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3/93)

   @@[제6장 성기사와의 대련@@]

 아이시런 공주가 쉴라와 편안하게 차를 마셨다 . 쉴라가 성녀가 되었기에 신분의 차이가 완 벽하게 줄어 들어버렸다 . 카이로만 제국의 공주와 성녀 , 둘 중 누가 더 높냐 라는 어린아이 같은 신분 차이적 발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 그 둘의 죽이 상당히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 이에 따라 피 보는 것은 그동안 쉴라를 가르치던 엘리언과 가르딘이었다 .  

 엘리언은 졸지에 성녀가 되어 버린 쉴라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 또한 가르딘은 비밀을 알고 있는 쉴라가 껄끄러운 것은 당연지사였다 .  

 “쉴라야 ,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 

 “저도 아이시런 언니가 있어서 좋아요 .” 

 예전 같으면 편하게 말을 하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벽이 있었다 . 그러나 이제는 서로에 신분의 벽이 무너졌기에 진정으로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 사람간의 신분적인 위계질서로 인해 인간 본연의 마음을 무시하는 경향을 저급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신분의 벽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  

 동등한 상태에서 동등하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보다 편한 관계는 없을 것이다 .  

 “요새 쉴라하고 얘기하는 게 제일 재밌다 .” 

 “저도 그래요 ,  그런데 이번에 더 재밌는 거 보여줄까요 ?” 

 “뭔데 ?” 

 “피닉스기사단과 성기사단의 대련 어때요 ?” 

 “성기사단하고 대련이라고 !” 

 아이시런은 잠시 고민했다 . 물론 흥미를 끄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지 않았다 . 기사들의 생각도 존중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  

 “아무래도 능글맞은 아저씨하고 얘기해 봐야겠어 .” 

 “한번 얘기해 보세요 ,  언니의 말이면 무조건 들어 줄 거예요 .” 

 “알았어 ,  한번 불러 볼께 !  엘리언 ,  가르딘 경을 좀 불러줘 .” 

 “알겠습니다 .  공주님 !” 

 엘리언이 문을 열고 나가서 가르딘을 부르기 위해 시종을 시켰다 . 가르딘은 방에서 잠시 운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 피로가 쌓인 찌뿌둥한 몸을 다시 원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가르딘은 공주가 부른다는 말에 운기를 멈추고 곧장 공주의 방으로 달려갔다 . 가르딘으로서는 아이시런 공주와 쉴라 둘 다 껄끄러운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 하는 짓이 어찌나 닮아 가는지 이제는 쌍둥이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  

 가르딘이 공주의 방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쉴라와 같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 마음씨 착했던 쉴라의 마음에 여후 30 마리를 선사한 아이시런이었다 . 30 마리의 여우를 과감하게 받아들인 쉴라는 아이시런과 동등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았다 .  

 ‘여우  2 마리라 !’ 

 한 마리도 벅찬 상황에서 2 마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  

 “부르셨습니까 ?” 

  “어째 ,  대답하는 목소리가 띠꺼운 것 같네요 !” 

 “그 ... 럴 리가 있습니까 ?” 

 가르딘과의 대화에서 공주는 일상적인 말을 하고 있었다 . 백성들과 귀족들에게 보여주는 품위 있는 말투는 이미 빵 말아먹어 버렸다 . 가르딘은 공주의 직설적이고 , 공격적인 말투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 지금에 와서 공주의 저런 말투는 적응이 되었다 .  

 “쉴라와 즐겁게 대화하면서 좋은 생각이 났어요 .” 

 ‘좋은 생각 !  행여나 좋은 생각이겠다 .’ 

 “그 ... 렇습니까 ?” 

 “피닉스기사단과 성기사단의 실력 향상을 위해 서로의 실력을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대련을 하기로 했는데 어떠세요 ?  물론 찬성하시겠지요 !” 

 이미 결정을 내리고 의향을 물어보고 있었다 . 공주의 말 한마디면 당연히 해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물어오는 것은 안 물어본 것만 못했다 . 거절하면 나중에 피곤하게 할 게 분명했다 .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사악한 여우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 뻔했다 .  

 가르딘은 이미 성기사단장인 카르마 백작의 대련신청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는 상태였다 . 그럼에도 쉴라가 부탁하는 것을 보니 이상하게 여겨졌다 .  

 “이미 카르마 단장과는 대련하기로 약속을 한 상태입니다 .” 

 “오 !  잘됐네요 .  쉴라야 ,  넌 알고 있었니 ?” 

 “알고 있었어요 ,  그래서 부탁한 거예요 !  다만 성기사 단원을 몇 명 더 늘려도 되는지 물어보려고요 .”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  대련하는데 그 정도는 상관없다고 .” 

 아이시런 공주가 아무 상관없다고 말을 하면서 대련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한편 가르딘은 잠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제 생각에 성기사단  10 명과 피닉스기사단  3 명이 딱 맞는다고 생각해요 .” 

 쉴라의 이어지는 말에 가르딘은 머리가 띵했다 . 수적인 열세가 명백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  

 아이시런 공주도 쉴라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  

 “3  대  10 은 불리한 것 아니니 ?” 

 “전혀 아니에요 ,  성기사단원은 오러 익스퍼트의 수준이에요 !  반면에 피닉스기사단의 가르딘 경과 스필언 경 ,  미토스 경은 오러마스터잖아요 !  실력 차이가 이렇게 극명한대 어떻게 대련이 될 수 있겠어요 .  대련을 위해서는 서로의 실력이 비슷해야 하잖아요 .” 

 “네 말을 들어보니 타당한 것 같다 .” 

 오러 마스터와 오러 익스퍼트의 수준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 하지만 성기사단은 오러의 수준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었다 . 가르딘이 생각하기에 성기사단의 가장 무서운 능력은 신성력이었다 . 쉴라의 말에서 성기사단원의 신성력에 대한 것은 쏙 빼고 말하고 있었다 . 이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처사였다 . 가르딘이 그 점을 말하려고 했다 . 하지만 이미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  

 “설마 오러 마스터가 겁이 나서 포기하지는 않겠지요 .” 

  “물론이지 ,  가르딘 경은 오러 마스터니까 .” 

 쉴라의 의견에 아이시런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 쉴라의 말에 섞인 불합리성을 파악한 아이시런이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 가르딘이 곤란해하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  

 가르딘의 이마 부근에 힘줄이 불끈 튀어나왔다 .  

 ‘이런 식으로 나온단 말이지 .  좋아 !’ 

 가르딘은 그냥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 능글능글한 중년아저씨가 화가나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줄 생각이었다 .  

 “오후에 성기사단의 전용 연무장에서 보는 게 좋겠네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  저는 이만 할 일이 있어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 

 “피닉스기사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세요 .” 

 응원하는 듯한 아이시런 공주의 말이었지만 가르딘에게는 들어오지 않는 메아리였다 . 오히려 빈정대는 듯했다 .  

 가르딘은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후 스필언과 미토스를 불렀다 . 어차피 대련이 되었다면 멋지게 이겨주는 것이 중요했다 . 공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닉스기사단이 당한다면 제국기사단의 명성을 갉아먹는 일이 되어버린다 . 가르딘은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적당히 가르마단장을 상대하려고 했지만 쉴라의 말로 인해 이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련으로 바뀌었다 .  

 ‘쉴라야 ,  내가 너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  아이시런 공주로 인해 성격이 점점 타락하고 있구나 .’ 

 안타까운 가르딘이었다 .  

 쉴라의 평소 성정을 찾기를 바랐다 . 한시라도 아이시런 공주와 떼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 같이 있기만 하면 무언가 사고를 치고 있었다 . 사고 때마다 가르딘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  

 가르딘만이 알고 있는 공주와 성녀의 진실은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 누가 믿겠는가 ! 성녀와 공주의 성격이 수백 년 된 여우같다고 말이다 .  

 똑 ! 똑 !  

 “미토스입니다 .” 

 “스필언입니다 .”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찾아왔다 . 방으로 들어온 스필언과 미토스는 여전히 가르딘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기사들을 위해 아낌없이 비기를 전수하고 , 제국을 위해 충성하는 전형적인 기사로 말이다 . 가르딘의 연기력이 대단하다는 반증이었다 . 가르딘도 쉴라와 아이시런 못지않게 가증스러운 탈을 잘도 쓰고 있었다 . 서로 똑같은 유사인좋은 피곤한 법이었다 .  

 “왔나 ,  자리에 앉게 .” 

 미토스와 스필언이 자리에 앉아 가르딘을 대했다 . 가르딘은 한동안 말없이 스필언과 미토스를 보았다 .  

  ‘이놈들이 영웅일지 모른다는 말이지 .’ 

 영웅이건 말건 그것은 상관없었다 . 신언으로 내려온 말이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다 맞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 아닐 수도 있는 일이고 , 맞는 일일 수도 있었다 .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 무시하게 되어 대재앙이 일어나면 그땐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  

 “오늘 우리는 성기사단과 대련을 하게 되었다 .” 

 대련한다는 말에 스필언과 미토스의 눈빛이 살아 움직였다 .  

 ‘눈빛이 살아 움직이네 !’ 

 대련과 수련을 몹시도 좋아하는 녀석들이었다 . 한시도 쉬지 않고 수련하는 것이 다 보였다 . 정말 천재가 노력하면 왜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놈들이 아닌가 ! 이놈들 옆에 있는 놈들은 다 좌절이었다 . 무릇 천재는 주위 사람을 위해서 적당히 널찍하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 그것이 진리이자 사회생활 잘하는 방식이었다 . 천재가 노력하면 범인은 정말 밤낮으로 피똥 싼다 .  

 “다만 우리는 너와 너 ,  그리고 나까지  3 명이 나간다 .  반대로 대련상대인 성기사단은  10 명이다 .” 

 보통 이렇게 말하면 수가 적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 그런데 이놈들은 투기를 더욱 발산하며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 정말 제정신이 아닌 놈들임에 틀림이 없다 . 역시 영웅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깨닫게 된 가르딘이었다 .  

 “이길 수 있겠나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최선이라는 말은 필요 없다 .  공주님이 보고 계시는 상황이다 .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 

 아이시런 공주가 보는 앞에서 카이로만 제국 최강의 기사단이 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 미토스와 스필언이 굳은 결심을 하며 대답했다 .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 

 “훗 !” 

 가르딘의 의도대로 따라오고 있었다 . 어차피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또한 반드시 이겨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 가르딘이 스필언과 미토스의 마음을 떠보았다 . 그리고 다시 질문을 했다 .  

 “어떻게 이길 거지 ?” 

 방법을 물었다 .  

 “상대는  10 명이나 된다 .  처음에는 개인 대 개인의 대결이 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단체전이 된다 .  너희들이 오러 마스터라고는 하나 단체전에서의 성기사단은 무시할 수 없다 .  서로가 가진 신성력이 보완이 되어 방어에는 대륙제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어떻게 뚫겠는가 ?” 

 “신성력을 가진다고 하나 한곳을 집중적으로 노린다면 무너질 것입니다 .” 

 한곳을 노려 무너뜨리고 , 균열이 일어난 지점을 중심으로 다시 공격을 한다 . 물론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 과감하게 공격하여 일시에 무너뜨린다 . 피닉스기사단의 율법가 가장 적합한 말이기도 했다 .  

  “좋은 방법이기는 한데 ,  상대가 바보일 경우나 당하겠지 .” 

 “예 ?” 

 “상대는 인형이 아니다 .  우리의 속셈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약점을 쉽게 노출할까 , 10 명이나 되는 놈들이 한곳을 공격당할 동안 가만히 있겠느냐는 말이다 .” 

 “그건 ......”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상대를 공격하고 막는 것이 기본적이 전법이었다 . 수가 많을 때는 한곳을 노려 공격하는 것도 킹덤나이트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 하지만 실전에서는 그와 같은 방법이 계속 통할 리 없었다 .  

 “성기사단의 방어는 신성력에서 나온다 .  그에 따라 한곳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은 맞는 방법이다 .  하지만 공격한 순간에 너희들은 방어에 약점을 노출시키게 된다 .  상대가 그 점을 노리고 들어와서 공격당하는 곳을 내주고 ,  역공을 한다면 당하는 것은 우리가 된다 .” 

 “아 !” 

 가르딘의 정확한 판단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감탄성을 터뜨렸다 .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  

 “방패를 이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 

 “오러를 사용하는 검에 방패는 소용이 없을 수도 있지 .” 

 “방패에 오러를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까 ?” 

 “되지 ,  단 방패는 검보다 오러의 소비가 훨씬 많다 .  표면이 넓은 방패에 모두 오러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너희도 알고 있겠지 .” 

 ‘물론 나는 할 수 있지 .’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면 그 정도 오러 소비는 우습다 .  

 가르딘과 스필언 , 미토스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 대화를 하면서 상황을 분석하고 , 방법을 찾아낸다 .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가르딘의 시험이었다 . 누군가 가르쳐주어서 답을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된다 .  

 하지만 이처럼 스스로 노력하는 기회를 주면 위기상황에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 . 생사를 가르는 전투현장에서 한순간에 상황판단이 생과 사를 가르는 것으로 직결된다 .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  

 “적의 공격을 대비하려면 결국 우리도 방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겠군요 .” 

 “그렇다 .  내가 오늘 너희들에게 장황한 말을 하면서 방법을 이끌어 가는 것은 방어와 공격을 위한 전술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 

 “전술은 킹덤나이트에서 배운 것으로 부족한 것입니까 ?” 

 “킹덤나이트에서 배우는 전술은 대부분이 대전에서 쓰이는 전술뿐이다 .  소규모의 전술은 부족하 면이 없지 않아 있다 .” 

 전쟁에서 기사 대 기사의 대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 처음에는 서로의 기세를 타기 위해서 일기토를 벌인다 . 서로에 가장 강한 기사가 나와서 힘을 겨루고 승리로 이끄는 전술이다 . 다음으로는 기사대전이다 .  

 각 진영의 기사들이 모두 공격대형을 형성하여 공격을 한다 . 따라서 전술이라고 해봤자 피 닉스기사단의 1 분 대형 ( 방어 ) 과 2 분 대형 ( 포위 ) 정도다 . 일시에 방어하여 포위공격으로 끝을 내거나 반대의 방법으로 적을 섬멸하는 전술이 다다 .  

 소규모의 전술도 3 명이서 조를 나누어서 대결하는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 . 순전히 자신의 실력이 높으면 사는 것이고 , 실력이 떨어지면 죽는 것이다 . 상당히 무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가르딘은 신마의 지식에서 상당히 많은 전술을 알게 되었다 . 그 중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진을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었다 .  

 “오늘 내가 너희들에게 알려줄 것은 바로 소규모전술에 대한 전법이다 .” 

 가르딘이 가르쳐줄 전술이 바로 검진이었다 . 검을 든 기사가 진을 구축하여 많은 수의 적을 효율적으로 상대하게 해줄 수 있는 진법이다 . 가르딘이 생각해 낸 검진이 삼재검진이었다 . 간단하지만 뜻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무서운 위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  

 “삼재검진이라고 불리는 전술이고 ,  소드 디펜스의 일종이다 .  삼재검진의 시작은 스카이 ( 하늘 ),  랜드 ( 땅 ),  휴먼 ( 인간 ) 의 구성을 기본으로 한다 .  세 개의 뜻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 .  단지 자신의 맡은 위치를 기억하고 그 위치에 따라 방어진의 구축을 이루어나가면 된다 .” 

 삼재검진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함과 동시에 실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까지 차례로 설명을 하는 가르딘이었다 .  

 “이런 전술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 

 “정말 대단한 전술입니다 !” 

 소드 디펜스 ( 검진 ) 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가르딘이 알려주는 방식은 소규모전투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보였다 . 놀라운 전술을 알고 있는 가르딘이 마냥 존경스러운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  

 반면에 가르딘도 질리고 있었다 . 설명을 하는 동안 모르는 부분을 지적하는데 예리하기에 신검에 비견되었다 .  

 ‘이놈들 정말 괴물이다 !’ 

 신마의 사념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몇 년이나 걸린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이해력이었다 . 가르딘도 스필언과 미토스가 뛰어나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차원이 달랐다 . 범인은 정말 부러워서 배가 아플 지경이다 .  

 가르딘도 자신의 것을 남에게 무한정 베푸는 성인이 아니었다 .  

 보통 사람으로서의 이기적인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 속마음을 철저히 숨기고 태연하게 명예로운 기사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겉과 속이 철저히 다른 가르딘이었다 .  

 기본적인 것을 모두 배운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 이제는 오러의 운용이 삼재검지에 이루어져야 한다 . 오러의 효율적인 배분은 지식만으로 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 한번이라도 제대로 운용을 해봐야 알 수 있는 단계였다 . 머리보다는 몸이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 위험할 때 반사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  

 “삼재검진을 운용하면서 오러를 사용해 보자 .” 

 가르딘의 방이 좁은 편이기는 하지만 연습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 웬만하면 나가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누가 지켜보는 것은 사양이었다 .  

 가르딘은 오러의 기운을 스필언과 미토스에게 맞추었다 . 세 명이 모두 일정 수준의 오러를 사용하여 운용을 했다 . 뿜어낸 기운은 천 , 지 , 인의 위치에 따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움직여 나갔다 .  

 처음에는 호흡이 일정치 않아서 이동하는 중간 중간 파격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곧장 틀린 부분을 수정해 나갔다 . 스필언과 미토스가 가진 감각이 대단하다는 반증이었다 . 한번 익힌 것을 저절로 몸에 새겼다 .  

 ‘역시 대단한 놈들이야 !  오늘 제대로 한번 할 수 있겠는데 !’ 

 아이시런 공주와 쉴라의 계책을 무너트리고 역습을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을 없을 것처럼 보였다 .  

 ‘나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겠지만 어림도 없다 .’ 

 스필언과 미토스가 펼지는 검진을 뚫고 들어오는 것도 힘들뿐더러 공격하는 순간에 성기사단은 무너질 것이다 .  

 가르딘은 스필언과 미토스를 보면서 질투가 나기는 하지만 뿌듯하기도 했다 . 가르치는 맛이 나는 녀석들이 아닐 수 없었다 . 어차피 일정 수준 이상을 끌어올려 주어야 하기에 검술의 진수까지 해줄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 마치 필연처럼 말이다 .  

 한낮을 갓 지나는 시간 .  

 열기가 서서히 올라 정점에 달하는 시간이다 .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데 무리가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 성기사단의 연무장은 대교단의 지하에 자리하고 있었다 . 대교단에서도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이기에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  

 아이시런 공주와 쉴라가 앞으로 걸어 들어가고 , 그 뒤로 가르딘과 스필언 , 미토스가 따랐다 .  

 “자신 있나요 ?” 

 “물론입니다 .  피닉스기사단이 왜 대륙제일기사단인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기대하겠어요 .  호호호 !” 

 “저도 가르딘 경의 실력을 기대하겠어요 .” 

 기대한다는 말과 달리 쌤통이라는 표정을 짓는 아이시런 공주였다 . 가르딘은 공주의 그런 표정과는 다르게 자신감에 차 있었다 . 사실 스필언과 미토스에게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했지만 실력적인 측면에서 성기사단이 상대가 될 리 없었다 .  

 오러 마스터와 오러 익스퍼트의 차이는 수가 많다고 해서 채워질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해 있었다 . 다만 방심해서 당하지 않기 위해서 준비를 한 것뿐이었다 .  

 성기사단원 10 명은 미리 연무장 안에 도착해 있었다 . 성녀와 공주가 들어오자 즉시 일어서서 예의를 차렸다 . 성기사단에게 성녀는 생명 이상의 의미를 가진 소중한 존재였다 . 원래라면 자신들이 경호를 하겠지만 피닉스기사단이 지켜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쉴라가 말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성기사단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 성녀를 지키지 못하는 성기사단이 어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 이번에 대련을 하면서 쉴라가 카르마 단장에게 약속을 했다 .  

 성기사단이 피닉스기사단을 이긴다면 미도 맡기겠다고 말이다 . 카르마 단장으로서는 필사 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  

 가르딘은 성기사 단원들이 투지를 느낄 수 있었다 . 제법 잘 벼리어진 검처럼 보였다 . 하지만 스필언과 미토스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 개개인의 실력에서 아무리 투지가 강해도 수준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 더욱이 방심하지 않는 천재들에게는 말이다 .  

 ‘안됐지만 압도적으로 져주어야겠습니다 .’ 

 카르마 단장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개인적인 명예와 제국의 명예를 위해서 일방적으로 이겨야 했다 .  

 “공주님과 성녀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무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세요 .” 

 카르마 단장이 쉴라와 아이시런에게 예의를 갖추고 다시 가르딘을 바라보았다 . 가르딘과는 좋은 인연을 만들었다 . 뜻하지 않게 대련으로 인해 분위기가 이상해졌지만 부탁은 자신이 먼저 한 상태였다 . 뜻을 들어준 가르딘에게 악 감정은 없었다 . 하지만 이번 대련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  

 “대련은  3 대  3  개인대련을 시작으로 단체전을 했으면 합니다 .” 

 “그렇게 하겠네 .” 

 “그럼 바로 시작하죠 ,  우리 쪽은 스필언이 먼저 나가겠습니다 .” 

 “그란테 ,  나오게 .” 

 “예 ,  단장님 !” 

 가르딘은 스필언을 불렀고 , 카르마 단장은 부단장인 그란테를 지명했다 . 오러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을 가진 그란테였다 . 카르마 단장에 비해 부족하다 하지만 성기사단 내에서 2 번째로 강한 인물이었다 .  

 “스필언이라고 합니다 .” 

 “그란테라고 합니다 .  오러 마스터와 대려낳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스필언이 앞으로 나가자 가르딘이 전음을 날렸다 .  

 < 너는 피닉스기사단의 대표다 . 그것을 잊지 마라 !>  

 < 예 !>  

 반드시 이기라는 가르딘의 전음이었다 . 압도적으로 이겨서 피닉스기사단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라는 말이었다 .  

 스르렁 !  

 스필언가 그란테의 검이 뽑혔다 . 스필언은 검을 뽑음과 동시에 칼날 같은 기세를 형성시켰다 . 날카로운 신검을 대하듯 방심은 없었다 . 반면에 오러 마스터의 기운을 받는 그란테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  

 옆에서 지켜보는 카르마 단장 역시도 심각해졌다 .  

 ‘허 !  역시 피닉스기사단이구나 !’ 

 전혀 방심하지 않는다 . 저 처럼 어린 기사가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서도 방심하지 않고 대련하는 모습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카르마 단장이었다 . 쉽지 않은 대련이 될 것으로 예감했다 .  

 슈슉 !  

 대치중인 상황에서 서서히 움직인 스필언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 파스트론 공작가문의 독문 스텝인 윈드 스텝이었다 . 바람처럼 빠르게 접근한 스필언이 토네이도 검법을 사용했다 . 토네이도 검법의 윈드 드래곤 ( 풍용 ) 이었다 .  

 바람의 강격이라고 불리는 패도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시킨 스필언이었다 . 처음부터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스필언이었다 . 대련이 아니라 실전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  

 압도적으로 빠른 움직임과 더불어 패도적인 위력의 검격이 후려쳐지는 상황이었다 . 그란테가 미처 빠져나올 수 있는 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 즉시 검을 들어 방어를 위한 신성력을 사용했다 .  

 쿠아아아앙 !  

 탕 ! 탕 ! 탕 ! 철퍼덕 !  

 굉장한 충격을 받은 그란테가 막자마자 튕겨 나가 바닥을 속수무책으로 두드렸다 . 지면을 세 번이나 튕긴 그란테가 마지막에서 일어서기는 했지만 충격이 상당했는지 입가에 핏물을 머금고 있었다 . 스필언의 검격을 막은 손바닥도 찢겨졌다 .  

 대련은 항복이라는 말이 있기 전까지 계속된다 . 스필언은 상대가 다시 일어서기도 전에 먼저 접근했다 . 한 번에 끝을 내려고 하는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 여전히 오러 블레이드가 서려 있었다 . 신성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긴 하지만 그럴수록 내부에 충격이 상당했다 .  

 카강 ! 카강 !  

 “으윽 !” 

 변변한 반항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 더 이상 버티다가는 죽을 것 같아 보였다 . 스필언은 이미 전투 경험이 있었다 . 생사를 가르는 전투를 치른 후 급격한 정신적 성장을 경험했다 . 상대를 철저히 말살하기 전까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  

 스필언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죽일 수도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  

 “그 ... 만 !” 

 카르마 단장이 마지못해 소리를 질렀다 . 그제야 스필언의 파상공쇄가 멈췄다 . 공쇄가 멈추자마자 그란테가 쓰러졌다 . 체력과 오러 , 신성력을 모두 소모한 상태라 다시 일어서기 힘들어 보였다 .  

 척 !  

 스필언이 기사의 예를 갖추고 절도 있게 행동하며 물러섰다 . 전형적인 기사와 같았다 . 하지만 압도적인 패배를 경험한 성기사단은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 상대가 오러 마스터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처럼 일방적인 패배는 생각지도 못했다 .  

 검을 한 번이라도 휘둘러 봤다면 분한 감정이 없었을 것이다 . 결과는 냉혹했다 . 실력이 없는 기사가 어떻게 되는지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  

 카르마 단장은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 기사단원 중에 한 명이 나와봤자 다음에 상대할 자도 오러 마스터였다 . 이번처럼 일방적인 대련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컸다 .  

 “이번 상대는 내가 하겠다 .” 

 “그러시다면 제가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 

 가르딘은 미토스에게 전음을 날렸다 .  

 < 이번 대결의 목적은 개인대련이 아니라 단체대련에 의미가 있다 . 그걸 명심해라 .>  

 < 알겠습니다 .>  

 미토스와 스필언은 서로 경쟁을 하는 상대였다 . 스필어닝 대련에 나서 승리를 했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가르딘이 그 마음을 알기에 미리 전음을 날린 것이다 .  

 가르딘이 생각하기에 카르마 단장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 스필언과 그란테의 대련과 같은 일방적인 대련이 되지 않을 것이다 . 미토스의 입장에서 이길 수 있다고 쳐도 체력소모가 너무 많을지도 모른다 . 만약의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가르딘이 나서는 것이었다 .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르딘이었다 . 이길 때는 철저하게 마무리까지 완벽해야 했다 .  

 ‘미안하지만 져 주어야겠습니다 .’ 

 가르딘은 카르마 단장의 실력을 인정했다 . 그럼에도 이기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았다 . 오러 마스터 초급과 중급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  

 가르딘과 카르마 단장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 가르딘은 무형의 기세를 내보내지 않았다 . 아니 기세 자체가 없었다 . 카르마 단장은 가르딘의 편안한 자세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자만하고 있는 건가 ?’ 

 그렇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신입기사인 스필언조차 방심하지 않고 끝을 내었다 . 가르딘이 방심한다고 보기에는 무언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였다 . 카르마 단장은 가르딘의 어떤 공격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에 오러 블레이드와 더불어 신성력을 뿜어내었다 .  

 공격에 대한 방어에서 신성력으로 된 홀리실드 ( 성력방패 ) 만큼 뛰어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움직이는 가르딘이었다 . 그에 따라 카르마 단장 역시 오른쪽을 신경 쓰게 되었다 .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를 주며 대응하기 위해 방법이었다 .  

 사삭 !  

 오른쪽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빠르게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가르딘의 움직임을 따라 카르마 단장도 방향을 틀었다 . 그 상황에서 가르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  

 슈우웅 !  

 무섭도록 빠른 검격이었다 .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가르딘의 검격은 섬광을 방불케하였다 .  

 타아앙 !  

 뻗어 나오는 궤적을 파악한 카르마 단장이 검을 들어 막아내었다 . 시끄러운 소리와 더불어 충격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 신성력을 사용하고 있기에 충격이 생각보다 적었지만 놀라움은 가시지 않았다 .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나는 단발성 일격이 아니었다 .  

 숨 쉴틈 없이 뿜어내는 검격이었다 . 일렉트릭 검법의 마하 임팩트 ( 광속참 ) 였다 . 한 번에 백팔번의 찌르기를 해낸다고 알려졌다 .  

 카카카캉 ! 퍼퍼퍼펑 !  

 막아내는 것도 한도가 있기 마련이었다 . 가르딘의 검격에 오러가 사용되었다 . 부딪칠 때마다 충격이 쌓이도록 폭발성 오러를 사용했다 . 막아낼 때마다 오러탄이 형성되어 폭발을 일으켰으며 , 막아내지 못한 것은 충격을 고스란히 받도록 했다 . 카르마 단장으로서는 방어에 집중하더라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크윽 !  이것이 대륙제일의 기사단 피닉스기사단의 실력이란 말인가 !’ 

 상대는 피닉스기사단의 단장도 아니었다 . 항렬상 자신보다 떨어지는 상대였다 . 하지만 실제 겪어본 가르딘의 실력은 예상이상으로 빠르며 강했다 . 일반적인 기사가 아니었다 .  

 카르마 단장은 일방적으로 밀렸다 . 신성력으로 몸 안에 쌓이는 충격을 회복시키지 않았다면 한 번의 공격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  

 가르딘은 냉정하게 상대를 파악하고 있었다 . 카르마 단장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 미토스와 스필언이었다면 쉽지 않은 승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위험한 상황을 몇 번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간발의 타이밍으로 피하거나 흘리고 있었다 . 생사의 간격을 알고 있는 승부사라는 뜻이었다 .  

 ‘역시 기사단장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곁눈질을 해서 아이시런 공주와 쉴라를 보았다 . 약간의 눈돌림이라 아무도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  

 곁눈질에 들어온 아이시런 공주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 가르딘의 진정한 실력이 저 정도인줄 몰랐다는 듯했다 . 사실 그녀가 직접적으로 본 것은 얼마 없었다 .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사용한 검격 역시 제대로 보지 못했다 . 그나마 이번에 제대로 보고 있었다 .  

 아이시런 공주에 비해 쉴라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 신언에 나온 인물이 강하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능글맞은 아저씨가 제법이야 !’ 

 ‘힘내세요 ,  가르딘 오빠 !  그래야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지요 .’ 

 가르딘은 임팩트 있는 공격을 시작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약간의 틈을 상대에게 주었다 . 공격을 하다 힘이 떨어지는 것 같은 흔들림이었다 . 그 순간에 카르마 단장이 방어하고 있다가 공세로 바꾸어 일격을 뻗었다 . 가르딘의 빈틈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 돌연 뻗어 나오는 검의 궤적을 바로 앞에서 피해버린 가르딘이었다 . 오히려 피하고 나자 카르마 단장의 빈틈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 빈틈을 놓칠 가르딘이 아니었다 . 얍삽하기로 따지면 가르딘 따라갈 시가 얼마없다 .  

 ‘허허실실이었습니다 !’ 

 빈틈을 보이고 공격을 유도한다 . 그틈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카르마 단장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 가르딘의 검이 쭈욱 뻗어나가 카르마 단 장의 심장을 겨누었다 . 조금만 더 찔러 들어가면 가슴을 파고들어 등 뒤로 뚫고 나왔을 것이다 .  

 “졌 ... 다 !” 

 카르마 단장은 비참했다 . 자신의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에 자괴감이 들 지경이었다 . 그러나 패배는 빨리 인정하고 다음 대련에 집중해야 하는 카르마 단장이었다 . 기사단의 수장답게 바로 패배감을 씻어버렸다 .  

 “최선을 다해준 것에 고맙게 생각하네 !”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 

 “하지만 단체전은 다를 것이네 !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 

 “알고 있습니다 .  저희도 만만치 않으니 서로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 

 성기사단의 개개인의 실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단체전은 달랐다 . 한 명 한명이 더해져서 두 명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 그러나 힘을 발산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신성력 때문이었다 . 신성력은 하나의 힘이 또 하나의 힘과 유동적으로 움직여서 방어에 있어서는 자타가 인저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  

 “응 ?” 

 가르딘의 눈에 그란테가 멀쩡히 일어선 모습이 들어왔다 . 스필언과의 대결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 있어야 할 녀석의 모습이 멀쩡했다 . 몸 안에 존재하는 오러의 양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 이상하게 여긴 가르딘이었는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쉴라가 신성력으로 그란테를 원상태로 만든 것이었다 . 조금 전에 상대한 카르마 단장의 힘까지 원상복구시켰다 . 무지막지한 신성력이 아닐 수 없었다 .  

 ‘저 ... 럴 수가 !’ 

 신성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설마 저 정도인 줄 몰랐다 . 왜 신성력이 죽은 사람도 살리는 기운이라고 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 종교를 믿지 않던 가르딘의 뇌리에 한 번쯤 믿어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  

 카르마 단장을 비롯한 성기사단원들 모두 쉴라의 신성력을 존경하고 있었다 . 압도적인 신성력의 기운이 모두에게 퍼지자 안도감과 더불어 자신감을 복돋아주었다 .  

 “여러분의 뒤에 제가 있으니 최선을 다해주세요 !” 

 “성녀님을 위해 반드시 승리를 하겠습니다 !” 

 가르딘은 듣고 있다가 쉴라의 말에 이상함을 발견했다 . 성기사단의 뒤에서 무언가 뒷받침을 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어도 무방해 보였다 . 가르딘이 의아해하면서 스필언과 미토스에게 삼재검진을 형성하도록 지시했다 .  

 “검진의 방위를 정하고 대형을 유지하도록 .” 

 “알겠습니다 .” 

 가르딘과 스필언 미토스가 삼재검진의 기본진형을 짰다 . 그와 동시에 성기사단도 진형을 구축했다 .  

 성기사단의 진형은 전형적인 소드디펜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 이름하여 홀리소드디펜스 ( 성력방어진 ) 이었다 . 신성력의 흐름과 집중을 통해 방어진을 구축하여 성녀를 보호하는 진형 이었다 . 그들의 원래 목적이 성녀의 보호이기에 가장 뛰어난 방어진이라 할 수 있다 .  

 가르딘은 성기사단의 방어진보다 그 너머로 보이는 쉴라에 집중했다 . 쉴라가 좀 전부터 신성언어를 외우고 있었다 . 그에 따라 신성력이 성기사단에게 전이되었다 . 성기사단의 전투력과 방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이것은 문제였다 .  

 가르딘이 쉴라에게 전음을 날렸다 . 이미 가르딘의 정체를 알고 있는 쉴라이기에 거리낌없이 사용했다 .  

 < 쉴라야 ! 너 왜 그러냐 ?>  

 < 이래야 승부가 재밌잖아요 !>  

 < 비겁하게 이러기냐 ?>  

 쉴라도 성녀가 되면서 마음으로서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 일정 범위 내에서 신성력을 사용하면 마음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 가르딘도 놀랐지만 그것보다 쉴라의 개입을 막고 싶었다 . 이렇게 되면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 정당한 대결이 아니잖니 ?>  

 <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 이거 실망인데요 ! 영웅을 두 명이나 소유하고 있으면서 불리하다고 말을 하다니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  

 영웅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쉴라의 말에 오히려 설득당할 위험에 처한 가르딘이었다 .  

 < 치사하게 !>  

 < 이게 왜 치사해요 ! 성기사단의 진정한 실력은 저와 함께 있을 때예요 . 그게 치사하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  

 < 너 , 정말 사악해졌구나 !>  

 < 이왕이면 똑똑하다고 말해 주세요 ! 오빠 !>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쉴라가 말을 했을 것이다 .  

 가르딘은 성녀가 되면서 쉴라가 많이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 처음의 순진하고 착한 모습이 그리울 지경이다 .  

 <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주마 !>  

 성기사단과 성녀의 조합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분명 힘든 대련이 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 하지만 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 아직 삼재검진의 진정한 위력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배운 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대련이었다 .  

 “카르마 단장님 ,  최선을 다할 테니 조심하십시오 !” 

 “성녀가 계시니 우리도 지지 않을 것이네 !” 

 성녀가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 성기사단의 투기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  

 “저는 여러분을 믿고 있어요 !” 

 아이시런 공주가 열심히 라고 말했다 . 그로 인해 투지를 불태우는 스필언가 미토스였지만 반대로 가르딘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 적당히 실력을 숨기면서 이겨야 하니 더 힘겨운 상황인데 , 아이시런 공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 쉴라가 뒤에서 응원하는 줄만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아이시런 공주와 쉴라의 응원 속에 피닉스기사단과 성기사단이 대결하는 양상이 되었다 .  

 3 명이 방귀를 선점하고 나서자 성기사단의 10 명이 3 개의 조를 이루어 펼쳐졌다 . 4 명 , 3 명 , 3 명이 각각의 방위를 차지하며 검을 뽑았다 . 산술적으로 수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포위하면서 차륜전을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 뒤에서 받쳐주는 무지막지한 신성력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힘빼기 작전이었다 .  

 가르딘이 보기에 치사일수의 한 방법이었다 . 더군다나 먼저 덤비지도 않는다 . 카르마 단장이 정말 작심하고 덤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 하긴 그럴 만도 했다 . 뒤에서 성녀가 보는 가운데 계속 질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 공격은 빈틈을 유발한다 .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선수비 , 후공격이 가장 올바른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  

 가르딘은 전음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 방어가 아무리 튼실해도 그랜드 마스터의 눈에는 빈틈이 보이기 마련이었다 . 가르딘은 그러면서 신성력이라는 기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살폈다 . 신성력은 오러와는 달랐다 . 포근하면서도 성스러웠다 . 또한 오밀조밀한 기운으로 뭉치는 능려도 가지고 있었다 .  

 ‘항마의 기운과 같은데 !’ 

 신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무공 중에 항마멸사신공이라는 것이 있었다 . 사기가 깊고 , 마기가 깊은 내공을 상대하기 위해서 사용한 신공이었다 . 같은 신성력을 사용하면 어떨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 신성력과 신성력의 기운은 서로간의 융화가 잘 이루어질지도 몰랐다 .  

 가르딘은 넌지시 물었다 .  

 “저 카르마 단장님 !  신성력은 마기와 상극입니까 ?”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 것에 카르마 단장은 별 생각 없이 대답을 했다 .  

 “당연한 말이네 !  신성력이야말로 마기를 제압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네 !” 

 씨익 !  

 회심의 미소를 지은 가르딘이 다시 한 번 물었다 .  

 “그럼 신성력을 보유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융합이 잘되겠군요 !” 

 “물론이네 !” 

 “대답에 감사합니다 .  이제 말은 그만두고 공격을 하겠습니다 !” 

 “마찬가지네 !” 

 가르딘은 즉시 공격대형을 바꾸었다 . 삼재검진의 맨 앞으로 스필언을 배치시키고 그 옆으로 미토스와 가르딘이 섰다 . 한 방향을 따라 공격을 하겠다는 말을 전음으로 주고받았다 . 가르딘의 신호에 따라 스필언이 앞으로 치고 들어갔다 . 윈드스텝을 활용하여 공간을 갈랐다 . 바람처럼 빠르게 접근하여 일격을 날린다 .  

 휘이이잉 ! 파파팡 !  

 스필언의 스톰 검법이 성기사단의 좌측 사각지역을 공격하였다 . 그러나 성기사단의 대응도 빨랐다 . 눈이 여러 개다보니 서로의 움직임이 상당히 유기적이었다 . 신성력의 기운이 좌측으로 이동하더니 방어에 힘을 더했다 .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오러의 기운으로 인해 충격을 상당히 입었겠지만 이번에는 생각보다 쉽게 막았다 . 스필언이 일격필살의 공격을 한 후에 틈이 보이자 성기사단의 부단장 , 그란테가 검을 찔러 넣었다 . 검에 오러가 형성되어 그 위력이 더욱 무서웠다 .  

 슈슝 ! 카카앙 !  

 어느새 미토스가 검을 막더니 그 옆으로 다가선 가르딘이 그란테의 옆구리를 베어갔다 . 순식간에 벌어진 공수의 연속기였다 . 놀랍도록 정교하게 맞물리는 공격와 방어의 진형에 카르마단장이 급하게 움직여야 했다 . 즉시 신성력을 발하여 가르딘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막아내었다 .  

 퍼펑 ! 타타탕 !  

 가르딘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쉴 새 없이 공격하면서 방어는 신경 쓰지 않았다 . 방어는 미토스와 스필언이 집중적으로 하며 가르딘이 공격을 하고 , 잠시 쉬는 틈에 다시 공수의 교대를 이루어 연속적으로 쉼 없이 이어졌다 . 물 흐르듯이 자유로우면서도 위력적이었다 . 성기사단은 놀랍도록 뛰어난 피닉스기사단의 실력에 경악해야 했다 . 수가 훨씬 많고 합격술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보다 더 뛰어나 보였다 . 신성력이 없었다면 일방적으로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이렇게 강하다니 !’ 

 피닉스기사단의 실력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 만약 같은 수의 단체전이었다면 상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 카르마 단장은 이를 악물었다 . 신성제국이라고 하지만 카이로만 제구그 , 코카 제국과 같은 3 제국이었다 . 같은 제국의 기사단 실력 차이가 이 정도로 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  

 “모두 최선을 다해라 !  우리의 최대 힘은 방어다 !” 

 가르딘의 신경을 긋는 소리를 잘도 하는 카르마 단장이었다 .  

 ‘이제는 대놓고 방어한다고 하네 !’ 

 방어가 주력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상대 앞에서 왜 공격하지 않냐 라는 말은 소용없는 아우성에 불과했다 . 철저하게 힘을 빼놓은 후 제압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할 수 없지 .’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은 미토스와 스필언이었다 . 성기사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었다 .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했다 .  

 < 오른쪽 맨 끝을 집중 공격한다 !>  

 < 예 !>  

 가르딘도 상대편의 치사함에 따라 공격의 주도방향을 바꾸었다 . 최대한 사각을 이용하여 맨 끝에 서 있는 자를 공격하기로 말이다 . 세 명이 움직이는 게 10 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빠른 것은 사실이었다 . 한곳을 공격한다면 가운데보다 좌우 양끝이 효율적이었다 . 가르딘과 스필언 , 미토스가 한몸처럼 왼쪽으로 이동하다가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오른쪽 끝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 삼인이 공격할 때 2 명이 방어하는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아예 방어를 무시한 3 명의 합동공격이었다 . 위력이 무시무시했다 . 오러 블레이드 3 개가 폭풍처럼 공격을 가했다 . 오른쪽 끝에 서 있는 성기사 바티스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 오러 마스터의 집중 포화에 견디지 못할 지경이었다 .  

  ‘왜 !  나만 !’ 

 한곳만 노리는 집요한 수법이었다 . 카르마 단장이 가르딘의 전술을 파악하고 공격진형을 바꾸어 가르딘을 포위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 방어진형은 원형이다 . 원형에서 다시 원의 끝을 뒤집어 버리면 다시 원형이 된다 . 대신 수비가 아니라 공격의 형태가 되는 것이 다른점이었다 .  

 이때를 노린 가르딘이었다 .  

 날아오는 3 개의 검에 검을 대었다 . 검이 아교에 붙은 것처럼 찰싹 달라붙는 것이 아닌가 ! 그 상태로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저었다 .  

 “어어어 !” 

 놀라는 사이에 성기사 3 명이 가르딘의 검에 따라 움직였다 . 가르딘이 발휘하는 것은 사량발천근과 이화접목을 동시에 사용한 것이었다 . 적은 힘으로 큰힘을 내며 상대를 끌어들이는 수법이었다 . 극히 짧은 찰나에 흔들린 성기사단을 향해 스필언과 미토스가 검을 날렸다 .  

 가르딘은 그 즉시 항마멸사신공을 잠시간 운용하여 진기를 이동시켰다 . 스필언과 미토스의 검에 항마의 기운이 순식간에 전달되었다가 사라졌다 .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  

 파파파팡 ! 커어억 !  

 신성력으로 방비하던 순간을 뚫고 들어와서 충격을 주었다 . 오러 블레이드의 충격은 한순간에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아니 ?” 

 카르마 단장과 성기사단이 놀라는 순간이었다 . 그 순간에 쉴라 역시도 놀라고 있었다 . 아무도 느끼지 못했지만 쉴라는 느낄 수 있었다 . 신성력을 뚫고 들어오는 또 다른 신성력을 말이다 . 주신의 기운과는 다르지만 비슷했다 . 그렇기에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홀리소드디펜스를 뚫고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었다 .  

 가르딘은 흐트러진 진형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 아주 집요하며 치사하게 같은 곳을 노리고 ,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 허물어진 성기사단은 맥을 못 추었다 . 가르딘 , 스필언 , 미토스의 연수합격이 놀랍도록 완벽했으며 위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  

 쿠당당탕 !  

 삽시간에 남아 있는 성기사단원이 3 명이 되었다 . 가르딘은 쉴라의 신성력이 미처 발휘되기 전에 쓰러뜨리려고 악착같았다 .  

 ‘다시 일어서는 좀비는 사양이거든 .’ 

 사실 실전이었다면 성기사단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 . 대련이기에 치명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 그로 인해 쉴라의 신성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 그걸 알기에 최대한 가르딘은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 쉴라가 성녀로서 모든 힘을 다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도 한몫 했다 .  

 가르딘이 카르마 단장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  

 쿠아아앙 !  

 스톰 검법의 마하임팩트였다 . 스필언과 미토스의 전기를 받아서 더욱 강력한 위력을 가진 마하임팩트이기에 막아설 수 없었다 . 카르마 단장이 충격을 받고 쓰러지자 대련이 모두 끝이 났다 .  

 가르딘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  

 ‘이겼다 !  모두 나의 공이로다 !’ 

 승리의 한껏 도취된 기분도 잠시였다 .  

 털석 !  

 쉴라가 쓰러지더니 피를 토하는 것이 아닌가 !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성기사단과 아이시런 공주가 즉시 쉴라에게 다가갔다 .  

 카르마 단장이 지친 몸을 이끌고 쉴라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 또한 아이시런 공주가 즉시 쉴라를 부축했다 .  

 “괜찮이 쉴라야 ?” 

 “괜찮아요 ,  언니 잠시 무리한 것뿐이에요 !” 

 “그래도 피를 토했잖아 !” 

 “성녀님 모두 저희들의 미숙한 실력 때문입니다 .” 

 카르마 단장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반성을 했다 . 실력이 모자라서 성녀를 쓰러지게 했으니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  

 “카르마 단장님은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 

 “다음에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이것의 저의 목숨을 걸고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 

 카르마 단장은 마음속 깊이 성녀를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 그리고 성녀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성기사단의 실력을 상승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  

 아이시런은 걱정이 되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동생을 만났다 .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한 사람을 정말 보기 힘들었다 . 아이시런의 걱정이 담긴 눈빛과 마음이 쉴라에게 전해졌다 . 쉴라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  

 “조금만 쉬면 되요 !” 

 “다행이다 !  그런데 !” 

 휘익 !  

 아이시런 공주가 고개를 휙 젖히더니 가르딘을 쏘아보는것이 아닌가 ! 가르딘은 난데없이 봉창 두드린 격이 되어버렸다 . 카이로만 제국의 이름을 걸고 열심히 하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저런 눈빛을 보내다니 정말 말이 되지 않았다 .  

 가르딘의 승리는 한순간 빛이 바래졌다 .  

 “응 ?” 

 가르딘이 보기에 쉴라의 상태는 멀쩡했다 . 피를 토한 것이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 신성력이 소모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별탈 없는 것이었다 .  

 ‘설마 ?’ 

  ‘맞아요 !  오빠 !’ 

 ‘너 ,  정말 이러기냐 !’ 

 가르딘은 그제야 쉴라가 왜 쓰러졌는지 알 수 있었다 . 가르딘을 아주 죽일 놈으로 만들고 , 성기사단의 실력상승을 위한 동기를 무지막지하게 베풀었다 . 가녀린 성녀의 모습과 더불어 자신들의 나약함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 이로 인해 가르딘은 확실히 아이시런 공주에게 찍혀버렸다 .  

 아이시런 공주의 날카로운 음성이 계속되었다 .  

 “연약한 여자를 쓰러뜨리고 지금 아주 좋아 보이네요 !” 

 “저는 ...  단지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 

 “아 ... 주 최선을 다하더군요 !  이를 악물고 말이죠 !” 

 기사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는데 ,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에 대답하기 껄끄러운 가르딘이었다 . 가르딘은 미토스와 스필언을 가리켰다 .  

 “너희들도 한마디 좀 해봐 !” 

 “저희는 가르딘 선배님이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 

 정말 교과서에 적힌 정석을 고대로 말하는 착한 어린이 같은 말이었다 . 스필언과 미토스도 눈치가 있었다 . 아이시런 공주님이 화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 미토스와 스필언이었다 . 지금 상황에서 끼어들면 어떻게 될지 눈에 선했다 .  

 “누가 시켰는지 최선을 다했네요 !” 

 “그 ... 렇습니까 ?” 

 “우선은 쉴라의 안정이 중요하니까 ,  들어가서 보죠 !” 

 “알겠습 ... 니다 !” 

 아이시런 공주의 신경질이 눈에 선했다 . 애를 상대로 한 것도 아니라 기사대전이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올 줄 가르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 가르딘은 성기사단의 부축으로 대신전 안의 마련된 성녀의 거처로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 그러면서 전음을 사용했다 .  

 < 몸 조리 잘하여라 .>  

 < 고마워요 . 가르딘 오빠 !>  

 가르딘은 쉴라의 연기를 미워하지 않았다 . 악역이라고 해봤자 가르딘에게는 별다른 일이 아니었다 . 아이시런 공주의 잔소리가 짜증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공주도 생각이 있다면 적당히 할 것이다 .  

 기사대전에서의 승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 기사들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에 최선을 다하는 거의 맞기 때문이다 . 카이로만 제국의 기사로서 상대제국의 기사단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마땅히 칭찬을 받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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