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8화 (79/93)

   @@[제4장 세븐다크-알베이다@@]

  가르딘과 일행은 하루를 코른 항구에서 쉬고 난 후 비스테인상단의 배를 이용할 수 있었다. 비스테인상단은 상선을 강제적으로 납치를 했던 도둑길드가 사라지자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길드요원들이 상선을 감시하고 있기에 돌아가지 못했었다. 비스테인상단의 상선을 책임지고 있던 해밀턴 선장이 와서 가르딘 일행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배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맥시멈상단의 배는 10일을 더 기다려야 코른 항구에 도착을 할 것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에 비스테인상단의 배를 이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상선에 탄 가르딘은 해밀턴 선장의 방에 머물 수 있었다. 선장이 직접 자신의 방을 가르딘에게 내주었다. 가르딘은 사양하지 않았다. 해밀턴 선장은 한 번은 거절할 줄 알았는지 어색한 기침을 냈었다. 가르딘의 성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냥 한번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는 대로 받은 가르딘은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올 때와는 다르게 빅트라이거와 같은 바다의 대형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상당히 골치 가 아팠을 것이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가르딘은 도둑길드의 요원들을 고문하면서 단 1개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 얻어낸 것이라고는 통신구 1개뿐이다. 놈들간의 연락을 주고받는 통신구였다. 항해를 하는 3일 동안 연락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먼저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연락하기 위해서는 암호를 해독해야만 했다.

  가르딘이 홀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통신구에서 신호가 왔다. 떨림이 있은 후 불빛이 켜졌다. 가르딘은 그 즉시 통신구를 가지고 있었던 케이브로, 천변만환술을 이용해서 변신했다. 미리 준비한 놈들의 복장까지 입고 나서야 준비를 마쳤다. 통신구의 불빛이 들어오고 난 후 말소리가 들려왔다. 가르딘은 되도록 말수를 줄였다. 서로의 신호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잠시 대기했다.

  -어떻게 됐나?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 벌써부터 본론을 꺼내고 있었다. 말투가 상당히 건방지고 하대를 하는 것으로 보아 케이브보다는 상관이라는 것을 파악해낸 가르딘이다. 가르딘은 되도록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아직 무엇을 말하는지 요점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치를 채서 단서를 놓치면 큰일이다.

  "아직 못했습니다."

  -성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가르딘은 놈들의 목표가 성녀와 삼신기에 있음을 간파했다. 상대가 누군지 의심조차 하지 않다니 허술하기 짝이 없는 놈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르딘의 생각과는 다르게 외부의 침입을 받은 적이 없었던 어둠의 길드이기에 안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주제넘게 나서서 일을 망치지는 마라.

  "물론입니다."

  되도록 단답형으로 대답을 하며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앞일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수상함을 간파할 수 있다. 되도록 연락을 자제하며 기다리는 것이 놈들을 속일 수 있는 방 법이 되었다.

  -일만 잘 되면 네 뒤는 내가 봐주겠다.

  "감사합니다."

  통신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가르딘은 뚜렷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놈들의 목적이 성녀와 삼신기에 있다는 것이 다였다. 가르딘은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을 해 보았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이었다.

  가르딘이 예상하기로 놈들은 카스틴 항구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항구에서 준비를 하며 성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심 연락이 온 것이 다행이었다. 가르 딘은 놈들을 어떻게 박살을 낼지 음흉한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역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먼저 연락하는 방법을 알 수 없기에 답답한 가르딘이다. 라이젠에게 통신을 해서 물어 보기는 했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무리하게 통신구 내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건드렸다 가는 부서지거나 놈들이 알아차릴 수도 있다고 했다.

  "드래곤도 약에 쓸라니 없구나! 젠장!"

  마법의 조종이라면 뭐든지 다 할 줄 알아야 하지 않는가! 할 줄 아는 게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가르딘이 투덜거리자 라이젠도 지지 않고 한소리 했다. 열 받으면 약 속이고 뭐고 다 취소하고 레어로 돌아가 버린다고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르딘은 입을 닫아야 했다. 가르딘의 저택 방어시스템의 최종병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라이젠이기 때 문이다.

  가르딘이 고민하고 있을 때 스필언과 미토스는 대결에서 얻은 심득을 내부로 갈무리하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항마멸사신공의 극의 이른 깨달음은 또 다른 세상을 두 신성에게 보여 주었다.

  배움의 끝이 없음을 실천하며 노력을 하는 두 신성의 부지런함은 새삼 천재가 왜 존재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었다. 노력하기에 천재였던 것인가! 천재이기에 노력하는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가르딘 공작님이 보여 주신 신위를 언제 따라갈 수 있을 까!"

  "그건 아직 멀었지."

  "설마 빙곡에서 그런 식으로 탈출을 하실 줄은 예상 못했어!''

  "위에서 내리 쏟아지는 눈덩어리와 얼음 덩어리를 모두 간파했다는 뜻이잖아."

  "항마안이 열리면 가능할지 몰라."

   항마멸사신공이 극의에 이르면 항마안이 열리게 된다. 항마안은 단순히 마를 제압하는 눈빛만이 아니다. 마음으로 세상만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안이 열리면 마음에 그린 세상이 현실의 세상보다 훨씬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또한 예측이 가능해진다. 가르딘은 노력하는 천재들에게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지 않게 계속 던져주고 있었다. 그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어제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 가는 중이다.

  신성이 수련하는 시간에 쉴라는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주신에 대한 예배를 드리지 못했기에 배를 타는 동안 간절한 마음을 담아 라이니언에게 기도를 올렸다. 신성력은 경지를 깨닫는 것과는 다르다. 순수하고 찬연한 믿음이 신성력을 수양하는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쉴라의 신성력은 누구보다 맑고 투명했다. 그 믿음에 반응하여 성스러운 기운이 쉴라의 주변을 감쌌다.

  '야! 성력을 그렇게 마구 뿜어도 되는 거냐?'

  가르딘이 쉴라의 방으로 찾아왔다. 수련을 하는데 무작정 성력을 뿜어내면 의심을 사기 딱 좋은 상황이다. 가르딘이 들어왔음에도 쉴라는 여전히 예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번 시작을 했으니 끝을 보려는 것 같았다. 밖으로 새어 나가는 신성력을 감싸기 위해서 가르딘은 천룡무상신공을 운용하였다. 천룡무상강기막을 쳤다.

  신성력과 천룡무상신공은 서로의 호흡이 신기하게 딱딱 맞았다. 그에 반해 쉴라의 신성력은 가르딘의 마음속에 잠재우고 있던 본능적인 이질감을 건드리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세상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기심들이 신성력의 기운에 반하는 기운이었다. 쉴라의 신성력은 가르딘의 이질적인 마음을 녹여 세상 만물을 사랑하라고 강요했다.

  '지금이게 뭐하는 짓이지?'

  가르딘은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다지 사람을 믿는 편이 아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신뢰를 보인다는 것조차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지금 모든 세상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려고 한다. 또한 어린 시절에 받은 슬픈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응?'

  쉴라의 눈이 떠져 있었다. 눈에서 신비스럽고 성스러운 빛이 났다. 성녀만이 가질 수 있지만 역대 어느 성녀도 성안을 연적은 없었다.

  성안이 발동되면 사람 내면까지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성안을 보게 되는 자는 마음속에 스며있는 불안감, 슬픔, 분노, 욕망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성안의 힘을 개방할 수 있다는 것은 쉴라의 능력이 역대의 모든 성녀를 능가한다는 뜻이었다. 최악의 위기가 도래하는 시기에 맞추어서 최강의 성녀와 최강의 영웅이 등장할지도 몰랐다.

  가르딘은 자신의 모든 것을 훑어보려는 쉴라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즉시 천룡안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성안을 차단해 버렸다. 성안의 힘이 강력하다고 하나 가르딘의 천룡안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성안이 통하지 않자 쉴라의 몸 안으로 신성력이 스며들어 갔다. 그리고 원래의 쉴라로 돌아왔다.

  쉴라는 안타깝게 말했다.

  "역시 통하지 않네요."

  "사람의 마음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좋지 않아."

  "저는 그저 상처를 보듬어 주려고 했을 뿐이에요."

  "네 마음을 알겠지만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또한 내 상처는 라이나가 이미 치료를 해주었다."

  "그러니까 문제에요. 어떻게 가족만 생각하고 세상을 걱정하는 마음은 조금도 안 하세요."

   "네가 일부러 기운을 끌어올렸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어. 물론 나는 네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나는 내 방식이 좋기 때문에 나아 가려는 것뿐이야."

  "이기주의자!"

  "원래 사람은 다 이기적이야! 겪어보고서도 모르냐!"

  "가족주의자!"

  "그런 말하면 섭섭하다. 지금의 네가 있는 게 누구 덕인데."

  말로써는 가르딘을 이기기 정말 힘들었다. 천하의 성녀도 더 이상 강요하지 못했다. 설마 성안까지 통하지 않을 줄은 그녀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가르딘의 이기주의적인 마음을 조금이나 대범하고, 대의적으로 바꾸어 보려던 시도는 애초부터 통용되지 않았다. 일부러 신성력을 끌어올려 가르딘을 오게 만들고, 성안을 개방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좋게 말을 하지만 다음부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단순한 뜻이 아니다."

  "알았어요."

  가르딘은 쉴라에게 약간의 경고를 했다.

  가르딘은 다시 선실로 들어가면서 조금은 기이한 감정을 맛보았다. 천룡안이 개방되기 전에 받은 쉴라의 신성력이 마음속에 얼어붙은 감정의 상처를 약간은 치유한 것 같았다.

  '조금은 나아졌나.'

  아버지에 대한 미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형들에 대한 원망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어느 정도 용서를 했지만 마음속에서까지 완벽하게 용서했다고는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가르딘의 그러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생각보다 많이 옅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싫진 않군.'

  쉴라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받아들여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턱도 없는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선장실로 돌아가기 전에 갑판에 나온 가르딘은 해밀턴 선장을 찾았다. 선장은 선원들과 함께 거센 바람을 맞으며 상선을 조종하고 있었다.

  펄럭! 펄럭!

  상선의 깃발이 거세게 펄럭였다. 바람의 세기만큼이나 시원하게 흔들었다. 가르딘이 다가오자 해밀턴 선장이 키를 부선장에게 맡겼다.

  "무슨 일입니까?"

  "부탁할 것이 있소."

  "부탁이 뭡니까?"

  "항구에 도착하기 2일 전에 카스틴 항구의 근처에 내려주었으면 하는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상선을 강탈한 놈들이 항구에 아직 있을 것이오. 그들을 처리하려면 아무래도 비밀리에 움직여야 하지 않겠소."

  "아!"

  선장은 뜻을 이해했는지 탄성을 내질렀다. 상선을 구해주고 남아 있는 잔당까지 소탕해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비스테인상단에 연락을 취해서 놈들을 잡아들어야 했었다.

  솔직히 놈들의 신출귀몰한 실력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상단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었다. 또한 가족들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르딘과 같은 능력자가 꼭 필요했다.

   "우리가 먼저 움직일 때니 나머지 일을 맡아주시오. 놈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으니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해밀턴 선장과 말을 맞춰 놓은 후에도 항해는 계속되었다. 5일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 올쯤에 다시 한 번 통신구로 연락이 왔다. 가르딘은 그 즉시 옷을 갈아입고, 천변만환술로 변 신했다.

  선장실에서 느긋하게 통신구를 꺼냈다.

  -왜 연락을 하지 않았지?

  "성녀가 이제 막 도착을 해서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가르딘은 코른 항구에 이제 막 도착한 것으로 보고를 올렸다. 어차피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 태였다.

  -다른 요원들은 어디 있나?

  "모두 성녀 일행을 감시하는데 파견되어 있습니다."

  -놈들 옆에 신성이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 전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미리 연락을 해라.

  "알겠습니다."

  가르딘은 필요한 질문을 가장 마지막에 넌지시 해보았다. 정확한 날짜는 상관없었다. 놈들의 위치만 확인하면 되었다. 카스틴 항구에 모두 몰려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저희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카스틴 항구의 외곽 빌리치 산으로 와서 우리와 합세한다.

  예상대로 카스틴 항구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통신이 끝나고 난 후 가르딘은 계산을 해보았다. 놈들이 예상하는 시간상 차이가 거의 20일 이상이었다. 지금부터 움직이면 대비를 할 틈은 없을 것이다.

  '이놈들로 끝이 났으면 좋겠는데.'

  가르딘은 통신을 한 놈들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통신이 끝난 후 4일 동안 더 운행을 하여 카스틴 항구의 동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멈추었다.

  가르딘과 일행은 상선에서 내려 작은 배를 타고 육지에 상륙했다. 육지에 도착한 가르딘은 확실히 다른 기운을 느꼈다. 브라나도 대륙과는 전혀 다른 미드라이언 대륙만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따뜻한 기운이 몸을 녹이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멀리가면 좋지 않았다.

  가르딘은 외곽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를 선장에게 건네받았다. 붉게 표시를 한 곳을 가르딘이 가리켰다.

  "이곳으로 가면 빌리치 산에 도착할 거야."

  "대비를 하고 있으면 어쩌죠?"

  "20일이나 시간 차이가 나. 대비하고 있지는 않을 거야."

  "그럼 저도 도울게요."

  "너는 숨어 있는 게 나을 거다. 저번처럼 내가 만들어주는 진법에 가만히 있어."

  "저도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요."

  "알아. 너까지 나설 필요가 없으니까. 하는 말이야."

   -빌리치 산 중턱 부근.

  산 정상에 토굴을 만들어서 진지를 구축해 놓은 이들이 있었다. 길드의 정예요원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토굴 안에서 생활을 하면서 목표물이 올 때까자 대기했다. 알베이다 역시 카스틴 항구에 성녀를 실은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자칼이 성녀의 삼신기를 빼앗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던 알베이다였다. 오히려 놈들에게 당한 것이 알베이다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멍청한 자칼. 네놈의 성급함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크크크크!"

  알베이다는 성녀가 왔을 때 필요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가장 골칫거리인 두 신성을 먼저 제거해야 했다. 신성과 함께 있는 또 하나의 수상한 인물도 파악을 하고, 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알베이다는 주도면밀한 계획을 즐겨 사용하는 인물이었다. 이미 만약을 대비해서 카스틴 항구 내에 머물고 있는 자칼의 요원들에게 인질을 잡도록 명령을 내려놓 았다.

  인질이 있는 이상 성녀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 분명 했다. 성녀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작전이었다. 물론 그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음 작전을 사용할 것이다.

  "삼신기만 얻는다면 다크로드의 신임은 내 차지다."

  세븐핸드는 각각의 능력을 인정받은 최정예의 실력자들이지만 서로의 반목이 심한 편이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알베이다는 모든 공을 혼자서 독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세븐핸드의 수장은 알베이다였다.

  알베이다의 바로 아래 서열인 케미츠가들어왔다.

  "준비는다 됐겠지."

  "물론입니다. 필요한 인원을 확보했습니다."

  "피의 의식을 감행한다."

  "알겠습니다."

  알베이다의 수하들은 특별한 의식에 의해 강해지는 워리어(전사)들이었다. 목적을 달성하려면 필히 의식이 필요했다. 의식이 끝나고 나면 놈들이 제아무리 강해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사사사삭!

  나무 사이로 바람처럼 움직이는 4명의 인영이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1명이 여인을 들고 있는 모양이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이제 세 방향으로 움직인다. 각자 맡은 방향으로 가서 적을 처리해."

  "예!"

  미토스와 스필언이 동쪽과 서쪽으로 벌어져서 위로 올라 갔다. 가르딘과 쉴라는 같이 움직이며 적의 중심으로 향했다. 웬만하면 두고 오고 싶었는데 끝까지 따라간다는 쉴라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 때문에 가르딘이 쉴라를 안고 움직 여야 하는 상황이다. 번거롭기 짝이 없는 쉴라였다.

  '피이! 나도 내 몫은 할 수 있다고요!'

  가르딘의 핀잔에 속으로 투덜거리는 쉴라였다. 쉴라도 무턱대고 쫓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왕이 부활하게 되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쉴라는 경험이 필수적이었다. 가르딘과 함께 여행하는 이유는 삼신기를 찾는 목적도 있지만 경험을 쌓기 위한 수행이기도 했다.

  빌리치 산은 카스틴 항구의 근처에 있지만 수풀이 우거지고 지형이 험해서 사람의 진입이 쉽지 않는 산이다. 숨어 있기에는 적당한 지역이었다. 가르딘과 쉴라는 은밀하게 계속 올라갔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너는 이제부터 곧장 올라와."

  "아저씨는요."

  "나는 네 앞을 치워주마."

  가르딘의 시선이 왼쪽 나무 위에 향했다.

  슈슉!

  작은 발구름을 하자 가르딘의 신형이 꺼지듯이 사라졌다. 수풀 속에 숨죽이고 있는 짐승들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밤이 었다. 가르딘은 밤의 조용함 속에 숨어 무영투영공을 시전하였다.

  20미터에 달하는 나무 위를 유령처럼 타고 올라간 가르딘이 위에서 감시를 하고 있던 전사를 발견했다. 전사는 지척에 도착한 가르딘을 아직까지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길한 기분을 느낀 전사가 고개를 돌리는 즉시 의식은 사라졌다. 가르딘이 전사의 목을 한바퀴 회전시켰다.

  빠각!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전사는 이승을 하직했다. 가르딘은 나무 위에 죽은 전사의 몸을 걸쳐놓고 나서 반대쪽에 있는 감시전사를 향해 튀어나갔다. 그림자 속에 스며든 가르딘의 신형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극성에 이른 무영투영공으로 인해 소리조차 그림자 속에 갇혔다.

  빠각! 빠각!

  순식간에 2명의 전사들을 골로 보내버린 가르딘이었다. 전사들은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른 체 목숨을 잃었다. 가르딘의 손속은 깔끔하며 잔인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작전은 어둠 속에서 몰래 적을 말살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 놈들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고 접근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15분 남았군.'

  감시 전사들은 15분을 간격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15분 이상 신호가 울리지 않으면 눈치를 챌 것이 분명했다. 가르딘과 일행에게 주어진 시간이 15분이라는 소리였다. 이후 에는 놈들도 낌새를 챌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15분 안에 적을 모두 말살하고, 대장을 잡으면 그만이었다. 낌새를 보니 서쪽과 동쪽에서도 스필언과 미토스가 시작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전사들의 신호체계를 무너뜨리고 적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가르딘과 스필언, 미토스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격을 해 나아가는 반면에 쉴라는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쉴라는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신성력은 빛의 성질이 유난히 강하다. 여기서 펼치게 되면 빛이 번쩍이 게 된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면 위치가 탄로 날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신성력을 사용할 수도 없을뿐더러 사용할 필요성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체술도 배우는 건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체술까지 배울 시간이 없었던 쉴라 였다. 그녀에게 유일한 무기이자 최강의 무기는 신성력뿐이었다.

  '나중에 아저씨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야겠어!'

  가르딘의 신위는 쉴라도 인정하고 있었다. 사실 가르딘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해도 엄청난 수준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성장하는 영웅들과 다르게 가르딘은 이미 완전한 경지를 갖춘 초인이었다.

  슈음!

  어둠을 뚫고 목적지에 진입한 가르딘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전사들을 볼 수 있었다. 감시 전사들과 다르게 음침하면서도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전사들이었다. 그들의 몸에 서린 비릿한 향이 가르딘의 코끝을 자극했다.

  '피 냄새?'

  전투가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사들의 몸에서 피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다른 이의 피로 완전하게 몸을 적신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 일이 벌어진 것 같지만 딱히 추론해 내지는 못했다.

  우선은 놈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가르딘의 신형이 공간을 가르며 전사들에게 접근했다. 전사들은 어둠 속에서 바람이 약간 분 정도의 느낌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그들이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검이 심장을 꿰뚫었다.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금속이 전사들의 의식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헙!

  털썩!

  심장을 찔린 전사는 바들바들 떨다가 숨이 넘어가 버렸다. 가르딘의 검이 궤적을 바꾸며 나머지 전사들의 목을 잘라내었다. 4명의 전사들의 가르딘의 가공한 검속에 의해 무방비 로 죽어나갔다.

  가르딘은 처음부터 실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방심으로 인해 귀찮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또한 놈들은 완벽하게 죽이지 않는 이상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 되 도록 빠르고, 확실하게 처리해 나갔다.

  푸아아아앙!

  서쪽과 동쪽에서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필언과 미토스가 결국 놈들의 시선에 발각이 된 것이다. 좀더 기척을 숨길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스필언과 미토스는 잠입술이 생각보다 뛰어나지 못했다. 차라리 정면대결이 신성에게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가르딘은 녀석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목적을 위해 움직였다.

  '땅굴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거라 이거지.'

  씨익!

  가르딘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져가고 있었다. 땅굴에서 산다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도 이미 눈치를 채고 대비를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굉음과 동시에 서둘러 달려온 케미츠가 알베이다에게 침입자가 있다고 알렸다. 알베이다의 주변으로 죽어 있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성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피의 의식을 올리고 있던 알베이다는 갑작스러운 침입자 때문에 심기가 뒤틀렸다. 빌리치 산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위치를 알 수도 없을뿐더러 노출된 적도 없기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떤 놈들이 침입을 했다는 말이냐?"

  "서쪽과 동쪽에 2명이 나타났습니다."

  "고작 2명 때문에 이토록 소란스럽다는 것이냐!"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닥쳐라!"

  "죄... 송합니다."

  알베이다가 노성을 터뜨렸다. 전사들 10명이 합공을 하면 오러마스터라도 제압이 가능한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 더군다나 피의 의식을 거친 전사들은 보통 때보다 2배는 더 강했다. 고작 침입자 2명으로 인해 전사들이 동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알베이다였다.

  ''당장 잡아와!"

  "예!"

  빠득!

  알베이다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노리고 들어온 놈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심기를 불편하게 한 놈들을 절대로 편하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피의 의식의 제물로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 버릴 계획을 세웠다.

  알베이다의 살기가 고양되고 있을 때였다.

  쿠우우응!

  쩌저저저적!

  지축이 흔들리는 굉장한 소리와 함께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토굴의 지지대가 삽시간에 흔들리고 있었다. 소리가 퍼져나가면서 토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토굴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압도적인 기운이 토굴 전체로 파도처럼 번져나가면서 토굴 내부의 전사들이 흙과 함께 짓뭉개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앗!"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위력적인 지진에 알베이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토굴을 팔 때부터 지면의 구조를 체크 했었다. 쉽게 부서질 구조가 절대 아니었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생각을 할 틈도 없는 상태였다. 진동은 멈추지 않고 토굴 내부를 산산조각으로 박살내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흙 속에 파묻혀 버릴 수 있었다.

  "빌... 어먹을!"

  쿠우응! 우우우응!

  토굴의 외부에서 가르딘은 지면을 발로 두드리고 있었다. 그냥 두드린다고 엄청난 위력과 굉음이 터지지는 않는다. 가르딘은 천룡진각을 이용하여 바닥을 두드리고 있 었다. 천롱의 발자국이라고 불리는 천룡진각의 위력은 태산 조차 발로 부숴버릴 수 있다고 신마의 사념이 전하고 있었다.

  가르딘의 발을 통해 땅속으로 스며들어간 천룡의 기운이 토굴 내부를 제멋대로 휘저어 버리고 있는 상태였다. 토굴 내부에 있는 자들은 빠져나온다고 해도 결코 온전한 상태일 수는 없을 것이다. 시작을 한 이상 가르딘은 멈추지 않았다.

  토굴 내부가 부서지자 산 중턱의 지형이 움푹 들어갔다. 그 안에서 흙 속에 깔린 전사들은 죽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푸우우웅!

  흙 속에서 기운이 발산되며 안에 있던 놈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전사들은 위기 속에서도 뛰어난 생존 능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매장 당한 상태에서 죽지 않고 기어 올라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제 시작해 볼까!"

  가르딘이 원하던 일이었다. 천룡진각으로 모두 죽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죽일 수 있는 놈들은 약한 놈들뿐일 것이다.

  지금부터가 가르딘이 진각을 사용한 진짜이유였다. 무너지는 토굴을 빠져나오는 놈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일명 [두더지잡기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르딘의 검보다 빠르다면 살 것이고 아니라면 죽을 것이다. 목숨이 걸린 일이지만 전사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르딘의 독단적인 생각일 뿐이다.

  사아악! 커어억!

   토사를 헤치고 간신히 밖으로 나온 전사들은 가르딘의 무참한 검격 앞에 무방비로 죽어 나가고 있었다. 가르딘은 섬전보를 이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검을 뿌렸다. 사각 지역에서 날아오는 검격에 전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막혔던 숨을 몰아쉬기도 전에 검이 입구멍을 막아 버렸다. 전사들로서는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억 울한 상태였다. 마치 무저항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상황만 보면 가르딘이 악당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푸욱!

  솟아 오른 전사의 목구멍에 검을 찔러 넣고 가르딘은 다음 목표를 찾았다. 신속하면서도 깔끔한 검초 앞에 전사들은 무력할 뿐이다. 밖으로 살아 나오는 20명의 전사들이 모두 지 옥으로 떨어져 버렸다.

  가르딘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나오는 굴이 또 있었나."

  40명에 달하는 전사들이 나타나 있었다. 그 중심에 알베이다가 이를 갈며 가르딘을 노려보았다. 알베이다는 곳곳에 죽어 있는 전사들은 볼 수 있었다. 그가 임무를 진행하고 나서 이처럼 많은 피해를 본 적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이미 죽어나간 전사들만 해도 거의 1백 명에 달했다. 남아 있는 전사들이 1백 명이라는 것을 가정하면 절반이 죽은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일을 한 것이 고작 3명이라는 게 기막혔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경험하자 남은 것은 분노뿐이었다. 분노한 알베이다가 가르딘을 죽이라고 명령 했다.

  "저놈들 잡아 처참하게 죽여랏!"

  케미즈와 전사들이 가르딘을 향해 검을 들이대었다. 흉흉한 기세가 가르딘의 주변을 에워쌌다. 40명이나 되는 전사들이 가르딘을 압박하듯이 접근했다. 기세로 가르딘을 눌러 버리려는 의도가 보였다. 전사들이 뿜어내는 짙은 피의 기운은 사기가 상당히 짙었다. 사기에 실린 원한과 분노, 증오가 가르딘의 뇌리를 자극했다. 붉게 빛나는 전사들의 눈빛이 제정신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상은 아니군.'

  피로 목욕을 하지 않고서는 이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파팟!

  가르딘의 상념은 거기가 끝이었다. 전사들 5명이 빠르게 쇄도해 왔다. 사방에서 마구잡이로 공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투의 기본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빠져나갈 지역을 차단하면서 공격을 해왔다. 또한 5명이 움직이자 그 뒤로 5명이 가르딘의 뒤를 점령해 나갔다. 공격을 피할 틈을 애초부터 주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상당한 실전을 겪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자칼의 일급요원들보다 전투력에 있어서는 더 강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가르딘이 아니다. 가르딘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에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적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호오!

  가르딘이 검격을 출수해서 전사 1명을 베어 넘기자 4명이 일제히 검을 뻗었다. 1명을 희생하는 대신 4명에게 기회를 주어 적을 죽이려는 이대도강의 수법이었다. 가르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더군다나 그 뒤를 따라 위로 솟구쳐 오른 5명의 전사가 보였다. 정면과 위, 좌우를 모두 공격하는 것이다. 뒤로 돌아서 달려 들어오는 전사들까지 향하면 팔방위가 모두 막힌 꼴이다. 앞으로 전진한 것조차 적들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단하기는 하지만 당해줄 수는 없지.'

  -무극칠검식 -제1절초 -일격참뢰 -천참만륙.

  번쩍!

   빛이 전사들의 뇌리를 꿰뚫었다.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은 전사들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목과 가슴, 배가 잘려나간 것을 발견했다. 빛은 그들의 정신마저 혼란케 만들었다. 언 제 공격을 받았는지 의식조차 하지 못했다.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처참하게 베어진 몸이 두 동강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공격했던 8명의 전사들은 그 자리에서 주검으로 변해 버렸다. 가르딘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뒤에서 공격하 던 녀석들의 검격을 피하면서 다리를 잘라 버렸다.

  사아악! 댕강!

  다리를 잘린 전사들은 바동거리다가 가르딘의 검격에 목숨을 잃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눈으로 쫓기도 힘든 환상적인 검격이라고 불릴 만했다. 가르딘의 가공할 검술이 다시 한 번 시위를 장악해 버렸다.

  "아니!"

  공격명령을 내린 알베이다의 안면이 일그러졌다. 상대는 그저 조금 강한 애송이가 아니었다. 전사들 12명을 일순간에 보내 버린 능력이 라면 오러마스터를 능가하는 실력 이었다. 알베이다는 놈을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런 엄청난 실력자가 이유도 없이 기습을 하는 것조차 의문이었다.

  "네... 놈은 누구냐?"

  "너구나!"

  가르딘은 알베이다의 목소리를 듣자, 상대를 파악하지도 않고 통신을 보낸 멍청한 놈이 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놈! 대답해라!"

  "멍청하긴 물어본다고 대답하는 놈 봤냐."

  "감히!"

  "상식이 없는 놈하고는 대화단절이다!"

  가르딘은 대답 대신 공격을 감행하였다. 알베이다를 향해 파고드는 가르딘이었다. 그러자 케미츠와 전사들이 가르딘을 막아서며 진형을 갖추었다.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놈에게 블러드디펜스의 위력을 보여 주어라!"

  쉬익 ! 차자착!

  알베이다의 명령에 따라 전사들이 블러드디펜스 진형을 만들어 나갔다. 정해진 진형을 갖추자 붉은 기운이 전사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붉은 피의 선명한 색이 괴기스러움을 발산했다. 피의 마력은 사람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블러드디펜스(피의 방어진) -데빌게이트(악마의 입구).

  핏빛 기운이 스며든 곳은 금세 사기가 번져 생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마치 뱀파이어가 피를 흡입하는 것처럼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방어진의 구축은 순식 간에 이루어졌다. 가르딘이 다가서기 전부터 구축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쭈!'

  가르딘의 검격이 뻗어나가자 붉은 기운이 감싸듯이 검 주위를 막아섰다. 붉은 기운은 검을 타고 가르딘에게까지 뻗어 왔다. 기운 자체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데빌게이트라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생기를 가진 존재를 향해 끊임없이 욕구를 느끼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였다.

  "크하하하!"

  뒤로 물러서며 당황하는 가르딘을 보자 알베이다가 즐거운 듯이 소리 내서 웃었다.

  "피의 의식을 걸친 전사들의 블러드디펜스는 무적이다! 네놈 따위가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으냐!"

  피의 의식으로 인해 2배는 더 강해진 전사들이 펼친 블러드디펜스는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위력적이었다. 힘이 속성 자체가 얼마나 증진됐는지 알베이다조차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피의 의식?"

  가르딘은 피의 의식에 대해 궁금했다. 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의문점이 생기는 순간이다. 놈의 말대로라면 보통 피는 아닐 것이다.

  "설마 사람의 피를 제물로 쓴 것이냐!"

  "훌륭한 먹잇감이지. 크크크크!"

  전사들의 몸에서 피 냄새가 풍긴 이유가 밝혀졌다. 놈들은 피의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서 생사람의 피를 사용한 것이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인성조차 무시한 악마 같은 놈들이었다.

  가르딘은 피가 싸늘히 식는 느낌을 받았다.

  "그따위로 강해져 봤자겠지."

  "건방진 놈이구나! 편히 죽이지는 않겠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가르딘의 차갑게 식은 싸늘한 눈빛이 알베이다를 응시했다. 거만하게 소리 내서 웃던 알베이다는 그 눈빛을 마주하자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편린이 알베이다의 뇌리를 강타했다.

  헛!

  움찔!

  헛바람과 동시에 몸을 움찔거리고 만 알베이다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고작 눈빛에 겁을 먹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자존심이 상한 알베이다는 가르딘을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네놈이 죽고 싶다고 울부짖는 모습을 봐야겠다!"

  "3분이다."

  "뭔 소리냐?"

  "3분 안에 너는 그렇게 될 거다."

  "개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쳐랏!"

  블러드디펜스를 펼친 전사들이 본격적으로 가르딘의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피의 기운은 가르딘의 주변을 감싸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위용을 보였다.

  전사들의 전신이 붉게 변할수록 기운은 더욱더 짙어졌다. 붉은 기운이 가르딘을 감싸버렸다. 가르딘이 붉은 기운 안에 완벽하게 갇히자 알베이다는 확신을 했다.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블러드오러 앞에서는 소용없다! 네놈의 모든 것이 빨려들어 갈 것이다! 크하하하하!"

  치치칙!

  천룡무상강기가 보호하는 강기막과 부딪친 블러드오러가 타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가르딘은 전신을 감싸는 블러드오러가 무섭도록 빠르게 대기를 흡수하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블러드오러의 성질은 무서울 정도로 집요했다.

  천룡무상신공이 보호하고 있지 않았다면 몸 안의 기운까지 모두 흡입되고도 남았을지 몰랐다. 맹렬히 흡입하는 기운 가운데서 전사들은 움직임을 보였다. 가르딘의 기운을 완벽하게 흡입하기 위해서 흩트려 놓으려는 수작이었다.

  가르딘의 사방으로 접근한 전사들이 사혈을 향해 검을 뻗었다. 뻗어오는 검은 블러드오러가 형성되어 오러블레이드에 범접하는 날카로움과 파괴력을 분출하였다.

  슈우웅!

  팟!

   뻗어오는 검을 맨손을 잡아 챈 가르딘이 힘을 주었다. 그러자 검을 잡고 있던 전사가 균형을 잃고 끌려 들어왔다. 그를 붙잡고 있던 동료들조차 도와주지 못했다. 가르딘은 끌려온 전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등 뒤에서 시작된 근육의 움직임이 어깨를 타고 팔로 전해 졌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속에 스며든 천룡의 기운은 폭발적 이었다.

  푸아아악!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전사의 얼굴이 함몰되어 버렸다. 핏물이 튀었지만 동료의 기운까지 블러드오러는 흡입을 해버렸다. 블러드디펜스의 무시무시한 위력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힘의 원천으로 사용한다는 것에 있었다. 죽이면 죽일수록 블러드오러 의 힘은 증폭하였다.

  전사들은 동료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르딘에게 달려들었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철저하게 상대를 죽이기 위한 살초를 구사하였다.

  그에 대응하는 가르딘도 망설이지 않고 살초를 뿌렸다. 적을 죽이는데 망설임은 사치였다. 가르딘은 기운을 흡입하여 강해지는 블러드오러조차 무시해 버렸다. 가르딘은 검을 쓰지 않았다. 최대한 주먹과 발로 짓뭉개서 박살내 버렸다.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이 무엇인지 마지막까지 느끼도록 만들어주었다.

  퍼퍼픽! 커어어억!

  10명의 전사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딘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남아 있는 18명의 전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케미츠는 당혹감이 들었다. 기운 의 흡입으로 더욱더 강해지기 때문에 블러드디펜스를 사용하게 되면 적은 반드시 당황하고 주저하게 된다.

  그런데 가르딘은 당황하기는커녕 자신들보다 더 잔인하게 전사들을 짓이기고 있었다.

  '이... 럴 수가!'

  케미츠는 볼 수 있었다. 가르딘의 주변을 감싸는 블러드오러가 오히려 밀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강해진 기운만큼 가르딘의 기운 역시 강해지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위압감이 가르딘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케미츠는 이런 기운을 알베이다에게서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 길 수 없다!'

  불안감이 엄습하기가 무섭게 가르딘이 돌진해 왔다. 블러드디펜스의 중심축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진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케미츠와 전사 2명이 움직이게 되면 블러드오러의 기운에 모두 잠식당해 버릴 수 있었다.

  중심축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하는 전사들이 가르딘의 무지막지한 권격에 사방으로 퉁겨져나갔다. 가르딘의 주먹은 살인무기였다. 발경의 원리를 이용하여 권에 강기가 실려 있었다. 맞는 즉시 사망이었다.

  파파파파팟! 푸아아앙!

  가르딘의 주먹에 맞은 전사들은 날아가다 폭사했다. 가르딘의 권격에 실린 천룡무상강기가 내부에 충격을 주며 박살냈기 때문이다.

  어느새 가르딘이 케미츠 바로 앞에 나타났다. 블러드오러는 가르딘의 전진을 막지 못했다.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못한 상황이다.

  "피의 오러가 그렇게 좋다면 너희들도 그 안에 갇혀 울부 짖어라."

  빠각!

  가르딘은 블러드오러를 지켜보면서 흐름을 파악해 낼 수 있었다. 3개의 축이 있으며 그 중심에 있는 1명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가르딘은 전사들을 쉽 게 죽이지 않았다. 사람을 제물로 사용한 놈들에게 제물이 되는 사람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의 축을 파악한 후 케미츠의 목을 부러뜨렸다.

  우우우우우우웅!

  블러드디펜스의 중심축이 사라지자 블러드오러가 통제되지 않았다. 통제되지 않은 오러는 무서운 위력을 뿜어내었다.

  전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이 그들의 내부를 자극하며 폭발적으로 상승시켰다. 블러드디펜스 진 자체가 기운을 상승시켜 터져 버리려는 것 같았다. 당황한 전사들은 다급하게 막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지나가 버린 시간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크으으으윽! 아아아아악!"

  블러드오러는 전사들마저 잠식해 나가고 있었다. 몸 안에 흐르는 핏물이 빨려나가면서 전신이 모래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그 고통은 사람으로서는 버틸 수 없는 지옥의 고통에 비견되었다.

  가르딘은 점점 붉어지는 블러드오러의 공간을 일격참퇴로 갈랐다.

  사아악!

  블러드오러의 공간을 베고 나온 가르딘을 본 알베이다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블러드오러의 공간이 펼쳐지면 외부에서는 안을 절대 볼 수 없다. 핏물은 어둠보다 더 불투명했다.

  "어... 떻게?"

  "내가 말했지, 3분 안에 네놈이 울부짖게 될 거라고!"

  우우우우응!

  블러드디펜스를 구성하고 있던 전사들이 블러드오러에 잠식당해 핏물로 화했다.

  그러자 더 이상 피를 갈구하지 못한 블러드오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삽시간에 부풀어 오른 블러드오러는 대지를 흔드는 굉장한 폭발을 일으켰다.

  투꽈과과과꽝!

  천지사방으로 블러드오러가 퍼져나갔다. 반경 10미터 안이 초토화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한순간에 전사들이 모래 처럼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것은 알베이다뿐이 었다.

  알베이다는 얼토당토한 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블러드 오러의 능력은 다크로드도 인정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가졌다. 검사 따위가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완벽하게 박살났다. 알베이다가 가진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알베이다는 끌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 지 못했다.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가르딘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네놈 따위가 나를 기만하는 것이냐! 산산이 부숴주겠다!"

  "기만! 웃기 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군. 너는 기만당할 자격도 없는 놈이다. 사람이 아닌 놈에게 사람대접은 말도 안되지."

  크아아합!

  알베이다가 가르딘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방비도 없이 허술하게 달려오는 모습에 가르딘은 의아함까지 들었다. 분명히 전사들보다 빠르기는 하지만 그게 다였다. 심장과 허리가 비어 있었다. 저 정도 실력을 가지고 우두머리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알베이다의 오른손이 갈고리처럼 변하더니 가르딘의 목을 잡아채려고 했다. 손톱이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손톱에 서린 기운이 오러블레이드에 비견됐다.

  그러나 가르딘은 단조로운 공격에 당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고개를 숙여 공격을 피하고 놈의 하복부에 검을 꽂았다.

  탕!

  쇳소리가 울리며 가르딘의 검이 들어가지 않고 밀려 나왔다. 자칼을 마지막에 죽일 때와 비슷한 힘을 사용했는데 오히려 검이 퉁겨나온 것이다. 알베이다는 공격받은 후에 다시 공격을 감행하였다. 방어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가르딘은 알베이다의 공격을 물러서며 검으로 방어하였다.

  "갑옷이 오러를 튕겨낸다라......"

  "오러블레이드도 내 갑옷을 뚫지 못한다!"

  "신기하군. 하지만!"

  사아악!

  갑옷이 어깨까지 감싸고 있지는 않았다. 검참을 맞은 알베이다의 팔이 어깨부터 베어져서 떨어졌다.

  팔딱! 팔딱!

  바닥에 떨어진 팔이 팔딱거렸다.

  신기한 것은 알베이다의 떨어진 어깨 부위에서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은 이해한다쳐도 알베이다가 힘을 주자 잘려진 어깨에서 팔이 다시 튀어나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지자 가르딘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잠시 공격할 생각도 잊어버렸다.

  "재생 인간?"

  "난 불사신이다! 결코 죽지 않는다! 네놈이 강하다고 해도 지치는 순간 죽게 될 것이다!"

  심장을 찔러도 죽지 않는 인간과는 다른 유형의 강화인간이 틀림없었다. 가르딘은 만나는 적마다 독특한 놈들이라는 것에 짜증이 치밀었다. 인간이 아니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게 되었다.

  '역시 이상한놈들이야!'

  방어를 도외시한 일격필살의 공격을 하는 알베이다였다. 보갑과 재생능력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카카캉! 타타탕!

  검과 부딪친 손톱에서 쇳소리가 났다. 가르딘도 간간이 놈의 얼굴과 목을 공격해 보았는데 그것조차 소용이 없었다. 얼굴에 검을 찔렸는데도 알베이다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싹둑!

  이번에는 목을 잘라 버렸다. 그러자 목 근처에서 또다시 얼굴이 튀어나왔다. 얼굴조차 놈의 약점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어떤 곳을 찌르고 잘라도 놈은 재생해서 원래의 모 습을 유지했다.

  '별 희한한 놈을 다 보네.'

  "3분은 이미 지났다!"

  "그럼 5분 안에 끝내지."

  "네놈은 영원히 그럴 시간이 없을 것이다!"

  가르딘이 예고한 3분이 지난 지 오래였다. 사실 가르딘은 그저 상대를 약 올리기 위해 말을 했을 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기억하고 있는 놈이 이상한 놈이다. 무수한 변수가 작용하는 전투를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은 가르딘이다.

  '응?'

  알베이다의 공격을 받는 중에 뒤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것은 가르딘의 등 뒤를 정확하게 가격해 버렸다. 위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뜻밖의 공격임에도 틀림없 다.

  타앙!

  천룡신의 경지에 이른 가르딘이기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놀랄뿐이다. 등 뒤를 공격한 것은 가르딘이 베어낸 알베이다의 팔이었다. 팔이 스스로 날아다니며 가르딘을 공 격하고 있었다.

  살다 살다 별의별 경우를 다 당하지만 잘려진 팔이 공격하 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어떤 놈들도 이런 신기한 경험은 처음일 것이다.

  '이기어지냐!'

  검의 초절정 경지이며 오러블레이드를 능가하는 이기어검은 들어봤어도 이기어지는 난생처음이다. 팔다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절대변신지체라고 불려야 마땅했다.

  정말 그런지 확인을 해보고 싶어진 가르딘이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놈의 다리를 노려서 왼다리를 잘라내었다. 역시나 다리가 재생되더니 잘려진 다리가 가르딘을 공격하기 시작 했다.

  '3단 콤보변신보다 더하네!'

  자칼의 변신은 애교에 불과했다.

  공격하는 알베이다는 신이 난 듯이 가르딘을 몰아붙였다. 팔과 다리가 날아다니며 연속공격을 하며 가르딘의 시야를 좁히고 있었다.

  "이제 그만 끝내주마!"

  알베이다는 조금만 더 공격하면 가르딘을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그에 반해 가르딘은 약간의 타격도 받지 않았다. 공격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 니었다. 신기해서 공격을 받아 준 것뿐이다.

  가르딘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 모든 곳을 다 재생할 수 있다면 갑옷을 입고 있을 필요가 없다. 머리와 사지가 잘려나가는데도 몸통을 갑옷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갑옷이 약점이지."

  "흥! 알았다고 해도 소용없다. 내 갑옷은 그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 없다!"

  "과연 그럴까."

  알베이다는 갑옷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보갑은 어둠의 길드 5대 마병인 데빌실드였다. 데빌실드는 어둠의 길드가 생기기전 상급마장이 마계운석을 오랜 정련을 통해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법에 대한 절대적인 방어력과 더불어 오러블레이드조차 흠집을 낼 수 없는 견고함을 지녔다.

  절대방어력과 무한 재생의 능력을 갖춘 알베이다는 불사신에 가까웠다. 세븐핸드의 서열 경쟁에서 알베이다가 자칼의 위에 자리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였다. 검술 실력은 자칼이 높았지만 알베이다의 방어력을 뚫지는 못했던 것이다.

  "데빌실드는 여태껏 뚫려본 적이 없다! 네놈 따위가 뚫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냐! 헛소리는 죽고 난 후 저 세상에서나 해라!"

  "뚫을 수 없다면 통째로 부숴주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다! 죽어랏!"

  알베이다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주변에 널린 팔과 다리가 동시에 가르딘을 공격하였다. 가르딘은 다가오는 알베이다를 정면으로 응시 했다.

  "세상에 부숴버리지 못할 것은 없다. 천룡의 여의주가 승천하여 뻗어가니 능히 하늘마저 부서질 것이다!"

  -무극칠검식 -5절초 -파천멸환.

  하늘을 부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파천멸환의 검환이 가르딘의 검에 형성되었다. 작은 구슬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서린 거력은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지녔다. 검강의 기운이 한 점을 향해 끊임없이 중첩이 되었다. 중첩된 힘은 폭발적인 힘으로 회전하여 하나의 구형태로 변하였다.

  가르딘의 시선이 알베이다의 갑옷에 향했다. 검끝에 맺힌 검환을 데빌실드를 향해 뿌렸다. 작은 구슬은 빛을 뚫어 버리듯이 데빌실드를 향해 거침 없이 나아갔다.

  다가오는 힘의 여파를 느낀 알베이다였지만 검환에 서린 위압감에 의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힘의 여파는 대기마저 주눅 들게 만들었다.

  푸아아아앙!

  데빌실드에 무극칠검식의 파천멸환이 적중했다. 귀를 찢는 폭음이 울렸다. 거친 폭발이 끝나고 난 후 알베이다의 모습이 드러났다.

  "데빌실드는 무적이... 헉!"

  부들! 부들!

  몸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는 알베이다였다. 그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알베이다의 상체를 보호하고 있던 데빌실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둠의 길드 최강의 방어 보갑이 말 그대로 산산이 부서져 나간 것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보갑의 중심점에 알베이다의 가장 큰 약점이 뚫려 버렸다. 파철멸환의 작은 구슬이 알베이다의 가슴 부위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강화인간이 되면서 알베이다의 모든 힘의 원천은 가슴의 중심점 명치에 있었다. 명치가 뚫리지 않는 이상 알베이다는 죽지 않는다.

  꺼어억!

  원천핵이 부서진 알베이다는 서 있을 힘마저 잃어버렸다. 날아다니던 팔, 다리도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핵과 동화되어 움직이던 팔, 다리가 원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어... 떻게?"

  "세상에 뚫지 못하는 것은 없다고 했잖아."

  "나는... 불사신인데."

  "약점이 있으면 원래부터 불사신이라고 하지도 않아. 갑옷에 의지하는 순간부터 너는 불사신과는 거리가 먼 쓰레기에 불과하지."

  가르딘의 독설은 가차 없었다. 죽어 가는 적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존재하지 않았다. 죽어 마땅한 이는 대접받을 가치도 없다. 그가 과거에 어떤 이유로 악당이 됐는지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해 타인의 목숨까지 함부로 여길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약한 주제에 강한 척 행세하니 그런 꼴을 당하는 거다."

  '닥... 쳐!"

  "주제를 알아야지, 안 그래!"

  "이... 놈!"

  알베이다가 자칼과 수하들에게 한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가르딘이 었다. 죽어 가는 알베이다는 원한에 사 묻힌 듯 가르딘을 노려보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가르딘을 죽일 수 없는 비참한 처지였다.

  "네... 놈은 누구냐?"

  "아직도 말할 힘은 남았나 보네."

  "겁이 나느냐?"

  "죽어 가는 괴물에게 내가 왜 그래야지."

  "말... 하... 란 말이야!"

  가르딘은 적선하는 셈치고 단서를 조금 말해 주었다. 물론 가르딘의 존재 자체는 알려 주지 않았다. 옛말에 이르기를 낮말은 와이번이 듣고, 밤 말은 바실리스크가 듣는다는 속담도 있다. 괜한 말실수로 인해 정체를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통신구의 상대를 확인했어야지."

   "뭐......?"

  알베이다는 죽어 가는 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이곳을 알고 침입을 했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놈은 자칼의 수하들을 죽이고 자신을 속인 것이다. 알베이다는 가르딘의 꿰임에 놀아난 후 죽음에 처한 것이 너무 억울했다. 억울해서 죽고 싶지 않았다.

  "...용... 서하지......"

  빠각!

  가르딘은 알베이다의 입을 발로 밟았다. 뼈가 부러지며 턱과 입이 으스러져 버렸다. 처참하게 죽은 알베이다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너 따위는 누굴 원망할 자격도 없다."

  악인 주제에 누굴 용서하지 않는단 말인가! 가르딘이 보기에 역겨울 따름이다.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기에 단번에 숨통을 끊어주었다.

  알베이다를 끝장 낸 후 가르딘은 스필언과 미토스가 있는 곳을 향했다. 아직도 기운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퍼어엉! 쿠다다당!

  튕겨 나간 전사들 2명이 피박살이 난 채 죽어갔다.

  60명이나 되는 전사들과 대결을 펼치고 있었던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지금은 20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항마멸사신공이 극에 이르러 뻗어 나가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어 둠을 몰아내는 빛의 세기가 거세지고 있었다.

  쉴라 역시 신성력을 사용하여 블러드디펜스의 효력을 몰아대고 있었다. 뱀파이어의 기운과 같은 블러드오러는 신성력에 쥐약이나 마찬가지였다. 극상승의 위력을 선보이고 있기에 블러드디펜스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았다. 성녀와 영웅이 결합을 하자 무시무시한 위력을 선보였다. 사방으로 나가떨어지는 전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가르딘이 도착했을 때 산산이 조각난 시체들이 주변에 즐비했다. 가르딘보다 더 많이 죽인 것처럼 보였다.

  "정말 화끈하게 조져놓았네."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스필언과 미토스보다 정면을 응시하며 신성력을 사용하는 쉴라가 더 대단하게 보였다. 확실히 3년 전의 쉴라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사물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았다.

  가르딘이 나서기가 무섭게 스필언과 미토스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해 버렸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위력의 절초였다.

  투아아아아아앙!

  블러드디펜스가 와해되면서 터져 나온 전사들 5명이 사지가 뒤틀린 채 공중으로 치솟았다. 한참을 날아오른 시체가 가르딘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몸은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꿈에 볼까 무서운 육편덩어리들이었다.

  "모두 정리했으면 이제 내려가자."

  "예."

  방금 격전을 끝낸 스필언과 미토스는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악을 쓰며 달려들었던 전사들은 신성에게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쉴라는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지만 금세 안정을 찾았다. 본격적인 전투에 참여한 것은 이번에 처음인 반면에 대처하는 능력이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일을 알아서 잘 찾고 있었다.

  가르딘은 스필언과 미토스, 쉴라의 무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야 후일 다가오는 위험을 맞아 용감하게 싸울 것이 아닌가!

  '나 하나 정도는 빠져도.'

   영웅과 성녀가 강할수록 가르딘은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날을 위해 좀더 수련을 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가르딘과 일행은 알베이다와 전사들을 모두 소탕하고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산을 내려와야 했다. 카스틴 항구에 인질로 잡혀 있는 자들을 구해주고, 나머지 신기를 찾 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팟! 빠지직!

 빛이 번쩍하며 수정구가 깨졌다. 7개의 수정구 중에서 벌써 2개나 깨진 것이다. 수정구를 바라보고 있던 프레인의 검붉은 눈빛이 흔들렸다. 어둠의 길드가 생겨나기 이전 오랜 시간을 암흑의 시간 속에서 보냈다.

  참고 참으며 보낸 인고의 세월을 견뎌 드디어 어둠의 길드가 대륙에 자리 잡게 되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어둠의 길드는 많은 혈란을 겪었다. 그 기간을 지나고 나서 야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어둠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런데 현재 어쌔신길드가 무너지고, 도둑길드의 간부급 2명이 죽었다. 어둠의 길드가 생기고 난 후 가장 큰 사건이자 변화였다.

  "자칼에 이어 알베이다까지 죽었단 말인가!"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다. 자리를 잡는 시간은 무척이나 길고 힘들었다.

  하지만 변화는 이토록 빠르고 무섭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시점에 벌어지는 일이라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어제 알베이다에게서 소식이 왔다. 성녀 일행은 아직 브라나도 대륙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알베이다는 또 다른 존재에게 당했을 수 있다는 가정이 나온다. 세븐핸드의 존재는 알려졌어도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륙의 어떤 이도 알 수 없는 비밀에 누군가 근접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서 반드시 죽여야한다."

  비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그에 대한 응징을 해줄 것이다.

  다크로드 프레인이 원인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세븐핸드 미하엘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냐?"

  -가르딘 공작이 발키리 영지에 없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확실히 뭔가 있구나!"

  알베이다가 전하길 성녀 일행 중에 나머지 1명이 가르딘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가르딘 공작이 오랜 시간 발키리 영지를 비워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일리 있는 추론이었다.

  "충분하겠어!"

  제국의 공작이 나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계속 신경이 쓰이는 가르딘 공작을 그대로 놔두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다. 그렇다면 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미하엘, 쏘렌토!"

  -예, 로드!

  "길드의 최정예 요원들을 이끌고 가서 가르딘 공작의 식솔들을 잡아들여라."

  -예, 로드!

   되도록 카이로만 제국의 상급귀족과는 맞부딪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식이 거행되는 날이 다가오는 시기였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 다.

  프레인은 가르딘 공작의 식솔을 잡는데 그리 힘들 것이라 판단하지 않았다. 길드의 최정예 요원과 세븐핸드 2명이라면 황궁이라고 해도 잡아들일 수 있었다.

  전사들의 동태를 비스테인상단을 통해 확인을 한 가르딘과 일행은 곧바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움직였다. 가르딘과 신성은 은밀하게 놈들이 머물고 있는 집을 포위하듯이 다가갔다. 우선은 집을 지키고 있는 5명의 전사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했다.

  빠각!

  입을 틀어막는 즉시 목을 꺾어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처리하고 그 자리에 눕혔다. 창문 틈 사이로 놈들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인질로 잡은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기감을 열어 확인을 하니 지하에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가르딘이 두 신성에게 눈짓을 주었다.

  '내가 먼저 들어가겠다. 너희는 신호가 울리면 바로 들어 와.'

  '예!'

  가르딘이 태연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있던 전시들이 벌떡 일어났다.

  "뭐냐?"

  "잠깐 물어볼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수상한 놈이구나!"

  밖에 있는 전사들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했다. 전사들은 검을 빼 들어 가르딘을 에워쌌다.

  주춤!

  가르딘이 겁을 먹은 듯이 뒤로 물러서자 전사들이 짙은 살기를 뿜어내며 점점 다가왔다.

  "왜...이러십니까?"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살아서 나갈 수는 없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무엇입니... 까?"

  두려운 듯 횡설수설하는 가르딘의 모습을 보며 전사들은 피를 갈구하는 눈빛을 뿜어 내 었다.

  피의 의식은 중독성이 강했다. 피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원천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성녀 일행을 잡기 위해 인질을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때마침 나타난 가르딘은 전사들에게 식을 진행하기 위한 제물이나 마찬가지 였다.

  "네 피로 우리의 갈증을 달래주어야겠다!"

  전사들이 가르딘을 향해 달려들었다. 잡아 놓은 후 서서히 피를 빼려는 것 같았다.

  챙그랑! 슈숙!

  창문이 부서지고 그림자가 튀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난입 후에 그림자는 지하실을 지키고 있는 전사들을 순식간에 베어 넘겼다. 일순간에 6명의 전사들이 목숨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죽여랏!"

  가르딘을 향해 다가오던 전사들이 고개를 트는 순간 재앙이 다가왔다.

  "멍청하군."

  '응?'

  가르딘의 스산한 말에 의문을 느낀 전사였다. 좀 전까지 겁에 질려 있던 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가르딘은 몸을 돌리려는 전사의 목을 그 자리에서 더 돌려주었다. 저승으로 향한 전사의 팔을 잡은 채 나머지 한 손으로 검을 잡고 옆에 있던 전사들의 가슴에 박아 주었다. 

  푸욱! 털썩!

  몇 번의 검질이 끝나자 가르딘을 둘러싼 전사들 4명이 모두 생기를 잃고 쓰러졌다. 방심을 한 대가는 컸다. 전사들을 죽이고 난 후에도 가르딘은 서둘렸다. 지하실에 있는 인질들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스테인상단의 상인들과 식솔 30명이 초췌한 상태로 갇혀 있었다. 식사를 제때에 하지 못하고, 심적이 고통이 커서 그렇지 다들 건강한 상태였다.

  "구하러 왔소."

  가르딘의 말에 인질들의 안색이 퍼졌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겁에 질려 있었던 듯했다. 시간이 지나도 비스테인상단의 소식이 없었기에 불안감은 더 컸다.

  구출된 인질은 가르딘과 신성에게 연방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인질들을 무사히 구한 가르딘과 일행은 비스테인상단의 귀빈으로 대접을 받았다. 상단에서 제공하는 집에서 공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다 받아 챙기는 가르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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