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9화-완결
“의지가 곧 힘이 되는 세계라니. 환상적이잖아.”
주먹에 묵직한 손맛이 느껴진다. 싶더니. 이내 후두둑 떨어진 싯누런 이와 흩날리는 시뻘건 핏물이 시커먼 무의 공간을 아름답게 채색했다.
입가에서 누런색과 뻘건색의 무언가를 흩뿌리며, 휘청 균형을 잃은 인과율의 멱살을 재빨리 잡아챈 나는 그대로 놈을 확 끌어당겨 그대로 이마로 일그러진 면상을 들이받았다.
-빠각!
【…크학!】
눈앞에서 별이 번쩍이는 느낌과 함께, 인과율의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억겁의 세월 동안 세상의 섭리를 조율해온 절대자의 시뻘건 핏물이 내 이마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모두를 버러지라 평하며,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라 추켜세웠던 놈의 피치고는 다른 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너무도 평범한 색이었다.
【이, 이럴 순 없다! 티끌만도 못한 세월을 살아온 네놈이 이 몸의 의지를 압도할 수는….】
“그야 살아온 세월의 무게 자체가 다르니까. 안타깝게도 나는 단 한 순간도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았거든.”
【…웃기지 마라!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영겁의 세월 동안 고독을 곱씹어왔던 존재가 바로 나다!】
비척거리며 물러선 인과율의 입에서 짐승과도 같은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내게 계속해서 얻어맞느라 완전히 흩어졌던 놈의 의지가 다시 꿈틀거리며 모여들었다.
다시 의지를 세운 인과율이 까드득 이를 깨물곤 내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왔다.
“아, 그러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세상을 제멋대로 주물렀던 이가 누구였더라?”
-뿌각!
인과율이 휘두른 주먹을 주먹으로 맞받아치자.
놈의 주먹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 아니 아예 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절대자였던 이의 뼈와 살점이 주먹째로 으스러지며, 또다시 시뻘건 피를 처연하게 흩뿌렸다.
【크아아악!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멋대로 흘러가는 시간의 수레바퀴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예정된 파멸이 찾아온단 말이다!】
“어떤 것이든 정체되면 그 자리에서 썩어가는 법이다. 때문에, 예정된 파멸을 방지하기 위해. 세상은 네놈의 자리를 이어받을 존재들을 계속해서 안배한 것이지. 네놈은 그 알량한 절대자의 권리를 놓기 싫어 계승자들을 잔인하게 학살해 온 것뿐이고.”
-콰아아앙!
이제야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인과율의 헛소리를 비웃음으로 일축한 나는, 힘없이 휘청거리는 놈의 다리를 힘껏 걷어찼다.
힘껏 젖혀졌다 쏘아진 다리가 인과율의 정강이뼈를 그대로 부수며, 폭음을 빚어냈다.
놈의 평범하게 초라한 육신이 다리가 바스러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위대하신 절대자님의 고귀한 몸뚱이가 비참하게 부들거리며, 바닥을 벅벅 기었다.
“이곳이 개인의 의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의지의 우주라고 그랬지? 그렇다는 것은 즉, 네놈의 의지를 꺾어버리면 네 존재도 의미가 없어지는 거겠지?”
인과율이 내게 그랬듯 쪼그려 앉은 채로 놈과 눈을 맞춘 나는 하얗게 웃으며 놈에게 물었다.
한때 절대자였던 이의 눈이 불안하게 부르르 떨렸다. 안색이 점점 새하얗게 탈색되어갔다.
“네가 버러지라고 비웃었던 이가 만들어 낸 허무의 공간 속에서, 나는 하루에 삼백 하고도 여든일곱 번이나 정신이 통째로 부서졌다 수복하는 것을 반복했지. 좀 후유증이 남긴 했지만, 나중엔 일천 번 언저리까지 거뜬히 버틸 수 있더라고.”
-콰악!
히죽 웃으며 인과율에게 다가간 나는 놈의 머리채를 그대로 홱 잡아채며 속삭였다.
“명색이 ‘절대자’셨던 분이시니까. 필멸의 굴레를 벗지 못했던 시절의 나보다야 당연히 오래 버티시겠지? 우리 둘이서 오붓하게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느긋이 풀어내 보자구.”
【네, 네놈….】
-짜아아악!
두 눈을 불안하게 흔들면서도 이쪽을 노려보는 인과율에게 생긋 웃어준 나는 그대로 반대쪽 손을 들어 놈의 따귀를 맛깔나게 후려쳤다.
“우선 영 좋지 않은 언어습관부터 제대로 교정해보자고. 자고로 예로부터 존댓말을 강제로 학습시키기엔 이게 제일이라더라.”
-짜악! 짜악! 짜아아악!
손바닥이 정신없이 좌우로 왕복할 때마다, 그에 비례하여 인과율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퉁퉁 부어올랐다.
퉁퉁 불어터진 물만두와 비슷한 형상이 된 놈의 얼굴에서 고통 어린 신음이 바람 빠지듯 흘러나왔다.
“이제야 좀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오네. 아직은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어. 아직 갈 길이 머니까.”
******
-빠그작!
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바닥에 축 늘어진 인과율에게선 더 이상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
정신없이 부르르 떨리던 몸뚱이도, 알 수 없는 신음을 내뱉던 입도.
완전한 침묵을 유지한 채, 음울한 정적 속에 푹 잠겨 있었다.
놈의 움직임이 멎은 것을 확인한 나는 손사래를 치며, 주먹에 묻은 오물을 가볍게 털어냈다.
“…이백 하고도 마흔 번. 생각했던 것보단 의지가 약한 친구일세.”
인과율의 의지가 완전히 꺾인 것은 놈의 몸뚱이가 240번 정도 부서진 뒤였다.
저항할 수 없는 절망과 항거할 수 없는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었던 놈의 정신은 마지막으로 복부에 주먹이 틀어박히는 것과 동시에 완전히 꺾여버렸다.
-파스스스스.
움직임이 멎어버린 인과율의 육신이 시커먼 재가 되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꺾인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잔뜩 일그러진 얼굴까지 의지가 완전히 부서져 버린 육신이 시커먼 재가 되어 허무하게 흩날렸다.
한때 세상을 조율했던 절대자의 마지막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겼나…?”
인과율이 완전히 무로 돌아간 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한하게 넓은 의지의 우주엔 나 이외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주저앉은 채로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그저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후우우우.”
싸움에서 이겼다는 승리감,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 시커먼 우주에 홀로 남겨졌다는 허망함 등 다양한 감정을 품은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싸움이 끝나고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어둠 속에서 남아있는 것은 오직 ‘나’라는 존재뿐이었다.
“인과율의 자리를 계승했으니. 이제 놈이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받아야 하는 건가?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군.”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함과 동시에, 머릿속에 당연하다는 듯 그에 대한 답변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계승’이라는 말에 걸맞게, 인과율의 소멸과 함께 놈이 알고 있었던 지식과 권능들이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으로 이식되었다.
-화아아악!
불완전하게나마 유지되고 있었던 필멸의 허울이 조각조각 부서지며. 절대성을 머금었다.
새로운 질서를 잉태했던 그릇이 완전히 개화하며, 그 안에 봉인된 절대적인 힘이 내 존재를 가득 채웠다.
“이대로 새로운 우주를 빚어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도움을 준 이들을 외면해서야. 언젠가는 놈과 똑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겠지.”
나와 함께했던 이들을 머리에 떠올린 난 빙그레 웃은 채로, 손바닥을 자애롭게 휘둘렀다.
완전한 무(無)로 돌아갔던 우주가 내 손바닥의 움직임을 따라, 다시 창조되기 시작했다.
-차르르륵!
춤추듯 움직이는 손바닥을 따라, 별들의 무리가 다시 그려졌다.
손바닥의 궤적을 따라 생겨난 별들이 아름다운 빛을 흩뿌리며, 허무의 우주를 다채롭게 채색했다.
어둠만이 가득했던 허무의 우주가 다시 한번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의 바다가 되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성좌’라 불렸던 이들이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임자와는 달리, 너희들을 불합리한 굴레로 옭아매진 않겠다만. 그래도 내 일을 좀 도와주셔야겠어. 혼자서 세상을 관리하기엔 너무 외로울 것 같거든.】
절대성을 머금은 내 목소리가 다시 창조된 성좌들에게 닿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자신의 몸뚱이를 바라보던 성좌들의 눈에 기쁨의 빛이 감돌았다.
빙그레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확인한 성좌들은 즉시, 내 의지에 따라 우주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축하하네. 자네가. 아, 아니. 당신이? 으으….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한때 나를 후원해준 성좌이자, 인과율과의 싸움에서 다른 성좌들을 독려해 앞장섰던 성좌들은 내 옆을 지나가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밝게 웃었다.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어버린 통에, 그들의 몸짓엔 어색함이 담겨 있었지만. 그들의 별과 빛으로 이뤄진 얼굴엔 기쁨의 빛이 아름답게 어룽거리고 있었다.
【뭘요. 여기까지 오기까지 여러분의 도움도 적지 않았는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부탁합니다. 앞으로 이 새로운 세상을 같이 잘 운영해 보자구요.】
성좌들의 인사에 미소로 답한 나는 손을 흔들어, 그들을 배웅해주었다.
기쁜 듯 별과 빛으로 이뤄진 몸을 흔들어 아름다운 은하수를 그려낸 성좌들은 내 의지에 따라, 무로 돌아간 세상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죽은 이들을 살리는 것이 금지된 모양이지만. 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권한을 남용해 보겠어.】
성좌들을 떠나보낸 나는 수없이 많은 별 사이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는 행성, 지구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만들어진 탓에 생명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별을 흐뭇하게 바라본 나는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며, 서서히 의지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앗!
따스하면서도 거대한 힘이 지구를 밝게 비추자, 우주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생명의 포근한 기운이 지구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
“…그래서 세상을 이렇게 다시 빚어냈다. 이겁니다.”
내가 다시 창조해낸 세상은 언제 멸망했냐는 듯,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적절히 망가졌으면서도 적절하게 아름다운 시가지의 카페에 모인 이들에게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꿈이…. 아니었다고요? 저 진짜로 죽었다 살아난 거예요?”
“네, 뭐랬더라…. 쌍문동 성난 친칠라였나? 꽤 인상적인 별명이었어요. 우리 매니저님에게 그런 면이 있었을 줄이야.”
멍하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신지현의 입에서 빨대가 힘없이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원래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부활한 모양인지, 내 입에서 자신이 외쳤던 민망한 별명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시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으, 으아아아! 치, 치료제! 이럴 땐 치료제가 필요해! …크학!”
내가 너무나 원본 그대로 잘 되살린 모양인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 신지현은 자신의 핸드백을 뒤져 커다란 위스키를 한 병 꺼내더니, 그것을 병째로 단숨에 들이켰다.
안타깝게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알코올이 선사해주는 정신적인 마취가 아닌, 격렬한 거부반응이었지만.
“신체를 다시 재구성할 때 보니까. 매니저님 간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지 한참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기왕 살려드리는 김에 서비스로 취향을 살짝 바꿔드렸죠. 앞으로는 그런 거에 의지하지 마세요. 건강 나빠지니까.”
“뭐, 뭐라고요?! 아, 안돼! 아직 집에 비장의 콜렉션이…. 으아아아! 아직 못 먹어본 술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렇게 낄낄거리며 신지현의 반응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태백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럼 자네가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건가?”
“뭐, 그렇겠죠. 멸망한 세상도 다시 빚어냈고. 이렇게 죽은 이들도 다시 되살려냈으니까요.”
죽은 이들을 살리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였지만.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이들을 위해, 한 번쯤 금기를 어기는 것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일이었다.
기왕 금기를 어기는 김에, 나는 화끈하게 내가 회귀한 뒤로 인과율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던 이들을 모두 되살려버린 상태였다.
덕분에 되살아난 강태백의 옆엔 이미 목숨을 잃었던 이중환이 그와 비슷하게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를 되살려 준 것은 고마운 일이네만. 죽었던 이들이 한꺼번에 다시 살아난 상황이니만큼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걸세.”
“괜찮아요. 어차피 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모두, 적절하게 기억이 왜곡될 테니까.”
지금 이 자리는 어디까지나, 필멸의 세계에서 떠나기 전에 내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절대자로 등극해버린 내가, 필멸자들의 세계에 이 이상 간섭하는 것은 세상이 섭리를 어지럽히는 짓이었으니까.
죽은 이들을 모조리 되살린 시점에서 내가 짊어져야 할 대가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뭐라고요?! 기억이 없어진다고요? 그게 정말이에요? 아, 안돼 그럴 순 없어요! 제가 용호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 중얼거림을 들은 이세영은 눈을 크게 뜨더니, 비명을 내질렀다.
“뭐, 원하신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불멸의 세계로 같이 따라오셔도 말리지는 않을게요. 여러분들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인과율이 그랬듯, 평범한 이들을 성좌로 만드는 것쯤은 내겐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인과율과의 전투에서 크게 활약했으니만큼. 이세영을 포함한 이들을 성좌로 만다는 것은 명분 측면에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싸부님! 언니랑 저는 싸부님을 평생 따라겠어요!”
“…뭐, 뭐? 혜, 혜옥아 그렇게 멋대로 하면….”
“그래서 언니는 싫어? 언제는 언젠가 싸부님에게 고백할 생각이었다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혜옥은 당당히 내쪽으로 다가와 내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쑥스럽게 얼굴을 붉힌 채, 망설이던 김혜연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의 뒤를 따라 내 팔을 붙잡았다.
…굳이 이렇게 팔을 붙잡을 필요까진 없는데 말이지.
“술을 못마신다니! 세상에 더 미련이 없어졌어요! 저도 따라가야죠.”
“당연히 저도 따라가겠어요! 용호 씨 옆엔 제가 있어야 하니까!”
더는 술을 못 마시게 된 신지현도 그렇지 않아도 내게 집착하던 이세영도 두 자매의 뒤를 따라 내 옆에 섰다.
“…성좌들과 승부할 수 있다니. 따라가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내겐 아버지의 뒤를 이을 의무가 있으니까.”
그녀들을 부러운 듯 바라본 양소혜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팔짱을 낀 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다면…. 자네가 떠난 뒤.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건가? 다시 우리는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건가?”
“게이트는 계속해서 출몰하겠지만. 예전만큼 악의적이지는 않을 겁니다. 인과율 그놈이 못난 짓을 저지르긴 했지만. ‘게이트’로 여러분을 단련시킨다는 아이디어 하나는 괜찮았거든요.”
“…단련시킨다고?”
“네, 언젠가 다가올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선. 이 세계 자체가 강해져야하니까요.”
인과율이 말한 ‘파멸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게이트와 몬스터는 존재해야만 했다.
성좌들과 내가 아무리 열심히 그것을 막아낸다고 할지언정,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약해서는 그때의 고통을 감내해낼 수 없을 테니까.
“그때까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카페에 모인 헌터들에게 인사를 건넨 나는 나를 따르는 이들을 이끌고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애송이…. 정말 네놈이 절대자의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게냐?]
위철용은 놀랍게도 성좌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
배후령이 되어, 평생 내 곁에 남을 것을 선언한 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와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미숙하겠죠. 그래서 어르신과 여기 이들을 받아들인거구요.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어떤 미래든 막아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동안 <그 헌터 잘생겼다!> 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