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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66화 (266/309)

제266화

[두 개의 초식을 하나로 합쳤다고? 애송이 네놈이 도대체 언제 그런 깨달음을…!]

“뭐,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경악한 표정의 위철용과 만담을 나누는 사이.

성난 용오름처럼 주변을 갈아버리며 하늘로 솟구친 군청색 외골격의 파편들은 상승기류를 타고 더 높은 하늘로 천천히 솟구치기 시작했다.

베타라의 마력을 머금은 외골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하늘이 군청색으로 물들어갔다.

허공에 떠 있던 흰색 구름들마저, 베타라의 권능을 머금고 시퍼렇게 물들었다.

시퍼렇게 변한 먹구름에서 군청색 마력이 번개를 흡수하며, 힘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우레 소리와 함께, 몇조각만 떠 있던 조그마한 먹구름들이 세를 늘려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 전체가 군청색으로 물든 먹구름으로 가득 채워졌다.

시퍼렇게 물들어버린 하늘과 구름이 광포하게 으르렁거리며, 천둥과 우레를 끝없이 노래했다.

시퍼런 구름 속에서 요동치는 번개를 머금은 군청색 용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번-쩍!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지닌 군청색 용이 번개가 번뜩이는 눈으로 지상을 굽어보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시퍼런 광채와 함께, 새파란 벼락이 사방에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벼락의 향연 속에서 어두운 군청색 용이 느릿하게 지상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

베타라의 마력을 듬뿍 머금은 군청색 용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자.

어마어마한 굉음이 모두에게서 순간적으로 청각을 앗아갔다.

새파랗게 번쩍인 번개가 시야를 일순간 허옇게 백열시켰다.

-콰직! 콰직! 콰지지직!

군청색 용이 폭발하며 터져 나온 내력과 마력의 폭풍은 건물 전체를 처참하게 유린했다.

건물 외벽이 엉망진창으로 갈라지며, 벽면을 타고 시커먼 거미줄이 쫘자작 퍼져나갔다.갈라진 벽면에서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들이 뼛조각처럼 흉측하게 툭툭 튀어나왔다.

하지만 건물을 반파시킨 파괴력은 부수적인 것이었을 뿐, 내가 노린 것은 따로 있었다.

-파직! 파지지직!

군청색 용이 머금었던 베타라의 권능은 건물의 벽면과 철근을 타고 건물 전체로 퍼졌다.

그의 마력을 품은 군청색 전하가 우리에서 풀려나온 굶주린 뱀 떼처럼 흉포하게 꿈틀거리며, 건물 전체를 내부까지 꼼꼼하게 휘감았다.

《꺼으으으.》

《끄르르륵….》

베타라의 마력이 건물 전체를 휘감자.

사방에서 거품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싶더니, 곳곳에서 입가에 새하얀 게거품을 문 강마병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털썩.

무언가에 홀린 듯 비척거리며 걸어 나온 강마병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베타라의 권능이 담긴 마력이, 놈들의 육신에 깃들었던 그릇된 영혼들을 원래 ‘있어야 할’ 장소로 보내 버렸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후우…. 급하게 생각한 것 치곤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요? …마력 소모가 지나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다면 완전한 성공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군. 암룡출동과 광룡광림 두 초식 모두 그렇게 무식하게 내력을 소모하는 초식이 아니니 말이다.]

급하게 급조했기 때문일까?

암룡광림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력과 내력을 빨아먹는 물건이었다.

아무리 건물 전체를 휘감을 만큼 거대한 용을 소환했다곤 하나, 필멸의 한계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나조차도 마력이 모조리 고갈될만큼. 암룡광림의 마력 소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고! 지나치게 많은 마력을 소모하셨습니다.」

「경고. 영웅시 『베타라』의 효과가 강제로 종료됩니다.」

마력 소모가 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경고 메시지와 함께,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며 베타라의 영웅시가 강제로 종료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 찾아오기 전까지 연이은 격전으로 한번 마력이 고갈되었던 상태였기에, 이번 일격으로 체내에 남은 마력이 또다시 깔끔하게 고갈되어버렸다.

…끄응. 아무리 마력이 별로 없던 상태였지만.

이 정도로 마력 소모가 심하다니, 위력은 나름 쓸만한 것 같아도 마력 소모적인 측면에선 개량이 필수겠어.

“…확실히. 실험삼아 장식용 외골격을 쓰길 잘했네요. 마력 소모가 워낙 심해서 큰일 날뻔했으니까요.”

장식용 외골격으로 외골격 소모를 대체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무방비 상태가 될 뻔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외골격을 해제시켜, 외골격에 사용중이던 마력을 어둠달에 박박 긁어 넣은 나는 조심스레 실낱같이 남아있는 마력을 움직여, 어둠달의 창날에 박힌 검은 심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거칠게 맥동하는 검은 심장에서 마력으로 이뤄진 시커먼 촉수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억센 나무뿌리처럼 뻗어 나간 촉수들은 바닥에 몸을 널브러진 강마병들의 육신을 꿰뚫어, 게걸스럽게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몸의 껍데기를 상대할 때, 사용했었던 그 기물이로군. 흥미로운 효과를 지니긴 했지만 어쩐지 껄끄러운 마력이 느껴지는군. 그래.]

[저런 걸 유난히 좋아하는 성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의 권능이 깃든 물건일까요?]

거세게 맥동하는 검은 심장이 강마병들에게서 흡수한 마력을 내게 주입하자.

내 심장에 틀어박힌 신물들이 그것에 호응하듯 공명하며, 내 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덕분에 텅 비어버렸던 마력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후우. 일단 힘은 어느정도 회복했고.”

계속된 성장으로 마력 보유량이 필멸의 영역을 훌쩍 넘어버려서인지.

건물을 가득 채웠던 강마병들의 마력을 모조리 갈취한 뒤에야, 가까스로 마력을 절반 가까이 회복할 수 있었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선 나는 온몸에 황금빛 외골격을 다시 두른 뒤.

완전히 무너져버린 건물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들어갔다.

*****

[김종대라고 했던가. 그 변절자 놈의 성격이 굉장히 치밀하고 교활하다 했지 않았더냐?]

“강태백이 노회한 여우라면, 김종대는 꾀많은 너구리, 태백의 꾀주머니 소리를 듣던 놈이긴 했죠.”

[…그런데 그런 놈을 상대하러 들어가면서, 이렇게 요란을 떨어?]

암룡광림의 막강한 위력에 휩쓸려, 건물 내부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바닥의 콘크리트는 쩍쩍 갈라져, 흉물스러운 철골과 전선들을 드러내고 있었고.

군데군데 혈관처럼 드러난 수도관에선 핏물처럼 수돗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벽이든 바닥이든 온전한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운 모습에, 위철용은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 암룡광림의 위력이 지나치게 대단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을 겁니다.”

[너구리처럼 교활한데다, 눈치까지 빠른 놈이 상대인데도?]

“왜냐면, ‘진짜’ 시설은 땅속 깊은 곳에 있거든요. 유일한 출입구도 여기 뿐이라. 달아날 수도 없구요.”

강준후의 기억에 의하면, 김종대가 마족들에게 선사받은 능력은 육체개조와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

따라서 다른 놈들처럼 게이트를 열고 도망간다든지, 공간을 도약한다든지 하는 능력따윈 갖고있지 않았기에.

나는 위철용에게 느긋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뻥 뚫린 지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내려갔다.

[…그렇게 꾀가 많은 놈이 출입구를 하나만 만들어 놓는다구요?]

“남들의 허를 찌르는게 놈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라서요. 등잔 밑이 때로는 가장 어두운 법이라잖습니까.”

[뭐, 병적으로 남을 속여 넘기길 좋아하는 이들은 다 그런 법이겠지. 이 몸을 섬기는 자들 중에도 그런 놈들이 적지 않았다오.]

회귀 전, 그땐 아군으로 만나긴 했지만 나는 김종대의 일처리 방식을 몇 번이나 겪어본 몸이었다.

병적으로 허를 찌르기 좋아하는 성격인 놈은 그때도 자신의 거처에 ‘가짜’ 비밀통로를 여럿 만들어 둔 뒤.

남들이 가짜 비밀통로에 낚인 사이, 유유히 정문으로 걸어나가는 방식을 유난히 선호했었다.

혹시나해서 강준후의 기억을 뒤져봤지만,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놈의 버릇은 똑같았다.

진짜 출입구는 이번에도 대놓고 수상해보이는 지하의 통로 한개 뿐이었다.

-끼긱! 끼기기긱!

통로의 끝에 도착해, 내력과 마력을 주입해 굳건히 잠긴 손잡이를 강제로 돌리자.

녹슨 것처럼 불그스레한 색의 쇠문이 듣기 싫은 소음과 함께,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문이 열리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면 가스가 나를 덮쳐왔지만.

애석하게도 김종대를 너무나 잘 아는 나는 미리 외골격을 꼼꼼히 둘러놓은 상태였다.

황금빛 외골격에 반응하여 뭔가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외골격을 타고 새하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확실히. 제 마력이 소름끼칠 정도로 점점 진하게 느껴지네요.]

수면 가스가 가득했던 구간을 지나, 좀 더 내부로 걸어들어가자.

알 수 없는 기계설비가 가득한 통로에서 암갈색 마력이 불길하게 일렁거렸다.

자신이 생전에 다루던 권능과 대단히 불쾌한 방식으로 마주한 아트로포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게다가 이건…. 조심해요! 공간 왜곡의 권능이에요!]

-쿠르르르릉!

아트로포스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순식간에 주변의 금속 통로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 비좁았던 통로가 암갈색 마력을 머금고 변이를 시작했다.

무너진 벽과 바닥이 끊임없이 확장되며 푸르른 하늘과 희뿌연 구름들을 이루었다.

머리 위에 있었던 천장이 빙글 회전하여 벽이 되었다가, 또 빙글 회전하여 까마득한 바닥이 되었다.

앗 하는 사이에 내 몸은 어느새 까마득한 높이의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쐐애애액!

중력이 내 몸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었다.

뭉게 구름들이 내 주변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더니, 까마득하게만 보였던 바닥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공간 왜곡을 이딴 식으로 써먹다니, 이건 강준후의 기억에도 없었는데…. 뭐, 그래봤자 헛수고지만.”

공간 자체를 뒤틀어, 추락사를 유도하는 방식의 트랩은 다른 헌터들에겐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먼젓번에 이것과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콰드드득!

내력과 마력이 주입된 손이 어마어마한 악력을 발휘했다.

단숨에 입고 있었던 갑옷을 뚝뚝 찢어낸 나는 너울거리는 가죽 조각에 마력과 내력을 주입하여, 그대로 허공에 흩뿌렸다.

-파츠츠츠!

마력과 내력을 머금은 가죽 조각에서 거대한 발판 형태의 외골격이 쭈욱 자라났다.

먼젓번과는 비교도 안되게 발전한 마력 탓에, 허공에 생성된 외골격들의 크기는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곁눈질을 통해, 꽃잎처럼 너울거리는 외골격들이 적절한 위치에 도달한 것을 확인한 뒤.

나는 그것들을 계단삼아, 여유롭게 까마득한 하늘에서부터 뚜벅뚜벅 걸어 내려왔다.

[마력을 그런 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니. 역시 자네는 필멸자치곤 응용력이 제법이로군.]

“모름지기 사람이란 존재는 위기 속에서 기발한 기지를 짜내는 법이니까요.”

호들갑스레 감탄하는 베알제불에게 어깨를 으쓱한 나는 바닥에 닿자마자, 어둠달을 뽑아들었다.

시커먼 내력이 어둠달을 타고 흐르며, 칠흑의 와류가 창날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황금빛 외골격이 찬란한 빛을 흩뿌리며, 주변을 금빛으로 환하게 물들였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한 나는 김종대가 도사린 곳을 찾아, 당당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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