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신성제국@@]
라이니언 신성제국 .
대륙을 지배하는 3 개의 제국 중에 하나이며 , 주신 라이니언을 모시는 곳이다 . 군사력에서는 가장 약하다고 평가를 받지만 , 주신을 모신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제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
그 예로 라이니언에서 이단이라고 평가를 내리면 그것이 아무리 큰 제국이라고 해도 대륙의 공적이 되어버릴 수 있었다 . 또한 그런 예가 800 년 전에 벌어진 적이 있었다 . 당시의 강대국에 속했던 제국 중에 하나인 크란슬러 제국이 라이니언 제국을 공격하며 배척을 한 적이 있었다 .
이 당시에 모든 제국과 왕국 , 공국의 합공을 받고 대륙의 먼지가 되어버렸다 . 심지어 제국 내부에 라이니언을 믿는 자들까지 반발을 하니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
막강한 힘이 아니라 주신의 영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그렇기에 모든 대륙 사람들은 라이니언 제국을 신성시하며 경배할 수밖에 없다 .
라이니언 제국의 지배구조는 다른 제국이나 왕국과는 다르게 되어 있다 . 제국이지만 황제가 없는 특이한 구조였다 . 최상층이 대신관과 성녀 , 그 아래로 귀족들이 자리한다 . 귀족들은 공작과 후작 , 백작 , 자작 , 남작으로 다른 나라와 비슷하지만 영향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
대신관의 결정에 귀족들이 따라와야 하는 실정이다 . 물론 대신관과 비슷한 영향력을 가진 성녀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성녀가 없는 실정이었다 .
성녀의 부재가 라이니언 제국으로는 귀족의 세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 그와 더불어서 성녀가 탄생하지 않는 것을 주신 라이니언의 분노로 여기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기도 했다 .
성녀는 말 그대로 신의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다 .
신의 부름을 받고 , 그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따라서 성녀가 없다는 것은 신이 대륙에 무관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
성녀는 아무나 뽑을 수 없다 . 성녀를 인증하기 위해서는 모든 신관들이 보는 가운데 , 라이니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 한 예로 성녀로 선택이 되면 순백의 기운이 몸에서 뿜어져 나와 새하얀 날개가 좌우로 보인다고 한다 .
서재에 앉아 있는 노인이 있었다 .
그는 정갈한 옷을 입고 있으며 , 맑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 반면에 약간은 피곤한지 한숨을 내쉬며 수심이 깊은 얼굴을 했다 .
“하 ! 벌써 20 년 이상 성녀를 찾지 못하였군 .”
성녀의 부재가 벌써 20 년이나 되었다면 한탄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 노인은 신관들의 아버지이자 신성제국의 대신관인 프리먼 대신관이었다 .
“피에르 공작의 의도가 무엇인지 뻔히 보이지만 주신의 무관심을 빙자하여 너무 오만하게 행동하는구나 .”
귀족세력을 규합하고 , 신정정치에서 귀족정치로 바꾸려고 하는 세력이 있었다 . 그 중심에 피에르 공작이 자리하고 있었다 . 그의 의도는 뻔하다 . 지금까지 대신관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것을 비판하여 , 자신들의 기득권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 하지만 라이니언 신성제국 자체가 신을 모시는 제국이었다 .
귀족의 세력이 강해지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될 수 있었다 . 프리먼 대신관은 탁상에 놓인 글귀를 보았다 . 20 년 전 죽기 전 성녀가 주신의 신언을 말하여 , 글로 적어 놓은 것이였다 .
- 두 명의 영웅 , 용의 기운을 품은 자와 함께 성녀가 올 것이다 .
프리먼 대신관은 성녀가 말한 내용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 고민해 왔다 . 신언치고는 상당히 명확한 내용이었다 . 뜻을 풀이하고 말고가 없을 정도로 명확한데 , 문제가 있었다 . 문제는 바로 성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 또한 영웅이 탄생한다는 것은 세상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
“언제 오는 것인가 ?”
성녀가 탄생해야 다시 신권을 확고하게 다잡을 수 있었다 . 성녀의 부재가 너무 길어지고 있는 것이 신권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는 주된 원인이었다 .
똑 ! 똑 !
고민하고 있는 프리먼 대시관의 방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
“론바인입니다 .”
“들어오너라 .”
프리먼 대신관을 보필하고 , 소식을 전달하는 임무를 맞은 신관 , 론바인이었다 . 그는 오늘 들어온 소식을 프리먼 대신관에게 전하기 위해서 왔다 .
“무슨 일이냐 ?”
“카이로만 제국의 공주가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
“누가 감히 제국의 공주를 습격했단 말이냐 ?” 프리먼 대신관이 생각하기에 카이로만 제국 내에서 공주를 습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대륙을 통틀어서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 있다면 코카 제국 정도였다 .
“정보를 모아본 결과 , 아무래도 코카 제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음 !”
프리먼 대신관이 생각이 복잡하게 바뀌었다 . 습격을 당했는데도 공주는 신성제국으로 온다고 했다 . 코카 제국의 행위를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
카이로만 제국과 코카 제국은 대륙최강국이다 . 아무리 신성제국이 라이니언을 모신다고 하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 개인적으로는 코카 제국의 행태를 비판하고 싶지만 국제관계는 말 한마디에 전쟁이 날 수도 있었다 .
함부로 편을 들어줄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 더군다나 지금 귀족파는 코카 제국과 협상을 맺고 있는 상태였다 . 그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
“그것보다 이번 여정에 세 명의 마스터가 온다고 합니다 .”
론바인의 말에 프리먼 대신관은 제법 놀라고 있었다 . 공주의 여정이라고는 하지만 오러 마스터의 존재 자체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 더군다나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온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
“카이로만 제국의 5 대 마스터 중에 3 명이 온다는 말인가 ?”
“아닙니다 .”
“아니라고 ! 그럼 설마 새로운 마스터가 3 명이나 나타났다는 말인가 !”
“그렇습니다 .”
“놀랍군 , 1 명도 아니면 3 명씩이나 탄생하다니 말이야 .”
“그 중에 2 명은 스무 살을 갓 넘었다는 정보입니다 .”
“대단하군 , 카이로만 제국으로는 상당한 전력상승을 보겠어 .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 후우 !”
한숨이 나왔다 .
지금 당장 어쩔 수는 없지만 준비는 해야 했다 .
“성인식 준비는 잘 되어 가는 건가 .”
“그렇습니다 . 이미 준비는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공주님이 5 일 후에 도착하면 3 일 후에 식을 거행할 수 있을 겁니다 .”
“귀족파에게 구실을 주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
“알겠습니다 . 대신관님 !”
론바인이 나가고 나자 프리먼 대신관은 앞으로의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고민을 계속했다 . 그러다가 문득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 뇌리를 섬광처럼 울리며 , 명확하게 밝혀주었다 .
‘헛 !’
생각을 정리하고 , 론바인의 말을 다시 구성해 보자 무언가가 확실하게 마음속에 와 닿고 있었다 .
‘새로운 마스터가 3 명에다가 , 카이로만 제국에서 가장아름답다는 공주의 성인식 !’
20 년 전 성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다시 한 번 새겨졌다 .
두 명의 영웅과 용의 기운을 품은 자와 함께 성녀가 온다는 말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 만약이지만 공주가 성녀가 될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
“귀족파에서 이 사실을 알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 .”
성녀는 성혈을 가진 아이 중에서 라이니언의 선택을 받아 성녀가 된다 . 그런데 요즘 들어 성혈을 가진 아이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 방해공작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프리먼 대신관이 성녀를 중요시 여기는 것은 주신에 대한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성기사단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 때문이다 . 성기사는 성녀 이외의 말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특성이었다 . 신의 명령에만 움직인다는 말이 되었다 .
“만약 공주가 성녀라면 준비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
카이로만 제국의 공주가 라이니언 신성제국의 성녀가 된다면 두 제국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 카이로만 제국도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 오히려 라이니언 신성제국 의 성녀가 되어 카이로만 제국과의 다리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대륙에서 마스터의 탄생은 소문이 빨리 새어 나가기 마련이다 . 그러한 소식은 프란시크 영지의 주인이자 신성제국의 피에르 공작에게도 전해졌다 .
신성제국 최고의 귀족답게 영지의 규모가 가장 크고 거대하며 , 영지의 중심인 피에르 공작성의 규모 또한 웅장하고 위엄이 있었다 . 공작가의 내무로 은밀하게 들어가는 마차들이 있었다 . 그들은 모두 귀족파의 귀족들로서 수장인 피에르 공작의 부름을 받고 일찌감치 서둘러서 움직였다 .
피에르 공작가의 집무실에 모두 모인 귀족들 중에 다비아트 백작과 메저인다 백작이 다른 귀족들을 통솔했다 . 피에르 백작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모두 일어서서 인사를 올렸다 .
“피에르 공작님을 뵈옵니다 .”
“인사는 됐소이다 . 이번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 의논하려고 하는 것이니 모두 이곳에서 한 말은 조심하기를 바라겠소 .”
“물론입니다 . 공작님 .”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
이번 안건은 카이로만 제국에서 오는 공주의 성인식에 대한 일이다 . 코카 제국이 습격을 했지만 카이로만 제국의 새로운 오러 마스터 3 명이 나타나 모든 일을 무마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우리는 코카 제국이나 카이로만 제국의 승패 따위는 신경 쓰고 있지 않소 ,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마스터가 3 명이라는 것에 있소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20 년 전에 성녀가 말한 신언을 기억할 거이오 ! 두 명의 영웅과 용의 기운을 품은 자와 함께 성녀가 다시 온다는 것 말이오 .”
“그것은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 그럼 설마 이 세 명의 마스터가 지키는 공주가 성녀라는 말씀이십니까 ?”
“확실하지는 않소 ,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소 .”
귀족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
만약에 사실이라면 그들의 지위가 대신관에 의해 밀리게 된다 . 지금 당장은 성기사들이 중립을 취하고 있지만 성녀가 오면 다시 성녀의 호위기사들로 편입이 되어버린다 .
다비아트 백작은 또 한 가지에 근심이 생기게 되었다 .
“공작 각하 , 그렇게 되면 이미 포섭한 성기사들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닙니까 !”
“그럴 것이오 , 성기사들의 실력은 검술뿐 아니라 신성력도 중요하니까 말이오 , 성녀의 신성력을 받게 되면 성기사들의 강력함이 몇 배나 증가되오 . 그러한 힘을 뿌리칠 성기사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오 .”
성기사들도 검술을 배우고 , 오러 마스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성력이다 . 신성력의 무서운 능력을 바로 굳건함과 끊임없는 재생능력이다 . 성기사와 일반기사의 차이점이 여기서 존재한다 .
신성력이 강한 기사의 경우 익스퍼트라고 해도 결코 약하지 않다 . 오러 마스터조차 신성력 을 가진 기사를 상대하기 까다롭게 여겨지고 있었다 .
철벽의 방어와 무제한에 가까운 체력 .
보통의 기사들이 성기사와 장기전을 되도록 피하는 것도 여기에 있었다 . 일순간에 이기지 않으면 오히려 오러와 힘이 소모되어질 수도 있었다 .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
“그대들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오 . 아직 우리의 힘은 당시에 비해 그리 강한 편이 아니오 , 지금이야 성녀가 없기에 대신관파의 견제에서 힘을 확장시키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오 , 당장 성녀가 탄생하면 우리의 지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오 .”
성녀의 탄생이 귀족들로서는 좋은 쪽이 아니었다 .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는 일이지만 대외적으로 신성제국의 오랜 성녀 부재는 시각한 문제로 인식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 결국에는 라이니언 신성제국의 위상이 흔들린다 .
“하지만 성녀의 탄생이 제국의 힘에는 도움이 됩니다 . 언제까지 성녀 없이 지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메저인다 백작의 말에 귀족들도 대부분 인정하는 바였다 . 그러나 눈앞에 놓인 이권을 포기하는 것은 인간인 이상 쉽지 않은 선택이다 .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은 세상에 거의 없었다 . 욕심을 버리고 신만 바라보기에는 귀족들의 성격이 많이 타락해 있었다 .
피에르 공작이 뜻을 정했다 .
“우선은 공주를 암살할 생각이오 .”
공작의 말에 모든 귀족들이 놀라고 있었다 . 카이로만 제국의 공주를 암살하다니 그것보다 위험한 발상을 없을 것 같았다 . 더군다나 신성제국의 힘으로 공주를 암살하기에는 무리수가 컸다 .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오 , 지금 당장 성녀 출현은 위험하오 . 우리가 어느 정도 기반이 생기고 난 후에 성녀가 온다면 상관없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오 .”
피에르 공작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 귀족들도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권이 있었다 .
“어차피 우리가 암살한다고 해도 별다른 위험은 없을 것이오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
“이번에 공주를 습격한 곳은 코카 제국입니다 . 다음번 습격도 코카 제국이 한 것이 될 것이오 .”
“오오 !”
피에르 공작의 말은 귀족들의 안색을 밝게 만들어주었다 . 직접 손을 써도 다른 자들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 차도살인지계는 어렵지만 가장 완벽한 범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
피에르 공작의 눈에 어둠이 깔렸다 . 잔인하고 시퍼런 독기가 감추어져 있지만 일단 발휘되면 망설임이 없었다 .
“암살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
다비아트 백작의 물음이었다 . 공주를 지키는 호위가 만만치 않았다 . 카이로만 제국의 최정 예가 머물고 있는 실정이었다 . 그들의 보호막을 뚫고 암살하는 게 쉬웠으면 코카 제국이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
다비아트 백작의 말에 귀족들도 고심을 했다 . 일단 자신들이 가진 병력으로는 어려웠다 . 제국군과 싸워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며 , 만약 들통이라도 나는 날에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
다시 어두워진 분위기에서 피에르 공작이 말을 이었다 .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 그것을 위해서 귀족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
“어쌔신 길드를 이용할 생각이오 .”
“허억 !”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 어쌔신 길드는 어둠의 길드에 속하는 암살자길드를 의미한다 . 그들은 더러운 일에 손을 뻗는 악마의 손길로 유명했다 . 일단 손을 쓰면 확실하게 말살하는 족속들이다 .
하지만 그들도 공주의 암살에는 쉽게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제국의 공주를 건드리면 자칫 길드 전체가 와해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
“하지만 그들이 들어줄까요 ?”
“놈들은 돈에 움직이는 더러운 놈들이오 . 이미 그 일을 맡은 적임자도 선별한 상태이오 .“
“도대체 누굽니까 ?”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쌔신 길드 최상위 7 인 중에 1 명이 될 것이오 .”
소문으로만 전해진 이들이다 .
이들의 정체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진 정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 마치 새카만 어둠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알 수 없었다 .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나서서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 소문으로는 일국의 왕을 암살해 버린 적도 있다고 전해졌다 . 두려움의 대상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
귀족들은 놀라면서도 확실하게 마무리를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번 일을 진행하려면 돈이 많이 들게 될 것이오 .”
피에르 공작이 부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 어쌔신 길드 최상위 7 인 중에 1 명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 . 그 돈을 전적으로 피에르 공작이 모두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 귀족들의 일이니 , 모두 합심해서 돈을 내야 한다 .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귀족들의 연계가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
피에르 공작이 확고하자 귀족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 돈이라면 충분히 내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나중에 찾아올 권력의 단맛을 위해서 말이다 .
가린지 영지에서 출발한 공주 일행이었다 .
마이어 공작이 국경까지 보호를 해준다고 하여 병력을 더욱 붙여주었다 . 어차피 가린지 영지와 국경까지는 거리가 가까웠다 . 국경을 넘게 되면 바로 신성제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
신성제국부터는 마이어 공작이 보호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 제국의 군사력이 국경을 넘게 되면 공주의 보호가 아니라 제국의 침략이라는 오명을 얻을지 모른다 . 사실과는 다르지만 국제정세에서 말 한마디 , 행동 하나가 전혀 다른 뜻으로 전달되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온 일이었다 .
특히 코카 제국과의 신경전이 시작된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 트집 잡힐 일을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게 나중을 위해서 나았다 . 그러기에 가르딘은 되도록 조심하며 행동을 했다 .
가르딘은 국경을 넘어 신성제국으로 넘어갔다 .
넘어가는 동안 공주가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별다른 탈 없이 지나갔다 . 타 영지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신성제국의 수도인 홀리카인으로 직행했다 . 도중에 코카 제국의 방해를 최대한 무리 없이 넘기기 위해서 말이다 .
홀리카인에 대신전이 있으며 그 안에서 성인식을 받게 된다 . 성인식을 받게 되면 대외적으로 공주가 성인이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 대륙에 공주의 가치를 한것 뽐내는 계기가 된다 .
홀리카인 영지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토르 영지에 머물러야 했다 .
날씨가 우울할 정도로 어둡고 , 침침하다 . 비가 오려고 그러는지 비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 신성제국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맞는 비 소식이었다 . 그동안 가뭄 걱정을 하던 농민들에는 신이 내려주시는 성수로 느낄지 모른다 .
다만 , 이동 중인 가르딘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 비가 오면 몸이 무거워지고 ,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 사람의 마음이 감상적인 것은 주변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
비가 오면 이동에 불편하다 .
차라리 쉬고 가는 것이 체력을 보존하고 지킬 수 있게 된다 .
아이시런 공주는 발토르 영지의 귀족인 페르소인 자작의 집에서 머물렀다 . 페르소인 자작은 공주의 안위를 위해서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 . 제국의 공주를 홀대했다는 말이 나올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에 최선을 다했다 .
아이시런 공주는 방안에서 창밖에 쏟아지는 빗물을 보았다 .
촤아아악 ! 촤아아악 !
새까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은 시원하기까지 했다 .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 창밖을 통해 보이는 사물이 가물거리고 있었다 .
“밖은 시원한데 마음은 답답하다 .”
장대처럼 쏟아지는 빗방울이 시원하면서도 ,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이 전해지고 있었다 . 새장 속에 갇힌 마음이었다 . 빗방울을 볼수록 시원함이 점점 우울하게 바뀌었다 .
기분전환을 좀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 며칠 전까지 우울했던 마음이 한꺼번에 복받쳐 올라왔다 . 다시 한 번 밖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다녀보고 싶었다 . 가르딘과 같이 나갔을 때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
‘그래도 안 되겠지 .’
자신으로 인해 또다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다면 더 우울할지 몰랐다 . 그 옆으로 엘리언과 쉴라가 걱정하며 바라보았다 . 활기차던 공주가 점점 우울해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
‘공주님 ! 힘내세요 !’
공주의 안타까움과 더불어서 빗물이 폭포수처럼 내리는 밤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
똑 ! 똑 !
나뭇잎에 떨어진 빗방울이 안간힘을 버티며 ,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무게로 인해 바닥에 떨어진다 .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빛나는 물방울은 마치 보석과 같이 아름다웠다 .
아이시런 공주가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 연례행사처럼 영지에 들르면 그 영지의 주인들과 같이 대화를 나누고 연회를 연다 . 오늘은 가볍게 연회를 하기 위해서 오전에 준비를 했다 . 내일 출발하는 공주가 피로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
어젯밤의 우울했던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 여자는 감정의 동물인 것이 확실했다 . 한순간 달라지고 , 다시 한순간 달라지는 존재였다 .
아이시런 공주의 얼굴에 자신감과 더불어 공주로서의 의무감이 서려 있었다 . 도도하게 다문 입술과 맑은 눈빛 , 새하얀 피부 흩날리는 금발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들었다 .
- 공주님 납시어 ......!
공주가 행차하자 페르소인 자작이 나서서 그 앞에서 예를 올렸다 .
눈부시게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에 반쯤 얼어 빠져 있었다 .
“공주님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눈이 멀겠습니다 .”
“성대한 대접에 감사해요 .”
“아닙니다 . 공주님을 모시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입니다 !”
페르소인 자작의 말은 절대 입에 발린 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
주변의 젊은 청년들은 아이시런 공주를 바라보자 입을 벌린 채 탄성을 내질렀다 . 과연 대륙제일 미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와 ! 대단한 미모다 !’
‘천사가 따로 없다 !’
아이시런 공주의 연기는 연륜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했다 . 저 여인이 쌍스러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 가르딘은 뒤에서 아이시런 공주를 수행하고 있었다 .
‘역시 대단한 공주님이야 !’
그녀가 우울했다는 것은 가르딘도 알고 있었다 . 쉴라가 찾아와서 공주의 사정을 얘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 바로 어제까지 눈물을 흘리며 바깥세상을 동경했다고 들었다 .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제국 공주의 위엄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
다만 가르딘이 약간 오해하는 것이 있었다 .
답답해하는 공주의 모습은 굉장한 과장으로 버무려서 가르딘에게 얘기한 쉴라였다 . 가르딘은 설마 쉴라가 뻥을 치지 않았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
- 공주님이 애처로워요 , 공주님은 밤잠을 자지 않고 세상에 대한 동경과 , 답답함으로 인해 눈물이 강을 이뤘다니까요 ! 흑 ! 흑 ! 만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눈물을 흘린다면 바로 공주님일 거예요 !
사실 공주는 잠시 생각하다 피부 망가질까 봐서 바로 잠을 청했다 . 건강한 피부는 수면에서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밤잠을 설쳐가며 눈물을 하루 종일 흘렸다는 쉴라의 말은 거짓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
가르딘은 고작 16 살짜리가 거짓으로 말할 리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성인식은 하루 안에 끝나지 않는다 . 더군다나 신성제국의 수도 안에서는 출입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된다 .
‘잠시 여유를 가지는 것도 괜찮겠지 .’
설마가 사람 잡지만 홀리카인과 가장 가까운 영지 중에 하나가 발토르 영지였다 . 신성제국의 수도에서 가까운 곳이고 , 주변의 경계가 소홀하지 않은 지방이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 공주의 그동안 받은 심적 충격을 해소시켜 주기로 마음을 먹은 가르딘이었다 .
계속 묶어두면 나중에 공주가 자신을 좋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 사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면을 보게 되는 특성이 있다 . 지금까지 아무리 잘해도 마무리가 안 좋으면 찍힌다고 보는 게 정답이었다 .
오전에 공주를 위한 파티가 모두 끝이 났다 .
아이시런 공주는 파티를 끝내고 나서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 보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
“후우 !”
피곤했다 . 자신의 성격과는 다르게 연기하는 것도 지겹게 느껴지고 있었다 . 그래서 한숨이 흘러나온 것인지 몰랐다 .
“따뜻한 차를 내올까요 ?”
피곤을 푸는 차를 대령하려는 엘리언이었다 .
“아니 , 괜찮아 ! 잠시 쉬면 되니까 !”
아이시런은 만사가 다 피곤해 보였다 .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신이 날 리 만무했다 . 억지로 하는 일은 더 지치고 ,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 아이시런이 잠시 쉬는 상황에서 가르딘이 찾아왔다 . 가르딘은 우선 주변의 경계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온 상태였다 .
“왜 왔어요 ?”
약간은 가시가 돋쳐 있는 말투였다 . 가르딘은 공주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마음상태를 알 수 있었다 .
“빨리 성인식을 하고 돌아가야 아내를 볼 테니까 , 재촉하려는 건가요 !”
점점 강도가 세지고 있었다 . 가르딘을 보자마자 그동안 쌓인 화를 쏟아내려는 것 같았다 .
‘정답을 말하니 할 말 없게 만드네 !’
사실이 그러하니 딱히 할 말은 없었다 . 가르딘은 잠시 공주님의 화풀이를 들어주었다 . 여자의 화풀이를 들어주는 화가 나서라기보다는 감정이 쌓여 누군가 들어주기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 같이 동조하고 , 뜻을 맞춰줄 필요성이 있었다 .
결혼 8 년차에 들어가는 가르딘도 이 경우를 잘 알았다 . 아무리 라이나와 강렬하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지만 약간의 다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 경험을 하고 나니 화 가 난 여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
묵묵히 들어주었다 .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한 것 같습니다 .”
“맞아요 , 내가 얼마나 답답한데 !”
“공주님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
화를 내던 공주의 말투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 화를 내도 받아주고 , 그 마음에 동조해 주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 것이다 . 그녀는 사내가 이처럼 말을 잘 들어주는 경우가 처음이었다 . 엘리언을 제외하고 화를 낸 적이 없었으니 응석을 부려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
“이제 괜찮아졌어요 .”
“다행입니다 .”
“가르딘 경의 부인도 화를 낸 적이 있나요 ?”
“물론입니다 . 사람인 이상 화를 내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지요 .”
“그렇네요 , 대외적으로 저는 항상 웃어야 했어요 . 그게 마음에 앙금으로 남았나 봐요 .”
아이시런은 의외로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 그녀가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 아이시런도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의외처럼 느껴졌다 . 중년의 결혼한 기사라서 편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란 마음이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오늘 밖에 나가보시겠습니까 ?”
‘응 ?’
아이시런은 순간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안전제일주의를 지상과제처럼 여기는 가르딘이 저와 같은 말을 할리 없다는 단정적이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었다 .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
“답답할 때는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
“정말인가요 ?”
“물론입니다 .”
“그럼 , 좋아요 !”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승낙한 아이시런 공주였다 . 다시 한 번 밖을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오늘은 날씨가 맑습니다 . 발토르 영지의 주변에 넓은 호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
가르딘이 조사한 내용이었다 . 공주와의 외출을 결심한 이상 주변지형을 파악해 놓는 것이 우선이었다 . 대강이지만 지형을 파악하고 다시 돌아올 곳을 미리 알아두었다 .
“쉴라 , 얼굴 변환 아이템을 공주님에게 드려라 .”
“예 , 가르딘 오빠 !”
“호오 !”
공주에게 잘하니 쉴라가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 평소에는 능글맞은 아저씨처럼 보더니 , 영악하기가 보통을 넘었다 .
‘점점 공주님을 닮아가다니 , 이 오빠의 마음이 아프구나 !’
이 모든 것이 공주의 연극일지 모른다는 불길한 마음이 스쳐 가는 가르딘이었다 . 일부러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 쉴라의 여린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마음까지 움직인 것일가 !
‘에이 ! 설마 !’
활짝 얼굴을 폈던 아이시런이 가르딘과 돌아서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이렇게까지 했는데 , 걸려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
사실 우울한 것은 사실이었다 . 어느 정도의 사실과 더불어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었다 .
이유는 쉴라를 자극하고 , 가르딘을 끌어들이기 위한 교묘한 방법이었다 . 엘리언만이 묵묵히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 어린 시절부터 봐왔기에 그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
오싹 ! 부르르 !
괜히 오한이 드는 가르딘이었다 .
뭔가 당한 것 같은데 , 딱히 그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
아이시런 공주가 얼굴 변환 아이템을 착용하자 약간의 변형을 일으켰다 . 금발의 머리가 붉게 변하고 , 얼굴 전체적이 윤곽이 변했다 . 그래도 아름다움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
얼굴 변환 아이템이 아주 고가의 것이었다면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도 가능했겠지만 돈을 아끼느라고 이 정도에 만족한 가르딘이었다 . 가르딘은 나가면서 쉴라에게 당부를 했다 .
“너는 공주님 방에서 나가지 마라 .”
“알았어요 .”
쉴라의 모습이 밖으로 보여줘서는 안 되었다 . 도둑길드 놈들이 찾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굳이 위험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나다닐 필요는 없었다 . 가르딘은 공주와 함께 변복을 하고 은밀하게 밖으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