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카이로만 제국의 역습(북방의 타이거)@@]
카이로만 제국 황궁의 심처.
황제가 기거하는 곳은 한가로웠다. 모든 전략과 전술은 바이덴 후작의 머리에서 흘러나온다. 그 일에 대한 결정을 해주는 역할만을 코스트너 황제가 맞고 있었다. 제국의 모든 전력이 코카 제국과의 일전에 투입이 되어, 황궁 자체적으로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제국의 귀족들이 사라졌기에 조용할 뿐이었다.
오래된 수목인 파이니 나무의 옆에 마련된 탁자 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셨다. 나이가 들어가니 조용한 것이 오히려 좋았다. 젊었을 때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뒤를 돌아볼 사이가 없었다.
“아버지! 차 한 잔 더 하세요!”
“그래, 그래!”
아이시런 공주가 코스트너 황제의 옆으로 나란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었다. 둘만 있을 때는 황제와 공주라는 신분을 잊고 아버지와 딸이 되기로 하였다. 그래서 호칭도 편하게 부르도록 했다. 요즘 들어 공주와 마시는 차시간이 즐거웠다. 공주와의 만남이 잦아진 이유가 황후들이 황태자 선정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쟁에 참여하는 황자들에 대한 걱정과 다음 대제국의 보위에 대한 일로 서로 알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코스트너 황제로서는 참으로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황태자는 결정이 되어 있었다. 전쟁이 끝이 나는 즉시 황태자를 선정하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보위 쟁탈은 멈추지 않았다. 번잡하고, 추악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코스트너 황제였다. 그나마 아이시런 공주와 있을 때는 모든 것을 벗어 버릴 수 있었다. 아이시런 공주는 권력의 암투와는 상관없이 자라주었다. 항상 밝고, 명랑하다. 관심도 제대로 주지 못한 딸이 이만큼 잘 자라준 것이 무척이나 고마운 황제였다.
“내 다른 것은 몰라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해주마.”
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에 아이시런 공주에게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황태지위를 선정한 후에 공주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주도록 할 생각이었다. 노년에 들어 즐거운 것은 아이시런 공주의 미소와 애교였다. 황제가 정에 굶주려 있다니 참으로 웃긴 세상이 아닐 수 없다.
활활 타오르는 불같이 정열에 가득 찬 젊은 시절의 황제는 사라져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시런 공주도 세월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거침없이 지휘를 했던 늠름한 얼굴에는 주름살이 가득하고, 검버섯까지 드러났다.
아이시런 공주는 아버지가 늙어 가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황궁의 답답한 세상이 싫어 계속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미안해요! 아버지! 계속 말썽만 부린 것 같네요!’
부녀 사이에 미안한감정이 공조하여 훈훈한 광경을 만들어내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경치가 분위기를 한껏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황제의 성역인 황궁의 정원에 바이멘 후작이 찾아왔다. 바이멘 후작이 찾아온 이유는 중요한 결정사항에 대한 결정을 황제에게 알리기 위한 것 때문이었다. 또한 전쟁에 대한 상황도 설명을 해야 했다.
“전쟁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
바이멘 후작은 아이시런 공주를 보며, 말문을 머뭇거렸다. 황제 폐하에게 알리는 정보이기에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아이시런 공주가 비록 제국의 공주이지만 제국의 중요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코스트너 황제가 바이멘 후작이 머뭇거리자 괜찮다고 했다.
“괜찮으니 말해 보게.”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바이멘 후작이 코카 제국과의 전투상황을 설명해 나갔다. 제국이 중요 거점을 지속적으로 수성하면서 팽팽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적들의 피해를 속출시키고 있으니 전쟁이 곧 유리하게 진행이 되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였다. 방어하는 측면에서 단단하게 문을 걸어 잠그니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쌓여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잘 되어 가니 다행이군. 황자들도 전쟁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가?”
“모슨 황자님들이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역시 제국의 황자님들이십니다.”
자식들이 잘하고 있다니 코스트너 황제도 흐뭇해졌다. 서로 알력 다툼으로 큰 전략을 무너뜨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제국을 위하는 마음이 큰 것 같았다.
“그보다 괘씸하게 제국을 넘본 헥토르 왕국은 어떻게 되고 있나?”
코스트너 황제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다른 것은 참아도 배신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 그동안 보인 성의가 모두 거짓이 되어 버린다. 오랜 시간 동맹을 공고히 했던 것이 물거품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황제의 일생에 가장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발키리 영지를 쳐들어온 헥토르 왕국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발키리 영주가 제법 잘해주었군.”
“피닉스기사단의 기사이자 제국의 오러 마스터입니다. 또한 제국을 떠받들게 될 두 신성이 같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전략은 두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바이멘 후작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두 신성의 존재 자체가 있기에 발키리 영지가 안전했던 것으로 보였다. 또한 발키리 영지에서 올라온 보고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귀족이 자신의 공적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자신이 올린 엄청난 성과를 다른 귀족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점에서 가르딘 영주를 좋게 평가하기도 한 바이멘 후작이었다. 공명정대하게 공적을 올리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후한 평가를 해주었다.
“두 공작이 아들을 잘 키웠어! 정말 대단하군.”
코스트너 황제도 스필언과 미토스에 대한 것은 알고 있었다. 제국의 두 기둥인 파스트론 공작과 발리스타 공작의 아들이자 오러마스터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아이시런 공주가 발키리 영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를 쫑긋 세웠다.
‘능글맞은 아저씨가 잘하고 있는 모양이네!’
아이시런 공주가 보기에 이번 발키리 영지에 대한 전투는 가르딘이 지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능글맞고, 야비한 중년인이지만 전투와 전략, 전술에 대한 것만은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안위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다. 그런 가르딘이 쉽사리 당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상한 아저씨야! 왜 자신의 공적을 숨기지.’
바이멘 후작의 말에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느낀 자신의 판단만으로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제정신이 아닌 아저씨니 당연한 건가?’
가르딘을 정신 나간 아저씨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아이시런 공주는 그런가보다 했다. 나중에 발키리 영지로 놀러 갔을 때 물어 보면 되었다. 전쟁이 빨리 끝이 나야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아이시런 공주는 전쟁이 끝난 후 발키리 영지에 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가르딘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방침이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가르딘은 여기 없었다. 또한 있다고 해도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황제와 공주가 까라고 하면 까는 것이 제국의 법이었다. 그게 싫으면 그랜드 마스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귀찮아 진다. 가르딘으로서는 그냥 조용히 공주를 발키리 영지에 초대하고, 조금 머물다 가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아저씨가 보고 싶네.’
가르딘과 있으면 말도 많아지고, 대화도 길어진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편안하다. 이런 감정에 대해서 그냥 호기심으로 넘겨 버리는 아이시런 공주였다. 그리고 설마라는 고정관념이 아이시런 공주에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자신이 애 딸린 유부남을 좋아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공주로서의 자존심이 선을 그어 버리고 있었다.
‘아무튼 빨리 가봤으면 좋겠다. 흐흐흐흐!’
속으로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가르딘과의 만남이 한껏 기대가 되었다. 가르딘의 입장에서는 소름 돋는 웃음이 아닐수 없다.
공주의 상념은 바이멘 후작의 중요작전에 의해서 깨여졌다. 바이멘 후작은 신성제국을 거론하며 이번 작전이 제국에게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신성제국과의 공조가 이루어졌습니다. 그점에서 아이시런 공주님께서 많은 공을 세우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극 그렇게 되는 건가.”
“신성제국이 후방의 공조를 약속했습니다. 이로써 후방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던 카론마이어 공작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북방을 지나 작전수행지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신성제국은 대륙을 대표하는 제국이다. 힘으로써가 아닌 대륙의 주신인 라이니언을 대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국의 북방에 위치한 나라들 대부분이 신성제국의 권한 속에 속한다. 그들에게 암묵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말이 되었다. 신성제국의 경우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 제국이 공적으로 말한 것은 모두 지켜져야 한다. 주신을 섬기는 종으로서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네가 성녀와 친한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저는 그저 약간의 교분이 있을 뿐이예요. 모든 것은 바이멘 후작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아닙니다. 공주님이야말로 카이로만 제국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아직 어린 제가 뭘요.”
바이멘 후작은 공을 넘기는 아이시런 공주의 모습에 감탄했다. 나이도 어린 공주가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과 남을 배려하는 모습 모두 이상적인 공주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코스트너 황제와 바이멘 후작 모두 모르는 사심이 존재한다. 그녀의 연기력이 이제,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가르딘과의 연기싸움을 겪은후 실력이 더욱 일취월장했다. 누가 봐도 연기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호호호! 다 내 덕이지! 아름다운 얼굴과, 세상을 아우르는 나의 인품! 역시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단 말씀이야!’
자화자찬도 수준급을 넘어 병적이었다. 제국의 공주가 공주병에 걸렸다. 어딘지 이상한 어감이 아닐 수 없다. 공주가 공주처럼 행동한다는데 그게 이상할 리 없지 않은가!
공주의 속생각을 코스트너 황제와 바이멘 후작이 알고 있다면 마시고 있던 찻물을 입 밖으로 토해내었을지도 모른다.
“카론마이어 공작에게 두 신성이 보내졌습니다.”
“스필언과 미토스가 발키리 영지에서 왔다는 말인가?”
“발키리 영지의 경우 원군이 도착을 했습니다. 이제는 걱정거리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발키리 영주가 그 사실을 알기에 미리 두 신성을 보낸 것입니다.”
“발키리 영주와 스필언, 미토스 모두 공이 크군.”
“스필언과 미토스가 보여준 공적이 대단히 큽니다. 이번 전쟁이 끝난 후 작위를 또다시 올려야 할지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작위를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작위 상승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가르딘의 경우 공적이 있다고 해도 후작이 되기는 쉽지 않다. 후작은 시간과 경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에 반해 스필언과 미토스는 오러 마스터이기에 백작급의 작위를 받아도 무방했다.
매그넘 산맥.
카이로만 제국의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넓은 산맥이다.
산맥의 굴곡이 심하고, 좁은 길목으로 사람이 지나다니기d에 쉽지 않은 지형이다. 간간이 오크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가 침몰하여 사람들의 출입이 어려운 곳이다. 물론 다크랜드와 같이 모든 몬스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아인다.
척! 척! 척!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매그넘 산맥을 울리고 있었다. 매그넘 산맥의 끝자락까지 대군이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만 넘으면 도착하겠군.”
강하고 굵직한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북방을 호령하는 타이거이자 타이거 군단을 통솔하는 최고사령관, 카론마이어 공작이었다.
카론마이어 공작의 옆으로 스필언과 미토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공작과 합류하는 즉시 같이 이동했다. 두 오러 마스터가 합류하게 되자 타이거 군단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았다. 오러 마스터가 무려 3명이었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합류 직전에 스필언과 미토스를 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전신에 퍼져 있는 은은한 기운이 자신 못지 않게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살을 갓 넘은 녀석들이 기운이라고는 도저히 생각 할 수 없는 기운이었다. 과연 제국의 신성이라고 불릴만한 녀석들이었다.
매그넘 산맥을 넘어가면서 카론마이어 공작은 두 신성과 작전을 구상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발키리 영지에 대한 소식이 궁금했다. 헥토르 왕국의 30만 대군을 어떻게 물리쳤는지를 알고 싶었다. 작전을 구상한다고 해도 10배나 넘는 병력의 차이였다. 쉽사리 극복할 수 있는 병력 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가르딘에게 당부를 받았다. 되도록 영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을 말이다. 가르딘이 직접 자신은 공적을 탐하는 여타 귀족과 다르다고 말을 했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가르딘의 충성심과 소탈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스필언과 미토스는 적당히 사실과 거짓을 섞어 설명해 나가야 했다. 가르딘으로 인해 처음으로 거짓을 말하게 되는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사람 버려 놓는 데에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가르딘이었다. 가르딘은 적당한 거짓말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말을 꾸준히 하여 세뇌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들으면서 하늘이 발키리 영지를 도왔다고 느꼈다.
“헥토르 왕국이 배신의 대가를 받았군!”
“제국의 신의를 버린 대가를 받은 것입니다!”
“다크랜드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오염되지 않았다면 전쟁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자네들과 가르딘 영주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제국의 큰 우환이 되었을 것이네. 정말 잘 싸워 주었네.”
카론마이어 공작은 호탕했다. 제국의 기사라면 당연히 제국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카론마이어 공작에게 스필언과 미토스는 잠재적으로 적이 될지도 모른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2황자인 지니인 황자를 지지하는 세력이다. 그에 반해 스필언과 미토스의 아버지, 발리스터 공작과 파스트론 공작은 러쉬 1황자를 지지한다. 서로 지지하는 황자가 다르니, 카론마이어 공작에게는 스필언과, 미토스의 성장이 상당히 거슬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카론 마이어 공작은 스필언과 미토스의 능력을 인정하고 칭찬했다. 카론마이어 공작의 베포가 크다는 것을 느낀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적국일세. 준비는 되어 있나?”
지금부터 제국군으로서 움직인다. 카론마이어 공작이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다. 전쟁이 꼭 정면승부만 있는 것도 아니며 깨끗하게 끝나지도 않는다. 전쟁은 치열하며 잔인하다.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그들 모두 평범히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일 뿐이지만 전쟁이라는 가혹한 시련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보통의 각오로는 전쟁을 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이제부터 야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적군에데 자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선 가장 급한 것은 속도였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적군을 휘젓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 나가야 한다. 적들이 미처 대비하기 전에 끝을 내야 한다. 헥토르 왕국이 카이로만 제국의 후방을 노린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전략이었다.
매그넘 산맥을 넘은 후 바로 인접지역부터는 카이로만 제국과 대치하는 적진이었다. 산맥과 산맥을 경계선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적국의 침입을 예상하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대군을 데리고 빠른 시간 안에 매그넘 산맥을 넘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 카론마이어 공작은 최소한의 식량과 장비만을 가져왔다. 산맥을 넘을 정도의 식량만 있다는 말이다. 모든 식량은 적국을 무너뜨리면서 보충하려는 듯 했다.
카론마이어 공작과 스필언, 미토스는 매그넘 산맥의 마지막 산을 넘었다. 산의 정상에서 지상을 바라보았다. 넓게 펼쳐진 대지가 눈에 들어온다. 대지의 중간 부분에 작은 마을이 존재했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마을을 보지 않았다. 작은 마을은 단순히 지나가는 곳에 불과하다. 그 마을 넘어 뒤에 자리한 왕국을 보았다.
“간다.”
15만의 병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타이거 군단이었다. 북방의 총병력은 50만에 달한다. 그 병력 중에 대부분은 전방, 발렌타인 성으로 지원이 되어 갔다. 나머지 병력으로 북방을 방비하면서 신성제국과 주변 세력에 대한 협조를 얻을 때까지 기다렸다.
타이거 군단은 북방 병력의 정예병이다. 북방에 사는 제국의 병사들은 사납기 짝이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천연적으로 야성을 타고났다는 뜻이다. 타고난 전사들이라느 s말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병사들이다.
병사들은 험한 매그넘 산맥을 넘으면서도 거짓말처럼 1명의 이탈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병사들 모두 전투에 대해 굶주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론마이어 공작의 명령에 의해 일제히 산맥을 내려가 대지를 가로질러 갔다.
전투에 굶주린 타이거 군단은 무서울 정도의 기세를 타고 있었다. 그들이 내달리는 대지가 크게 울부짖는 것처럼 느껴진다.
“북장의 타이거라는 호칭이 왜 붙여졌는지 자네들은 보게 될 걸세!”
카론마이어 공작은 자긍심이 강했다. 그는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절대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카론마이어 공작 역시도 강하고, 사나웠다. 사나운 타이거 군단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카론마이어 공작이었다.
“포효하라! 제군들이여! 가라! 제국에 이빨을 들이댄 결과는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라!”
“크아아아아앙!”
병사들의 포효가 타이거의 포효와 같았다.
육식동물이 내지르는 소리는 초식동물의 오금을 지리게 만들어 기절시킨다고 하지 않는가!
눈앞에 보이는 먹이를 향해 달리는 육식동물의 무리였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장착한 타이거 군단 앞에 볼테인 왕국은 연약한 초식동물에 불과했다.
볼테인 왕국.
왕궁.
토호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되어 버렸다. 모든 병력이 코카제국과 카이로만 제국의 전쟁에 투입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왕궁에 엄청난 대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볼테인 왕국의 영지들은 속수무책으로 함락되고 있었다.
영지의 병력이라고 해봤자 1만을 넘지 않는다. 그것도 정예병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조잡한 상태였다. 카이로만 제국을 대표하는 타이거 군단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타이거 군단은 영지를 점령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일직선으로 토호란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볼테인 왕국의 왕.
테베즈 16세는 급히 군사회의를 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왕국이 카이로만 제국의 포효에 찢겨나갈 수 있었다.
“대책을 마련하라! 대책을!”
테베즈 16세 음성이 커지고 있었다. 딱히 뚜렷한 대안이 없어 보였다. 있다면 카이로만 제국과 협상을 하는 것뿐이었다. 코카 제국에 원조한 25만의 병력을 뒤로 물린다고 해도 이미 늦어 버린 상황이 되어 버린다. 병력이 돌아오기도 전에 왕궁은 쑥때밭이 되어 버릴 수 있었다.
“우선은 협상을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협상! 그게 쉬운 일인가?”
카이로만 제국이 협상할 리 없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성난 타이거처럼 밀로 들어오고 있었다. 각 영지에 저항하는 귀족들과 병사들은 남기기 않고 다 쓸어버리고 있었다. 카이로만 제국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세인 백작! 어떻게 카이로만 제국의 움직임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오!”
“맞소이다! 제국의 병력이 매그넘 산맥을 넘어오기까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이오!”
세인 백작은 볼테인 왕국의 정보를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이목이 그에게 쏠리고 있었다. 책임 또한 그를 지목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모든 일이 세인 백작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귀족들은 자신의 잘못보다는 누군가를 상대로 죄를 떠넘기기에 열을 올렸다.
테베즈 국왕은 뒷골이 지끈거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지나간 일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지금 당장 쳐들어오는 제국군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볼테인 왕국을 대표하는 골드만 공작이 현재 부재중이었다. 모든 전략과 전술, 그리고 왕국을 운영하는 제반사항을 다스리는 골드만 공작이 제국전쟁에 가있자 군사회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말을 아끼고 있는 베오둠 백작이 테베즈 국왕의 눈에 들어 왔다. 베오둠 백작은 골드만 공작이 남겨둔 왕국의 보루였다. 뛰어난 검술 실력과 안목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었다.
“베오둠 백작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베오둠 백작은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카이로만 제국의 정예병 중에서도 강력하기로 소문이 난 타이거 군단이 쳐들어온 상황이었다. 또한 지휘관은 대륙최강의 기사 중에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카론마이어 공작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베오둠 백작이라고 해도 답이 없는 것을 자명했다. 베오둠 백작은 암울했다. 그런데도 답은 내놓아야 했다. 볼테인 왕국의 멸망을 두 눈뜨고 지켜볼 수는 없지 않은가!
“우선은 각 영지에 동원령을 내려야 합니다. 동원령을 내려 병력을 왕국의 외성벽에 집결시켜 공성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적군은 매그넘 산맥을 빠른 시간 안에 넘어오기 위해서 공성병기를 마련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군!”
“또한 각 왕국에 협조를 부탁하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 왕국이 무너지고 난 후에는 그들 차례입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원조를 해 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 그 방법뿐이겠어.”
테베즈 국왕은 베오둠 백작의 의견에 따랐다.
베오둠 백작은 버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해서든 코카 제국이 카이로만 제국을 이길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그것만이 볼테인 왕국을 보전하는 방법이었다.
테베즈 국왕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베오둠 백작의 의견에 따르도록 명령을 내렸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송성병기를 조립식으로 가져온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부품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들고 오기 편하도록 했다. 또한 가장 무거운 부품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볼테인 왕국을 점령하면서 얻은 부품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공성병기의 경우 아래의 하중을 지탱하는 부분이 가장 무겁다. 또한 만들기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야장들을 따로 데리고 다녔다. 전쟁 시 필요한 병기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다.
카론마이어 공작의 전략작전 중에 하나였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속전속결로 전쟁을 치른다고 하여 (라이트닝 파이어(번갯불)작전)이라고 한다. 옛말에 번갯불에 콩 볶는다는 유래에서 따온 작전이었다.
상대가 대처하는 시간은 전혀 주지 않는다.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인다. 상대방의 작전과 아군의 작전이 맞붙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매그넘 산맥을 넘어 5일 동안 지나는 영지를 모두 격파해버렸다. 일직선으로 헬버스터(지옥의 광선)를 맞은 것처럼 뻥 뚫려 버렸다.
볼테인 왕국을 제1타격지점으로 정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말 때문이었다. 기동력이 생명인 작전에서 말의 이동속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매그넘 산맥을 넘기 위해서 대규모의 말을 가져올 수 가 없었다. 볼테인 왕국은 대륙에서도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왕국이었다. 말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뜻이 되었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말을 구하기가 무섭게 전진 속도에 가속도를 붙였다.
“저기만 넘으면 왕궁이군!”
지금까지는 싱거운 전투였다.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꿰뚫을 정도로 상승했다.
눈앞에 성벽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 병력으로 막아서기 바빴다. 볼테인 왕국으로서는 병력을 집중시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망설일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쩐군 돌격하라!”
카론마이어 공작의 음성이 대기를 타고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쩌렁쩌렁할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타다다다다다다닥!
힘차게 내달리는 타이거 군단이었다. 좌우로 퍼져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입을 크게 벌린 타이거의 모습과 같았다. 작은 성벽은 그 안으로 쏠려 들어가는 먹이에 불과했다.
볼테인 왕국의 코린 성벽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레스터 백작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적군의 기세가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도저히 막아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과 두려움에 몸서리가 처졌다.
“레스터 백작님! 어떻게 합니까?”
부들! 부들!
몸을 떨고 있는 레스터 백작은 이성을 잃었다. 이런 대규모 병력의 침입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성이 마비가 되자 두려움이 기승을 부렸다.
“병사들은 이곳을 막아라!”
레스터 백작은 슬금슬금 뒤로 몸을 물렸다. 병사들에게 이곳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빠져나가려고 했다. 싸워봤자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뻔히 보였다. 이런 곳에서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가족이고, 뭐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 도망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우선은 살고 봐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이거 군단이 빠르게 다가왔다.
코린 성벽의 코앞까지 접근하는데 볼테인 왕국의 저항은 미미했다. 화살로 견제를 했지만 두꺼운 갑옷과 방패로 무장한 타이거 군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타이거 군단이 성벽의 문을 열기 위해서 접근했다. 그 앞으로 스필언와 미토스가 선봉에 섰다.
스필언과 미토스의 검에 눈부시게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되었다. 전광석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빨랐다. 너무 빨라 일반 병사들이 미쳐 볼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토네이도 임팩트!”
“스톰 버스터!”
스톰 검법 중에서도 가장 강한 두 초식이 펼쳐졌다. 회오리공격과 바람 광선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성벽의 가운데에 자리한 두꺼운 성물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쿠과과과광!
쩌저저적! 퍼퍼퍼펑!
두꺼운 목재를 여러 겹으로 겹치고, 그 사이를 단단한 쇠로 고정시킨 코린 성벽의 문이 힘없이 부서져 나갔다. 오러마스터에게는 쇠로 된 문이라고 해도 막아낼 수 없었다.
앞에서 스필언과 미토스의 공격을 본 타이거 군단은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과연!”
“제국의 신성이다!”
“제국의 성이 우리와 함께한다!”
“가자! 성문이 뚫렸다!”
위에서 내려다본 성벽의 군사들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오러 마스터가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되었다. 현실적으로 오러마스터를 보지 못한 병사들은 그 굉장한 위력에 기겁했다. 인간 같지 않은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절망감을 함께 느꼈다. 적군의 사기가 바닥을 쳤다.
“크아아악! 채챙! 커어억!”
병장기 소리는 그다지 오래 들리지 않았다. 속전속결로 치러지는 전투는 빠르고 잔인했다. 타이거 군단의 진군 사정권내에 있는 병사들은 가차없이 처리가 되어 버렸다. 죽은 병사들을 밟고 진격을 멈추지 않는 타이거 군단이었다.
“도...망쳐라!”
“이...길 수 없어!”
“레스터 백작은 이미 도망쳤다!”
볼테인 왕국 병사들은 몸서리가 처졌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병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타이거 군단은 투항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한 병사가 무기를 놓고 두 손을 올 리자 타이거 군단의 병사들의 검이 목과 가슴을 찔러 버렸다. 투항이든 뭐든 어떤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죽이고 난 이후에 생각을 할 뿐이었다.
한순간에 전투가 끝이 났다.
카론마이어 공작이 성에 입성하자 성 안에 머무는 주민들이 몸을 떨었다. 카론마이어 공작의 의중에 따라 목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끝나 버린 전투 이후에 카론마이어 공작은 병사들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체력을 회복 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제까지 진군속도가 빨라서 쉴 시간이 얼마 없었다.
“병사들을 쉬게 하고, 야장들을 불러와라.”
카론마이어 공작은 야장을 시켜, 공성병기를 조립하도록 했다. 병기에 필요한 자재는 성 안에 있는 것들을 대폭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영지를 격파하면서 대부분의 병기제작 재료를 구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반나절 정도 걸립니다.”
“너무 오래 걸리는군. 시간을 2시간 정도 앞당겨라!”
“알겠습니다. 공작님!”
야장에게 명령을 내린 후 따로 아들을 불렀다. 그의 셋째 아들인 체이슨이었다. 체이슨이 가르딘과 카론마이어 공작의 대결을 지켜본 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자만했다는 것을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자옥수련을 해내었다. 이제 그는 익스퍼트 상급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말은 다 구했겠지.”
“10만 마리를 확보했습니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아들에게 임무를 맡기고, 아들이 얼마나 잘해내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자신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전투가 처음이라 힘드냐?”
“아닙니다. 스필언 경과 미토스 경을 보니 제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럽더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들이 먼저 나아갔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럼 됐다. 가 보아라.”
“예. 공작님!”
냉정을 잃지 않고 정확히 판단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카론마이어 공작은 금세 흡족해졌다. 체이슨은 오러 마스터가 될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의 성취도 왕년의 자신과 비교하면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스필언과 미토스가 특출 날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카론마이어 공작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이제부터 볼테인 왕국은 성벽을 중심으로 공성전에 열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공성병기를 조립할 필요성이 있었다. 어차피 지금까지의 진군으로 병사들이 조금은 지쳐 있었다. 피로는 바로 풀어주는 것이 앞으로 벌어질 전투를 위해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볼테인 왕국 토호란의 외곽 성벽인 디베인에 병력이 집중 되었다. 디베인 성벽을 중심으로 결성된 볼테인 왕국의 병력은 총6만이 되었다. 급조된 병력이었따. 이중에서 정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병력은 볼테인 왕궁 수비애 2만 5천 명뿐이었다. 병력수도 부족하고, 훈련된 병력이 아니다 보니 전술을 제대로 발휘하기도 힘들었따.
베오둠 백작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적들의 침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디베인 성 벽을 중심으로 모든 병력이 집중되어 수비를 한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공성병기가 없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적군이 공성병기도 없이 쳐들어 왔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여태까지의 확인된 사실만 보면 공성병기의 사용은 한 번도 없었다. 볼테인 왕국을 방어하는 병력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서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빠른 진격이었다. 대량의 공성병기를 가지고 이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았다.
작전은 성벽을 방어하면서 활고, 발리스타를 이용하는 것이다. 성벽에 있는 성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병력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성벽이 무너지면 그때야말로 끝장이었다. 디베인 성벽이 무너지면 볼테인 왕국이 무너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두두두두두두둥!
진격소리가 들린다.
디베인 성벽의 앞으로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뿌연 먼지가 사방에서 일어났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가 빠르게 진격하는 것이 보였다.
베오둠 백작의 표정이 변했다.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서 자신은 태연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러나 지금 나타난 적들을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그...렇구나! 말을 여기서 공수했군!”
말이 있기에 빠른 진격을 할 수 있다. 또한 공성병기를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병기를 왕국에서 와서 만들었다는 말인가!”
적의 놀라운 전략에 베오둠 백작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모든 상황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이곳에서 공성전을 할 것이라는 것도 상대는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었다.
“과연 카론마이어 공작이다! 하지만 이대로 여기를 내주지는 않겠다. 내 목숨을 걸고 북방의 타이거를 막아내겠다!”
“제법 군세를 갖췄군!”
카론마이어 공작의 시야에 디베인 성벽이 보였다. 성벽 위에 병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한 성벽의 곳곳에 발리스타를 배치하여 제국군의 접근을 방어하려는 것 같았다. 성벽의 병력배치와 병력의 운용을 보니 이제까지의 적장과는 다르게 전술을 아는 놈이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
카론 마이어 공작은 공성병기를 이용하여 볼테인 왕국이 준비한 발리스타를 사전에 무용지물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ㅤㅅㅜㅈ겅니 우세로 전쟁을 하여 피해를 속출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전쟁의 철칙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야장들이 수백 번이나 연습한 끝에 만들어낸 공성병기였다. 조립이 되는 순간부터 적군에게는 악마의 병기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30여 대의 공성병기가 서서히 거리를 좁혀갔다. 정확한 가격을 위해서는 성벽과의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적당한 거리까지 좁혀서 공성병기를 사용한다. 물론 발리스타의 사정거리 밖에서 가격할 것이다.
정확한 거리를 예측한 후 공성병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타앙! 슈우우웅! 타앙! 슈우우우!
공성병기의 경우 처음에는 투석기로 사용하였지만 지금에와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서 여러 가지 다양한 폭발성 물질을 사용한다. 특히 기름통에 불을 질러 한순간에 사방으로 퍼질 수 있도록 만들어내어ㅤㅆㅏㄷ.
상당한 거리를 넘어가서 디베인 성벽을 가격하기 시작한 공성병기였다.
쿠과과과광!
꽈과과광!
크아아악! 불이..닷!
불이 몸에 붙은 병사들이 고통에 몸서림치다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덜 고통스러운 것 같은 풍경이었다.
베오룸 백작은 병사들의 죽음보다 적군의 공격지점에 당황했다. 적들은 밀고 당기는 전쟁을 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압도적인 병력 차이를 감안하면 정면공격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적들은 확실하게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것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말이다.
뿌드드득!
이가 갈릴 정도로 카론마이어 공작은 전쟁을 잘했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방심이리ㅏ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사소한 방심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당황하지 마라! 디베인 성벽은 그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 모두 자리를 지켜라!”
베로둠 백작이 병사들을 다독이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카이로만 제국의 공성병기는 지속적으로 날아왔따. 제국군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현재 볼테인 왕국에는 공성병기가 없었다. 만들어진 ㅤㅁㅗㄷ느 공성병기가 제국전쟁에 동원되어ㅤㅆㅏㄷ.
“응?”
베오둠 백작의 눈에 좌우 성벽의 끝자락이 뚫리는 것을 보았다. 정면 공격에 신경 쓰는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도대체 언제 저곳이 뚫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스턴 자작이 달려왔다.
“오러 마스터입니다!”
“제국의 오러 마스터가 성벽을 무너뜨렸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럴수가!”
적들은 정면에 집중하게 만들고, 일부 병력을 떼서 좌우 사각을 공격한 것이다. 탄탄한 장벽이 허물어졌으니 그사이로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병사들을 동원해서 사각을 막아라!”
그때 마침 전방의 공성병기 사이로 타이거 군단이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대규모의 병력이 물밀 듯이 밀어붙였다. 한순간도 쉴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았다. 확실하게 밀어 붙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사나운 포효가 들린다.
북방의 타이거 군단이 내지르는 기세에 병사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베오둠 백작은 허탈했다. 필사의 각오로 맞서 싸운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달아ㅤㅆㅏㄷ. 제국군은 급조된 전략과 전술로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끝이다!’
볼테인 왕국의 함락소식이 전장에 전해졌다. 카론마이어 공작이 타이거 군단을 움직여 볼테인 왕국을 순식간에 점령하고, 또다시 다른 왕국을 점령하기 위해 진격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코카 제국 진영의 왕국들은 모두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볼테인 왕국군으로 참여한 골드만 공작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왕국이 점령당하고, 난 후 볼테인 왕국의 국왕은 주변 왕국으로 도피를 한 상태였다. 카론마이어 공작은 점령한 후 지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왕궁을 점령하자마자 왕궁 주변을 모두 초토화시켜 버렸다. 골드만 공작이 분노하는 사이, 다른 왕국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볼테인 왕국의 경우 이미 점령당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앞으로 당하게 될 터럼프 왕국, 부록스 왕국은 왕국이 걱정이 되어 제대로 된 전투를 수행하기 힘들었다.
발렌타인 성을 놓고 벌이는 코카 제국군과 카이로만 제국군의 대결은 치열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세가 아니기에 피해가 만만치 않게 속출했다. 무려 2백만이나 되는 병력이 죽었으며 부상자는 그보다 더 많았다.
코카 제국으로서는 그다지 좋은 결과가 아니어ㅤㅆㅏㄷ. 결국 공격하는 쪽에서 손해를 더 보기 마련이었다. 카이로만 제국의 방패를 뚫지 못하는 한 손실은 더 커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가운데 들려오는 후방의 불안은 흔들리는 전쟁의 향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었다.
타아앙!
거세게 탁자를 후려친다.
거친 소리만큼이나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는 인물로 인해 막사안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차갑게 식어 있어ㅤㅆㅏㄷ. 대륙을 양분하는 코카 제국의 황제 무르카인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격노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말을 올린 휼턴 공작도 움찔거렸다.. 시퍼렇게 날이 선 듯한 언성이었다. 무르카인 황제의 살기에 휼턴 공작의 음성이 떨려왔다. 황제는 폭군이었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독심을 가지고 있었다. 함부로 내뱉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잘해 온 일들도 무르카인 황제의 한 마디면 모든 것이 소용없어진다.
“볼테인 왕국이 카론마이어 공작의 공격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동맹 왕국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휴전하자는 것이냐?”
“각 왕국이 잠시 쉬었다가 전쟁을 하자는 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흥! 감히 짐의 명령도 없이 그따위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 전쟁은 내가 끝을 내야 끝나는 것이다. 그따위 말을 하는 놈들은 내가 가만두지 않는다고 전해.”
휼턴 공작이 보기에 전쟁은 승패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대로 소모전을 계속하다가는 코카 제국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또한 동맹국들이라고 할 수 있는 왕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기에 될 경우 최악의 위기가 다가올지 모른다. 왕국들의 경우,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코카제국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왕국들이 왕국이 위험하게 되었는데 가만히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코카 제국이 왕국을 보호해 주지 않는데 원조를 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르카인 황제는 지금까지의 전쟁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무척이나 화가 난 상태였다. 자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대로 밀어붙여 이기거나 코카 제국이 멸망하는 것을 보겠다는 사람처럼 보였다.
휼턴 공작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한다!’
딱히 방법이 없어 보였다. 황제는 전쟁을 지속하기를 원한다. 방법은 왕국들을 협박하여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수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전쟁이 과연 승리를 가져올까! 그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에 반해 무르카인 황제의 의지는 단호했다.
“전쟁은 계속한다! 불만이 있는 왕국은 내가 먼저 끝을 내 버리겠다고 해!”‘
무르카인 황제의 한마디에 결국 강제적인 정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휼턴 공작은 무르카인 황제의 뜻대로 전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대로 제국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황태자 전하에게 뜻을 전해야 하는가?’
하이카인 황태자는 무르카인 황제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유연함과 유ㅤㅇㅗㅌㅇ성에는 무르카인 황제보다 뛰어났다. 패도를 지향하는 무르카인 황제의 경우 뛰어난 전략과 능숙한 심계를 가지고 있지만 한 번 어긋나 버리면 앞뒤를 구분하지 못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에 반해 하이카인 황태자는 시세를 알았다. 불리하다 싶으면 뒤로 물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무르카인 황제의 여러 자식들 중에서 황태자가 된 이유이기도 했다.
침울한 코카 제국 진영과는 다르게 카이로만 제국은 승기를 잡은 듯이 기세를 한껏 끌어 올렸다. 카론마이어 공작의 공격은 북방의 타이거라ㄹ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단 7일 만에 볼테인 왕국을 점령하고 다른 왕국을 공격하고 있었다. 코카 제국군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파스트론 공작과 발리스타 공작이 소식을 듣고 전략을 다시 수립했다. 카론마이어 공작의 공격은 황궁에서 미리 연통을 주어 알고 있었다. 전략은 두 가지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공격에 대한 수성과 역습.
계획대로 진행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카 제국군은 지칠 수밖에 없다. 또한 후방 왕국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전쟁은 우리의 흐름이오!”
“이대로 조금 더 막아낸다면 코카 제국군 진영은 서로 불안과 반목으로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코카 제국군은 혼란과 불안이 막연하게 될 것이다. 치열했던 전쟁의 향방이 서서히 승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파스트론 공작과 발리스타 공작은 전쟁을 승리하는 대로 코카 제국을 완벽하게 무너뜨리기로 결심했다. 이제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전투를 해온 코카 제국이었다. 이대로 놔두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한시라도 빠르게 전투를 종결시키고, 대륙최강국이 카이로만 제국인 것을 확인시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