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1/93)

   @@[제6장 가르딘 저택 습격사건@@]

  어둠이 지상을 뒤덮은 밤이다.

  달마저 구름에 가려 칙칙할 정도로 어두웠다. 어둠 사이로 그림자들이 바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100명에 달하는 이들은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유영했다.

  어둠 사이로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 아름다운 저택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2명이 100명의 그림자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했다.

  미하엘이 동쪽을 맡고 쏘렌토가 서쪽을 맡았다. 가르딘 공작의 저택 주변의 감시가 제법 삼엄하지만 뚫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은밀하게 들어간다!"

  "예!"

  명령을 받은 그림자들이 저택의 담벼락을 넘기 시작했다. 담벼락을 넘어 펼쳐진 넓은 광장의 사각지대로 유령처럼 접근해 나갔다. 감시병들이 주변에 배치가 되어 있어 사각은 잘 보이지 않았다. 우선은 보이는 자들을 처리하고 들어가야 했다.

  "저들을 처리해라!"

  그림자 3명이 튀어나가 외곽을 감시하는 병사들을 은밀하게 처리하려고 했다. 감시병들 따위는 쉐도우워리어 3명이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퍼퍽! 털썩!

  공격을 가했던 쉐도우워리어들이 오히려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감시병 차림을 한 병사가 재빨리 신호를 울렸다. 신호가 울리기가 무섭게 주변의 병사들이 쉐도우워리어를 에워싸며 다가서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으로 빠른 기동성과 대처능력이었다.

  "이런!"

  명령을 내린 쏘렌토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정면을 쳐다보았다. 감시병들의 움직임이 기사들보다 훨씬 빨랐다.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동쪽을 맡고 있는 미하엘도 발각이 된 것 같았다. 저택의 내부로 잠입한 것도 아니고 이처럼 외곽에서 들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발각이 된 이상 정면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감시병들의 실력이 예상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뚫지 못한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쳐랏!"

  쏘렌토가 명령을 내리고 움직이려고 했다.

  찌릿!

  피부를 찔러 들어오는 살기가 쏘렌토의 신형을 멈추게 만들었다. 광포한 살기를 뿜어내는 이는 산만한 덩치를 가진 자였다. 전신을 근육갑옷으로 무장을 한 이가 4미터 에 달하는 창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감시병을 맡고 있는 이들은 모두 투르의 크레이지드래곤 창기병들이었다. 일반 병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자들이다. 투르는 침입자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여태까지 싸움이 없어서 근질근질 했던 투르였다.

  "아주 잘 왔어."

  까닥! 까딱!

  투르가 손가락 염장질을 보여 주었다. 쏘렌토의 심기를 제대로 자극했다. 가르딘의 절기를 제대로 이어받은 투르였다.

  "건방진!"

  쏘렌토가 투르를 향해 쇄도해 나갔다. 건방진 놈의 말을 일일이 들어줄 생각 따위는 없는 것 같았다.

  쌔애앵!

  어둠을 가르며 투르를 향해 달려드는 쏘렌토였다. 투르는 예상보다 빠른 쏘렌토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보았다. 상상 이상의 실력자였다. 근래에 투르가 상대한 자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파아아앙!

  창과 검이 충돌을 일으켰다.

  주르륵!

  휘청!

  반탄력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쉐도우워리어와 투트의 창기병도 부딪쳤다.

  채채채채챙!

  투르는 창을 통해 전달되는 반탄력으로 인해 두 걸음이나 물러서야 했다. 쏘렌토 역시도 대검을 타고 오는 막강한 힘에 의해 몸이 휘청거렸다.

  "강한데!"

  '이놈은 또 뭐란 말인가?'

  쏘렌토는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하면서 강력한 일검을 휘둘렸다. 검에 실린 힘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어둠의 길드에서도 힘으로 따지면 가장 강한 자로 불리는 쏘렌토였다.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자신의 일검을 막았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살기가 치솟는 쏘렌토였다. 그에 대응하는 투르 역시도 살기가 충천했다. 둘 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타올랐다.

  퍼펑! 퍼펑!

  오러블레이드와 오러블레이드가 부딪쳤다.

  손을 타고 오는 찌릿한 기운이 미하엘과 필리언의 간격을 벌려 놓았다.

  '이럴 수가!'

  미하엘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기가 막힌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단숨에 끝장을 내기 위해 오러블레이드를 뿜어내었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오러블레이드를 꺼내 드는 것이 아닌가! 발키리 영지에 오러마스터는 가르딘 공작뿐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가르딘 공작이 아니었다. 숨겨둔 오러마스터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놀라기는 필리언도 마찬가지였다. 어둠을 틈타 침입한 놈들이 들켰는데도 도망가지 않은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었다.

   그런데 정면에서 공격하는 놈이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이건 개나 소나 다 오러마스터야!'

  "너 뭐냐?"

  "넌 누구냐?"

  둘 다 상대의 정체가 궁금해서 물었지만 대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서로의 질문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놀라든 말든 지금 중요한 것은 서로를 죽이는 것뿐이다.

  필리언과 미하엘이 대결을 펼침과 동시에 쉐도우워리어와 발키리기사단이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필리언은 우선 놈을 제압하는데 주력했다.

  -뇌전폭풍도법 -제1식 -천뢰섬.

  -헬소드(지옥의 검법) -헬로어(지옥의 포효).

  필리언의 절초에 반응한 미하엘의 절초가 공중에서 폭사하였다. 광폭한 일검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두 사람의 거리를 더욱더 벌려 놓았다.

  가르딘의 갈굼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필리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뢰섬에 실린 카이만심법의 8성 공력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침입자의 실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절초를 받은 미하엘도 상대를 경시하지 못했다.

  밤의 소란에 잠시 깬 아이시런 공주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엘리언을 불렀다. 아이시런 공주의 옆방에 있었던 엘리언이 가르딘 공작의 저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을 했다.

  "무슨 일이야?"

  "저택에 누군가 침입한 것 같아요."

  "뭐? 누가 감히 공작의 저택에 침입을 한 거야."

  "침입자들이 누군지는 아직 몰라요. 외곽에서 막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설마 날 노리고."

  "그럴지도 몰라요."

  "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노리고 왔을 수도 있겠지."

  아이시런 공주는 침입자들이 자신을 노리고 쳐들어 왔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미모에 반한 어떤 미친놈이 사주를 한 것이라고 보았다.

  쏘렌토는 방어를 신경 쓰지 않는 투르의 무지막지한 창격에 뒤로 물러서야 했다. 더군다나 투르에게만 신경을 쓰기도 힘들었다. 쉐도우워리어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몰려든 병사들의 수도 문제지만 마법사들이 쉐도우워리어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에 투르의 창기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사들도 일반 마법사들이 아닌 고서클 마법사들이었다. 어디서 이런 마법사들이 대량으로 나타났는지 그것이 더 의문이 었다.

  "빌어... 먹을!"

  지금 당장은 쏘렌토도 발을 빼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쉐도우워리어를 도와주기는커녕 투르의 공격을 막는 것도 어려웠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봉인을 풀고 힘을 발휘해서 끝을 내야 했다.

  "나를 화나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해봐!"

  투르는 얼마든지 덤벼보라는 듯이 썩소를 날렸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것이 즐거워서 미칠 것 같은 투르 였다. 생사의 간격 사이를 오고 갈수록 투르는 무지막지한 위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투르의 힘을 원래보다 훨씬 더 강하게 만들었다.

   쏘렌토의 몸이 변화했다. 검게 물들어 가는 몸이 부풀면서 투르에 비견되는 덩치가 되었다. 전신을 까맣게 물들인 쏘렌토에게 지옥의 기운이 느껴졌다. 악마의 힘을 손에 넣은 자 같았다.

  "네놈의 입에서 비명성을 듣겠다!"

  "좋아, 어디 해봐라!"

  슈슉!

  쏘렌토의 몸이 꺼지듯이 사라졌다. 검게 변한 몸이 어둠 속에 스며들었다. 투르는 전신을 자극하는 살기를 느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순간의 방심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다!"

  투르의 창이 허공을 격타하였다. 어둠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쏘렌토의 기운을 파악하고 날린 창격이었다. 그러나 투르의 창격은 상대를 맞추지 못했다. 창격이 뻗어나가는 속도보다 쏘렌토의 신형이 더 빨랐다. 뻗어나간 창을 피한 쏘렌토가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늦었다! 죽어랏!"

  창의 회수가 늦어 버린 투르였다. 쏘렌토의 검이 먼저 투르의 심장을 찔러 들어갔다. 그 순간 투르가 어깨를 뒤로 틀었다. 몸을 틀어 검격을 피한 투르가 오른손에 쥐어진 창을 놓고 주먹을 쥐었다. 말아 쥔 투르의 주먹이 쏘렌토의 허리를 노렸다.

  파앗!

  허리를 노리는 투르의 주먹을 팔꿈치로 쳐버린 쏘렌토가 날아오르며 투르의 턱을 머리로 박아버렸다. 충격을 받은 투르는 휘청거렸지만 물러서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창을 오른 발로 차올렸다. 차올린 창을 받아든 투르가 번개같이 휘둘렀다. 공중에 떠 있었던 쏘렌토의 신형이 휘둘린 창에 맞고 밀려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공방전이었다. 둘 다 숨이 끊어질 정도의 공격을 받았지만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씨익!

  투르가 살기팽천한 미소를 짓자 쏘렌토도 죽일 듯이 노려 보았다. 노려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둘 다 목숨을 도외시하는 일격필살의 공격을 감행하였다.

  창과 검, 주먹, 발, 머리, 무릎, 팔꿈치 모든 것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이의 접근은 허용조차 하지 않았다. 이 둘은 타격을 흘리는 대신에 몸으로 막았다. 누가 먼저 쓰러지는지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 굉장한 타격음이 어두운 밤을 요란하게 만들었다.

  3단 변신한 미하엘의 공격을 받은 필리언은 연방 뒤로 밀렸다. 힘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러마스터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가슴을 찔리고도 놈은 죽지 않았다.

  '이런 투르 같은 놈을 봤나!'

  안되겠는지 동기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쉐도우워리어들은 대부분 제압을 해놓은 상태였다. 갈라, 유타가 미하엘의 등 뒤로 접근했다.

  위기감을 느낀 미하엘이 물러서려고 했지만 방위를 차단 당해 버리고 말았다. 갈라, 유타 역시 미하엘이 알지 못했던 오러마스터였기 때문에 빠져나갈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비겁한!"

  "비겁이고 나발이고, 어서 죽어라! 심장이 찔리고도 죽지 않는 양심도 없는 놈아!"

  필리언의 진짜 속내였다. 심장을 찔러 넣는 순간에도 멀쩡하게 공격을 하는 미하엘이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가 약점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목은 공격지점으로 너무 작았다. 미하엘이 가만히 있지 않는 이상 적중시키기 어려웠다.

  푸욱!

   필리언, 갈라, 유타가 검진을 형성하며 미하엘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어느 쪽을 공격하든지 2명이 방어적인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그 순간 나머지 1명은 공격할 수 잇는 틈이 생겼다. 유타의 검이 무방비상태에 처한 미하엘의 등 뒤를 찔렸다. 검은 등을 뚫고 들어 가서 가슴으로 삐져나왔다.

  '헛!'

  찔린 상태로 공격을 하는 미하엘을 보고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야 했던 유타였다. 갈라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얼굴이 뭉개질 뻔했다. 주먹에 실린 힘이 보통 수준을 초월했다.

  "모두 합공이닷!"

  합공이 치사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 같지 않은 몸을 지닌 미하엘도 치사한 놈이었다고 생각하는 가르딘의 동기들이었다. 그렇기에 합공은 정당한 것이라며 자기 위안들을 했 다. 필리언, 갈라, 유타가 동시에 달려들며 뇌전폭풍도법의 마지막 절초인 참풍멸마를 시 전하였다.

  꽈과과과광! 퍼퍼퍼펑!

  오러마스터가 작정하고 시전한 절초는 무시 못 할 위력을 선보였다. 마를 멸하는 폭풍같은 위력에 미하엘의 몸이 만신창이처럼 짓이겨져 버리고 말았다. 사지가 잘려나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온몸이 피떡으로 일그러져 있는 상태였다. 다시 살아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필리언, 갈라, 유타는 이제야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뭐 이 런 놈이 다 있어!"

  "그러게 말이야!"

  "오러마스터를 넘어서는 실력에 괴물 같은 몸이라니!"

  꿈에 나타날까 걱정되는 소름 끼치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기가 무섭게 필리언은 못 볼 걸 봤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가 없는지 눈을 다시 비벼보기 까지 했다.

  "왜 그래?"

  "저... 걸 봐라!"

  "아... 니!"

  뭉개져 버린 시체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처도 저절로 회복이 되는 것이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절대로 상식적이지 않았다.

  "크크크크!"

  다시 일어서는 미하엘에게서 기괴한 웃음이 번져 나왔다.

  "아무도 나를 죽일 수 없다!"

  "그러냐! 그럼 이건 어떠냐!"

  -발키리 소환!

  필리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타이탄을 소환했다. 소환한 발키리에 올라탄 필리언이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 미하엘의 머리 위로 날렵하게 다가갔다. 아직 상처의 회복이 덜 된 상황이라 움직임이 빠르지 않았다. 기회를 잡았을 때 놓치지 않는 필리언이 었다.

  "이... 비겁한......"

  "비겁이고 뭐고! 죽어! 인마!"

  퍼퍼퍼퍼퍼퍼퍼퍼퍽!

  발키리가 미하엘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밟아댔다. 갈라와 유타가 곁으로 다가와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경했다.

  꿈틀! 꿈틀!

   밟고 또 밟아도 꿈틀대며 살아 있는 미하엘이었다.

  "아직 안 죽었다!"

  "더 밟아라."

  죽지 못하는 게 미하엘의 불운이 되었다. 가르딘의 동기들은 미하엘이 범접하지 못하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똘아이들에게 걸린 미하엘은 죽을 때까지 밟혔다.

  온몸이 으스러지다 못해 으깨져 버렸다. 형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이 이르렸다. 그런데도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이거 뭐냐?"

  "질기기가 가르딘보다 더하네."

  "불로 태워볼까?"

  "그러자."

  결국 미하엘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헤매다 타죽고 말았다.

  필리언과 갈라, 유타는 쉐도우워리어까지 모두 정리하고 난 후 아직까지 격전을 벌이고 있는 투르에게로 향했다.

  투과과광!

  철퍼덕!

  투르의 몸이 퉁겨져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온몸이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금강불괴에 달해 있는 투르가 이처럼 망가진 것도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지속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는 쏘렌토도 물러서지 않고 맞부딪쳤다.

  -광룡창법 -제5식 -광룡포.

  슈우우웅! 푸아아앙!

  대포를 연상케 하는 투르의 광룡포가 쏘렌토의 어깨 부위를 직격했다. 공격을 당한 쏘렌토의 어깨가 녹아 버리듯이 사라져 버렸다. 광룡포의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어깨 부위가 사라져 버리는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은 쏘렌토는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투르에게 달려들어 검을 뻗었다. 오러블레이드가 형성된 검이 투르의 어깨를 관통해 버렸다.

  푸욱! 크윽!

  투르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어깨를 관통한 상처로 인해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쏘렌토가 검을 빼서 투르의 목을 노렸다. 그 순간 검격이 날아와 쏘렌토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필 리언이 검격을 출수한 것이다. 물러선 쏘렌토의 어깨는 재생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아무리 공격해도 끊임없이 재생을 하는 놈들이라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웠다.

  "내가 상대할 겁니다!"

  "혼자서는 무리야."

  투르가 나서려고 하자 필리언이 막아섰다. 적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끝까지 싸워봤자 체력만 손실될 뿐이다. 그럴 바에는 합공을 해서 죽이는 게 나았다. 투르의 투쟁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두 덤벼라! 다 죽여주마!"

  3단 변신한 쏘렌토는 광기에 젖어 있었다. 사방에 적이 널려 있는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쏘렌토의 용감한 모습에 필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대한 충분한 보답을 해줄 작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갈라, 가서 끝내줘라!"

  "오냐!"

  -발키리 소환!

  소환된 타이탄을 보자 쏘렌토의 눈빛이 흔들렸다. 타이탄은 예상 밖의 존재였던 것이다. 쏘렌토는 자신도 모르게.

  "비겁한!"

  "다 덤비라고 한 것은 너다!"

  필리언과 유타, 투르가 쏘렌토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갈라가 발키리를 이용하여 쏘렌토를 제압해 나갔다. 발키리의 가공할 공격력을 피하는 것도 힘든 쏘렌토였다. 유타와 필리언이 합공을 하고, 투르가 막아서자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팔짝! 팔짝!

  "개구리처럼 잘도 뛰는구나!"

  사방에서 소나기처럼 퍼붓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쏘렌토는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발키리의 짓밟기를 한 방이라도 맞으면 그 자리에서 전투불능이었다. 피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쏘렌토였다.

  툭!

  연방 뒷걸음을 치는 쏘렌토의 다리를 걸어버린 필리언이었다. 균형을 잃은 쏘렌토가 넘어지기가 무섭게 발키리가 달려들었다. 쏘렌토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발키리의 발이 내리찍어지고 있었다. 무섭게 밟아 대는 갈라였다. 마지막까지 또다시 밟아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악!''

  쏘렌토의 비명성이 가르딘의 저택을 시끄럽게 울렸다. 끊임없이 재생되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 상황이다. 지속적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갈라가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려고 할 때 라이젠이 나타나 멈추라고 했다. 라이젠이 보기에 쏘렌토는 강화된 인간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강화했는지 호기심이 들었다. 이대로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존재였다. 라이젠은 쏘렌토를 잠재운 다음에 자신의 레어로 공간이동을 시켰다.

  '이거 쓸 만한 재료인데.'

  타이탄 이외에 이 정도의 호기심을 자극히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완벽하게 망가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회복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대단한 재생력이 아닐 수 없었다.

  라이젠은 쏘렌토가 깨어나기 전에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마인드컨트롤을 사용하였다. 머릿속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괴물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어디 보자!"

  머릿속을 뒤져보기 위해서 손을 머리에 올려놓고 마력을 조금씩 집어넣었다. 마력이 쏘렌토의 머릿속으로 스며들며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들였다.

  빠직!

  심연에 떠도는 기억의 일부분을 열어보려고 할 때 머릿속이 부서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쏘렌토의 몸이 급격하게 부식되어 버렸다.

  "이런!"

  허무하게 연구재료 날아가 버리고 말 상황이다. 라이젠은 그 즉시 시체가 부패되지 못하도록 지연마법과 보존마법, 냉동마법을 동시에 걸었다. 9서클의 압도적인 마력을 퍼붓자 그제야 부식이 멈추었다. 간신히 부식을 멈춘 라이젠은 강화 인간의 근육과 세포를 따로 떼어내서 분석해 보기로 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금제를 당한 것이 분명했다.

  "내가 모르는 금제를 걸 수 있는 수준이라 이거지!"

  라이젠은 반드시 정체를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자존심 상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승부욕을 느꼈다.

  '나를 물 먹인 놈을 반드시 찾아주마!'

   세븐핸드의 가르딘 저택 습격사건은 이처럼 허무하게 끝이 났다. 도둑길드의 최정예 요원들만 모두 죽어버린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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