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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88화 (288/309)

제288화

황금빛 신력을 품고 광포하게 날뛰던 금빛 용이 허공으로 흩어지자.

무언가가 부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파편들이 요란하게 흩날리기 시작했다.

-파스스스.

불온한 마력을 흩뿌리며, 만물의 섭리를 뒤틀던 『검은 태양』이 내 손에 소멸해버렸기에.

광룡광림에 노출된 마족들의 부스러진 육신은 먼젓번처럼 그리 간단하게 재생되지 않았다.

여름날의 강렬한 햇빛에 허무하게 사그라지는 그림자처럼, 그들의 시커먼 육신은 황금빛 속에서 파스스 흩어져갔다.

《아, 안돼…. 숙원이 이뤄질 순간이 바로 코 앞이었거늘. 워, 원통하다.》

《끄어어어…. 이럴 수가. 검은 태양이…. 만물을 어둡게 굽어살피는 어둠의 권능이….》

그렇게 원통한 단말마만을 남긴 채, 마족들의 육신이 완전히 흩어지자.

나는 황금빛 신력을 사방으로 퍼뜨려, 그들의 일그러진 영혼들을 부드럽게 보듬어주었다.

원통함을 품고 일그러진 마족들의 영혼이 금빛 광채 속에서 편안한 안식을 되찾고, 하나둘씩 한과 업의 응어리를 남긴 채 성불해갔다.

“후우…. 이것으로 힘의 균형이 다시 역전되었겠지?”

마족들이 성좌들의 분신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검은 태양』 덕분이었다.

만물의 섭리를 뒤틀던 사악한 술법이 깨져버린 지금, 마족들은 더는 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가볍게 어둠달을 휘둘러, 들러붙은 육편 조각을 털어낸 나는 내가 행했던 파괴의 흔적을 만족스럽게 둘러보며 마족들이 남긴 한과 업의 응어리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크아아아앙!

어디선가 세상 전체를 불온하게 뒤흔드는 뒤틀린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포효 속에 잠재된 압도적인 힘에 의해, 대지가 지진이라도 난 듯 우르릉 흔들렸다.

포효 속의 사악한 기운을 감내하지 못한 하늘이 순간적으로 검붉게 물들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양쪽의 팽팽해야. 보는 재미가 있는 법이지. 자네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면. 이쪽에서도 균형을 맞춰 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세상을 뒤흔든 포효에 이어, 나른하면서도 비웃음을 머금은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려왔다.

인과율 특유의 오만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오자, 성좌들의 분신들이 하나둘씩 움직임을 뚝 멎었다.

「바, 방금 그 목소리는 그, 그분의 목소리가 아닌가!」

「맙소사…. 어째서 그분께서 직접 전장에….」

설마하니, 인과율이라는 존재가 직접 전장에 개입할 줄은 미처 상상조차 못한 모양인지.

분신들의 별과 빛으로 이뤄진 육신이 공포의 감정을 품고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오색찬란하게 빛나던 별들이 대번에 빛을 잃고 허옇게 탈색되었다. 별가루를 흩날리며 용맹하게 휘둘러지던 무기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크허엉!

역병처럼 퍼져나가는 공포가 진득하게 섞인 혼돈 속에서 또다시 흉포한 포효가 울려퍼졌다.

꿈틀거리는 어둠 속에서 유형화된 절망이 시뻘건 안광을 뿜어내며,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하아악! 아아아아악!》

《끼이이익! 끼야아아악!》

…빌어먹을.

이들이 바로, 크리슈나가 말했던 찬탈의 전쟁에서 패배한 선대 계승자. ‘패배자’들인가 보군.

어둠을 찢어 발기며, 음습할 절망처럼 천천히 기어나온 ‘패배자’들의 모습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만큼 끔찍했다.

살가죽이 모조리 벗겨져 나간 채, 시뻘건 피를 뚝뚝 흘러내리는 얼굴엔 녹슨 못이 촘촘히 박혀 있었고, 두 눈이 강제로 파내진 구멍에선 검붉은 피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제로 벌려진 채, 고정된 입에선 끝없는 절망에 절어있는 비참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뒤틀리고 으깨진 육신은 각종 고문기구와 완전히 융합되어, 그들의 끝없는 고통을 또다른 희생자들에게 기꺼이 나눠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저건! 마, 말도 안돼! 어째서 필멸의 육신에서 인#$의 기운이…!」

「패배자…. 찬탈의 전쟁에서 패배한 ‘계승자’의 비참한 말로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니.」

패배자들이 음울한 비명을 토해내며, 천천히 몸을 움직이자.

고문기구와 융합된 그들의 육신에서 어마어마한 적의가 끈적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증오와 악의, 고통으로 점칠된 흉악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성좌들의 분신들마저 공포에 질릴 정도였다.

《끼야아아악!》

나와 성좌들의 분신들을 발견하자, 패배자들의 입에서 굶주린 맹수가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포효가 터져나왔다.

파내어진 눈에서 시뻘건 귀화가 타오르며, 끈적거리는 살기와 광폭한 파괴 욕구를 머금었다.

-키이이이잉!

패배자들의 오른손과 융합된 톱날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불꽃을 흩뿌렸다.

끈적한 핏덩어리를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육신에서 부서진 별자리들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부서진 별자리에서 원한과 증오, 고통에 가득찬 신력이 처연하게 흘러나왔다.

【이들은 자네의 ‘선배’일세. 이런 곳에서 사용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네만. 부디 즐거운 만남이 되길 기원하도록 하겟네.】

“평소에 과묵하게 컨셉질하던 양반께서. 오늘은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기실까? 뭔가 후달리는게 있으신가봐?”

【…뭐?】

음험하게 웃은 인과율은 나를 도발하기 위해, 비웃음 섞인 조롱을 내뱉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싸구려 도발 따위에 가만히 넘어가줄 내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 탓에 움찔한 탓인지, 순간적으로 인과율의 목소리가 멈칫했다.

“잔말 말고 목이나 닦고 기다리고 있어 새끼야. 방구석 은둔형 외톨이처럼 관음질만 일삼던 새끼가 어디서 같잖게 도발질이야?”

【…호오. 먼젓번과는 다르게 제법 강단이 생긴 모양이로군. 확실히 자네는 다른 얼치기들에 비해, 흥미로운 구석이 있어.】

인과율은 내 직설적인 욕설에 오히려 흥미를 느낀 탓인지, 껄껄 웃어댔다.

놈의 웃음 소리에 감응한 것인지, 흉측한 귀곡성을 토해내던 패배자들의 눈이 붉은 유리알처럼 번들거렸다.

짐승의 그것과 같은 노릿하면서도 역겨운 체취가 놈들의 육신에서 물씬 풍겨왔다.

【자네의 방문을 즐거이 기다리도록하지. 물론, 먼저 자네의 ‘선배’들에게서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아니, 오늘따라 왜 그리 혓바닥이 긴지 모르겠네? 후달리시나봐?”

-까딱.

나는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고 이죽거림을 이어가는 인과율의 말을 중간에 뚝 끊은 뒤.

놈에게 욕설과 함께, 도발하듯 손을 까닥거렸다.

“그 장난감 새끼들로 뭔 짓을 하든 보란 듯이 부숴줄테니까. 덤벼봐. 쫄보 새꺄.”

《끼야아아아악!》

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도발에 넘어간 것일까?

내 도발섞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패배자들이 광포한 소리를 내지르며 손에 틀어박힌 톱을 휘둘러 왔다.

-키이이잉!

고문으로 인해, 뒤틀린 육신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할 속도였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시야에서 사라진 패배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눈앞에 나타났다.

번개처럼 휘둘러진 놈들의 톱날 속에서 검붉게 번들거리는 신력이 흉포하게 흘러나왔다.

“말 끝나기도 전에 공격하다니. 어지간히 말빨이 후달리시나봐? 찌질하게시리.”

하지만 나는 패배자들의 기습적인 공격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검붉은 신력이 흉측하게 번들거리는 톱날이 내 몸을 유린하려 들자.

나는 그것을 피하는 대신, 여유롭게 이죽거리며 오히려 톱날을 향해 몸을 내밀었다.

-까드드득!

황금빛 신력이 내 몸에 퍼져나가며, 어느 한 낙오자의 힘과 권능을 재현하자.

삽시간에 변이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힘이 몸에 깃드는 것과 동시에 폭발하듯 근육이 불쑥 자라났다.

신력이 깃든 몸에는 짐승의 그것과 같은 황금빛 가죽이 외골격처럼 비죽 자라났다.

회색빛 가죽에 닿은 패배자들의 톱날이 허무하게 으스러졌다.

광포하게 휘몰아치는 검붉은 신력이, 온화한 황금빛 신력과 만나 허무하게 흩어졌다.

“다른 이들을 배신하고 순순히 패배를 받아들인 대가가 고작 그건가? 웬 찌질이놈의 악취미를 충족시켜주는 것 따위가 댁들이 그렇게 원하던 말로였어? ‘선배’님들.”

내 몸속에 폭발하듯 퍼져나간 가네샤의 힘과 권능은 내게 어마어마한 괴력을 선사해주었다.

김혜옥이 부럽지 않을만큼 거대한 근육에 뒤덮인 나는 목을 우두둑 꺾으며, 패배자들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크리슈나의 기억에 의하면, 이 ‘패배자’란 족속들은 단순히 찬탈의 전쟁에서 패배한 ‘그릇’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과율의 공포에 굴복해. 그들을 믿고 후원해줬던 성좌들과 그들을 믿고 따랐던 이들을 모조리 배반한 쓰레기들이었다.

때문에, 놈들을 상대하는 내 손속엔 자비라는 감정이 전혀 없었다.

《끼야아아악!》

-콰아아앙!

내 연민어린 시선에 부담을 느꼈는지, 움찔 몸을 떤 패배자들은 발악하듯 땅을 박찼다.

한때 계승자였다는 그들의 위명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패배자의 몸놀림은 지금까지 상대해 온 어떤 이들보다 더 빠르고, 더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그 위협적인 몸놀림도 압도적인 힘의 격차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카가가가각!

《…!》

검붉은 신력을 흩날리며, 폭발하듯 쇄도해온 톱날이 이 불끈거리는 근육에 가로막혔다.

회전하는 톱날과 불끈거리는 근육이 거칠게 맞붙으며, 쇳소리와 불꽃을 연달아 토해냈다.

“아무리 고문과 고통에 미쳐있다지만. 고작 톱날 휘두르는게 끝인가? 좀 더 실력을 보여줘봐. ‘선배’님들. 이래서야 그 인과율인가 뭔가 하는 양반의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빠아아악!

이죽거리는 비웃음과 함께, 황금빛 신력이 용오름처럼 휘몰아치는 내 주먹이 패배자들의 육신을 후려쳤다.

가네샤의 힘과 권능에 내 신력까지 더해진 일격이 그들의 육신을 가격하자, 폭음과 함께 그들의 비루한 육신이 순간적으로 새우처럼 꺾였다.

《크, 크아아앙!》

짐승과 같은 포효와 함께 패배자는 한 마리 늑대처럼 내게 쇄도해왔다.

검붉게 번들거리는 손톱은 질식시킬 듯한 살기를 뿜어냈고, 전신의 체중을 손에 실어 쇄도해오는 일격은 흉험했다.

-후왕! 후와앙! 후왕!

불길하게 검붉은 기류를 흩뿌리는 손톱이 연속으로 허공을 갈라왔다.

단순하고, 또 무식하기까지 한 공격이었지만 놈의 공격 속도와 거기에 실린 위력 또한 무식할 정도로 빨랐고, 또 대단했다.

“어딜!”

패배자의 공격이 내게 닿기 직전, 내력을 불어넣은 창대를 휘둘러 놈의 손톱을 모조리 막아냈다.

-카앙! 캉! 캉!

금속질 뼈로 된 톱날과 근육이 만나, 계속해서 불똥을 튀겼다.

거칠게 마찰된 금속이 피 비린내와 유사한 냄새를 훅 풍겼다.

《크으읏!》

내력을 주입한 창대로 패배자의 공격을 모조리 흘려내듯 막아내었으나 근육에 전해지는 충격은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흉험한 수준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권능을 좀 발휘하시려나본데?”

서서히 눈빛이 달라지는 패배자들의 모습에,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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