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29/93)

   @@[제7장 오러 볼(영단)의 위력@@]

  “여보!”

  “나 왔어!”

  “일은 마치신 거예요?”

  “물론 당신과 브리안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지.”

  라이나가 10일 만에 본 가르딘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일단 라이나에게는 무엇을 하는지 말을 해놨기에 묵묵히 기다렸다. 라이나는 가르딘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일은 모두 가족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거 하나 먹어봐.”

  가르딘이 제조한 오러 볼을 가장 먼저 라이나에게 주었다. 가르딘이 만들어온 오러 볼을 일반인이 먹게 되면 무병장수하고, 피부미용에 상당히 효능이 좋다.

  “이게 뭐예요?”

  “건강에 좋은 거야.”

  “고마워요. 당신밖에 없어요!”

  “나도 당신밖에 없어.”

  라이나는 가르딘이 주는 작은 정성에도 감동했다. 꼭 크고, 좋은 것만이 선물은 아니었다. 라이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고마웠다.

  “브리안은 어디 갔지?”

  “요즘에 친구들이 생겨서 밖에 나가서 놀고 있어요.”

  “한창 뛰어 놀 때지. 그럼 들어오면 주어야겠다.”

  “그러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장할 테니 제가 식사준비 할게요.”

  “기대할게.”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따뜻하고, 포근하다. 서로 다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기에 이해하는 것이다. 미움도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가!

  브리안은 영주저택과 근거리에 있는 공터에서 놀고 있었다. 이곳은 어른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곳이었다. 브리안은 그동안 필리언, 갈라, 유타의 아이들과 놀았다. 그러다가 밖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브리안은 영특했다. 천천히 관찰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브리안이었다. 언덕왕이라는 칭호가 붙을 당시에도 브리안은 며칠 동안 아이들을 관찰했었다. 그리고 확신이 섰을 때 행동을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브리안이 누군지 몰랐다. 고풍스러운 공주틱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서 귀족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지만 발키리 영주의 딸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유는 브리안이 너무 털털했고, 평민들이 하는 놀이를 쉽게 따라했기 때문이다.

  귀족의 권위는 전혀 내세우지 않았다. 다만 박치기와 주먹만이 권위를 대신했다. 처음에는 어린 여자아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겠느냐고 덤볐지만 곧 얻어터졌다. 가르딘이 가르쳐준 무영신권은 대단한 위력이었다.

  일반아이들이 막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내아이들이 단 방에 쓰러져서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언덕왕 또는 크레이지프린세스의 재림이었다.

  무시무시했다.

  가렌, 알리다, 멘트, 소르나를 비롯한 힘 좀 쓰는 사내아이들이 모두 브리안의 주먹에 코피가 터졌다. 아이들 싸움에서 코피 터지면 게임 끝이었다. 더 이상의 싸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다시 브리안은 발키리 영지의 또 다른 주인으로 발판을 세웠다. 가르딘이 발키리 영지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존재라면, 브리안은 아이들을 지배하는 군주였다.

  감히 아이들 중에 누구도 브리안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로 날리는 주먹은 결코 천진하지 않았다. 살인무기에 가까웠다.

  “오늘은 뭐 할까? 움직이는 것은 귀찮은데.”

  브리안이 말을 하자 가렌이 제안을 했다.

  “시체놀이 어때?”

  “시체놀이, 그거 재밌겠는데.”

  시체놀이란 말 그대로 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체는 움직일 수도 없으며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누가 오래 버티나 하는 놀이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자. 걸리면 똥침이다!”

  “좋아! 죽는 거야!”

  아이들은 그때부터 시체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시체놀이를 했다. 움직이는 것을 보기 위한 방안이었다.

  브리안은 대수롭지 않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로 오기 전에 먹은 고구마가 문제였다. 고구마를 많이 먹었더니 배 안에서 가스가 형성이 되고 있었다. 밖으로 분출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소화가 되지 않았다.

  브리안은 최대한 참았다. 하지만 생리현상을 막는다고 해서 계속 막을 수는 없었다.

  뿌웅!‘

  헙!’

  순간 방심으로 인해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소리는 모두 들었다. 가렌이 브리안에게 말을 했다.

  “너 방귀 뀌었지!”

  “아니.”

  “뀌었잖아.”

  브리안의 눈에서 살벌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자신을 지적하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안 뀌었다니까, 고상하고 우아한 내가 그런 몰상식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가렌!”

  움찔!

  아이들 모두 움찔거렸다. 여기서 뀌었다고 계속 대들면 브리안의 살인박치기와 주먹이 날아온다. 그 주먹맛을 아는 가렌은 도저히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모두 가렌을 보며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용기를 내! 넌 남자잖아!’

  그러나 현실은 용기보다 주먹이 무섭다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 내가 착각했어.

  ”그럼 엉덩이 대.”

  “응? 뭘!”

  “네가 먼저 움직였잖아.”

  헙!

  아이들 모두 브리안의 사악함에 몸서리쳤다. 브리안이 방귀를 뀌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 가렌이 먼저 말을 한 것을 상기한 것이다.

  “그… 건!”

  “맞고 댈래.”

  “알… 았어.”

  아이들은 생각했다. 절대 브리안과는 게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우기고 난 후 안 되면 주먹을 내지른다. 이게 어떻게 게임이 되겠는가! 브리안은 자신에게 수치를 준 가렌의 엉덩이를 절대 그냥 두지 않았다. 손가락을 모으고 힘껏 돌진했다.

  푸우욱!

  “아아아악!”

  가렌의 비명성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브리안은 모아진 손가락을 후! 하고 불더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이 저물고 있는 시간이었다. 너무 늦으면 엄마가 걱정한다.

  “오늘 재미있었어. 내일 또 하자.”

  “또!”

  가렌은 엉덩이를 매만지며 또! 라는 말에 기겁했다. 브리안도 가르딘만큼이나 속이 좁고, 오래가는 성격을 가졌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왜 새삼 무서운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가르딘은 라이나와 브리안에게 가장 잘 만들어진 오러 볼을 주었다.

  오러 볼을 먹고 난 후 아침에 일어나자 라이나와 브리안은 깜짝 놀랐다. 온몸에서 힘이 솟고, 피부도 탄력이 붙은 것 같았다. 라이나의 경우 매일 가르딘이 안마를 해주기에 피부가 원체 좋았다.

  그런데 더 좋아진 것이다. 여자에게 피부는 생명이었다. 피부가 좋아지니 마음도 풍족해지고 있었다.

  아침에 기분 좋게 라이나와 대화를 나누고 난 후 가르딘은 바로 기사단으로 갔다.가르딘이 기사들을 모두 모이라고 했기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가르딘이 기사 연무장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기사들이 가르딘을 맞으며 인사를 올렸다.

  필리언, 갈라, 유타도 앞에 서 있었다. 아침부터 왜 불렀냐는 듯한 태도였다. 백작 앞에서 짝다리를 집고 있는 모습은 가히 보기 좋지는 않았다.

  ‘저것들을 친구만 아니면!’

  가르딘은 마음속에 참을 인자를 되새겼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았다. 참다가 속병 나서 먼저 죽는 자들을 위로하는 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긴, 너무 부려먹기는 했군.’

  요 근래 특히 심했다. 기사단 훈련을 비롯한 병사훈련에 대한 모든 것을 필리언, 갈라, 유타에게 떠맡겨 놓았으니 불만스러운 것도 당연했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여기에 없었다. 갈라와 유타 대신에 병사 훈련을 하기 위해 보내졌기 때문이다. 가르딘이 이미 지시를 내렸다.

  ‘그놈들에게 오러 볼은 필요 없지.’

  오러 마스터에 이른 인물들에게 오러 볼은 단지 몸에 좋은 약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미토스와 스필언이 오러 볼에 대한 것을 아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만약 오러 볼에 대한 것이 외부로 퍼지면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가르딘은 오러 볼을 담은 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

  “한 사람씩 나와서 내가 주는 것을 받아라.”

  고트와 펠칸 등 고참기사를 시작으로 신참기사들까지 가르딘의 말에 따라 한 사람씩 나와서 오러 볼을 받아갔다.

  동그란 볼처럼 생긴 것이지만 청아한 향기가 마음속까지 시원하기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르딘이 설명해 주기까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중원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필리언, 갈라, 유타가 자신들은 없냐는 뜻으로 손을 벌렸다. 솔직히 가르딘이 주는 것이라서 별로 받고 싶지 않았지만 냄새가 죽이는 것 같아서 받고 싶어졌다. 공짜라면 전쟁에 나가서 황제의 목도 서슴없이 자를 놈들이었다.

  “너희들은 조금 기다려. 특별한 것이 있으니까.”

  “그래, 그럼 알았다. 기대하고 있으마.”단순하다. 특별한 것이라니까. 금세 입을 닫는 필리언, 갈라,

  유타였다. 뭐든지 특별하면 좋다는 평민의식을 뿌리 깊게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귀족이면서 말이다.

  “지금 내가 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필요 없다. 단 절대 너희들에게 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행하면 된다. 일단 모두 간격을 벌려서 충분한 자리를 확보한다. 실시!”

  “실시!”

  전원 복명복창한 후 가르딘의 지시에 따라 양팔 나란히 자세를 취한 후 거리를 벌렸다. 충분한 자리를 확보하자 가르딘이 다시 한 번 명령했다.

  “모두 편안하게 앉아 가부좌를 만든 후 오러 볼을 먹는다. 복용한 후 고통이 따르더라도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소리를 낸다면 주변 기사에게 피해를 준다. 너희들의 인내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내가 지켜볼 것이다.”

  오러 상승을 유도하는 오러 볼이다. 특히 오러 심법을 사용할 경우 오러의 활성화가 극대화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라이나와 브리안의 경우 심법을 운용하지 않고 그저 몸에 좋은 약으로 사용이 되었기에 고통이 따르지 않았다.

  필리언, 갈라, 유타는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아리송했다.

  발키리기사단 전원이 오러 볼을 입에 넣고 오러 심법을 운용했다. 오러 심법은 가르딘이 가르쳐준 현운 심법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현운 심법을 운용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신에 오러의 기운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윽!”

  기사단 중에서 오러 볼의 영향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신참기사들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나 가르딘이 소리 지르면 주변 기사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말을 상기하며, 고통을 참았다. 가르딘은 기사단의 인내력을 시험하고 있었다. 또한 기사와 기사들 간의 의리도 보고 있었다.

  고트는 가부좌를 튼 자신의 몸 아래 부분에서 오러가 솟구쳐 올라 8개의 혈맥을 타고 흘러 다시 12개로 나눠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의 회전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몇 차례의 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오러는 점차적으로 활성화되었다.

  고트를 비롯한 델가도, 펠칸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기사들의 실력에 따라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오러의 상승.

  기사라면 꿈에서라도 바라는 오러의 상승을 경험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서서히 감은 눈을 떴다.

  이제까지 봐온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사단을 가르딘이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마법사들이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마정석과 비슷한 효과를 본 것 같았다. 마정석의 효능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지는 못해도 지금 자신들이 먹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알았다. 이것은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사들이 이것을 알고 있다면 생명을 걸고라도 얻으려고 발버둥 쳤을 것이다. 그런 귀한 것을 아무 대가도 없이 베풀고 있었다.

  100명의 기사단은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가르딘을 바라보았다. 기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담아 충성을 외쳤다.

  “영주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온몸과 마음을 받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 충! 충!

  활성화된 오러를 뿜어내는 발키리기사단이었다. 전신에 퍼진 오러의 힘이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한 단계 이상의 오러 상승을 맛보았다. 고트를 비롯한 고참기사들의 경우 익스퍼트 중급을 넘어 상급에 근접하고 있었다. 일반 기사단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었다.

  멍!

  필리언, 갈라, 유타가 멍하게 바라보았다. 지금 본 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눈을 다시 한 번 비볐다.

  ‘저… 럴 수가!’

  ‘오러가 상승했어!’

  ‘지금 먹은 게 도대체 뭐야? 어떻게 오러를 상승시킨 거지?’

  오러를 상승시키는 약이라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좀 전까지 그저 신기한 것이라는 생각만 했지 저처럼 대단한 위력을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본 것이 사실이라면 가르딘이 준 것은 세상 어떤 것보다 대단한 보물이었다.

  만약 다른 기사들이 이 사실을 알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 뻔했다. 무섭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또한 자신들도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가르딘은 오러 볼의 위력에 흡족해하면서 당부했다. 기사단 전원이 익스퍼트급에 확실하게 올라섰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기겁할 일이었다.

  “오늘 일은 너희들만 알고 있어라. 절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 사실 지금 너희들에게 준 것은 내가 다크 랜드에 갔을 때 발견한 약초를 배합한 것이다. 효능에 대해서 점검하기 위해서 직접 내가 10일간 확인한 것이다. 물론 그 효능은 오러의 상승이다. 안타깝지만 오러 볼은 한번 먹은 사람에게는 효능이 없다. 또한 지금 먹은 것이 전부라는 것도 알아두도록.”

  설명을 들은 기사단은 가르딘이 더욱더 위대해 보였다. 저런 보물을 기사단을 위해 모두 사용하다니 감탄과 존경이 서린 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오러의 상승이 반드시 실력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실력을 상승시켜줄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예! 영주님!”

  가르딘이 연설을 마치고 난 후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말없이 세 사람이 따랐다. 필리언, 갈라, 유타가 조용히 가르딘을 따라간 것이다.

  기사들이 보는 데서 달라고 조르기가 뭐했는지 일정거리를 벌린 후 말을 하는 필리언, 갈라, 유타였다.

  “야! 우리는? 아까 준다며!”

  씨익!

  가르딘의 미소를 보지 못하는 필리언, 갈라, 유타였다. 앞으로 걷는 사람과 뒤에 걷는 사람의 차이였다. 앞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은 가르딘이 한마디 툭 던졌다.

  “요새 많이 힘들다며.”

  “그렇지. 기사훈련이며, 병사훈련까지 얼마나 힘든데, 우리는 아까 그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맞아! 어찌나 고생하는지 아침에는 서지도 않는다고.”

  “내가 요즘에 마누라 얼굴 본 지도 한참된 것 같아!”

  가르딘의 말에 필리언, 갈라, 유타가 불만을 토로했다.

  “나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것 같네. 아쉽다! 세상사는 게 다 그렇지. 내가 너희들을 생각하는 것만큼 너희들이 나를 생각하는 것 같지가 않은 것 같아.”

  “후우우!”

  한숨을 쉬며 한탄하는 가르딘이었다.

  필리언, 갈라, 유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역시 쉽게 줄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오러 상승의 유혹이 너무 컸다. 자존심이 빵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 너 고생하는 것 다 알지.”

  “맞아, 세상에 너만큼 고생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가르딘이야말로 대륙 제일의 영주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이야!”

  필리언, 갈라, 유타도 가르딘만 못한 편이지 아부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들이다. 20년 동안 같이 지낸 동기들이었다. 그 성향이 다르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

  “너희들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 나야말로 대륙제일의 영주가 될 자질을 갖추었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세상에 나같이 관대하고 현명한 영주가 어디 있겠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그렇지 너희들!”

  한술 더 뜨는 가르딘이었다.

  속에서 울컥하는 필리언, 갈라, 유타였다. 다 차려 놓은 연회상을 뒤집어엎고 싶은 충동을 극도의 인내로 참았다. 속에서는 열화가 같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물… 론이다.”

  “당… 연하지.”

  “네가… 짱이다.”

  차마 떨리는 목소리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가르딘이 선심 쓴다는 듯이 주머니에 있는 세알의 오러 볼을 필리언, 갈라, 유타에게 주었다. 오러 볼을 받아든 필리언, 갈라, 유타는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오러 볼이 생각보다 컸으며, 색깔이 검었다. 또한 냄새도 탁한 것이 전에 맡은 청아한 냄새와는 대비되었다.

  “이게 뭐야? 썩은 것 아냐?”

  “썩다니! 너희들 말 이상하게 한다.”

  “너무 크잖아!”

  “너희들을 위해서 특대로 만들었다.”

  “냄새가 쓴데!”

  “원래 좋은 약은 쓴 법이야!”

  “색깔이 검잖아!”

  “약의 효능이 증폭되어서 그런 거야.”

  미심쩍은 필리언, 갈라, 유타였다. 왠지 모르지만 가르딘에게 속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이상한 것을 발견하기도 힘들었다.

  “집에 가서 조용한데 앉아 먹는 게 좋을 거야! 약 효과가 워낙 좋다 보니 고통이 조금 따를지 몰라. 아까 봤지! 오러 상승 시에 일어나는 기운을 버티려면 고통스러운 것.”

  “알겠다.”

  “잘 먹을게.”

  “고맙다.”필리언, 갈라, 유타가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조용한 가운데 집에서 빨리 복용하고 싶은 마음이 미심쩍은 마음보다 더 컸다. 오러 상승의 유혹은 그만큼 대단했다.

  집으로 가는 필리언, 갈라, 유타를 보며 가르딘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허리에 맨 또 하나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안에는 검은색 가루가 있었다.

  “효과가 있으려나.”

  다음 날.

  필리언, 갈라, 유타는 전날 밤부터 아침까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맛보았다. 집의 가장 밀폐된 곳에서 뇌전폭풍 심법을 운기했는데 온몸이 가려워서 죽을 것 같았다. 이를 악물며 참기는 했지만 가려움이라는 것이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렸다.

  발가락을 시작으로 머리끝까지 가려웠다.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가려움에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다. 그러나 가르딘이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했기에 끝까지 참았다.

  가려움과 오러 상승의 고통.

  2가지를 모두 참으며 필리언, 갈라, 유타는 마침내 아침을 맞았다.

  가려움은 이제 사라졌다.

  반면에 가려움이 사라지자 거짓말같이 상쾌했다. 온몸에 오러가 충만하여 힘을 폭발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놀라웠다. 전날의 오러와는 확실한 차이를 보았다. 이 정도라면 오러 마스터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필리언, 갈라, 유타가 그 즉시 가르딘에게로 달려갔다.

  집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가르딘이 필리언, 갈라, 유타를 보았다.

  “음, 역시.”

  가르딘은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다.

  필리언, 갈라, 유타가 오러 마스터에 이르지 못한 것을 파악한 것이다. 오러의 양만 따져보면 오러 마스터에 이르렀지만 깨달음이 받쳐주지 못해서 마스터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익스퍼트 최상급과 오러 마스터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물론 조금 더 지나면 오러 마스터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것이 언제인지는 가르딘도 알지 못한다.

  “뭐야? 그 표정은?”

  “우리의 오러 상승을 봤겠지.”

  “이제부터 우리도 오러 마스터다!”

  가르딘이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디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봐라.”

  “자, 봐라!”

  필리언, 갈라, 유타가 검을 뽑아 오러를 뿜어내었다. 오러가 1미터 정도 뿜어져 나왔다. 확실히 오러의 양이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또한 질적인 향상도 있어서 오러가 흔들리지 않고 곧았다.

  급 실망!

  필리언, 갈라, 유타도 알았다. 오러의 양은 오러 마스터에 이르렀는지 몰라도 아직 오러 마스터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오러 상승이라는 기쁨 때문에 마스터에 대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 오러 마스터가 못된 건가.”

  “바보들. 오러의 양만 가지고 마스터가 되면 드래곤은 태어나면서 오러 마스터였겠다.”

  “그만 해. 창피하니까!”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것은 필리언, 갈라, 유타도 알고 있었다. 너무 좋아서 잠시 착각을 했을 뿐이었다.

  가르딘은 풀이 죽은 동기들에게 한마디 더 던졌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내가 한마디 던지는 것을 날름 받아먹고 오러 마스터가 됐는데, 너희들은 오러 볼까지 먹었는데도 안 되다니! 역시! 범재는 천재를 이길 수 없는 건가 봐! 하수들은 하수들끼리나 놀아야지 어떡하겠어.”

  부들! 부들!

  하수들(필리언, 갈라, 유타), 천재들(스필언, 미토스, 가르딘).

  대놓고 실력 없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더욱 기분 나쁜 필리언, 갈라, 유타였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제길! 내가 더러워서 오러 마스터 된다!’

  ‘내 오러 마스터가 되지 못하면 내 이름이 길라다!’

  ‘젠장, 저놈 잘난 체하는 것만 봐도 열 받네!’

  필리언, 갈라, 유타는 말없이 다짐했다. 반드시 오러 마스터가 되어서 가르딘의 잘난 체하는 콧대를 발로 밟아주겠다고 말이다.

  가르딘은 동기들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웃고 떠들지만 녀석들도 자존심이 강하다. 동기들 간에도 경쟁의식이 있기 마련이다. 자존심이 아예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요즘은 거의 포기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가르딘이 자존심에 불을 지펴주려고 비꼬았던 것이다. 누가 뭐래도 같이 할 놈이다. 실력이 받쳐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보다 이제는 그 효능을 확인해야 했다.

  “어제 어땠냐?”

  “뭐가 말야?”

  “오러 볼을 먹고 난 후 반응 말이야.”

  “그걸 알아서 뭐 하게.”

  “내가 먹어 보지 못해서 물어 보는 거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해라.”

  ‘아!’

  그 귀한 것을 가르딘은 먹지도 않고 자신들에게 주었다는 말에 감동하고 말았다. 경쟁심이 생기는 것과 다르게 가르딘이 자신들을 위한다는 뜻이 전해졌다.

  “별로 감동할 필요는 없다. 오러 마스터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으니까.”

  “그렇겠지.”

  그래도 감동한 것은 사실이었다.

  필요 없는 것과는 별개로 주는 것은 달랐다. 상대를 위하지 않고서는 절대 주지 않을 보물이기 때문이다. 필리언이 사실대로 어제 있었던 일들을 말해 주었다.

  “어제 하루 종일 가려웠다. 오러 상승의 효과로 인해 고통도 있었지.”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데 가르딘은 한 가지만 들었다. 가려움증에 대해서 말이다.

  ‘호오! 극소량인데도 불구하고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가 가려움증을 느낀단 말이지.’

  대단한 일이었다.

  오러를 수련한 기사일수록 독에는 면역력이 있다. 오러 자체적으로 독을 정화하기 때문이다.

  익스퍼트 최상급이 가려움을 느낄 정도면 보통 병사들은 가려움으로 인해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사실 오러 볼을 제조하면서 생겨난 이물질, 즉 나쁜 기운을 한곳에 모아 놓았다. 만년석균과 같은 천고의 영약을 제조하면 그에 상응하는 나쁜 기운이 발생한다. 그 기운을 배제하는 것이 연단술의 중요한 핵심이다.

  다른 기초적인 약재들에게서 생겨나는 죽은 기운들도 모아서 놔두었다. 그것을 섞어 하나의 가루로 만들었다.

  필리언, 갈라, 유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효능을 알기 위해서 검은 가루를 조금 섞었다. 아주 조금만 섞었다. 대신에 오러 볼보다 족히 2배는 더 많은 양을 넣었다.

  어떤 효능이 있을지 실험한 것인데, 성공적이었다.

  ‘미안하다 동기들아! 그리고 사랑한다!’

  가르딘이 직접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면 독이 통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천룡신이 완벽해지면서 독이 들어와서 바로 정화되어 버려 소용이 없어졌다. 거의 만독이 불침하는 몸이 되어 버렸다.

  가르딘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탁상 위에 지도를 펼쳤다. 갑자기 지도를 펼치자 필리언, 갈라, 유타가 어리둥절했다.

  “지도는 왜?”

  “여기를 봐!”

  가르딘이 가리키는 곳은 헥토르 왕국에서 발키리 영지에 오는 길목이었다. 그 길목까지 오는데 하나의 물길밖에 흐르지 않는다. 다크 랜드에서 흘러나오는 물길 중에 하나였다.

  “이곳까지 오는데 헥토르 왕국은 한 번 정도 야영을 할 거야. 그사이에 물을 보충하겠지.”

  “그렇겠지.”

  가르딘이 탁상 아래에 놓아둔 검은 가루가 담긴 자루를 꺼냈다.

  “이걸 놈들이 오는 물길에 풀어.”

  “이게 뭔데?”

  “독.”

  “독……?”

  “독이라고!”

  “그래 독이다.”

  독이라는 말에 필리언, 갈라, 유타의 표정이 변했다. 독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들도 처음이었다. 물론 전쟁에서 치사하다, 비겁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것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은 쉽게 통하지 않는다. 대군의 경우 마법사가 미리 파악을 하게 되어 있고, 물길에 푼다고 해도 그 효능이 확실하지 않아서 사용을 안 한다. 우물이라면 모를까 흘러가는 물길에 사용하는 게 얼마나 효능이 있겠는가!

  “독이 통할까? 놈들도 마법사가 있을 텐데. 치유해 버리면 그만이잖아.”“걱정 마라. 대단한 독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소용없는 거잖아.”

  “대단한 독은 아니라도 쓸모는 있지. 마법사가 독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는 못할 거야. 오러나 마나가 있는 존재들에게는 통하지 않으니까! 단 일반 병사들은 다르지.”

  “일반병사들이라.”

  “마법사가 치료하면 끝이잖아.”

  “괜찮아. 내가 바라는 게 그거야.”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동기들이었다. 가르딘의 사악함에 새삼 소름이 돋았다. 설마 이런 방식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전쟁이 시작되면 놈들은 빠르게 진격을 해야 할 거다.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불리하니까. 그 점을 우리가 노리는 거지.”

  “너의 잔머리에 두 손 들었다.”

  “잔머리라니! 마스터님의 위대한 작전이라고 해야지.”

  “위대한 작전은 무슨.”

  가르딘은 마지막으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필리언, 갈라, 유타는 뒤로 넘어갈 뻔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가르딘이었다.

  “너 설마! 진짜로 할 생각이냐?”

  “당연.”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왕이 있다면 내 손을 브레스로 짖는다.”

  “그러게 유치하지만 보고 있는 나도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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