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딘 전기 12 건드리고고 @@[Title [email protected]@]
@@[제1장 브라나도 대륙@@]
출렁! 출렁!
바닷물이 수직으로 출렁거렸다. 거대한 바다 몬스터가 바닷물을 거칠게 휘젓자 상선이 전후좌우로 요동을 쳤다.
노련한 선장이 상선의 키를 잡고 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뒤집혀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기상황은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빅트라이거가 험악한 표정을 짓고 덤벼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선의 속도가 제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바다에 살고 있는 몬스터보다 빠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가르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육지에서의 수많은 경험과는 다르게 바다에서의 경험은 일천했었다.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하는 것이 좋은가 고민이 되었다. 가르딘의 시선이 게르반 선장에게 향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게르반 선장도 당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의 생애에도 저처럼 큰 바다 몬스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최대한 침착한 척 노력은 하지만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빅트라이거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의 수백 배는되었다.
"대부분의 바다 몬스터는 배가 고프지 않으면 따라오지 않습니다!"
"배고파 보이는데."
빅트라이거의 표정만 봐서는 어떤지 알 수 없다. 단지 광폭하게 쫓아오는 행동을 봐서는 배가 고픈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저처럼 입을 쩌억! 벌리고 따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게르반 선장도 그저 안심하라는 투로 던져 본 말에 불과했다.
"조금 고플 겁니다. 적당히 먹이를 던져 주면 제 갈길 갈 겁니다!"
"조금? 저 덩치면 배 전체를 삼키고도 남을 것 같은데."
"크흠!"
가르딘이 정곡을 찔렸다. 빅트라이거가 배를 삼킨다고 해도 간에 기별이나 갈 것인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상황이다. 게르반 선장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닫았다. 선장과 선원들 모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뀌이이이이이잉!
빅트라이거의 괴상한 소리가 귀를 찔렸다. 소리 자체도 큰 데다가 고음이라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가르딘은 게르반 선장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 여겼다. 이제부터는 가르딘과 스필언,미토스가 나서야 할 차례였다. 그렇다고 가르딘이 나서서 한 방에 보내버리면 이상할 것이다. 보는 눈도 너무 많았다. 실력을 까발리지 않기 위해 여태까지 노력한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젠장! 발리스타라도 있으면 쏠 수라도 있지.'
드워프가 설계한 발리스타라면 빅트라이거의 전진을 막아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실력을 드러내야 하는 판국이었다. 웬만한 상황이라면 적당히 하겠지만 지금은 급박한상황이었다.
"스필언, 미토스! 어쩔 수 없다. 실력을 드러내라."
"예."
스필언과 미토스가 선체의 끝에 다다라서 섰다. 빅트라이거가 바로 뒤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데도 두렵지 않은 것 같았다. 출렁거리는 갑판을 딛고 서 있는 스필언과 미토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가르딘은 두 신성의 뒤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런데서 고기밥이 될 수는 없지.'
새삼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음을 한탄하는 가르딘이다. 뭐 좀 하려고 하면 다른 일이 터져서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가만히 좀 내버려두었음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빅트라이거와의 간격이 상당히 빠르게 좁혀졌다. 녀석이 본격적으로 덤벼들고 있었던 것이다. 빅트라이거가 속도를 높이자 물살의 흔들림이 더욱 거세졌다. 파도의 결을 타고 배를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뒤집힐 수 있었다. 게르반 선장이 노련하게 물의 흐름을 타고 있기에 뒤집히지는 않았다.
선원들도 당황하기는 했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라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는 날에는 모두 저 세상 가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판국이다.
가르딘은 두 신성에게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려라.'
'예!'
빅트라이거의 몸통을 공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물고기의 경우 웬만한 충격에는 죽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저처럼 큰 바다 몬스터라면서 검환을 날린다고 해도 죽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 번의 출수로 놈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어야 했다.
빅트라이거는 호흡을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 한 번씩 숨을 내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바다 몬스터 중에서도 육지의 호흡을 하는 종이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규칙성이 보였다. 가르딘은 그 점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경험하면서 생겨난 것이 관찰력이었다. 관찰력은 판단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확한 관찰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눈동자가 움직인다.'
게르반 선장이 배를 좌에서 우로 틀 때마다 빅트라이거의 눈동자가 약간이지만 꿈틀거렸다. 시선이 정확하게 배를 향해 있었던 것이다. 좌우로 벌어진 물고기들과 다르게 정면으로 향해 있는 빅트라이거의 눈동자였다.
육지의 몬스터가 바다로 들어가서 변화한 것일 수도 있었다. 이유는 빅트라이거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것에 있었다. 물론 상선보다는 무척 빠르다. 다른 바다 몬스터에 비해 느리다는 뜻이다.
'거리를 조절해라.'
'예.'
'놈이 다가오는 그 찰나에 눈을 노린다.'
'예.'
눈동자를 일격에 뚫어버려야 했다. 자칫 다른 곳이 맞으면 큰일이 었다. 상처로 인해 화가 나서 필사적으로 발악하면 배가 박살날 수도 있었다.
빅트라이거가 점점 다가왔다. 배의 꼬리에 지척까지 따라 붙었다. 두 신성은 배와 일체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배의 불규칙적인 움직임 속에서 규칙을 찾아내고 있었다. 또한 빅트라이거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파악하기에 위해서 노력했다. 배와 빅트라이거의 호흡이 최정점에 이르렸을 때가 공격할 시기였다.
스르렁!
스필언과 미토스가 검을 뽑았다.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항마멸사신공이 전신으로 퍼져나가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팽팽하게 활이 당겨 지고 있는 마지막 순간이다. 그 찰나의 간격을 뚫고 정확한 일격을, 성공시켜야 한다. 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의 스필언과 미토스였지만 손바닥에는 진하게 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긴장할 필요 없다. 언제 어디서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르딘의 전음이 두 신성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믿음은 확신이 되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뀌이이이이잉!
빅트라이거가 배 바로 뒤에서 입을 크게 벌렸다. 배를 한 꺼 번에 삼키려는 행동이 었다. 게르반 선장과 선원들 모두 기겁하는 상황이었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파팟!
두 신성이 배의 반동을 이용해서 5미터이상 튀어 올랐다. 공중에 솟아 오른 스필언과 미토스의 검에서 한줄기 뇌전이 출수되었다. 일렉트릭검법의 마하임팩트가 펼쳐졌다.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선명한 뇌전이 었다. 솟구쳐 오르는 바닷물을 빗살처럼 뚫고 목표물을 향해 뻗어나갔다. 일순간 무엇이 펼쳐졌는지 가르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푸슉!
멈칫!
빅트라이거의 거대한 몸체가 한순간 정지된 듯했다. 찰나의 머뭇거림이었다.
잠깐의 소강상태가 끝나고 난 후 빅트라이거가 기괴한 비명성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들었던 소리를 몇 배나 초월한 괴성이었다.
뀌이이이이이이잉!
스필언과 미토스의 검격이 빅트라이거의 두 눈을 정확하게 가격한 것이다. 뇌전이 두 눈을 뚫고 지나가자 빅트라이거는 상상도 못하는 충격을 받았다. 눈이 뚫리는 순간 터져 버렸기 때문이다. 일렉트릭검법의 응축된 뇌기가 빅트라이거의 두 눈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공중으로 솟구쳤던 스필언과 미토스는 배가 출렁이는 바람에 발판을 잃어버렸다. 가르딘이 상황을 재빨리 눈치 채고 밧줄을 집어 던졌다.
"받아."
휘익!
착!
밧줄을 받은 스필언과 미토스를 가르딘이 잡아당기자 배로 안착할 수 있었다. 빅트라이거를 쓰러뜨린 일련의 과정은 순식간이었다. 무엇이 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광속 같은 시간이다. 시력을 잃은 빅트라이거가 발악을 하며 몸부림을 쳤다. 가르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움직이시오!"
"예? 아! 알겠습니다!"
놀란 선장이 가르딘의 외침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배를 움직였다. 선원들은 돛대를 움직이는 여러 갈래의 밧줄을 잡아당겨서 방향을 잡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빅트라이거의 마지막 발악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선체만한 꼬리가 물결을 휘젓자 거대한 파도가 형성되었다. 파도는 30미터를 육박하는 높이까지 치솟았다. 물결을 탈 수밖에 없던 배는 한순간 공중에 붕 뜨게 되었다.
휘이이이잉! 처처처청!
가르딘은 배가 공중으로 뜬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배의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은 게르반 선장과 선원들이었다.
'배타고 날기까지 하다니!'
살다 보니 별의별 일을 다 겪고 있었다. 30미터를 뜬 채로 400미터는 앞으로 날아간 것 같았다. 순식간에 공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버렸다.
슈유유융!
상성은 발리스타가 쏘아지는 것처럼 파도를 타고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놀라운 것은 돛대의 움직임을 조절하자 공중에서도 선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르반 선장과 선원들은 이런 일에 상당히 익숙한 이들이 었다. 웬만한 파도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다만 빅트라이거 같은 바다 몬스터는 선장과 선원들도 예 외적인 경우였다.
출렁!
배는 물결을 타고 잔잔한 바닷물에 안착했다. 바로 코앞에 있었던 빅트라이거와의 거리를 상당히 벌렸다. 멀찍이서 아직도 고통에 바동거리는 빅트라이거가 보였다. 사방을 휘저으며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가르딘은 그 모습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운이 좋은 상황이 었다. 잘못했으면 바닷물에 빠져서 익사당할 뻔했다.
'처음부터 감이 좋지 않은데.'
고대 삼신기를 찾으러 가는 시작부터가 고행의 연속이었다.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가르딘은 마음이 약해 쉴라를 따른 것이 후회되었다.
2척의 배가 브라나도 대륙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배는 카스틴 항구에서 출발을 한 상선이었다. 상선에 타고 있는 선장과 선원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출발하기 직전에 수상한 자들이 배에 올라타더니 선장과 선원들을 협박했다. 반항하는 자들은 본보기로 가차 없이 목을 잘라 버렸다. 그들에게 협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장과 선원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명령을 따라야 했다.
"맥시멈 상단의 배와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지?"
"반나절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 거리를 유지해라."
"알... 겠습니다."
"허튼 수작 따위는 하지 않는 게 좋아. 집에 있는 가족들도 생각해야지."
배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반항을 시도해 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까지 인질로 잡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는 고분고분해질 수밖에 없었다.
"위험은 없겠지?"
"파쵸아향이 대부분의 바다 몬스터를 막아 줍니다."
맥시멈 상단과 반나절 차이로 따라붙고 있는 이는 도둑길드의 세븐핸드 자칼이었다. 가르딘이 브라나도 대륙으로 건너가자 자칼도 배를 타고 뒤를 따랐다. 놈들이 어디를 가던 끝까지 따라갈 태세였다.
배가 순행을 하고 있을 때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뀌이이이이잉!
대형 바다 몬스터 빅트라이거가 2척의 배 뒤로 나타났다. 바다 몬스터의 엄청난 크기에 당황하기는 자칼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저처럼 거대한 몬스터는 처음 보았다. 드래곤보다 더 큰 것 같았다. 자칼의 시선이 선장에게 향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모두 다 막아주지는 않는다고 했습... 니다."
"뭐라고!"
"적당히 먹이를 주면 끝까지 쫓아오지는 않을 겁니... 헛!"
선장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빅트라이거가 뒤따라오던 배 1척을 통째로 삼켜 버렸다.
선장과 선원, 자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식을 넘어선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우지지직! 우지지직!
우걱! 우걱!
"살려... 아아아악"
배안에서 들리는 고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빅트라이거가 삼키자마자 배가 우그러졌다. 배는 빅트라이거의 단단한 이빨에 완전히 박살이 나며 입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상선이 통째로 사라지는 시간은 채 3초도 되지 않았다. 빅트라이거는 배 1척을 가뿐하게 삼키고 만족한다는 듯이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배를 채우고 나니 더 이상 덤비지 않았다. 선장의 말대로였다.
멍!
선장과 선원들이 모두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에 반해 자칼은 화가 치솟고 있었다. 배에 타고 있던 일급요원들 60명이 한순간에 고기밥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어낸 정예요원들이었다. 이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풀기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했다. 자칼의 시선이 선장과 선원에게 향했다. 피를 보지 않고서는 참기 힘든 상황이다.
움찔!
오싹한 살기를 느낀 선장과 선원들은 겁에 질렸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칼은 당장에 선장과 선원을 처 죽이고 싶었지만 배를 움직일 인원이 필요했다. 조금 전만 해도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었다. 뒤에 따라오던 배가 아닌 자칼의 배였다면 그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다시 저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라는 법이 없었다. 선장과 선원들의 경험이 필요했다.
'빌어먹을!'
이 모든 것이 브라나도 대륙으로 향하는 성녀 때문이라고 여겼다. 반드시 성녀를 죽이고 삼신기를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움직여라."
"예... 예!''
자칼의 노호성에 선장과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빅트라이거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부터 가르딘 일행에 대한 선장과 선원들의 대접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지점장의 명령이기에 어쩔 수 없이 태웠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생명의 은인들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바다 몬스터를 단숨에 무찌른 것은 사실이었다.
선장과 선원이 경외시하며 존경의 뜻을 내비추었다. 가르딘도 선장과 선원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들이 있기에 배가 안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도착할 겁니다."
"다행이군요."
"며칠 전을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 저립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장님과 선원들이 노력해준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저희야 원래 하던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은인께서 막아주지 않았다면 저희들도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가르딘은 무척 신기한 듯이 선장과 선원들을 보았다.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다시는 바다 일을 하고 싶지 않기도 하건 만 어느새 두려움을 떨쳐버린 듯했다. 마치 평소에 일어난 평범한 일들로 치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렵지 않습니까?"
"사람인 이상 왜 두렵지 않겠습니까. 저와 같은 사람은 평생 바다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위험한 일을 겪었다고 해서 바다를 등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었습니다."
"육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다른 바다 사람의 업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몇 바다 사람들 중에 목숨의 위험을 느끼고,떠난 적이 있었는데 모두 다시 돌아왔습니다. 한번 바다 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게르반 선장은 이것을 바다의 향수라고 했다. 바다를 겪어 본 사람은 다시 바다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르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해를 하지는 못했다. 가늘고 길게 살려는 가르딘과는 맞지 않는 대답이기 때문이었다.
"이해는 잘 안 되는군요."
"그럴 겁니다."
"그보다 브라나도 대륙에는 얼마나 머물 생각입니까?"
"코른 항구에 10일 정도 정박할 겁니다."
브라나도 대륙에 도착해서 삼신기를 찾으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때를 맞추어서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기간을 물어보았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10일 만에 삼신기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30일에 한 번은 배가 옵니다. 제가 지점에 말을 해놓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밤 시간에도 배는 바다를 가로질렀다.
밤이 지나가고 날이 밝아 오는 시간이 다가왔다. 갈매기가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갈매기는 섬이나 대륙이 있어서 생존을 할 수 있다. 브라나도 대륙에 가까이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살을 얼리는 시린 바람을 맞으며 가르딘이 갑판에 올라왔다. 서서히 브라나도 대륙의 지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음의 대지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육지의 대부분이 다 얼어 있었다. 바다 위의 하얀 줄처럼 보였다.
"정말 저기에 신기가 있는 것이냐?"
"느껴져요."
"장소는 확실히 알수 있니?"
"기운이 느껴지는 대로 가면 될 거예요."
쉴라의 대답에 가르딘은 답답함을 느꼈다. 확실치도 않은 일에 괜히 나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정확한 답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이다. 물러선다고 해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가르딘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가보자.'
코른 항구는 카스틴 항구보다 시설이 낙후되었다. 배를 댈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만 되어 있을 뿐이다.
얼음 조각을 뚫고 들어가는 지점마다 특이하게 말뚝 같은 것을 박아 놓았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얼음이 어는 길이를 감안해서 표시를 해놓은 것이다. 시기를 잘못 맞추면 배 주변이 얼어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브라나도 대륙은 북해보다 더 추웠다.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 자체가 낮았다. 여름이 이 정도라면 겨울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주변이 온통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었다.
흙을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지대였다.
정면으로 보이는 항구에서 좀더 안으로 들어가자 10채 정도의 집이 보였다. 통나무조차 구할 수 없는 대지에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사람이 살긴 하는군요."
"원래는 집이 없었습니다. 항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어놓은 겁니다."
"이곳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브라나도 대륙 사람들은 보통 얼음집에서 삽니다."
"얼음으로 집을 만들다니 얼어 죽기 딱 좋겠습니다?"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나중에 한번 들어가 보시면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별장 같은 집은 게르반 선장의 말대로 선원들이 쉴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집마다 상단의 표시가 있어서 사용할 수 있는 집을 제한해 놓았다. 상단마다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브라나도 대륙에는 사람이 얼마나 삽니까?"
"글쎄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많지는 않을 겁니다."
너무나 혹독하고 차가운 대지였다.
하루도 살기 힘든 척박한 대지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살지는 않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 중에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사냥꾼들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냥꾼들은 사냥한 아이스트롤 가죽을 팔거나 물물교환하기 위해서 올 뿐 외지인들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는군요:'
"그렇습니다. 외지인들에게 물건을 파는 사람은 모두 사냥꾼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여인들이나 아이들을 본 적도 없습니다."
"거래가 제법 오랫동안 이루어 졌는데도 보지 못했단 말입니까."
"코른 항구만 해도 이처럼 추운데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겠습니까. 그나마 이곳에 항구가 생긴 것도 브라나도 대륙에서 가장 덜 춥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트롤은 일반적인 사냥술로는 잡을 수가 없다.
또한 브라나도 대륙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곳에서 익숙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예전에 상단에서 직접 아이스트롤을 잡기 위해서 사람을 동원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얼어 죽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원과 장비& 또한 마법사까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별로 없었다. 아이스트롤의 가죽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만한 인원이 동원되면 제대로 된 가격을 측정하기 어려웠다. 그럴 바에는 브라나도 대륙의 사냥꾼들과 정기적인 계약을 하는 것이 나았다. 대륙의 사냥꾼들은 상당히 유능했다. 또한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 정 해진 물자를 정해진 날짜에 가져왔다. 사람을 믿지는 않지만 약속은 지키는 특이한 사람들이 었다.
대륙으로 들어가는 일이 예상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았다. 가르딘은 난감했다. 이곳 지리에 익숙한 자를 대동해서 가려고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무턱대고 얼음의 대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가르딘 일행은 우선 상단이 정해주는 집으로 들어가서 짐을 풀었다. 우선은 잠시 쉬고 대책을 마련해 보아야 했다.
"쉴라야& 아직도 느껴지니?"
"방향은 북쪽이에요."
"이곳에서 북쪽으로 더 간다고?"
"그래요."
"거... 리는?"
놀라서 말까지 더듬는 가르딘이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방향은 느껴지지만 기운의 감도가 약했다.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대륙의 북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끝과 끝 사이라면 굉장히 난감했다.
"우선은 현지 사람들을 한번 만나봐야겠다."
안내를 해줄 것 같지는 않지만 대략의 위치는 살펴봐야 한다. 가르딘은 게르반 선장에게 가서 사냥꾼들이 언제 오는지 물어 보았다. 게르반 선장의 말에 의하면 2일 후에 올 거라고 했다.
가르딘과 일행은 사냥꾼이 오기 전까지 몸을 녹였다. 가르딘은 방안에 있는 난로를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땔감이 없는 곳이다. 주변에 나무들이 자라는 것도 아닌데 불을 피우고 있었다.
선원 중에 한 명이 난로에 투명한 돌을 집어넣고 있었다. 난로에 돌을 넣자 불이 더 잘 타고 있었다. 돌이 녹으면서도 불이 옮겨 붙고 있었다.
"이게 뭔가?"
"신의 축복이라는 겁니다. 이곳말로 터블코일이라고 불립니다."
"타는 돌은 처음 보는데."
"저희도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이곳에서만 나오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이것을 가져다가 팔면 돈이 더 될 것 같은데 아닌가?"
"그렇지가 않습니다. 신기한 돌인 것은 맞는데& 너무 무거운 데다가 화력과 지속성이 좋은 편도 아닙니다. 그저 몸을 약간 따뜻하게 하는 정도지요."
'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추운 지방에 와서 더 따뜻하게 느꼈던 것 같았다. 나무보다 좋은 장점이 없으니 따로 가져가서 판다고 해도 이익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대륙으로 들어가다 보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챙겨놓는 것이 만일을 대비해서 좋을 것 같았다.
"내가 가져가도 되는 건가?"
"뒤뜰에 많이 있으니 가져가십시오."
"고맙네."
"아닙니다."
선원은 가르딘을 극진히 대했다. 바다 사람은 은원에 대해서 철저했다. 구함을 받았다면 반드시 도움을 주는 것이 바다 사람의 의리였다. 거칠게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순수한 편이다.
2일 후에 브라나도 대륙의 사냥꾼들이 정확한 시간에 항구로 찾아왔다. 끌고 온 썰매 위에는 아이스트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사냥꾼은 아이스트롤 가죽으로 만들어진 방한복으로 전신을 덮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퉁퉁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매서운 눈빛이 고집스럽게 보였다.
게르반 선장이 아이스트롤을 확인하는 동안 사냥꾼들도 교환할 물품을 살려봤다. 사냥꾼과 게르반 선장은 물품을 확인하고 나서 협상을 했다.
가르딘은 거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사냥꾼에게 다가갔다. 게르반 선장에게는 미리 말을 해두었다. 사냥꾼은 다가 오는 가르딘을 보며 경계를 했다. 선장과 선원들은 수차례 봐서 눈에 익었지만 가르딘은 처음 보는 자였다.
"잠시 대화를 좀 했으면 합니다만."
"할 말 없소이다."
가르딘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바로 거절해 버렸다. 사냥꾼은 낯선 이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대화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건만 사냥꾼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해 버렸다.
'생각보다 더 꽉 막혔는데.'
대화를 통해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좀더 원활한 진행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냥꾼은 대화자체를 거절하고 있었다. 외지인과 말을 섞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왜 그렇게 경계를 하는 겁니까? 그저 물어볼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인데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딴 말은 듣고 싶지 않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소& 누구와 대화를 하든 말든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오."
'우리는 우리고 너희는 너희다.' 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상인들과는 거래를 위해서 교분을 나누고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가르딘도 웬만하면 대화로 이끌어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가르딘의 눈빛이 변했다. 잠시 푸른빛이 감돌았다가 사라졌다. 그러자 완고하던 사냥꾼의 표정이 변했다. 사냥꾼은 자신이 왜 그러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가르딘이 동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정말 안 됩니까?"
"아... 니오. 말... 해 보시오."
동료 사냥꾼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지켜보던 게르반 선장도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화 자체를 거절하던 사냥꾼이 순순히 대답을 해주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대륙 사람들치고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가르딘의 눈빛이 변한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빛은 정면에서 보고 있는 당사자에게만 유효한 수단이다.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 가르딘은 현혹술을 사용하였다. 대단한 술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어 경계심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수있다.
물론 강제력을 가지고 있는 섭혼술과는 다른 종류의 술법이다. 강제력은 효과가 큰 만큼 부작용이 크다. 또한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 자는 그 반발력으로 미쳐버릴 수도 있다. 사냥꾼에게 그 정도까지는 쓸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중요한 일이 있어 북쪽으로 가야 합니다."
"북쪽으로 가는 길은 3갈래의 길이 있소. 그중에서 2곳은 우리조차 가기 힘든 곳이오."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우리는 북쪽에 살고 있지 않소."
사냥꾼들은 북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가야 했다. 브라나도 대륙의 북쪽은 사냥꾼들조차 살기 힘든 험난한 대지였다. 북쪽에서 불어서는 눈폭풍은 한순간에 사람을 얼려 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여름이라 눈폭풍의 강도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사냥꾼은 같이 갈 수 없기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외지인을 상대로 고민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가르딘은 고민이 되었다. 일의 중요성을 따지면 강제력을 발휘해서라도 데리고 가야 마땅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위험한 곳에 억지로 데려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또한 정확한 방향도 정해 지지 않았다. 이들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목적지를 찾아낸다는 보장도 없다.
"북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좀 말해 주 었으면 합니다."
"그곳은 위험하오. 가지 않는 게 좋소."
"반드시 가야 합니다."
가르딘의 단호함에 사냥꾼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필요한 것들을 말해 주었다. 갈 수 있는 길과 지형 지리 등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던 사냥꾼이 친절하게 설명을 하자 동료 사냥꾼들은 의아해했다.
가르딘은 마법 영상구를 사용하여 사냥꾼의 설명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필요한 설명을 듣는 데도 족히 2시간이 소요되었다.
사냥꾼도 사람인 이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 억하고 있지는 못했다. 사냥꾼은 동료 사냥꾼들에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확인하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모든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필요한 장비를 사냥꾼들에게 부탁했다. 망설이는 사냥꾼에게 가르딘은 또다시 현혹술을사용하였다.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게 먼저였다.
사냥꾼들도 마지못해 여유분의 장비를 가르딘에게 주었다. 가르딘은 사냥꾼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받는 대신에 돈을 주었다. 아깝지만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래저래 돈이 계속 나가고 있었다. 장비 중에서 눈 속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신발과 썰매가 가장 중요했다. 가르딘과 스필언, 미토스는 상관없다고 해도 쉴라의 경우는 아니었다. 신성력으로 추위를 막아내는 것은 가능해도 체력적으로 너무 약했다.
'개들도 탐이 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썰매를 끄는 개들도 욕심이 나는 가르딘이다. 사람이 끄는 것보다 개들이 끄는 것이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개들은 신발을 굳이 신지 않아도 눈밭을 자연스럽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들은 사냥꾼들에게 가장 중요한 동료였다. 새끼시절부터 키워온 개들은 주인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인다. 사냥꾼을 위해서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충직하다. 그래서 사 냥꾼들은 개들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긴다. 따라서 쉽사리 팔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사냥꾼들에게 필요한 설명과 장비를 받은 가르딘은 출발 준비를 서둘렸다. 스필언과 미토스도 필요한 짐을 썰매에 실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가르딘에게 쉴라가 다가왔다.
"강제로 데리고 갈 줄 알았는데요."
"네가 싫다고 할 것이 뻔하지 않느냐."
"그건 그래요. 여정이 평탄하지 않을 게 분명한데& 무고한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는 무고한 사람 아니냐!'
말이 이상했다. 가르딘은 괜찮고 사냥꾼들은 무고한 사람이니 안 된다는 뜻이 되었다. 사냥꾼들의 평상시 생활이 어땠는지 가르딘은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세상은 억울한 사람들 천지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억울한 사람은 괜히 신탁에 언급되는 바람에 따라나서게 된 가르딘이었다. 가르딘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일이 끝난 후 주신이 그만한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엄청나게 섭섭할 것이다. 이건 사실이다.
"썰매에 타라."
"괜찮아요."
"체력은 있을 때 지키는 게 좋아. 지치고 난 후에 썰매에 타면 더 힘들다."
"알겠어요."
가르딘은 쉴라를 썰매에 태우고 출발했다. 물론 썰매를 끄는 사람은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가르딘은 그저 천천히 앞장 서서 걸어 갈 뿐이었다.
원래 힘든 일은 젊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 않는가! 사실 가르딘은 젊든 늙든 고생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편하게 살 수 있으면 편하게 사는 게 좋다. 고생이 뭐가 좋다고 하는가! 고생을 하라는 것은 다 못사는 사람의 억울한 심경을 토로한 것에 불과하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면서 대지의 눈들이 휘날렸다. 기온이 낮다 보니 눈들이 그대로 얼어서 얼음 알갱이가 되어 있었다. 눈 알갱이들이 바람을 따라 눈동자를 때린다.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다.
가르딘은 눈발을 맞으며 앞을 향해 걸었다. 사냥꾼이 설명해 준 지형지물을 파악하며 움직였다.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쉴라가 느끼고 있는 방향대로 가면 되었다. 지도가 필요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놈들이 떠났습니다."
"따라간다."
코른 항구에 도착한 자칼이었다. 빅트라이거와 각종 몬스터들로 인해 예정된 시간보다 오래 걸리고 말았다. 도착한 후 자칼은 가르딘의 동태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비밀리에 조사를 해보니 이미 떠난 상태였다. 자칼도 떠날 차비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을 안내할 자들이 필요했다. 상단과 거래를 하려고 왔던 사냥꾼들을 사로잡았다. 사냥꾼들이라서 그런지 몸놀림이 제법 날렵했다.
하지만 자칼의 일급요원들에 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냥꾼들 10명을 모두 제압해 내 었다.
"길을 안내해라."
"싫... 다... 커억!"
쑤욱!
자칼이 두말하지 않고 거절한 사냥꾼의 입안에 칼을 꽂아 넣었다. 입을 뚫고 뒤통수로 칼이 삐죽이 튀어나왔다. 일순간에 사냥꾼이 절명했다. 자칼의 시선이 다른 사냥꾼들에게 향했다.
"안내해라."
"싫... 다!"
푸욱!
사냥꾼들은 고집이 상당했다. 동료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으려고 했다. 자칼의 잔인한 손속에 벌써 6명의 사냥꾼이 죽어 나갔다. 자칼은 지독한 놈들로 인해 짜증이 치밀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안내하지 않으면 네놈들과 네놈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죽인다."
자칼의 말은 빈말이 아니 었다. 기어코 그렇게 하겠다는 살의가 느껴졌다. 이번에는 사냥꾼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자신들의 죽음에는 초연해도 다른 이의 죽음까지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떨어뜨렸다.
"안... 내하겠다."
자칼은 일부 수하들을 항구에 둬 선장과& 선원& 사냥꾼들이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비했다.
안내에 필요한 사냥꾼 1명과 개를 데리고 움직였다. 개는 냄새를 맡는데 꼭 필요했다. 그래서 가르딘 일행이 사용한 것들 중 일부를 따로 가져오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