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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99화 (199/309)

제199화

“상황이 얼추 정리된 것 같군요.”

“그러게 말일세. 생각한 것 이상의 활약이었군. 정말 우리가 나설 필요조차 없었어.”

너른 로비를 가득 채웠던 강마병과 몬스터들의 군세는 광폭하게 날뛰는 박정욱과 설악 공격대원들의 폭풍과도 같은 활약 속에서 허무하게 박살 나 버렸다.

팔짱을 낀 채,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던 강태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식 웃더니, 품속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꽈득 깨물었다.

“허나. 마족 놈들이 나와 자네의 수준을 모르지는 않을 터. 아무래도 이곳에 도사린 세력의 본대는 따로 있겠군.”

“아까 그 머저리 놈은 본인이 버림패일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만…. 예, 아마 저들은 그저 우리들의 전력을 깎아 먹기 위해 준비한 놈들일 겁니다.”

이곳에 준비된 마족들의 군세는 이전의 설악 공격대원들이라면, 감히 감당조차 하지 못 할 만큼 강력한 놈들이었긴 하나. 나와 강태백을 쉬이 상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해골 머리 마족에겐 애석한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놈들의 존재 의의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전력을 소모시키기 위한 ‘버림패’에 가까웠다.

…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해진 설악 공격대원들의 눈부신 활약과 오닉스 길드에서 강탈해온 장비 덕분에 놈들이 예상했던 계획이 완전히 엇나가 버리긴 했지만 말이지.

-콰지직!

“뭐. 정확한 건. 여기 이놈에게 물어보면 되겠죠.”

해골 머리 마족의 시신에 가까이 다가간 나는 히죽 웃으며, 부서진 두개골을 집어 들었다.

두개골을 집어 든 오른손에 내력을 주입하자, 해골 머리 마족의 두개골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죽은 자들을 달래주는 스킬이 발동되었다.

《끼아아아악!》

내 손에 들린 두개골에서 해골 머리 마족의 영혼이 쑤욱 빠져나오며 구슬픈 귀곡성을 토했다.

곧이어 놈이 남긴 업을 흡수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원혼 제령술』 스킬이 위력을 발휘했다.

두개골을 금빛으로 물들인 따사로운 황금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해골 머리 마족의 영혼을 휘감았다.

《…마침내 해방이로군. 고맙네. 정말 고마워.》

따사로운 황금빛이 해골 머리 마족의 영혼을 자애롭게 보듬고 지나가자.

구슬프게 울부짖던 그의 영혼이 안식을 찾은 듯, 별안간 내게 감사를 표해왔다.

곧이어 『원혼 제령술』의 효과에 의해, 안식을 찾은 그의 영혼이 미소만을 남긴 채 소멸했다.

해골 머리 마족의 영혼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그가 남긴 업이 빠져 나와 내게 흡수되었다.

「축하합니다. 낙오자 『후르티』의 영혼을 해방하셨습니다.」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에 새로운 영웅시 『후르티』가 등록됩니다.」

『원혼 제령술』의 효과로 해골 머리 마족의 영혼에서 딸려 나온 업이 내 몸으로 흡수된 순간.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잊혀진 자들의 영웅시』에 새로운 영웅시 『후르티』가 추가되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해골 머리 마족, 아니 후르티가 남긴 기억이 해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으음…. 역시,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그분’들은 길드장실에 기거하고 있네요. 특기할만한 병력들 역시 그곳에 밀집되어 있구요.”

머릿속에 밀려온 후르티의 기억은 이곳 태백 길드 본사에 얽힌 다양한 정보를 지니고 있었다.

이곳을 점거한 마족 세력의 수는 얼마나 되는지, 또 끌려온 신지현과 그 일행은 어디에 잡혀있는지. 후르티가 말한 ‘그분’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등.

후르티의 기억을 조사한 것만으로. 나는 상당히 쓸만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길드장실이라…. 역시 그곳인가? 아니, 그곳밖에 없겠군. 끄응. 다른 곳이길 바랐는데 말일세.”

“이곳 로비와 그곳을 제외하면, 신축 건물엔 대규모 병력이 주둔할만한 장소가 또 없잖습니까.”

“짐작은 했네만. 그래도 아니길 바라는 염원은 꺼낼 수 있지 않나. 빌어먹을! 아끼는 애장품들 옮겨놓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내게서 이곳에 주둔한 마족들의 본대의 정보를 들은 강태백은 아쉽다는 한숨과 함께, 가벼운 농담조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농담을 하면서도 길드장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는 강태백의 눈빛은 냉철함을 품고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놈들에게 끌려간 신 팀장과 인사팀 직원들의 행방은 알아냈나?”

“그들 또한 길드장실에 구금당해 있습니다. 정황상…. 미끼 겸 인질로 쓸 것 같더군요.”

날카로운 눈빛으로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던 강태백은 뜬금없이 내게 신지현의 행방을 물었다.

그렇게 내게 질문을 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엘리베이터를 세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군. 비록 놈들의 불순한 의도가 섞이긴 하나, 목표가 모두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일세. 문제는….”

-콰아앙!

계속해서 엘리베이터를 살피던 강태백은 주먹을 힘껏 휘둘러, 엘리베이터의 패널을 후려쳤다.

어마어마한 힘이 실린 주먹이 패널을 강타하자, 단단한 쇳덩이가 마치 엿가락처럼 우그러졌다.

“지금으로선 길드장실에 잠입할 만한 방법이 마뜩치 않다는 걸세. 그곳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이 엘리베이터는 이미 놈들이 준비한 함정이 되어 버린 지 오래거든.”

“확실히…. 이번에도 보안 어쩌고 하시면서, 그곳까지 계단을 아예 만들어 두시지도 않았죠?”

흉하게 내부를 드러낸 패널의 내부엔 시커먼 마력을 뿜어내는 촉수들이 징그럽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외부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길드장실로 향하는 통로는 전용 엘리베이터 하나밖에 없었기에, 강태백은 함정이 설치된 패널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끄르르르. 마족…. 마조오옥!”

그렇게 강태백과 내가 부서진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사이.

계단에서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괴성이 섬뜩하게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이제 혜옥 양을 풀어줘도 되지 않나?”

“…그러게요. 깜빡 잊고 있었어요.”

박정욱과 설악 공격대가 막 마족들의 군대와 격돌하려던 그 순간.

극도로 흥분한 김혜옥 역시, 그들을 따라 놈들을 향해 돌격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박정욱의 부탁도 있었거니와. 김혜옥에겐 아직 버거운 상대들이 많았기에 나와 강태백은 흥분한 김혜옥을 포박하여, 잠시 계단에 던져둔 상태였었다.

“끄르르! 못참겠다! 마족! 찢고 부순다!”

어찌나 광기에 가득 차 있는지, 김혜옥의 몸을 구속한 『강화 외골격』은 끊어질랑 말랑하며 간신히 아슬아슬하게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금속제 몬스터의 단단한 껍질을 가공하여 만든 외피조차, 그녀의 압도적인 완력 앞에선 그저 질긴 밧줄에 불과한 모양이었다.

“…풀어줄게. 풀어줄 테니까 가만히 있으렴.”

김혜옥의 눈에서 어째선지 한스러운 귀화가 뿜어져 나오자.

한숨을 내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구속하는 『강화 외골격』을 조금씩 벗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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