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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가용-33화 (33/184)

33화

신입생들은 기사 학부생으로 보이는 학생의 조언을 따라 모두 기숙사 건물을 향해 걸었다. 그들의 표정이 모두 넋이 나간 터라, 그 뒤로는 아무도 신입생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아드리안과 미하일 또한 얌전히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아드리안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앉아 몸을 천천히 벽에 기댔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는 손을 얼굴 앞으로 뻗어 손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틸론의 문양인 마름모가 아드리안의 시선에 반응하듯이 살짝 빛났다가 사라졌다.

그는 방금 전 수업에서 교수가 설명해 주었던 것처럼 손등에 대고 숨결을 조금 불어넣어 보았다. 후우-

빛으로 만들어진 숫자가 ‘10틸론’이라고 공중에 잠시 표시된 후, 스르륵 사라졌다.

“10틸론이라…….”

기숙사 방에 누워 아드리안이 중얼거렸다. 그에 아직 잠에 들지 않은 미하일의 또렷한 목소리로 저쪽 편에서 대답했다.

“돈 관리라니, 아카데미에 겨우 그런 걸 배우러 온 줄 아는 건가?”

“그러게 말이야…….”

의외로 두 사람은 이 수업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오래 이 세상을 살아온 아드리안은 새로운 배움에 관해서는 융통성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래도 틸론이란 걸 적당히 모아 두면 쓸모는 있겠지.”

뭐? 미하일이 별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드리안은 침대에 앉아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틸론을 모아서 대체 어디에 쓰려고?”

“……뭐,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파티나 특별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다잖아.”

“굳이? 파티 따위 참가 안 하면 그만인데.”

그건 그랬다. 어린 인간들이 하는 파티 따위 참가하고 싶은 마음은 마나 찌꺼기만큼도 없는 아드리안은 틸론을 벌어야 하는 이유를 굳이 하나 더 고민했다. 미하일을 설득하기 위해서와 함께 아드리안 본인을 납득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또 교수가 어떤 예시를 들었더라? 아드리안은 눈을 가늘게 좁혀 뜨고는 중얼거렸다.

“교내 신문을 구독할 수도…….”

뭐? 진심이냐. 아드리안의 구차한 논리에 미하일이 눈쌀을 찌푸렸다. 아드리안도 그냥 해 본 소리였기 때문에 멋쩍은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미하일은 룸메이트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일주일간 틸론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어. 식사도 기숙사 방도. 진짜 돈도 아닌 걸 위해 내 시간을 쓸 용의는 없다고.”

“그 의견에는 나도 동감이야.”

아드리안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 자식 상당히 논리적인데? 맞는 말이었다. 틸론이 필요한 학생들은 열심히 모으고, 아닌 학생들은 그냥 지금처럼 생활하면 될 것이었다.

“그래…….”

골드 드래곤은 그러나 묘하게 찝찝한 마음을 모두 떨쳐 내지 못했다.

“그렇겠지.”

그 찝찝한 마음은 바로 다음 날 정체를 드러냈다.

***

마법학 수업이 있는 화요일이었다. 아드리안과 미하일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조용히 아침에 일어난 뒤, 간단하게 채비를 마친 후 기숙사 건물을 나왔다.

그들은 기숙사 건물에서 수업을 하는 본관까지 걸어가는 동안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거래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다른 사람의 손등에 손가락 두 개를 올리는 것이 틸론 계약이었군 그래? 아드리안은 그제야 알아차린 진실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새로 생긴 인간들의 문화인 줄 알았던 골드 드래곤이 스스로 깨달은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너희가 입학한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됐나?”

한스의 목소리였다. 아드리안과 미하일의 머리 위에서 작게 움직이고 있는 틸론의 문양을 보고 인사를 건네 온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아드리안은 예의 바르게 인사한 후, 원래 가던 길을 가려다가…… 발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한스에게 볼일이 있었다. 갑자기 생긴 틸론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휙, 몸을 돌려 한스에게 말을 다시 걸었다.

“아- 선배.”

“너희들 오랜만이다? 이야.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

캐서린도 함께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한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시간 참 빠르다-와 같은 영양가 없는 소리를 했다. 아드리안은 빠르게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이전에 그 이상한 문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을 소개해 주시기로 했었죠?”

골드 드래곤은 자신의 볼일을 빨리 해치우고 싶었다. 한스는은 그 질문에 “아, 맞다.”라고 반응했다. 아드리안은 속으로 정신 놓고 다니는 한스의 멱살을 잡는 것을 상상하며 겉으로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알려 줘야지. 지금 바로-”

그때였다.

“몇 틸론짜리인데?”

캐서린이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드리안은 그녀의 말에 네? 라는 표정으로 휙, 얼굴을 그쪽으로 돌렸다.

“한스. 너 또 거래 없이 호의를 베풀고 있는 거야? 이번 축제에서 꼭 사고 싶은 게 있다며.”

캐서린은 마법사 특유의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한껏 발산했다. 한스는 캐서린의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뒷목을 매만졌다. 물론 이런 일에는 무조건 틸론을 걸고 하는 것이 아카데미의 규율에는 맞았다. 하지만…….

“이제 일주일밖에 안 된 신입생들한테 어떻게 그래…….”

한스는 정이 많고, 대부분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성격이었다. 캐서린은 그런 친구를 옆에 두고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아드리안.”

골드 드래곤은 갑자기 불린 자신의 이름에 “……네?”라고 대답했다. ‘이상한 문’과 관련된 일에 갑자기 틸론이 끼어들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네가 전에 찾아 줬던 숙제에 대한 보답으로, 5틸론을 줄게.”

캐서린은 자신의 손등을 검지로 스윽, 쓸어내린 후 그것을 아드리안에게 내밀었다.

“…….”

중앙 정원에서 거래를 하던 학생들의 행동을 따라 하라는 것이었다. 아드리안은 그 손등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캐서린은 잘하고 있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아드리안은 그녀의 손등에 있는 틸론의 문양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러자 아드리안의 오른쪽 손등에서 푸른색 빛으로 만들어진 숫자가 ‘15틸론’이라고 공중에 잠시 표시된 후, 스르륵 사라졌다.

첫 거래였다.

아드리안이 신기하다는 듯이 문양을 바라보고 있자, 캐서린이 말했다.

“됐지?”

한스에게 한 말이었다. 친구는 친구, 거래는 거래. 바사미엘 아카데미에서의 모든 호의는 틸론으로.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캐서린의 의도를 그제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입생들도 돈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었고, 한스가 불쌍하다고 무료로 그의 도움을 제공하면 이후 후배들이 돈 관리도 못 하는 멍청이가 될지도 몰랐다.

“좋아.”

한스는 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아드리안과 미하일을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

“지금부터, 한 사람을 소개해 줄 때마다 5틸론씩 받을게!”

현재 아드리안이 가진 것은 15틸론, 미하일이 가진 것이 10틸론이니 합쳐도 25틸론이었다. 골드 드래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하일을 바라보았다. 왕자는 가만히 있는 것이 나았다. 드래곤은 우선 옆으로 팔을 뻗어 왕자가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막았다.

“뭐야.”라고 미하일이 불만을 말하는 것을 무시하며, 아드리안은 무척이나 속상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5틸론……? 선배님.”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5틸론이면 제 전 재산의 거의 절반인데요.”

저 말투는 뭐지? 미하일은 처음 들어보는 아드리안의 사근사근한 말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 이쪽에 유리한 기세라 그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토할 것 같다는 표정을 한스에게 보이지 않게 했다.

“아…… 나도 5틸론이라고 말한 뒤에 너무 비싼 것 아닌가 고민했어.”

한스가 미끼를 덥썩 물었다. 캐서린은 자신의 정 많은 친구를 바라보며 ‘너 이 자식…… 집안에 돈이 많아서 다행이지.’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녀는 거래를 하라고 했지, 거래의 금액까지 정해 줄 생각은 없었다. 한스는 자신이 신입생들의 돈 관리 교육에 동참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캐서린은 한스에게 거래를 알려 주고 있었다. 예술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스는 굶어 죽기에 딱 좋을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네, 조금 깎아 주세요.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놀랐습니다.”

아드리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자 아름다운 금발이 촤르륵 움직였다. 햇볕을 받아 그의 금발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미하일은 놈의 가증스러운 표정에 침묵했다. 거래에서 조금이라도 말을 아끼는 팀이 이길 확률이 크다는 것 정도는 왕자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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