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 잘생겼다!-241화 (241/309)

제241화

《이 몰골은 무엇이지? 설마하니. 네가 그 아이인가? 정말 별 볼일 없이 생겼구나.》

시커멓게 물든 무의식의 심연 속에서 주름진 얼굴의 노파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인상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는 낯선 노파의 입에선 실망에 가득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별 볼일 없이 생겼다니.….

그쪽은 역병 걸린 거미처럼 생기셨는데?

“댁은 누구지?”

《알아서 무얼하겠느냐. 아이야. 어차피 네 육신은 내게 먹힐 운명인 것을.》

그렇게 비웃음을 흘린 부서진 물레의 노파 지휘하듯 거대한 다리를 움직여 등 뒤에 후광처럼 떠오른 거대한 다리들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암갈색 핏물을 눈물처럼 뚝뚝 흘려내는 거미 다리들이 불온한 마력을 머금고, 마치 굶주린 거미 떼처럼 무리를 지어 일사불란하게 어둠 속에서 기어오기 시작했다.

《그 추하고 비루한 육신이지만 이 몸에게 좋은 식삿거리가 되겠구나!》

-끼야아악!

부서진 물레의 노파의 일갈과 함께, 어둠 속을 기어오던 암갈색 다리들이 굶주린 벌레 떼처럼 내게 쇄도해왔다.

암갈색 손에 돋아난 망자들의 얼굴이 귀곡성을 내질렀다. 망자들의 눈에서 원한에 찬 피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네놈도 이 몸의 아름다운 몸의 일부가 되거라!》

-콰드드득!

사방을 잠식해오며 내게 쇄도해오는 암갈색 거미 다리들은 섬뜩한 귀기를 발산하며, 자신들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찢어발겼다.

그렇게 원념에 찬 잔혹한 손길이 나를 덮치려는 순간!

“…그래? 댁이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얌전히 당해줄 수는 없지!”

나는 원념과 귀기를 뿜어내는 암갈색 손을 바라보며,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동시에 바알제불의 권능을 끌어올려, 부패와 타락의 기운을 온 몸에 휘감았다.

모든 것을 썩히고 뒤트는 신의 힘이 내 몸에 깃들었다.

-끼아아악!

어둠이 노파의 둥지가 부패의 마력에 의해 순간적으로 암녹색으로 물들었다.

암갈색 다리들이 내지르던 귀곡성이 광폭하게 스멀거리는 부패의 기운에 삼켜졌다.

모든 것을 썩히고 뒤트는 부패와 타락의 권능에 노출된 암갈색 다리들이 모조리 분해되어 무로 돌아가 버렸다.

《…그, 그건 파리. 고성에 처박힌 파리 새끼의 권능 어, 어떻게 필멸자인 네놈이 어떻게 놈의 권능을!》

“글쎄! 궁금하면 일단 대화부터 해보자고! 이따위 육체의 대화가 아니라!”

노파가 자랑스레 휘두르던 다리들이 허무하게 썩어 문드러지자.

흉포한 탐욕만이 가득했던 노파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먹이를 좇는 거미처럼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움직임을 뚝 멈췄다.

-쿠콰콰쾅!

노파의 경악에 찬 반응을 즐거이 감상할 시간 따윈 없었다.

암갈색 다리들을 그렇게 무력화시킨 나는 즉시 땅을 힘껏 박차며 놈을 향해 도약했다.

필멸의 영역을 벗어난 힘이 깃든 다리가 무자비하게 대지를 강타할 때마다, 폭발음과 함께 공허한 어둠의 바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크윽! 어디서 제법 강력한 잔재주를 익힌 모양입니다만! 어림도 없다앗!》

-푸화하하학!

노파는 낯빛을 딱딱하게 굳히며, 자신의 다리에 암갈색 마력을 집중 시켰다.

놈이 전신에 두른 암갈색 갑각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들며 하반신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두 개의 기운이 집중된 거미 형태의 하반신이 다리를 바쁘게 놀리며, 무언가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흐어어어어!》

내뱉은 암갈색 마력은 거미줄 무늬가 새겨진 형태의 갑옷과 무기가 되었다.

녹아든 암갈색 외골격은 노파를 빼닮은 분신이 되어 그것들을 장착한 채,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탄생한 노파의 분신들은 귀기 어린 귀곡성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거침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쇄도해왔다.

-키리리릭!

거미줄 무늬가 인상적인 각양각색의 무기가 시퍼런 살기를 토해냈다.

분신들 한 마리 한 마리가 각자의 의지를 지니기라도 한 모양인지, 광포하게 무기를 휘두르는 놈들의 움직임은 숙련된 베테랑 헌터의 수준을 가뿐히 능가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분신들의 몸뚱이에선 어지간한 몬스터 따위완 비교조차 불가할 만큼 강대한 살기와 마력까지 느껴졌다.

-꽈드드득!

동시에 노파는 다시 한번 거미줄을 뱉어내, 이번엔 거대한 활과 화살을 만들었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보다 훨씬 거대한 화살과 그보다 더 거대한 활을 단단히 움켜쥔 놈은 무서운 괴력을 발휘하며, 단숨에 활시위를 당겼다.

《오랜만의 사냥감이다! 내가 네놈을 놓칠 것 같으냐?!》

노파의 포악한 외침대로 이어진 놈의 공격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시위를 떠난 화살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허공을 유영하며, 노파의 분신들과 합을 맞추었다.

《끄어어억!》

-쐐애애애액

노련한 공격대원들처럼 유기적으로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노파의 분신!그들의 뒤에 숨어 내 목숨을 노리고 날아드는 거대한 거미줄 화살!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맞닥뜨린 괴물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걸리적거린다!”

바알제불의 권능을 두른 지금의 내겐 이 정도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볍게 휘둘러진 어둠달으로부터 부패와 타락의 기운이 주변을 온통 암록색으로 물들였다.

-푸스스스스!

지독한 부패의 기운이 사방을 어둡게 물들이자.

어둠에 노출된 노파의 분신들이 시커멓게 물들며, 허무하게 썩어 문드러졌다.

교활하게 빈틈을 파고들어 날아들던 화살이 새까맣게 변색 되어 힘없이 뚝 떨어졌다.

《마, 말도 안돼! 그 파리 새끼도 나처럼 영락했거늘! 필멸자에 불과한 네놈이 어떻게 그런 힘을!》

-푸화하학!

야심찬 공격이 단 한번의 반격으로 무위로 돌아가자, 혼란에 빠진 노파는 현실을 부정하며, 발악하듯 다시 한번 입에서 암갈색 거미줄을 뿜어냈다.

노파의 하반신이 바삐 다리를 놀리자, 거미줄로 만들어진 방패가 생성되어 나와 놈 사이를 가로막았다.

마력이 번들거리는 거미줄 방패는 얼핏 보기엔 상당한 내구력을 지닌 것처럼 보였지만….

-서걱!

부패와 타락의 기운을 후광처럼 두른 어둠달은 너무도 간단히 노파의 방패를 쪼개 버렸다.

아니, 그저 단순히 암록색 거미줄만 잘라낸 수준이 아니었다. 거미 형태의 하반신에 시커먼 사선이 그어졌다. 놈의 신형이 기우뚱 비스듬히 기울었다.

-쿠구구궁!

금속으로 이뤄진 거미와도 같은 하반신이 반으로 비스듬히 잘려나가자.

균형을 잃어버린 노파의 거대한 육신이 허물어지듯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흐억. 흐아아악! 이,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어, 어떻게 필멸자 따위가!》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노파는 공포에 질린 채로 발악적하듯 양팔을 휘두르며, 추악한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에 희생당해 날개를 잃어버린 잠자리와도 같은 비참한 모양새였다.

-콰곽!

버둥거리는 노파에게 다가간 나는 놈의 버둥거리는 몸뚱이를 지그시 밟았다.

제법 단단해 보이는 금속 소재의 외피를 지닌 거미 형태의 몸뚱이였지만, 단순히 살짝 밟은 것만으로도 노파의 금속 외피는 허무하게 과자처럼 부서져 나갔다.

내게 벌레처럼 짓밟힌 노파의 눈에 숨길 수 없는 공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힉! 히이익!》

“뉘신지는 모르겠는데. 초면에 너무 무례하게 구셨어.”

공포에 질린 채로 이젠 혓바닥조차 제대로 놀리지 못하는 노파의 모습에 나는 히죽 웃으며, 최후의 공격을 준비했다.

“잘가. 갑자기 나타난 괴생명체 나으리!”

-푸스스스!

노파의 본체에 집중된 부패와 타락의 기운이 노파의 거대한 육신을 순식간에 썩혔다.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던 육신이 암녹색으로 물들더니, 이내 고약한 냄새와 함께 가루가되어 흩날렸다.

“휘유. 잡긴 잡았는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신물을 흡수하자마자, 의식을 잃은 것은 먼젓번과 동일했다.

하지만 바알제불이 그랬던 것처럼, 부서진 물레의 노파가 남긴 사념과 조우하는 것이 아니라.

어째선지 나는 무의식의 공간에서 알 수 없는 괴생명체와 급작스러운 혈투를 벌여야만 했다.

《파편…. 추하게 뒤틀린 허물…. 그것이 파괴됨으로서 마침내 억압된 자아가 해방될 지어니…》

시커먼 무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자,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음성이 들려온 진원지를 파악하려 했으나, 곧이어 지독하기 짝이 없는 졸음이 내 의식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당신께서 뒤틀린 허물을 쓰러뜨려주신 덕분에, 마침내 억눌려있던 자아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독하기 짝이없는 졸음 속에서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리에서 뒤틀린 운명이 마침내 새로운 인연을 빚어낼지니….』

가물거리는 시야 사이로 신비로운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뭐라 의문을 표할 새도 없이, 내 의식은 순식간에 무의식으로 침잠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