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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84화 (284/309)

제284화

“마족들은 다 찢고 부순다-앗!”

잠재력이 한계치까지 개방된 설악 공격대원들이 마족들을 해치우는 사이.

어디선가 서리가 내려앉은 전장 전체를 웅웅 울리는 우렁찬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설악 공격대원들과 박정욱의 몸에서 뿜어진 냉기로 인해, 전장 곳곳에 얼어붙어 있던 고드름이 포효 소리에 놀라 우수수 떨어졌다.

“혜옥 양도 슬슬 전면에 나서려는가 보군. 그녀의 힘찬 포효 소리를 들으니…. 이 늙고 보잘것없어진 몸뚱이에서도 조금이나마 호승심이라는 놈이 고개를 드는 군 그래!”

김혜옥의 포효 소리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사납게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강태백의 마지막 말은 전장 전체를 불태우는 불꽃의 포효가 되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진 압도적인 열기로 인해, 서리와 한기의 폭풍이 몰아치는 전장이 삽시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콰아아앙!

폭발하듯 뿜어진 열기와 함께, 사납게 이를 드러낸 강태백의 얼굴이 화염으로 뒤덮였다.

파편이 박혀있던 영혼이 새하얗게 백열되며, 파편에 각인된 성좌의 힘과 권능을 일깨웠다.

필멸의 굴레를 벗어난 육신이 한때 화염을 다스렸던 성좌의 위대한 힘을 온전히 머금었다.

“걱정하지 말고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고 나아가게! 자네가 일깨워준 이 힘과 권능으로! 가증스러운 마족 놈들을 모조리 찢고 불태워줄 테니!”

성좌. 아그니의 힘과 권능을 고스란히 모사해낸 강태백은 말 그대로 하계에 강림한 불꽃의 현신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단지 발걸음을 디딘 것만으로도, 얼어붙었던 대지가 쩍쩍 갈라지며 용암이 솟구쳤다.

호기롭게 포효를 내지를 때마다, 시뻘건 화염이 그의 의지에 감응해 정신없이 요동쳤다.

“그럼. 부탁합니다! 쥐새끼 한 마리도 남기지 마세요!”

그렇게 뒷일을 강태백과 설악 공격대에게 맡기고 전장 깊숙한 곳으로 향하자.

등 뒤로 강태백에게서 비롯된 압도적인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박정욱과 설악 공격대원들에게서 비롯된 차가운 냉기가 등허리를 서늘하게 간질였다.

-푸콰아아앙!《키에에에엑!》

연속해서 터져 나오는 폭음과 함께, 마족들의 비명이 서리와 불꽃의 불협화음 속에 삼켜졌다.

*****

“찢는다! 부순다! 킬 뎀 올!”

-쿠르르릉!

전장 깊숙한 곳으로 향하자.

마치 신화 속의 괴물과도 같은 포효 소리와 함께, 대지 전체가 우르릉 흔들렸다.

곧이어 조각조각 찢어진 마족들의 시신이 하늘에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들에게서 비롯된 시뻘건 핏방울과 살점들이 앵두꽃처럼 덧없이 흩날리며 대지를 적셨다.

“혼돈! 파괴! 망…. 어라? 싸부님?!”

끔찍한 파괴의 현장 속에서 포효하던 김혜옥과 시선이 마주치자.

마족들{이었던 것)을 양손에 틀어쥐고 악을 써대던 김혜옥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초롱초롱해졌다.

“보세요! 싸부님! 지시하신 대로! 여기에 있는 모든 마족 놈들을 해치우고 있었어요!”

“그래. 잘했다. 역시 우리 혜옥이는 믿음직해.”

…조금 지나칠 정도로 믿음직해서 문제지만 말이야.

가네샤의 파편에 담긴 힘과 권능을 온전히 해방한 김혜옥은 먼젓번보다 훨씬 더 위압적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갑옷처럼 전신을 뒤덮은 근육은 회색빛 신력을 머금고 태양 아래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고.

나를 보며 해맑게 웃는 그녀의 등 뒤엔 코끼리 문신이 새겨진 근육질 팔 형태의 외골격이 흉물스레 돋아 난 채,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헤헤….”

가네샤의 힘이 개방된 탓에, 조금(?) 부담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해맑게 웃는 김혜옥의 모습에선 그 나이대 어린애와도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기에.

나는 칭찬을 바라는 대형견처럼 머리를 숙인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황금빛 신력이 일렁거리는 손이 김혜옥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 헤실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렇게 김혜옥과 잠깐의 해후를 나누려는 사이.

짓이겨진 마족들의 시체 더미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동안 상대해온 ‘일반적인’ 마족들과는 격이 다른 힘이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신 것 같군.

성좌 시절의 신력을 되찾은 마족 나으리….

-털썩! 털썩! 털썩!

마족들의 시신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마치 누군가를 경배하듯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엉망으로 훼손된 시신들의 기괴한 경배를 받으며, 어둠 속에서 심상치 않은 존재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파편의 힘을 받아들이지 못한 놈들이라지만. 그래도 필멸자 수준으론 감당하기 힘든 이들이라고 하더니, 이렇게 처참하게 박살 날 줄이야…. 갑자기 강림한 성좌놈들만 문제인 줄 알았더니. 하계에도 제법 쓸만한 존재들이 있었나 보군.》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어둠 속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온 마족에게선 불길한 힘이 느껴졌다.

신력과 유사하긴 하지만, 어딘가 비틀리고 오염된 듯 음험한 기운이 놈에게서 끈적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편을 흡수하여 성좌 시절의 힘을 되찾은 존재라더니.

과연 신력과는 조금 다르긴 하나, 놈도 압도적인 힘을 품고 있긴 하네.

이런 놈들이 몇백마리나 있다니. 확실히 성좌들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힘들뻔 했어.

“…싸부님. 저게 말씀하셨던 그놈인가요?”

뒤틀린 힘을 품은 마족의 등장에, 헤헤 웃던 김혜옥의 눈에서 회색빛 귀화가 타올랐다.

그녀의 쿵쿵거리는 심장이 투쟁심을 머금고 더욱 힘차게, 세차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김혜옥의 몸에서 압도적인 귀기와 광기가 저릿하게 뿜어져 나왔다.

《호오…. 아직 회수하지 못한 파편이 있었나? 이런 곳에서 파편을 나 혼자 독점하게 될 줄이야. 오늘 아주 운수가 좋군.》

김혜옥의 몸에서 어룽거리는 신력을 바라본 마족의 얼굴에 탐욕의 감정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영혼을 취하겠다는 추한 욕망이 놈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음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스멀스멀 김혜옥을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할 수 있겠니? 혜옥아? 좀 도와줄까?”

“아뇨. 싸부님. 제게 부탁하셨잖아요? ‘이곳’에 있는 마족들을 처리해 달라고요.”

“미안하지만 얘네들은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우선 내가 상대하는 걸 보고….”

“아뇨! 힘은! 곧! 빛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지금 힘찬 기분이 든다앗!”

김혜옥의 안전을 걱정해, 그녀에게 내가 놈들을 맡겠노라 선언하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내 말은 갑자기 내질러진 김혜옥의 포효에 중간에 뚝 끊겨 버렸다.

그렇게 괴이한 포효를 내지른 그녀는 내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이쪽을 보고 음침하게 웃는 마족 쪽으로 힘차게 도약했다.

-꾸꽈아아앙!

무모하게 마족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한 김혜옥이 그대로 주먹을 내지른 순간!

폭탄 수십 개가 동시에 터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폭음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폭음의 중심에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뭐. 뭐어어….》

머리가 통째로 몸속으로 함몰되어 들어간 마족의 비참한 모습.

마족을 향해 도약한 김혜옥이 네 개의 주먹을 휘둘러, 오만하게 웃는 놈의 머리를 그대로 내리친 것으로 인해 발생한 광경이었다.

엉겁결에 머리가 몸뚱이 속으로 함몰되어 버린 마족의 눈에 일순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다이나 마이트 어퍼컷!”

그렇게 김혜옥의 공격에 피폭당한 마족의 멍한 시선이 그녀에게 닿자.

의문 어린 시선에 사납게 웃으며, 웃음으로 답한 김혜옥은 계속해서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곤 아래에서 위쪽으로 회색빛 신력이 일렁거리는 주먹을 휘둘렀다.

-뿌좌자작!

…아무리 가네샤의 완력을 이어받았다지만. 저게 가능하다고?

놀랍게도 마족의 몸뚱이는 마치 꼬치에 꿰이듯, 김혜옥의 거대한 주먹에 관통되었다.

신력이 깃든 마족의 육신은 어지간한 공격따윈 우습게 흘려낼 만큼 강인한 내구도를 자랑했지만, 김혜옥의 괴력 앞에선 약하디약한 종잇장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뭐, 뭐야아…?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순식간에 복부를 관통당한 마족은 불신이 가득한 단말마를 남긴 채. 몸을 축 늘어뜨렸다.

자신의 주먹에 몸이 꿰뚫린 마족이 힘없이 축 늘어지자. 김혜옥은 마치 일회용 장갑을 벗어내듯 축 늘어진 몸뚱이를 가볍게 뽑아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일어서! 고작 이 정도로 죽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까!”

《이, 이 시건방진 필멸자 놈이!》

-부와아아악!

축 널브러졌던 마족은 수치심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녹색으로 물든 손톱을 휘둘렀다.

추잡한 외모와 욕망에 걸맞게, 신력이 깃든 추악한 독이 손톱에서 흉측한 살기를 흩뿌렸다.

그렇게 번개처럼 휘둘러진 손톱이 비열하게 김혜옥의 눈을 찢어발기려던 그 순간!

“흥! 너 같은 괴물 따위가 감히 이 어여쁜 눈동자를 노리다니! 어림도 없지!”

-쫘아아악!

김혜옥의 손이 벼락처럼 휘둘러지며, 맛깔나는 따귀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어린 애가 파리를 쫓기라도 하듯, 가볍게 휘둘러진 손바닥이었지만.

광장 전체를 웅웅 울린 청량한 파열음이 그 위력을 증명하듯, 그녀의 ‘따귀’는 범상치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

마족의 얼굴이 멍하니 풀림과 동시에, 놈의 상반신이 통째로 폭죽처럼 터져버렸다.

끈적하게 오염된 신력과 조각난 파편들이 대지를 지저분하게 물들였다.

자신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낸 ‘신력을 되찾은 마족’은 그렇게 김혜옥의 압도적인 무력을 이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김혜옥은 ‘파편’으로서 성좌의 힘을 강력하게 이어받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버렸다.

“홋-호!”

순식간에 신력을 되찾은 마족을 박살낸 김혜옥은 알 수 없는 포효를 내지르더니, 전투의 열기가 미처 식지 않았는지 아직 살아있는 마족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빼갈숄더 어택!”

그렇게 내가 김혜옥의 무력에 경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사이.

튜토리얼에서 터키석 공격대원들을 단박에 박살 냈던 기술명을 외친 김혜옥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마족들을 신력이 일렁거리는 어깨로 들이 받아버렸다.

《끼익! 끼르르륵!》

김혜옥의 어깨에 정면으로 들이받힌 마족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산산이 으깨졌다.

단단한 살가죽과 근육, 뼈로 이뤄진 육신이 마치 트럭에 으깨진 토마토처럼 허무하게 으스러졌다.

-덥썩! 덥썩!

곧이어 그렇게 마족들을 몸으로 때려 부수며, 놈들 사이에 파고든 김혜옥은 공포에 질린 마족 두 마리의 머리를 거칠게 잡아챘다.

인간을, 아니 생명체를 아득히 초월해 버린 악력에 놈들이 머리가 마치 순무 뽑혀나오듯 단숨에 쑴풍 뽑혀나왔다.

“혼돈! 파괴! 망각!”

-뿌좌자작!

괴상한 기합 소리와 함께, 머리를 잃은 마족 두 마리의 몸이 그대로 반으로 찢어졌다.

정말이지, 도저히 인간이라곤 볼 수 없는 무식한 괴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김혜옥을 바라보며 포효하는 마족들의 눈빛에 공포의 감정이 역병처럼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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