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5/93)

   @@[제4장 무서운 신입들@@]

 대련.

 피가 튀고, 살이 베어지는 전쟁과는 다르게 수련의 성과를 확인하고, 보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순수한 목적이 실력의 상승이라고 하더라도 검과 검이 부딪치는 진검 대련에서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기사에게 위험은 필수다.

 위험을 겪지 않은 기사는 자기 안에 안주하게 된다. 스스로의 실력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할 뿐,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실전에서 통할 수 있는지 모르기 마련이다.

 또한 대련이라고 하지만 각자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 기사는 명에에 죽고, 명예에 산다고 하지 않는가! 서로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했다.

 검은 나아가고, 나아간 검을 정확하게 만아낸다는 것은 그 실력이 비슷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서로의 실력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면 일방적인 대결이 될 뿐이다. 그러나 지금 나와 있는 두 신참은 킹덤나이트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둘 중 누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사의 예를 갖추고 난 후 대련이 시작되었다.

 킹덤나이트부터 시작되는 카이로만 제국의 검술은 바로 스톰 검법과 일렉트릭 검법이다. 스톰 검법은 말 그대로 폭풍의 검법이다.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검법으로써 힘과 중량을 중점으로 두는 검법이다.

 반면에 일렉트릭 검법은 빠름을 중시한다. 빠르고 가볍게 상대의 약점을 순식간에 베어내는 검법이다. 이 두 가지 검법을 모두 배우는 이유는 힘과 빠름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방편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힘만 가지고 상대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적과 대치할 경우 상대가 자신보다 힘이 세다면 어찌할 것인가 스톰 검법이 가지는 파괴력이 상쇄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때에 일렉트릭 검법을 사용하여 상대의 정신을 흔들어 놓고, 필살의 검을 날리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킹덤나이트 설립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도 두 가지를 완벽하게 사용하는 기사는 극히 드물었다.

 강함과 빠름은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 두 가지의 속성을 모두 조화롭게 배우는 것은 뛰어난 재능과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킹덤나이트를 졸업하는 대부분의 기사들은 스톰 검법과 일렉트릭 검법을 동시에 배우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이 두 신참은 어떠한가!

 어느 한쪽에 치우쳐져 있지 않았다.

 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상대의 약정ㅤㅁㅡㅇ 파고는 냉정한 통찰력. 순수 실력과 능력, 재능을 비교해 불 때 따라갈 수 없는 천재들이었다.

 슈슈슉!

 검과 검이 서로의 중간 지점에서 부딪쳤다. 아직 미토스와 스필언은 오러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러를 사용할 경우 조절하기 쉽지 않다. 몸과 오러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지만 오러가 가진 파괴성으로 인해 대결이 대단히 위험해진다.

 스필언의 검에서 스톰 검법이 펼쳐지자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던 미토스가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들어 올린 순간 검이 부딪쳐 큰 소리가 날 것이라 모두 예상했다. 그런데 쇳소리가 울려 퍼지는 대신에 스필언의 검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미토스가 쥐고 있던 검에 힘을 빼고, 다가오는 파괴적인 양단을 부딪치는 대신에 그대로 흘러 보내버린 것이다. 가르딘은 미토스가 순간적으로 보인 강약의 조절에 감탄했다. 저만한 나이 때에 가질 수 없는 능력이었다.

 ‘힘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군.’

 미토스는 스필언이 검을 회수하는 그 짧은 간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회수하는 이동결로에 검을 찔러 넣었다.

 슈아악!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미토스의 빠른 검속을 스필언이 스텝을 활용하여 피한 것이다. 스필언은 검을 다시 회수 하는 시간에 틈을 내준다는 것을 곧바로 인지하고 바로 윈드 스텝을 이용해서 거리를 벌렸다.

 원드 스텝은 스필언의 아버지인 파스트론 단장의 독문 스텝이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온 윈드 스텝은 정말 바람처럼 빨랐다.

 허공을 가른 미토스는 일직선으로 찔러 들어가면서 다시 오른쪽으로 틀어 스필언의 빈곳을 노렸다. 순간적으로 방향을 트는 실력과 그것을 알고 막아내는 스필언의 공격과 방어는 일류의 수준을 넘어 초일류에 달해 있었다.

 신참의 대결이지만 그 대결을 보며, 긴장하지 않는 기사는 없었다. 유일하게 느긋하게 보고 있는 것은 가르딘뿐이었다.

 자신의 친구인 필리언조차 이마 사이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보면, 그 긴장감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5분 정도가 지나자 대결은 종결이 되었다.

 서로 일격필살로 목숨을 노리는 경우가 아니기에 무승부로 끝이 났다.

 가르딘의 예리한 눈이 두 신참을 보았다.

 ‘확실히 뛰어난 놈들이군, 잘생긴데다가, 집안 배경 빵빵하지, 거기다가 뛰어난 실력, 배우려고 하는 자세까지 이놈들! 사람들 질투 나게 만드는 족속이군!’

 천재들은 잘난 체를 하기에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한다. 그런데 이놈들은 어떠한가! 잘난 체는 눈에 불을 켜고 바라봐도 없었다. 오히려 끝까지 예를 차리고 모습은 차라리 얄밉기까지 했다. 완벽한 남성상을 가진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누가 데려갈지 고생깨나 하겠다.’

 짝! 짝! 짝!

 아이시런은 스필언과 미토스의 뛰어난 실력에 박수를 쳐주었다. 기사들의 실력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눈을 쫓을 수 없을 정도의 빠름과, 화려함만은 알 수 있었다.

 “굉장하네요, 그대들 같이 뛰어난 기사가 들어왔으니 앞을 피닉스기사단과 제국의 앞날에 걱정이 없겠어요!”

 공주의 칭찬에 스필언 미토스가 즉시 답했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제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아이시런 공주의 모습에 지금까지의 긴장감이 풀어지는 상황이었다. 기사들 대부분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 반면에 가르딘은 오싹한 한기가 전신에 들었다.

 오싹!

 ‘왜 소름이 돋지?’

 분명 아무런 징조가 보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대결이 이루어지는 상황이었다. 대충 대결을 마무리하기 위해 말을 하려는 찰나에 아이시런 공주가 먼저 말했다.

 “새로 들어온 기사와 기존기사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네요, 가르딘 경!”

 ‘윽!’

 그 말은 바로 스필언과 미토스의 실력을 고참기사들이 직접 대결해서 알아보라는 말이 되었다. 공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참기사들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필언과 미토스가 신입이라고는 하지만 실력으로 따지면 고참이 가진 짬밥만으로 이길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기지 못하면 완전히 개망신이었다.

 그것도 아름다운 공주 앞에 나가서 당하는 망신이었다.

  “누가 좋을까요?”

 공주는 누가 나가겠냐고 선동하고 있었다.

 그제야 가르딘은 알 수 있었다.

 ‘이런 제길! 외출 못하게 했더니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는구나!’ 

 공주의 외출을 방지하기 위해 한 행동으로 인해 가르딘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가르딘의 입장에서 스필언과 미토스를 이겨도 문제였다.

 우선 가르딘은 자신의 주변으로 서 있는 고참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가르딘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자 고참기사들은 고개를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말았다.

 눈동자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고참기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지금까지 본 스필언과 미토스의 실력만 놓고 봐도 자신들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았다. 이대로 나가봤자 공주 앞에서 개망신 당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가르딘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뻗쳐 나왔다.

 ‘이런 벨도 없는 것들!’

 마지막 구원 줄이라고 여긴 필리언에게 시선을 보내자!

 당연하다는 듯이 필리언도 고개가 하늘로 향하고,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버렸다.

 ‘이런 의리 없는 놈, 그래도 같이 지낸 지가 20년이 넘는데 이럴 수 있는 거야!’

 필리언의 표정과 가르딘의 표정이 공중에서 교차했다. 필리언도 말은 없었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 같으면 하겠냐!’

 이대로 시간만 간다면 피닉스기사단의 명예에 먹칠을 한다. 공주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 만약 공주가 황제 앞에서 기사들의 실력이 형편없네요 라고 해봐라, 황제가 가만히 있겠는가!

 제국의 얼굴이자 초대 황제이신 카이로만 대제가 만들어 놓은 피닉스기사단이었다. 제국의 얼굴이 형편없다는 말을 들었으니 지금 있는 피닉스기사단의 기사들은 대부분 얼굴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밝혀내려고 할 것이다.

 그 앞에 가르딘이라는 이름이 나와 있어 보아라, 그 즉시 가르딘은 매장당한다.

 ‘끙!’

 할 수 없었다.

 아무도 나가지 않는 가운데, 가르딘이라도 나가야 했다.

 나가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가르딘은 연무장 중앙으로 발을 내디뎠다.

 “가르딘 경이 직접 나서겠다는 건가요!”

 “총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럼, 최선을 다해 피닉스기사단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호호호!”

 아이시런 공주의 웃음은 수줍음을 담고 있었다.

 웃음 한 방으로 모든 상황을 바꾸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가르딘만은 저 웃음이 가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 가증스러운!’

 아이시런은 가르딘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엊그제 보여준 그의 놀아눈 신위와 실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물론 일반인을 상대로 기사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6미터의 담벼락은 한 번의 도약으로 쉽게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실력을 보고 싶ㅇㄴ 마음에 아이시런은 기사들의 대련을 진행시켰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제국에 소문이 자자한 천재기사들이었다. 킹덤나이트 시절부터 들려오는 소문이 있었기에 아이시런도 알고 있었다. 또한 공작의 아들들이었다.

 그들의 신분과 실력을 볼 때 공주의 배필로도 손색이 없다고 전해졌다. 당연히 공주는 스필언과 미토스를 알고 잇을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직접 그들의 신상정보를 확인했을 정도였으니 말은 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들의 실력이 이미 보통기사들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알고서 시작한 대련있다.

 가르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어떻게 이겨야 별 탈 없이 끝이 날 것인지를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현재 자신은 이번 여정의 총책임자였다. 막중한 책임을 가진 자가 신입기사에게 ws진다는 것은 이번 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된다.

 또한 신입이라는 놈들이 잘 대해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는 습성들이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자근자근 밟아주어야 고참생활이 편하다.

 신입들을 주기적으로 밟아주어야 들판의 잡초들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다는 말도 안 되는 부연설명은 필요 없다. 그따위 구차한 말보다 앞으로 편안히 생활하려는 마음이 더 강하다. 가르딘은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가면서 스필언을 가리켰다.

 왜?

 스필언을 가리켰을까!

 이유는 바로 그의 아버지가 파스트론 공작이기 때문이다. 파스트론 공작은 정형적인 기사였다. 승패의 여부보다 그 실력을 갈고 닦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의를 무너뜨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보아온 파스트론 공작은 자식이 졌다고 해서 악 감정을 가지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가르딘의 평가였다.

 나중에 뒤탈이 없으려면 미토스보다는 스필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미토스의 아버지인 발리스타 공작의 정확하게 성격을 알지 못하는 한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가드딘의 가리킴에 스필언이 연무장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좀 전의 검술대련에서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다지 힘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러를 사용하게 될 경우 전심전력을 다 기울어야 한다.

 ‘그나마 오러 사용이 아니라서 다행이군.’

 가르딘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공주가 천진난만한 한마다를 해버렸다.

 “익스퍼트급 기사는 오러를 사용한다는데, 저는 여태껏 오러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구경 좀 시켜주세요!”‘큭!’

 기사들은 그럴 수 있다는 듯이 수긍을 하는 편이지만 가르딘은 그렇지 않았다. 공주가 정말 오러를 본 적이 없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공주에게 잘 보이려는 놈들이 어떻게 해서든 실력을 보여주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썼을 것이다.

 그 가운데 오러 정보는 보고도 남음이 있었다.

 물론 사실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오러를 처음 본다는 식으로 말을 한 것은 전부 가르딘을 옥죄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르딘은 보이지 않는 그물망에 잡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태연한 표정으로 공주에게 말을 했다.

 “공주님, 오러 사용을 할 경우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검술로 대련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가르딘 경, 설마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닌가요!”

 “그... 무슨 말씀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설마 기사단 생활이 15년이나 된 가르딘 경이 신입에게 다치지는 않겠지요.”

 “물론...입니다.”

 가르딘이 빠져나갈 구멍을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아이시런이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하는 말이었건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뼈가 있는 뜻을 가르딘 이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다.

 공주의 강요에 의해 가르딘은 스필언과 마주 보며 대련을 시작하려고 했다.

 가르딘의 눈이 스필언을 보았다. 침착하기만 했던 스필언의 눈동자가 가르딘의 눈을 보자 흔들렸다. 이제까지 무게감 없었던 가르딘이 아니었다. 일단 가르딘은 검을 들었을 때 달라진다. 수많은 전쟁과 전투를 경험한 가르딘이었다.

 검이 가진 무게감과, 검으로 인해 벌어지는 위험성을 모를리 없다. 검은 그 자체로는 아무 위험이 없지만, 검을 가진 자의 마음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고,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스필언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이 느낌은 마치 아버지를 보는 듯한!’

 스필언은 다른 기사들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실력을 낮게 평가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만나온 자들 중에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받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야말로 가장 강한 기사이자 자신이 뛰어넘고 싶은 기사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가르딘에게 그와 같은 강자의 느낌을 받고 있었다.

 마치 고양이 앞에 놓인 쥐와 같았다.

 “호오!”

 가르딘은 스필언의 반응을 보면서 작게 감탄했다. 적의 실력을 모름에도 상대가 강자인지, 약자인지를 판단하는 본능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본능의 경고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능적인 감각, 즉 초감각이라고 불리는 것을 가지고 있는 스필언이었다. 타고난 재능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었다.

 ‘조금만 더 경험을 쌓으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일도 아니겠군.’

 부러운 녀석들이었다.

 자신도 신마의 무공을 얻지 못했다면, 이 녀석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밟아주고 싶네!’

 오러.

 검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오러다.

 몸 안에 존재하는 오러라는 무형의 기운이 유형의 기운으로 뿜어내어 상대에게 타격을 준다. 오러는 불의 속성과 파괴의 속성을 가진다. 불같이 뜨겁고, 어떤 것도 부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힘의 속성상, 오러를 사용하는 자는 오러의 강력함 힘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강하다. 불가능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초인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오러의 크기가 클수록 꼭 강한가?

 오러의 양이 능력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검이 더 길어졌다고 해서 더 강하다면 창이 가장 강한 무기가 될 것이다.

 주르륵!

 스필언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좀 전까지 미토스와 대결할 때도 진심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바로 앞에서 보니 가르딘의 모습이 더 커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꾸욱!

  압박감을 떨쳐내려고, 검을 힘입게 잡고 뽑았다.

 스필언은 검을 잡자, 마음이 침착해지고 냉정해졌다. 상대의 압박감으로 인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한다!’

 상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자 스필언은 오히려 투지를 불태웠다. 투지를 불태워 상대의 강함을 부수려고 한 것이다.

 강자와의 대련으로 배울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가르딘은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을 들어 스필언에게 먼저 들어오라고 하였다. 신입에게 먼저 검을 들이대지는 않는다. 다른 자가 이런다면 만용이었지만 가르딘의 실력은 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디 우리 신참의 실력 좀 볼까.”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스필언은 가르딘의 말을 듣고 곧바로 응수했다. 실력을 비하한다는 생각 따위는 이미 지운 지 오래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스필언의 상체가 뒤로 비틀어졌다. 비틀어진 상태에서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검의 속도는 어디에서 나올까!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따진다면 당연 발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하체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강력한 검속이 나온다. 그와 더불어서 상체와 팔의 힘도 중요하지만 하체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는 또 다른 발판이 존재한다. 몸 안에 존재하는 무형의 기운 즉, 오러를 발판으로 강력한 힘을 폭발적으로 뿜어낼 수 있다. 그렇기 떼문에 일반인과 기사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는 것이다. 비틀어진 상체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파팟!

 지면을 밟는 강력한 소리가 들리자 스필언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나아가는 힘을 바탕으로 검이 공간을 위에서 아래로 가르듯이 뿜어져 나갔다. 눈으로 보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고 예리했다.

 사아아악!

 공간이 갈렸다.

 목표는 가르딘의 상단이었다. 그럼에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르딘은 가볍게 발을 뒤로 빼는 간단한 동작으로 검을 피했다. 굉장한 속도를 가진 스필언의 검이었지만 공간을 벗어났으니 허공을 베는 것은 당연했ㄷ.

 발검의 위력은 강력하지만 반대로 쉽게 허점을 노출시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한 점을 향해 극강의 힘을 폭발시켰기 때문에 다시 회수하는 힘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가르딘이 몸이 뒤에서 다시 앞으로 파고들었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었다.

 뒤로 한 걸음 벗어나고 튕기듯이 다시 앞으로 움직인 것이다. 너무 간단했지만 그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보는 이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검이 허공을 벤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가르딘이 스필언의 가슴을 노리며 검을 아래서 위로 그어 올렸다.

 ‘윽!’

 스필언은 위기감을 느끼고, 그 즉시 벗어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주어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자 겨우 검을 회수해서 가르딘의 검을 막아낼 수 있었다.

 카앙!

 검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정말 위험한 공격이었다. 그리고 스필언은 깨달았다. 가르딘은 결코 만만한 기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인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스필언은 몸 안의 오러를 활성화했다.

 오러는 피가 흐르는 혈관과 같이 이동경로가 비슷하다. 혈관에 피가 많이 흐르기 위해서는 심장에서 수축과 팽창의 힘이 강해져야 하듯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제법이군!”

 가르딘은 스필언의 위기극복 능력을 칭찬했다.

 좀 전의 공격은 스필언의 한계를 보기 위한 공격이었다. 공격에서 살기는 없었지만 몸 안에 잠재한 능력을 끌어내지 않는다면 피하지 못할 정도는 되었다.

 ‘이제 오러를 사용할 거냐.’

 스필언의 검에 푸른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서 또 하나의 검이 형성되었다.

 오러의 양과 크기가 모두 뛰어났다.

 상급의 기사라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기운이었다.

 “오오!”

 아이시런 공주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기사들 모두 놀라고 있었다. 저 정도로 능숙하게 오러를 뿜어낼 정도면 오러 익스퍼트 상급이 확실했다.

 필리언은 안색이 변했다.

 ‘대단하군!’

 자신도 상급의 기사인 것이 맞지만 과연 스필언의 검을 맞 상대해서 이길 수 있ㅇㄹ지가 의문이었다. 조금 전에 보인 발검 역시도 대단히 빠랐다. 자신조차 무방비로 ekdhoT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가르딘이 긴장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실력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마다 두루뭉술하게 우연이라고 치부했었다.

 다시 생각하자 이상하게 여겼다. 설마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잇는데 이제까지 실력을 숨겼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가르딘이 어떤 놈인데 실력을 숨길까. 필리언이 보기에 마스터가 됐으면 동네방네 소문을 내며 자랑할 녀석이었다.

 ‘씨익!’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가르딘은 한 번의 기회를 스필언에게 주었다. 그에 응답하듯이 스필언도 최선을 다한 일격을 사용했다. 일격필살은 말 그대로 상대의 숨통을 끊어 보리는 일격을 의미한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러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지.’

 전쟁과 전투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오러를 꼭 외부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러를 끌어내어 보인다는 것 자체가 힘의 소비를 의미한다. 굳이 무리하게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검이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사용하면 되었다.

 신마의 무공인 무극칠검식에서 느림과 부드러움, 무거움의 묘리를 둔 검법이 존재한다. 바로 둔중유극이다.

 둔중유극의 무서운 점은 바로 자신이 ㄴ림과 무거움을 상대방에게 전달시키는 데에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느리고, 힘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검법이다.

 상대방의 힘을 감소시키고, 결국에는 힘을 모두 소진하게 만드는 진드기 같은 검법이었다.

 ‘꼭 실력을 드러낼 필요가 없지, 나중에 스필언만 입을 닫게 만들면 그만이니까!’

  제일 좋은 말은 모르쇠다. 우연으로 치부하는 데 끝까지 파고드는 놈은 드물다.

 스필언의 검에서 폭풍 같은 찌르기가 들어왔다.

 오러가 검에 담겨져 있어 그 위험성이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식은땀이 흐르게 만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 모두의 숨을 졸이게 만들었다.

 정면으로 들어오는 가운데, 모두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다들 긴장하고 있지만 가르딘은 곁눈질로 주변의 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다. 특히 아이시런의 긴장한 표정과 더불어서 진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흥미진진한 장면을 보는 듯한 모습니었다.

 ‘맥 빠지게 만들어주지.’

 모두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려는 가르딘이었다.

 가르딘의 움직임은 지극히 느렸다. 처음에 보였던 빠르기와는 차이가 있었다. 스필언의 빠르고 강력한 검을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저 정도의 움직임은 아이시런 공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스필언의 검과 가르딘의 검이 서로 부딪쳤다.

 차앙!

 가벼운 소리였다.

 쿵!

 그러나 스필언의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마치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가 부딪친 것 같은 충격이었다. 하마터면 잡고 있는 검을 놓칠 뻔했다. 왜 이런 충격을 받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윽!’

 검과 검이 부딪쳤는데 이런 느낌을 받기는 처음인 스필언의 얼굴에서 당혹해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벗어나야 한다!’

 검을 다시 빼서 다음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르딘의 검과 검이 불로 녹여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이리저리 휘저어도 검은 떨어지기는커녕 점점 달라붙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무게가 하나에 둘, 둘에서 셋으로 증가했다.

 검이 점점 무거워지니 휘두르는 속도 역시도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스필언 자신도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가르딘이 속으로 웃었다.

 ‘큭! 큭!’

 방금 가르딘은 둔중유극과 함께 이화접목을 이용했다. 아무리 스필언이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덫이었다.

 살랑! 달랑!

 가르딘은 춤을 추듯이 검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에 따라서 스필언도 흐느적거리며 이리저리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좀 전까지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이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광대가 춤을 추는 것과 같았다.

 긴장감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김이 샌 것 같은 상황이 연출이 되었다.

 망연자실!

 공주와 기사들 모두 맥이 빠졌다.

 단 한 사람 스필언만이 기진맥진한 채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몸 안에서 활성화된 오러 역시도 힘이 드는지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는 검에서 오러가 사라졌다. 춤을 추는 검무가 되어버린 후라 다들 그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1분의 시간이 이토록 길고 힘들기는 스필언 생애 처음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것도 못해 보고 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기사가 검을 놓고 움직일 수도 없지 않은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스필언은 검을 아래로 내렸다.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가르딘도 검을 내리고 대련을 끝냈다. 보는 사람들 모두는 허탈해했다.

 가르딘의 눈길이 아이시런 공주에게 향했다. 아이시런 공주 역시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대련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뭔가 ㅤㅎㅘㄺ실하게 가르딘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얻은 소득이 하나도 없었다.

 대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마치 아침에 대변을 보다가 마지막 한줄기가 나오지 않아 마지못해 닦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대격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엇다. 그전에 보여준 스필언과 미토스의 뛰어난 실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아무도 가르딘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다고 보는 것이 정답이었다. 기사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가르딘의 총책임자니까 스필언이 봐준 게 틀림없어!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아랫사람의 미덕이라고 본 것이다. 기사들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이시런이라고 달리 생각할 수 없었다.

 ‘흥! 흥!’

 방으로 다시 돌아온 아이시런 공주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가르딘의 진정한 실력을 보기 위해서 내숭과 연기를 했건만 돌아온 것은 허탈함뿐이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기막히게 자신의 예측을 벗어나는 존재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문제소지가 될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가 막힌 회피였다.

 불만스러운 아이시런의 모습에 엘리언이 물었다. 시종으로서 공주의 불편한 심기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으세요?”

 “없어! 아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단 말이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서런 공주는 자신이 직접 말해 놓고도 아리송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심정이 바로 그와 같이 혼돈이었다.

 아이시런은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대로 물러시기에는 공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가르딘의 약점을 잡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이었다.

 이상하게 가르딘과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유가 너무 타당해서 반박할 수 없다는 데에 답답함이 존재했다.

 아이시런도 자존심상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르딘을 마음먹은 대로 할 생각은 없엇다. 충분한 약점을 잡을 기회를 노려야 했다.

 ‘다음에 두고 보자!’

 부르르!

  방에서 잠시 쉬고 있는 가르딘은 갑자기 오한이 돋았다. 그리고 귓구멍까지 가려웠다. 누군가 자신을 욕하며 ,함정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

 후비적! 후비적!

 “누가 내 욕하나?”

 시원하게 귀를 긁어준 후 내일 시작될 여정을 곰곰이 생각했다. 정해진 상황과 더불어서 갑자기 일어날 사태까지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황성에서 나오고 나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위기감이 들었다. 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감만 가지고 여정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보니 이번 여정에 마법사가 없었다.

 카이로만 제국은 기사의 나라라고 불린다. 그에 따라 마법이 코가 제국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다. 물론 왕국이나 공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는 있지만 수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마법사가 있으면 편했을 텐데.”

 저 서클의 마법사는 전투력이 떨어지고, 필요성이 없겠지만 중급 이상의 마법사는 상당한 효용성을 가진다. 원거리에서 아군의 보호가 가능하고, 대인살상의 공격이 가능하다. 그에 따라 마법사와 기사가 결합을 하게 될 경우 상당히 곤혹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르딘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지만 황성에서 나오기 전에 미리 말을 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 마법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자신의 무능함을 공개하는 꼴이 되었다. 만에 하나를 생각하면 그에 대한 대비를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래서 가르딘은 필리언을 불렀다.

 “불렀냐?”

 “그래 불렀다.”

 “왜 불렀냐?”

 “필요해서 불렀다.”

 “뭐가 필요하냐?”“방패.”

 “방패는 왜?”

 “필요해서.”

 “알았다.”

 필리언과 가르딘의 대화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공적인 대화는 간단명료하면 그만이었다. 사실 일일이 따지는 것도 귀찮았다. 가르딘과 필리언이 친구가 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사적이 대화가 시작이다.

 “아! 진짜 공주 때문에 죽겠다.”

 “그러냐? 어쩐지 널 시험하는 것 같았는데, 아니냐?”

 “그리고 너 그러는 거 아니다. 그 위험한 녀석들을 아무도 상대 안 하니까, 내가 할 수밖에 없었잖아!”

 “그렇다고, 내가 나가서 개망신 당할 수는 없잖아!”

 필리언도 할 말은 있었다.

 “결과는 괜찮았잖아, 그 녀석도 눈치가 있어서 정도 것 했잖아.”

 필리언이 보기에는 뭔가 꺼림칙하긴 했지만 가르딘을 위심하지는 않았다. 20년이나 된 친구였고, 그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마! 내 실력이 좋아서 이긴 거지, 말 이상하게 한다.”

 가르딘은 의심의 한 톨이라도 지우기 위해 쐐기포를 날렸다. 이렇게 잘난 척하면 다들 괜스레 미친놈 취급한다. 흔히 잘난 척하는 놈들은 재수가 없어서라도 믿어주지 않ㄴㄴ 것과 일맥상통한다.

 “웃기고 있어, 너 똥줄 탄 것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오버하지 마라!”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스필언의 검법을 받아주면서도 주변에서 지켜보는 기사들의 표정을 다 살펴본 가르딘이었다. 특히 아이시런과 필리언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이시런은 공주이기에 정확한 실력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필리언은 산전수전 다 겪은 동료였다.

 그러기에 의심이 생기기 전에 미리 선수치고 있는 가르딘이었다. 20년 동안이나 속였는데, 이걸 못하면 바보였다. 미안하지만 당하는 놈이 바보다.

 필리언에게 실력을 속이기는 했지만 그 외에 다른 것은 다 사실을 말하는 가르딘이었다. 사적인 면에서 같이 엄청나게 놀았다. 한때 방탕한 사총사하면 기사단에서도 알아줄 정도였다.

 -1총사-술 마시면 개다-가르딘.

 -2총사-오빠 못 믿어-필리언.

 -3총사-이거 왜이래! 나 킹덤나이트 나온 기사야-유타.

 -4총사-찌익(외상) 튀엇!-갈라.

 물론 이건 전적으로 가르딘이 결혼하기 전까지의 내용이다. 가르딘에게 이 사실은 죽을 때까지 숨겨야 할 숙제였다. 만약 라이나가 알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대륙제일의 미인을 아내로 맞이했다고 생각하는 가르딘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놀기도 잘 놀고, 서로 싸우기도 많이 했다. 사내들이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는 말도 어쩌면 사실인지 몰랐다.

 “그때는 철이 없었지.”

 가르딘이 회상하면서 말하지 필리언이 헛기침을 했다.

 “미친놈! 넌 지금도 철이 없어 보여!”

 “뭐야! 내가 왜 철이 없어, 이 정도면 잘 성장한 중년인이지!”

 “아내 자랑하는 놈치고, 제대로 된 사내 없어!”

 “호오!”

 “이거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지, 내가 너의 젊은 시절 바람기를 제수씨한테 모두 까발린다!”

 움찔!

 필리언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한때 잘 나가는 바람둥이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가끔 술집에서 그런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20년 살다 보면 다 겪는 일이었다.

 “아니 내가 언제 시비 걸었다고 그래! 난 방패 구하러 가야 하니까 이만 간다!”

 필리언이 잽싸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항상 느낀 것이지만 말로써 가르딘을 이긴 적이 없었다. 시비는 먼저 걸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었다.

 필리언이 나가고 나서 잠시 잠잠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가르딘의 방에 누군가 찾아왔다.

 딱 2명이었다.

 “들어와!”

 이미 누가 온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바로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심각한 표정의 스필언과 미토스였다.

  스필언은 가르딘과의 대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검이 갑작스럽게 무거워지고, 느려지는가! 그것이 육체적인 힘이 가해졌다면 이해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었다. 확신할 수 없지만 그것은 오러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필언이 경험한 오러는 파괴력과 강렬한 폭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오러가 이런 묘리를 담고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킹덤나이트를 졸업하기 1년 전부터 스필언은 한 단계로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까지 거침없이 성장했다면,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가로막은 벽은 거대한 철벽처럼 단단했다.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했다.

 어딘가 미진하다는 생각에 오러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했고, 킹덤나이트에 존재하는 검법서와 마나의 이해라는 책들을 모두 살폈다. 그와 더불어서 미토스와 생사를 가르는 대결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럼에도 막혀 있는 벽은 깰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오러의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그 가능성을 이대로 놓아줄 수 없는 일이었다. 스필언이 생각하고, 실행하려는 가운데 미토스가 찾아왔다. 미토스 역시도 스필언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둘은 가르딘을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이건 상당한 결심이 필요했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검에 대한 것을 물어보게 될 줄을 몰랐다. 또한 검의를 물어 본다는 것은 상당한 무례였다.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해도 뭐라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놓칠 수 없기에 그들은 가르딘의 방문을 열었다.

 가르딘은 스필언이 올 줄은 알았지만 미토스까지 올 줄은 몰랐다. 둘이 친하다는 것은 신상정보에 쓰여 있기에 알고 있었다. 검에 대한 것과 더불어서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검에 대한 고찰까지 서로 의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은 비인부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친인이 아니고서는 어떤 것도 나누지 않는다.

 가르딘은 짐짓 모른 척했다.

 “무슨 일인가?”

 스필언과 미토스는 선뜻 말을 건네지 못했다. 잘못 말하면 비기를 가르쳐 달라는 소리가 되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가르침? 뜬금없이 가르침이라니, 뭘 가르쳐 달라는 것인가?”

 “저와 대결할 때 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무게감, 그 속성을 알고 싶습니다!”

 가르딘은 이놈들의 열의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스필언과 미토스가 가진 배경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더군다나 각 가문은 공작에다가 제국 최고의 오러 마스터를 배출한 가문의 자식들이었다. 오만함과 자신감이 절로 고양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함에도 배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편으로 대견스러웠지만 그걸 내색하지는 않는 가르딘이었다. 내색하면 주도권을 가지고 올 수 없다. 신참들과의 심리전은 이래서 재미가 있었다. 고참들은 다들 능구렁이가 되어서 순수함은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 특히 바자바인 백작은 상대하기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놈들은 데리고 놀기 좋았다. 데리고 놀면서 선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고참의 의무였다. 마음과 다르게 가르딘의 말은 차가웠다.

 “그걸 가르쳐 달라는 것은 내 밑천을 모두 내놓으라는 소린데, 지금 그게 무얼 의미하는 줄 알고서 하는 말인가?”

  ‘윽!’

 스필언과 미토스는 상당한 압박감을 받고 있었다.

 가르딘이 힘을 발산한 것은 아니지만 스필언과 미토스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확실히 무리가 있는 말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깨달음의 실마리를 포기할 수 없기에 다시 한번 부탁을 했다.

 “저희는 지금 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기사로 태어나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고, 깨달음을 주십시오!”

 “흠!”

 가르딘은 고민하는 척했다.

 곰곰이 생각하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히 뜸을 들이고 나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너무 빠르면 김이 빠지고, 너무 느리며 무게감이 떨어진다.

 “가르침이가, 나의 기술을 가르쳐주면 내가 얻는 것은 뭐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호오!’

 충성을 받는다라 그건 듣기엔 좋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스필언과 미토스는 제국의 위해 충성을 바치고 있는데 굳이 그걸 원하지는 않았다.

 “충성은 제국을 위해 바치는 것이다. 그건 당연한 일, 나를 위해 바친다는 생각은 거두어라. 앞으로 제국의 앞날을 이끄는 너희들에게 내가 무언가를 해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너희들의 열정적인 마음에 감동했다.”

 기사의 표본이라고 할 만한 말들이 가르딘의 입에서 나왔다.

 거짓을 말하면서도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 가르딘의 모습을 필리언이 봤다면 헛구역질을 했을 정도였다. 정작 스필언과 미토스는 기사의 귀감처럼 들리는 가르딘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대단하신 분이다!’

 ‘어찌 이런 분이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단 말인가!’

 너무나 열정적인 스필언의 말에 감동을 받았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런 열정을 받아주기에 가르딘의 생각이 너무 늙었다. 그저 한 가지 도움을 주면 나중에 왕창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네놈들이 나의 말을 거역하지는 않겠지!’

 똘마니를 만들려면, 매가 무조건 적인 상책이 아니다. 약도 주어가면서 달래는 것도 중요했다. 그리고 이처럼 올곧은 녀석들을 상대할 때 이해타산적인 행동을 하면 오히려 탈이난다. 그 자체로 감동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놓은 방법이었다.

 “그래 알고 싶은 것이 정확히 뭔지 말해 보게.”

 “저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것이 무엇입니까? 그게 오러의 힘이었습니까?”

 정확하고 예리한 지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내는 능력이야말로 뛰어난 녀것들의 특징이었다.

 “긴가민가하겠지.”

 “그렇습니다.”

 “오러가 맞다.”

 ‘휴우!’

 자신들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이 되자 스필언과 미토스가 한숨을 쉬었다.

 “오러를 어떻게 사용한 것입니까! 오러는 폭발성과 파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오러가 폴발성과 파괴성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그럼 아니란 말씀입니까?”

 씨익!

 “당연히 아니지.”

 신마의 무공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가르딘도 스필언과 미토스처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일정경지에 이르면서 오러는 형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태가 없는 오러를 인간이 검을 사용함에 폭발성과 파괴성에 주목하면서 대륙의 기사들이 다들 오러의 속성이 파괴적이고, 폭발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러가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하나?”

 “어떻게 생기다니요!”

 “설마 검에서 뻗어 나오는 형태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뜨끔!

 스필언과 미토스는 속으로 뜨끔했다. 그들은 오러의 형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검으로 오러를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집중했을 뿐이었다.

 “그게 오류야! 몸에서 형성된 오러를 뿜어내는데, 기사의 경우 검에 실어서 내보내기 때문에, 기사의 경우 검에 실어서 내보내기 때문에 그와 같이 보일 뿐이야! 실상 오러의 형태는 존재하지 않아. 설마 몸 안에 존재하는 오러가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왜 오러가 폭발성과 파괴성만 있다고 생각하지, 형태가 없는데 그와 같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군요!”

 스필언과 미토스는 순간 가르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같이 생각해 본 기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했다.

 ‘이런!’

 가르딘은 그만 실책을 했다.

 너무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면 이놈들이 오해할 수 있었다. 

 “아! 이건 그저 내 생각이 아냐! 나도 우연히 읽은 책에서 본 것뿐이니까! 나 너무 대단하게 보면 민망하네!”

 책에서 봤다는데, 이놈들이 어쩔 것인가!

 “그럼 얘기를 계속 해볼까! 자네들 오러 불레이드를 알겠지.”

 기사가 오러 블레이드를 모르겠는가!

 기사의 꿈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러 마스터만이 형성시킬 수 있다고 전해지는 지고의 경지가 바로 오러 블레이드였다.

 “물론입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형태를 보면, 검 모양이지만 그 형태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아는가, 그건 바로 오러 마스터의 의지야! 의지야말로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지. 즉, 오러를 뿜어내는 데 그 오러에 의지를 실어 보내는 것이지, 시전자가 오러에 무거움을 생각한다면 오러는 무거울 것이고, 파괴적이라고 생각하면 파괴적이게 되지!”

 쿠궁!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 순간 스필언과 미토스는 그동안 막고 있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물어진 벽을 무너뜨리고 앞에 놓인 신 세상을 향해 발을 들여놓았다. 들여놓은 발을 망설이지 않고 내딛었다.

 ‘그래, 나는 지금까지 너무 얽매여 있을 뿐이었어!’

 ‘오러는 형태가 없고, 자유로웠던 거야!’

 스필언과 미토스의 몸에서 고색창연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 그 둘은 앉은 자세로 눈을 감았다. 앉은 자세 그대로 스스로가 익힌 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우웅!

 스필언과 미토스의 몸 안에 존재하고 있던 오러의 양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운이 외부로 발현이 되었다. 발현된 기운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스필언과 미토스의 몸에서 분출이 되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럴 수가!”

 가르딘은 순식간에 깨달음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려고 하는 스필언과 미토스를 보고 허탈한 심정에 감탄성을 내질렀다. 자신이 가르쳐준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그 이치를 깨닫고 스스로 경지를 개척하려는 두 천재의 모습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걸 듣고 깨달음을 얻다니! 이런 거짓말 같은 상황이 왜 발생하는 거야!’

 가르딘은 두 천재의 엄청난 능력에 배가 아파왔다. 누구는 한평생 걸려도 이루기 힘든 것은 고작 말 한마다에 깨달았다. 본질적으로 가진 자질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깨달음의 순간은 매우 위험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오러의 힘이 분출이 되고, 그 힘을 컨트롤해야 한다. 컨트롤을 하지 못하면 오러 폭주로 인해 다시는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이 순간이 기사에게는 축복의 시간이자 고통의 순간이다. 고통을 이기고 환골탈태했을 때 새로운 세상이 기사에게 주어진다.

 가르딘은 심통이 났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그 말 한마디에 깨닫기는커녕 땅바닥을 헤맸을 것이다.

 ‘확, 방해해!’

 가르딘은 건드리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한 단계로의 발전이라면 스필언과 미토스와 같은 강력한 기운이 분출하지 않는다. 스스로 제어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었다. 단계와 단계를 순서대로 넘는다면 탈이 없다. 하지만 순식간에 깨달음을 허무는 과정이 나타난 이상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멈춘다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르딘이 지금 당황해하는 이유는 바로 신마의 지식 때문이었다. 신마의 사념 속에 포함된 무공의 무리는 결코 수준이 낮을 수 없다. 한가지의 말이라고 해도 그 힘이 가진 범상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르딘이 평범하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념 자체가 뇌리로 스며들어 합일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신마의 사념이라고 하기보다는 가르딘 자체가 신마와 같다고 봐야 했다.

 가르딘이 신마이자 신마가 가르딘이였다.

 가르딘은 그밖에도 곤란한 점이 있었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마스터의 경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몸속에서 급격하게 흘러가던 힘이 외부로 발현이 되었다. 발현된 오러의 거운은 범상치 않았다. 그 힘 자체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었다.

 ‘가지가지 하네!’

 즉시 가르딘은 방안 전체에 오러의 장막을 시전했다. 스필언과 미토스가 뿜어내는 오러의 발산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조치였다. 지금 이 순간 스필언과 미토스는 중요한 고비였다. 누군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은 가르딘에게 곤혹이었다. 사실을 숨기면서 조용히 마무리 짓기 위해 오러막을 설치한 것이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스필언과 미토스는 오러의 힘을 정신력으로 컨트롤하고 있었다.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오러의 발현이 점차 줄어들 때쯤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서서히 눈을 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처럼 정광이 번쩍였다. 가만히 있는 자체만으로도 오러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온몸에 힘이 넘치고, 가벼운 것을 느끼며 놀라워해야 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어겨낼 수 잇을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했다.

 “설마!”

 오러 컨트롤을 한번 해보았다.

 오러를 확인하는 데 꼭 검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손안에 맺혀진 오러의 기운이 느껴졌다. 느껴진 기운을 휘들러보자 기운이 자연스레 형성되어 뻗어나가 방의 한쪽 부분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쫘악!

 “이런!”

 실수였다.

 오러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져서 그 힘의 반경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가르딘의 방에 강렬한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짝! 짝! 짝!

 “대단하구나! 나의 눈으로 오러 마스터 되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구나!”

 가르딘이 짐짓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그 둘을 칭찬했다. 속으로는 배가 무지하게 아프지만 그런 속사정을 겉으로 내뱉을 정도로 수양이 작지 않았다.

 순전히 겉으로 보이는 가르딘은 대인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후배의 일취월장을 축하해 주는 맘 좋은 선배의 모습이었다.

 척!

 스필언과 미토스는 그 순간 정중하게 가르딘에게 기사의 예를 취했다. 그들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것을 이루게 만들어 준 사람이 가르딘이었다.

 “모든 것은 선배님의 가르침 때문이었습니다. 이 은혜는 죽어서라도 잊이 않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스승의 예로서 대하고 싶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너무나 진지한 스필언과 미톳였다.

 정색하고 말을 하고 있을 상황이세 가르딘은 사악한 미소를 속으로 지었다.

 “낚았다!”

 걸려들었다고 생각한 가르딘이었다. 그럼에도 덥석 물지 않는 노련한 낚시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준다고 먹으면 바로 체할 수 있었다.

 “그건 내게 너무 과분하다, 지금 보인 실력만으로 이미 나의 성취를 뛰어넘었다. 어찌 상급의 기사가 마스터에게 스승이 될 수 있겠는가! 그저 나의 조그만 지식이 너희들에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오히펴 기쁘게 생각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심금을 울리게 만들었다.

 기사에게 이런 말은 감동 그 자체였다.

 기사의 표준이라고 불리는 두 천재.

 스필언과 미토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닙니다. 제 성취가 뛰어나다 해서 가르침을 주신 분에게 무례를 범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배움에 있어서 높고 낮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가르딘은 이놈들이 너무 정직해서 고민이 되었다.

 ‘이놈들 왜 이리 순진해!’

 착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것은 도를 넘을 정도로 순수했다.

 ‘하긴 그래서 이토록 빠른 성장이 가능했겠지.’

 공작가의 자체라면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자리였다. 권력을 잡기 위해 암수와 협작, 협박 모든 것이 스필언과 미토스를 감싸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하나의 및음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는 올바른 녀석들이었다.

 어린 시절 형제끼리 권력싸움이 싫어 도망친 가르딘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건 그거고!’

 솔직히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 당시의 일은 어쩔 수 없는 일,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성격은 아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가르딘이기에 당연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나도 손을 들 수밖에 없구나. 하지만 대외적으로 내가 너희들의 스승이 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만약 소문이 퍼지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나는 권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맞지 않는 갑옷은 몸을 더욱더 무겁게 한다. 나는 지금이 자리가 좋다. 기사의 표본을 실천할 수 있는 피닉스기사단이 좋다는 말이다. 알겠느냐!”

 끄덕!

 스필언과 미토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공작가의 아들들.

 차기 제국의 검.

 오러 마스터의 경지를 이십대에 개척한 천재들.

 이 둘의 스승이 된다는 것 자체가 가지는 무게감은 생각하는 것 자체로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또한 스필언과 미토스는 기사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고 싶어 하는 가르딘의 열의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완벽한 기사의 표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분이야말로 카이로만 제국의 진정한 기사다!’

 ‘내 마음의 스승님이 되실 만하다!’

 가르딘이 마음을 까뒤집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스필언과 미토스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뒤에서 너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의 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르딘은 스필언과 미토스에게 한 가지 말을 당부했다.

 “한 가지 당부할 게 있다.”

 “하명하십시오!”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허, 목숨은 함부로 거론하는 게 아니야, 내가 할 말은 당분간 마스터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야, 이번 여정이 끝나는 날에 알리는 것이 가장 좋을 거다.”

 대외적으로 마스터의 위상은 대단히 높다.

 검을 숭상하는 기사의 나라 카이로만 제국에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그 대접부터가 달라진다. 또한 국가적으로 마스터가 두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코카 제국과의 신경전이 있는 상황에서 마스터의 탄생은 감히 범접하지 못할 위압감을 줄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자신들의 성취를 알리고 싶은 미토스와 스필언이었다. 비록 그들이 천재라고는 해도 아직 젊었다. 공명심이 전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유라도 있습니까?”

 후후!

 “당연히 있지.”

 “무엇입니까?”

 스필언과 미토스는 궁금했다.

 가르딘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이 둘은 비밀병기로 사용할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유는 바로 이번 여정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다.”

 “여정에 무슨 위험이 있는 것입니까?”

 “그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에 습격이 있다고 할 때, 상대편은 어떤 전력으로 편성을 할까 생각해 봤지, 공주를 호위하는 우리 기사단의 실력을 알고서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그때에 너희들의 실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군요.”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가르딘의 놀라운 심기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무슨 말입니까?”

 다음에 이어지는 가르딘의 말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다시 한 번 긴장했다. 한 마디 한 마디 흘려들을 수 없을 정도로 가르딘의 말은 진중했다. 그러하기에 다시 한 번 집중한 것이다.

 “옷은 입고 대답하라!”

 띠잉!

 “헛! 이런!”

 그 둘은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마스터가 됐다는 생각에 입고 있던 옷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오러의 발현이 외부로 퍼져 나갈 때 옷이 견디지 못하고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알몸의 상태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내 여벌옷이 몇 개 있으니 우선은 그걸 입어라.”

 “감사합니다.”

 가르딘이 방에서 옷을 꺼내 스필언과 미토스에게 전해주었다.

 옷을 입고 난 그 둘에게 돌아가 보라고 했다.

 “스필언!”

 가려고 하는데 가르딘이 부르자 의아해했다.

 “옷은 나중에 빨아서 가져와라! 그건 특별히 내 아내가 준 것이라서 나도 아껴 입는 거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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