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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04화 (204/309)

제204화

“마족! 몬스터보다 찢는 맛이 각별하겠지!”

웨어배트 무리 사이를 고고하게 거닐며 등장한 김준영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 것인지.

내 뒤에서 으르렁거리는 김혜옥의 목소리엔 호전적인 기운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마력과 활화산처럼 들끓는 살기가 느껴졌지만….

-콰득!

아무리 김혜옥의 무력이 내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긴 하나.

그녀가 김준영과 대적하는 것만큼은 스승된 입장으로서 도저히 허락해 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앞으로 성큼 나서려는 김혜옥의 팔을 강하게 꽈악 붙들었다.

“…싸부님?”

“물러서. 대단히 안타깝지만, 지금의 네게는 무리인 상대거든.”

내게 팔이 붙잡힌 김혜옥은 의문과 불만이 넘실거리는 불퉁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를 붙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는 낮은 목소리로 김혜옥에게 경고하며, 붙잡은 팔에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뒤쪽으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흐응. 제자라. 거기 계신 숙녀분께서 어쩐지 범상치 않은 무력을 선보이신다. 했더니. 역시나 당신이 개입되어 있었나 보군요.”

히죽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는 김준영의 눈이 초승달처럼 가늘게 휘어졌다.

놈의 목소리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 듯 평온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두운 암록색 안광이 번들거리는 김준영의 두 눈에선 광폭한 광기가 느껴졌다.

《끼이이….》

입을 가리며 부드럽게 웃는 김준영의 육신에선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이 살기를 품고 묵직하게 주변을 짓누르며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주변을 짓누르며 퍼져나가는 가공할 살기에, 놈을 향해 경배하듯 몸을 넙죽 엎드린 웨어배트들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으, 으으으….”

김준영이 음울하게 뿜어낸 살기에 노출된 김혜옥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해갔다.

내게 붙잡힌 강인한 육신이 겁먹은 병아리처럼 바르르 떨렸다. 당장이라도 적들을 찢어발길 듯 광폭하게 불끈거리던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신수가 더욱 훤해졌네? 좋은 일이 있었나 봐?”

나는 김준영을 향해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살기에 굳어버린 김혜옥의 육신에 따스한 내력을 불어넣으며, 놈과의 전투에 대비해 온몸에 퍼진 내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파츠츠츠.

화안금정의 영향으로 황금빛으로 물든 두 눈에서 강렬한 안광이 이글거리자, 몸에 둘러진 황금빛 외골격에서 태양과도 같은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꽈악 틀어쥔 어둠달의 검은심장과 가슴 속의 심장이 서로 공명하며 미친 듯이 맥동했다.

“아무렴요. 아주 좋은 일이 있었죠. 정말이지…. 그분들의 은혜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니까요. 보아하니, 그쪽도 뭔가 좋은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김준영은 적의와 살기가 넘실거리는 내 기세를 가볍게 웃으면서 받아넘겼다.

가늘게 휘어진 채 음울한 빛을 뿜어내는 김준영의 두 눈에선 암록색 안광이 폭사되었다.

그러면서 놈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하실을 암울하게 물들인 마력이 거칠게 꿈틀거렸다.

주변을 잠식한 마력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흩뿌리며,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 나 역시 ‘좋은’ 일이 있었지. 어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경험해 보라고!”

-피슛!

김준영에게 광폭한 웃음을 보낸 나는 벼락같이 창을 내질렀다.

시커먼 어둠을 휘감은 어둠달이 시뻘건 화염을 머금고 거세게 타올랐다.

그렇게 어둠과 불꽃에 휘감긴 창날이 김준영의 머리를 노리고 빛살처럼 날아갔다.

-카드드득!

“글쎄요? 뭐가 어떻게 변하신 건지, 솔직히 잘 못느끼겠는데….”

정확히 김준영의 미간을 노리고 파고든 창날은 어느새 허공에 돋아난 외골격에 막혀 있었다.

로브 모양의 암록색 외골격에 가로막힌 어둠달의 창날이 쇳가루와 불꽃을 토해내며, 비명을 내질렀다.

가볍게 내 공격을 받아낸 김준영의 입꼬리가 비꼬듯 살짝 뒤틀렸다.

“외골격이라. 먼젓번의 그 ‘인형놀이’ 때는 분명히 외골격을 사용하지 않았었지. 아마?”

하지만 나는 김준영의 도발섞인 비웃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놈이 전과는 달리, 이번엔 외골격을 사용했다는 것을 지적하며 새하얗게 웃었다.

“그렇다는 것은 즉! 내 앞에 겁도 없이 본체를 드러냈다는 말이렸다!”

외골격은 특성 트리에 깃든 영혼의 기억을 갑옷 형태로 빚어내는 기물!

본인의 진정한 육신이 아닌, 분신으로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기에 지금 내 눈앞의 김준영은 먼젓번처럼 본체임이 분명했다.

드디어 놈을 찢어발길 수 있다는 희열감에 내 몸에 피어오른 살기가 광기를 머금고 더욱 강렬하게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으로 의기양양하시긴. 하지만 ‘겁도 없이’ 나타났다는 말은 좀 거슬리는 군요.”

-뿌드드드득!

김준영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짐과 동시에, 놈의 육신과 외골격이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울부짖는 망자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암록빛 외골격 위에 돋아났다.

뼈와 살점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김준영의 육신이 점점 덩치를 불려갔다.

《후우우. 어떻습니까? 아름답지 않습니까?》

변이를 끝마친 김준영의 모습은, 먼젓번 박정욱의 육신에 빙의했을 때와 유사한 모습이었다.

금속을 빚어 만든 듯한 거미의 몸뚱이 위에 호리호리한 남성의 상반신이 자라나 있었고.

그 위엔 수많은 망자들의 얼굴이 돋아난 외골격이 망토처럼 음울하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악취미라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 모습이로군.

《아차! 당신들을 깜빡할 뻔 했군요. 고생했습니다. 몬스터 형제분들.》

잠시 자신의 변이된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던 김준영은 바닥에 넙죽 엎드린 웨어배트들을 바라보더니, 섬뜩하게 눈을 빛냈다.

동시에 놈의 몸 위에서 귀곡성을 흘려대며 너울거리는 외골격이 촉수처럼 자라나 웨어배트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뿌드드드득!

《끼이이익! 끼야아아악!》

뼈가 엉망으로 뒤틀리고 살점과 근육이 짓이겨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퍼졌다.

외골격에 휘감긴 웨어배트들은 두려움에 찬 단말마를 남기며, 김준영의 손에 의해 괴이한 형태로 변이되어가기 시작했다.

《끄어어아아아!》

강제로 짓이겨진 웨어배트들은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대한 손 형태로 변이 되어, 한맺힌 귀곡성을 내질렀다.

놈들이 변이한 거대한 손은 마치 김준영의 외골격처럼 울부짖는 망자들의 얼굴이 혐오스럽게 빼곡이 박혀있었다.

기묘한 흐느낌을 토해내는 수십 개의 손들은 유령처럼 공중을 날아, 김준영의 등 뒤로 향했다.

《후후후. 어떻습니까? 지난번엔 고작 여섯 개로 고전하셨지만. 이번엔 이럴수가! 무려! 그때의 10배인 육십 개가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등 뒤에 떠오른 손을 흐뭇하게 바라본 김준영은 나를 바라보며 광포한 살기를 피어올렸다.

그러면서 김준영이 암록빛 금속 갑각으로 뒤덮인 양손을 유려하게 움직이자. 등 뒤에 거대한 손들이 놈의 손동작을 그대로 모방하며, 마치 조롱하듯 내게 도발적인 손짓을 해왔다.

“흐응…. 마족 놈들의 개가 되어 제법 괜찮은 권능을 손에 넣으신 모양인데 말이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김준영을 향해, 나는 입꼬리를 뒤틀었다.

그러면서 나는 일전에 습득한 유용한 스킬을 발동시켰다.

머릿속에 각인해둔 다른 이의 기억이 분수처럼 솟구쳐, 그녀가 생전에 휘둘렀던 힘과 권능을 내 몸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의 효과에 따라, 영웅시 『니리르티』가 잊혀진 영웅의 힘과 권능을 노래합니다.」

「사용자님이 보유한 마력에 따라, 영웅시 『니리르티』의 효과는 『40분간』 지속됩니다.」

-꾸드드득!

시커멓게 물든 오른팔이 앙상하게 말라 비틀어지며, 어둠을 머금었다.

새하얀 전하가 휘몰아치는 왼팔이 까맣게 타들어 가며, 빛을 품었다.

세상을 호령하며 죽음과 파괴를 흩뿌리던 니리르티의 힘과 권능이 내 양손에 깃들었다.

“안타깝지만. 나 역시 그때완 달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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