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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53화 (253/309)

제253화

다급한 목소리로 길을 따라가는 정희준의 안내에 따라, 널찍한 중앙 광장에 도착하자.

우리를 이 왜곡된 공간으로 끌어들였던 몬스터와 월홍 공격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으윽! 정신 왜곡 계통의 능력을 사용하는 놈이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렷!”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김시형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고통을 매개로 정신을 붙잡고 있는 모양인지, 그의 허벅지엔 스스로 박아넣은 듯한 단검이 박혀있었다.

“으…. 으어아아아! 사, 살려줘!”

“어, 엄마. 다, 다시는 손을 놓지 않을게요!”

하지만 단검까지 박아넣으며, 제정신을 유지한 김시형과는 달리. 다른 공격대원들은 미처 그 정도의 각오를 보여주지 못한 듯했다.

용케 무기를 손에서 놓지는 않았지만,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고릴라 형태의 몬스터를 바라보는 공격대원들의 눈빛은 초점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 엉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젠장! 다들 한심하게 뭘 하고 있는 거야! 방패조 방패….”

이를 까득 깨문 김시형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수하들을 지휘하려 들었지만.

그의 다급한 외침은 이미 환각과 패닉에 빠져버린 공격대원들의 귓가를 허무하게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꾸워어어억!》

-부와아아앙!

벌벌 떠는 공격대원들을 여유롭게 바라본 몬스터는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자신의 촉수를 휘둘렀다.

“이, 이런! 부, 부탁합니다! 산군님!”

촉수가 패닉에 빠진 공격대원들에게 쇄도해 가자, 정희준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어렸다.

물론, 그가 다급한 구원의 외침을 미처 내지르기도 전에 나는 이미 어둠달을 꺼낸 채.

공격대원들의 몸뚱어리를 두 동강 내려는 촉수에게 달려든 상태였다.

-썩둑!

어지간한 아름드리나무보다 더 굵고 고래 심줄보다 더 질긴 촉수였지만, 세 가지 기운이 와류처럼 들끓는 어둠달의 창날을 받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시커먼 내력과 암록색, 암갈색 마력이 소용돌이치는 창날이 거대한 촉수를 스치고 지나가자.

정신없이 꿈틀거리는 촉수가 단숨에 토막토막 잘려나가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꾸어어어억?!》

-푸스스스슷!

어둠달의 창날은 단순히 공격대원들을 공격해온 촉수만을 토막 낸 것이 아니었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잘려나간 촉수의 단면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의 효과에 따라, 영웅시 『바알제불』가 잊혀진 영웅의 힘과 권능을 노래합니다.」

「사용자님이 보유한 마력에 따라, 영웅시 『바알제불』의 효과는 영구적으로 지속됩니다.」

바알제불의 신물을 흡수한 뒤, 나는 의지를 일으키는 것만으로 아무런 제약없이 그의 영웅시를 발동시켜, 바알제불의 권능을 오롯이 빌려 쓸 수 있었다.

때문에 어둠달을 타고 흐르는 진득한 암녹색의 마력은 그가 자랑하는 부패의 권능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상태였다.

부패의 권능에 노출된 부위가 삽시간에 썩어 문드러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정희준 씨? 대장님과 그 외 다른 양반들을 좀 부탁할게요.”

거대 고릴라가 썩어들어가는 환부를 붙잡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자.

여유롭게 히죽 웃으며, 앞으로 나선 나는 정희준에게 월홍 공격대의 신변을 떠맡겼다.

그리곤 상당히 오랜만의 사냥을 대비하며, 온몸에 마력과 내력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파츠츠츠!

화안금정이 발동되며 시야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혈도를 타고 도도하게 흐르는 내력이 전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끈적거리면서도 용암처럼 들끓는 두 가지 마력이 내력에 감응하여, 미증유의 힘을 부여했다.

-촤르르륵!

곧이어 세 가지 기운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외골격이 빈틈없이 내 몸을 감쌌다.

쿵쿵거리는 심장에 박힌 두 개의 신물이 강렬한 투쟁심을 끌어냈다. 울컥울컥 분비되는 마력과 아드레날린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폭력성을 불어넣었다.

-부와아아앙!

싸울 준비를 끝마친 바로 그 순간!

고통스럽게 포효하던 고릴라 형체의 몬스터가 발악하듯 자신의 촉수들을 휘둘렀다.

문어의 그것과도 같은 거대한 촉수들이 정신없이 꿈틀거리며, 내게 쇄도해왔다.

-푸콰쾅!

고릴라 놈의 촉수는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날아들었지만.

애석하게도 내겐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속도로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한걸음 물러선 것만으로, 놈의 공격은 허무하게 빗나가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파지직!

놈의 촉수를 가볍게 피해낸 나는, 놈에게 가까이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오른손 손가락 두 개의 외골격에 시커먼 내력을 밀어 넣었다.

-투화확! 투화확!

그렇게 고릴라의 턱 바로 밑까지 파고든 나는 약식 암룡출동을 발동시켰다.

시커멓게 물든 손가락의 외골격이 폭발하며, 내력과 마력이 응축된 파편들을 쏘아냈다.

암룡출동의 폭발에 제대로 직격당한 고릴라의 촉수 다발이 허무하게 으깨졌다.

외골격의 깨어진 파편에서 새어나간 부패의 권능이 다른 촉수들을 연달아 감염시켰다.

-푸화하하학!

마치 치마처럼 고릴라의 하체를 휘감았던 촉수들이 모조리 썩어 문드러지자.

상반신처럼 강인한 검은색 털에 뒤덮인 하반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아무래도 평범한(?) 놈은 아닌 모양인지.

놀랍게도 놈의 하반신에선 보랏빛 마력이 정전기처럼 파직거리며, 부패의 권능을 막아내고 있었다.

《꾸워어어엉!》

고릴라의 오른팔이 흐릿해진다. 싶더니, 흉측하게 짓물러진 손톱이 바닥을 긁으며 내게 짓쳐들어왔다.

어마어마한 마찰열로 인해, 손톱에 줄줄 흘러내리는 름에 화르륵 불이 붙었다.

-카가가각!

“크으윽!”

고릴라의 공격을 감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완전히 피해내지 못했다.

화염이 이글거리는 손톱이 외골격을 카드득 스치고 지나갔다.

단단한 외골격에 쩌쩍 균열이 생겼다. 그렇게 생긴 균열 사이로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실로 엄청난 속도와 무식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꾸르르어어어!》

고릴라의 주름진 눈이 장난스럽게 휘어졌다.

몸을 보호해준 보랏빛 마력을 믿는 모양인지, 놈의 태도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직격당한 피부는 엉망으로 찢어졌지만, 보랏빛 마력이 휘몰아치는 털이 자라나.

곧바로 찢어진 부위를 메워버렸다.

…보랏빛 마력에 저런 효능이 있을 줄이야. 신기하긴 하네.

“치이잇!”

이를 까득 깨문 나는 주먹을 까드득 말아쥐었다.

시커먼 내력이 주먹에 깃들어 새까만 어둠을 흩뿌렸다.

-탓! 탓! 탓!

주먹에 내력을 집중시킨 나는 재빨리 고릴라의 몸을 타고 올라가,

재생 중인 놈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꿀럭!

“뭣?”

파천 복룡창의 독룡아를 응용한 내 공격은 완벽하게 들어갔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고릴라에게 어떠한 타격조차 주지 못했다.

놈의 주름진 피부 위에 미끌거리는 고름은 내 주먹을 허무하게 주르륵 흘려 내버렸다.

《끄르아아아아!》

-푹!

미끌거리는 고름 탓에 주먹이 빗나가자,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고릴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박아넣었다.

고름이 번들거리는 손톱이 외골격을 거칠게 파고 들어왔다.

《크아앙악!》

하지만 그런 나를 가만히 두고 볼 고릴라가 아니었다.

가물거리는 시야 속으로 고릴라의 흉험한 공격이 포착되었다.

-부왕! 부와아아앙!

금방이라도 나를 찢어발길 듯 날아드는 흉측한 손톱!

당장이라도 나를 벌레처럼 짜부라트릴 듯 쇄도해오는 거대한 팔뚝!

몸조차 가누기 힘든 지금, 내가 놈의 공격을 피할 방법 따윈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카가가각!

나는 손에 쥔 어둠달을 벼락처럼 휘둘러 고릴라의 공격을 모조리 쳐냈다.

고릴라의 짓무른 손가락이 썽둥 썰려 나갔다. 기다란 코에 길쭉한 붉은 선이 뻐끔 입을 벌렸다.

《…끄으어아아아!》

고릴라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어렸다.

순식간에 손가락을 잃은 놈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뭔가 특별한게 있나 싶었더니. 별거 없었네. 바로 끝내주지.”

-파츠츠츠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요량으로, 나는 조용히 깔맞춤을 발동시켰다.

필멸의 영역을 뛰어넘은 인지능력이 내게 수많은 정보를 제공해줬다.

《끄어어어어!》

예상치 못한 일격을 얻어맞았기 때문일까?

상처가 모조리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고릴라의 얼굴엔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놈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재빨리 손톱을 휘둘렀다.

-피슛! 피슛! 피슛!

하지만 필멸의 영역을 벗어난 인지능력은 고릴라의 움직임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

놈이 휘두른 손톱은 내 몸에 닿기도 전에 어둠달의 창날에 연속으로 가로막혔다.

번개처럼 파바밧 휘둘러진 어둠달의 창날은 정확하게 놈의 손톱 끝만을 찔러, 충격을 집중시켰다.

외골격을 찢을 만큼 단단했던 손톱이 썩은 호박처럼 퍼석 터져나갔다.

《끄르르아아악!》

신경질적인 고함을 내지른 고릴라는 터져나간 자신의 손톱을 재생시키려 들었다.

-카가가가각!

고릴라의 손끝에서 꿀렁거리는 고름이 새어나온 그 순간!나는 어둠달의 창날을 바닥으로 향한 채, 놈에게 재빨리 달려들었다.

어둠달의 창날이 바닥에 갈리는 소리와 함께, 피와 고름을 머금은 창날에 화염이 솟구쳤다.

-치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악!》-

화염이 이글거리는 어둠달의 창날이 고릴라의 손끝을 스치고 지나가자,

고름이 울컥 솟아올랐던 부위에 불꽃이 옮겨 붙었다.

고름이 타들어가는 노릿한 악취와 매캐한 연기가 광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끄끼에에에엑!》

향상된 인지능력은 고릴라가 자랑하던 고름이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알려줬다.

기름과 독으로 이뤄진 놈의 고름은 놀라울 정도로 불에 잘 타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릴라의 주름진 얼굴이 처음으로 고통이 번져나갔다.

-화르륵! 화르르륵!

화염이 이글거리는 어둠달이 고릴라의 몸을 베어낼 때마다 .놈의 몸 곳곳에 불꽃이 솟구쳤다.

고름낀 피부가 이글거리며 지글지글 익어갔다. 살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진동했다.

고통에 절은 고릴라가 몸을 꿈틀거릴 때마다, 고름이 주르륵 흘러내려 불길을 더욱 키워댔다.

《우호홋! 우홋호호!》

온몸이 불길에 휘감긴 고릴라는 발악하듯 몸을 꿈틀거렸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시커먼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육신은 이미 놈의 제어를 벗어난 상태였다.

놈은 거대한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나를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기고만장하게 날뛰더니. 새로운 수는 없었던 모양이지?”

나는 그렇게 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는 고릴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놈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어둠달의 검은심장이 광폭하게 맥동했다.

전신을 감싼 황금빛 외골격이 조금씩 조금씩 까맣게 물들어갔다.

“…장난감치곤 훌륭했지만. 애석하게도 여기까지네.”

고릴라의 투실투실한 볼을 장난스레 붙잡은 나는 속삭이듯 놈에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그렇게 놈의 얼굴을 붙잡은 상태에서…. 암룡출동을 발동시켰다.

-꾸과가가아아앙!

약식과는 격을 달리하는 위력이 고릴라의 까맣게 타버린 육신을 난도질했다.

우박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외골격의 파편들에 의해 놈의 거대한 육신이 믹서기에 들어간 고기처럼 바드득 갈려 나갔다.

-쿠웅

기력의 폭풍이 지나간 뒤, 고릴라(였던 것)의 파편들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광장 전체를 검붉게 수놓은 파편들에선 생명의 징후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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