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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32화 (232/309)

제232화

소란스러운 방문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대충 뒷정리를 끝낸 나는 강태백이 숨어있다는 새로운 거처로 향했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숨어있다니. 거 참 취미 한번. 고약하다니까.”

신지현이 알려준 강태백의 새로운 거처는, 어째선지 오래된 하수도 내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마족과 몬스터를 상대하며, 온갖 악취란 악취는 다 맡아봤지만.

그렇다고 수로를 따라 흐르는 진득한 오물이 선사해주는 악취가 향기롭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냄새 페티시라도 있는 건가. 대체 왜 이런 장소에 숨어든 건지 원.”

콧속으로 거침없이 파고 들어오는 악취에 순간적으로 욕지기가 왈칵 치밀어 올랐다.

기가 막힌 기적의 위치선정을 보여준 강태백에 대한 원망을 중얼거린 나는 품속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코를 감싸 쥐곤 악취의 심연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게 누구야.”

그렇게 후각이 반쯤 마비된 상태로 얼마나 걸었을까.

길게 이어진 하수도 끝에서 웬 남성이 벽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호리호리한 체형과 익숙한 정장 차림으로 미뤄보건대. 아무래도 그는 서민혁이 분명해보였다.

악취가 진동하는 하수도에서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의 상태는 멀리서 보기에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또 무슨 궁상을 떨고 계십니까. 서 기사님. 천하의 ‘인사팀’ 직원이 이런 악취 따위에 굴복하시는 겁니까 대체 무슨 엄살을….”

오랜만에 보는 서민혁의 모습에 장난스레 반가운 인사를 건네려던 찰나.

어째선지 그의 몸뚱이에서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냄새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이라기엔, 그의 몸은 너무도 부자연스럽게 경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 속에서, 어째선지 희미하게 피 냄새가 느껴졌다.

머리를 스친 불길한 예감에 나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 황급히 서민혁을 향해 달려갔다.

-털썩.

다급한 발소리와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것일까?

벽에 기대어 비틀거리던 서민혁의 신형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급하게 서두른 탓에, 나는 서민혁의 몸이 바닥에 닿기 전에 그를 부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민혁을 붙잡은 손에선 뜨끈하면서도 미끈한 감촉이 느껴졌다.

“서기사님!”

내 다급한 목소리에 서민혁은 피가 뚝뚝 흐르는 얼굴을 들어, 힘겹게 내 쪽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감길 듯 아물거리는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하자. 서민혁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안도의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서민혁의 다리가 휘청 꺾였다.

균형을 잃은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풀썩 쓰러지려 하자, 나는 황급히 그를 부축해 바닥에 눕혀주었다.

“서 기사님? 서 기사님! 크윽! 무슨 상처가 이렇게나….”

검붉게 물든 흰색 와이셔츠에 아예 혈색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얗게 질려버린 낯빛.

서민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펴보자. 척 보기에도 온몸에서 위중함이 느껴졌다.

그의 심상치 않은 상태를 지켜보던 나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심장이 선득하게 얼어붙었다.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의 효과에 따라, 영웅시 『라크슈마』가 잊혀진 영웅의 힘과 권능을 노래합니다.」

「사용자님이 보유한 마력에 따라, 영웅시 『라크슈마』의 효과는 『24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서민혁의 위중한 상태를 파악한 나는 즉시 라크슈마의 영웅시를 발동시켰다.

외골격 위에 라크슈마의 권능을 상징하는 팔이 돋아난 것과 동시에, 나는 생명의 권능을 사용하여. 서민혁의 상처 입은 육신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파츠츠츠!

치유의 권능이 서민혁의 육신을 감싸며, 그의 몸에 있는 상처들을 치유하자.

반쯤 초점을 잃은 채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서민혁의 눈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왔다.

안쓰러울 정도로 심하게 몸을 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었다.

“…여, 역시 산군님이시군요. 크학! 다, 다행입니다.”

“말하지 말고 몸부터 추스르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

“아, 아닙니다. 후욱. 후우욱. 모, 몸은 추스렀어요. 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여기에….”

체력이 소진되어, 더 말하기 힘들었던 모양인지.

서민혁은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조심스레 그의 스마트폰을 받아든 나는, 그가 눈짓하는 영상 하나를 재생시켰다.

-크, 크아아악! 네, 네놈들은 도대체…!

-크흐흐흐. 역시 쥐새끼들이 이곳에 숨어있었군. 한놈도 빠짐없이 다 잡아들여라. 놈들의 육신으로 ‘그릇’을 유인할 미끼를 빚어낼 지니.

잔금이 가득한 스마트폰의 화면 속에서 재생된 영상의 내용은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시커먼 복장으로 몸을 가린 괴한들이 인사팀 직원들을 잔혹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김혜옥의 영향으로 인해, 덩치가 커진 몇몇이 용기있게 괴한들에게 덤벼들었지만.

애석하게도 시커먼 복장을 입은 놈들은 ‘일반인’이 아닌 모양이었다.

“모, 모두 잡혀갔습니다. 저, 저는 간신히 다, 달아날 수 있었지만…. 아, 아무래도….”

아무래도 ‘미끼’ 역할로 풀어준 거겠지.

어떤 세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의 의도는 또다시 인사팀 직원들을 납치하여, ‘그릇’인 나를 꾀어내는 것이 목표인 듯 했다.

그래서 일부러 나와 가까운 편인 서민혁을 풀어줘서 사실을 알리게 한 것이겠지….

어둠이 내려앉은 하수도를 바라보는 내 눈이 조금씩 황금색으로 물들어갔다.

암록색 마력과 시커먼 내력이 내 분노에 감응하여 하수구를 시커멓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

“아무리 봐도 이놈들은 ‘그쪽’인 것 같죠”

[그래, 사교도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나는구나.]

축 늘어진 서민혁을 김혜옥에게 바래다 준 뒤.

나는 그의 스마트폰을 조작해, 인사팀 직원들을 습격한 괴한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특유의 말투로 미뤄보건대, 아무래도 놈들은 사교도가 분명한 듯 했지만….

도대체 어떤 세력이 그들을 습격했는지, 영상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원 역사에선 이맘 때 쯤 활동한 사교도 세력이 체체파리 클랜 밖에 없었었죠?”

[하지만, 네놈이 개입한 덕에 원래의 역사도 뒤틀어졌겠지.]

체체파리 클랜이 워낙 강성한 세력을 형성해서인지.

나머지 사교도 클랜은 원 역사에서도 사교도의 준동 이후에나 거대한 세력을 일굴 수 있었다.

게다가 시커먼 빛 클랜은 먼젓번 남이섬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몸을 숨기고 있는 상태였고.

체체파리 클랜은 내 손에 이미 박살이 난 상황이었기에, 남은 곳은 한 곳 밖에 없긴 했지만….

“뒤틀린 운명 놈들은 이런 짓을 할 놈들이 아니란 말이죠.”

뒤틀린 운명 클랜.

다른 사교도들과는 다르게 놈들은 어째선지 ‘사교도’ 다운 짓을 하지 않는 놈들이었다.

사교도의 준동 때, 교주의 방침에 불만을 품은 놈들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진 놈들은 그저 ‘일반적인’ 종교 단체에 가까운 자선 활동만을 하던 놈들이었다.

때문에 놈들은 사교도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놈들을 모아둔 곳이긴 했는데….

[혹시 모르지, 애초에 놈들은 네놈과 마주치지도 않았잖느냐.]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애초부터 내가 놈들과 접촉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교도의 준동 이후, 다른 공격대에서 놈들을 토벌하였기에, 애석하게도 내가 지닌 뒤틀린 운명 클랜에 대한 지식은 서류상으로 몇 번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놈들을 이끄는 교주의 성격으로 미뤄보건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을텐데요.”

뒤틀린 운명 클랜에 대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이끌었던 교주 ‘성녀’만큼은 워낙 유명해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사교도들을 이끄는 교주답지 않게, 자애로운 성격으로 유명했고.

다른 사교도들처럼 파괴 활동을 하기보단, 오히려 난민들을 앞장서서 구원해준 인물로 덕망이 높았었다.

그런 유약하고 착한 성품 탓인지, 결국에는 반란을 일으킨 놈들의 손에 의해 ‘스피커’로 개조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긴 했지만 말이지….

[혹시 모르지. 그렇게 자애로운 얼굴 뒷면에 무슨 음험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을지 말이다.]

“하지만…. 모르겠네요. 우선은 직접 가서 조사부터 해 봐야겠어요.”

아무리 ‘성녀’가 착하고 선한 인물로 알려졌다고 한들.

직접 만나본 적이 없기에, 나는 그녀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구한 사연은 회귀 전 상당히 화제가 되었기에….

그녀의 사연을 아는 나는, 위철용의 그녀가 실은 흉악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별로 믿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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