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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10화 (210/309)

제210화

-투콰아앙!

나는 암룡출동의 파괴력을 한 점으로 집약시켜, 매몰된 지하실의 천장으로 발사했다.

손가락 끝의 외골격에 응축된 내력이 경이로운 파괴력을 발휘하여, 철근과 자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콘크리트 층을 깔끔하게 꿰뚫었다.

뻥 뚫린 천장의 구멍에서 신선한 공기와 희미한 빛이 유입되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즉시 그곳으로 몸을 날려 갑갑한 지하실로부터 빠져 나왔다.

“…그래도 생각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지하실에서의 격렬한 전투로 인해, 나와 김혜옥의 스마트폰이 완전히 부서진 상황이었기에.

시간을 전혀 확인할 수 없어,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진 않았다.

전투의 여파로 부서진 창문에선 주황빛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전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로비는 여전히 캄캄한 어둠이 장막처럼 짙게 깔려 있었다.

-딸칵!

주변을 둘러보던 김혜옥은 부서진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가로등 빛에 의지하여, 구석에 위치한 로비의 조명 스위치를 찾아냈다.

그녀의 두툼한 손가락이 독특한 소음을 내며 스위치를 여러 번 조작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로비의 천장에 박힌 고풍스러운 샹들리에는 여전히 어둠에 잠긴 채, 을씨년스러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싸부님! 길드장 아저씨 쪽도 성공했나 봐요!”

몇 번을 더 스위치를 조작해본 김혜옥은 화색이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로비 구석의 비상등마저 완전히 꺼져있는 것으로 미뤄보건대. 그녀 말대로 강태백 일행이 전력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의식을 잃고나서 꽤 시간이 흐르긴 했었지?”

“네? 네에…. 스마트폰이 없어서 시간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두 시간? 그 정도는 의식을 잃고 계셨었어요.”

죽은 듯 의식을 잃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는지, 김혜옥의 목소리에서 순간적으로 특유의 쾌활함이 사라졌다.

내가 한 시간가량 의식을 잃었다는 그녀의 답변을 들은 나 역시,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 나는 잔뜩 찌푸려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싸부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가요? 길드장 아저씨 쪽도 성공한 것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 약속 장소에 아무도 없어.”

비상 전력망이 건물 곳곳에 퍼져 있기에, 강태백이 맡았던 전력차단 쪽은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긴 했다.

거기에 지하실에 웨어배트 떼거리와 김준영이 대기하고 있었던 만큼, 그들 쪽에도 방해꾼이 대기하고 있었을 테지만….

그런 것을 모조리 고려해도, 그들이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수상쩍은 일이었다.

“마족이나 몬스터 놈들이랑 싸우고 계시느라 그런 건 아닐까요?”

“그런 것치곤, 지나치게 조용하지 않아?”

김혜옥의 말대로 혹시나 그들이 전투에 휩쓸려 버린 것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전투의 요란스러운 소음은커녕, 건물 전체엔 질식할 것 같은 침묵만이 가득 했다.

널찍한 로비엔 서늘한 바람 소리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나와 김혜옥의 목소리만 고요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그러네요? 발소리도 그렇고 말소리도 그렇고. 이 건물 전체에 저랑 싸부님만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김혜옥의 말한 그대로였다.

아무리 전력과 마력이 차단되어 각종 설비들이 작동을 정지했다지만, 이곳에 내려앉은 질식할 듯한 침묵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내력을 귀에 집중해, 청각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었지만. 강태백과 설악 공격대원들이 내는 발소리도, 생명체 특유의 숨소리도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하에서 그 난리가 나는 동안 어떤 이도 와주지 않았었지?”

바알제불과의 전투는 필멸적인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힘의 충돌이 계속된 전투였다.

하지만 지하실 전체가 완전히 붕괴해 버렸을 만큼, 엄청난 소음과 충격이 건물 전체를 쾅쾅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강태백과 설악 공격대원들은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았었다.

아무리 내가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존재라곤 하나, 그 정도 충격이라면 누구 한 명쯤은 상황 파악을 위해서라도 와 봤을 텐데 말이지….

“서, 설마?! 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혜옥에게 나는 대답 대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정황상 강태백과 설악 공격대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은 분명했다.

강태백이 호언장담한 대로 전력은 성공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봐선, 그 후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비상구가 있었던 곳으로 걸어간 나는 전원이 나가버린 비상등을 어루만졌다.

전원이 차단된 지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특유의 열기가 느껴져야 할 비상등에선 어떠한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이 꺼진 비상등은 새벽의 한기를 머금고 너무나도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아무래도 비상등이 차가운 것으로 봐선, 아마 지하에서 그 요란을 떨고 있었을 때. 위쪽에서도 무슨 일이 터진 것 같다.”

“하, 하지만 싸부님 말씀대로 계단 쪽에 숨어 있었을 땐.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그럼, 우리가 그 웨어배트 놈들이랑 드잡이질하고 있었을 때였겠지.”

김혜옥이 피신했던 비상계단은 옥상까지 뻥 뚫린 구조로 이어진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위쪽 어디에선가 전투가 있었다면, 그녀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즉, 우리가 웨어배트와의 전투에 돌입했을 때. 그들 역시 누군가와 충돌했다는

소리일 텐데….

“아무리 그들이 숙련된 멤버들이라지만, 그 짧은 시간 내에 전력을 차단할 정도는 아니지.”

강태백과 헤어진 나와 김혜옥이 지하실로 내려가, 전투에 돌입한 것은 길어야 20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작업에 익숙하다곤 하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전력을 모조리 차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예감이 좋지 않아.”

말이 되지 않는 부조리한 일들의 연속으로 인해,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이 엄습해온 것을 직감한 나는, 황금빛 안광을 번뜩인 채로 어둠과 적막이 내려앉은 로비를 쏘아 보았다.

******

“…싸부님.”

어둠 속을 두리번거리며, 계단을 수색하던 김혜옥이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러 세웠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이동하자, 나는 기이한 모습을 한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상길?”

무슨 험한 꼴을 당한 탓인지.

설악 공격대원, 김상길의 강화복은 시커먼 점액과 검붉은 핏덩이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게다가 어찌나 급히 계단을 구르다시피 내려왔는지, 그의 사지는 제멋대로 꺾여있었다.

의식을 잃어버린 채, 파리하게 질려버린 그의 얼굴에선 희미한 호흡이 느껴졌다.

“우선 치료부터 해보자.”

지시를 받은 김혜옥은 굳은 얼굴로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거대한 근육질 몸을 타고, 찬란한 에메랄드빛이 요란스레 번쩍였다.

‘치유’의 기운을 품은 거대한 주먹이 순간적으로 김상길의 몸속에 파고들었다.

-뿌각!

“커흑!”

정확하게 폐부를 얻어맞은 김상길의 입에서 시커먼 핏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녹색 광채와 함께, 엉망으로 뒤틀렸던 그의 사지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외마디 비명이 김상길의 입에서 토해지며, 굳게 감겼던 눈꺼풀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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