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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75화 (275/309)

제275화

의식을 집중해, 황태용의 특성 트리가 가진 고유의 마력을 탐지하자.

노을빛으로 붉게 저물어가는 저녁 하늘의 한구석에 그의 영혼에 아로새겨진 특성 트리가 별자리처럼 떠올랐다.

핏빛처럼 붉게 물든 하늘에 떠오른 별자리를 확인한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강물처럼 세차게 흘러가던 시간이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었다.

모든 것이 움직임을 멈춘,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허공이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파츠츠츠츠.

논바닥처럼 흉하게 갈라진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가 흉측한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내 의지에 따라 시커먼 색의 아우라가 쉴새 없이 휘몰아치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나는 몸을 가볍게 띄워, 소용돌이치는 게이트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게이트를 이용한 공간도약이라…. 처음 사용해본 기술이지만. 제대로 작동한 것 같네.”

시커먼 아우라가 휘몰아치는 게이트를 통과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변해버린 주변의 풍경이 나를 반겨주었다.

얼어붙어 있는 시간 속에서 의도했던 장소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나는 만족스럽게 씩 웃었다.

“…그보다. 개판이 따로 없는데? 원하는 걸 다 취했겠다. 이제 성좌들의 눈치 따윈 보지 않고 본격적으로 대놓고 억눌린 욕구를 풀어보겠다는 건가?”

주변을 둘러보니, 황태용이 처한 상황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길드 본사 건물이 세워져 있던 장소는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폐허가 되어있었고.

팬텀 사파이어 공격대를 포함한 오닉스 길드의 전력들은 광포하게 날뛰는 마족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학살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황태용은 그와 강태백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가문의 ‘어르신’들로 짐작되는 수수께끼의 노인들에게 보호를 받는 중이었고, 나름대로 선전까지 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유난히 눈에 띄게 활약한 덕분인지, 이곳을 덮친 마족들의 노릿하게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모두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어차피 쥐새끼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쓸어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살기와 광기가 번들거리는 마족들의 눈동자를 흘끗 바라본 나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뒤틀었다.

그리곤 조금 전과 같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멈췄던 시간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끄아아아악! 내, 내 다리! 치, 치유사를 불러줘!

-방패조! 어떻게든 버텨! 여기까지 무너지면 모두 다 끝장이야!

얼어붙었던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콸콸콸 흘러가기 시작하자.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포효소리와 함성소리, 절망 섞인 비명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렸다.

비릿한 피 냄새와 맹수 특유의 노릿한 노린내가 코를 어찔하게 자극해왔다.

《크하하하! 수모의 시간은 끝이다! 성좌에게 빌붙은 필멸자 쓰레기들의 영혼을 취해라! 육신을 범해라!》

《우리는 오직 이 날을 위해 살아왔나니! 놈들의 살을 파먹고 뼈를 전리품으로 취하리라!》

오닉스 길드의 길드원들은 마족들의 독기로 인해, 외골격이 완전히 시커멓게 물든 상태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촤아아악!

살기가 깃든 마족들의 발톱과 무기가 광포하게 춤추며 주홍빛 저녁노을을 반사할 때마다.

소름 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비릿한 피냄새와 함께, 걸쭉한 욕설이 이어졌다.

“크, 크으윽! 빌어먹을 마족 새끼들 같으니! 쪽수가 너무 많아!”

필사적으로 마족들의 공격을 저지 중인 오닉스 길드원들은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분투했다.

용맹하게 무기를 휘두르는 오닉스 길드원들의 실력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한 수준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마족들은 몬스터 따위와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게다가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제, 젠장! 크으읏! 이, 이대로 혼자 죽지는 않겠다!”

선두에서 유난히 용맹하게 분투하던 오닉스 길드원이 위기에 처했다.

사방에서 쇄도해오는 발톱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던 그의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털썩 주저앉은 그는 다가올 최후를 직감한 모양인지, 악에 받친 표정으로 무기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쐐애애액!

절망스러운 파공음과 함께, 용맹한 오닉스 길드원에게 싸늘한 칼날이 엄습해 온 그 순간!

-까드드득!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 사이에 끼어든 나는 오닉스 길드원을 향한 공격을 대신 받아내었다.

외골격 따윈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끈적한 독을 뚝뚝 흘러내리는 검붉은 발톱은 내 몸에 어떠한 충격조차 주지 못했다.

《끼야아아악!》

오히려 공격을 가해온 마족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내 몸에 닿은 발톱이 반으로 뚝 부러졌다.

곧이어 내 몸에 후광처럼 일렁거리는 금빛 신력에 닿은 놈의 육신이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다, 당신은?! 서, 설용호 산군님?”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오닉스 길드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희미한 미소로 화답해준 뒤.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 마족들에게도 정성이 듬뿍 담긴 답변을 들려줬다.

-퍼석! 퍼석! 퍼석! 퍼석!

상서로운 금빛 광채에 휘감긴 어둠달의 창날이 순식간에 사방을 환하게 밝혔다.

곧이어 광채 속에서 썩은 호박이 연달아 박살 나는 듯 둔탁한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통째로 증발해버린 마족들의 신형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다섯이 당하다니. 제법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로군.》

《그래, 모름지기 온순한 양보단 난폭한 사자가 더 사냥할 맛이 나는 법이지.》

동료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본능적인 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광포하게 날뛰며, 억눌린 욕구를 풀기 위한 희생양을 찾던 마족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살기를 머금어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들이 하나둘 씩 내게 향했다.

먹잇감을 발견한 이리떼처럼, 유희거리를 발견한 악동들처럼 놈들은 내 쪽을 향해 히죽거리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글쎄? 누가 사냥감인지 모르겠는데?”

나와 마주한 마족들의 눈동자에선 광기와 피 냄새만이 물씬 풍겼다.

적의와 악의를 품고 거칠게 숨을 헐떡이는 입에선 노릿한 입 냄새가 악취를 풍겼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놈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시건방진 필멸자놈! 네 심장을 뜯어먹어주마! 크워어어억!》

《너의 머리를 전리품으로 삼아주마!》

실없는 생각에 피식 웃음 짓는 사이, 나를 둘러싼 마족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뛰어오는 놈들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부와아앙!

영겁의 세월 속에서 무기를 다루는 방법조차 까먹은 모양인지.

마족들의 움직임은 한 마리 난폭한 짐승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야성적이었지만.

놈들의 공격엔 어떠한 기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타고난 힘을 멋대로 휘두를 뿐이었다.

-까드득! 깡! 까드득!

어떠한 기교조차 없이, 멋대로 날뛰는 공격은 내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마족들의 공격이 내 몸 위로 쏟아질 때마다, 찬란한 황금빛이 태양처럼 번쩍였다.

내 몸에 아지랑이처럼 넘실거리는 신력에 노출당한 놈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뭐지? 갑자기 다들 어디로 사라졌어?!》

《크흐흐. 제법 재밌는 재주를 쓰는 필멸자로구나. 이 몸의 전리품으로 삼아주기 부족함이 없군!》

내게 무기를 휘둘렀던 마족들이 순식간에 빛 속에서 재로 변했음에도 불구.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놈들은 연식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내게 광포하게 무기를 휘둘러 왔다.

“생각해보니. 몇 마리 정도는 살려둬야겠네. 운 좋은 줄 알라구.”

-파스스스.

《그게 무슨 건방진 소리…!》

이변을 감지한 마족들이 눈에 의문이 떠오른 순간!

“…빠앙!”

나는 그들을 향해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겨누며, 입으로 폭발음을 흉내 냈다.

동시에 외골격을 감싼 시커먼 기운이 격렬하게 들끓었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외골격의 표면에 깃들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순간, 태양이 땅에 내려온 듯 번쩍이는 황금빛 섬광이 사방을 새하얗게 백열시켰다.

신력을 품고 풀려나온 금빛 용 한 마리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하며 광포하게 날뛰었다.

갑자기 찾아온 때아닌 폭력에 노출당한 대지가 웅웅 흔들리며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

신력을 머금은 암룡출동이 보여준 압도적인 힘은 전장에 잠깐의 정적을 가져왔다.

악다구니를 쓰며 분투하던 오닉스 길드원들도 광기에 찬 채 희생자를 찾아 헤매던 마족들도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움직임을 뚝 멈추곤 파괴의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 말도 안돼….”

“태백 길드의 산군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

황금빛 외골격에서 폭발하듯 터져나간 내력의 폭풍은 자비심 없이 모든 것들을 휩쓸었다.

운 나쁜 마족 수십마리가 황금빛 신력에 휩쓸려,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신력을 머금은 파편에 얻어맞은 놈들은 신체부위가 심각하게 결손된 채, 마지막 숨을 헐떡였다.

압도적인 파괴의 현장 속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마족들 몇 마리만이 황금빛 신력에 휩쓸려, 허공을 향해 둥실 날아오른 탓에 무사히 목숨을 건졌을 뿐이었다.

-쿠우웅!

하늘 높이 둥실 떠올랐던 마족들은, 이내 무력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완벽히 무력화된 마족들이 우박처럼 하늘에서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끄윽. 끄르르륵.”

하지만 위력을 조절한 덕에 마족들은 단 한 마리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폭발에 휩쓸려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데다, 입고 있었던 껍질과 외피가 모조리 찢겨나가 영 좋지 못한 꼴로 거듭나긴 했으나, 최소한 그들의 목숨엔 지장이 없었다.

무력화된 마족들은 알몸으로 널브러진 채로 상처 입은 야생동물 같은 신음을 내었다.

“…힘 조절 따위, 그냥 하지 말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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