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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33화 (233/309)

제233화

“머잖아 일을 저지를 줄은 알았지만.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데?”

역한 악취가 역병처럼 퍼진 하수도엔 역겨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강태백이 선택한 은신처는 놈들이 파놓은 함정이나 다를 바가 없는 곳이었다.

서민혁이 내게 일러준 바에 의하면, 참으로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만.

나는 좌절하는 대신 어둠달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움직인 것은 칭찬해 줄 만한걸?…지금의 내게서 달아날 수 있다면 말이지!”

-꽈르릉!

한 마리 이무기처럼 거칠게 요동치는 내력과 밤하늘의 번개처럼 번뜩이는 마력이 내 몸에 무서운 힘을 불어넣었다.

단순히 발을 한번 굴린 것 만으로도, 하수도에 우레와도 같은 굉음이 울려퍼졌다.

동시에 살을 갈라 찢을 듯한 풍압이 느껴졌다.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휙휙 뒤바뀌었다.

-쿠와아앙!

악취와 어둠이 휘몰아치는 하수도를 지나, 서민혁이 일러준 곳에 도착하자.

나는 다시 한번 발을 굴려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섰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때려부어 만든 바닥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이 엉망으로 휘날렸다.

“지독하게도 저질러 주셨군.”

강태백의 은신처는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다.

한때 가구였음이 분명한 목재들이 바닥을 흥건히 적신 핏물과 제멋대로 엉겨붙어 있었고,

출입구였던 것으로 짐작되는 우그러진 문짝은 무너진 벽돌 사이에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하수도에 몸을 숨기고 있던 쥐새끼들답게 벌써 튀었나 본데…. 그래봐야 헛수고지!”

서민혁이 일러준대로, 강태백의 은신처엔 인기척이라곤 쥐뿔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곳을 습격한 놈들이 한가롭게 기다려주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바였다.

때문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이의 영웅시를 발동시켰다.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의 효과에 따라, 영웅시 『마하가라』가 잊혀진 영웅의 힘과 권능을 노래합니다.」

「사용자님이 보유한 마력에 따라, 영웅시 『마하가라』의 효과는 『24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마하가라를 상징하는 주황빛이 영롱하게 내 몸을 뒤덮음과 동시에, 양쪽 어깨죽지에서 커다란 빛의 날개가 자라났다.

-후우웅! 후우우웅!

곧이어 등 뒤편에서 빛으로 이뤄진 둥그스름한 고리가 돋아나,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조율하는 신, 마하가라의 권능이 내 육신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자.

나는 폐허가 된 은신처를 향해 가만히 손을 뻗었다.

-쿠르르릉!

마하가라의 권능이 깃든 마력이 하수도 전체를 잠식해 나가자.

눈이 멀어버릴 듯한 주황빛 속에서 시간이 섭리를 거스르기 시작했다.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시커먼 옷을 차려입은 괴한들이 포획한 직원들을 들쳐멘 채로 다시 폐허 속으로 돌아왔다.

바닥을 흥건히 적셨던 피가 주인들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완전히 박살난 채, 엉망으로 널브러졌던 가구들이 수복되어 제자리를 찾아갔다.

무너졌던 벽이 멀끔히 복구되었다. 우그러진 문이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강제로 시간을 뒤로 되돌려, ‘참상이 벌어지기 전’ 시점으로 도착했다.

*****

“서둘러라! 어서 이 이교도 놈들을 한 놈도 빠짐없이 잡아들여!”

“넵!”

유난히 굵은 목소리를 자랑하는 괴한의 지시에 따라.

온몸을 시커먼 천으로 감싼 괴인들이 날래게 움직이며, 발버둥 치는 직원들을 시커먼 덕트 테이프로 꽁꽁 묶기 시작했다.

“읍! 으읍! 으으읍!”

“‘그릇’을 유인해 낼 귀한 제물이니. 죽이진 말고 적절한 선에서 제압하도록!”

몇몇 용감한 이들이 괴인들의 횡포에 저항하려 들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폭력뿐이었다.

유난히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직원을 으스스하게 바라본 괴인들은 품속에서 피가 엉겨붙은 망치를 꺼내들었다.

“흐응. ‘요긴하게 쓰일 놈들’이라…. 어쩐지 피가 흥건하긴 했어도 죽은 사람은 보이지 않더라니.”

“…!”

용감한 직원의 몸에 둔탁한 망치가 막 떨어져 내리려는 찰나.

산책하듯 여유롭게 중얼거리며, 그들 사이로 파고든 나는 가볍게 손을 양쪽으로 휘저었다.

-후오오오옹!

양 손에서 풀려나온 마력과 내력의 소용돌이가 몽둥이를 감싼 채, 불길한 와류를 이루었다.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등장에 흠칫 놀란 괴인들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홉떠졌지만.

나는 그들의 놀란 시선에 가벼운 눈웃음으로 답해주며, 이번엔 반대쪽으로 손을 휘저었다.

-꽈드드득!

정적이 내려앉은 은신처 내부에서 뼈와 근육이 엉망으로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몽둥이를 쥔 괴인들의 손이 마치 연체동물의 그것처럼 괴이한 방향으로 비틀렸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순간적으로 찾아와서인지. 놈들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끄, 끄르륵.”

털썩 옆으로 쓰러진 괴인들의 입에서 새하얀 게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복면 사이로 드러난 놈들의 눈이 새하얗게 까뒤집어졌다.

“서민혁 말대로라면. 사교도 쪽의 냄새가 난다는데. 확실히. 비슷한 냄새가 나긴 하네.”

서민혁이 말해준 대로, 괴인들의 몸에선 희미하게 사교도 특유의 음울한 마력이 느껴졌다.

체체파리 클랜의 잔당이야. 이미 내 손에 모조리 생을 마감한 상황이었지만.

체체파리 클랜 말고도 다른 사교도 클랜은 두 곳이나 남아 있었다.

“시커먼 빛? 뒤틀린 운명?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좀 맞자.”

물론, 진실을 캐묻는 것은 괴인 놈들을 무력화 시킨 뒤의 일이다.

나는 한 마리 포식자처럼 여유롭게 걸어가며 괴인들에게 손을 휘저었다.

몸에 둘러진 영웅시가 시간과 공간을 왜곡했다. 필멸의 영역을 초월한 신의 권능이 괴인들의 처참하게 육신을 유린했다.

.

-꽈드드득!

주황색 마력이 선두에서 눈을 부라리던 괴인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놈의 사지가 엉망으로 뒤틀렸다.

동시에 놈의 시간이 멋대로 가속되더니, 놈의 육신에서 ‘젊음’이 사라져 갔다.

“뭐, 뭣? 이, 이게 대체…!”

곧이어 나는 노인이 된 채, 몸을 바르르 떠는 괴인을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곤 주황색 마력으로 공간이란 개념 그 자체를 붙잡은 뒤, 공포에 질린 괴인들을 공간 째로 뒤흔들었다.

-빠가가가각!

공간과 공간이 억지로 뒤틀리며, 기묘한 굉음을 토해냈다.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뻐끔거리던 괴인들의 몸뚱이가 공간과 함께 접혀졌다.

-풀썩

온몸의 관절이 이상하게 뒤틀린 육신들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괴이하게 뒤틀린 공간 속에서 놈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무력화 되었다.

“뭐, 뭐냐! 괴, 괴이한 사술을 쓰다니! 사악한 배교자 놈!”

동료들이 무력화 되자, 괴인들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공포에 절은 고함을 내질렀다.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는 놈들의 눈빛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꽈득! 꽈드드득!

주홍빛 마력이 괴인 사이를 누빌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놈들의 관절이 괴상하게 뒤틀렸다.

필멸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이적에 괴인들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바닥에 몸을 뉘일 뿐이었다.

“제, 젠장! 그 설용호! 그 저주받은 배교자 본인이 직접 왔나 보군! 다들 물러서!”

그렇게 괴인들이 계속해서 바닥에 몸을 뉘이자.

벌벌 떠는 부하들을 헤치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괴인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아까부터 뒤에서 다른 괴인들을 독려했던 것으로 미뤄보건대. 아무래도 놈이 다른 괴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하, 하지만. 놈이 쓰는 사술은 저희가 감당할 수준이….”

“시끄럽다! 그분께서 계시를 내려주셨나니!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분의 말씀에 따라야 하느니라!”

앞으로 나선 우두머리는 의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기를 꼬나 쥔 채 당당하게 다가오는 그의 몸에선 심상치 않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일렁이는 마력이 불꽃처럼 타오르자, 우두머리의 얼굴을 가린 복면이 요란하게 펄럭거렸다.

복면 아래에 얼핏 드러난 얼굴 전체엔 묘한 문양이 문신처럼 새겨 져 있ᄋᅠᆻ다.

…잠깐만. 저 문양?

“이놈!”

-슈각!

우두머리의 얼굴에 새겨진 문양에 잠시 멈칫한 사이.

놈은 천둥처럼 소리를 지르더니, 손에 쥔 망치를 벼락처럼 휘둘러 왔다.

놈이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준 덕분에, 놈의 얼굴에 새겨진 문신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놈들의 정체를 간파해 낸 나는 까득 이를 깨물었다.

“…꼬인 물레. 뒤틀린 운명 놈들이었군.”

애석하게도 놈들은 ‘뒤틀린 운명’ 클랜의 사교도들이었다.

위철용의 추측이 맞는지, 한참 평화와 봉사를 노래하고 있어야 할 놈들이.

어째선지 이렇게 폭력적인 만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네놈들은 그래도 ‘정상적인’ 사고를 보유했다고 믿었는데….”

“크흐흐. ‘그릇’이 직접 오다니. 다행히 위대하신 분께서 아직 우리를 저버리시진 않은 모양이로군. 놈을 직접 포획할 수만 있다면. 그분의 은덕은 오롯이 우리들에게 향할지니!”

나의 정체를 눈치챈 우두머리의 눈에 순간적으로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살짝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그의 두 눈이 다시 한번 결연한 결의를 품었다.

“작전 변경이다! 어떻게든 ‘그릇’을 포획하도록! 다들 훈련받은 대로 행동햇!”

“옙!”

우두머리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비장한 표정을 지은 괴인들이 복면을 벗고 앞으로 나섰다.

“흐흐하하하. 그분들의 영험한 권능은 미천한 필멸자의 육신을 무적의 전사로 바꾸는 힘이 있나니! 보아라! 그리고 경배하라! 이것이 우리들이 얻은 새로운 힘이다!”

우두머리의 입에서 환희에 찬 비명이 터져나온 것과 동시에 놈들의 육신이 뒤틀리기 시작헀다.

툭툭 갈라지기 시작한 사교도들의 육신에서 시커먼 어둠이 음험하게 사방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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