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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가용-38화 (38/184)

38화

엉? 카일 드바이시가 갑자기 튀어나온 아드리안 헤더의 질문에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오르디나스 입부에 관심 있어?”

입부 신청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었으므로 카일은 신입생의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클럽에서 기본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활동비는 엄청 적어. 아카데미의 모든 사교 클럽이 동일하게 달마다 100틸론씩 지급하고 있지.”

“…….”

생각보다 많이 적은데?

아드리안은 100틸론이라는 적은 액수에 충격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카일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너무 적어서? 그건 기본 활동비라 당연한 거야. 거기에 실적비가 더해지거든.”

“그런가요?”

실적비라는 단어에 아드리안의 눈동자에 다시 이채가 돌았다. 단어만 들어도 무척 흥미가 샘솟는 부분이었다. 카일은 손가락을 가볍게 들어 올려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오르디나스의 이름으로 발표된 약초 배합식, 고급 정령술서 같은 결과물들로 오는 모든 부가 수익들은 발표한 학생의 이름으로 지급된다.”

그는 건장한 몸을 편하게 의자에 기댔다.

“쪼잔한 마법 학부의 사교 클럽인 앰버나 기본 월급만 받는 행정 학부랑 하운즈랑은 결이 다르단 말씀이야.”

어때? 대단하지? 카일은 의기양양하게 오르디나스의 장점을 자랑했다. 그것을 들으며 한스는 ‘저것 봐라. 예술 학부 클럽 이야기는 쏙 빼놓네.’라고 생각했다. 아드리안은 카일의 이야기에서 궁금한 점을 곧바로 질문했다.

“다른 클럽은 그런 게 없나요?”

“당연하지!”

카일이 아드리안을 향해 느끼하게 웃었다.

“앰버는 마나 충전소의 수익을 모든 부원이 나눠 가지는 방식이거든. 교내에서 마나를 충전해 보았자 얼마나 하겠어? 뭐, 안정적이긴 하겠지만 그게 다야. 심지어 그놈들은 어차피 지독하게 마법 신봉자라 모든 월급을 마나를 다시 사는 데에 쓴다고!”

그는 ‘마법 신봉자’를 떠올리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지 몸을 한 번 잘게 떨었다. 어디선가 이 장면을 봤는데? 아드리안은 잠깐 기억을 되감아 첫 연금술 수업에서 에드윈 놀런 교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연금술과 마법학은 드래곤이 몇백 년 전에 유희를 나왔을 때에도 이 모양이었는데, 여전히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았다.

“행정 학부야 뭐, 틸론을 관리하는 클럽이니 월급이 문제가 아니거든. 그놈들은 시험 기간에도 월마다 정산하느라 골치 아파하던데.”

“저건 진짜야.”

가만히 듣고 있던 한스가 카일의 말에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하운즈는요?”

쓸데없는 엠버나 행정 학부 이야기를 하는 두 선배에게 미하일이 질문했다.

“하운즈? 뭐…… 거기야…… 알릭스 전하는 하운즈의 대표셨잖아. 그 해에 하운즈 자식들 콧대가 엄청 올라갔었지.”

갑자기 나온 ‘알릭스 전하’의 이야기에 오르디나스의 클럽원 몇 의 눈이 힐끔, 테이블에 무표정으로 앉아있는 미하일을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알릭스 데 이네하트. 바사미엘을 졸업한 미하일의 큰형으로 현재 루스타바란 왕국의 왕위 계승 1순위인 남자였다.

미하일은 그 반응에 코웃음을 쳤다.

뻔했다. 기사에는 관심도 없는 놈이 하운즈에 들어간 것은 아카데미에서 최대한 자기 무리를 만들기 위해서였겠지.

“거기도 바쁘긴 해. 하운즈는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학생들 간의 싸움을 중재하는 일을 맡고 있거든. 월급을 들어 보면 거의 명예직이야 명예직. 우리 오르디나스처럼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클럽은 바사미엘에 거의 없지.”

카일이 너무 좋은 것만 들려주자, 그들의 이야기를 멀리서 듣고 있던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대신 매일 약초밭을 관리해야 하잖아. 어이, 카일. 단점도 말해 줘야지.”

카일과 다르게 조금의 양심이 남아 있는 부원이었다.

“아, 그런 사소한 건 들어와서 알아도 된다고.”

카일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그는 여전히 열심히 듣고 있는 아드리안에게 눈짓했다.

“어때?”

“아주 마음에 드는 운영 방식이군요,”

아드리안의 당당한 자세에 카일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입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흠, 그래도 어엿한 바사미엘의 사교 클럽이니 절차라는 것이 있기는 했다. 물론 그 절차는 오르디나스의 대표인 카일의 마음에 달렸긴 해도 말이다.

“그럼 약초에 대해서는 잘 아나?”

골드 드래곤은 조금 고민하다가, 레어에서 관리했던 적당한 약초 몇 개를 입에 올렸다.

“……리핀 잎과 브라이스 열매를 최상급으로 키워 본 적 있습니다.”

“뭐? 그 까탈스러운 것들을?”

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학생 하나가 아드리안의 대답에 불쑥 끼어들며 소리쳤다. 카일은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아주 잠깐 고민하던 남자는 아드리안을 향해 씨익- 크게 웃었다.

“좋아. 아드리안 헤더? 넌 통과다. 내일부터 수업이 끝나면 여기로 와.”

“네.”

골드 드래곤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카일은 아드리안의 옆에 앉아 이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는 왕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왕자-”

그는 입을 열었다가, 갑자기 눈앞의 신입생의 신분을 자각하고는 질문했다.

“……왕자님이라고 부르면 돼?”

“그냥 미하일이라고 부르시죠.”

애초에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 자신의 신분 따위는 잠시 잊고 살아왔던 미하일은 상관없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미하일은 당연히 하운즈?”

미하일은 그 질문에 미간을 구겼다. 기사를 지망한다고 무조건 기사 학부의 사교 클럽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모두가 저렇게 단정 지어 물어 댔다. 그리고 알릭스가 하운즈였다는 사실은 애초에 별로 없었던 흥미조차 식게 만들었다.

“……아니요.”

왕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하운즈에 들어가 매달 겨우 100틸론씩 벌어서는 절대 펠렌 디프스의 검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전 틸론이 많이 필요해서요.”

미하일이 테이블 위로 두 주먹을 내리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틸론 따위는 진짜 돈도 아니라며 무시하던 왕자였다.

“무척 많이.”

왕자는 다시 한번 더 자신의 관심사를 강조했다. 카일은 그 모습에 웃으며 입을 열었다.

“특이한 대답이군. 틸론이 도대체 얼마나 필요한데?”

“……1만 틸론.”

카일은 미하일의 대답에 커다랗게 눈을 치켜떴다.

“뭐?!”

그는 당황해하며 미하일에게 진심이냐는 듯이 되물었다.

“1만 틸론이라면, 나도 아직까지 한 번에 써 본 적 없는 큰 금액인데…….”

“저는 1만 틸론이 필요합니다.”

왕자는 고집스럽게 말을 반복했다.

“왜 그렇게 구체적이야.”

그건 진짜 큰돈이라고. 카일은 1만 틸론이라는 금액을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지 어깨를 살짝 떨었다.

“올해 일등 우승 상품의 금액이거든요.”

“상품? 그 중앙 현관에 있는?”

카일이 입을 크게 벌렸다.

“일등 상품과 이등 상품의 차이를 못 봤어? 그건 사기 진작용이라고.”

미하일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사기 진작?”

“그 검은 몇 년째 일등 상품 자리에 진열되어 있던 거야. 사실 진짜 우승 상품은 이등부터라는 게 정론이야. 그렇지?”

“맞아.”

한스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들이 입학하기도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던 검이었다.

분명 좋은 검이고 1만 틸론에 걸맞는 상품이었으나 그간 아무도 일등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학생들은 이등 상품이을 가장 좋은 것으로 취급했던 것이다.

어차피 아무도 못 가지는 상품이라 교장이 새벽에 가끔씩 장식장에서 꺼내서 훈련을 한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 정도였다. 교장이 그 소문을 듣고는 박장대소하며 웃었다는 후일담까지 있는 걸 보면 무척 그럴듯했다.

그러나 미하일은 바사미엘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이전에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네 번이나 있으니까요.”

미하일은 목표를 한번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틸론은 매해 초기화 되니, 사 학년까지 총 네 번의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 열심히 해 봐.”

카일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입학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입생이라 틸론의 물가에 대한 감이 없군. 아직 바사미엘 아카데미를 잘 모르고, 틸론을 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저러는 것이 뻔했다. 그는 매해 그 검에 도전하다가 고꾸라지는 학생들을 봐 왔다.

물론 미하일의 열정적인 표정을 보아하니 올해는 조금 다를지도 몰랐다. 카일은 왕자의 그 도전 정신을 높게 사 주었다. 골드 드래곤은 ‘너도 못 믿겠지만 진짜 저놈이 그 검을 가진다니까?’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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