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 잘생겼다!-198화 (198/309)

제198화

198화

-뿌드득!

《크으으아악!》

차가운 한기에 휘감긴 전쟁 망치가 단단한 정강이뼈를 단숨에 으깨놓자

오만한 말을 지껄였던 해골 머리 마족의 입에서 이젠 고통에 찬 비명이 튀어나왔다.

설악 공격대원들을 바라보며 오만하게 내리깔았던 눈이 경악의 감정을 품고 크게 홉떠졌다.

“썩 만족스러운 위력이로군. 아직 완성되지 못한 시제품이라는 것이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일세.”

사납게 이를 드러낸 박정욱의 몸 위엔 특이한 형태의 갑옷이 시린 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외골격에 덮인 그의 몸에서 차가운 한기가 폭풍처럼 흘러나올 때마다. 갑옷에 알알이 박혀있는 보석이 푸른 빛을 사방에 흩뿌렸다.

망치를 휘둘러 단숨에 해골 머리 마족의 하반신을 부순 박정욱은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에 걸쳐진 갑옷을 내려보았다.

“덕분에 놈들을 상대하기 편해졌지 않습니까. 오닉스 놈들 그동안 방구석에 틀어박혀 뭐하나 했더니. 이렇게 흉악한 물건을 만들고 있었다니!”

-썩둑!

박정욱의 말에 맞장구를 친 설악 공격대원들은 자신들의 대장과 똑 닮게 사나운 웃음을 지으며 무기를 휘둘렀다.

그들이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몸을 뒤덮은 갑옷에 박힌 보석에서 시릴듯한 푸른 빛이 흘러나오며 착용자들의 마력과 신체 능력을 증폭시켰다.

덕분에, 설악 공격대원들은 단순히 무기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단단한 강마병들의 육신을 마치 썩은 무를 잘라내는 것처럼 쉽게 베어낼 수 있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위력이로군요. 아직 시제품에 불과한 『강화 외골격』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강마병과 몬스터들 사이를 번개처럼 누비며 맹위를 떨치는 설악 공격대원들의 모습에. 나는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오닉스 길드의 역작 『강화 외골격』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쿠과과광!

거의 김혜옥만큼의 덩치를 자랑하는 강마병이 있는 힘껏 설악 공격대원을 들이받았지만.

그 묵직한 충격에 피폭당한 설악 공격대원은 제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을 감싼 갑옷, 『강화 외골격』 내부의 부드러운 완충재가 어지간한 중형차와 충돌한 수준의 충격마저 흡수해버린 덕분이었다.

-키이잉!

그렇게 강마병에게 들이받힌 설악 공격대원은 놈의 머리를 향해 낫 형태의 무기를 휘둘렀다.

설악 공격대원의 몸이 역동적으로 움직인 순간, 『강화 외골격』 외부에 촘촘히 박혀있는 보석형태의 마력핵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그의 마력과 신체 능력을 증폭시켰다.

그렇게 증폭된 힘으로 설악 공격대원은 강마병의 거대한 육신을 단숨에 반으로 갈라버렸다.

“내가 괜히 형님에게 찾아갔겠는가? 나이든 이들의 행동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일세.”

내 옆에서 『강화 외골격』의 놀라운 위력을 목도한 강태백은 수염이 꺼끌하게 돋아난 아래턱을 연신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껄껄 웃었다.

우리가 본사 건물에 잠입하기 직전, 다짜고짜 오닉스 길드 산하의 연구소에 찾아간 강태백은 황태용과의 ‘협상’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연구소장에게 들이밀며 『강화 외골격』의 시제품과 특수 제작된 장비들을 우리들의 인원수에 맞게 뜯어냈다.

…덕분에 신형 장비들을 손에 넣은 박정욱과 설악 공격대원들은 저렇게 전보다 맹렬히 날뛸 수 있게 되었고 말이지.

“자네와 내가 나설 자리는 없겠군.”

“그들에게도 설욕전을 할 전장과 오랫동안 굳어버린 몸을 풀 기회는 필요했으니까요.”

굳이 나와 강태백이 나설 것도, 나설 새도 없었다.

재활의 기회와 그동안의 설움을 설욕할 기회를 부르짖으며 달려나간 박정욱과 설악 공격대원들이 예상 이상으로 무섭게 날뛰며, 강마병들과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아무리 오닉스 길드에서 뜯어낸. 아니 ‘받아온’ 신형 장비들이 강력하다곤 하나. 설악 공격대원들을 저토록 강하게 만들 정도는 아닐세. 저건 도대체….”

전투가 격해지면 격해질수록.

또 귀신처럼 날뛰는 설악 공격대원들의 광기가 진해지면 진해질수록.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던 강태백의 얼굴이 조금씩 조금씩 굳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껄껄 웃으며 만족스러워하던 그였으나,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설악 공격대원들의 위력에 점점 강태백의 얼굴이 의구심을 품고 굳어가기 시작했다.

“모름지기 사내란. 시련을 겪고 성장하는 족속이니까요.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괜한 걱정으로 얼굴빛이 어두워진 강태백에게, 그동안 그들이 겪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해주었다.

“그랬군. 그들 또한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을 새로운 힘으로 바꾼 게로군. 어쩐지 그들이 사용하는 능력이 기이하다. 생각하던 참이었네.”

이중환의 영혼과 섞여, 새로운 힘과 권능을 얻은 설악 공격대의 공격대장 박정욱처럼.

설악 공격대원들 역시, 서로의 영혼이 뒤섞이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힘을 얻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 모두는 자신에게 닥쳤던 수난과 시련을 극복하여 더욱 강해졌다는 말이었다.

-쐐애애액!

광폭하게 날뛰는 설악 공격대원들의 사각을 향해, 강마병들이 무기를 휘두른 순간!

위협을 감지한 그들의 외골격이 스스로 형태를 변화시켰다.

-카가가가각!

각자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던 설악 공격대원들의 외골격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굳건한 성벽 형태로 변했다.

마치 그들을 이끄는 공격대장 박정욱의 외골격과 똑 닮은 형태로 변한 외골격은 시커먼 마력이 넘실거리는 강마병들의 공격을 너무나 쉽게 받아내었다.

“…기이하긴 하죠. 그들이 저런 힘을 손에 넣었을 줄은 김준영 그 자식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주받은 마물, 리빙 아머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설악 공격대원들의 영혼은 엉망으로 오염되어 한자리에 뒤섞였다.

그리고 강다희의 손에 다시 합쳐졌던 영혼이 분리되어 정화되면서, 그들은 서로가 지닌 특성 트리를 일시적으로 ‘빌릴 수 있는’ 능력을 개화한 상태였다.

…잠시나마 다른 이들의 특성 트리를 빌릴 수 있는 능력이라니.

회귀 전, 산전수전을 다 거친 나조차 구경도 하지 못했을 만큼 해괴한 능력이라니까.

“너무 박정욱 대장의 능력에 너무 의존해선 안 된다! 대장님께 ‘빌린’ 외골격을 다시 복구시켜!”

“옙!”

설악 공격대원들의 기이한 능력에 나와 강태백이 헛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부 공격대장의 지시에 따라, 설악 공격대원들의 변이되었던 외골격이 다시 각자의 특성 트리에 맞춘 다양한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원래대로 외골격을 되돌린 그들은 다시 광포하게 날뛰며, 강마병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다시 태어났다. 다시 너희 족속들을 사냥하게 될 수 있어. 고맙군.”

설악 공격대원들의 활약을 지켜본 박정욱은 으스스한 미소를 지으며, 전쟁 망치를 움켜쥐었다.

하반신이 으스러진 해골 머리 마족을 바라보는 그의 몸 위에 서리가 내려앉으며 새하얀 외골격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파츠츠츠.

이중환이 자랑하던 새하얀 도포 형태의 외골격과 박정욱의 상징이었던 굳건한 성벽 형태의 외골격을 적절히 섞은 듯한 갑옷 형태의 외골격이 그의 몸 위에 내려앉았다.

《마, 말도 안 돼! 너희 필멸자 놈들의 실력은 이미 파악한 지 오래거늘!》

위기를 감지한 해골 머리 마족은 경악한 표정으로 발악하듯 시커먼 마력을 집중시켰으나….

-퍼석!

해골 머리 마족이 미처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번개처럼 휘둘러진 망치가 놈의 두개골을 으깨놓았다.

단단한 두개골이 허무하게 두 쪽으로 바스라지며, 시커먼 기운이 연기처럼 새어 나왔다.

“…낡은 정보 따윌 맹신한 게 그쪽의 패인이야. 인간이란. 특히 사내란 족속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법이거든.”

숨을 거둔 해골 머리 마족의 시신을 바라본 박정욱은 서리폭풍에 휘감긴 채 새하얗게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