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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86화 (186/309)

제186화

『하잘것없는 필멸자 놈들이 제법 귀엽게 지껄이는구나.』

계속해서 자신의 행사가 방해받자,

시종일관 여유롭던 마슈크라의 얼굴에 씌워진 가식적인 가면이 조금씩 부서져 나갔다.

가면이 깨져나간 그녀는 마치 먹이의 반항을 지켜보는 성난 맹수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주변을 장악한 살기의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 검붉은 기운이 광폭하게 요동쳤다.

『고작 네놈들 따위가 감히, 이 몸을 사냥감 취급해?』

강태백이 언급한 ‘사냥감’이라는 단어가 마슈크라에겐 일종의 역린인 모양이었다.

진심으로 격노한 듯,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성난 으르렁거림은 곧 광폭한 우레가 되었다.

마슈크라의 고운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지며, 시커먼 핏줄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기습으로 나를 잡아보겠다고? 좋다!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봐!』

마슈크라가 성난 포효를 내지르자, 너울거리던 마력이 새로운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핏물이 찰랑거리는 핏빛 눈동자들이 그녀의 등 뒤에서 수없이 떠올랐다.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동자를 등에 업은 마슈크라의 몸이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놀이는 끝이다! 시건방진 소리를 지껄인 입을 도려내 주마!』

-쮸와아앙!

마슈크라이 입에서 살기 어린 포효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눈동자들이 한줄기 피눈물을 주르륵 흘려대며 핏빛 광선을 발사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인 마력이 담긴 광선이 사방을 붉게 물들이며, 우리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쇄도해왔다.

“왜 그리 흥분하는지는 모르겠네만…. 덕분에 시간을 벌었군! 막아라! 멸귀륜!”

마슈크라가 제멋대로 성을 내는 시간 동안, 알뜰히 마력을 끌어올린 강태백은 손을 뻗어 백팔 개의 구슬을 재빨리 휘둘렀다.

-끄워어어어!

푸르스름한 불길에 둘러싸인 구슬들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귀신의 얼굴 형상을 갖추었다.

시퍼런 불길로 이루어진 귀신의 얼굴은 탐욕스럽게 포효하며, 거대한 입을 벌려 이쪽을 향해 날아든 시뻘건 광선의 향연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크읏! 역시, 멸귀륜 정도론 부족하군….”

격노한 군주급 마족의 강맹한 마력은 강태백이 쉽사리 견뎌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단단한 구슬에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핏빛 광선을 빨아들인 귀신의 얼굴 형상이 흐려졌다.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마력을 불어넣던 강태백의 얼굴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잔뜩 일그러진 그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나무뿌리처럼 돋아났다.

“…허나. 이목은 제대로 끌었지. 지금일세!”

하지만 강태백의 역할은 이쪽으로 쇄도해온 핏빛 광선들을 잠시 막아내는 것만이 아니었다.

일부러 가장 화려한 스킬을 사용해, 마슈크라의 시야를 잠시 가리는 것이 그의 진정한 노림수였다.

-파바박!

선두에 선 강태백이 핏빛 광선을 막아내며, 마슈크라의 시야를 가리는 사이.

나와 황윤형은 은밀히 몸을 날려, 마슈크라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쮸웅! 쮸와아앙!

허공을 수놓은 핏빛 눈동자가 우리의 움직임을 뒤늦게 포착해, 핏빛 광선을 발사했지만.

내 몸에서 소용돌이치는 시커먼 내력의 와류와 황윤형의 몸에서 소용돌이치는 뇌기가 깃든 폭풍이 핏빛 광선의 궤도를 조금씩 틀어버렸다.

비록 완전히 튕겨내거나 막아내진 못했지만, 마슈크라의 지척까지 접근한 우리에겐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엔 좀 다를 거다! 이 마녀야!”

호기롭게 포효하는 황윤형의 눈에서 뇌기가 파직거리며 흘러나왔다.

언제 챙긴 건지, 어느새 그의 손엔 성인 남성 상반신만 한 도끼가 들려 있었다.

번개에 휘감긴 거대한 도끼가 마슈크라의 목을 노리며 폭풍처럼 휘둘러졌다.

-꽈가각!

황윤형이 휘두른 도끼는 마슈크라의 목덜미에 닿자마자. 굉음과 함께 우지직 우그러졌다.

광폭하게 꿈틀거리던 번개 또한, 그녀의 몸에 닿자마자 검붉은 기운에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황윤형은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입니다! 산군님! 숙부님!”

-투콰아악!

광포하게 번들거리는 마슈크라의 연분홍빛 눈동자와 그녀의 등 뒤에 떠오른 핏빛 눈동자들이 황윤형을 노려보는 틈을 타.

나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 가장 빨리 발동되는 스킬인 독룡아로 마슈크라의 옆구리를 찔렀다.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커윽!』

마슈크라가 막 성난 포효를 토해내려던 찰나.

쩍 벌려진 그녀의 입으로 시퍼런 불길에 휘감긴 구슬 하나가 날아들었다.

성인 엄지만 한 크기의 구슬은 순식간에 마슈크라의 목구멍 속으로 쑥 넘어가 버렸다.

“버러지라니. 벌레들에게 사과하게. 벌레들은 이렇게 비열하게 싸우지는 않는다네. 폭!”

마슈크라의 입에 구슬을 던져넣은 강태백은 사납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콰쾅!

희미한 폭발음과 함께, 마슈크라의 가느다란 몸이 순간적으로 만화의 한 장면처럼 우스꽝스럽게 부풀어 올랐다.

보랏빛 핏물이 그녀의 입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시커먼 연기가 그녀의 입에서 추운 겨울날의 입김처럼 새어 나왔다.

-꾸르릉!

마슈크라가 미처 제 몸을 수습하기도 전에, 황윤형의 공격이 이어졌다.

천둥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날 부분이 우그러진 도끼가 마슈크라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두 눈에서 시퍼런 전하가 번들거리는 황윤형은 도끼 자루를 단단히 틀어쥔 채, 계속해서 광기에 찬 몸놀림으로 마슈크라의 몸뚱어리를 미친 듯이 강타했다.

-화르르륵!

번개와 폭력에 노출된 마슈크라의 몸뚱어리에 시퍼런 불꽃이 내려앉았다.

조카와 똑 닮은 모습으로 두 눈에서 푸르스름한 귀화를 피워낸 강태백은 시퍼런 화염을 귀신같이 부리며 마슈크라의 몸을 불태웠다.

그의 등 뒤에선 백 일곱 개의 구슬이 맹렬히 회전하며 마력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피슛! 피슛! 피슛!

물론 나 역시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시커먼 내력이 아낌없이 주입된 창날이 광포하게 날뛰며 마슈크라의 몸뚱이를 유린했다.

연포와 독룡아가 연속으로 쉴새 없이 펼쳐지며 마슈크라의 피부를 베어냈다. 살점을 찢었다.

“효과가 있는 모양이군! 계속 밀어붙이게!”

무력하게 휘청거리며, 우리들의 공격을 허용한 마슈크라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새겨졌다.

치지직 살갗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퍼지자, 강태백은 이를 까드득 깨물고는 계속해서 마슈크라에게 불길의 세례를 퍼부었다.

『….』

허나. 기이하게도 마슈크라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신음도 비명도 흘리지 않고, 마치 바닷속에서 물결에 따라 흔들리는 해초처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우리들의 일격을 가만히 받아내고만 있었다.

…뭐지? 군주급 마족이 이렇게 쉽게 당할 리가 없을 텐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엄습해왔다.

창을 휘두를 때마다, 가슴이 갑갑해졌다. 입안이 버쩍버쩍 말라갔다.

-뎅겅!

마침내. 조금씩 조금씩 마슈크라의 육신을 분쇄해가던 황윤형의 도끼가 일을 저질렀다.

성인 남성의 상반신만 한 도끼가 마슈크라의 허리를 완전히 결딴 내버렸다.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반으로 토막 난 상반신이 힘없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곧이어 상반신을 잃어버린 하반신이 옆으로 힘없이 넘어졌다.

“떠든 것치곤 별거 없군.”

마슈크라의 허리를 잘라낸 황윤형은 사납게 입꼬리를 틀어 올린 채, 침을 퉤 뱉었다.

부하들의 복수를 해냈다는 감정이 치밀어오른 모양인지, 마슈크라의 시신을 바라보는 황윤형의 얼굴엔 시원섭섭하니 복잡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이상하군.”

황윤형과는 달리, 강태백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찜찜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린 것으로 보아하니, 그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구슬을 하나 희생하는 스킬이니만큼, 폭염화가 대단한 파괴력을 지닌 스킬이긴 하네만. 그토록 강력한 무위를 선보인 그녀를 한방에 무력화시킬 정도는 아닐세.”

“…예. 아무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 게다가 자네의 말에 따르면 마족이란 족속 또한, 몬스터와 다를 바가 없는 이형의 존재가 아니던가. 그녀를 쓰러뜨렸음에도 어떤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

강태백의 중얼거림에 도끼를 내려놓았던 황윤형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 역시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며, 어둠달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무의식 저편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

바로 그 순간!

내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화안금정이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머리 위를 거침없이 휩쓸어가는 날카로운 공격!

“엎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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