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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308화 (308/309)

제308화

…근원까지 전부 다 짜낸 일격이라고?

말 그대로 인과율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이 다른 공격을 준비한 듯했다.

주변을 어둑하게 물들인 회색빛 구름의 색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놈의 육신이 줄어들었다.

행성과 별들의 무리로 이뤄진 몸뚱이가 서서히 흩어지며, 회색빛 구름 속으로 흡수되었다.

【얽히고설킨 인과 속에서 네놈들이 존재했다는 흔적 그 자체를 지워주마!】

인과율의 입에서 광기가 가득한 포효가 불길하게 터져 나왔다.

우주 전체를 암회색으로 물들인 회색빛 구름에서 시커먼 전하가 불길하게 으르렁거렸다.

-꽈르르르릉!

세상이 부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수만, 수억, 수조의 시커먼 번개가 새하얀 모래밭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젠장.

시커먼 번개가 새하얀 모래밭을 어둡게 물들이려던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남아 있는 신력을 밑바닥에서부터 박박 긁어내어, 모조리 어둠달에 때려 부었다.

-쩌적! 쩌저적!

그동안의 격전으로 한계에 도달해있던 어둠달이 신력을 머금고 조금씩 조금씩 부서져 갔다.

부서지는 어둠달의 조각과 조각이 황금빛 신력을 반사하며 처연하게 금빛으로 반짝였다.

신력을 한계치까지 게걸스럽게 빨아들인 검은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불길하게 두근거렸다.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라앗!”

-파차아앙!

어둠달이 산산이 부서지며, 황금빛 신력을 잔뜩 머금은 검은 심장이 발사되었다.

금빛으로 물들어버린 검은 심장은 시커먼 번개의 폭풍 한복판으로 단숨에 파고 들어갔다.

-두-근!

사방을 어둡게 물들였던 시커먼 번개의 폭풍 사이에서 황금빛 태양이 떠올랐다.

황금빛으로 물든 검은 심장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듯 세차게 박동했다.

신력을 머금은 검은 심장은 내 마지막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며, 시커먼 번개들을 모조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모두! 검은 심장에 공격을 집중해 주십쇼!”

검은 심장이 번개들을 모조리 빨아들이자.

느릿하게 흘러가던 시간이 원래대로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 시간 속에서 내 외침을 들은 위철용과 성좌들, 그리고 용맹한 이들의 영혼이 내 지시에 따라 허공에 둥실 떠올라 있는 검은 심장에 공격을 집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성좌들의 권능이 담긴 공격들이 천지를 격동시키며, 검은 심장에 계속해서 작렬했다.

위철용과 나머지 두 배후령의 힘이 집약된 핏빛 구체가 검은 심장을 붉게 물들였다.

악을 쓰며 마지막 힘을 짜낸 영혼들의 공격이 검은 심장에 연속으로 틀어박혔다.

“근원까지 짜내느라 고생하셨어. 답례로 이쪽에서도 모두의 힘이 담긴 마지막 선물을 맛보여주지!”

인과율이 자신의 근원까지 희생하며, 지금의 공격을 준비한 것처럼.

나 역시, 모든 것을 희생해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쿠오오오오!

온몸에서 전해져오는 본능적인 경고를 무시하며, 모든 신력을 끌어모았다.

내 영혼에 박힌 낙오자들의 별자리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마지막으로 신력을 제공해주었다.

헌터로서 내 근원을 이루던 위철용의 특성 트리마저, 파스스 흩어지며, 내게 뜨거운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몸이, 아니 영혼까지 모조리 불타오를 듯한 고통을 꾹 억누른 나는 모든 것을 주먹에 쏟아부은 뒤.

모두의 공격을 흡수한 검은 심장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빠아아아아앙!

소리를 찢어내는 굉음과 함께, 모두의 힘을 품은 검은 심장이 인과율을 향해 쏘아졌다.

총알처럼 쏘아진 검은 심장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이 통째로 나선형으로 뒤틀렸다.

우주 전체를 나선형으로 꼬아버린 검은 심장이 태양처럼 따스한 빛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래! 좋다! 어차피 이번의 격돌로 길었던 승부에 종지부가 찍히겠지!】

-쿠르릉! 쿠르르릉!

해와 달로 이뤄진 인과율의 두 눈이 광기를 귀화처럼 불태우며, 산산이 부서졌다.

인간 크기로 줄어들었던 놈의 육신이 완전히 부스러지며 암회색 구름과 완전히 일체화됐다.

곳곳에서 시커먼 전하가 으르렁거리는 암회색 먹구름이 이 우주를 완전히 어둡게 물들였다.

【사라져라!】

“그쪽이야 말로!”

-파차차차창!

황금빛으로 빛나는 검은 심장과 암울하게 물든 암회색 구름이 허공에서 맞부딪히자.

마치 유리가 깨어져 나가는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더니, 황금빛으로 달아올랐던 검은 심장이 산산이 부서지며 순식간에 암회색 구름을 집어삼켰다.

힘과 힘의 충돌에 세상 전체가 황금색과 암회색으로 번쩍 물들며, 태극문양을 이루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황과 흑의 태극문양은 쉴새 없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서로를 계속해서 물어뜯었다.

그렇게 맹렬하게 회전하는 태극문양이 새하얀 빛을 토해낸 순간!

-…!!!

…눈이 부신 섬광 속에서 잠시동안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찰나를 찰나로 쪼갠 시간, 모든 것이 정지되어버린 그 시간에서 약간의 이변이 일어났다.

끊임없이 대립하던 기운이 어느 순간 갑자기 서로 합쳐지려는 듯 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두 개의 기운이 합쳐지자마자 하늘이, 아니 우주 전체가 반으로 쪼개지는 것처럼 보이는 빛줄기가 우주 전체를 밝게 물들였다.

“…!”

우주 전체를 밝게 물들인 빛줄기가 어느 순간 두 개로 나뉘더니.

유난히 밝은 광채를 흩뿌린 한쪽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한 우주 너머로 사라졌다.

다른 쪽으로 나뉜 빛줄기는 새하얀 모래밭을 그대로 강타하며, 거대한 굉음을 빚어냈다.

-콰아아앙!

세상을 밝게 물들인 빛의 향연과 귀청을 찢어버릴 듯한 폭음 속에서, 새하얀 모래가 해일처럼 높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은 모래의 폭풍에 나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다가올 충격을 대비했다.

-우르릉! 쿠르르릉!

아무래도 조금 전 바닥을 강타한 빛의 여파인 듯했다.

지축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 속에서, 새하얀 모래의 바다에 거대한 구멍이 블랙홀처럼 입을 쩌억 벌렸다.

은하 전체를 가공해 만들었던 콜로세움이 분쇄된 모래들이 시커먼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니, 자세히 보니 모래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가 시커먼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끝이 다가오나 봐요. 싸부님! 그 못난 놈에게 제대로 지지마시라구욧!》

「…그래 아무래도. 결착의 순간이 다가오는 모양이로군. …부탁하네.」

나를 응원하며 모래의 바다에 서 있던 영혼들도

근엄하게 나와 인과율의 마지막 격돌을 관망하는 성좌들도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시커먼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본능적으로 이 기이한 현상의 의미를 깨달은 모양인지, 그들은 내게 격려의 말을 건네더니.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않은 채, 시커먼 구멍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둔한 애송이 네놈이라도.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아리라 믿는다. 부디. 다시는 그 빌어먹을 방구석 외톨이가 세상의 섭리에 관여하게 두도록 하지 마라.”

주변을 바라보며 해탈한 미소를 지은 위철용도 내게 격려의 미소를 남긴 채, 미처 답할 새도 없이 시커먼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모습을 감춘 위철용을 마지막으로 우주 전체가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렇게.

세상은 완전히 무(無)로 돌아가 버렸다.

*****

【…네놈을 상대로 여기까지 올 줄이야.】

그렇게 찾아온 완전한 무의 세계에서, 어쩐지 지쳐버린 인과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째선지 모습을 드러낸 채, 허탈하게 뇌까리는 놈의 모습은 별과 행성으로 이뤄진, 초현실적인 외형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평범한 인간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 되어버린 인과율은 한숨을 푸욱 내쉰채.

시커먼 무의 공간에서 내 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네 작은 뇌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빚어왔던 육신이었다. 설마 하찮은 계승자 따위에게 공들인 작품을 잃어버릴 줄은 몰랐군.】

“…조금 전에 우주 공간 너머로 사라진 빛이 그쪽의 육신이었나 보군. 언제는 전력을 다했다더니. 그 역시 거짓된 기만이었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모든 힘을 다 쏟아낸 덕분에, 지금의 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신력은 이미 내 몸에서 사라져버린 상태였고 내력과 마력, 차크라 등 다른 헌터들이 사용하는 힘조차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에 반면, 인간의 육신으로 화한 인과율은 조금 지친 것 외엔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애석하게도. 진실이었다. 그 공들인 육신이 사라져버렸기에. 이 몸 또한 네놈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상태거든.】

인과율의 손이 순간적으로 활짝 펼쳐졌다.

놈의 손아귀에선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감히 항거할 수 없는 강렬한 의지가 유형화된 채, 내 몸을 덮쳐왔다.

【하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 의지의 우주. 신력, 마력, 내력, 차크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힘들마저 사라진 채, 오로지 ‘의지’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는 곳이지.】

“크으으윽.”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내 몸을 구속한 것 같았다.

항거할 수 없는 힘으로 인해, 몸뚱이가 저절로 놈에게 복종하듯 비굴하게 굽혀졌다.

【묻겠다. 너는 몇 년이나 살았지? 회귀까지 포함해서 30년 남짓인가?】

인과율은 여유롭게 미소를 띤 채, 내게 다가왔다.

몸과 의식을 동시에 짓누르는 막강한 압력 속에서 놈이 다가오는 소리가 뚜벅뚜벅 암울하게 들려왔다.

【30년 남짓한 세월만으로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인 건 대단한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살아온 세월이 격이 다르니 만큼, 네놈과 나 사이엔 의지의 격이 다르지.】

능글맞게 중얼거리는 인과율의 웃음소리에 나는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여유롭게 다가와 쪼그려 앉은 채, 나와 시선을 맞춘 인과율은 히죽 웃으며 내게 속삭였다.

【네놈과 네놈을 후원해줬던 버러지들이 존재했던 시간을 다 합쳐도. 이 몸에겐 찰나나 다름없는 시간이니까.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여기선 네 티끌만 한 의지 따윈 이 몸에게 상대조차…. 크악!】

“…거 참 말 많네. 오래 산 게 벼슬인가?”

인과율의 얼굴에 재수 없는 미소가 계속해서 떠오르자. 나는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놈의 얼굴을 강타했다.

힘껏 휘두른 주먹이 얼굴 사이로 파고들자, 뭔가 부서지는 느낌과 함께 뜨끈한 촉감이 주먹을 간질였다.

【…우, 움직인다고? 수천, 수억, 수조! 아니 인간의 하찮은 숫자로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의지를 담아 네놈을 구속했는데!】

“그래? 요령을 알게 되니까. 그렇게까지 무겁게 느껴지진 않던데? 애초에…. 오래 살면 뭐해? 방구석에 틀어박혀 음험하게 쳐 웃기만 하던 새끼가. 뭐가 대단하다고.”

인과율에겐 굉장히 안타까운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의지’가 무기가 되는 세계는 이미 질리도록 겪어본 지 오래였다.

위철용이 심상세계에서 나를 굴렸던 것에 비하면, 인과율의 하찮은 의지 따윈. 골방 늙은이의 시답지 않은 심술에 불과했다.

-우두둑!

“그러니까. 요컨대 의지가 무기가 되는 세계로 나를 초대하셨다. 이거지? 정말이지 놀라운 선택을 하셨네. 나는 아주 자신 있거든.”

경악한 표정의 인과율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나는 손가락을 우두둑 꺾어, 투지를 불태웠다.

놈이 그렇게 강조한 ‘의지’가 놀라운 힘이 되어, 육신을 한계치까지 회복시켰다.

당장이라도 인과율이란 허접한 고집쟁이 따윈 맨손으로 찢어버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붙어보자. 마무리는 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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