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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24화 (224/309)

제224화

필멸의 영역을 한참 뛰어넘은 절대적인 힘.

필멸의 육신에서 탈피한 불멸자들조차 감히 손에 넣을 수 없는 신묘한 힘.

영웅시, 아니 서사시 『가네샤』의 효과로 발현된 진짜배기 성좌의 신력은 내가 상상했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사용자님이 보유한 마력에 따라, 서사시 『가네샤』의 효과는 『3분간』 지속됩니다.」

필멸자의 이해를 한참이나 뛰어넘은 수준의 힘이라 그런지.

바알제불의 신물을 흡수한 나조차, 고작 3분을 유지하는 것이 한계일 정도였다.

…3분이라.

쩨쩨하다 싶을 정도로 인색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지만.

아스모데우스와의 질기디 질긴 악연을 청산하는 데는 충분하지.

-꾸드드득!

《크으윽! 이럴 순 없어! 아무리 대단한 ‘그릇’이라 해도, ‘파편’이 품은 거대한 힘을 감당할 순 없는 법이거늘!》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버렸지. 혜옥아? 이제 방해될 건 없으니. 소원대로 하렴.”

“네! 싸부님! 우어어억! 마족! 찢는다!”

김혜옥의 강인한 근육과 주변을 집어삼킨 회색빛에 단단히 구속된 아스모데우스는 발악하듯 몸을 비틀었다.

놈의 가녀린 육신이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거칠게 펄떡일 때마다, 불완전한 성좌의 신력이 사납게 꿈틀거렸지만.

애석하게도 ‘완전한’ 성좌의 힘 앞에선 불완전한 신력 따윈 태양 앞의 반딧불이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푸스스스.

서사시 가네샤의 회색빛 신력에 잠식당한 불완전한 신력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부스러졌다.

아스모데우스의 몸을 휘감았던 신력이 사라지자, 김혜옥의 우람한 근육에 구속된 몸뚱이에서 이상하면서도 해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뿌득! 뿌드드득!

“으아아아! 힘이 넘친다! 힘이 넘쳐 흐른다앗!”

《끄오오오옷! 무, 무슨! 이런 것이 가능할 리가! 이, 이 몸은 불멸이란 말이다!》

무서운 포효를 토해내며, 아스모데우스를 찢는 김혜옥의 눈에서 회색 안광이 폭발했다.

가네샤의 서사시가 발동되어, 그녀의 몸뚱이에 봉인되었던 파편이 완전히 해방된 탓인지.

사방을 가득 채운 회색빛 광채에 반응한 김혜옥의 근육이 더욱 크게 아름답게 부풀어 올랐다.

그녀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던 녹색의 마력은 가네샤의 신력과 반응해 회색으로 물들었다.

한층 더 상향된 압도적인 근육의 힘에, 아스모데우스의 육신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반으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놈의 얼굴이 당혹스러운 감정을 머금고 압도적인 고통 속에 와락 일그러졌다.

“찢-는-다!”

-뿌좌자자작!

아스모데우스의 몸뚱이를 붙잡고 용을 쓰던 김혜옥이 마침내 오랜 염원을 달성했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양손에 붙잡혔던 아스모데우스의 육신이 반으로 쫙 찢어졌다.

김혜옥이 내지른 포효 속에서, 단면에 시커먼 어둠이 일렁거리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크하학! 카학!》

“흐흥. 혜옥이의 울분은 대충 풀어준 것 같고. 다음은 이제 내 차롄가?”

아스모데우스는 몸이 완전히 반으로 찢어진 채, 시커먼 핏물을 쏟아내며 숨을 할딱였다.

나는 그렇게 처참하게 나뒹구는 놈의 몸뚱이를 내려 보면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가네샤의 신력이 내 몸에서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회백색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너울거리며, 하늘 위로 쭉 솟구쳤다.

“피차 바쁜 몸이니 빠르게 끝내자구.”

넘실거리며 솟구친 회백색 기운이 구름처럼 길드장실의 천장을 완전히 메웠다.

불안하게 눈을 떨며 나를 바라보는 아스모데우스에게 히죽 웃으며, 가볍게 손짓하자.

천장의 구름으로부터 동글동글하게 뭉쳐진 신력의 구슬이 우박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둑!

희미하게 빛나는 동그란 구슬들이 어둠을 뚫고 느릿하게 떨어져 내리자.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서 유성우가 휘몰아치는 것 같은 몽환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물론, 공격에 피격당한 당사자인 아스모데우스는 위에서 쏟아지는 회백색 신력의 구슬을 보고 경악 어린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투확! 투확! 투확!

아스모데우스는 발악하듯 남아있는 신력을 쥐어짜, 급히 어둠으로 이뤄진 방어막을 펼쳤지만.

완전한 성좌의 힘을 품은 신력의 구슬은 놈의 불완전한 신력이 담긴 방어막을 너무도 쉽게 뚫어버렸다.

느릿하게 떨어진 신력의 구슬이 아스모데우스의 육신을 퍽퍽 꿰뚫었다.

《카, 카하학!》

육신을 꿰뚫고 내부로 침투한 신력의 구슬이 근육을 찢었다. 뼈를 부쉈다. 내장을 엉망으로 뒤흔들었다.

겨울 하늘의 눈송이처럼 하늘하늘하게 떨어진 신력의 구슬은 실로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쩍 벌려진 아스모데우스의 입에선 고통 섞인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이제 2분 남았네. 2분만 더 버텨봐.”

그렇게 걸레짝이 된 아스모데우스에게 느릿하게 다가간 나는 놈의 귀에 도발하듯 이죽거렸다.

내 이죽거림을 들은 놈의 쩍 벌려진 입이 꾹 다물어지며, 까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엉망으로 곤죽이 된 육신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집어 삼켜질 ‘그릇’ 주제에 감힛!》

굉장히 상투적인 대사를 던지며 아스모데우스는 번개처럼 주먹을 휘둘렀다.

휘몰아치는 불완전한 신력의 폭풍과 함께, 놈의 주먹이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

발악하듯 대충 휘두른 일격처럼 보였지만, 교활하게도 놈의 공격은 정확히 구석에 널브러진 신지현을 향하고 있었다.

-투확! 투화학!

아스모데우스가 내뿜은 신력이 신지현의 몸뚱이에 닿으려는 그 찰나의 순간.

나는 구슬 형태로 뭉친 가네샤의 회백색 신력을 재빨리 움직여, 놈의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휘몰아치는 신력의 구슬이 신지현을 향하는 것을 본 아스모데우스의 눈이 교활하게 빛났다.

《크핫! 2분만 버텨보라고? 좋다! 버텨주지! 그러는 네놈이야말로 이곳 곳곳에 숨겨둔 인질들을 2분 내에 구출해 낼 수 있을까!》

교활한 웃음소리와 함께, 아스모데우스가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신호삼아, 길드장실의 집무실을 둘러싼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무너진 벽들 사이로 축 늘어진 채, 무언가에 꽁꽁 묶여있는 인사팀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이런 짓을 미리 준비해두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드넓은 길드장실 곳곳에 불규칙적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필멸자 놈들은 쓸데없는 감정이 많아서 언제나 화를 자초하는 법이지! 자! 과연 2분 내에 몇 명이나 구해낼 수 있겠느냐! 크하핫! 으하하핫!》

-쿠르르륵!

미친 듯이 웃어대는 아스모데우스의 몸뚱이에서 시커먼 어둠이 사방으로 쭉 뻗어나갔다.

교활한 놈답게, 이곳저곳에 구속해 둔 인질들을 동시에 노리는 공격이었다.

“물론, 나라고 그 짧은 시간 내에 구하긴 힘들겠지. 하지만 말이야….”

당황하여 허둥대는 대신, 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보았다.

꿈틀거리는 어둠이 인질들의 목숨을 노리고 퍼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에 오히려 놈의 얼굴이 조급함과 의문을 품고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동안 내가 널 혼자서 상대했을 거라 생각해?”

-콰쾅! 콰콰콰쾅!

시커먼 어둠이 인질들의 몸뚱이를 막 덮치려는 그 순간!

폭음과 함께, 인질들이 묶여있던 곳의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무너진 벽 사이에서 등장한 설악 공격대원들은, 번개처럼 몸을 날려 인질들을 구해냈다.

[산군님 신호에 맞춰, 인질들 전원 확보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확보한 인질들 건강상태 체크해주시고 다음 지시를 기다려주세요.”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의 아스모데우스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귀에 착용한 통신기를 보여줬다.

내가 놈과의 격전을 치루는 사이, 강태백과 설악 공격대원들은 인질들을 혼란을 틈타 인질을 구해낼 계획을 진행중이었다.

통신기를 이용해, 이곳의 상황을 계속해서 전달중이었기에. 그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나 인질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통신기라고? 어, 언제부터 그런 것을!》

아모스 시절 보여줬던 모습이 워낙 정정당당하기 짝이 없었던 모습이었기에.

나는 이곳에 돌입하기 전부터 놈이 인질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꾸밀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리 강태백과 상의해. 아래층에서 확보한 통신기를 사용할 계획을 짜 둔 상태였다.

“글쎄? 언제부터일까? 그건 알아서 잘 생각해보도록 하시고. 이제 1분 남았네?”

아스모데우스의 표정이 암울한 절망으로 물들자, 나는 히죽 웃으며 신력을 손에 집중했다.

회백색 신력이 눈송이처럼 너울거리며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 손에 맺히기 시작했다.

자애로운 기운과 파괴적인 기운을 동시에 머금은 모순적인 힘이 내 손에서 소용돌이 쳤다.

《크으윽. 이, 이것으로 네놈이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음엔 꼭…!》

아스모데우스는 대단히 상투적인 악당의 대사를 흩뿌리며, 이를 뿌득 갈았다.

도주를 생각한 것인지, 놈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비열하게 빛났다.

시커먼 어둠이 이글거리며 놈의 뒤편에 모이기 시작했다.

《공간도약은 필멸자에게 허용되지 않은 권능이지. 네놈이 아무리 신력을 손에 넣었다곤 하나. 섬세한 제어까진 불가능할 터! 다음에 꼭 빚을 갚아주마!》

매번 도주하는 악당 특유의 대사를 내뱉은 아스모데우스의 육신이 서서히 흐려졌다.

시커먼 어둠이 요동치며, 흐릿해진 그의 육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놈이 도망가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지만….

애석하게도 놈의 계획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쿠드득!

아스모데우스의 몸이 공간을 도약하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가볍게 손을 뻗어, 흐릿하게 변하는 아스모데우스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회색빛 신력이 공간을 넘어 도주하려는 놈의 육신을 꽁꽁 묶어버렸다.

“이번에도 도망쳐 보시려고?”

눈을 뚱그렇게 뜬 아스모데우스에게 나는 키득거리며 속삭였다.

그리곤 경악과 공포를 머금고 부들부들 떨리는 눈동자를 들여다 보면서 히죽 웃었다.

“말했잖아. 우리 사이의 빚은 오늘 다 끝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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