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회천진결(無常回天眞訣)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여운휘에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살고
자 마음먹는 순간 이미 그 관문을 통과한 것과 다름이 없던 것이다.
오백 명의 아이들 중에서 살아 남은 건 이백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나
머지 삼백은 굶어 죽거나, 맞아 죽었다. 단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을 뿐
인데 반 이상의 아이가 죽어 버린 것이다.
여운휘는 일차 관문에서 이토록 많은 아이를 떨구게 한 것을 다음 관문
부터는 조금 전문적인 것을 시키기 위함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여운휘
의 그런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너희들 중에서 무공을 배운 녀석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심법(心法)
에 대해서도 알 거라고 믿는다. 이 쪽에 보면 무수히 많은 책이 있다.
하지만 심법의 종류는 몇 개 되지 않지.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 마교
가 자랑하는 심법인 구귀심법(九鬼心法)이다!"
책장에는 사람 수에 딱 맞추어서 준비한 책들이 있었다. 권수와 사람 수
는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구귀심법을 추천하는 바다. 그 외에도 혈의심법, 천왕
심법이 있긴 하지만 그것에 비하면 구귀심법이 낫다고 할 수 있지. 사
람 수는 이백 열한 명. 구귀심법은 백 권이 준비되어 있다. 무슨 말인
지 알겠지? 나머지는 혈의심법이나 천왕심법이니 빨리 와서 구귀심법을
잡는 것이 좋을 거라는 거다!"
아이들은 언제 시작이라는 말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탓에 반짝 긴장하고
있었다.
"아, 도움이 되라고 말하는데 구귀심법의 표지는 붉은 색이다."
도움이 되라고 해 준말이긴 했지만 그 말은 오히려 아이들에겐 싸움을
조장(助長)하는 말이다. 한달 동안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우면서 아이들
은 어느 정도 이 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살아야한다는 것
을 그들은 알아버린 것이다.
이곳에선 그들의 투정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야 말
았다.
모두가 붉은 책에 혈안이 되어있었지만 여운휘만은 언제나처럼 예외였
다. 그는 거의 맨 앞에 서 있어서 책장에 있는 책이 보였다. 붉은 책과
노란 표지의 책들로 가득한 책장에서 여운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붉은
듯 하지만 왠지 다른 검붉은 색의 책이었다.
구귀심법의 책의 색이 조금 변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다른
그 책에 여운휘는 마음이 끌렸다.
"시작이다."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여운휘는 빠르게 책장으로 다가섰다. 그가 다가서
자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서둘러 약간 옆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다른 쪽
을 노렸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여운휘는 이 안에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로 변해 있던 것이다.
여운휘의 손에 노란색이 아닌 책이 들리자 모두가 역시 하는 생각을 하
며 구귀심법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여운휘는 조용히 자신이 잡은 책
을 내려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