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8/93)

                 가르딘 전기 2 건드리고고   @@[Title [email protected]@]  

     @@[제1장 카론 마이어 공작@@]

 당분간 가르딘은 영지에 머물렀다 .  

 영지에서 기사와 병사들은 휴식과 안정을 취했다 . 그동안 카론 마이어 공작에게 병사들을 충원받았다 . 또한 기사들은 죽은 기사들을 안치시키고 , 전투에서의 당한 부상을 치료하는 시간을 가졌다 .  

 아이시런 공주는 한동안 마음을 안정시켜야 했다 . 바로 앞에서 병사들이 자신을 지키려고 하다가 죽어나간 것을 생각해야 했다 . 그러나 그녀는 공주였다 . 쉽게 마음을 내비춰서도 안 되고 , 마음을 줘서도 안 되었다 .  

 언제나 만인에게 위엄을 갖춘 공주로서의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했다 . 그래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는 평소와 같은 태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쉴라와 엘리언만이 아이시런 공주가 받은 고통을 같이 공유할 수 있을 뿐이었다 .  

 아이시런 공주가 알아서 두문불출해 주는 바람에 가르딘은 시달리지 않아서 편했다 . 병사들이 죽어서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에 지장을 주는 서역은 아니었다 .  

 지난 일에 집착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가르딘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 . 고통을 극복하고 두 발로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판단이었다 .  

 가르딘이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찾아왔다 . 그들은 공작성 내에서 가장 부러움을 받은 인물들이었다 . 모든 기사와 여인들의 로망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 당연한 일이었다 .  

 최연소 오러 마스터에 오른 천재기사였으며 , 공작가의 자제들이었다 . 더군다나 스필언과 미토스의 훌륭한 외모는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받기에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  

 미토스와 스필언이 산들거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 여인들이 오르가즘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 쓰러진다는 말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  

 일반 사내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의외로 그로 인해 가르딘의 존재가 많이 희석되고 있었다 . 중년의 나이에 오러 마스터라는 것과 이미 결혼했다는 것으로 인해 매력이 십분의 일로 줄어들어 버렸다 . 하지만 기사들 간에서는 가르딘의 뛰어난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  

 제국에서 마스터의 가치는 무엇과는 바꿀 수 없는 존재에 속한다 . 일단 마스터에 들면 백작 급에 달하는 지위를 얻을 수 있다 . 그렇기에 가르딘은 백작위를 받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 대하는 급수가 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거도 당연한 것이었다 .  

 가르딘을 스필언과 미토스는 검을 가르쳐준 스승으로 대하고 있었다 . 그들에게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 또한 그들의 생각대로 가르딘이 평범한 기사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했다 . 가르딘이 보여준 검술은 대단했었다 .  

 골렘을 쓰러뜨릴 때 보여준 시기적절한 움직임은 스필언과 미토스의 관념을 완벽하게 바뀌게 해주었다 . 적절한 상황 판단력과 검법만으로도 어려운 상대를 쉽게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  

 스필언과 미토스는 전투 직전에 가르딘이 보여준 신기한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 한동안은 죽은 기사들과 병사들 때문에 시간이 되지 않아 물어볼 수 없었다 . 현재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이후라 여유가 있었다 .  

 가르딘은 스필언과 미토스가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 바로 전음이었다 . 오러를 공명시켜 진동을 일으키면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전달이 된다 .  

 전달된 소리를 상대방의 귓속으로 스며들게 만들어서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수법이 전음이다 . 오러는 사용하는 활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  

 가르딘은 스피언과 미토스의 열렬한 눈빛을 거절할 수 없었다 . 이렇게 된 이상 가르쳐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  

 “궁금해하는 것이 있겠지 ?” 

  “그렇습니다 .  전투 직전에 보여준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  마법에는 메시지 ( 전달 ) 마법이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선배님은 마법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 

 “확실히 난 마법사가 아니지 .” 

 “마법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 

 “물론이지 ,  내가 사용한 수법은 오러를 사용하여 만들어 낸 수법이라고 할 수 있어 .” 

 “그럼 우리도 할 수 있는 겁니까 ?” 

 “내가 할 수 있는데 ,  자네들이라고 할 수 없겠나 .” 

 똘망 ! 똘망 !  

 눈빛으로 사람을 녹여버릴 정도로 강렬한 열망이었다 .  

 가르딘은 이미 스필언과 미토스에게 가르쳐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 다만 , 한 가지 알려주어야 할 것이 있었다 . 아무나 가르쳐준다고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무분별한 방출을 방비하기 위한 말을 꺼내놓았다 . 누구에게나 가르쳐준다면 비법이라고 할 수 없었다 .  

 “내가 알려준 수법은 나만 알고 있는 방법이다 .”  가르딘의 말에는 다른 사람에게는 되도록 알려주지 말라는 뜻을 암시하고 있었다 .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 무기나 다름없는 기술이었다 .  남에게 전수해 주는 것만으로도 스필언과 미토스는 감격했다 .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배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가르쳐준다고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 최소한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선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  

 “이 기술은 전음입밀이라는 수법으로 오러의 공명을 통해 진동을 일으켜 원하는 상대에게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 

 “오러로 파동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군요 .” 

 “그렇지 .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서 자신이 보낸 상대에게만 전할 수 있지 .” 

 배우는 자가 너무 잘 알아들으면 별로 할 말도 없다 . 가르딘이 바로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 . 자신과 같은 자는 전음입밀이라는 새로운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며칠 동안 밤을 새며 고생해야 했을 것이다 . 반면에 범인의 머리를 수십 배나 능가하는 천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이해력을 가지고 있었다 .  

 ‘뭐가 이렇게 똑똑해 !’ 

 두뇌가 회전하고 판단하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놈들이었다 . 귀로 듣자마자 바로 이해하는 것 같았다 . 풀어서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은 없어 보였다 .  

 가르딘은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 한 번밖에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 이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이게 웬걸 .  

 가르딘과 같은 보통사람의 상식으로 스필언가 미토스의 천재적인 능력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 이 ... 렇 ... 게 하 ... 면 됩 ... 니까 !]  

 [ 소 ... 리가 들 ... 리 ... 십니 ... 까 !]  

 전음을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시전하는 미토스와 스필언이었다 . 가르딘은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 전음입밀은 상당한 이해능력이 필요한 상급의 수법이었다 . 그런데도 스필언가 미토스에게는 별거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  

 가르딘은 표정을 외부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 그나마 적응이 됐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 이미 한 번 겪어본 일이었다 . 다른 사람에게는 지나가는 말이라고 해도 천재들에게는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 .  

 지나가는 말속에 들어 있는 진의를 파악하고 , 새롭게 재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놓는 것이 좋을 거다 .  그리고 너희들이 존재는 코카 제국에 알려졌을 것이다 .  제국으로서는 알려져서 좋을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명예와 위험을 동시에 가진다 .  지금부터 너희들은 제국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  그만큼 너희들은 존재 자체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행동하는 것 하나 하나에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의 실력은 다른 기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마라 .  앞으로 제국을 이끌어가야 할 존재는 너희들이다 .”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 

 가르딘의 물음에 스필언과 미토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 그들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제국에서 오러 마스터는 특별한 존재였다 . 특별한 만큼 명예와 권한 , 책임을 동시에 가진다 .  

 특별한 권한 중에 하나인 자율성을 가지게 된다 . 자율성이라는 말은 독자적인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소리였다 .  

 보통 기사단에 소속이 되면 주군에게 충성을 하고 목숨을 바치게 된다 . 그와 반대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주군의 허락이 꼭 필요하다 . 스스로 기사의 작위를 버리게 되면 명예와 권한을 모두 잃게 된다 . 그것이 일반적인 기사의 율법이다 .  

 하지만 오러 마스터는 기사의 율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 물론 제국에 충성하는 것은 당영한 것이다 . 다만 피닉스기사단에서 나오는 것에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 말이야 바른말이지 오러 마스터급 기사를 일개 기사단원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그렇지만 단원으로 남는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 자율성이라는 것에서 남고 싶으면 남아도 상관없기 때문이었다 . 보통은 남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가르딘이 물어본 것이다 .  

 “선배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 

 오히려 스필언과 미토스가 물어보았다 . 반문을 하며 묻자 가르딘은 대답이 궁색했다 . 이놈들의 표정을 보니 따라올 태세였다 . 너무 위대한 모습만을 보여주니 탈이 생기고 말았다 . 이렇게 되면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  

 ‘고민되네 ,  나는 어떻게 하지 ?  내가 나간다고 하면 따라올지도 모르겠는데 !’ 

 가르침을 주고 완벽한 신뢰를 얻은 것은 괜찮지만 따라온다면 문제가 될 여지가 남았다 .  

 이놈들은 공작가의 자제들이었다 . 이놈들이 따라와서 가신으로 머물게 되면 어떻게 되겠 는가 ! 제국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인 파스트론 공작가와 발리스타 공작가가 모두 가르딘의 영향권 안에 있게 된다는 말이었다 .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되도록 멀어지는 것이 가르딘의 철칙이었다 .  

 라이언기사단과의 마찰이 없었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이제부터는 고민해야 했다 . 가르딘은 쉽게 대답하지 않고 미루었다 .  

 “우선은 이번 여정을 마치고 심사숙고할 생각이다 .” 

 “좋은 자세다 .  이미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  항상 지금처럼 말을 하는데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 

 “알겠습니다 .” 

 문을 열고 나가는 스필언과 미토스를 보면서 한숨을 내쉰 가르딘이었다 . 역시 쉽지 않은 녀석들이었다 .  

 가르딘도 앞으로 살아갈 날은 생각해 봐야 했다 . 오러 마스터로 알려졌으니 그에 따른 명예와 권한으로부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이것은 스필언과 미토스뿐만 아니라 가르딘도 생각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 30 분 정도 책상에 앉아 심각하게 숙고를 거듭한 가르딘은 ...  

 크르르릉 ! 푸우우 ! 크르르릉 푸우우 !  

 잠이 들었다 .  

 생각해 봤자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안 가르단은 금세 잠이 들었다 . 가르딘은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 때는 생기가 가득하고 머리회전이 빠르지만 답이 없는 일에 고민하면 금세 잠이 드는 버릇이 있었다 .  

 주르륵 !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가르딘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  

 ‘응 !  잤나 ?  하긴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겠지 .’ 

 가르딘은 정신을 깨우고 나서 일어섰다 .  

 지금 당장 생각해 봤자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 너무 앞서가는 것보다는 지금 바로 앞에 놓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  

 ‘공주가 조용하니 괜히 불안하네 .’ 

 폭풍이 불기 전에 바람은 잔잔하다고 하지 않는가 ! 더욱더 거세지기 직전에 잠잠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충원된 병사들을 교육하고 전투 시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야 했기에 필리언을 보러갔다 . 필리언은 다른 기사들과 같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  

 가르딘이 모습을 드러내자 필리언이 일어나더니 급히 대례를 하는 것이 아닌가 !  

 “위대한 가르딘 마스터님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 납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 

 “에헴 !” 

 가르딘이 한껏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피우자 동료기사들의 표정이 어이없어 하고 있었다 . 역시 가르딘이었다 . 같이 생활을 오래한 기사일수록 저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  

  “이거 기본이 안 되어 있어 ,  위대한 마스터인 내가 왔으면 일동 기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 !” 

 필리언도 가르딘의 저 능청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혔다 . 역시나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  

 “야 ,  인마 넌 마스터가 됐는데도 왜 이렇게 존재감이 없냐 .  역시 사람이 안 된 놈이 실력만 있으면 그렇다니까 !” 

 “말 너무 함부로 한다 .  나중에 내가 작위 받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 

 “내가 그딴 작위에 쫄 놈으로 보이냐 !” 

 “하긴 ,  넌 미친놈이었으니까 !” 

 “지랄하네 ,  넌 나보다 더 미친놈이야 ,  누가 누굴 욕하는거냐 !” 

 가르딘가 필리언 , 유타 , 갈라는 항상 이렇게 생활을 해왔다 . 동료기사들 대부분이 그런 사실을 알기에 유별난 행동으로 보지도 않는다 .  

 “이제 신성제국으로 가야 할 때야 ,  마음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  물론 코카 제국 놈들이 제정신이 박혔다면 함부로 도발하지 않겠지만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다 .  그러니 모두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주었으면 한다 .” 

 “우리가 신입이냐 ,  다 알고 있으니까 오버하지 마라 !” 

 “아니까 문제지 ,  너무 잘 알아서 너희들이 오버할까 봐 하는 말이다 .” 

 신입은 너무 긴장해서 문제고 , 고참은 너무 잘 안다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였다 . 그런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책임자의 몫이었다 . 아는 것이라고 해도 한 번 정도는 다시 상기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 , 강력한 검법 .  

 오러 블레이드가 휘둘러지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들은 모조리 땅바닥에 쓰러졌다 . 위험에 처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서 용감히 검을 휘두르는 용사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 용사는 강했다 . 무섭도록 빠른 검속과 아름다울 정도로 화려한 움직임 , 모든 것이 꿈에서나 나올 만한 일들이었다 .  

 두근 ! 두근 !  

 용사의 등을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을 붉게 상기되었다 .  

 붉게 상기된 여인에게 다가온 영웅이 있었다 . 그는 바로 ...  

 허어억 !  

 아이시런이 잠에서 깼다 .  

 너무 놀라고 황당해서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이마에 식은땀까지 맺혀 있는 아이시런의 상기된 얼굴이었다 . 그녀는 왜 갑자기 그의 얼굴이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망할 놈의 아저씨가 좋은 꿈꾸는데 나타나고 지랄이야 !” 

 위기에 처한 여인을 구하는 영웅 .  

 영웅은 잘생겨야 한다 . 탄탄한 근육질에 잘생긴 얼굴 , 흩날리는 금발 , 모든 여인들의 이상향을 갖추고 있어야만 영웅이라고 할 수 있었다 . 그런데 방금 아이시런의 꿈에 나타난 영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  

 능글능글한 데다가 얄미울 정도로 가증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 그리고 옆에 애까지 딸려 있었다 . 말도 안 되는 시츄에이션 ( 상황 ) 이었다 .  

 ‘내가 설마 나이든 아저씨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 

 도리 ! 도리 !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물론 자신을 구해주기는 했다 . 그 당시에는 멋있다고 생각했다 . 압도적인 검술실력과 놀라운 임기응변 ,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실력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  

 그럼에도 아이시런은 가르딘을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불순했다 . 아이 딸린 유부남을 좋아한다는 그게 말이 되는가 ! 아이시런은 대 카이로만 제국의 공주였다 . 공주가 정신에 이상이 있지 않고서는 그런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안 돼 ,  빨리 희석시켜야 해 !’ 

 아이시런 공주는 자신의 꿈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기사 둘을 불렀다 .  

 한참 뒤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공주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  

 그들은 공주의 부름에 황송해하면서 무릎을 꿇어 인사를 올렸다 .  

 “공주님의 부름을 받아 영광입니다 .” 

 아이시런 공주는 위엄 있는 모습으로 스필언과 미토스를 대면했다 . 그러면서 그 둘이 한 일을 치하해 주었다 .  

 “그대들이 있어 제가 무사할 수 있었어요 .” 

 “아닙니다 .  공주님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저희들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 

 아이시런 공주는 한동안 우울했었다 .  

 사람들이 죽어나간 일이 충격적이었고 , 그 모든 일이 자신으로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이제는 털어 버렸다 .  

 오랜 시간 우울해 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을뿐더러 그럴수록 죽어간 자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앞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다 .  

 아이시런 공주는 스필언과 미토스를 따로 부른 이유는 그들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 저토록 어린 나이에 오러 마스터가 된 것이니 앞으로 제국을 위해서도 필요한 인재들이었다 . 뛰어난 인재들을 치하하고 제국에 더욱 충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주로서의 의무였다 .  

 물론 잠에서 꾼 꿈을 희석시키는 일석이조를 노리기도 했다 .  

 스필언과 미토스의 잘생긴 얼굴을 기억하면서 꿈속에 나타난 말도 안 되는 영웅의 이미지를 지워버리려고 했다 .  

 “앞으로도 제국을 위해 노력해 주세요 ,  항상 지켜보겠어요 !” 

 “충 !” 

 스필언과 미토스가 가슴에 손을 대고 충성을 서약했다 .  

 “제국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충성을 맹세합니다 .” 

 아이시런이 스필언과 미토스를 치하할 때 문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 그 소리를 듣자 아이시런의 아름다운 이마에 작은 힘줄이 하나 생겼다 .  

 “들어오세요 .” 

 공주가 들어오라고 하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르딘이었다 . 가르딘은 아이시런 공주가 노려보자 의아한 표정이었다 .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저런 표정을 짓다니 상당히 불쾌한 행동이었다 . 그럼에도 공주이기에 가르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난 생명의 은인입니다 !’ 

 다만 , 그런 생각을 눈빛으로 보내기는 했다 .  

 ‘흥 !’ 

 아이시런 공주가 잘 봐달라는 뜻이 담긴 가르딘의 생각을 무시했으니 무언의 대화는 단절이 되어버렸다 .  

 “무슨 일이세요 ?” 

 아이시런의 목소리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 기껏 희석시켜 놓았더니 다시 나타나서 원상복구시킨 것에 대한 불만이 들어 있었다 .  

 “신성제국으로 가는 여정에 대해서 말을 하려고 왔습니다 .  불편하시다면 다음에 말을 하겠습니다 .” 

 가르딘은 아이시런 공주의 불편한 기색을 보고 물러나려고 했다 . 이런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 흥분된 상대에게 대화를 해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좋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  

 “불편하지 않아요 .” 

 아이시런 공주가 괜찮다고 하니 가르딘이 여정에 대해서 말을 했다 . 가르딘이 스필언과 미토스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들렸다 .  

 ‘공주님하고 뭔 일 있었나 ?’ 

 아무도 못 본 줄 알았는데 , 아이시런이 그 모습을 보았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 

 말도 없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가르딘은 스필언과 미토스 정도면 아이시런 공주의 짝이 되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 세상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부족하면 나머지 사내들은 모두 칼 물고 , 자살해야 할 것이다 .  

 “저희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가르딘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  

 ‘눈치도 빨라 .’ 

 척하면 척인 놈들이었다 . 잘난 놈들이 확실했다 .  

 스필언과 미토스가 나가고 나서 공주에게 일정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 공주의 상태가 처음보다 많이 나아진 것을 확인하고 나자 가르딘도 안심이 되었다 . 공주가 대외적으로는 씩씩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많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가르딘도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어 했었다 . 하물며 아이시런 공주는 여인이었다 . 제국의 공 주이기는 하지만 가냘픈 여인이기도 했다 .  

 고작 며칠 만에 이 정도로 회복한 아이시러 공주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  

 “그래서 내일 출발하겠다는 소리예요 .” 

 “그렇습니다 .  되도록 빨리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흥 !” 

 ‘웬 콧소리 !’ 

 가르딘이 의아해할 때 아이시런 공주가 말을 이었다 .  

 “여정을 빨리 끝내고 부인한테 갈려고 그러는 거 다 알아요 !” 

 ‘헛 !’ 

 가르딘의 가슴 깊숙한 폐부에서 헛바람이 나왔다 . 이럴 때 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  

 정곡 .  

 정확하게 상대의 뜻을 파악했다는 소리였다 . 너무나 정확하고 예리하니 가르딘이 드물게 감정을 내보이고 말았다 .  

 “어떻게 ?” 

 “얼굴에 쓰여 있는데 모를 리가 있나요 .” 

 “어떻게 그렇게 틀릴 수가 있습니까 !  저는 절대 그런 마음을 품지 않았습니다 .  저는 오직 공주님이 빨리 제국에 돌아가시는 것이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극한 충정에서 한 말입니다 .” 

 가르딘의 두서없고 , 의미 없는 말이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너무 많이 나왔다 . 가르딘이 확실히 당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지말을 술술 내뱉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 

 “거짓말이라니요 ,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  제가 거짓말을 했다면 라이니언 주신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 

 사실 가르딘은 무교였다 .  

 신을 믿기보다는 라이나를 믿고 있는 편이었다 . 대륙에서 무교는 거의 없다 . 하지만 거의라는 말을 잘 살펴보면 아주 극소수는 존재한다는 말이 되었다 . 그런 극소수 중에서 한 명이 가르딘이었다 .  

 ‘신까지 팔아먹다니 이 사람 정말 !’ 

 신을 걸고 넘어가니 아이시런 공주는 여기서 말을 멈추었다 . 더 이상 해봤자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했다 . 가르딘은 신을 믿지 않는 편이지만 무서워하기는 했다 .  

 ‘설마 나중에 벼락 치는 것은 아니겠지 .’ 

 아이시런 공주는 가르딘과의 말싸움을 하고 나자 가슴속에 남아 있던 앙금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이상하게 가르딘과 같이 있으면 말다툼은 있어도 마음은 편안했다 .  

 “부인이 그렇게 보고 싶나요 ?” 

 움찔 !  

 가르딘은 입 밖으로 나오려는 진실된 마음을 간신히 추슬렀다 . 불현듯이 이어진 아이시런 공주의 말은 가르딘에게 핵심을 찌르는 굉장한 말이었다 . 역시나 만만치 않은 공주였다 .  

 “알았어요 ,  내일 갈 수 있게 준비할게요 .” 

 “그럼 ,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그러세요 .” 

 공주의 방밖으로 나가자 엘리언과 쉴라가 대기하고 있었다 .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었지만 가르디은 알고 있었다 .  

 “남의 얘기를 엿드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겠지 .” 

 엘리언은 정숙한 메이드 모습이었다 .  

 가지런하게 입은 옷과 날카로운 눈매 ,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의 소유자였지만 치부를 들춰내는 가르딘의 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쉴라 역시도 놀라는 눈치였다 . 그들은 문이 열리기 전에 귀를 문에서 뗐다 . 그러니 보지 않고서는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 그런데 가르딘이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자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  

 가르딘은 반경 10 미터 안 ,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엇이든 알 수 있었다 . 물론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거리의 제한에 구애받지 않았다 . 쉴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가르딘을 대단하다는 식으로 바라보았다 . 역시나 그저 능글맞은 아저씨는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  

 가르딘은 동경 어린 쉴라의 눈망울을 보자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  

 “그렇게 바라봐도 소용없다 .  이렇게 멋진 중년인이 어디 있나 그런 생각했겠지 ,  하지만 이미 나는 임자가 있는 몸이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세상을 원망해라 !” 

 잘난 척도 이 정도면 그레이트 그랜드급이었다 .  

 쉴라의 동경 어린 시선이 차가운 빙하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잠시나마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가진 쉴라의 상념을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한 마디였다 .  

 흔들 ! 흔들 !  

 아직 어린 쉴라의 마음을 안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지은 가르딘이었다 . 애처롭지만 라이나를 제외한 빈 구석이 가르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  

 카론 마이어 공작은 아이시런 공주를 성대하게 접대하면서 따로 가르딘을 불렀다 . 가르딘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  

 오러 마스터급 기사를 포섭하는 것은 마이어 공작에게도 중요한 일 중에 하나였다 . 가르딘에게 호의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려는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 . 마이어 공작은 북방의 타이거답게 호탕한 면이 있었다 .  

 강한 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사도 정신을 믿고 있는 인물이었다 . 그렇지만 혼자 강하다고 잘난 체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 막무가내로 힘만 추구하는 자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명장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  

 카론 마이어 공작은 그의 강함을 매력으로 승화시켜 사람들을 포섭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 주변에 있는 기사들과 귀족들도 강력함에 이끌려 마이어 공작을 북방의 최고귀족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  

 가르딘은 공작과의 대면을 별로 원치 않았다 . 그가 강한 것은 알지만 지금 가르딘의 거처는 황성에 있었다 . 황궁에 있는 귀족들과 안면을 트는 것이 가르딘에게는 이득이었다 . 자칫 지금 마이어 공작에게 포서된 것으로 소문이라도 나면 앞으로의 행보가 어려워진다 .  

 굳이 말하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가르딘은 하나하나 재면서 상황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 오러 마스터로서 실력을 대외적으로 선보였으니 선택의 기로에 서기 마련이었다 . 선택을 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 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 가르딘은 가족이 행복과 생존이었다 .  

 가족의 행복과 생존을 위해서는 치사하더라도 강자의 그늘 아래서 안전하게 생활하는 것을 올바른 판단으로 보고 있었다 . 섣부른 정의감과 기사도를 핑계 삼고 싶은 마음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  

 카론 마이어 공작은 중간 크기 정도의 식탁에 먼저 자리해서 술을 한잔하고 있었다 .  

 가르딘이 오자 반기면서 자리에 앉으라고 권유했다 .  

 “앉게 .” 

 “배려에 감사합니다 .” 

 “한잔할 텐가 ?”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상대의 술을 거절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었다 . 사회생활에서 술과 어느 정도 친해지는 것도 사교 기술 중에 하나였다 . 흔히 사내들 사이에서 술 못하는 놈은 사내로 취급하지 않는 풍속이 있었다 .  

 가르딘이 술을 한 잔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 가르딘은 마이어 공작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 주변을 탐색하고 살펴보았다 . 그의 성격을 대충 파악하고 나서부터 행동에 유의하면서 그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  

 “술을 잘하는군 .” 

 “술과 친하지 않고서는 기사라도 할 수 없겠지요 .”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  자네 나하고 생각이 통하는 면이 있군 .” 

 맘이어 공작은 가르딘에게 호의적인 말을 하며 구워 삼으려고 했다 .  

 “올해로 말년이라지 .” 

 “그렇습니다 .” 

 마이어 공작은 며칠동안 가르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한 상태였다 . 가르딘에게 대한 신상명세는 대부분 알고 있었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마이어 공작이었다 . 그는 돌려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 가르딘은 이런 사람이 더욱 골치 아팠다 . 대답의 선결에 있어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  

 “지금 당장 대답을 원하십니까 ?” 

 가르딘도 망설이지 않았다 . 이렇게 된 이상 직설적으로 같이 맞받아쳐 주는 것이 나았다 . 마이어 공작은 자신 앞에서 주눅 들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말을 하는 가르딘의 흔들리지 않는 눈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  

 강자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위압감이 있다지 않은가 ! 북방의 타이거가 함성을 지르면 대지가 흔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이어 공작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  

 ' 과연 마스터라 이건가 ?‘  

 ‘날 파악하려 하는군 .’ 

 성격도 괜찮고 ,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신중히 결정을 내리는 것도 뛰어난 편이었다 . 자신의 수중에 넣어 두면 좋은 패가 될 것 같았다 . 하지만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다 . 당장 결정하라고 압력을 넣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마이어 공작은 알고 있었다 .  

 “우선 술이나 한 잔 더하지 ,  결정은 자네가 하는 것이니 말일세 .” 

 “감사합니다 .” 

 결정을 가르딘의 몫이라고 하지만 그 말속에 숨겨진 뜻은 압박이었다 . 잘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게 작용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 그러나 가르딘은 대답을 내리지 않았다 . 다만 그에게 선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정도만 보여주었다 .  

 “가린지 영지에서 나오는 술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군요 .” 

 “자네의 마음에 드니 나도 흡족하네 ,  이 술이 마음에 든다면 자네와 계속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드는구먼 .” 

 짠 !  

 서로의 술잔을 내밀며 잔을 기울였다 .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마음을 한 꺼풀씩 풀어내 보았다 .  

 경력과 연륜이 있는 두 사람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신중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쉽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 중도를 지키고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보자는 것이 가르딘의 생각이었다 .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신 술병이 모두 30 병은 되었다 . 이만하면 취하기 마련이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멀쩡했다 . 술은 몸을 이완시키고 , 마음까지도 방심하게 만든다 .  

 가르딘은 술을 마시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체크했다 . 말 한마디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보아야 했다 . 행여나 실수로 말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귀족들은 말 한마디에 목숨을 건다 . 그들은 자존심과 명성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 그것이 비록 허세로 보일지라도 .  

 “나는 강한 제국을 원하네 ,  나약한 황제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없지 .” 

 언뜻 자신의 뜻을 내비치는 마이어 공작이었다 .  

 지금 황성은 다음 대 황제를 선출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  

 1 황자의 성격은 유약한 편이었다 . 그는 유약하지만 모든 사람의 뜻을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었다 . 하지만 강력한 제국의 힘을 사방으로 내비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  

 2 황자는 강인했다 .  

 그는 검술을 사랑하고 검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를 원하는 성격이다 . 그는 약간 독선적이 기는 해도 기사제국의 황제로서 부족함이 없는 편이었다 .  

 3 황자의 성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 황궁 내에서도 두문불출해서 소문이 무성한 인물이기도 했다 . 그렇지만 아예 소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냉철한 성격과 더불어서 약간 이상한 성향을 띤다고 알려졌다 .  

 귀족들과의 교류도 없는 것으로 보아 황제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  

 가르딘의 머릿속이 급격하게 회전했다 . 마이어 공작의 생각을 알게 되자 자신도 뜻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  

 ‘1 황자와  2 황자 둘 중 누가 더 난가 ?’ 

 귀족의 힘이 강하려면 황권이 약해야 한다 . 반면에 귀족의 힘이 약하다는 것은 황권이 굳건하다는 의미가 된다 . 1 황자의 유약한 성격을 잘만 이용하면 권력을 잘 유지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귀족들의 힘이 너무 강해져서 제국의 분열을 촉진시킬 수 있었다 .  

 2 황자는 강인한 검사이기에 전형적이 기사도를 따질 수 있다 . 기사들은 약간 독선적이고 ,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  

 ‘마이어 공작은  2 황자를 지지하는 것 같은데 ,  그럼 여기서는 되도록  2 황자를 지지해야겠지 .’ 

 마이어 공작은 강력한 황권을 무기로 , 단일화된 군사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 그 힘을 가지고 대륙을 제국의 영향권으로 놓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  

 “저도 초대 황제 폐하와 같은 제국의 힘을 보고 싶군요 .” 

 “허허허허 !  자네의 생각이 나와 일치하는구먼 .” 

 기분이 좋아진 마이어 공작이었다 . 단숨에 술잔을 비우며 호쾌하게 잔을 털어 내었다 . 가르딘도 잔을 가볍게 비웠다 .  

 “오랜만에 술도 취했는데 ,  몸 좀 풀어볼까 !” 

 가르딘이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  

 카론 마이어 공작은 상당히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 보통 기사들을 선택할 때 , 대련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시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 가르딘은 되도록 마이어 공작과는 대결하고 싶지 않았다 . 물론 실력발휘를 하면 쉽게 이길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이겨버리면 , 그것도 문제가 되어 버린다 .  

 지금 보니 마이어 공작은 중급에서 상급을 바라보고 있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 조금만 노력하면 상급에 이를 수 있었다 . 가르딘의 안색이 약간 바뀌는 것을 마이어 공작이 보았다 .  

 “걱정 말게 ,  대련은 내 개인 연무장에서 할 테니 말이야 .” 

 “아 !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 

 기사는 패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 자신의 명예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라 ,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 마이어 공작도 그 사실을 알기에 가르딘을 배려해 준 것이다 .  

 물론 자신이 이긴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가능한 배려였다 .  

 마이어 공작의 뒤를 따라가는 가르딘은 생각이 복잡했다 . 실력이 뛰어난 자는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 괜히 개념 없는 행동을 해서 주위를 미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의 실력과 더불어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야 오래 살 수 있다 . 유독 자신만 깨끗한 것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표적이 되기 쉽다 .  

 마이어 공작이 느긋하게 걷는 것과 다르게 가르딘은 긴장한 기색을 내비추었다 . 너무 편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무례하고 건방지게 보일 수 있었다 . 상대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긴장을 보여준다는 것은 최선을 다한다는 뜻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었다 .  

 마이어 공작도 앞만 보는 척하면서 가르딘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  

 ‘괜찮군 .’ 

 마이어 공작이 술을 마시자고 한 것은 가르딘의 성향과 행동 그리고 잠재되어 있는 성격까지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 지금처럼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는 긴장이 완화되어 평소의 행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 .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표정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마이어 공작이었다 .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가르딘이 마음에 들었다 . 성격은 마음에 들었으니 그 실력을 검증해 볼 차례였다 . 마이어 공작은 말로서 들은 내용보다는 자신이 직접 겪은 내용을 더 신뢰했다 .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보는 편이었다 .  

 가르딘도 마이어 공작의 의도를 파악했다 .  

 ‘역시 쉽지 않은 상대네 .’ 

 실력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 수많은 병사들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었다 . 홀로 강한 것만 가지고 전쟁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잔신의 강함과 더불어 주변사람의 신뢰를 얻기 위한 능력까지 겸비했다고 보는 것이 정답이었다 .  

 노련할수록 ,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 그것이 혈기 왕성한 젊은 사람에게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오래된 생강이 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마른 장작이 오래간다는 뜻인가 !  아 !  이건 아니지 !’ 

 가르딘의 생각이 잠시 딴 굴을 파고 있었다 . 외도했던 생각을 다시 다잡은 순간 , 마이어 공작이 섰다 .  

 “자네 혼인해서 애가 있다고 했지 .” 

 “그렇습니다 .  딸이 한 명 있습니다 !” 

 “음 !” 

 잠시 뜸을 들인 마이어 공작이 호쾌하게 웃었다 . 그러면서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했다 .  

 “나는 여섯이나 되지 .” 

 “커억 !” 

 가르딘은 마이어 공작의 농담 아닌 사실에 혀를 깨물 뻔했다 . 지금 말은 가르딘이 사내로서 아직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 나는 여섯이나 되는데 , 아직 한 명밖에 없다니 생식능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  

 가르딘은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 농담이라는 것을 알지만 듣는 사람은 농담으로 여길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  

  ‘아니 나 안 죽었습니다 .’ 

 확실히 불타는 밤을 계속 보내는데도 아이가 더 안 생기는 것이 마음에 걸린 가르딘이었다 . 애를 한 명 더 낳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었다 . 하지만 브리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귀엽고 , 사랑스러웠다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한 자식이었다 .  

 ‘미안 ,  브리안 !’ 

 마이어 공작의 말에 신경을 쓴 것이 브리안에게 미안한 가르딘이었다 .  

 휘이익 !  

 연무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 그 안에서 진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청년이 있었다 .  

 뭐든지 기초가 중요하다 . 검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 일정한 검로 없이 휘두르는 경지를 무초식의 경지라고 하지만 그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 검술의 기초인 찌르기 , 베기를 제대로 수련하지 않은 자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초는 중요하다 .  

 청년은 말없이 검술의 기초를 수련하고 있었다 .  

 앞으로 찌르는 발에 체중이 실렸고 , 힘의 분배가 제대로 되어 있었다 . 찌르고 난 후 베는 동작 역시도 깔끔했다 . 검을 휘두르는 것만 봐도 가르딘은 청년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제법 기초가 잘 닦여 있어 비슷한 또래의 기사들보다 실력이 있어 보였다 .  

 가르딘은 마이어 공작의 입가에 드러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 아들의 수련하는 모습을 보며 , 흐뭇해하는 아버지의 미소였다 .  

 가르딘은 마이어 공작의 작은 미소를 보고 , 입맛이 썼다 . 그것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자신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  

 어머니는 아버지의 후처였다 . 그러니 실질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 오히려 형들의 핍박을 모르는 척 봐주는 아버지의 행동에 화가 나기도 했다 . 문득 검을 휘두르는 청년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렇지만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 감사적인 것은 가슴속에 묻어둘 뿐이지 그것으로 인해 흔들리지는 않는다 . 사춘기 어린 시절의 어리광은 지나간 과거에 유산에 불과했다 . 다시 떠올린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었다 .  

 “내 셋째 아들인 체이슨이라고 하네 .” 

 “실력이 대단하군요 !” 

 가르딘은 아들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부응해 주었다 . 그런 것도 일종의 센스였다 . 말을 했는데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감각이 없는 놈이라고 할 수 있었다 . 팔불출 아버지라는 소리는 괜히 생긴 것이 아니지만 무안하게 면박 주는 것은 예의 없는 놈으로 찍힐 수 있었다 .  

 “뭘 ,  그러나 자네에 비하면 아직 멀었네 .” 

 ‘당연하지 !’ 

 “아닙니다 .  곧 마스터에 들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가르딘은 생각을 속으로 삭이고 , 입에 발린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주었다 . 듣기에 거북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입담을 과시했다 . 가르딘의 주특기 중에 하나이자 필살의 무기였다 . 입 은 화의 근원이지만 잘만 다루면 , 만복을 얻을 수도 있다 .  

 또한 칭찬은 돈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 돈 들어가지 않는데 ,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 자고로 자식칭찬 싫어하는 사람 보지 못했다 .  

 척 !  

 체이슨이 인기척을 느끼고 , 검을 멈추었다 . 그리고 아버지가 온 것을 보고 즉시 달려와서 인사를 했다 .  

 “아버님 ,  오셨습니까 !” 

 “수고하고 있구나 .” 

 “그런데 그분은 누구십니까 ?” 

 “가르딘이라고 하네 .” 

 “아 !  그럼 새로운 마스터에 오르신 분이신구요 !  만나서 반갑습니다 .  검의 길을 걷는 자로서 부러울 따름입니다 .” 

 “아닐세 ,  자네의 실력을 보니 곧 벽을 넘을 걸세 .” 

 “감사합니다 .  그런데 무슨 일로 연무장에 오신 겁니까 ?” 

 “잠시 대련을 할 테니 ,  지켜보아라 !” 

 체이슨은 아버지가 대련한다는 말에 표정이 변했다 . 검을 든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했다는 말이었다 . 또한 마스터끼리의 대결은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일이었다 . 검을 수련하는 자에게 마스터의 대결은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 된다 .  

 “아버님이 대련하는 것은 오랜만입니다 .” 

 “녀석 ,  좋은 공부가 될 거다 .” 

 아버지는 아들에게 위대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 아들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강하고 ,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 또한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세상 누구보다 존경하고 , 그 모습을 따라가려고 한다 .  

 그것이 가장 이성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고 할 수 있었다 . 그런 면에서 마이어 공작은 자식농사를 잘 지었다고 볼 수 있었다 .  

 가르딘이 마이어 공작의 다른 아들을 보지 못해서 알지 못하지만 체이슨만 보면 나머지 아들들도 괜찮을 것 같았다 .  

 가르딘은 아들을 가르치는 아버지의 입장을 회상해 보았다 . 물론 자신은 딸이었다 . 7 살짜리 딸에게 가르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상당히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  

 부모가 되어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그것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을 것이다 . 더군다나 해주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데 , 자식이 그 마음을 몰라준다면 가슴이 미어터질지 모른다 .  

 가르딘은 브리안이 태어나자마자 최강의 선물을 해주었다 . 그것은 바로 벌모세수였다 . 대륙에서 벌모세수는 알려지지 않은 비법 중에 하나이다 . 가르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  

 대충 그랜드 마스터는 되어야 벌모세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벌모세수란 털을 밀고 , 오러를 집어넣어 몸 안의 골격을 이상적으로 만들어주는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일단 벌모세수를 받으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  

 그래서 브리안은 이날 이때까지 홍역 한 번 앓지 않은 건강한 아이로 컸다 . 더군다나 일정 수준의 기운이 저절로 쌓이기 때문에 내공심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무병장수할 수 있었다 .  

 라이나가 여자가 검을 들고 싸우는 것을 싫어해서 브리안에게 검술을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이 권법을 익히게 했다 . 가르딘은 자신의 딸이 맞고 다니는 것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 기본적인 것이라고 해도 보통의 아이들보다 브리안은 상당히 강했다 .  

 앙증맞은 손으로 주먹을 날릴 때 어찌나 귀여운지 가르딘은 그때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  

 잠시 또 다른 생각을 한 가르딘이었지만 곧 생각을 정리했다 . 어찌되었던 대결은 하게 되었다 .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의 선택과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만이 남아 있었다 . 가르딘과 마이어 공작이 마주섰다 .  

 연무장 안의 조용한 분위기와 더불어 둘이 미묘한 분위기가 숨 막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 가르딘이 먼저 마이어 공작에게 예를 취했다 .  

 “한 수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 

 “최선을 다해 주게 .” 

 가르딘은 킹덤나이트의 독문검법인 , 일렉트릭 검법의 자세를 취했다 . 가장 기본적인 검법이지만 대륙최강의 검법이라고 불린 검법이다 . 무시할 수 있는 검법은 아니었다 . 가르딘의 검세가 섬전처럼 날카로워졌다 .  

 검법과 동화되어 검법 자체가 자신이 되고 , 자신이 검법이 되는 경지를 보여주었다 .  

 한 자루의 날카롭게 벼리어진 명검을 보는 듯한 기운이었다 . 가르딘은 자신의 힘을 한정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상대방에서 강렬한 인식을 심어주기로 마음먹었다 .  

 마이어 공작은 가르딘의 기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 마스터에 올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 이 정도라면 충분히 오르고도 남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  

 “대단하군 !” 

 “과찬입니다 !” 

 마이어 공작의 검법은 타이거 검법이었다 . 북방의 호랑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타이거 검법은 사납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검법이다 .  

 그 모태가 스톰 검법이라는 말이 있지만 마이어 공작가문 대대로 내려져온다고 알려졌다 .  

 검법이라는 것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과거에 남겨진 유산이 뛰어나다해서 오랜 시간 과거에 얽매이게 되면 결국에 후퇴되는 일만 남게 된다 . 과거의 유산을 가꾸고 ,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대처라고 할 수 있다 .  

 “타앗 !” 

 “히얍 !” 

 가르딘이 지면을 강하게 내딛으면 기합을 내질렀다 . 그와 함께 가르딘의 검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 일렉트릭 검법의 빠르기는 빛을 가른다고 하지 않는가 ! 말 그대로의 쾌검이었다 .  

 사아악 !  

 카앙 !  

 정면으로 날아오는 검의 궤적이 마이어 공작의 바로 앞에서 바뀌었다 .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검의 궤적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특히 체중과 힘 , 마나가 실려 있을 때는 더욱 힘들다 . 하지만 그것은 일반 기사들의 대결일 때의 일이었다 . 마스터끼리의 대결에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순간적으로 바뀌는 궤적을 따라 마이어 공작의 검도 변화를 일으켰다 . 타이거 검법이 강검이라고 하지만 빠르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 그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검법을 익히면서 상대방의 검술에 대한 대처가 대단히 뛰어났다 . 가르딘의 검을 사선에거 막아내자 시끄러운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  

 가르딘의 광속과 같은 연속 검격을 막아내는 마이어 공작은 어느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되었다 .  

 카가가캉 !  

 굉장한 공방전을 펼치는 마스터의 대결에 체이슨은 눈을 뗄 수 없었다 .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  

 어느새 손바닥에 땀이 흥건이 배어 있었다 .  

 ‘대단하다 !’ 

 아버지와 맞서서 저 정도로 대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있다면 제국의 5 대 마스터 정도뿐일 것이다 .  

 일렉트릭 검법이 환검의 묘리를 둔 빠른 쾌검이라면 스톰 검법은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하는 패검의 묘리를 담고 있다 . 가르딘의 진실한 실력을 발휘하여 일렉트릭 검법을 사용한다면 쉽게 승부를 낼 수 있지만 마이어 공작의 수준보다 떨어지는 실력을 보여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 경지가 떨어지지만 그 안에서 최선의 발악을 해주어야 했다 .  

 일렉트릭 검법으로 마이어 공작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순간에 스톰 검법을 사용했다 . 스톰 검법의 임팩트파워였다 . 검과 마주치는 순간에 파워를 싣는 방법이다 .  

 마이어 공작은 가르딘의 수법을 파악하자 즉시 타이거임팩트를 시전했다 .  

 꽈과과광 !  

 마나가 실려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되었다 . 폭발력이 연무장 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 임팩트와 임팩트가 부딪치는 순간에 폭발적인 힘이 형성되었다 .  

 마이어 공작은 가르딘의 대처능력에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 피닉스기사단이군 !’ 

 제국 최고의 기사단에서 생활한 가르딘이었다 . 전투에 있어서의 경험은 마이어 공작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 순식간에 파고들어 시선을 분산시키고 , 공격을 할 때 보여준 과감성이 돋보였다 .  

 망설이지 않고 ,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 실제로 대결을 할 때 자신의 실력을 모두 보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실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  

 마이어 공작은 자신 앞에서 이처럼 대범하게 공격하는 가르딘의 침착함을 칭찬했다 . 하지만 칭찬과 승부는 별개였다 . 그도 검사이자 기사였다 . 지고 싶은 마음이 있을 리 없었다 . 본격적으로 수세에서 공세로 바꾸는 마이어 공작이었다 .  

 수세에서 공세로 바뀌자 마이어 공작의 기운이 무섭도록 강력하게 발산되었다 . 사나운 호랑이를 앞에 두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가르딘은 기세를 올린 마이어 공작을 보며 , 움찔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  

 ‘여기서 쫄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이겠지 !’ 

 강한 것도 정도가 있지 , 이 이상으로 강함을 선보이면 마이어 공작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 또한 일부러 봐줬다는 인상을 보여주어서는 안 되었다 .  

 가르딘은 강력한 검세를 맞으면서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상당히 여유로웠다 .  

 팔이 한 번 움직였던 것처럼 보였는데 , 순식간에 서른 번의 검이 부딪쳤다 . 놀랍도록 빨랐다 . 체이슨은 미처 보지도 못했다 . 너무 빨라서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빨랐다 . 마스터가 굉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체이슨이었다 .  

 ‘마스터가 이 정도란 말인가 !’ 

 자신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가르딘은 시간을 재고 있었다 . 어느 순간에 패배를 해야 하는지 수를 세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  

 ‘여기서 찔러 넣고 싶단 말이야 !’ 

 숨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마이어 공작이었다 . 보기에 따라서 파상적인 공세였다 . 너무 강력해서 검의 간격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 것이다 . 단 ! 그것이 가르딘이 아니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 가르딘의 표정은 심각하고 ,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  

 ‘땀을 일부러 내는 게 더 힘드네 !’ 

 연신 뒤로 밀리는 가르딘이었다 . 한순간 틈이 생기면 마이어 공작의 검이 가르딘의 목숨을 끊어버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정말 긴박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  

 마이어 공작은 심각하게 밀리면서도 적절하게 대처하는 가르딘의 방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뛰어나구나 !’ 

 마이어 공작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잠시 스치고 지나갔다 . 오랜만의 대결에서 이 정도 열기를 보일 줄 몰랐었다 . 대부분의 기사들이 자신과 대결하면 , 지위와 명성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  

 그렇기에 잠시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하는 편이 강했다 . 하지만 가르딘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 대륙최강의 가사라는 자신 앞에서 이정도의 배짱을 부리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가르딘은 잠시 스친 마이어 공작의 미소를 보았다 . 정신없이 밀리고만 있으니 못 봤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가르딘은 마이어 공작의 미세한 움직임도 모두 간파하고 있었다 .  

  ‘여기서 물러나야겠다 !’ 

 이제 승부가 무르익어 갔다 . 적당히 패배를 해주어야 할 때였다 .  

 휘청 !  

 가르딘의 다리가 풀린 것처럼 휘청거렸다 . 그 틈에 마이어 공작의 검이 가르딘의 검을 뚫고 들어왔다 . 너무 빨라서 멈출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가르디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  

 척 !  

 마이어 공작의 검이 정확하게 가르딘의 목 앞에서 멈추었다 . 놀랍도록 정교한 힘의 배분이었다 . 누가 보더라도 마이어 공작의 놀라운 검술에 탄복을 금치 못할 정도로 대단하게 여길 수 있는 장면이었다 . 촉각의 다투는 생사대련에서 볼 수 없는 마지막 수법이었다 .  

 “허억 ! 허억 !” 

 호흡을 크게 쉬며 , 가르딘은 마이어 공작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  

 “졌습니다 .” 

 “아닐세 ,  조금 더 지나면 자네의 검이 나를 능가할 걸세 !” 

 “후우 !” 

 가르딘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  

 ‘오늘처럼 지는 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 !’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대결이었다 .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와 대결할 때 ,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머릿속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니 그게 더 골치가 아팠다 .  

 고민하는 가르딘을 보면서 마이어 공작은 그럴 수 있다는 듯이 승자의 아량을 보였다 .  

 “오늘 정말 재밌었네 !  다음에도 검을 마주했으면 좋겠네 !” 

 “저도 오늘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불러주신다면 영광입니다 !” 

 마지막까지 자신의 뜻을 말하는 마이어 공작이었다 . 가르딘의 뛰어난 실력을 확인하니 더욱더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작용했다 .  

 터벅 ! 터벅 !  

 심력을 많이 소모한 가르딘의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 대결할 때 , 사정 봐주고 , 상대방과 대화할 때 마음을 숨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 지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  

 돌아가는 길에 필리언이 보였다 . 필리언은 가르딘은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  

 힘들어하는 가르딘의 모습을 보자 필리언이 위로의 말을 했다 .  

 “힘드냐 ?” 

 “뭐야 ! 이거 ?” 

 “나도 힘들다 !” 

 “지랄 !” 

 가르딘은 가끔 필리언의 생뚱맞은 말에 한숨이 나왔다 . 말을 해도 분위기 파악 제대로 못하는 놈처럼 보였다 . 분명히 일부러 하는것이 틀림없었다 .  

 “야 ,  인마 .  위로의 말을 그딴 식으로 받아들이면 벌 받는다 .” 

 “웃기지 마 !  가뜩이나 피곤한데 너까지 설레발치는 거냐 .” 

 필리언은 가르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주변에서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마이어 공작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 그렇기에 가볍게 마음을 풀기 위해 말을 했을 뿐이었다 . 가르딘도 필리언의 어이없는 말에 피식거리며 한숨을 털어 냈다 .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잘 선택해라 .” 

 “물론이지 .” 

 “그래야 ,  내가 기사단장 되니까 말이지 .” 

 “크읏 !” 

 역시나였다 . 필리언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르딘을 위로한 것이었다 .  

 “그럴 줄 알았다 .  오늘따라 웬일로 기다린다 했어 !” 

 “가볍게 한잔할까 !” 

 “됐어 ,  임무 중에 술 안 마시는 것 몰라 !” 

 “그런가 !” 

 가르딘은 마이어 공작과 술 마신 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 술 냄새도 이미 지워지고 없었다 . 가르딘은 임무 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 꼭 필요한 일을 빼고 말이다 . 술은 실수를 하게 만드는 촉진제이기 때문이다 .  

 가르딘은 그냥 차나 마시자고 했다 . 별로 차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데 차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 필리언은 차를 마시자는 가르딘의 말에 옛 생각이 났다 .  

 철없이 방황하며 , 방탕한 4 총사로 이름을 날릴 때 일이었다 . 원체 술을 좋아하던 가르딘이었기에 차는 입에도 대지 않은 적이 있었다 . 그 당시 필리언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인이 찻집에서 일하는 여인이었다 .  

 찻집에서 일하는 여인은 대부분이 웃음과 몸을 팔아서 장사를 하기 마련이었다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 당시에 새로운 종업원이 있었는데 , 상당한 미인이었다 . 한 번 건드려 보고 싶은 마음에 가르딘을 끌고 같이 갔다 .  

 가기 싫다는 가르딘을 데리고 간 것이다 .  

 “너 그때 대개 웃겼는데 !  설마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 

 “뭐 ,  나도 한번 해봐라 ,  그런 말 안 나오나 !” 

 가르딘도 당시에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 이미 라이나와 만나고 있는 상태라 다른 여인에게 관심은 별로 없는 상태이기는 했다 .  

 필리언이 가자고 가자고 , 계속 우기는 바람에 친구 따라 간 것뿐이었다 .  

 -8 년 전 .  

 콜다곤 찻집에서 일을 하는 파이란은 인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약간은 건방진 케이스였다 . 사내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니 자신의 신분이 상승한 것처럼 생각한 것이다 . 건방지며 , 도도하게 우쭐한 행동을 했다 .  

 파이란은 자주 오는 사람 중에 한 명인 필리언과 가르딘을 보고 약간은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몇 번이나 자신을 노골적으로 보니 그 마음속이 훤히 보였다 .  

 차를 내오며 파이란은 한 가지 내기를 걸었다 .  

 “우리 내기 할까요 !” 

 가르딘은 관심이 없는 반면에 필리언은 흥미가 동했다 .  

 “내기 좋지 ,  그런데 무슨 내긴데 ?” 

 “이 차를 한 번에 마시면 제가 원하는 것 뭐든지 들어줄게요 .” 

 화끈한 내기였다 .  

 필리언은 파이란의 제안을 단번에 수락하고 , 가르딘을 바라보았다 . 가르딘은 필리언이 자신을 바라보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  

 “뭐야 ?” 

 “전번에 나한테 꿔간 돈 안갚아도 되니까 ,  마셔라 !” 

 파이란은 재밌어 죽을 것 같았다 . 차의 온도는 상당히 뜨겁다 . 이 뜨거운 차를 한 번에 마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 다 마실수 있다면 드래곤의 브레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랐다 .  

 가르딘은 고민을 했다 . 빌린 돈이 제법 되어서 마실까 말까를 반복했다 . 하지만 마시기로 마음을 정했다 . 몸 안을 내공으로 보호한 다음에 한 번에 마시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 하지만 필리언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절대 사양이었다 .  

 ‘어디 두고 보자 !’ 

 “좋아 .  한다 !” 

 가르딘은 찻잔을 잡고 단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다 .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오는 차를 단숨에 마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 가르딘이 망설임 없이 털어 넣자 파이란이 당황했다 . 설마 했는데 진짜로 할 줄 몰랐던 것이다 .  

 마시고 난 후 가르딘은 음흉한 미소를 파이란에게 지었다 .  

 움찔 !  

 “소원을 다 들어준다고 했겠다 .” 

 “물 ... 론이에요 !” 

 파이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기했다 . 안 들어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 귀족을 농락하면 문제가 커진다 . 그렇기에 파이란은 몸을 달라고 해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필리언도 침을 꿀꺽하면서 흥미진진해하고 있었다 . 뭔가 대단한 것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그런데 들려오는 말에 필리언은 정신이 멍했다 .  

 - 너도 마셔 !  

 당시에 파이란은 뜨거운 차를 마시느라 입천장이 다 대어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 그때를 회상한 필리언은 쓴웃음이 나왔다 . 뭔가 대단한 것을 시킬 줄 알고 기대했는데 , 그런 말을 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너 그때 일부러 그런 거지 .” 

 “당연하지 ,  친구자식이 돈 같고 협박하는 거 아니다 .” 

 “그럴 줄 알았다 .  어쩐지 네가 순순히 말을 듣더라 .” 

 “내일 출발할 거니까 ,  기사들하고 병사들 단속 제대로 하고 있어 .” 

 “이미 다해 놨다 .  그보다 그놈들 정말 대단하다 .  벌써 마스터에 올랐으면 대륙제일 기사도 멀지 않겠다 .” 

 스필언과 미토스에 대한 말이었다 .  

 20 살의 나이에 마스터에 올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제국의 신랑감 중에서도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무엇 하나 빠지는 없었다 . 완벽한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었다 .  

 가르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역시 후친아들이라니까 .” 

 “후친아 ?  그게 무슨 말이냐 ?” 

 “방금 생각난 말이다 .  뜻을 풀이하면 후작 친구 아들이다 !” 

 “이런 미친놈 ,  역시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냐 !” 

 “역시 머리가 떨어지는 놈하고는 얘기해서는 안 된다니까 .  잘 들어봐 ,  후작 친구 정도 되려면 최소한 공작 아니면 황제 폐하 정도인데 ,  그들의 아들들이라면 완벽한 이상향 아니냐 .” 

 필리언은 생각해 보니 맞는 말처럼 들렸다 .  

 사람이 살아가는데 사랑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배경이 좋은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 꿈을 먹고 사는 소녀들이 자라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 돈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 순수함은 사라지고 , 속물근성만이 자리하고 있으니 세상 참 각박해졌다 .  

 “돈과 명성이 있어야 결혼하지 ,  아니면 꿈도 못 꾸는 세상이라니까 !” 

 “그렇지 ,  그런 면에서 나는 이상적인 사내라고 할 수 있지 ,  사랑을 위해서 그 무엇도 히생할 수 있으니 말이야 .” 

 가르딘이 자랑스럽게 말을 하자 필리언은 손을 들며 졌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  

 “역시 넌 미친놈이야 ,  제정신 가진 놈이라고 할 수가 없어 !” 

 귀족이 평민과 결혼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 그러나 가르딘 앞에서 라이나 흉을 보면 정말 큰일 난다 . 다른 것은 다 참아도 라이나에 대한 일은 절대 참지 않는 가르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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