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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61화 (261/309)

제261화

그렇게 정지된 시간 속에서 강준후의 넋을 떠나보내자.

따스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얼어붙은 시간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슈르르륵!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강태백의 영혼을 원래 있어야 할 육신으로 돌려놓았다.

그렇게 남은 마력이 모조리 고갈되어 영웅시가 종료되는 것과 동시에, 영혼을 돌려받은 강태백이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끄으윽. 여, 여긴…. 나,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강태백! 이 빌어먹을 무뢰배 자식! 감히 내 앞마당에서 이딴 짓거리를 벌여?!”

-꽈르르릉!

잔뜩 이맛살을 찌푸린 채로 일어난 강태백과 막 회포를 풀려던 그 순간.

갑자기 천둥소리를 배경 삼아, 건곤 길드의 길드장 홍성동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성난 우레’라는 별칭에 걸맞게, 잔뜩 분노한 채 천둥과 번개를 흩뿌리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잔뜩 성이 난 먹구름을 연상케 했다.

“…성동이? 끄으응…. 뭐가 어떻게 된지 모르겠군.”

“뭐라고? 감히…. 감히! 네놈이 내 영역에서! 내 사람들을! 이꼴로 만들어놓고 시치미를 떼려 해!”

으르렁거리며 싯누런 이를 드러낸 홍성동의 상태는 딱 봐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번개를 품은 눈은 어째선지 퀭하니 시커멓게 죽어있었고, 잔뜩 성이 난 채로 폭풍을 머금은 입가엔 새하얀 게거품을 부글거리고 있었다.

“뭐에욧! 기껏 정신나간 아저씨들을 구해줬더니. 배은망덕 한것도 유분수지!”

“허, 허억! 허억! 오, 오해입니다. 길드장님! 마, 말씀드렸듯 이분들은 그저 저희들을….”

번개를 머금은 홍성동의 눈이 광기에 잠식된 채, 새하얗게 까뒤집어지자.

잔뜩 성난 표정의 김혜옥이 월홍 공격대의 김시형을 어깨에 태운 채로 나타났다.

김혜옥이 홍성동을 쫓아 전력으로 뛰어온 모양인지, 그녀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린 김시형의 얼굴은 극심한 멀미로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애써 눌러참은 그는 홍성동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려 들었다.

-콰르르릉!

“닥쳐! 패배자 놈들의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김시형의 발언은 홍성동이 날린 매서운 일격에 허무하게 끊겨버렸다.

길드원들을 아낀다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도, 홍성동이 날린 일격엔 진심으로 김시형을 태워 죽이기에 충분한 마력과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시퍼런 뇌전이 창백하게 질린 김시형을 태워버리려던 그 순간!

-꽈광!

“아저씨!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잖아욧!”

이변을 눈치 챈 김혜옥은 괴력이 깃든 주먹으로 바닥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무식한 힘이 대지를 강타하자, 박살난 암석이 높게 솟구쳐 홍성동의 뇌전을 막아냈다.

그렇게 홍성동의 일격을 막아낸 김혜옥은 그를 나무라는 듯 뾰족한 고함을 내질렀다.

“기, 길드장님?! 가, 갑자기 왜….”

“크, 크아아악! 감히 이놈들이 나를 우습게 봐?! 모조리 다 태워 죽여 주마!”

시커멓게 죽어버린 홍성동의 눈에선 폭력적인 광기가 잿불처럼 은은하게 비어져 나왔다.

사납게 벌려진 입에선 끈적한 침이 광기를 머금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홍성동의 몸에선 마치 이 세상이것이 아닌 듯한 광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물러서시죠. 시형 씨 아무래도…. 홍성동 길드장님께선 정상이 아닌 듯하니.”

잔뜩 당황한 김시형을 뒤로 물린 나는 어둠달을 다시 빼 들었다.

마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지만, 홍성동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어질어질한 머리를 감싸 쥔 채, 혼란에 빠진 강태백도.

경악과 불신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김시형도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나는 김혜옥과 함께, 홍성동을 막아 설 수 밖에 없었다.

“크으흐흐흐.”

고갈괸 마력을 박박 긁어낸 뒤, 내력까지 퍼뜨려 홍성동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놀랍게도 그의 머릿속엔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마력의 상태로 미뤄보건대. 그는 마족에게 세뇌당한 것도 아니었고 환각이나 착란 계통의 마법에 걸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는 짓으로 봐선 정상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말이지.

우선은 ‘진정’ 시켜놓고 차분히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마력이 고갈된 건 아쉽지만, 지금의 내겐 ‘믿음직한’ 지원군이 있으니까.

“혜옥아! 홍성동 길드장님께서 정상이 아니신 것 같다! 진정시켜드려!”

“옙! 슬립 나우 플리즈!”

-뿌각!

내 지시를 들은 김혜옥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수도로 홍성동의 뒷통수를 노렸다.

녹색 마력이 일렁이는 그녀의 거대한 손날이 번개처럼 날아가더니, 광기에 찬 홍송동의 뒤통수를 묵직하게 강타했다.

“좋았어! 손맛이 있어요! 싸부님! 어, 어랏?”

-부우욱!

분명 김혜옥이 손날로 뒤통수를 맛깔나게 후려쳤음에도 불구,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살가죽이 찢어지는 파육음과 함께 홍성동의 뒷통수에서 시뻘건 핏줄기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히, 힘 조절은 완벽하게 했는데…? 괘, 괜찮아요? 번개쟁이 아저씨?!”

갑자기 솟구친 피를 본 김혜옥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녹색 마력이 일렁이는 자신의 손날과 피가 솟구치는 홍성동의 뒷통수를 번갈아보는 그녀의 눈엔 당황의 기색이 역력했다.

…혜옥이가 조금(?) 무식하긴 해도, 명색이 치유사이니만큼 힘 조절 하나는 완벽하게 하는데.

저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건…! 피?! 역시! 역시! 네놈들은 내 목숨을 노리고 강태백이 고용한 암살자 놈이었군! 얌전히 죽어줄 것 같으냐! 이 더럽고 치졸한 암살자 놈들아아!”

“아, 아니에요! 저는 암살자가 아니라 치유사에요!”

기이한 일이었다.

어째선지 김혜옥의 뭉툭한 손날에 얻어맞은 홍성동의 뒷통수에선 계속해서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격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사방을 물들인 붉은 피 때문인지, 김혜옥을 바라보는 홍성동의 눈에 맺힌 광기가 더욱 진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서는 홍성동의 몸에서 시퍼런 전하가 한층 더 선명하게 번뜩였다.

“으흐하하하하! 다, 다 태워 죽여주마! 거대한 몸뚱이! 뼈도 크고 아름답겠지!”

-파지지직!

쩌렁쩌렁한 광소와 함께 홍성동의 두 눈이 시퍼렇게 빛났다.

동시에 그의 가슴어림에서 파직거리는 전하가 광폭하게 응집되었다.

-꽈르르릉!

“아니! 이 번개쟁이 아저씨가 진짜!”

광폭하게 응집된 전하가 번개가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김혜옥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그녀는 짐승과도 같은 반사신경으로 홍성동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바닥에서 시퍼렇게 흘러나오는 전하를 흘끗 바라본 김혜옥의 눈에 녹색 귀화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맛이 가버린 홍성동에 결코 뒤지지 않는 광기가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한판 붙는게 소원이야?! 소원대로 해줄게! 나쁜 어른은…. 때리고! 박살 낸-다앗!”

-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김혜옥의 우람한 근육 위에 녹색 외골격이 폭발하듯 돋아났다.

광기어린 포효를 토해낸 그녀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걸렸다.

온몸에 힘을 준 김혜옥의 몸 곳곳에 나무 뿌리 같은 힘줄이 후두둑 튀어나왔다.

“물러서! 혜옥아! 지금 홍성동 길드장님은 정상이 아니야! 너보다는 내가 상대해야….”

“저도 지금 ‘정상’이 아니거든요? 마력도 다 고갈되신 분은 몸이나 추스르고 계시라구욧!”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 홍성동의 모습에, 나는 김혜옥을 막아서려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나를 제지했다.

“하,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

“셧업 마이 티쳐!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스승의 의무인 법이에욧! 마력이나 회복하고 있으세욧!”

-콰아아앙!

알 수 없는 박력으로 내게 일갈한 김혜옥은 근육질 녹색 외골격을 번뜩이며, 그대로 홍성동을 향해 ‘날아갔다.’

“폭력!”

-퍼서서석!

녹색 광채가 번들거리는 김혜옥의 주먹이 홍성동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치자.

마치 수박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얻어맞은 부위에서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무언가 불쾌한 촉감을 느꼈는지, 기세좋게 포효를 내지른 김혜옥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뭔가…. 손맛이 달라.”

“크흐흐흐. 좋아! 좋아아! 폭력! 파괴! 망가-악!”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김혜옥이 진중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은 순간.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광기를 흘려내는 홍성동의 몸이 흉측하게 변이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 곳곳에서 상처가 뻐끔 입을 벌리더니, 시뻘건 피가 폭포수처럼 콸콸 흘러내렸다.

피에 잠긴 홍성동의 육신이 늑대와 박쥐, 인간을 엉망으로 짓이겨 놓은 듯한 모습으로 변이되었다.

“에, 엘더 뱀파이어?! 세, 세상에! 기, 길드장님! 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흐헤헤헤. 피…. 피…! 피…!! 모조리 토막내고 잘라내 피를 섭취해 주마!》

경악에 찬 김시형이 중얼거린 것처럼, 홍성동은 놀랍게도 엘더 뱀파이어로 변이된 상태였다.

『엘더 뱀파이어』

흡혈종 몬스터인 뱀파이어, 그 중에서도 상위 개체를 뜻하는 몬스터의 저주받은 이름이었다.

설화 속의 흡혈귀의 능력을 알뜰살뜰하게 거의 다 갖춘 데다, 흡혈을 통해 지속적으로 마력을 회복해대는 놈이었기에 특히나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로 악명이 높은 놈이었다.

홍성동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그의 육신은 그렇게 악명높은 엘더 뱀파이어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로 변이되어버린 상태였다.

설화와는 다르게, 흡혈종에게 물린다고 해서 흡혈귀로 변이되는 일은 없는데다.

지금의 홍성동과는 달리, 엘더 뱀파이어는 지능과 긍지가 높기로 유명한 놈인데.

애초에 그가 변이한 존재가 엘더 뱀파이어가 맞긴 맞는 건가?

“…마족들의 소행인지도 모르겠군. 괴이쩍은 일은 죄다 놈들이 관련되어 있으니까.”

마족들에게 생각이 미친 나는 강준후에게서 흡수한 기억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도 마족들에게 홍성동에 대한 일은 전해듣지 못한 모양인지, 아무리 강준후의 기억을 뒤져봐도 홍성동에 대한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다.

《크헤. 크헤헤헷 피! 피가 필요해앳!》

모두가 홍성동이 정체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사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뇌까린 홍성동은 핏빛으로 물든 전하를 양손에 쥐고 그대로 터뜨렸다.

-꽈르르릉!

섬찟한 폭음이 들린다.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번개줄기가 김혜옥의 외골격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 으갸갸갹!”

시뻘건 번개에 얻어맞은 김혜옥의 머리가 쭈뼛 곤두섰다.

워낙 튼튼하고 강인한 몸이었기에, 그리 심각한 타격을 입진 않았지만.

그녀의 녹색 외골격 곳곳엔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다.

시커먼 연기를 토해낸 김혜옥이 눈에서 녹색 안광이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철퍽!

이번엔 김혜옥이 휘두른 주먹에 홍성동의 변이된 육신이 폭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그가 흩뿌린 핏물 속에서 시뻘건 전하가 섬뜩한 살기를 뿌리며, 김혜옥의 목숨을 노렸다.

“어림도 없지! 인간 피뢰침 프로젝트!”

-꾸꽈과광!

조금 전처럼 시뻘건 전하가 김혜옥의 머리 쏟아지려던 그 순간.

그녀는 피뢰침의 원리를 응용하려는 듯 한쪽 다리로 강하게 대지를 내려찍었다.

순식간에 어지간한 아름드리 통나무보다 더 굵은 다리가 대지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그녀의 머리 위로 핏빛 번개가 뚝 떨어졌다.

“아갸갸갹! 갸갸갸갸갹! 조오옿아아! 견뎌냈어어! 역시 과학의 힘은 위대해!”

…과학이라니. 누가봐도 피뢰침의 원리보단, 무식한 육체의 내구력으로 버텨낸 모양새인데.

진짜로 피뢰침의 원리가 성공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김혜옥의 육체적 내구력이 무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김혜옥은 홍성동의 핏빛 번개를 모조리 견뎌냈곤 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이제 댁의 번개따윈 간지럽지도 않아! 각오하라고! 이 번개돌이 아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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