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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87화 (187/309)

제187화

-키이이잉!

화안금정의 경고로 인해, 일찍 몸을 숙인 덕에 우리는 불의의 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서늘한 무언가가 살기를 흩뿌리며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머리 위쪽으로 비릿한 날붙이의 냄새와 함께, 금속이 맹렬하게 회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 무슨….”

다급한 경고에 황급히 뒤쪽으로 몸을 눕혔던 황윤형의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는 그의 얼굴에 공포의 감정이 스멀스멀 역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말을 제대로 끝맺지도 못한 채로 하늘을 응시하는 황윤형의 모습에, 나와 강태백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다.

“…신이시여.”

하늘을 바라본 강태백의 입에서 그답지 않게, 무력하게 신을 찾는 말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눈 앞에 펼쳐진 초현실적인 광경에 나 역시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쿠르르릉!

구름 하나 없이 푸르기만 했던 하늘엔 어느새, 검붉은 기운을 발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흉포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번뜩이는 벼락과 으르렁거리는 천둥이 폭풍처럼 교차하는 소용돌이의 중심엔 시뻘겋게 물든 핏빛 눈동자가 진득한 살기를 흩뿌리며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오오오오.』

금방이라도 울부짖을 것처럼 핏발이 서 있는 눈동자가 괴이한 소리를 토해냈다.

알아들을 수 없는 포효가 지독한 살기를 품은 채로 귓가를 때렸다.

단지 그것의 포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마력이 체내에 침범해왔다.

“크악!”

-쿠웅!

순간적으로 두 다리가 휘청 균형을 잃더니 뻣뻣하게 마비되었다.

다리가 마비되자, 몸이 균형을 잃고 거칠게 옆으로 넘어졌다.

욕지기와 함께,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울컥 비릿한 핏물이 치밀어 올라왔다.

“….”

“…!”

강태백과 황윤형 또한, 나와 상태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들 또한 포효 속에 담긴,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마력에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강태백이 거칠게 옆으로 쓰러지자, 그의 등 뒤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며 마력을 공급하던 백일곱 개의 구슬 『번뇌』가 빛을 잃어버린 채로 바닥에 무력하게 후두둑 떨어졌다.

-꾸드드득.

그렇게 모두가 순식간에 제압당해, 바닥에 쓰러진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으려니.

마슈크라의 조각난 시신이 검붉은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짓이겨진 팔다리가 고장 난 구체관절 인형의 그것처럼 기이하게 삐걱거리며 뒤틀렸다.

짓뭉개진 눈동자가 시커먼 기운을 쏟아내며, 뒤룩뒤룩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짓밟혔던 입술이 빠르게 움직이며,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토해냈다.

『호오…. 임시로 만들었던 분신에 불과하지만, 벌써 그것을 훼손시킬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니. 생각한 것보다 필멸자들이 제법 성장한 모양이야.』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빠르게 토해내던 마슈크라의 입술에서 마침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조금 전의 아름다운 미성과는 다르게, 이번엔 마치 철판을 쇠톱으로 긁어내는 것처럼 생리적인 공포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특히…. 이번엔 ‘그릇’이 제법 쓸만한 육신을 손에 넣었나 보군.』

시커먼 기운이 핏물처럼 흘러내리는 마슈크라의 눈이 데구르르 움직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핏물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입술이 어색하게 비틀리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만들어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감정표현이었지만, 그녀의 시선을 받은 나는 꼼짝조차 할 수 없었다.

조금 전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마력이 내 몸속에서 꿈틀거리며 내 자유를 속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특하구나. 아무리 ‘그릇’을 손에 넣었다지만. 이토록 빨리 성장했을 줄이야. 이번만큼은 그 무능한 늙은이들의 말이 맞았던 것 같군.』

-끼기기긱!

마슈크라의 조각난 육신이 부자연스럽게 삐걱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몸을 숙여, 차갑게 식어버린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마슈크라는 뻣뻣하게 굳어버린 얼굴을 어색하게 움직여,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만들어냈다.

『애완동물로 만들겠다는 말은 취소하도록 하지, 이번 ‘그릇’은 생각했던 것보단 쓸만할 것 같으니…. 기대를 걸어봐도 되겠어.』

삐걱거리는 고개를 돌려, 강태백 쪽을 바라본 마슈크라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어렸다.

『내 분신에게 해를 끼칠 만큼 실력을 기른 것은 마땅히 칭찬해줄 일이나. 네놈이 건방지게 떠든 것은 관대한 나로서도 용서하기 힘든 일. 합당한 벌을 내려 줄 테니 달게 받거라.』

흉흉하게 뇌까린 마슈크라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역병 걸린 아지랑이처럼 흉험하게 꿈틀거리는 검붉은 마력이 강태백의 외골격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끄읍!”

고통스러운 비명을 삼킨 강태백의 전신에 검붉은 힘줄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부릅뜬 눈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며, 검붉은 힘줄에 뒤덮인 팔다리가 제멋대로 뒤틀리며 우드득 소리를 냈다.

“…크으윽!”

강태백의 수난에 이를 부드득 간 나는 외골격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내력에 의지를 집중하자, 몸 위를 뒤덮은 외골격의 팔다리 부위가 내 의지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슈각!

외골격의 힘만으로 벌떡 일어난 나는 즉시 어둠달을 가로로 휘둘렀다.

염룡등천의 묘리로 인해, 화염이 일렁이는 창날이 삿된 마력을 살라 먹으며 마슈크라의 육신에 파고들었다.

『흐응?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이 또한 ‘그릇’에 담긴 권능인가.』

화염에 휘감긴 창날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마슈크라의 육신을 뎅겅 베어내었다.

마슈크라는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잘려나간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슬쩍 바라보았다.

“….”

외골격을 움직여, 마슈크라를 공격한 것까진 좋았지만.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오는 팔다리를 잘라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마력은 내 몸속에서 자유를 속박하고 있었다.

입술조차 달싹이지 못한 상태로 마슈크라의 육신을 말없이 계속해서 베어나가자, 마슈크라는 머리만 남은 몸으로 입매를 고약하게 비틀었다.

『마력을 극복해낸 것 같지는 않고, 일종의 편법을 사용한 모양인데. 흥미로워. 아주 흥미로워. 아까운 ‘그릇’을 죽이긴 뭐하지만. 머리를 잠깐 열어보는 것까진 괜찮지 않을까?』

-콰과과곽!

마슈크라의 눈이 장난스럽게 번뜩이자, 목만 남았던 그녀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뻗어나와 새로운 육신을 만들어냈다.

먼젓번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살육에 특화된 근육질 육신이 마슈라크의 아리따운 얼굴 아래에 우두둑 돋아났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소름 끼치는 미소를 띤 채, 성큼성큼 걸어오는 마슈라크를 바라본 순간.

시스템 메시지에 기묘한 글귀가 떠올랐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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