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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12화 (212/309)

제212화

…여력이라.

기세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남은 힘을 모조리 끌어올리며 호기롭게 소리쳤지만.

수탉 머리 마족과 맞서는 내 상태는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놈이 날렸던 공격을 검은 심장으로 흡수해 조금이나마 내력을 충전하긴 했으나, 고작 그 정도론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를 두 번 연속으로 쓰면서 소모한 내력을 보충하기엔 어림도 없었다.

-파츠츠츠…,

내력이 그리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평소 찬란한 황금빛을 흩뿌리던 외골격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희미한 상앗빛으로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몸속 혈도를 타고 강줄기처럼 세차게 흐르던 내력 또한, 평소에 비하면 지금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 수준에 불과했다.

“놀자고? 어디 한번 해보시던지! 꼭 별거 아닌 놈들이 입만 살아서 떠들더라고!”

아무리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지만, 마족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다시 한번 호기롭게 소리친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도발하듯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그리곤 나는 다리에 남은 내력을 집중해 수탉 머리 마족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투콰앙!

세차게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계단이 거미줄 모양으로 쩍쩍 갈라졌다.

폭음이 연속으로 터지며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가 흩날리는 파편과 함께, 좁다란 계단을 가득 채웠다.

《투지 하나는 제법이야. 하찮은 인간종치곤 정말이지 놀라운 수준인걸!》

희뿌옇게 물든 계단 속에서 수탉 머리 마족의 주황색 안광이 노릿하게 번뜩였다.

단정히 정장을 차려입은 놈의 몸뚱어리에서 심상치 않은 살기와 농밀한 주황색 마력이 끈적하면서도 느릿하게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피슛!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오른 나는 수탉 머리 마족의 바로 앞에 뚝 떨어져 내렸다.

그리곤 사방을 잠식한 마력이 뭔가 움직임을 보이기도 전에, 벼락처럼 어둠달을 휘둘렀다.

시커먼 내력이 흐릿하게 넘실거리는 창날이 독룡아의 구결대로 움직이며, 수탉 머리 마족의 사각으로 번개처럼 파고들었다.

-꽈드득!

《흐음…. 투지는 제법 쓸만해 보였는데, 공격은 영 맹탕이네? 그놈들이 내게 거짓을 고한 거야? 아니면 고작 김준영 따위에게 지쳐버려서 그런 거야?》

수탉 머리 마족은 가볍게 슬쩍 몸을 돌리는 것만으로 내 공격을 간단히 피해버렸다.

닭 모양의 부리를 비웃듯 고약하게 비튼 놈은 주변을 완전히 장악한 주황색 마력을 움직여, 허무하게 허공을 찌른 어둠달의 창날을 꽈악 붙잡았다.

실망 어린 목소리로 나를 장난스레 흘겨보는 놈의 눈가엔 먹잇감을 붙잡은 맹수와도 같은, 느긋한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글쎄? 고작 공격 하나 피한 것 정도로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노렸던 것은 처음부터 따로 있었다.

이미 내력을 상당히 소모해버린 상태이기에, 부실한 내력이 실린 일격 따위로 수탉 머리 마족 놈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도 않았다.

의도했던 대로 놈의 마력에 어둠달의 창날이 붙잡히자, 나는 히죽 묘한 미소를 드러냈다.

《하나뿐인 무기를 붙잡힌 주제에 귀엽게 혀를 놀리는군. 너희 인간종의 허세는 알아줘야…. 으응?》

-두근! 두근! 두근!

끈적하게 퍼진 주황색 마력에 붙들린 어둠달에서 맥동하는 심장 소리가 더욱 거세지자.

마족 특유의 쓸데없이 느긋한 여유를 보이던 수탉 머리 마족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꾸르르륵!

“그러는 너희 마족 놈들은 항상 쓸데없이 여유를 부리길 좋아한다니까. 멍청하게 시리.”

느릿하게 맥동하던 검은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빠르게 맥동하자.

빠르게 맥동하기 시작한 놈은 자신을 붙잡은 주황색 마력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어질해지는 느낌과 함께, 검은 심장이 빨아들인 주황색 마력이 내력이 되어 내게 흡수되었다.

검은 심장의 부수적인 효과로 이글거리는 불꽃이 계단을 완전히 잠식한 마력 곳곳에서 화르륵 피어올랐다.

《아하…. 그러고 보니. 주의 사항에 그런 게 있긴 했었지. 마력을 흡수하니 조심하라고 했었던가.》

자신의 마력이 실시간으로 불태워지며 내게 흡수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 수탉 머리 마족은 여전히 흥미와 여유가 가득한 눈빛으로 검은 심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이와도 같은 감정이 수탉 머리 마족의 히죽거리는 얼굴에 조금씩 번져나갔다.

…역시. 마족들이 하나같이 다 비슷비슷한 성격이라 불행 중 다행이로군.

그동안 마족 놈들을 상대하며 느꼈던 것은, 놈들은 반드시 처음 조우한 순간에 이해할 수 없는 여유를 부린다는 점이었다.

그 점을 떠올린 나는 놈이 여유를 부리는 틈을 노려, 검은 심장의 힘으로 내력을 보충할 계획을 세웠고 도박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뭐, 다행히 짐작했던 대로 놈이 묘한 여유를 부려준 덕에.

이렇게 잠시나마 흡수한 마력을 갈무리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말이지.

《귀엽기도 하지. 꼼지락거리는 것이 어쩜 이리도 깜찍할까…. 안 되겠어! 저건 누가 뭐래도 무조건 내가 챙길 거야!》

그렇게 흡수한 마력을 내력으로 치환해, 전투를 준비하는 사이.

혼자서 괴이쩍게 중얼거리며, 흐뭇하게 검은 심장을 바라보던 수탉 머리 마족의 부리가 별안간 크게 벌어졌다.

-주르르륵

쩍 벌어진 부리에선 조금 전 날아들었던 거무튀튀한 점액 덩어리가 주르륵 늘어졌다.

불길하게 너울거리는 주황색 마력이 그곳으로 응집되었다. 늘어진 점액 덩어리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화안금정이 시야를 온통 어지러운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강렬하게 경고해왔다.

화안금정의 경고에 반사적으로 재빨리 어둠달을 들어 올린 그 순간!

-푸화하학!

불길한 주황색 마력을 품고 꿈틀거리던 점액 덩어리가 갑자기 폭발해버렸다.

코끝이 얼얼해지는 끔찍한 악취와 함께, 끈적한 점액이 해일처럼 계단 전체를 덮쳤다.

순식간에 점액이 사방팔방으로 덮쳐온 탓에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부우우웅!

시야 전체를 가득 채운 점액의 향연에 기함한 나는 들어 올린 어둠달을 빙그르르 휘둘렀다.

광폭하게 차오른 내력이 창대를 타고 염룡등천의 묘리에 따라, 불꽃이 되어 화르륵 타올랐다.

나는 이글거리는 화염이 피어오른 어둠달을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리며, 사방을 꽈악 채운 점액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치지직! 치지지직!

불길에 휩싸인 어둠달은 쇄도해온 점액들을 모조리 불살라 태워버렸다.

창대에 맞아 튕겨 나간 점액이 불태워질 때마다. 악취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불길한 기운을 품은 주황색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주변을 잠식해나갔다.

《으음! 제법이야. 역시 제법이야! 너 정도 되는 인간이 고작 그 정도 공격에 당할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직접 보니 놀라운걸! 역시 인간종이란 흥미로워!》

내가 자신의 공격이 막아낸 것이 그리도 유쾌하게 느껴진 모양인지.

수탉 머리 마족은 부리를 정신 사납게 부딪히더니. 그것으로 흡사 박수 비슷한 소리를 내며, 과도하게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흥미롭다고? 더 흥미롭게 해주지!”

지나치게 여유를 보이는 수탉 머리 마족의 모습에 나는 이를 까드득 깨물었다.

그리곤 놈의 마력을 흡수해 충만하게 차오른 내력을 외골격 전체에 주입하며,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공격을 준비했다.

-쿠드드득!

황금빛이 번쩍이던 외골격이 시커멓게 물들더니, 이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우레와도 같은 굉음과 함께, 강인한 내구력을 자랑하던 외골격이 재가 되어 조금씩 흩날렸다.

강렬한 파괴력을 품은 내력의 폭풍이 재가 된 외골격을 품고 이무기처럼 승천하기 시작했다.

니르리티의 파괴의 권능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광룡광림의 힘이라면…!

-쿠오오오!

좁은 계단의 천장에 시커먼 먹구름이 끼었다. 새하얀 빛의 용이 광폭한 울음을 토했다.

전하를 품은 새하얀 빛의 용이 흉포하게 으르렁거리며, 모든 것을 박살낼 강림을 준비했다.

그렇게 빛의 용이 막 수탉 머리 마족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는 그 순간!

《흥미롭게 해준다니. 재밌는 걸 좋아하는 나로선 바라 마지않는 소리지만…. 글쎄? 네게 그럴 기회가 있기나 할까?》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수탉 머리 마족의 부리가 비죽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와 동시에 지나치게 여유로운 놈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무언가가 나를 강타해오기 시작했다.

“크윽!”

수탉 머리 마족의 느물느물한 시선이 내 몸에 닿자.

갑자기 전신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다리가 확 꺾이며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굳건한 의지로 빛의 용을 조종하던 의식이 순간적으로 흐릿해졌다.

《이거 하나만 알려줄게. 내 이름은 라가하마. ‘시간’을 다루는 권능을 지닌 시간의 군주야.》

라가하마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오름과 동시에, 부들거리는 내 손이 탄력을 잃었다.

입안이 버쩍버쩍 말랐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초점이 엉망으로 따로 놀기 시작했다.

…시간의 군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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