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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11화 (211/309)

제211화

“…산군님? 혜옥이…?”

힘겹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 김상길은 나와 김혜옥의 이름을 교대로 불렀다.

잔뜩 메마른 채, 갈라져 있는 입술에서 힘겹게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는 먹먹하게 잠겨있었다.

기이하게도 마치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던 환자의 그것과도 같은 목소리가 김상길의 입에서 가냘프게 새어 나왔다.

-꾸드드득!

나와 김혜옥을 바라보던 김상길은 스스로 몸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강화 외골격에 둘러싸인 그의 팔이 바닥을 짚은 순간, 어디선가 기이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김상길의 팔뚝이 강화 외골격 째 기이한 방향으로 부러지며, 우두둑 뒤틀렸다.

“흐윽! 허으윽!!”

허옇게 질려버린 김상길의 입에서 식은땀과 함께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설악 공격대원답게, 그는 우직하게 고통을 참으면서 계속 몸을 움직이려 들었지만.

애석하게도 김상길이 몸을 움직이려 들 때마다, 그의 몸뚱이는 주인의 의지를 배신했다.

마치 고령의 노인처럼, 그는 자신의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 아저씨 무리하지 마세요. 제가 눈에 보이는 상처는 다 치료하긴 했는데. 아직….”

“아니다. 혜옥아. 네 말대로 상처는 다 치유된 모양이지만…. 놈의 능력이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것 같구나.”

한참을 버둥거리던 김상길은 김혜옥의 만류에 고개를 떨구며, 탄식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새카만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탈색되어가기 시작했다.

젊은이 특유의 팽팽한 탄력이 살아있던 피부에 자글자글한 주름과 거뭇거뭇한 검버섯이 퍼져나갔다.

…갑자기 늙어버렸어?

“어, 얼굴이….”

“…갑자기 늙어버렸지? 어떠냐. 네가 날마다 아저씨, 아저씨 노래를 부르니까. 내가 이렇게 늙어버렸지 뭐냐.”

놀랍게도 김상길은 그 짧은 시간 내에 수십 년은 늙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울상을 짓는 김혜옥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그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싶어선지, 다 죽어가는 듯 노쇠한 목소리로 실없는 농담을 흘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실없이 농담을 흘린 김상길의 육신에선 계속해서 노화가 진행되었다.

건장한 몸뚱이가 탄력과 생기를 잃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기 시작하자.

나는 부들부들 경련하는 그의 몸뚱이를 붙잡고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길드장님 지시대로 3층을 수색하던 도중….”

《안되지 안돼. 재미없게시리! 스포일러는 용납할 수 없어요!》

김상길이 막 설악 공격대와 강태백에게 있었던 일을 묘사하려던 찰나.

별안간 마족 특유의 웅웅 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와 머릿속을 강렬하게 울렸다.

동시에 계단 위쪽에서부터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김상길의 육신을 향해 뚝 떨어져 내렸다.

-꿀렁!

끈적거리는 무언가는 끊임없이 요동치는 시커먼 슬라임과도 같은 생김새였다.

그것은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며, 김상길의 육신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시커먼 점액이 뚝뚝 떨어져 내리자, 시큼하면서도 고릿한 냄새가 좁다란 계단 전체를 꽉 채웠다.

“습격이다! 혜옥아! 그 양반 안전한 곳에 모셔놓고 와!”

“네, 넵! 바, 반드시 이번엔 반드시 다시 돌아올게요!”

공격을 감지하기 무섭게, 나는 화안금정을 발동시키며 김상길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곤 김혜옥이 내 지시에 따라 김상길을 데리고 몸을 날린 것을 확인하자마자, 떨어져 내린 시커먼 점액 덩어리를 향해 내력을 주입한 어둠달을 재빨리 휘둘렀다.

-철퍽!

시커먼 점액 덩어리가 시커먼 내력이 넘실거리는 창날과 맞닿은 그 순간!

끈적하면서 뭉클거리는 질감이 느껴지는 점액이 어둠달의 창날에 끈끈하게 들러붙었다.

음습하면서도 축축 처지는 듯한 마력이 창날을 타고 창신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치이잇!”

불쾌한 마력이 창신 전체로 퍼져나가자, 창을 움켜쥔 손에 순간적으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몸 전체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눈꺼풀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피로가 몰려왔다.

괴이쩍은 마력에 침음성을 삼킨 나는 내력을 어둠달에 박힌 검은 심장에 주입했다.

-두-근!

시커멓게 꿈틀거리는 내력이 불쾌한 마력을 거슬러, 검은 심장에 닿자.

내 의지에 감응한 검은 심장이 느릿하게 맥동하며, 창신을 잠식한 마력을 게걸스럽게 탐닉하기 시작했다.

어둠달을 뒤덮은 마력이 검은 심장으로 흡수되어 내력으로 전환되자, 이전의 전투로 소모되었던 내력이 다시 쑥쑥 차올랐다.

찾아왔던 음울한 피로감이 삽시간에 사라지며, 당장이라도 날뛸 수 있을 것 같은 활력이 내 몸을 가득 채웠다.

《호오오. 내 공격을 막으셨어? 아직 그런 기력이 남아있다니, 이거 놀라운걸! 꽤 괜찮은 수집품이 되겠어.》

-또각! 또각! 또각!

김상길 쪽으로 향했던 공격을 무력화하자, 다시 한번 머릿속에 기이한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그와 동시에 계단 위쪽으로부터 기묘하게 경쾌한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족.”

계단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족은 굉장히 기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형태는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은 인간의 몸뚱이에, 수탉의 머리를 얹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고.

경쾌하게 사뿐사뿐 움직이는 하반신은 타조나 말의 그것처럼 역관절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놈의 생김새는 이번에도 회귀 전, 다양한 많은 마족들을 상대해본 나로서도 난생처음 보는 독특한 생김새를 자랑하고 있었다.

《파리 껍데기를 뒤집어쓴 귀염둥이도 제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모양이야. 역시 말만 번드르르 한 것들은 믿을게 못 된다니까.》

나를 바라본 수탉 머리의 마족은 여유와 흥미가 가득한 목소리로 김준영을 디스했다.

살짝 눈살을 찌푸린 놈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탐색하듯 내 쪽을 바라보았다.

“제법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지만. 어쩐다? 그리 대단치는 않았던 양반이라서.”

-파츠츠츠츠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수탉머리 마족에게 화답한 나는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니르리티와 라크슈마의 영웅시를 전부 소모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가진 권능을 모조리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화안금정이 강렬하게 발동되며 시야가 다시 한번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혈도를 타고 도도하게 흐르는 내력이 전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시 한번 촤르륵 돋아난 외골격이 빈틈없이 내 몸을 감쌌다.

쿵쿵거리는 심장이 강렬한 투쟁심을 끌어냈다. 울컥울컥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투지를 불태웠다.

《아직까지 그 정도 여력이 남아있다니. 제법인걸? 그럼 한번 재밌게 놀아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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