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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가용-40화 (40/184)

40화

방문 바로 위에 매달려 있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새가 흐릿하게 빛났다. 아드리안 헤더는 그 장면을 이전에 본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바사미엘 아카데미 학생 여러분!”

교내 방송이었다. 기숙사 방에서까지 강제로 들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방 안에서 훈련을 하던 미하일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신입생들에게만 알려 드리는 특별 소식입니다.”

특별 소식? 미하일은 털썩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러고는 훈련하는 동안 가쁘게 내쉬었던 숨을 몰아쉬면서 커다란 몸통을 들썩였다. 아드리안은 침대에 앉아 무릎을 올려 팔꿈치를 가져다 댔다.

“틸론의 계약을 맺은 지 이틀이 지났군요. 이틀 동안의 성적이 아주 놀랍습니다! 특히 일등이 말이죠! 아직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의미 없는 등수이지만…… 뭐 어때요? 랭킹은 눈에 보여야 의욕이 샘솟는 거니까요.”

랭킹이라…… 골드 드래곤은 침대에 누워 있는 미하일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예의 없는 눈빛을 알아차린 미하일이 ‘뭘 봐.’라는 듯이 노려보았다.

“지금 신입생들 중 일등은 112틸론입니다. 와! 100틸론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12틸론은 어떻게 벌었죠? 물론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익명의 일등님, 저에게도 비결을 말해 주세요.”

“……뭐? 112틸론? 제법인데?”

아드리안이 입을 크게 벌렸다. 같은 자본금 10틸론을 받은 학생이 맞는 건가? 대단한 수완가였다. 골드 드래곤이 느긋하게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어떻게 해야 이틀 만에 112틸론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큭……큽, 그리고 중요한, 푸하하!”

피냐타가 방송 중인 것을 잊은 듯 말을 이어 하려다 크게 웃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누구야 이거. 아니 자본금을 이틀 만에 다 쓴 학생이 있네요? 심지어 사용 내역을 보니…… 아카데미 식당이 전부…… 큭, 후우- 아니, 너무 웃기잖아요. 누굴 데려와도 안 웃으면서 방송 못 학, 큭 할 듯.”

0틸론이라면…… 아드리안은 반대편 침대에 있는 왕자를 바라보았다.

“너 방송에 나왔다.”

아드리안이 피식, 하고 비웃었다. 미하일의 표정이 와그작 구겨졌다. 너무도 자세한 설명에 왕자도 저 방송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쩌냐, 하긴 원래도 유명인이라 놀랍지는 않나 봐.”

“……좀 조용히 해 봐.”

왕자가 다시 이어지는 방송을 들으려 손짓했다.

“이 꼴등에게 바사미엘의 선배가 조언 한마디 해 주자면, 왜 첫 자본금으로 10틸론을 준 건지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네요.”

“첫 자본금…… 넌 바닥에서 시작하는구나.”

골드 드래곤이 중얼거리자, 미하일이 그만 좀 닥치라는 뜻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바사미엘의 이야기꾼, 피냐타였습니다. 다음번에도 오늘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만나요. 안녕!”

방송이 끝나자, 침대에 누워 이를 갈고 있던 미하일이 중얼거렸다.

“……두고 봐. 보란 듯이 1만 틸론을 벌어 올 테니.”

왕자는 장식장에 있는 펠렌 디프스의 검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열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언제나 그 열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

오르디나스에 입부하기로 한 오후였다.

여기인가? 아드리안은 식사를 마친 후 아카데미의 본관 뒤편으로 향했다. 본관 뒤쪽에는 기숙사 건물만 한 유리 온실이 있었다. 유리 온실의 투명하고 깨끗한 표면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보았다. 유리창은 마법을 한 겹 둘러 따뜻한 햇볕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끼익, 그는 유리 온실의 커다란 아치형 문을 열었다. 그러자 훅- 하고 따뜻한 내부 온도와 식물을 키우기 딱 적당한 습기가 그의 피부에 닿았다.

아드리안은 따뜻한 온실 내부를 휙 둘러보았다.

대륙의 각지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이 구역별로 자라고 있었다. 온실 중앙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폭포가 우렁찬 소리를 만들며 온실 내부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하고 있었다.

골드 드래곤이 바로 옆 식물의 잎사귀를 손가락으로 만져 보면서 ‘상태가 좋군.’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오, 진짜 왔네.”

카일은 온실 한쪽의 벤치에 누운 채로 크게 팔을 흔들었다. 신규 클럽원에게 오르디나스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일은 클럽의 대표인 카일이 할 모양이었다.

저 자식은 맨날 누워 있네. 아드리안은 게으른 인간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아카데미의 온실은 와 본 적 있고?”

본관을 지나다니며 온실을 밖에서만 몇 번 봐 왔던 아드리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 그럼 우선 오르디나스 클럽원이 되겠다는 계약부터 진행해 볼까?”

카일은 오른손을 앞으로 뻗으며 말에 마나를 실어 틸론의 계약을 활성화시켰다. 그가 아드리안 쪽으로 뻗은 주먹은 안에 마치 푸른빛을 쥐고 있는 것처럼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드리안이 그의 주먹을 바라보고만 있자 카일이 조용히 “……이름을 말해야지.”라고 속삭였다. 드래곤은 그말에 “아.” 하고 말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드리안 헤더.”

골드 드래곤의 말소리에 반응하듯이 카일의 손안에 있는 빛이 일렁였다. 그것은 아드리안의 이름을 듣자마자 일렁거림을 잠깐 멈추더니 갑자기 요동치며 날뛰었다. 곧이어 골드 드래곤의 머리 위로 휘익- 날아들었다. 그것은 아드리안의 머리 위에서 작게 반짝이고 있는 틸론의 표식에 흡수되었다.

“입부를 환영한다. 너는 지금부터 오르디나스의 회원이며, 클럽의 것이라면 뭐든 사용할 수 있어.”

계약 완료의 징표를 바라보고는 카일이 씨익- 미소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때 그 이상한 문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지?”

“네.”

“그래, 온실과 약초밭을 매일 관리하다 보면 그 이상한 문의 진실에 대해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꼭 알아내서 케비쉬 묘목을 다시 되찾자고!”

케비쉬 묘목이 또 클럽의 얼마나 커다란 수입원을 차지했었는지 카일이 떠들기 전에 아드리안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카일은 몸을 휙 돌려 온실의 중앙으로 걸었다.

“따라와.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줄게. 걱정하지 마. 아직은 오르디나스에 일 학년이 너밖에 없어서 혼자지만, 조금만 있으면 늘어날 거야.”

“네.”

그런 그를 아드리안이 적당히 반응해 주면서 뒤따라 걸었다. 카일은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언덕의 꼭대기로 향하는 계단에 한 발을 얹고는 뒤따라오는 신입을 확인했다.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 혹시 수영은 잘해?”

“……네?”

뜬금없는 질문을 받자 아드리안은 ‘갑자기 왜 수영에 대해 묻는 거지?’라는 감정을 온 얼굴로 표현했다. 뭔가 불안했다.

카일은 눈치 빠른 신입의 얼굴을 힐끔 확인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철제 계단은 폭포가 시작되는 언덕을 빙- 둘러 나 있었다.

“바사미엘의 온실 정원은 대륙의 모든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특히 그중에 자랑할 만한 군집은 수중 식물이지. 아직 인간이 볼 수 있는 바다와 강은 절반도 안 된다고. 바다와 강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연구 대상이야.”

아드리안은 철제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카일의 이야기를 배경 음악 삼아 중앙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계단을 오를수록 커다란 온실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역시 인간들은 이런 데에 사족을 못 썼다. 제멋대로 자연의 질서와 법칙을 무시하는 일 말이다.

사막에 있는 식물이 필요하다면 사막에 가서 가져오면 될 것이지. 골드 드래곤은 고개를 슬쩍 저으며 혀를 찼다.

마법으로 일으킨 폭포의 시작점은 언덕의 꼭대기에 있었다. 카일은 꼭대기에 놓여 있는 기둥 위에서 조그만 상자를 들어 올렸다.

달칵, 상자 안은 파랗게 빛나고 있는 염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검지손가락으로 염료를 살짝 덜어 자신의 양쪽 눈 밑에 발랐다. 그러고는 아드리안에게도 염료를 내밀었다.

이게 뭐지? 그러나 골드 드래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일이 방금 했던 것처럼 따라 했다. 인간이 하는 행동 중에서 드래곤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카일은 폭포가 세차게 흘러 내려가는 언덕의 끝 쪽으로 걸었다. 그는 뒤로 고개를 돌려 아드리안에게 가볍게 말하고는,

“준비는 끝났으니, 따라 해 봐. 걱정은 하지 말고.”

높은 언덕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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