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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87화 (287/309)

제287화

승천의 의회를 이끌던 수장이 어둠 속에 잡아먹힌 바로 그 순간.

-쿠르르르륵!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하던 태양이 검붉게 물들어가더니, 시뻘건 피눈물을 흘렸다.

검붉게 물든 채, 피눈물을 흘리는 태양의 모습이 흉측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살점들이 불꽃이 사그라든 외피를 완전히 뒤덮었다.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뼛조각들이 외골격처럼 꿈틀거리는 살점 위에 돋아났다.

-쿠르르륵!

그렇게 태양이 흉측하게 뒤틀리자.

세상에 영원한 밤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어둑하게 물들었다.

지독하게 사악한 기운이 역병처럼 들끓으며, 모든 것을 오염시켜갔다.

“『검은 태양』…?”

내 머릿속에 각인된 낙오자들의 기억이 변이된 태양의 정체를 속삭여주었다.

금단의 술법 『검은 태양』.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육신과 영혼을 제물로 바쳐, 태양을 오염시킨 뒤.

오염된 태양을 매개로 삼아, 만물의 마땅한 섭리를 반대로 역전시키는 술법….

마족 놈들이 준비해 둔 비장의 한 수이자,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음험한 비밀이 새벽하늘의 구름 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쿠르륵! 쿠르르륵!

승천의 의회의 의장을 잡아먹은 『검은 태양』에서 피눈물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그러자 의장이 죽기 전에 펼쳐둔 빛의 권능이 어둠으로 역전되더니, 음험하고도 불길한 마력이 전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으흐하하하! 잘나신 성좌 나으리들의 육신을 취해라! 신력을 탐해라!》

『검은 태양』의 권능으로 만물의 섭리가 반대로 역전되었기에.

어둠을 밝히는 빛이 오히려 어둠에 잡아먹혀, 시커멓게 물들었다.

마족들의 오염된 육신을 파괴하기 위해 가해진 공격이 오히려 재생을 촉진시켰다.

성좌의 분신들은 시커멓게 물든 검은 태양 아래에서 마족들의 탐욕스러운 손길에 붙잡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차마 내 입으로 놈들을 도우라는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만…. 이대로 가다간 저 멍청한 분신 놈들이 마족들에게 몽땅 잡아먹히지 않겠느냐?]

“…그렇겠죠. 이미 검은 태양이 이미 발동되어버린 데다, 강력한 성좌의 분신까지 잡아먹어 잔뜩 강화된 상황이니까요.”

인과율이라는 강대한 적과 싸우기 전에 되도록 힘을 아껴두고 싶었지만.

이대로라면 성좌의 분신들이 모조리 마족들에게 흡수당할 판국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전력 하나하나가 아까운 상황이었기에.

결심을 굳힌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빛과 어둠으로 물든 양손을 머리 위로 서서히 들어 올렸다.

-파지지직!

황금빛 신력이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는 왼손이 생명과 정화의 권능을 머금었다.

시커먼 신력이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오른손이 죽음과 타락의 권능을 머금었다.

상반된 기운이 왼손과 오른손 각각 깃들자, 양손 사이에 금빛 전하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하늘에 오연히 떠 있는 『검은 태양을』 흘끗 바라본 나는 박수치듯 양손을 맞부딪혔다.

-짜아아악!

상반된 기운들을 머금은 왼손과 오른손이 거칠게 허공에서 맞부딪히자.

어마어마한 힘을 품은 권능들이 내 의지에 따라, 강제로 융합되었다.

생명과 죽음, 정화와 타락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마치 은하수와도 같은 장엄한 형태를 빚어냈다.

-후오오오옹!

수억, 수조의 별들이 휘몰아치는 은하는 소멸과 창조의 힘을 머금고 끝없이 회전했다.

끝없이 회전하는 황금빛 은하수가 세상을 온통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였다.

끊임없이 회전하는 힘의 폭풍을 바라본 위철용이 입이 순간적으로 떡하니 벌어졌다.

[애, 애송아. 그, 그 초식은?!]

“예. 파천 복룡창의 제 십식. 『파천』이에요. 뭐, 원형이랑은 이제 많이 달라졌겠지만.”

위철용이 경악한 이유는 간단했다.

회전하는 힘의 폭풍 속엔 파천 복룡창의 제 십식 『파천』의 무리가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상반된 기운을 한 곳에 충돌시켜, 막강한 파괴력을 얻는다는 것이 『파천』의 원리였기에.

나는 그것에서 힌트를 얻어, 파천 복룡창의 초식 『파천』을 세상에 다시 없을 압도적인 형태로 구현해 낸 것이었다.

-…!

세상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인 나는 회전하는 은하를 그대로 『검은 태양』에게 발사했다.

어마어마한 힘의 폭풍이 뒤틀리고 왜곡된 외피에 작렬하자, 순간적으로 세상에 소리가 사라졌다.

필멸의 영역을 한참 초월한 굉음이 세상을 일순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쩌저저적!

황금빛 은하에 뒤덮인 『검은 태양』의 외피가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나뭇가지처럼 얽힌 뼛조각이 모조리 증발했다. 흉측하게 꿈틀거리는 살점들이 모조리 타들어갔다.

그렇게 『검은 태양』이 완전히 부서지려던 그 순간!

《크아아아악! 캬아아아악!》

승천의 의회 의장의 분신이 『검은 태양』의 외피에서 거대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검은 태양』의 오염이 그에게 집중된 탓인지, 괴성을 질러대는 의장의 육신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뒤틀려 있었다.

별과 빛으로 이뤄진 육체는 새하얀 뼈와 시뻘건 살점으로 끔찍하게 뒤덮여 있었고.

성스러운 빛을 내뿜던 대검은 완전히 어둠에 잠식된 채, 피눈물을 흘려대는 눈알들이 빼곡하게 돋아 있었다.

“일시적으로 작은 몸으로 숙주를 옮겨, 전투 능력을 극대화 한 건가?”

《캬아악! 캬아아아앗!》

내 말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몸을 일으킨 의장은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단한 무력을 지닌 존재였기도 하고, 『검은 태양』의 모든 권능이 그의 오염된 육신에 집약되기까지 한 탓인지,

꾸물거리는 검을 휘두르는 의장의 몸에선 거대한 악의와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후와아아앙!

찰나를 찰나로 쪼갠 시간만큼 삽시간에 거리를 좁힌 의장은 그대로 내게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에 박힌 피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눈알들에서 시커먼 신력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진득한 악의와 살벌한 살의가 내 목숨을 노리고 짓쳐들어왔다.

하지만 피하기는 늦은 상황!

생각보다 빠르게 매서운 공격에 눈썹을 살짝 올린 나는 황금빛 신력을 몸 위에 둘렀다.

세상을 자애롭게 빛내는 따사로운 황금빛이 내 몸 위에 내려앉더니, 신력으로 이뤄진 외골격을 이루었다.

-쩌엉!

《크아아악!》

의장이 휘두른 대검엔 무시무시한 힘과 권능이 실려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커먼 대검이 황금빛 외골격과 충돌하자, 귀청이 터질 듯한 폭음과 함께 충격이 느껴졌다.

나야 조금 움찔한 정도로 끝났지만.

의장은 힘과 힘의 충돌로 발생한 반탄력으로 인해, 괴상한 방향으로 튕겨져 나갔다.

-피슛! 피슈슈슛!

의장이 발사된 대포처럼 날아가자, 나는 즉시 몸을 날려 그에게 바싹 따라붙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어둠달에 ‘창술’에 대한 다양한 권능이 집약되었다.

‘찌른다.’와 ‘벤다.’의 개념이 극대화된 공격이 의장의 무방비한 몸에 무자비하게 날아들었다.

-썩둑!

《크아아아아악!》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검은 태양』의 권능으로 인해, 의장의 육신에서 초월적인 재생력이 발동되었다.

폭풍처럼 전방을 휩쓴 창날에, 그의 잘리고 부서진 부위들이 다시 원래 대로 재생되었다.

“재생력을 한 곳으로 집중해서 그런지. 이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귀찮은데…?”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해대는 의장의 모습에도 나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다행히 다른 마족들에게까지 『검은 태양』의 재생 능력이 골고루 분배되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 재생 능력을 혼자서 독점하다시피 한 의장은 말 그대로 불사의 몸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디 보자. 이 귀찮은 놈을 해치울 방법이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는데….”

부패의 권능마저 무시할 만큼, 과하게 강력한 재생 능력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머릿속에 각인된 이들의 기억을 떠올리자, 수많은 이들의 기억이 『검은 태양』을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 속삭여주기 시작했다.

…다시 태양으로 기생체를 옮겨야, 약점을 노릴 수 있다고?

-파창!

머릿속으로 공략법을 둘러보려던 찰나, 의장의 공격이 또 날아들었다.

또다시 휘둘러진 대검을 가볍게 외골격으로 받아낸 나는 대검의 날을 단단히 붙잡고, 의미심장하게 히죽 웃었다.

“일단…. 기생체를 옮기는 방법은 바로 지속적인 고통과 파괴뿐이렷다!”

우선 『검은 태양』이 현재 차지한 숙주를 포기할 때까지, 의장의 몸을 부수고 또 부숴야 했다.

나는 각종 다양한 권능을 주먹에 응집시킨 뒤, 의장의 얼굴을 힘껏 후려갈겼다.

-콰아아앙!

폭음이 터졌다. 굉음이 터졌다!

주먹에 실린 다양한 파괴의 권능들이 강렬하게 충돌하며 어마어마한 반발력을 일으켰다!

허공에서 폭발하듯 터져나간 충격파에, 바닥의 아스팔트들이 모조리 주르륵 벗겨져 나갔다.

운석처럼 떨어진 의장의 거대한 육신이 단단한 돌바닥과 충돌하며, 거대한 반구형 크레이터를 남겼다.

《크르르르르르!》

크레이터에서 몸을 일으킨 의장은 전신의 상처를 재생하며, 발악하듯 대검을 꼬나 쥐었다.

-콰앙! 콰앙! 콰아앙!

하지만 의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난타였다.

양손에 파괴의 권능을 휘감은 나는, 그대로 놈에게 달려들어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쿠콰쾅! 콰콰콰콰쾅!

황금빛 신력이 넘실거리는 주먹이 대기를 가를 때마다, 폭음이 터졌다.

공기가 비명을 내지르며 갈갈이 찢겨나갔다. 대지가 울부짖으며 시뻘건 용암이 솟구쳤다.

찰나를 찰나로 쪼갠 짧은 시간 동안 의장의 육신은 넝마가 되었다가, 회복되는 것을 미친 듯이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렇게 의장의 육신을 계속해서 부수고 있으려던 바로 그 순간!

[하늘을 봐라! 애송아! 태양이 다시 검게 물들고 있어!]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순간이 마침내 도래했다.

의장을 포기하고 다른 성좌의 분신을 차지할 생각인지,

『검은 태양』은 의장의 육신을 수복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그의 몸에서 빠져 나왔다.

기생체가 다시 태양으로 옮겨갔기에, 또다시 태양이 흉측하게 변이되기 시작했다.

-파츠츠츠츠츠.

이미 발동된 『검은 태양』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핵을 파괴하는 것!

놈의 핵은 평소엔 살점과 뼛조각에 뒤덮여 꽁꽁 숨겨져 있었지만.

거대한 숙주를 잠식하는 동안엔 핵이 아주 찰나의 순간이나마, 밖으로 노출되었다.

내가 노려야 할 것은 바로, 이 ‘핵이 드러난 찰나의 순간’이었다.

-파지지직!

재빨리 어둠달을 뽑아들고 신력을 주입하자.

황금빛 신력에 뒤덮인 창날에서 거대한 황금빛 용 한 마리가 둥실 떠올랐다.

마치 파천 복룡창의 제 이식 독룡아의 크기를 수천, 수백 배로 키운 듯한 모습이었다.

-크르르르릉!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 황금빛 용은 광포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물어뜯고 찢어발기고 싶다는 폭력적인 욕구가 놈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살벌하게 새어나왔다.

-피슛!

“지금이다!”

태양을 뒤덮은 시커먼 살점 아래에서 벌떡이는 심장이 보인 그 순간!

나는 어둠달에 맺힌 황금빛 용을 그대로 해방해 주었다.

-크아아아앙!

창날이 대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황금빛 용이 벼락같이 태양을 향해 날아들었다.

놈이 아가리를 흉포하게 쩌억 벌리자, 파괴의 권능을 머금은 이빨이 으스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단숨에 태양으로 날아든 황금빛 용은 그대로 『검은 태양』의 벌떡이는 핵을 물어뜯어 버렸다.

-꽈지지직! 꽈지지직!

《끼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악!》

이빨 하나마다 파괴의 권능이 깃든 용의 아가리가 『검은 태양』의 핵을 분쇄하기 시작하자.

기괴하게 뒤틀린 태양이 시뻘건 피눈물을 흩뿌리며 섬뜩한 귀곡성을 연신 내질렀다.

『검은 태양』은 살점과 뼛조각으로 뒤덮인 표면을 흉측하게 꿈틀거리며 발악을 했지만.

이미 놈의 펄떡이는 핵은 황금빛 용의 흉포한 아가리 속에서 부서지고 있는 상태였다.

-빠드드득!

시끄러운 귀곡성 속에서 별안간 무언가 단단한 것이 완전히 결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격렬하게 발악하던 『검은 태양』이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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