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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70화 (270/309)

제270화

-철퍼억!

날것 그대로 날뛰는 암갈색 마력을 두른 채, 김종대의 몸속으로 파고들자.

마치 끝없는 늪에 힘껏 뛰어든 듯, 온몸을 갑갑하게 옥죄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커허어어엉!》

-우두둑!

성난 포효 소리와 함께, 온몸을 옥죄던 압박감이 더욱 강렬해졌다.

전신이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어둠달을 쥔 오른손이 기이한 방향으로 비틀렸다.

목구멍에서 핏물이 울컥 넘어와, 이를 까드득 깨문 입에서 비릿한 쇠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그렇게 김종대의 체내에서 발생한 압박이 나를 맷돌 속의 콩처럼 으스러뜨리려 들었지만.

폭주한 검은 심장이 제멋대로 흩뿌리는 암갈색 마력이 잠시나마 내 몸을 지켜주었다.

내 몸에 일렁이는 날것 그대로의 마력은 격렬하게 날뛰며, 자신을 옥죄는 끈적거리는 점액질을 태워버렸다.

“크으으윽!”

흉포한 날것 그대로의 마력이 피아구분 따윈 전혀 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날뛰어 댔기에.

암갈색 마력에서 발생한 전하가 점액질을 태울 때마다. 내 피부 역시, 시커멓게 그슬려갔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에 더불어, 산채로 숯불에 던져진 것과 같은 고통이 추가로 더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어마어마한 고통 속에 의식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지만. 한가하게 기절 따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잣말을 주문이라도 되는 양 몇 번이고 되뇌곤, 암갈색 마력에 뒤덮인 어둠달을 억지로 휘두르며 끈적한 점액 깊은 곳으로 계속해서 파고 들어갔다.

-두근! 두근! 두근!

김종대의 내부로 깊숙이 파고 들어갈수록, 어둠달에 박힌 검은 심장도 미친 듯이 맥동했다.

내 제어에서 완벽히 벗어난 요물이 제멋대로 흉포하게 날뛰며, 김종대의 육신에서부터 마력을 게걸스럽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김종대의 육신에서 흡수한 마력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난폭한 전하가 되어, 나와 김종대의 몸뚱이를 계속해서 불태웠다.

상상을 초월한 고통이 연속으로 찾아와, 계속해서 의식이 멀어지려 들었지만.

이를 악문 나는 부들거리는 사지를 억지로 움직이며, 계속해서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찾았다.”

희미해지는 의식을 억지로 붙잡고 얼마나 더 파고 들어갔을까.

마침내 나는 의도했던 장소, 김종대의 심장이자 핵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인간을 코어로 삼은 몬스터의 특성상, 심장부에는 더 흡수할 마력이 없었다.

김종대의 심장이 묵직하게 토해내는 맥동과 상반되게, 마력을 소모한 어둠달이 조용히 침묵했다.

흡수할 마력이 없어, 마력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김종대의 핵 또한 어떠한 마력을 품고 있지 않으니 만큼, 충분히 해볼만 한 상황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우오오. 오오오오.》

흉측하게 뒤틀린 김종대의 심장은 인간의 얼굴들을 짓이겨 반죽한 것처럼 변이되어 있었다.

끔찍한 형상의 심장이 맥동할 때마다, 엉망으로 짓이겨진 얼굴들이 억눌린 비명을 토해냈다.

흰자위만 남은 눈알들이 고통에 찬 상태로 이리저리 정신없이 움직이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서, 설용호?》

괴이하게 움직이던 눈알 중 하나가 나를 발견한 순간.

소름 끼치는 목소리와 함께, 온몸을 옥죄던 압박감이 갑자기 씻은 듯 사라졌다.

《우오오오. 네놈! 네놈 때문에! 찌, 찢어발겨 주겠다!》

-뿌드득. 뿌드드득!

울부짖는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더니, 끔찍한 소리와 함께 심장에서 짓이겨진 채로 비틀린 사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원한에 가득 찬 상태로 나를 노려보던 눈알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살기를 머금었다.

“…그쪽이 그런 꼬라지가 된 게 누구 때문인데. 애꿎은 내 이름을 자꾸 불러대? 귀찮게 시리!”

-퐁!

나를 향해 적의를 내뿜는 김종대에게 서늘한 비웃음을 흘린 뒤.

나는 품속을 뒤져 아껴뒀던 비상용 포션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꾸드드득!

마흐라브의 권능으로 인해, 시스템이 제공해준 것들은 모조리 동결되었지만.

애초에 포인트 숍의 ‘포션’이라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효력을 발휘하는 녀석이었다.

입안에 상큼한 딸기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시커멓게 늘어 붙은 피부가 말끔히 재생되었다.

부러진 뼈가 저절로 자라났다. 손상된 근육이 다시 튼튼하게 원상복구 되었다.

내력과 마력은 잃어버렸지만, 뒤틀린 내장 조각 따윈 단숨에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우오오오! 설용호!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나는…!》

“그러니까! 그걸 왜 나에게 따지는지 모르겠다니까!”

어둠달을 힘껏 틀어쥔 채, 땅을 박찬 나는 증오를 뿜어내는 김종대의 심장을 향해 돌진했다.

-콰지지직!

그렇게 힘껏 돌진한 채, 흉측하게 변이된 김종대의 심장을 찌르자.

어둠달을 쥔 오른손이 주르륵 밀려 나가며, 얼얼한 격통이 찌릿하게 느껴졌다.

김종대의 심장은 인간의 신체 부위가 변이된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갈증! 고통! 네놈에게 내가 맛본 고통을 공유해주마!》

…망할. 연약한 내장 쪼가리라도 내력과 마력 없이는 간단히 처리할 순 없는 건가?

공격에 무위로 돌아간 것에 허무함을 느낄 새도 없이.

짜증과 분노가 가득 차 있는 함성과 함께, 기이하게 변이된 김종대의 심장이 공격을 시작했다.

놈의 단단한 근육질 내장 조각에서 자라난 팔다리가 촉수처럼 길게 늘어나며, 내 목숨을 노리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그렇게 뭔가 공격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김종대에게 가까이 파고 들어간 나는 독룡아를 시전했다.

내력과 마력이 전혀 실리지 않은 채, 철저히 경험에 의존한 기술이었지만.

흐릿하게 움직인 어둠달은 그래도 상당한 살상력을 보이며, 김종대의 사각을 파고들었다.

-까가가강!

어둠달을 쥔 손이 찌르르 울리는 것이 정통으로 무언가를 맞춘 느낌은 들었지만.

가격한 부위에서 들려온 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뭔가 피륙으로 이뤄진 생명체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듯한 소리였다.

《크오오오오! 약점! 연약한 부위를 내가 그렇게 쉽게 내버려둘 줄 알았느냐아아!》

완전히 괴물이 되어버린 상태에서도, 김종대는 생전의 교활함을 간직한 모양인지.

흉측하게 변이된 얼굴을 비릿하게 일그러뜨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놀랍게도 어둠달에게 적중당한 부위엔 금속 판 형태의 무언가가 돋아 나 있었다.

“…빌어먹을 『갈망』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김종대가 산군이었던 시절, 그를 상징하던 아티팩트는 바로 『갈망』이라는 물건이었다.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원형의 거대한 방패는 자신이 받은 충격의 일부를 흡수하여 반사하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

“크읍!”

-뿌드드득!

김종대의 신체 부위로 융합된 『갈망』이 효과를 발휘하였다.

어둠달을 꽉 틀어쥔 손에 무시무시한 충격이 반사되어 젼해졌다.

내부가 진탕이 되는 듯한 충격과 함께, 꽉 다문 입에서 비릿한 핏물이 왈칵 뿜어졌다.

《크흐흐흐! 약점! 당연히 약점을 노리겠지!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계산해 둔 바였다!》

충격의 일부를 반사시켰기 때문일까. 어둠달에 정통으로 적중당했음에도 불구.

김종대의 울부짖는 심장은 그리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섬뜩한 안광과 함께, 비릿한 조소를 내게 보낸 놈은 더욱 격렬하게 뒤틀린 사지를 촉수처럼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까가가강!

아무런 마력이 실려있지 않앗지만, 김종대의 뒤틀린 촉수는 경이로운 내구도를 자랑했다.

무식하게 단단한 재질을 자랑하는 어둠달과 맞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뼈와 살로 이뤄진 촉수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크흐흐흐! 절망을! 고통을! 공유해주마!》

-꽈드득!

“끄흡!”

촉수로 뒤덮인 채로 뒤틀려버린 덤불 같은 모습이 된 김종대의 움직임은 굉장히 느릿했으나.

그 움직임에 담긴 괴력만큼은 범상치 않았다.

김종대가 휘두른 촉수에 가격당한 갈비뼈와 근육 조각이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우지직 짓이겨졌다.

정신이 새하얗게 변하는 고통이 머릿속을 거칠게 강타해왔다.

순간적으로 몸이 기역 자 모양으로 꺾였다. 숨이 턱 하니 막혀왔다.

《너도 내 고통을 느껴야 돼! 같이 영원히 고통과 어둠 속에서 살자고!》

-파앙! 파아앙!

기묘하게 몸이 꺾인 채, 신음하는 나를 바라본 김종대는 더욱 더 광기에 찬 표정으로 촉수를 휘둘러왔다.

“커, 커헉! 마, 말이 되는 소리를 지껄여!”

아랫입술 꽈득 깨물, 정신을 붙잡은 나는 내게 짓쳐들어오는 촉수를 가까스로 피한 뒤, 훤히 드러난 빈틈을 어둠달로 힘껏 내려찍었다.

다행히 빈틈을 제대로 파고 들어가서인지, 그렇게 파고든 어둠달은 이번엔 놈의 껍질을 뚫고 살점에 콱 틀어박혔다.

《키에에엑! 고통! 고토옹!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네놈에게 내 고통을 나눠줄 수 있겠지!》

마력이 없는 만큼, 또 연약한 내장으로 변이된 만큼.

다행히 『갈망』으로 보호받지 않은 부위는 공격이 잘 먹혀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방금처럼 우연히 빈틈을 노린다면 몰라도, 계속해서 위치를 옮겨가며 갑옷처럼 김종대의 육신을 보호하는 『갈망』으로부터 빈틈을 노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다행히 김종대의 육체적인 무력이 산군 중 가장 떨어지는 편이었기에.

괴물로 변한 후에도 움직임이 평범한 수준이라, 어찌어찌 놈을 상대할 순 있었다.

하지만 내력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순수한 인간의 근력만으론 김종대의 『갈망』의 방어를 뚫어낼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고통이 머릿속을 허옇게 물들이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 김종대를 노려보고 있던 그 순간.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갈망』에 시선이 미치자,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빠르게 떠올랐다.

『갈망』은 분명 충격의 일부를 반사하는 효과를 지녔었지?

경황이 없어 생으로 『갈망』의 효과에 당해버렸지만.

회귀 전에도 비슷한 능력을 지닌 적을 수도 없이 상대해본 나였다.

상대에게 충격을 반사하는 능력의 해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

충격을 반사하는 효과를 오히려 이쪽에서 역이용하는 것.

“…좋아.”

생각을 정리한 나는 어둠달을 내 옆구리에 튼튼히 끼워, 고정시켰다.

그리곤 마지막 집중력을 짜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시야를 회복시킨 뒤.

그대로 김종대를 향해 돌진했다.

《다 포기했군! 설용호! 네놈에게 내 고통을 나눠주마!》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촉수의 향연이 내 앞을 검붉게 물들였지만.

나는 그것을 피하긴커녕, 오히려 더욱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빠각! 빠가각!

촉수에 얻어맞은 팔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였다.

뼈가 우두둑 부러졌다. 근육이 살점째로 퍽퍽 찢어져 나갔다.

상상을 초월한 고통이 머릿속을 허옇게, 아니 붉게 물들였지만.

나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김종대의 꿀렁이는 아랫부분을 향해 파고들었다.

《끝-이-다!》

내가 자신의 아랫부분까지 온 것을 발견한 김종대는 단숨에 나를 짓이겨버릴 요량으로 『갈망』으로 코팅한 거대한 촉수로 나를 짓밟으려 들었다.

세상이 온통 검붉게 물들어가며, 묵직한 중량감이 자비심 없이 내 몸 위로 훅 떨어졌다.

-푸슉!

《키이이이익!》

무언가가 그대로 관통당하는 소리와 함께. 김종대의 변이된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놈이 내 몸을 짓밟기 직전, 마지막 힘을 전부 짜낸 나는 그대로 어둠달을 바닥에 박아넣었고.

김종대의 육중한 촉수는 그것을 그대로 자신의 몸에 박아 넣었다.

『갈망』의 효과는 공격한 대상에게 피해를 돌려주는 것!

김종대의 촉수가 땅에 박힌 어둠달을 강력하게 짓밟아, 그것을 감싼 『갈망』을 타격했기에.

『갈망』을 ‘공격한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종대 자신이 되었다.

-꽈직! 꽈지지지직!

육중한 중량으로 단단한 어둠달을 『갈망』에 그대로 꽂아 넣은 충격은 실로 막대했다.

검붉은 빛을 발하는 갈망이 쩌저적 갈라지더니, 흡수한 충격을 그대로 김종대의 심장 곳곳으로 퍼뜨렸다.

덩굴처럼 복잡하게 자라난 촉수들이 회백색으로 물들더니, 썩은 나뭇가지처럼 뚝뚝 끊어졌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던 김종대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지더니, 곳곳에 거미줄 같은 검붉은 힘줄이 흉측하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 설용호오오오오!》

심장 곳곳에 박힌 김종대의 수많은 얼굴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고통스레 울부짖었다.

놈은 발악하듯 툭툭 끊어진 촉수들을 휘두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헛된 발악에 불과했다.

굉장한 내구력을 자랑하는 『갈망』이 완전히 부서질 정도의 충격이었기에.

그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받은 그의 심장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것봐. 모든 것은 그쪽의 자업자득이라니까.”

비명 속에 허물어지는 김종대를 바라보며, 나는 바닥에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그것을 신호 삼아 놈의 뒤틀린 육신도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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