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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21화 (221/309)

제221화

“…재미를 본다고?”

아모스는 허망하게 흩날리는 빛의 파편 속에서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라크슈마의 권능이 집약된 일격조차 놈에겐 별달리 타격을 주지 못한 모양이었다.

반달 모양으로 휜 눈에선 알 수 없는 광기와 기묘한 열기가 느껴졌다.

《정말 대단하다니까? 노인네들이 예상을 진즉 벗어나도 이렇게까지 벗어날 줄은 몰랐어. 벌써 ‘잡아먹기’ 적합하게 포동포동 살이 찐 상태라니.》

애초에 내가 중얼거린 의문에 답을 해줄 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아모스는 아예 자신만의 망상에 완벽하게 심취해 있는 상태였다.

제멋대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놈의 얼굴엔 희열이 섞인 탐욕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잡아먹는다고? 나를?

《다 집어치워도 되겠어. 이제 계획 따윈 중요치 않아. 그릇이 벌써 이만큼이나 성장했다니…. 웃기지도 않은 연기 따윈 끝이야.》

-투두둑! 투둑! 투두둑!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정신없이 지껄이는 아모스의 육신이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거미줄 모양으로 갈라진 시커먼 틈에선 강렬한 붉은 빛이 폭발하듯 새어 나왔다.

탐욕스럽게 혀를 날름거리는 놈의 얼굴이 반으로 쪼개지며, 내부에서 무언가가 불길하게 꿈틀거렸다.

“…크으윽.”

아모스의 육신에서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자,

어째선지 나는 포식자와 마주친 새끼 사슴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꽈악 깨문 입술에서 비릿한 핏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꽉 다문 잇새 사이로 고통 섞인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콰지직!

《억겁의 세월을 넘어, 그릇이 마침내 통통하게 제 영혼과 육신을 살찌웠나니. 더는 우리가 낙오자의 허울을 뒤집어쓸 이유도 없느니라.》

아모스의 추악하기 짝이 없는 육신이 완전히 부서지자.

추악한 껍데기 안쪽에서, 고혹적인 매력을 농염하게 풍기는 여인이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나를 바라보며 매혹적인 웃음을 짓는 여인의 전신에선 기이하게도 ‘신성한’ 기운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싶은 경건한 감동이 충동적으로 찾아왔다.

《신도에게 배신당한 성좌의 피와 살점은 우리에게 과거에 잃어버렸던 영광을 일부나마 되찾아주었다. 인과율에 속박된 꼭두각시조차, 그런 힘을 지녔을진대….》

-썩둑!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나를 바라본 여인의 눈이 살짝 휘어진 순간.

미처 인지할 새도 없이, 오른팔이 팔꿈치부터 완전히 썽둥 잘려나갔다.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순식간에 잘려나간 오른팔은 어느 사이엔가 여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콰득. 콰드드득!

잘려나간 팔을 황홀하게 바라보던 여인은 입을 크게 쩌억 벌렸다.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었던 입이 마치 뱀을 연상케 하듯, 위아래로 흉측하게 벌어졌다.

그렇게 흉측하게 입을 벌린 여인은 단숨에 내 오른팔을 게걸스럽게 덥썩 깨물었다.

뼈 부서지는 소리와 살점이 분쇄되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으으음! 으으으음! 달콤해! 지금까지 맛보았던 어떤 제물보다. 어떤 진미보다 감미롭구나!》

내 오른팔을 씹어삼킨 여인의 얼굴이 희열을 머금고 붉게 달아오르자.

뒤늦게 잘려나간 팔꿈치에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으로 팔이 잘려나간 고통에 얼굴에 힘줄이 우득 돋아나며, 머릿속이 허옇게 물들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찾아온 고통 덕분에, 나는 다시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식인까지 하다니. 새삼스럽게 추악하구나. 이 사악한 마족 놈!”

-꾸드드득!

정신줄을 붙잡은 나는 이를 까득 깨물며, 외골격에 돋아난 라크슈마의 팔에 정신을 집중했다.

생명을 관장하는 복숭앗빛 팔이 생명의 기운을 흩뿌리자, 잘려나간 팔이 다시 재생되었다.

재생된 팔로 어둠달을 꽈악 움켜쥔 나는 다시금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마족이라니. 그런 열등한 명칭으로 날 칭하지 말거라. 나는 아스모데우스. 가장 어두운 곳에 오랫동안 도사렸던 어둡고 낮은 존재 중 하나이니라.》

입가에 묻은 피를 할짝이는 여인, 아스모데우스는 엄숙한 목소리로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기이하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힌 순간, 놈의 목소리가 마치 남성의 그것처럼 낮고 굵어졌다.

아스모데우스가 히죽 웃으며 나를 바라보자, 신성하면서도 경건하게 느껴지던 기운이 순간적으로 씻은 듯 사라졌다.

대신, 그동안 감히 느껴보지도 못했던 압도적으로 사악한 기운이 놈의 몸에서부터 폭사 되었다.

《흐하하하하. 놈의 시선이 흐려졌다! 고작 팔 한 짝 만으로도 저주받은 굴레가 이만큼이나 사라지다니! 역시 그 재수 없는 영감들 말이 맞았군!》

…내 육신으로 인과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내 육신을 섭취함으로써 인과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 듯.

놀랍게도 아스모데우스의 몸에선 성좌 특유의 신력이 미약하게나마 흘러나오고 있었다.

놈은 탐욕과 흥분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신력이 피어오르는 자신의 몸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고작 팔 한 짝만으로도 이럴진대, 네 몸뚱이를 전부 집어삼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전에 네 몸을 조각조각 해체시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스모데우스의 눈이 마치 산해진미를 앞둔 미식가의 그것처럼 변해가자.

소름이 돋은 나는 즉시 어둠달에 라크슈마의 권능을 주입해, 놈을 향해 휘둘렀다.

싸늘한 냉기와 서늘한 위엄을 휘감은 푸른빛 팔이 시퍼렇게 빛나며, 어둠달의 창날에 준엄한 복수의 권능을 불어넣었다.

강철같은 굳건함을 자랑하는 은빛 팔이 시릴 듯 번쩍이며, 어둠달의 창신에 공명정대한 심판의 권능을 불어넣었다.

라크슈마가 가진 권능 중 가장 파괴적인 권능을 품은 어둠달이 무섭게 진동하며, 아스모데우스의 급소를 물어뜯었다.

《라크슈마의 권능이라…. 제법 강력한 ‘낙오자’의 권능이긴 하지.》

여유롭게 미소를 지은 아스모데우스는 가볍게 손을 휘둘러, 어둠달의 창날을 붙잡았다.

어둠달에 휘감긴 두 가지 권능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놈의 육신을 파괴하려 들었지만….

-파차차창!

아스모데우스가 손에 슬쩍 힘을 준 순간.

마치 유리가 깨져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어둠달에 맺힌 라크슈마의 힘이 사멸해 버렸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애석하게도 성좌와 낙오자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격’이 있느니라.》

…거 빌어먹게 거들먹거리긴.

역시, 약간이긴 해도 성좌의 신력은 ‘낙오자’들의 힘으론 무린가.

미약한 수준이긴 하나, 아스모데우스의 몸뚱이엔 성좌들이 사용하는 신력이 깃들어 있었다.

상시 발동되어있는 바알제불의 영웅시와 라크슈마의 영웅시가 부여해준 힘은 굉장한 것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는 이미 성좌의 권위와 힘을 빼앗겨 ‘낙오’해버린 이들의 권능을 빌려오는 것이었기에. 그들이 성좌시절에 가졌던 신력까진 빌려오지 못했다.

젠장. 이런 상황에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무릇 고기란 손질해야 연해지는 법이지.》

빠르게 머릿속을 굴리며, 방법을 모색하려던 그 순간.

바로 옆에서 히죽거리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날아드는 무언가의 파공음도 연달아 들렸다.

-빠아악!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아스모데우스의 주먹이 내 복부에 틀어박혔다.

순식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허옇게 물들었다. 의식이 날아갔다.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시큼한 신물이 왈칵 넘어왔다.

…놈이 공격했다고? 어느 사이에?

흐릿해져 가는 머릿속에서 그런 의문이 빠르게 깜빡였다.

주먹이 파고드는 그 순간에도 화안금정은 어떠한 경고도 보내지 않았다.

히죽거리며 웃는 아스모데우스는 분명 계속 내 앞에서 오만하게 팔장을 끼고 있었다.

《궁금한가? 어리둥절한가? 흐흐하하하. 필멸의 영역에 머무른 자가 알 리가 없겠지.》

-뻐억! 뻐억! 뻐억!

아스모데우스는 계속해서 팔장을 낀 채, 오만하게 지껄이고 있었지만.

어디선가 무자비한 폭력이 내 육신을 거세게 강타했다.

얼얼한 통증이 육신을 넘어 정신을 때려 갈겼다. 비릿한 핏물이 계속 역류했다.

《이 몸은 하계를 굽어보며 만물의 부조리를 관장했던 성좌이니라. 그 힘의 편린을 네놈이 감당할 수 없겠지.》

“크으윽 이놈!”

간신히 추스른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스모데우스는 여전히 팔장을 낀 채, 오만하게 나를 바라보는 상태였다.

다시 한번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린 뒤, 나는 라크슈마의 네가지 기운을 어둠달에 다시 한번 밀어 넣었다.

-쿠르르르릉!

라크슈마가 관장하는 네 가지 권능이 한 곳으로 집중되며,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빚어냈다.

천둥이 울부짖는 듯, 우레가 통곡하는 듯! 광포한 으르렁거림이 창날을 통해 발현되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아스모데우스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소용없다는 것을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 아니면 최후의 발악인가?》

-번쩍!

오만하게 지껄이는 아스모데우스의 입을 노리고 집중된 기운이 터져나갔다.

빛에 노출된 사무실 가구들이 퍽퍽 터져나가며 증발해버렸다.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창문이 통째로 바스라지며 폭팔하듯 터져나갔다.

라크슈마의 권능을 품고 터져나간 빛의 폭풍 속에서 길드장실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싸부님! 제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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