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 잘생겼다!-220화 (220/309)

제220화

특성 『육체와 영혼』의 효능이 듬뿍 함유된 공격은 아모스에게 빙의된 신지현의 몸뚱이를 순식간에 무력화시켜버렸다.

팔다리가 부러진 채로 무력하게 꿈틀거리던 신지현의 몸이 움직임을 뚝 멎었다.

나를 향해 뻗었던 손이 바닥으로 툭 떨궈짐과 동시에, 아모스의 취향대로 변이되었던 육신이 서서히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생각한 것보다 우리 예쁜이는 냉혹한 성격인 것 같네.》

시커먼 마력을 품은 녹색 연기가 쓰러진 육신에서부터 몽글몽글 치솟아 올랐다.

구름처럼 솟아오른 녹색 연기 속에서 머릿속을 웅웅 울리는 마족 특유의 사념파가 들려왔다.

어쩐지 이죽거리는 듯한 아모스의 사념파엔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사악하고도 강렬한 마력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내 성격이 냉혹하다기보단, 네놈이 안일하게 생각한 것뿐이겠지.”

《그건 아닐걸?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선 동요하기 마련이라구.》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길드장실을 자욱하게 물들인 연기 속에서 한 쌍의 귀화처럼 타오르는 녹색 안광이 이글거렸다.

단단한 비늘이 바닥을 거칠게 쓸어대는 소리가 으스스하게 들려왔다. 어찔한 악취가 퍼졌다.

시체가 썩어가는 듯한 악취 속에서 아모스의 본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빙의 같은 비겁한 짓이나 일삼았던 주제에. 이번엔 용케도 본체를 드러내셨군.”

모습을 드러낸 아모스의 모습은 ‘흉측함’이란 단어를 형상화하기라도 한 듯한 생김새였다.

전체적으로는 그동안 보여줬던 빙의체들처럼, 뱀과 인간을 적절히 뒤섞어 놓은 듯한 형태였지만. 그것들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지독한 음영에 가리어졌던 얼굴은 완전히 부패한 채, 약간의 살점과 해골만 남아 있었고.

등 뒤에 자라난 두개골 형태의 날개엔 썩어들어가는 살점과 핏줄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바닥을 쓸어대는 뱀 형태의 하반신과 인간을 닮은 상반신 역시, 완전히 부패한 채로 온갖 벌레들의 군락지가 된 상태였다.

구역질 나는 행적에 무서울 정도로 잘 어울리는 외모에 나는 까드득 이를 깨물었다.

《우리 예쁜이가 너무나 빨리 성장해서, 장난 따위론 힘들 것 같아서 말이야.》

추악하기 짝이 없는 육신을 드러낸 아모스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간드러진 목소리로 내게 사념파를 보내왔다.

신지현의 육신을 입었던 것이 단순히 ‘장난’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썩어들어가는 얼굴로 미소를 지은 놈의 몸에선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마력이 폭풍처럼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성좌 나으리의 힘을 어디서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그릇’이 더욱 탄탄하게 완성되었네. 노력해줘서 고마워 예쁜아.》

아모스의 몸에서 풀려나오는 마력은 놀랍게도 바알제불의 그것과 완벽하게 동일한 것이었다.

히죽 미소를 지은 아모스는 마치 바알제불의 영웅시를 사용한 나처럼, 부패와 타락의 권능을 자신의 부패한 육신 위에 두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바알제불의 기억에 화인처럼 각인되어 있던 해골머리가 아모스였나 보군.

그에게서 힘과 권능을 직접 흡수한 다섯 명의 마족 중 하나가 이 놈이었다니….

“빚을 받아낼 수고를 덜었군!”

-쿠르르르릉!

바알제불이 내게 남긴 한맺힌 응어리가 그가 놈들에게 겪었던 수난을 내게 속삭였다.

바알제불의 기억이 눈 앞의 원수를 찢어 죽여달라 애원했다.

그렇지 않아도 악연으로 점칠된 나와 아모스 사이에, 새로운 악연이 더해진 꼴이었다.

머릿속을 허옇게 불태우며 들끓어오르는 분노에, 나는 이를 드러내고 새하얗게 웃었다.

전신을 와류처럼 휘감은 마력과 내력의 나선이 우레와도 같은 노성을 토해냈다.

《…빚이라니? 하기사. 우리 사이에 서로 청산해야 할 빚이 많긴 하지!》

나긋나긋하게 들려오던 아모스의 사념파가 마치 천둥과도 같은 포효를 머금었다.

뼈만 남은 얼굴에서 불길한 안광이 살기를 머금고 광폭하게 이글거렸다.

두개골 형태의 날개가 좌우로 쫙 펼쳐짐과 동시에, 피부를 저릿하게 자극하는 살기가 사방을 잠식해 나갔다.

《그럼! 어디! 서로 받아내야할 걸 받아내 보자고!》

천둥과도 같은 포효를 토해낸 아모스의 몸이 순간적으로 흐릿하게 변했다.

화안금정이 노릿하게 경고음을 토해냄과 동시에, 부패와 타락의 권능을 휘감은 놈의 손톱이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순식간에 찢어 발기려 들었다.

-후와아앙! 후와아앙!

막강한 위력으로 휘둘러진 손톱이 공간을 통째로 잘라냈다. 벽과 바닥이 공간 째로 썽둥썽둥 삽시간에 수십 조각으로 토막났다.

번들거리는 손톱을 타고 부패와 타락의 권능이 토막낸 것들을 썩히고 뒤틀었다.

본체의 힘을 드러낸 아모스의 공격은 전과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말이야!”

-파차차창!

시커먼 내력과 녹색의 마력이 소용돌이치는 어둠달에 아모스의 손톱이 가로막혔다.

부패와 타락, 타락과 부패의 권능이 허공에서 교차하며 암울한 암녹색 빛이 흩뿌려졌다.

바알제불의 권능을 휘감은 놈의 공격은 빠르고 매섭기 짝이 없었지만, 나 역시 똑같은 권능을 지녔기에 놈의 일격을 막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흐응. 필멸의 육신으로 그의 권능을 이렇게까지 활용하다니. 역시 우리 예쁜이야!》

-카가가각!

허공에서 맞부딪힌 어둠달과 손톱에서 금속성과 함께, 시뻘건 불똥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신호로 무덤가의 도깨비불처럼 맹렬히 타오르는 아모스의 안광이 광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놈의 손톱에 실린 힘과 마력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뼈와 거죽만 남은 얼굴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기껏해야 껍데기만 남은 힘을 주워먹은 것과 직접 그에게서 힘을 빼앗은 것엔 큰 격차가 있지!》

-쿠르르륵!

머릿속을 얼얼하게 자극해오는 사념파와 함께, 아모스의 손톱에서 녹색 빛이 솟구쳤다.

불길하게 일렁이는 녹색 빛에 호응하기라도 한 것처럼, 손톱에 실린 부패와 타락의 권능이 더욱 강력해졌다.

팽팽하게 맞붙고 있던 대치 상태가 조금씩 아모스 쪽의 승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긴…. 그것도 그렇겠지. 믿었던 신도에게 배신당한 그는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너희들에게 빼앗겨 버렸으니까. 하지만…!”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의 효과에 따라, 영웅시 『라크슈마』가 잊혀진 영웅의 힘과 권능을 노래합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 아모스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더 잔혹해졌다.

마족들이 으레 그렇듯 승기를 확신하며, 자만하는 놈의 모습에 비웃음을 흘린 나는 바알제불의 권능과 상극에 있는 이의 영웅시를 발동시켰다.

-차르르륵!

세상을 자애롭게 보듬던 빛과 번영의 신 라크슈마의 힘과 권능이 내 육신에 깃들었다.

연꽃을 두른 형상처럼 변화한 외골격에서 각기 다른 권능을 품은 네 개의 팔이 돋아났다.

생명의 권능을 품은 복숭앗빛 팔이 강렬하게 치솟은 부패의 권능을 억눌렀다.

빛의 권능을 머금고 태양처럼 찬란히 빛나는 상앗빛 팔이 타락의 권능을 정화시켰다.

-파아아앗!

사방을 가득 채워버린 자애롭고 성스러운 기운에, 순식간에 힘의 균형이 역전되었다.

부패와 타락의 권능을 품고 시커멓게 번들거리던 아모스의 손톱이 일순간 힘을 잃어버렸다.

물론, 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어둠달을 휘둘렀다.

《크으윽! …그녀의 힘까지 손에 넣다니! 역시 이번 그릇은 차원이 다르네.》

통째로 한 손을 잃은 아모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잃어버린 신체부위를 재생시켰다.

항상 경악과 놀라움을 품은 반응을 보여주었던 놈이었지만, 어째선지 이번엔 그렇게까지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그녀의 권능까지 손에 넣었을 정도라면, 거진 모든 ‘낙오자’들의 힘을 얻은 셈이잖아. 멍청한 노인네들! 안일하기 짝이 없다니까. ‘그’ 외골격을 손에 넣었을 때부터 경계해야 했었는데.》

대신 아모스는 연신 머리를 갸웃거리며, 알 수 없는 소리의 향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놈이 그렇게 혼자서 혼잣말을 늘어놓는 사이, 어둠달을 움켜쥔 나는 그대로 놈의 급소를 향해 창날을 휘둘렀다.

-쩌저적!

단단한 비늘이 쩍 갈라지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아모스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라크슈마의 네가지 기운을 휘감은 어둠달은 단숨에 놈의 뼈와 근육을 잘라내버렸다.

머리를 잃은 몸이 허무하게 부들거리며, 시커먼 핏물을 간헐적으로 토해냈다.

“후우웁!”

아모스의 머리를 잘라냄과 동시에, 나는 또다른 공격을 준비했다.

내게 깃든 라크슈마의 권능과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 어둠달에 주입시켰다.

일전에 바알제불의 껍데기를 소멸시켰던 파멸적인 힘이 어둠달의 창날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외골격에 돋아난 네 개의 팔에서 각각의 권능을 상징하는 기운들이 화려하게 솟구쳤다.

빛과 번영을 관장하는 라크슈마의 막강한 권능과 힘이 폭발하듯 어둠달의 창날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라크슈마가 관장하는 네 가지 권능이 한 곳으로 집중되며, 막강한 파괴력을 빚어냈다.

천둥이 울부짖는 듯, 우레가 통곡하는 듯! 광포한 으르렁거림이 창날을 통해 발현되었다.

-번쩍!

그렇게 집중된 기운이 머리를 잃고 버둥거리는 아모스를 향해 터져나가자.단단한 비늘이 퍽퍽 터져나가며 증발해버렸다. 귀곡성을 토해내는 두개골이 쩌적 갈라졌다.

자애로운 빛에 노출된 아모스의 추악한 몸뚱이는 그대로 눈 녹듯 산산이 분해되어버렸다.

아니. 분해되어버리는 듯 했다.

《…정말이지. 대책없이 성장시켰다니까? 이거라면 진즉 위험수위를 넘었어.》

아모스의 거대한 육신이 사라지려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붉은 광채가 놈의 몸에서 번쩍이더니, 라크슈마의 빛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삽시간에 내 공격을 무력화한 아모스의 눈이 반달모양으로 휘어졌다.

《덕분에. 내가 제일먼저 재미 보게 생겼지만 말이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