위에 당신 부하 하나가 잠자고 있을 거요. 그리고 문 쪽 

도 마찬가지로 두 명이 나뒹굴고 있을 테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다." 

풍운조는 고개를 꾸벅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일은 성공했다. 풍운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당장이라도 손을 

들어 올리며 성공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 그렇지만 풍운조는 손을 드는 

것 대신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풍운조의 몸이 어둠에 천천히 동화되기 시작했다. 

마치 애초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어느 순간 풍운조의 몸은 사라졌 

다. 

풍운조의 사라지는 모습을 본 내종종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만 

약 저 자가 자기를 죽이라고 명 받고 들어온 거였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 

다. 

'역시 백면귀황.'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나타난 사실도 놀랐는데, 실력도 여전한 것 같다. 

'무림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듯 하군. 팔황 중 일인인 백면귀황이 

도와주는 자라.' 

백면귀황 풍운조는 일마 쌍존 팔황 중에서 가장 밑인 팔황에 속한 자 

다. 게다가 그 팔황 중에서도 말단에 속하는 자이나 그래도 그는 현 무 

림의 최고 고수인 강호십일객(江湖十一客) 중 하나다. 

                    실행(實行) 

운문세가 가주 운마연은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악양유가 쪽에서 소금을 사려고 움직인다는 정보가 들어온 것이다.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금이라는 것은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물품이 아니다. 국법으로 소금 

을 건드릴 수는 없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세가에서 소금을 건드리 

는 걸 알면서도 나라는 묵인해 준다. 소금의 판권을 잡았기에 지금의 운 

문세가가 있다. 

매 년 수입의 반 이상이 소금을 팜으로서 얻는다. 그들에게는 소금을 분 

산할 상인들이 있다. 그리고 뒤에서 봐주는 관이 있다. 그렇지만 저들 

은 무엇인가. 무턱대고 소금만 사들이고 있다. 저건 자멸하려는 거다. 

그렇지 않게는 도저히 해석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요?" 

서유종의 말에 운마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대로 내버려둔다면 아 

마 자멸할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두기에도 몇 가지가 석연치 않다. 

첫째로는 악양유가의 가주였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행동을 실행한 여자 

는 분명 아니었다. 뭔가 계책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둘째로 수입 

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분명 악양유가는 실패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저 

들이 소금을 삼으로 인해 그 만큼의 소금은 운문세가에서 떠나게 된다. 

소금이 준다는 것은 벌어들이게 될 돈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리고 그건 곧 자존심 문제로도 귀결(歸結)됐다. 

"가만히 두는 건 아무래도 석연치 않군."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소금은 사 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다만 예년에 비해 두 배의 

양을 구하도록 하게." 

"두, 두 배나 말입니까?" 

"할거면 확실히 해야지. 지금 당장에야 조금 손해를 볼지도 모르지만 

먼 미래를 본다면 그게 나을 듯 하군." 

서유종은 적당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악양유가의 일은 매번 그랬 

다. 왠지 모르게 일을 하면서도 기분이 찜찜하다. 무엇인가를 놓고 나갔 

을 때의 기분이랄까? 

분명 운마연의 말은 맞다. 미래를 위해 지금 손해를 보는 것 정도야 얼 

마든지 감수 할 수 있는 일이다. 못 판 것은 나중에 팔면 된다. 지금 당 

장은 엄청난 돈이 나가긴 하겠지만 어차피 다시 돌아온 돈 투자하는 게 

아쉽지는 않다. 

'지금 이게 잘하는 것인가?' 

모르겠다. 지금 하는 행동이 얼마나 먹혀들지 전혀 모르겠다. 서유종은 

살아오면서 이렇게 까지 머리가 아팠던 적은 없다. 그리고 아마 이 후에 

도 없을 거다. 

'악양유가가 사라진다면.' 

서유종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모든 작업은 끝난 상태였다. 

풍운조에게서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제 실행만이 남은 

것이다. 여운휘는 밑에 준비 시켜 두었던 부하들을 풀었다. 이제 여운휘 

가 푼 자들은 사방으로 퍼져 중간 상인들에게로 갈 것이다. 그리고 일 

은 그들이 섭외 된 후부터 시작이다. 

일부로 정보를 흘렸다. 이건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알려 

져야 한다. 내용을 보면 비밀리에 진행 되야 할 일이다. 하지만 숨긴다 

해서 숨겨질 정도로 작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숨길 수 없다고 정보를 

흘렸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이 일은 운문세가 쪽에서 정보를 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계획 

이다. 

그냥 소금 사업에 뛰어 들어 이문을 남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설린 

과 여운휘는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노리고 있었다. 소금과 운문세가 

였다. 

"이번에 성공하면 악양유가는 호남의 패자가 될 거다." 

"지금의 운문세가처럼?" 

"아니, 그 이상." 

운문세가는 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악양유가는 재력뿐만이 아니라 무력 

도 지니게 될 거다. 이 승부에서 운문세가가 꼬여만 들어준다면 된다. 

"우리 오랜만에 나갈래? 너무 안에만 있었던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허리춤에 검 하나씩만 찬 둘은 바깥쪽으로 나섰다. 세가를 막 벗어나려 

는 순간 능려운을 만났다. 

"어디 가십니까?" 

"잠시 악양 구경 좀 하려고요." 

"저도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유설린은 여운휘를 바라봤다. 여운휘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유설린 

은 웃으며 말했다. 

"예, 따라 오셔도 되요. 다만 밖에서는 가주라 부르지 마세요." 

능려운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가주라 부르지 말라는 것 탓이 아니다. 자 

기가 따라가는 것조차도 여운휘에게 묻는다. 지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면 자신은 따라가지도 못했을 거라는 소리다. 

순간 기분이 나빠졌던 능려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능려운,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오르지 못할 나무다. 쳐다봐서도 안 되는 거라는 걸 잘 안다. 그런 

데…… 자꾸 마음이 간다.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앉아서 가주의 모습을 

생각한 적도 있다. 애써 기억에서 지우려고 한 적도 몇 번 있지만 쉽사 

리 되지 않는다. 

할 일이 있었음에도 그는 무턱대고 가주를 따라 나섰다. 

악양은 거대한 곳이다. 악양에는 무한의 황학루(黃鶴樓)와 남창의 등왕 

각(藤王閣)과 함께 강남 3대 명루로 꼽히는 악양루(岳陽樓)가 있다. 악 

양루는 동정호의 경치를 감상하는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입지 해 있어 무 

인들도 많이 오가는 곳이다. 

오늘도 역시 악양루는 손님들로 바글거렸다. 물론 여운휘와 유설린은 이 

곳을 처음 와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능려운은 예전에 두어 번 온 경험 

이 있었다. 

악양루는 삼층 누각(樓閣)으로 돈을 많이 낼수록 위층에 위치할 수 있 

다. 

"어디로 갈까." 

"일층." 

"사람들이 많아서 좀 불편할 텐데." 

"알잖아. 난 사람이 많은 곳이 좋아." 

여운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에 서서 천천히 길을 트기 

시작했다. 그 뒤를 유설린은 바짝 쫓았다. 마치 놓치면 안되기라도 하 

는 듯이 붙어서 걷는 그 둘을 보며 능려운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 

다. 

멋진 남자다, 정말. 

아무 말 없이 걷는 거지만 분명 뒤에서 올 유설린을 생각해서 사람들에 

게서 틈새를 만들고 있다. 능려운은 한숨을 멈추고 최대한 즐거운 표정 

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처럼 좋은 날 얼굴 구기고 있다는 것은 실례다. 

안으로 들어간 여운휘는 한쪽 상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이미 창가 쪽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상태다. 이 층으로만 

올라만 가도 창가에서 먹을 것을 먹을 수 있을 터인데 유설린은 이곳이 

맘에 드는 모양이다. 그녀는 연신 싱글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치겠군.' 

능려운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눈빛들에 난감해 했다. 앞에 있는 이 여자 

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여자다. 외모가 너무 빼어난 탓이다. 

시끌시끌한 이야기 속에서 종종 가주에 대한 이야기도 세어 나왔다. 물 

론 그들은 못 들을 거라고 생각하며 떠드는 거겠지만 무공을 익힌 능려 

운에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 여운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자신이 들었다는 것은 곧 이 남자도 들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아무 

런 반응이 없다. 

"저어…… 무엇을 시키실 건지……" 

"단권하인(蛋捲蝦仁), 동파육(東坡肉). 술은 여아홍(女兒紅)으로." 

여운휘는 짧게 말했고 점소이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사라졌다. 

둘이 같이 있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능려운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이 둘은 도대체 언제부터 함께 했을는지. 

"두 분은 언제부터 알고 지내셨습니까?"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어요."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정말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사람처 

럼 보이는군요." 

"그래요?" 

유설린은 그저 웃었다. 

이야기는 능려운과 유설린이 해 나갔다. 여운휘는 말수가 적은 평소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종종 주변을 둘러보거나 유설린의 말에 간단히 대꾸 

만 해 줄 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음식과 술이 나오자 여운휘가 술병을 들어 올렸다. 

"술이나 한 잔씩 받아." 

여운휘는 능려운과 유설린에게 한잔씩 따르고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 

랐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술을 입안으로 부어 넣었다. 

"음?" 

능려운은 막 계단에서 내려오던 자의 얼굴을 보고 조그마한 소리를 내뱉 

었다. 그 수는 여섯 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은 능려운이 익히 아는 자였 

다. 능려운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지." 

"아는 자요." 

능려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참절검(斬絶劍) 염포라 불리는 낭인이다. 능려운과는 상당히 사이가 안 

좋았고, 또한 염포는 일반 낭인이 아니었다. 검을 익힌 낭인. 무공을 익 

힌 자다. 어쩌다가 저런 자가 낭인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 

만 분명한 것은 능려운 자신 보다 강했다. 

그리고 염포와 능려운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제길, 큰일이군.' 

하필이면 나가는 쪽에 자리가 위치해 있어서 조금만 실수하면 보이고 

말 거다. 물론 염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앞에 있는 남자에 비하 

면 우스운 상대다. 그렇지만 능려운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 탓에 무슨 일 

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낫다. 

"이야, 이게 누구냐." 

힘들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걸려버렸다. 걸린 이상 어쩔 수 없다 

고 생각한 능려운은 고개를 들었다. 

"웬 굉장한 미녀를 보고 놀랐는데 그 앞에 네 놈이 있더군." 

"오랜만이군." 

"그래 네 놈은 아주 건강해 보이는 군." 

"덕분에." 

"그런데 어쩌지? 난……" 

염포는 손을 들어 올렸다. 다섯 개가 달려 있어야 할 손가락의 수가 네 

개다. 왼손을 능려운에게 들이밀며 염포는 목청을 높였다. 

"난 이렇게 병신이 됐는데!" 

쾅! 

능려운이 악양유가에 들어오기 몇 달 전 염포와 부닥친 적이 있다. 일대 

일의 대결이 아닌 다대다의 싸움이었다. 그 싸움에서 능려운은 염포의 

손가락 하나를 날렸다. 그리고 그 후부터 염포는 능려운을 찾아 혈안이 

되어 있던 상태였다. 

악양유가에 들어가 있다 길래 건드리지 못했는데 밖에서 만났다. 이건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다. 

"내 손가락 값은 받아야겠지? 그냥 한 손을 내주고 간다면 조용히 일을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어때?" 

"웃기는 소리." 

앉아서 손 하나를 줄 순 없다. 능려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안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으니 밖으로 나가자." 

염포의 제안에 능려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염포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능려운은 염포와 그의 무리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 

다. 여운휘는 비어버린 잔에 다시 한 번 술을 채웠다. 

"도와주러 가지 않아도 돼?" 

"술만 다 비우고." 

"그래도 될까?" 

"그 전에 당할 놈이면, 도와줄 필요도 없지." 

여운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설린은 자신의 비어버린 잔을 앞으로 내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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