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4/93)

   @@[제7장 귀환준비@@]

 기사대련이 끝나고 하루가 지나갔다 . 어제 저녁때 가르딘은 공주의 잔소리를 제법 들었다 .  

 시비 거리다 싶으면 달려드는 거머리같이 끈질긴 아이시런 공주였다 . 잔소리를 듣고 난 후 피곤한 가르딘은 방으로 돌아와서 바로 잠을 청했다 . 몸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정신이 피곤한 하루였다 . 쉴라와 아이시런 공주의 합동공격의 결과였다 .  

 아침에 일찍 일어난 가르딘이 기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정신을 깨우기 위해 명상을 잠시 했다 . 아침에 솟아오르는 양의 정기를 가다듬고 , 천룡무상신공을 꾸준하게 운기하였다 .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  

 - 운기한 하단전의 기운을 임맥을 시작으로 독맥으로 보내 중단전으로 이끈다 . 중단전에서 운기된 기운을 다시 백회혈과 뇌호혈을 자극하여 상단전으로 보낸다 . 삼단의 일통을 통해 무상의 기운을 형성시켜 천룡의 기운을 갈무리한다 .  

 백회혈과 뇌호혈을 모두 사혈이다 . 사혈이지만 적절한 자극과 더불어 기의 운용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 정신을 맑게 해준다 .  

 * 상하일통을 모두 완벽하게 이룬 경지는 천룡신의 경지라 한다 . 바로 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었다 . 천룡신을 완벽하게 이루면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 . 이미 대륙제일 강자라고 불려도 되는 가르딘이었다 . 이 상태에서 만족해도 살아가는 전혀 지장이 없다 . 또한 앞으로 나대는 성격도 아니라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딘은 계속 정진하고 있었다 . 이유는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강해지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이 작용했다 .  

 가르딘이 감은 눈을 떴다 .  

 아침마다 훼방꾼이 나타나기 일쑤였다 . 부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나타나서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  

 “어제 성기사단과 한판 했다며 !” 

 말에서 느껴지는 어감만 들어보면 동네 패싸움한 것처럼 들린다 . 필리언이 어떻게 됐냐는 듯이 물었다 .  

 “이겼냐 ?  설마 진 것은 아니겠지 ?” 

 “당연히 이겼지 .” 

 “하긴 미토스와 스필언이 갔는데 질 이유가 없지 .” 

 “어째 말이 이상하다 .  내가 그놈들 발목 잡는다는 말처럼 들린다 ?” 

 “아닌가 !” 

 “위대한 마스터를 모욕하면 내일이 없을 텐데 .” 

 “너 잘났다 .  그것보다 네 말대로 성녀님의 부모님에 대한 신변은 확보됐다고 하더라 .” 

 “잘 해결됐다니 다행이네 .” 

 가르딘은 쉴라가 성녀가 된 날 부탁을 받고 미리 제국에 연락을 해놓은 상태였다 . 통신구로 연락을 받은 제국에서는 마커스 가족에 대한 신변확보를 발빠르게 해놓았다 . 성녀의 존재가 중요한 만큼 성녀 주변의 신변 역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했다 .  

 불순한 무리가 성녀에게 직접적으로 가해할 수 없을 경우 주변을 노릴 수도 있었다 . 이로 인해 불거지는 불상사는 대륙의 불상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  

 “말이야 바른말이지 ,  여기까지 오는데 고생 많이 한 것 같지 않냐 ?” 

  “그러게 우여곡절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다 .” 

 가르딘에게 별것 아니 간단한 일이라고 바자바인 부단장이 말한 것과는 달리 상당히 힘든 여행이었다 . 한 달이 마치 일 년처럼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 돌아가는 길에는 부디 탈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  

 특히 라이나와 브리안을 한동안 못 본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 다시는 이런 여정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가르딘이었다 .  

 “돌아가는 길이라고 정신 놓지 말고 준비 철저히 해 .” 

 “내가 너냐 !  걱정을 붙들어 매라 !” 

 “네가 제일 걱정이야 !” 

 “걱정 말고 공주님이나 잘 단속해라 .  그럼 난 이만 간다 .” 

 필리언이 돌아가고 10 분 정도 지났을까 , 의외의 존재가 찾아왔다 . 어제 성녀가 다친 줄 알고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이 아침부터 방문했다 .  

 카르마 단장이 찾아온 것이다 . 생각지도 못한 방문이었다 .  

 “내가 온 것이 뜻밖인가 ?” 

 “생각 못했습니다 .  어서 앉으시지요 .” 

 “그럼 염치불고하고 앉겠네 .” 

 가르딘은 시녀에게 차를 시켜 대접을 했다 . 대화를 하기 전에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 카르마 단장이었다 .  

 “사실 어제는 충격이었네 !  설마 홀리소드디펜스가 무너질 줄을 생각도 못했거든 .  방어에 있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네 .”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  그리고 항상 공격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  그저 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뿐입니다 .” 

 “자네를 탓하려고 한 말이 아니네 .  사실  1 천년 동안 내려온 방어진을 계속적으로 구축했던 것이 잘못이지 .  시간이 지나면서 공격의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  예전의 완벽했던 것만을 유지하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지 .” 

 가르딘은 카르마 단장의 말을 묵묵히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나 홀리소드디펜스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들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가르딘을 만난 것이 문제였다 .  

 “어제의 패배로 인해 성기사단의 분위기가 바뀌었네 ,  이제까지 방만했던 마음가짐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네 .” 

 “다행이군요 .”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찾아왔네 ,  어제 흥분해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성녀님께 사실을 들었다네 .” 

 쉴라가 어제 계획한 것을 카르마 단장에게만은 말한 모양이었다 . 가르딘이 해준 만큼 쉴라도 가르딘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서로의 오해를 최대한 없애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  사실 성녀님은 신성제국만의 성녀님이 아니지 않습니까 .” 

 “그렇게 생각해 주니 더욱더 고맙네 ,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어제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네 .” 

 “카르마 단장님을 보니 안심이 되는군요 .” 

 “이 말을 전해주려고 왔네 .” 

 가르딘은 안심이 되었다 . 남겨두고 가게 될 성녀의 곁에 카르마 단장 같은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었다 . 이 사람으로 인해 성기사단은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  

 카르마 단장은 바쁜 관계로 아침에 빨리 만나고 성기사단으로 돌아갔다 . 가르딘도 이어서 일을 보려고 나가려 했다 .  

 ‘오려면 한 번에 좀 와라 !’ 

 가르딘의 방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찾아왔다 . 한 사람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사람이 들어오니 가르딘으로서는 피곤한 일이 되었다 . 좋은 만남과 반복되면 지겨운 것과 같은 이치였다 .  

 가르딘은 스필언과 미토스의 눈빛을 보고 왜 그런지 한 번에 파악했다 . 뭔가를 알고 싶은 욕망으로 꿈틀대는 빛나는 눈빛이었다 .  

 “또 뭘 알고 싶은 거냐 ?” 

 “어제 공격을 할 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  공격의 순간에 무언가가 검의 주위를 감싸는 듯했습니다 .  포근하면서 마음을 안정시켰고 그 기운이 성기사단의 신성력을 뚫고 들어가게 해준 것 같았습니다 .  그게 무엇인지 가르딘 선배님은 알고 계십니까 ?” 

 스필언과 미토스가 어제 느낀 기운에 대해서 가르딘에게 물어본 것이다 . 가르딘은 순간적으로 찔끔했다 .  

 ‘예리한 놈들 !’ 

 아주 찰나였다 . 오러를 사용하는 상태였고 , 공격에 모든 정신을 쏟고 있었다 . 그러한 상황에서 느낄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 사용한 기운이 아니었다 . 그럼에도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  

 역시 보통을 넘는 녀석들이었다 .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난 타고난 감각이었다 . 가르딘은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 항마멸사신공에 대해서 알려준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이놈들이 영웅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로 인해 자신에 대한 의심이 쌓여갈 수 있었다 .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아느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는 가르딘이었다 .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겠지 .’ 

 가르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했다 . 생각이 서자 주저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 거짓을 말할 때는 당당한 게 가장 중요했다 . 괜히 찔리는 표정 따위는 짓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  

 “나도 잘 모른다 .” 

 “그 ... 렇군요 !” 

 스필언과 미토스도 긴가민가한 상황이었다 . 느낌이 있었는데 딱히 굉장한 기운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 가르딘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 너무도 태연하게 말을 하는 가르딘이 거짓을 말했을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  

 “내일 출발하니 너희들도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해라 .” 

 “알겠습니다 .” 

 “그럼 가봐 !” 

 스필언과 미토스는 가르딘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 설마 하는 심정 따위도 없었다 . 너무 순진해서 속여먹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 하지만 스필언과 미토스가 예리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  

 ‘예리해 ,  다음부터 조심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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